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사실들의 조각에 가깝습니다.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모든 산재사망이 언론 등을 통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니기에 산재사망 전체를 다 포괄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이러한 조각과 파편으로 ‘조각보‘를 만들고 ‘퍼즐‘을 맞춰주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P9
그것은 노동운동에서, 사회운동에서, 학술적 실천에서, 문학 등 예술에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일상적 실천에서 시작되고 점점 늘어나 모이고 저 멀리로 흩어져 나아갑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말해지지 않던 것이 들리고, 감추어졌던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말 없는 자들의 웅얼거림이 북소리처럼 커질 것입니다.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된 총체적 진실이 ‘사건‘처럼 드러날 것이고, 노동자 죽임의 공고한 구조는 허물어질 것입니다. - P9
저희가 책의 제목을 숫자로만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1년간의 산재사망자 수(2,146명), 사고사망자 및 과로사망자 수(529명)를 내세우는 것은 산재보험으로 인정된 사망자 수만 집계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있습니다. 현행 산업재해 통계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들’ 즉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화물차주, 자영업자 등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플랫폼 노동자들, 근25년간 한국의 중소 제조업종과 농어촌 산업을 지탱해온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가장 쉽게 노출됨에도 그 숫자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집계 방식입니다. - P10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높일 때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들을 숫자로만 기록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돌아보며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살아왔던 삶을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은 지금으로선 너무나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그들의 부고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들이 곧 우리‘라는 점을 잊지 않는 데서 그 복원은 서서히 시작될 것입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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