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 도시 ㅣ 반올림 23
존 그린 지음, 김민석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을 읽으면 여러 생각을 많이 한다. 문화차이라는 것도 느끼고 세대차이도 느끼면서 말이다. 외국 작가의 책을 읽으며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동경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기쁨도 있다.
마고와 쿠엔틴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라고 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다. 차라리 '어린 시절에는'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쿠엔틴과 마고는 어렸을 때는 친했지만 자라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부모의 보살핌과 관심속에 모범생으로 생활하는 쿠엔틴과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다 자신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마고는 서로 같은 곳에 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활한다. 쿠엔틴의 부모는 계속 마고의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도대체 마고 부모의 잘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쿠엔틴의 일생에서 아주 획기적인 일을 겪는다. 긴 인생에서 보자면 잠깐의 일탈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쿠엔틴의 생활 모습과는 너무 다르기에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문제는 단순히 마고와 벌인 한밤중의 모험이 아니라 그로 인해 쿠엔틴이 변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남의 일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지냈던 쿠엔틴이 드디어 다른 사람의 일도 신경쓴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라진 마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까지 한다. 사실 마고를 찾기 위해, 마고가 남긴 실마리를 찾기 위한 과정은 좀 지루하다. 그게 그토록 의미있는 단서일까, 소설이니까 작가가 의미를 두었을 뿐 독자에게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고나 할까. 차라리 그 와중에 조금씩 변하는 쿠엔틴의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이 더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문화 차이를 느낀 부분은 어디일까. 우선 가출을 해서 신고를 하지만 형사가 마고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 부분이다. 우리 같으면 가출한 청소년에게 그렇게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또 하나는 그처럼 먼 곳에서 혼자 살기 위해 훌쩍 떠나는 마고의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무리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아량이 넓은 척 해도 마고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나를 더 많이 버려야 할 듯하다. 이게 과연 문화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세대 차이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단지 소설속에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일 뿐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는 이미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으니 신기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운전하는 모습과 파티 문화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고등학생들이 차를 끌고 다니는 것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니까.
문제는 그들이 차를 몰고 가면서 하는 행동들이다.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차 안에서 소변을 병에 해결하고 그것을 밖으로 내던지는 행동이나 차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자를 바꾸는 행동이 왜 그리 거슬리던지. 마치 영화에서 말도 안 되는 장면이 펼쳐지는 듯했다. 물론 소설이니까 얼마든지 모험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지만 이건 그래도 청소년이 읽는 소설 아닌가. 그렇다면 무모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어느 정도 제거해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 작가의 소설이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 작가들은 그런 것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가 보다(때로는 그런 것들 때문에 외국 작가의 책을 읽으며 통쾌해 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한다. '바로 이런 거야.'하면서). 그래서 문화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세대 차이도 느낀다는 것이다.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괜히 별별 걱정을 다하는 어른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청소년 또래였다면 이처럼 걱정하는 어른을 보면 분명 지나친 걱정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 청소년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나와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내가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심오한 이야기들을 마고나 레이더의 입을 통해 자주 이야기하지만 다른 걱정거리들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나마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평면적인 종이 도시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곳에 있기를 거부하는 마고와 친구란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레이더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말하는 종이 도시란 지도 속에서만 존재하는 도시라고 한다. 지도 제작자들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도시란다. 아, 문화 차이를 느끼는 부분이 또 있다.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지명과 그 나라의 현재의 모습이 나오는데 지도상으로만 그 나라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