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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양장) ㅣ 클래식 보물창고 6
김유정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8월
평점 :
청소년기에 으레 읽어야 할 단편 중 하나가 바로 김유정의 작품이다. 그 옛날,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지라 어렴풋이 생각나던 작품을 요즘 찾아 읽고 있다. 딸에게 읽으라고 해야하는데 옛말투 그대로의 작품은 읽기 어려워하니 요즘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작품을 찾고 있던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산뜻하게, 그야말로 요즘 취향에 맞춰 나왔으니 일단 다행이다. 말투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에 주석을 달아주었으니 이해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물론 뒤의 부록을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다. 때로는 내용으로 뜻을 유추할 수도 있으니 몰랐던 우리말을 새롭게 아는 재미도 있다고 하면 좀 심한 걸까.
어쨌든 김유정의 작품 8편을 만났다. 지금 기억으로, 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었기에 김유정의 작품 중 보편적인 두어 개만 읽었던 듯하다. 그렇다고 일부러 김유정의 작품을 찾아 읽은 기억은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작품이 처음 만난 것들이다.
김유정은 20세기 초에 태어나 중반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으니, 일제강점기를 고스란히 지냈다. 김유정 작품에서 유독 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농민은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굶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수탈의 대상이었던 시절에 농촌에서 지냈으니 농촌이 주된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어쩜 이리 궁핍한 생활을 할까 싶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농촌계몽운동을 했다 하니 현실 비판적인 이러한 이야기를 쓰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이래야 한다느니 이런 건 바꿔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슬쩍 눙치며 넘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회적 모순과 농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특히 농사까지 내팽개치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금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상황을 잘 나타낸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과 간사한 마음을 인물의 행동을 통해 너무 잘 표현했다. 특히 <금 따는 콩밭>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인간의 모든 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대가 앞으로 나아가면 모든 것이 발전하고 새로운 걸 발견한다고 하는데 우리 근현대 단편을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내가 문학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기교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그 외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청소년기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때 읽었던 단편들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렇다고 당시 엄청 감명 깊게 읽었던 책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생각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지금 청소년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이나 나나 일제강점기를 거친 게 아니니 책에 나오는 상황을 온전히 가슴으로 이해 못하는 것은 똑같을 게다. 딸에게 틈만 나면 이러한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