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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7
이재진 지음, 윤장로 외 감수 / 푸른숲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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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그저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거기에 서술형 내지는 논술형이라는 말이 더 들어간다. 겉으로는 그래야 진짜 공부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는 해도 내심 다행이다싶다. 나는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다시 숨을 돌리고 생각해보면 바로 우리 아이들이 겪게 될 문제라는 것이 떠오른다. 결국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가지고 수리논술 문제를 해결하도록 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찾은 문제들이 결코 호락호락 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처음에 제목만 보았을 때는 영화 속에 나오는 사건이나 문제들을 가지고 단지 '발견'해서 푸는 것인 줄 알았는데 때로는 작가가 문제를 '창조해' 내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딱딱한 문제로만 되어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물론 문제를 스스로 풀려고 하기 보다는 자꾸 작가의 해설에 의지하려고 해서 혼자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는 못했다. 아마 청소년들도 그렇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처음에는 초등학생인 딸이 얼른 집어들었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니 제목만 보고 그랬을 게다. 그러나 조금 읽더니 중간중간 건너뛴다. 그러니까 어려운 수학적 이야기들이나 문제 부분은 안 읽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어쨌든 읽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 어딘가. 아마 청소년들도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흥미를 느끼고 나중에는 문제를 해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풀려고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 그런데 참 이상한 게 혼자 문제를 보고 풀려고 하면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다가 설명을 보면 왜 그리 쉬운지... 여하튼 문제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어쩜 이 영화에서 이런 문제를 뽑았을까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러기 위해서 들인 작가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수리 논술에 대해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으련만... 글쎄, 그럴까. 나는 아직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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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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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내가 청소년기였을 때에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던 말이지만 지금은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특히 딸에게서 그런 소리를 듣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 화가 나기까지 한다. 워낙 권위적이거나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나도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권위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간혹 딸의 행동이나 말이 용납이 안 될 때가 있어서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요즘 아이들은...

정말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저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좋아하는 가요를 듣기도 하고 화가 나면 그걸 푼다고 쇼핑을 한다고도 한다. 예전 같으면 그건 처음 사회생활 시작할 때의 모습이 아니던가. 물론 내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문명과는 약간 동떨어진 생활을 했기에 더욱 큰 괴리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하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바로 교실에서 사제지간의 풍경.

간혹 포털 사이트에서 체벌 당한 이야기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또 주위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 심하게 체벌을 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 경우 분명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요즘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동안 내심 보라의 담임 선생님이자 수학 선생님이 아이들을 체벌하는 이유가 실은 아이들은 모르는 어떤 사실이 숨겨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었다. 나중에 선생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과한 체벌을 사과하여 잘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의 아동문학에서 끝맺음을 대부분 그런 식으로 하지 않던가. 그러나 내 예상과 기대는 전혀 빗나갔다.

무엇보다 반 아이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벌이는 몰상식하고 때론 비열하기까지 한 행동들은 기실 현재 아이들의, 아니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인터넷 상에서의 비방성 글이나 인터넷 예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은 '잔소리'로만 인식될 뿐이다. 맞는 말이지만 듣기는 싫은 잔소리...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이 하면서 잘 표현하고 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쿨하게 지내지만 가면을 쓰면 비열해지는 인간의 모습도 보이고 권력 앞에서 자신이 다칠까봐 내지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아부하는 모습도 보이고, 속이 없는 듯 언제나 웃고 있지만 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이 싫고 주눅들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교실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군상들이 있는 셈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있다. 바로 교실에 새로 온 교생인 미혼모 이야기. 그녀를 바라보는 제도권의 시선도 있으며, 밖에서라면 당차다거나 멋있다는 둥의 이야기로 흘려들었겠지만 자기 아이가 있는 학교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그저 지어낸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 문제인지도 모른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현실에서는 미혼모라는 사실에 본인이 그런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여하튼 담임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과연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도 그럴까. 아마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한층 자라게 될지도 모른다. 원래 아프거나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자라는 법이니까. 간결한 문체와 정작 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듯한 전개가 읽는 이를 더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고민과 이야기가 다 들어 있으면서도 그 속에 들어 있는 문제점들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피상적인 것만 좇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계기로 좀더 사물과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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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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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이나 관용의 범위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의 공중파 방송 소재를 보면 그런 것을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예전에는 미혼모 이야기라던가 이혼,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파격에 해당되었지만 이제는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그런 양상도 흐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것이 고스란히 적용 된다고 할 수 있을런지... 글쎄, 남의 일일 경우에는 관용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내 일로 닥칠 경우에는 그렇질 못한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고 읽고 나서는 더욱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를 주홍이 엄마의 눈을 통해서 그대로 보여준다. 세상이 모두 피하는 것 같아서, 자신을 더러운 무언가를 보듯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결벽증까지 생긴 주홍이 엄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안타까움과 연민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주홍이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 그 길만이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아니었을까.

한때는 주위의 시선이 어떠하든 의지만 있으면 모든 일은 잘 해결되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살아갈수록 의지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아마 주홍이 엄마도 그처럼 순진하게 생각을 하고 주홍이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곧 현실의 두꺼운 벽에 부딫쳤을 테고... 마찬가지로 주홍이도 엄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느꼈기에 더 이상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또는 엄마에게 다른 고통까지 주고 싶지 않아서 낙태를 결정한 것일 게다. 그러나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주홍이를 죽음으로 내몰고 만 것이다. 주홍이 엄마는 이제 겨우 현실을 인정하고 주홍이를 받아들일 결심을 했는데 말이다.

세 명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구성 때문인지 각각의 인물에 '나'를 대입하며 읽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다면 멀리 떨어져서 인물들을 대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이 되지만 이 책은 모든 인물들이 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답답하고 슬펐던 것이리라. 더 이상 주홍이와 같은 일을 겪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할 테고 이미 발생한 일이라면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있는 '낳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주홍이의 편지가 뇌리에서 울린다. 아마 미혼모의 딸로 주위의 시선을 받으며 자란 주홍이가 자신의 삶을 힘들어하거나 엄마를 원망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말을 했기 때문은 아닐런지... 역시나 아직도 난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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