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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ㅣ 1218 보물창고 2
게리 폴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큰 아이는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번다. 물론 기본적인 용돈이 책정되어 있지만 내가 자꾸 잊어버려서 안 주는 달이 더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도 챙기질 않으니(하긴 달라고 할 땐 꼭 현금이 없어서 내일로 미루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유야무야 넘어가곤 한다. 그래서 큰 아이는 돈이 없으면 밥을 한다거나 설거지를 하겠단다. 물론 그럴 땐 아이에게 맡기고 내 할 일을 한다. 그런 딸을 보며 가끔 내가 너무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딸이 먼저 제의한 것이기에 그냥 둔다. 딸은 내가 특별히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돈 관리가 철저하다. 지나치게 구두쇠도 아니고 흥청망청 쓰지도 않는다.
어느 땐가부터 자녀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줘야 한다며 갖가지 방법이 등장했다. 물론 그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알려주는 책은 사실 나도 어렵다. 또, 재미도 별로 없다. 그러기에 이처럼 동화형식의 책이 아이에겐 훨씬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알려준다. 물론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주인공 소년에게는 언제나 행운이 따랐다. 할머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잔디 깎는 기계로 우연히 일을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사업으로 되었는데 그 중간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그것도 운 좋은 일이. 우선 동네에 잔디 깎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 첫 번째 행운이었다. 그것 때문에 소년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주식중개인인 아널드 아저씨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아저씨 덕분에 주식에 투자해서 많은 수익을 올렸고 또 다른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었으며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아주아주 힘든 경우라지만 책을 읽는 잠시나마 뿌듯했다. 마치 내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드문 경우라(아니 거의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같으면 그 시간에 공부나 더 하라고 하니 원. 그러면서 경제 교육을 시킨다며 책을 읽으라 한다. 실천하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식으로만 접근하려는 게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솔직히 나도 그런 부모에 속한다. 어쨌든 경제 용어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배울 수 있고 잠시나마 꿈을 꿀 수 있었다. 마치 한여름밤의 꿈 같다고나 할까. 아마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이것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경우라는 것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