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서가 다를 뿐 같은 회사에 다니는 A와 B는 집도 같은 동네이다. 그러다 보니 둘은 우연히 출근길에 만나기도 하고 퇴근길에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A가 B를 차에 태워 주게 되는 일이 자연스레 생겼다. 날이 갈수록 차를 태워 주는 횟수가 늘어 갔다. A의 차를 많이 얻어 탔던 B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B는 A와 점심을 같이 먹게 될 경우엔 자기가 A의 음식값을 내어 줄 때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 복도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고 있는 A를 만나면 B는 무거운 짐을 덜어 함께 날라 주었다. 어떤 날은 A가 B에게 돈을 꿔 달라고 했다. B는 거절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땅히 도와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A에게 돈을 꿔 주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주겠다던 돈을 한 달이 지나도 주지 않았다. B가 보기에 A는 그 돈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잊은 척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A에게 돈을 갚아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A만 나타나면 어떤 센 기에 눌린 것처럼 쩔쩔매며 대하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가 부탁하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 줘야 하는 의무감이라도 갖고 있는 듯한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비굴해지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만난 그에게 저녁을 사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B : 앞으로 차를 얻어 타지 않으려고 해요.

A :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죠?

B : 차가 밀릴 때가 많기도 하고 또 신세를 많이 지는 것 같기도 해서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해도 불편하지 않거든요. 그동안 매우 고마웠어요.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게요. 

 

 

A에게 이렇게 말한 B는 이날부터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앞으로 차를 얻어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것이다. ‘마음이 이렇게 편해지다니, 진작 그럴 걸.’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호의는 권력이었구나.’

 

 

 

 

 

2.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다음의 문장 한 줄을 읽었기 때문이다.

 

 

“호의는 강요적인 것이 되기 쉽다.”

 

 

이 문장이 들어 있는 문단을 소개한다.

 

 

 

 

 

지만 닥터 사우스는 지금 그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풀고 있다. 애매한 이유를 대고 제의를 거절하면 호의도 모르는 불손한 사람으로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필립은 되도록 사무적으로 보이려고 애쓰면서, 수줍은 태도로, 자기가 그 동안 절실하게 열망해 왔던 그 계획을 실천하는 일이 자기에게 왜 그처럼 중요한 일인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닥터 사우스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영악한 노인의 눈에 부드러운 빛이 떠올랐다. 그가 굳이 자신의 제의를 강요하지 않은 점이 필립에게는 더 더욱 고맙게 여겨졌다. 호의는 강요적인 것이 되기 쉽다.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461쪽.

 

 

 

 

호의가 권력이 되느냐 마느냐는 호의를 베푸는 자와 호의를 받는 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겠다.

 

 

 

 

 

............................................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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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5-0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이것도 정말 멋진 말이네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교훈을 어디서 얻을까요...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안타까워지네요.

페크(pek0501) 2014-05-07 13:05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책에는 정말 굉장한 것들이 들어 있다고 감탄합니다.
고로 책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자는 축복 받은 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