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자네 오늘 기분이 좋은 것 같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B 글쎄 저보고 삼십 대로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 뭡니까. 오십이 다 돼 가는데 말이죠.

A 자네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지만...

B 무슨 말씀이십니까? 맘 놓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A 그런 말 들었다고 다 믿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네. 진실을 놓치지 말라는 말일세.

B 무슨 말씀입니까?

A 자네가 알고 싶다면 내 생각을 말해 줄 수 있네.

B 말씀해 주세요.

A 사람이란 상대가 들어서 기분 나쁜 말보다 기분 좋은 말을 더 많이 한다네.

B 그럼 제가 삼십 대로 보인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가요?

A 그건 모르지. 거짓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B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A 내 말은 이런 것이네. 사십 대 후반의 자네를 보고 자네 나이로 보는 사람이 다섯 명이고 삼십 대로 보는 사람이 다섯 명이 있다고 치세. 이럴 때 자네에게 나이와 관련해 말해 줄 사람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사람들이라는 거네. 전자의 사람들은 대체로 침묵하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 가정을 해 보겠네. 자네를 본 열 명 중에서 자네를 나이에 비해 젊게 보는 사람이 세 명이고 자네를 나이에 비해 늙었다고 보는 사람이 일곱 명이 있네. 그럴 때 자네에게 나이와 관련한 말을 해 줄 사람은 그 세 명일세. 나머지 일곱 명은 자네가 젊어 보인다든지 늙어 보인다든지 하는 말을 일체 하지 않을 걸세.

B 그렇겠군요.

A 그렇다네. 그런데도 만약 자네가 늙어 보인다는 일곱 명의 생각을 무시하고 젊어 보인다는, 겨우 세 명의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그런 경우에 오히려 진실은 자네가 늙어 보인다는 쪽에 더 가까이 있는 건데 말이야. 열 명 중 일곱 명의 생각이면 칠십 프로의 사람들의 생각이니 과반수가 넘지 않나.

B 그렇게 되겠네요.

A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자네가 젊어 보인다고 말한 사람들이 진짜 느낀 대로 말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네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해 빈말로 한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네.

B 그렇다면 진실은 칠십 프로에서 더 올라가겠네요.

A 그렇게 되겠지.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네. 칭찬을 다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2.

A 내 친구가 그러더군.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이어서 육십 대 중반인데 자기가 아저씨로 보이는지 할아버지로 보이는지 확실히 아는 방법이 있다는 거야.

B 그 방법이 무엇인가요?

A 지하철을 타는 거라고 하네. 그 친구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보면 안다는 거야. 빈자리가 생겨 젊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자리를 양보할 때가 있대. 그럴 때 예전엔 사람들이 자기한테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더군.

B 그분 기분이 상하셨겠네요.

A 처음엔 놀랐다고 하더군. 진실이란 그렇게 불편한 구석이 있을 때가 많지. 누구나 자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큼은 젊어 보일 거라는 착각을 하지. 그러나 언젠가는 나이를 속일 순 없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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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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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4-1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은 재밌.. 으면서도 뭔가 마음이 곤두서게 만드네요. 칭찬이 유효할 만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실한 칭찬인지. 말이란 것은 참 들을 수록 할수록 겁이 나는 거 같습니다. 겁만 내서는 진짜 칭찬도 진짜 진실도 놓치겠지만 말이에요.

페크pek0501 2014-04-18 13: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런 메시지엔 대화체가 효과적일 것 같아서 써 봤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쓴 셈이에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하지만 이런 글을 쓴 사람이 저말고 또 있는 건 아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