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을 뽑으라면 이 글을 뽑겠다.

 

 

....................
“넌 그럼 평생 그냥 이렇게 살 거야?”
“모르지. 남들 사는 대로 확 전향해버릴까 싶을 때가 가끔 있기도 한데. 그보다는 명랑사회 건설의 암세포 취급을 당할 때가 수천 배는 많거든.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바로 그 악명 높은 30대 백수 독신남이잖냐. 그렇지만 천하에 한심한 놈인 양 꼬나보는 시선 앞에서는 목 놓아 외치고 싶지. ‘흥, 삐뚤어질 테다!’
정이현 저, <달콤한 나의 도시>, 112쪽.
....................

 

 

 

‘흥, 삐뚤어질 테다!’

 

 

하하하~~~. 이렇게 나랑 똑같은 심리가 작동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다. 신기하다.

 

 

내가 그렇다. 서재에 글을 올리고 나서 나중에 공감 수를 봤더니 0이다.

 

 

그런 경우에,

‘아, 왜 0이지? 그렇게 후진 글인가? 다음부턴 잘 써야지.’ 하고 마음먹는 게 아니라

 

 

‘0이란 말이지? 계속 0이어라. 누가 공감을 누르기만 해 봐라. 난 앞으로도 쭉 후진 글을 올릴 테다. 더 더 후진 글을 올릴 테다’ 하고 마음먹게 된다.

 

 

왜 그럴까, 하고 지금 생각해 봤더니 일종의 ‘자기방어’인 셈이다. ‘더 후진 글을 올릴 테다.’ 하고 마음먹어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앞으로도 쭉 후진 글을 올릴 테다.’

 

 

‘뻔뻔해질 테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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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6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4-10-17 12:42   좋아요 0 | URL
제 글을 보실 줄 몰랐어요. 영광입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세실 2014-10-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페크님 귀여우세요~~~~
삐뚤어지는거 보고 싶어서 공감 안누를까 하다가 눌러요.
공감 백개 눌러주고 싶어라^^
전 공감0, 댓글0 이면 스스로 공감 눌러요. 비로그인 상태에서 가능해요. ㅎ

페크pek0501 2014-10-17 12:41   좋아요 0 | URL
호호호~~~ 나, 비뚤어질 뻔했네...
스스로 누르신다고 말씀하시다니... 아, 이 솔직함이여!!!!!!!!!!!
여러 번 느낀 건데 세실 님은 매력적인 데가 있어요. 인기맨이죠?

저는 완전범죄 스탈이라서 절대로 글 올린 PC는 안 건드려요.
공감을 누른다면 스마트폰으로 누르겠어요. 이게 완전범죄죠... ㅋ

그런데 말이죠. 저는 무슨 똥고집인지 공감 수가 낮으면 이렇게 생각 드는 거예요.
`흥, 공감 수가 낮다고 내가 누를 줄 알아?`
하하하~~~ 이 무슨 사춘기 소녀의 삐딱선일까요? 호호~~

세실 2014-10-17 16:17   좋아요 0 | URL
음 이번주 월욜부터 어제까지 매일 매일 약속이 있었어요~~~
신랑이 일찍 들어와서 아이 밥 먹여 학원 보냈어요.
더구나 화욜엔 소주 1병이랑 맥주 마시고 집에와서 확인까지 했다는..ㅎ
이 정도면 인기쟁이?
고3 엄마가 아니어요....ㅜㅜ
오늘은 인근 절로 혜민스님 만나러 갑니다^^ 기대 만땅입니다.

저는 글도 계속 수정하고, 댓글 몇개 달렸나 하루에도 몇번씩 확인한답니다.ㅎ

페크pek0501 2014-10-17 14:39   좋아요 0 | URL

어휴... 인기쟁이로 님을 임명합니다요...
그러니 님은 얼마나 바쁘시겠습니까? 매일 출근에다 인기맨으로서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니...
저는 체력 부족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친구 만남을 허용합니다요. 두 번이면 한 번은 다음주로 미루는 스타일... ㅋㅋ 안 그러면 제가 할일을 다 못해요.

아, 혜민 스님의 글 좋았어요. 저도 오늘 절에 갑니다. 가까운 곳, 새로 찾은 절이 있어서요.
고3엄마 흉내 좀 내 보려고요. 으음~~ 다른 엄마들이 하는 건 다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인터넷으로 찾았는데 절의 풍경이 멋져요. 이것저것 살펴보고 맘에 들어 자주 가게 되는 곳이었으면 해요. 멋진 산책도 하고 오겠습니다. 나무가 많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은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산책도 하고 사색도 하고...
오는 길에 세실 님 만나서 차 한잔 하면 금상첨화인데... 언젠가는 그런 날 오리라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
 

 

 

1. 사고 싶은 책 세 권

 

 

신문은 매일 흥밋거리를 선사하지만 특히 토요일의 신문은 신간을 안내하는 지면이 있어 더욱 그렇다. 신문을 보고 이달에 사고 싶은 책이 세 권 생겼다. 사실 사고 싶은 책이 어디 세 권뿐이겠는가. 더 많았지만 ‘구입 욕망’을 절제하는 힘을 발휘하여 세 권으로 줄인 것이다.

 

 

....................
<고백의 형식들> : 이성복 산문집. 1976년에서 2014년 사이에 씌어진 산문 21편을 담고 있다. () 이 책의 여러 산문들이 품고 있는 사유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이 세상은 어떠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물음들은 냉정한 자기 성찰과 세상 모든 ‘입이 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다양한 형식의 고백들로 그를 이끈다. - (알라딘 제공, 책소개)에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 : 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 (알라딘 제공, 책소개)에서.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일리치가 현실 변화의 가능성을 열정적으로 모색하던 격변의 사상 전환기에 쓴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그의 저서 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새로운 사회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분명히 제시하는 저서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기의 사상가가 암울한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희망이 어둠 속에 별처럼 빛난다. - (알라딘 제공, 책소개)에서.
....................

 

 

 

 

 

 

 

이성복 저, <고백의 형식들> : 시를 잘 쓰는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저자의 산문집을 본다면 팬이 될 것 같다. 나와 친한 글쟁이 친구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꼽는 저자이기에 꼭 한 번은 산문집을 사 보려고 했는데 마침 신간이 나와 이번에 구입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저자를 존경하게 될 것 같네.

 

 

 

 

 

 

 

 

 

 

 

 

신형철 저,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이미 <느낌의 공동체>를 읽고 팬이 되어 버려 주목하고 있는 저자인데 이번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영화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네.

 

 

 

 

 

 

 

 

 

 

 

 

 

이반 일리치 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학교 없는 사회>를 쓴 저자의 또 다른 저작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이 책이 나에게 어떤 각성을 촉구할지 기대되네.

 

 

 

 

 

 

 

 

책 책 책! 책에 대한 내 열정은 끝이 나지 않는구나. 

 

 

 

 

 

 


 
2. 행복의 조건은 열정

 

 

행복의 조건 중 하나는 ‘열정’이 아닐까. 무엇에 대해서든 열정이 있는 한,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을 애착이라고 해도 좋겠다. 자신의 마음을 끌리게 하고 애정을 갖게 하고 열중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한,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무엇이란 낚시일 수 있고 바둑일 수 있고 야구일 수 있고 등산일 수 있고 책일 수도 있다.

 

 

내 삶에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아는 정신을 가졌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책에 대한 열정을 가졌다는 점이다. 만약 내 삶에서 책을 뺀다면 내 행복의 반 이상이 날아가 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책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시작한 건 1992년 가을이었다. 그러니까 22년 전부터 책에 미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1992년은 내 삶에서 참 뜻깊은 해이다. 결혼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던 내가 삶의 변화를 찾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해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해에 나는 두 개의 일을 찾았다. 모 잡지사에서 ‘자유기고가’라는 자리를 얻어 일하게 되었고, 모 기관에서 운영하는 소설반에 등록하여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글 써서 돈 버는 일이 생긴 것도 좋았지만,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가 직접 강의하는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 게 더 좋아서 설렘과 흥분을 느꼈다. 집에서 애 키우면서 갇혀 지내다가 친정에 애를 맡기고 소설 강의를 들으러 갈 땐 마치 내 몸에 날개라도 달린 듯 신이 났다.

 

 

소설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생겼고 그 열정이 책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아마 내 생애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때가 그때(1992년~1993년)가 되리라. 한 달에 열 권 정도 읽으며 지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많이 읽진 못하리라. 모 잡지사에 한 달에 한 번만 인터뷰 기사를 써서 보내면 되었고, 일주일에 두 번만 소설 강의를 들으러 가면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책을 읽은 적도 있다. 그때 책을 읽고 나서 줄거리와 인상 깊은 구절을 빼곡히 적어 놓은 노트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이 노트는 책에 대한 그때의 내 열정을 증명한다. 

 

 

아, 책에 대한 그때의 내 열정을 증명해 주는 게 또 있다. 그때 소설 강의를 함께 듣던 사람이 나를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말해 주었는데, 그 세 단어 중 하나가 ‘열정’이었던 것. 나를 ‘열정, 순수, 명료’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열정은 물론 책에 대한 열정을 말함이다. 남에게도 내가 꽤 열정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그런데 내가 순수하고 명료했나? 이건 무엇을 말함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순수’는 맘에 들지 않는다. 나이 값을 못한다는 것 같아서. ‘명료’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단순하다는 것 같아서. ‘열정’은 맘에 든다. ㅋ)

 

 

1992년에 만약 내가 남자와 연애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까지 열정을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과의 연애는 2~3년이면 뜨거움이 식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사람과의 연애가 아니라 책과의 연애였기에 지금까지 22년 동안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쭉 사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게 그 열정의 지속을 말해 준다.

 

 

 

 

 

 

 

 

3. 행복은 불행을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한 법

 

 

매달 사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사고 싶은 책이 있는 한, 나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울 때가 있다. 행복은 불행을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한 법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대사.

 

 

....................
“아, 참 기억나요……?” 그녀가 덧붙였다. “……자동차 운전에 관해서 우리가 주고받았던 대화 말이에요.”
“그럼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부주의한 운전자는 또 다른 부주의한 운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안전하다고 당신이 그랬지요? ()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위대한 개츠비>, 249쪽.
....................

 

 

 

 

 

 

 

 

 

 

 

 

 

 

 

 

 

 

 

 

 

부주의한 운전자는 또 다른 부주의한 운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안전하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행복은 불행을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한 법이다. - 페크

 

 

지금 가을이니 머지않아 겨울이 오겠다. 겨울이 되면 걱정되는 게 있다. 얼음이 언 길이 미끄러워서 연로하신 친정어머니가 넘어지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우리 시어머니가 지난겨울에 그런 사고가 나서 두 달 넘게 입원하신 적이 있다.) 만약 그 사고로 골반의 뼈에 금이 가서 입원하게 되고, 혼자서 화장실을 갈 수가 없게 되어 내가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어쩔 것인가? 그래도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불행 한 방이면 모든 행복은 끝이 나는 것.

 


행복은 불행을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한 법.

 


그래서 나는 책을 구입할 생각으로 행복한 지금,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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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0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2년이 pek님에게 변곡점이 되었군요. 저도 잠시 기억을 되살려보았습니다. 난 1992년에 무얼 했더라...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네요. 집과 직장을 왔다갔다하던.
22년동안 지속된 열정이라면 그건 앞으로도 계속 갈 거라 봐도 되는거겠지요.
<고백의 형식들>이라는 제목이 좋아요. 우리가 여기 와서 끄적거리는 모든 글도 사실 일종의 고백이 아닐까 싶고요. 그러니까 이것도 고백의 한 형식이 아닐까.
오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4-10-09 17:58   좋아요 0 | URL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가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을이 1992년 가을이에요. 지금의 나를 만든 가을이었죠. 독서 노트와 소설 강의 시간에 쓸 노트를 사러 다녔죠. 신세계에 입문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전업주부가 새 세계에 대한 달콤함을 맛보던 시간이었어요.만약 그 변곡점이 없었다면 지금쯤 따분하게 살고 있을지 몰라요.

22년 동안 그래 왔으니 앞으로 22년 동안도 책과 함께 살 수 있으리라 믿어요.
책에 대한 열정이 식는 날이 온다면 그땐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그런 날이 오진 않으리라 생각해요.
쓰고 보니 진짜 저의 고백이네요.ㅋㅋ 쓰면서 정리가 됐어요.

세실 2014-10-1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발생할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기 - 세실. ㅎㅎ
읽고 싶은 책이 있는한 저도 행복합니다.
`열정, 순수, 명료` 좋은걸요^^ 님이 더 좋아집니다.

오늘 우리도서관 인문학서평쓰기 모임을 했는데요. 토론도서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였어요.
엄마들 반응이 매우 뜨거웠답니다. 감동+행복!! 제가 추천한 책이었거든요^^
이럴때 막 보람을 느끼고 열정이 생겨요^^

페크pek0501 2014-10-11 15:31   좋아요 0 | URL
책은 도끼다, 저도 그거 재밌게 읽었습니다. 문학이 뭔지 복습한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았고요. 뭔가 배울 수 있는 책은 늘 흥미로워요.

보람과 열정이 늘 님과 함께하시길...

아름다운 가을 보내시고 계신가요?

노이에자이트 2014-10-10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이란 그 밑바탕이 의외로 약해서 무너지기 쉬움을 불행이 닥치면서 알게 된다고 하는데...정말 그래요.특히 안정된 수입이 갑자기 끊기면 가정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죠.가정의 화목함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죠.

페크pek0501 2014-10-11 15:34   좋아요 0 | URL
행복이란 게 그런가 봐요. 영원한 행복이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무서워지죠.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안정된 수입이 끊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이렇게 후진 글에도 댓글을 쓰러 달려 오신 두 분이 있어서
오늘 행복합니다.
저의 후진 글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ㅋ ^^
 

 

 

한 친구가 털어놓은 말은 이러했다. 친구들만 만나고 오면 우울해진단다.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화제로 떠들어댈 때 외국에 한 번도 간 적 없는 그녀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멍하니 듣기만 한다는 것. 그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것. 어느 나라가 볼거리가 많다느니, 어느 도시가 음식이 맛있다느니 하며 신나게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 자기만 빼고 다들 외국에 한 번씩은 갔다 온 것 같단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 또 한 번 초라함을 느꼈는데, 그들이 모두 자기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할 때 그녀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 기분에 공감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데 왜 우린 자신의 강점은 보지 못하고 남의 강점만 보게 되는 걸까. 왜 남의 약점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만 생각하는 걸까.

 

 

이런 일이 있었다. A라는 여성이 몸이 뚱뚱해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식품을 먹었는데 그만 부작용이 났다. 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이다. 그녀는 다이어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날씬한 몸매를 가진 친구 B란 여성을 부러워했다. B의 외모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장인으로 활력 있게 사는 것도 부러워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B는 A를 부러워했다는 점이다. B는 A가 애처가 남편을 둔 것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음을 부러워했던 것. 이 두 여성은 각각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불만만을 토로하였다.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 보면 좋을 텐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상대의 강점만 부각시켜 보았다. 그래서 기혼 여성들은 동창회만 갔다 오면 그날 부부 싸움을 한다는 말이 있나 보다. 자신보다 더 잘 살고 있어 보이는 친구를 보고 나면 속이 상해서 남편에게 그 화풀이를 하게 되어 싸우는 것이다.  

 

 

비관주의는 기분에서 비롯되고, 낙관주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관하게 되는 기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낙관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기분이 노력하지 않고도 그냥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면, ‘의지는 노력하려고 마음먹어야만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남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강점이 하나라도 있게 마련이니 그것을 찾는 마음을 가지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저 사람은 안경을 썼으니 불편한 점이 있겠고 그러니 안경을 쓰지 않은 나는 행복하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이지만 저 사람은 나보다 키가 더 작으니 내가 더 행복하다. 사고 날까봐 조심하며 운전하고 다니는 친구보다 버스 타고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마음 놓고 졸기도 하는 내가 더 행복하다. 부자 친구보다 독서를 즐길 줄 아는 내가 더 행복하다.’ 
  

 

수평선은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게 수평선이다. 그저 멀리서 보니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서 아름답게 보이는 선이다. 남에게도 고민거리가 있을 텐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점만 보는 것은 수평선처럼 남의 인생을 멀리서 보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 안을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평소에 부러워하던 사람과 인생이 바뀐다 해도 아마 인간은 또 다른 수평선을 보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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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0-0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노력이 현명하겠지요.
제가 그러고 삽니다^^
우리는 책만 구입하면 행복해하는 책 부자~~~~
요즘 책베개에 필 받았어요. 기대 이상으로 예뻐요. ㅎㅎ

페크pek0501 2014-10-08 11: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럴 것 같은 님이 좋습니다.
저도 돈 부자보다 책 부자가 되는 게 더 좋아요. 만약 책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설령 제가 돈 부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덜 행복할 듯해요.

책 베개, 저는 없어요. 요즘 인기더라고요. ^^

추신...........................................................

위 글의 마지막 문단을 고쳤어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늦잠 자고 나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말이 안 되더라고요. 고친 글도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ㅋㅋ

아, 글쓰기, 어려워 죽겠어용...
 

 


1. 여러분도 나처럼 그런 경험이 있나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경험.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보다 남들이 더 잘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행복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운이 좋은 것 같은 느낌. 그런 남들의 뒤꽁무니에 붙어 따라가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한 번씩 드는 것.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럴 땐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고.

 

 

그런데 나, 싫은데 어쩌나. 아래 말고 위를 보고 싶은데.

 

 

 

 

 

 

 

2. 얼마 전, 병문안을 갔다. 사촌 여동생이 유방암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간 것이다. 고모의 딸로 두 남매를 둔 사십 대 동생이다. 나에게는 고모가 되는 자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내가 평소에 대견하다고 여기고 있는 동생이다.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다행이라지만 치료 부작용으로 식욕이 없어 밥을 먹기 힘들고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단다. 그런 동생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면서 갔다. 동생의 집에 도착하니 환자는 없고 고모와 애들만 있다.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잠깐 외출했다고 한다. 나는 ‘환자가 은행에 가도 되는 건가?’ 하고 놀랐는데, 이웃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단다. 잠시 뒤 모자를 쓴 동생이 들어오는데 미소 짓는 환한 얼굴이다.

 

 

“언니 왔어?”

 

 

환한 얼굴로 던진 이 한마디에 나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환자로서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겨내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3. 사촌 동생의 집에서 돌아오며 생각한 게 ‘감사하자.’였다. 사촌 동생처럼 암과 투병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TV에서 통풍이란 병의 고통에 대해서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름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프면 그런 표현을 할까.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다.

 

 

나, 병에 걸리지 않음에 매우 감사하게 되네. 겸허해지네.

 

 

 

 

 

 

 

4. 또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책광인 것. 

 

 

집에 책이 많다. 책 관리에 있어서 내 나름대로 원칙이 있는데, 새로 구입한 책은 다 읽어야만 책장에 꽂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 책상 위에도 책상 밑에도 가득하다.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다. 예를 들면 사고 싶은 책은 한 달에 다섯 권이 넘는데 읽은 책은 한 달에 고작 두세 권이다. 도대체 사고 싶은 신간은 왜 그렇게 많은 건가. 매달 한 번쯤은 ‘쌓여 있는 책을 두고 신간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등한다.

 

 

어쩌면 나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이 아닐까 생각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다. 어떤 때는 책이 참 잘 생겼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내게 가장 즐거운 쇼핑은 책 쇼핑이다. 만약 내가 책 쇼핑만큼이나 옷 쇼핑을 좋아했다면 멋쟁이가 되어 있으리라. 멋쟁이는 못 되었지만 옷보다 책을 좋아하는 것에 만족한다. 책이 주는 행복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광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5. 또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글쟁이인 것.

 

 

글을 써야지, 하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말이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그 시간을 지켜 글을 써야 한다는 점과, 그 시간이 닥치면 어떤 변명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87쪽)” <작가 수업>의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의 말이다. 어느 시간에 글을 쓰기로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변경하여 다른 시간에도 글을 써 보라고 한다. 단, 한번 시간을 정했으면 무조건 그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 한마디로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는 게 습관이듯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겠다.

 

 

하루 중 언제 글을 쓰는 게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서 30분만 일찍 일어난다면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30분 동안 글을 쓰는 게 가능할 것이다. 또는 아침을 먹고 나서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 나의 경우엔 이 시간이라면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아침에 해야 할 일(예를 들면 식구들의 아침 식사 준비 등)을 끝내 놓고 아침을 먹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되면 30분에서 점점 시간을 늘리면 된다. 

 

 

그런데 우리 알라디너처럼 매달 글을 꾸준히 올리는 사람들은 이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겠다. 이미 글을 쓰는 습관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그거다. 내가 습관처럼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글쟁이가 되어 버렸다는 것. 글쓰기로 행복하다는 것.

 

 

내가 글쟁이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 글쟁이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내게 부적절한 말일 수 있고(내겐 직업이 아니니까), 남에겐 실례가 되는 말일 수 있으나(낮잡아 이르는 말이니까) 나는 ‘글쟁이’라는 말이 좋아 애용한다. 

 

 

 

 

 

 

 

6.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나보다 남들이 더 잘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행복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운이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도 불평불만을 품지 않기로 했다.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후기>................................

 

 

- 생각해 보니 내가 글쟁이가 되도록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것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이 없었더라면 이 서재에 올린 284편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마이리뷰 23편, 마이페이퍼 261편을 썼다.) 그래서 난 ‘알라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또 생각해 보니 내가 글쟁이가 되도록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존재가 또 있다. 바로 방문자들이다. 방문자들이 없었다면 이 서재에 올린 284편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데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래서 난 방문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 내가 감사할 것에 대해 노트에 써 본다면 백 가지 이상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감사할 일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불평불만을 없애는 시간이 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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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9-2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쟁이인 것에 감사드리죠 글이 아니었다면 방송에 나오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저 역시 알라딘이 제 글쓰기 아카데미였어요. 그래서 제가 알라딘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있는 거구요. 글쓰기는 여전히 제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만,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글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부담이 되고 있긴 합니다 글쓰기의 즐거움도 조금은 줄어들었구요. 뭐든지 의무로 하면 덜 즐거운 듯해요 글구 유방암은 정말 무서운 병이죠. ㅠㅠ 쾌유를 빌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4-09-29 08: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동생 꼭 쾌유할 거예요.
의무로 쓰는 글, 덜 행복하겠는데요. 아무래도 자유로운 글쓰기가 최고죠.
알라딘에 대해 님도 저랑 동지군요. 반갑습니다.
비가 옵니다. 비 오는 날의 좋은 분위기를 만끽하며 보내시길...

단발머리 2014-09-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꿀꿀한 아침에 페크님 글을 읽고 힘을 얻습니다. 투병중에도 씩씩하신 여동생분 꼭 털고 일어나실 거예요.

페크님, 질문이 있어요.

저같은 경우는 책을 읽은 후에라야 글을 쓰게 되거든요. 제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은 후에 감상이나 감동에 의지해서 글을 쓰게 되는데요. 읽은 책의 양이 적을 때, 글을 쓰기로 정한 시간이 되었다면, 어떻게 글쓰기를 이어가면 좋을까요? 쓰고는 싶지만, 무얼 쓸지 모르는 경우에요. 아~~ 쓸게 없다, 이러면 안 될 것 같구요. 글쟁이님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하는 알라디너입니다.^^

페크pek0501 2014-09-29 10:48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그런 질문에 답변할 자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님은 이미 잘 쓰고 계시는 걸요.
하지만... 주제넘게 답변을 하자면...

1.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창밖의 풍경을 묘사해도 좋겠고요. 그것을 본 자신의 기분, 정서 등을 표현해도 좋을 것 같고요.
어제 또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 하나를 잡고 쓰기 - 제가 병문안 간 일을 쓴 것처럼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나열해 쓰기, 고민에 대해 쓰기
내 인생에서 불평불만인 것, 또는 바라는 것, 미래 계획을 쓰기
뉴스의 사건 사고를 접하고 느낀 점 쓰기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말을 옮겨 적고 느낌을 쓰기, 또는 변형해 쓰기
인상 깊었던 책 구절 쓰고 느낌을 쓰기 또는 변형해 쓰기
계절에 대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에 대해 쓰기
속상한 일에 대해 쓰기, 기뻤던 일에 대해 쓰기

이렇게 쓰다 보면 문장력도 키우게 되고 이 중에서 좋은 글감 하나 건질 수 있을 듯해요.
이상으로 주제넘은 답변을 마칩니다.

2. 이런 뻔한 답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거고요.
실은 저도 뭘 써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1인입니다.

3. 참고로 제가 2014-07-02에 올린 글을 봐 주세요. 미셸 투르니에의 조언의 글입니다.

4. 저의 경우엔 이웃 서재에 댓글을 쓰다가 글감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끄집에낸다는 점에서 댓글 쓰기가 좋은 방법 같아요.
한 가지의 주제로 길게 쓰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요...

5. 다시 말씀 드리는 거지만 저도 뭘 써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1인입니다.
과거에도 헤맸고 현재에도 헤매고 미래에도 헤맬 것 같은 1인입니다.
쓸 게 없어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페크pek0501 2014-09-29 10:50   좋아요 0 | URL
제가 2014-07-02에 올린 글입니다. 미셸 투르니에의 조언입니다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25쪽.

단발머리 2014-10-06 08:38   좋아요 0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글을 읽고 문득 깨달은 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글을 쓸 때 `리뷰`로 한정지어서 생각하다 보니, 경험이나 느낌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왜냐하면 글을 쓴 후에 알라딘서재에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개인적인 것들은 올리기가 어려웠거든요. 사실, 제 개인적인 일상을 누가 궁금해하겠습니까??? ㅋㅎㅎ

그런데, 페크님 말씀을 읽어보면서 깨달은 건, 모든 글을 알라딘서재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네요. (이런 무슨.....)

물론, 저는 많이 속상할 때도 글을 쓰기는 하지만, 그런 글쓰기도 글쓰기라는 건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계절에 대해, 속상한 일에 대해, 기뻤던 일에 대해, 감사한것, 내 인생에서 불평불만인 것에 대해서도 글을 쓸 수 있겠더라구요. 그렇게 쓰면 일정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도 편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세요~~~~~~~~~~~ ㅎㅎ

페크pek0501 2014-10-07 20: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몸둘 바를 모르죠. 하하~~
제 경험에서 하나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행복에 대해서, 불행에 대해서, 건강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등등, 각각 쓰는 파일이 있고 그것을 모아 놓은 폴더가 있어요. 그래서 어떤 글을 쓸 때 관련된 게 있으면 그 파일에서 몇 문장을 가져온답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정에 대해서` 몇 줄 쓰는 게 저축인 것이고 결국 글 잘 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흐흐 기대만... 합니다. ^^

stella.K 2014-09-2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좋습니다.
어제 예전에 제가 주일학교 교사로 있을 때 알았던 제자 녀석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초기라고 해서 다행이긴 한데 녀석이 얼마나 심난할까 싶더군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10년 전에도 초기 암으로 수술을 받았었다는군요.
아파 본 사람이 더 담대해지나 봅니다.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라
걱정하는 내가 더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전 뭐 했나 싶더군요. 10년 전이나 그 10년 후나 나의 건강에
얼만큼 감사했는지...

문득 일상이 지루하긴 한데 또 그것이 주는 안온함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요.
놀랄 일이나 걱정할 일이 없다는 거니까.
일상을 떠나 보면 알아요. 하지만 또 자칫 퇴보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것이기도 하죠. 아, 정말 인간이란...ㅠ

페크pek0501 2014-10-01 12:13   좋아요 0 | URL
발전이야 퇴보냐, 만족이냐 불만족이냐... 만족하면 행복한 대신 발전이 없고, 불만족이면 행복하지 않는 대신 발전이 있을 수 있고... 어렵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 그것은 인생입니다.

잠시 활동을 쉬시는 줄 알았어요. 자주 봅시다. 댓글을 반갑게 접수합니다. ^^

세실 2014-09-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참 솔직하신 페크님^^ 위를 보고 사세요~~~~ ㅎㅎ 그래야 발전도 있을듯요^^
2. 전 가끔 10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신 제 멘토 선배님이 생각납니다. 참 의욕적으로 일 하셔서 존경하던 유일한 선배님이었는데......지금도 눈물이 글썽글썽. ㅜㅜ
3. 저도 독서광이 아닌 책광입니다. 책을 사놓고는 못 찾아서 또 사고.....도서관책은 류별로 분류하면서 집에 있는 책은 아무렇게나 꽂아두었거든요.
4. 요즘 글쟁이에 한계를 느껴요. 과연 나는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재주가 있는걸까요? ㅜ

페크pek0501 2014-10-01 12:17   좋아요 0 | URL
1. 위를 보고 살까요?
2. 아는 누군가가 떠날 때마다 우린 힘들겠지요?
3. 그래서 제가 알라딘 한 군데에서만 책을 삽니다. 제가 또 산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기능이 있잖아요. 저도 책광...
4. 한계를 자주 느끼는 접니다. 만약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면 직업을 아예 글쓰기로 택하는 건데... 그건 아닌 것 같아 아직도 직업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세실 님, 가을입니다. 어젯밤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었네요. 좋은 가을 보내요 우리... ^^

노이에자이트 2014-09-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을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같은 연배에 비해 고학력이고, 글도 잘 쓰고, 명절날 시댁식구와 잘 지내고...

페크pek0501 2014-10-01 12:1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웃겨요. 님의 유머는 아니겠지만 유머로 읽게 됩니다.
자기 삶에 감사하려 들면 백 가지가 넘을 것 같고, 또 불평을 하려 들면 그 역시 백 가지가 넘을 것 같아요.
이왕이면 감사하는 쪽으로 삶을 봐야겠지요?
행복한 가을이 되시길...
 

 


 

최근에 일을 하나 추가했더니 바쁘다. 글을 써서 올릴 마음의 여유도 없고 이웃 서재의 글을 읽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지냈다. 이렇게 바쁜 건 싫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속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건 바쁨의 장점이다. 어쩌면 그 맛에 바쁨을 유지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바쁜 일을 끝내고 나서 느끼는 휴식의 달콤함이 나는 좋다. 무지 좋다. 마치 어떤 날 샤워하긴 귀찮지만 샤워를 끝내고 나서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은 것처럼.

 

 

바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글씨가 빼곡히 찬 노트에서 어쩌다 만난 빈 페이지처럼 별다른 일이 없는 빈 시간이다. 물론 빈 시간이 늘 이어진다면 이런 시간이 좋을 리 없다. 바쁜 자만이 빈 시간의 매력을 아는 법이다.

 

 

모처럼 만난 빈 시간에 이 글을 쓴다.

 

 

 


1.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나니 밀란 쿤데라는 사람을 두 종류로 구분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무가치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만약 당신이 보잘것없는 것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밀란 쿤데라와 같은 편에 설 수 있으리라.

 

 

<무의미의 축제>는 이야기가 쭉 이어지지 않고 툭 툭 끊어지는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게 읽혀진다. 이야기가 주는 흥미는 없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이 소설의 강점이다.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으로 다음의 글을 뽑는다.

 

 

....................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96쪽.
....................

 

 

명절 스트레스로 추석 뒤에 이혼 상담이 부쩍 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명절에 촉발된 부부간 불화는 실제 파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절이 있는 달의 이혼신청 건수는 전달에 비해 평균 11.5% 높았다”(경향신문, 2014. 09. 18.)고 한다.

 

 

명절에 촉발된 부부간 불화, 이것은 명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명절에 대해 진지하지 않게 생각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우리가 어떤 불행한 상황에 직면한다고 해도 그 상황에 대해 진지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될 경우에 진지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병도 알고 보면 진지한 태도 때문에 생긴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것도 알고 보면 명절을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나의 경우, 한가롭게 생활하는 중에 명절이 다가올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바쁘게 생활하는 중에 명절이 다가올 때 스트레스를 적게 느낀다. 바쁠 땐 그만큼 명절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그것에 마음이 좌지우지하는 정도도 약할 수밖에. 

 

 

커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책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면 맛을 제대로 느껴 보지도 못한 채 커피를 다 마셨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책에 마음을 빼앗겨서 커피를 음미할 마음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바쁜 일에 마음을 빼앗기면 명절을 음미할 마음이 남지 않아서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명절을 싫어하듯이 사실 나도 명절이 싫다. 예전엔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대구를 갔다 왔는데 차가 밀려서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도착하곤 했다. 아이들이 커서 이젠 KTX 열차를 타고 다닌다. 좌석표를 구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이고 입석표도 간신히 구해 타는데, 열차 안에서 두 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 하는 명절이 즐거울 리 없다. 어디 그뿐이랴. 시집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집에 갈 때까지 일을 한다. 2박 3일 동안 이렇게 보내야 하는 명절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며느리가 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시집 식구들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내 몸이 고단하다고 해서 누굴 탓하겠는가. (며느리인 내가 일을 해야지 누가 한단 말인가? 81세이신 시어머니만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기 시집에 가서 며느리 역할을 해야 하는 시누이가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엌일에 서툰 남편이 일을 해야 하는가?) 어쨌든 시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시어머니다. 시누이들도 자기 시집의 일을 끝내고 친정에 오면 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럼 남편은?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느라 돈벌이로 매일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이런 남편을 명절까지 부려먹어야 한단 말인가?

 

 

내가 며느리로서 명절 음식을 만드느라 고생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음식을 결국 내가 싸가지고 온다. 싸온 음식으로 며칠 동안 반찬 걱정 없이 산다. 그러니 내 남편과 내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시집에서 만들었을 뿐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우리 집에서 음식 만들며 보낼 시간을 시집에서 보낸 것뿐이니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불만이 있다면 이 나라의 명절 문화에 불만이 있겠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명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명절이 다가올 즈음 바쁘게 살며 딴 생각에 몰두하기. 그래서 명절을 보낼 때 마치 소나기 한 차례 맞듯 가볍게 지나치기. 이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다.

 

 

내가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으로 다음의 글을 뽑는다.

 

 

....................
“(…) 네 성(性)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133쪽.
....................

 

 

중요한 것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내 얼굴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내가 어떤 시대 어떤 나라에 태어나는지,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는지 등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네. 이런 중요한 것들이 아닌 사소한 것들에 주목해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들이네.

 

 

다음의 글도 주목해 볼 만하다.

 

 

....................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런데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알기는 하는 걸까?) 밥벌이를 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82쪽.
....................

 

 

우리는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적합한지 알 수 없다. 뭐든 직접 해 봐야 아는 것인데 세상에 있는 그 많은 일들을, 그 많은 직업들을 어떻게 경험해 볼 수 있겠는가.

 

 

다음의 글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잘 표현한 대목으로 뽑는다.

 

 

....................
역사 속 서로 다른 지점에 세워진 전망대에서 사람들은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한다고 라몽이 자기 이론을 피력했을 때, 알랭은 즉각 자기 여자 친구를 떠올렸는데,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이라 해도 서로 태어난 날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들의 대화란 서로의 독백이 대부분 이해되지 못한 채 그저 뒤얽힌 것일 뿐임을 여자 친구 덕분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81쪽.
....................

 

 

서로의 독백이 대부분 이해되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네.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였다고.

 

 

....................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33쪽.
....................

 

 

 

 

 


 

 

 

 

 

 

 

 

 

 

 

 

 

 

 

 

 

 

2.
오래전 마르셀 프루스트 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한 권의 책으로 읽었다. 물론 완역본이 아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살펴보니 민음사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전 4권으로 나와 있고, 국일미디어에선 전 11권으로 나와 있다. 프루스트를 알기 위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흥미를 느끼면 그때 프루스트의 저작을 읽어도 될 테니까.
 

 

 

  

  

 

 

 

 

 

 

 

 

 

 

 

 

 

 

3.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은 프루스트의 작품과 삶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해 주는 책이다. 프루스트의 글을 분석적으로 해설해 놓은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1)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2)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3)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 4) 성공적으로 고통받는 방법 5)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등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서 이런 제목들에 끌려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 두 작가의 렌즈를 통해서 ‘인간’을 보게 된다. 프루스트의 렌즈를 통해서,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렌즈를 통해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재밌어서다. 재미가 없다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엔 재밌는 게 많이 있는데 왜 하필 책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책은 ‘유익함을 얻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만 있고 ‘유익함을 얻는 즐거움’이 없다면 그 재미에 언젠가는 싫증나고 시시해져서 책 읽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책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이 있는데 그중 지혜를 얻는 것을 으뜸으로 치겠다.

 

 

지혜를 얻는 방법에 대해 말한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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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생님을 통해서 고통 없이 얻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럽게 얻는 것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쪽의 지혜가 훨씬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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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을 변형해 이렇게 써 본다. ‘사람이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을 통해서 고통 없이 얻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럽게 얻는 것이다. 물론 고통스럽게 얻는 지혜가 훨씬 더 우월하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으로 얻는 지혜보다 삶을 통해 직접 경험으로 얻는 지혜가 더 낫다는 말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역시 아픔을 직접 경험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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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자, 그리고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여자는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천재적인 남자가 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심오하고 더 필수적인 감정의 전 영역을 우리로부터 끌어낸다.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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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천재가 할 수 없는 일을 연인은 할 수 있다는 것. 호의적인 천재에게서 얻는 지혜보다 호의적이지 않은 연인에게서 얻는 지혜가 더 깊다는 것. 호의적이지 않은 연인은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게 아니라 고통을 주게 되는데, 그 고통이 성숙하게 해 준다는 것.

 

 

다음의 글은 우정에 대한 프루스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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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는 “우정을 비웃는 사람들은……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어쩌면 그런 우정을 비웃는 사람들이야말로 보다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그 유대에 접근하기 때문이리라.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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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글은 사랑에 대한 프루스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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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A : 간통이다. 물론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협 말이다. 프루스트가 보기에, 질투의 개입은 습관에 의해 망가지는 상황에서 관계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치명적인 동거의 단계를 이미 밟은 누군가를 위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한 여자와 살게 되면, 당신은 애초에 그녀를 사랑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든지 바라보기를 금세 중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분리된 원소가 질투에 의해서 재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235~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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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상대가 권태 없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질투를 이용하라.’가 되겠다. 무엇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상황이 되면 그 무엇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니까.  

 

 

 

 

 


 

 

 

 

 

 

 

 

 

 

 

 

 

 

 

 

 

 

4.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을 읽으면 프루스트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음을 확인하게 된다. 알랭 드 보통도 밀란 쿤데라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고 본다. 내가 이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들의 저작을 즐겨 읽는 이유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왜 필요할까?

 

 

‘행복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세종시. 그런데 신문에서 세종시 공무원들의 정신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도 힘든데 변변한 편의점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다 보니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생겼고 더러 자살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알고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방송되었던 김수현 극본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새엄마와 어린 의붓딸과의 관계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충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는 자신이 친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왜 새엄마를 불쾌하게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 새엄마 역시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심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 둘 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상대가 미울 수밖에 없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이 있다면 나는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대답하리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이런 존재다.’라는 깨달음을 많이 얻을수록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면 최소한 오해 또는 오판으로 생기는 문제가 적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어떤 정책을 세울 때도 ‘인간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같다. 세상이란 바로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이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 - 앙드레 모루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인간에 대한 이해’를 중요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 - 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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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9-2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미의 축제>를 읽어보고 싶어요.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들이네요. 저는 민음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중인데 이게 천천히 두 권씩 나오다 보니 앞에 줄거리를 항상 거의 다 잊어먹을 때쯤 다음 권을 읽게 되는 것이 큰 애로네요. 차라리 전권이 다 나왔을 때 제대로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 페크님의 이야기, 기억해 두어야 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4-09-22 21:25   좋아요 0 | URL
멋집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그 긴 글의 여행을 시작하셨군요.
두꺼운 분량의 책을 읽고 나면 큰 일을 하나 한 것처럼 뿌듯하지요.
저도 마음속에서 읽으려고 정해 놓은 책이 있는데 전 3권짜리예요. 그 이상은 자신이 없고 3권까지만 읽을 수 있어요.

세상에서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눈다면 `현재 읽고 있는 책이 있는 사람`과 `현재 읽고 있는 책이 없는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님 덕분에 무플을 면했어요. 구세주되시겠습니다. 하하~~

노이에자이트 2014-09-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누이도 시댁에 가서 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니 내가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페크님은 살아있는 부처님이군요.

페크pek0501 2014-09-23 20:17   좋아요 0 | URL
제가 부처라고요? 헐... 입니다. 하하~~

노이에자이트 2014-09-2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은 노처녀 시누이는 없나봐요.모두 시댁에 가서 일하는 시누이만 있으니...

페크pek0501 2014-09-26 11:45   좋아요 0 | URL
예, 그래요. 시누이는 누나만 두 분인데 다 결혼하셨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시누이들은 손아래 올케를 예뻐하고 손위 올케는 잘 봐 주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남동생의 아내는 예뻐하고 오빠의 아내는 잘 봐 주지 않는다는 뜻.
우리 누나(형님)들은 저와 동서를 무지 예뻐하는 것 같아요. 그게 느껴져요.
내 동생과 잘 살아줘서 고맙다, 하는 표정이거든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4-09-26 17:13   좋아요 0 | URL
페크 님은 시누이를 비롯하여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좋군요.안 그런 사람들도 많은데...

페크pek0501 2014-09-28 23:04   좋아요 0 | URL
ㅋㅋ 시댁 식구들이 워낙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세실 2014-09-2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미의 축제 사놓기만 했는데 당장 읽어야겠어요^^
저도 단순하게 덜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덜 받는 편이죠.

페크pek0501 2014-09-26 11:47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책상 밑에 가득해요. 읽어야 책장에 꽂을 텐데...
그래도 사고 싶은 신간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이라고 할 만해요. 독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세실 님은 지혜롭게 자기 관리를 잘해 나갈 스타일 같아요.
님 같은 사람 보면 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