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도 나처럼 그런 경험이 있나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경험.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보다 남들이 더 잘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행복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운이 좋은 것 같은 느낌. 그런 남들의 뒤꽁무니에 붙어 따라가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한 번씩 드는 것.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럴 땐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고.
그런데 나, 싫은데 어쩌나. 아래 말고 위를 보고 싶은데.
2. 얼마 전, 병문안을 갔다. 사촌 여동생이 유방암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간 것이다. 고모의 딸로 두 남매를 둔 사십 대 동생이다. 나에게는 고모가 되는 자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내가 평소에 대견하다고 여기고 있는 동생이다.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다행이라지만 치료 부작용으로 식욕이 없어 밥을 먹기 힘들고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단다. 그런 동생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면서 갔다. 동생의 집에 도착하니 환자는 없고 고모와 애들만 있다.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잠깐 외출했다고 한다. 나는 ‘환자가 은행에 가도 되는 건가?’ 하고 놀랐는데, 이웃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단다. 잠시 뒤 모자를 쓴 동생이 들어오는데 미소 짓는 환한 얼굴이다.
“언니 왔어?”
환한 얼굴로 던진 이 한마디에 나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환자로서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겨내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3. 사촌 동생의 집에서 돌아오며 생각한 게 ‘감사하자.’였다. 사촌 동생처럼 암과 투병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TV에서 통풍이란 병의 고통에 대해서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름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프면 그런 표현을 할까.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다.
나, 병에 걸리지 않음에 매우 감사하게 되네. 겸허해지네.
4. 또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책광인 것.
집에 책이 많다. 책 관리에 있어서 내 나름대로 원칙이 있는데, 새로 구입한 책은 다 읽어야만 책장에 꽂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 책상 위에도 책상 밑에도 가득하다.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다. 예를 들면 사고 싶은 책은 한 달에 다섯 권이 넘는데 읽은 책은 한 달에 고작 두세 권이다. 도대체 사고 싶은 신간은 왜 그렇게 많은 건가. 매달 한 번쯤은 ‘쌓여 있는 책을 두고 신간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등한다.
어쩌면 나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이 아닐까 생각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다. 어떤 때는 책이 참 잘 생겼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내게 가장 즐거운 쇼핑은 책 쇼핑이다. 만약 내가 책 쇼핑만큼이나 옷 쇼핑을 좋아했다면 멋쟁이가 되어 있으리라. 멋쟁이는 못 되었지만 옷보다 책을 좋아하는 것에 만족한다. 책이 주는 행복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광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5. 또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글쟁이인 것.
글을 써야지, 하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말이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그 시간을 지켜 글을 써야 한다는 점과, 그 시간이 닥치면 어떤 변명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87쪽)” <작가 수업>의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의 말이다. 어느 시간에 글을 쓰기로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변경하여 다른 시간에도 글을 써 보라고 한다. 단, 한번 시간을 정했으면 무조건 그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 한마디로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는 게 습관이듯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겠다.
하루 중 언제 글을 쓰는 게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서 30분만 일찍 일어난다면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30분 동안 글을 쓰는 게 가능할 것이다. 또는 아침을 먹고 나서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 나의 경우엔 이 시간이라면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아침에 해야 할 일(예를 들면 식구들의 아침 식사 준비 등)을 끝내 놓고 아침을 먹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되면 30분에서 점점 시간을 늘리면 된다.
그런데 우리 알라디너처럼 매달 글을 꾸준히 올리는 사람들은 이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겠다. 이미 글을 쓰는 습관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그거다. 내가 습관처럼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글쟁이가 되어 버렸다는 것. 글쓰기로 행복하다는 것.
내가 글쟁이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 글쟁이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내게 부적절한 말일 수 있고(내겐 직업이 아니니까), 남에겐 실례가 되는 말일 수 있으나(낮잡아 이르는 말이니까) 나는 ‘글쟁이’라는 말이 좋아 애용한다.
6.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나보다 남들이 더 잘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행복한 것 같고, 나보다 남들이 더 운이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도 불평불만을 품지 않기로 했다.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후기>................................
- 생각해 보니 내가 글쟁이가 되도록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것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이 없었더라면 이 서재에 올린 284편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마이리뷰 23편, 마이페이퍼 261편을 썼다.) 그래서 난 ‘알라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또 생각해 보니 내가 글쟁이가 되도록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존재가 또 있다. 바로 방문자들이다. 방문자들이 없었다면 이 서재에 올린 284편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데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래서 난 방문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 내가 감사할 것에 대해 노트에 써 본다면 백 가지 이상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감사할 일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불평불만을 없애는 시간이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