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장례식 뒤에 오는 것.’이란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유가족이 장례식에선 슬퍼하지 않다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겠다. 친척의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장례식장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웃고 떠드는 소리에 도무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여유가 없는 곳처럼 되어버리기 일쑤다. 내 사촌들과 모여 앉아 있으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들의 모임인 양, 웃음꽃이 만발하는 잔치인 양 시끌벅적하다. 그곳엔 슬픔은 없고 즐거움이 파도처럼 춤춘다. 헤어지면서 누군가가 “우리 또 언제 만나지?”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맘속으로 이렇게 응수했다. ‘또 누가 죽어야 만나지.’

 

 

오늘 생각한 것. 친척 중 누군가가 죽게 되어야만 사촌들이 만나게 되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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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11-2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어요. 하지만 더 씁쓸한 건 수면 밑에 가라앉은 인관관계들이
다시 헤집고 올라 오기도 하죠.
왜 명절이나 집안 잔치 등 좋은 날 끝에 깽판치는 친척 꼭 하나씩 있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그렇게 누가 죽어서라도 만날 수 있는 건 차라리 나은 것은 아닐까 싶어요.
인생 참 씁쓸해요. 그죠? 흐흐.

페크pek0501 2013-11-21 00:05   좋아요 0 | URL
깽판치는 친척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의 사촌들 중엔 사업하다가 실패한 경우, 이혼한 경우, 아직도 50대노총각 등
위로해야 할 사람들이 있답니다. 아버지 형제가 칠남매이다 보니
사촌들도 많아서 다양하답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핏줄이라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대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봐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인생... 씁쓸해요... 맞습니다.
다만 씁쓸하지 않은 척하고 살다 보면 괜찮아지죠. ^^

마녀고양이 2013-11-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시끌벅적한 장례식장이 좋더라구요.
삶이 한바탕 축제인 것처럼 죽음으로 가는 길도 축제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외국 영화의 장례식처럼 고인을 보내는 길에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진정한 애도가 깃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그렇게해도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은 너무 슬퍼요. ㅠㅠ

페크pek0501 2013-11-22 16:00   좋아요 0 | URL
따지고 보면 죽음을 슬퍼할 필요는 없는 건데 말이죠.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고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죠.
그래서 장례식이 축제가 되지 못하는 거겠죠.
제 생각에도 장례식이 울음바다가 되는 것보단 웃음이 넘치는 곳인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장수시대라서 호상이 많아서인지 장례식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느낌이에요.

마고님. 깻잎 조리려고 씻는데 깻잎의 향이 좋네요.
좋은 겨울 보내세요.

이 시시한 글에 댓글을 써 주신 님의 우정에 감사... ^^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다. 그런데 잠이 쏟아져서 또 잤다. 오늘은 밤잠으론 부족한 모양이다. 아, 그러게 아까 책을 읽는 대신에 잠을 잤어야 하는 거였다. 아침에 식구들 다 나가고 혼자 있게 될 때 바로 잤으면 좋았을 것을, 침대에 앉은 채로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었던 것. 읽다가 잤던 것이다.

 

 

 

 

1.

이런 글을 읽었다.

 

 

 

 

 

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쳐다보지 않거나 활기에 가득 찬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노역하러 가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좋은 시구를 반복해 읊거나 멋진 가락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죄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과 달콤한 매력들에 지겨워진 사람들보다 더 마음속 깊이 위안이 되는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6쪽~157쪽.

 

 

 

 

삶에서 권태를 느낄 뿐 무엇으로 즐길 줄 모르는 부유한 사람보다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작은 것으로 즐길 줄 아는 가난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도 되겠다.

 

 

 

 

 

만약 슬픔에 잠겨 당신이 가진 것들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따금 좋은 구절을, 한 편의 시를 읽어보라.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당신의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7쪽.

 

 

 

 

‘당신의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엄마의 등에 업혔던 일이 생각났다. 뿌연 안개에 싸인 듯 흐릿한 어린 시절이건만 안개가 걷힌 어느 날의 풍경처럼 또렷이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아마 여섯 살쯤인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놀러간 어느 집에서 내가 잠이 들었던 것. 그래서 엄마가 나를 업고 집에까지 오게 된 것. 업히는 게 좋아서 자는 척을 했던 것까지 기억한다. 내가 업힐 나이가 아닌데도 업혔기에 좋았을 것이다. 또 엄마가 나를 업어 줄 리 없던 때에 업혔기에 좋았을 것이다. 업혀 있는 동안 가장 행복한 아이였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귀하게 여겨서 업어 주었을 것이라고 느꼈을 테니까. 이런 행복한 경험이 그 뒤에 엄마에게 혼나는 일이 있을 때 엄마에 대해 섭섭하거나 미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좋은 추억을 많이 갖게 해 주는 게 어쩌면 부모로서 자식을 위하는 최고의 일일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하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형제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늘 상대가 내게 잘 할 수는 없는 일, 섭섭하게 할 때도 있을 터. 하지만 내가 감동할 만큼 상대가 잘해 줬던 일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나는 상대에게 섭섭한 마음이 느껴질 때에 그것으로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여름에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문상을 온 친구들이 있었다. 대전에서 온 친구, 부산에서 온 친구, 두 번이나 와 준 친구 등 무척 고마운 친구들이 많았다. 아마 그들이 앞으로 내게 섭섭하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때 고마웠던 일을 기억하는 한, 상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무척 고마워할 만큼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일은 뜻깊은 일이 될 수 있겠다.

 

 

 

 

 

 

2.

이런 글도 읽었다.

 

 

 

 

 

이사를 하는 일은 절대 즐겁지만은 않다. 아니 불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물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집을 나가는 일은 확실히 기분 나쁜 일이지만,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멋지고 즐거운 일일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67쪽.

 

 

 

 

‘사물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멋진 말이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말이지만 그래도 작가가 멋있는 말을 뽑아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알았을까. 자신이 쓴 평범한 문장(본인이 평범하리라고 여기는 문장)에도 감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있다는 것을.

 

 

 

시간에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어제와의 작별은 어제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과의 작별은 오늘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일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과의 작별은 여름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을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과의 작별은 가을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겨울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실패’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실패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담고 싶었나 보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실패에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실패’와 ‘교훈’이다. 실패엔 책으로 얻을 수 없는, 인생의 값진 교훈이 생생하게 녹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으리라. ‘실패에도 교훈이 있다.’

 

 

 

내 나이가 그렇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읽고 그냥 지나치고 말 평범한 내용의 문장에 마음이 끌려 음미하게 되는 그런 나이에 진입한 것이다. 연륜이 주는 이득이다. 이것으로 나이 듦의 거부감을 덜 수 있을까.

 

 

 

 

 

 

3.

다음의 글에서 ‘그것들은’이란 무엇일까.

 

 

 

 

 

그것들은 내가 깨어 있을 때나 잠이 들었을 때. 식사할 때나 일할 때, 날이 좋거나 궂거나 가리지 않고 나와 함께한다. 그것들은 나에게 친근한 얼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함께 있으면 마치 고향 집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27쪽.

 

 

 

 

이것의 맨 앞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좋은 교제상대를 들자면 내 작은 아파트 방 벽 책꽂이를 가득 채운 많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것들은’이란 ‘많은 책’을 말한다. 작가는 ‘책’이 친근한 얼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에 대해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으리라. 나 역시 우리 집 거실의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또는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위안거리로 느껴질 때가 있다.

 

 

 

 

 

 

4.

나는 작가를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한다. 예술적인 작가와 비예술적인 작가. 여기서 예술적인 작가는 ‘예술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가를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정원을 가꾸며 살았던 예술가였다.

 

 

 

내 주위에 헤세 같은 예술가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예술가가 가까이 있었다면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볼 때, 남편감으로는 예술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좋은 남편감의 직업으로는 아침을 먹고 나면 출근하는 직장인이 최고지. 예술가는 흠모의 대상으로만 적합할 뿐이지. 왜냐하면 남편이 출근하는 곳이 없어서 부부가 매일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보단 서로 떨어져서 지내다가 저녁때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매달 고정 수입이 있는 남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뭐 작업실이 따로 있고 수입이 좋은 예술가라면 모르지만.ㅋ) 쓸데없는 얘기를 해 봤다.

 

 

 

 

 

 

5.

다음의 글을 음미한다.

 

 

 

우리는 파헤쳐진 땅을 다시 평평하게 고르고, 끈을 매 놓은 대로 예쁘장하고 반듯하게 줄을 긋는다. 화단에 어떤 색과 모양의 꽃들을 심을지 미리 나눠 놓았다가 씨앗을 뿌린다. 하늘색과 흰색을 여기저기에 심고, 미소 짓는 듯한 붉은색 꽃을 그 사이에 흩트려 심을 것이다. 이쪽은 물망초로, 저쪽은 레세다 꽃으로 화려하게 가장자리를 다듬는다. 햇빛이 반짝이는 여름이 되면 그곳에 탁자를 갖다 놓고 앉아 우유가 조금 들어 간 커피를 아끼지 않고 마셔야지. 또 가벼운 식사에 곁들여서 포도주를 마실 생각을 하며 저쪽 채소밭 한켠에 무를 심을 만한 곳을 눈여겨 둔다.

 

 

 

일이 진척되어감에 따라 처음에 어린아이처럼 마구 날뛰던 기쁨과 흥분은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조그맣고 아무런 힘도 없을 것 같은 정원이라는 존재가 다른 여운을 선사한다. 그 생각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사실 정원을 가꾸면서 마치 자신이 창조자가 된 듯한 즐거움과 우월감이다. 사람들은 한 조각의 땅에 품어왔던 생각과 의지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6쪽~17쪽.

 

 

 

그리고 다시 한 번 읽는다.

 

 

 

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쳐다보지 않거나 활기에 가득 찬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6쪽.

 

 

 

나 오늘 하늘을 쳐다보았다. 내일도 쳐다봐야지. 불쌍한 사람이 되는 건 싫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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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1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도 쨍 소리 날 것 같이 청명한 하늘과 춤추듯 흐르는 구름 실컷 보고 왔어요. 그저 감사할 게 적지 않네요, ^^

페크pek0501 2013-11-13 13: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 님...
감사할 게 많아요. 건강해서 병원 신세 지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배 고프지 않은 것도요.
지금은 커피 한 잔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3-11-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으면서 창문 쳐다봤네요.. ^^
오늘 쨍해요, 물론 나가면 내가 언제 따스하다 그랬어? 하듯이 추운 날씨지만요.

페크pek0501 2013-11-13 13:26   좋아요 0 | URL
추운 날씨라 더 쨍하게 느껴지겠지요.
마고님이 다시 활동하셔서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노이에자이트 2013-11-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승원 씨가 교사직을 때려치우고 전업작가가 되려고 했을 때 부인이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하죠.아무래도 일정한 수입이 끊기니까...

다른 분들 댓글과 비교해보면 제 댓글 내용은 정말 다르군요. 하하하...

페크pek0501 2013-11-13 13:50   좋아요 0 | URL
저의 쓸데없는 얘기- 에 대한 댓글을 써 주셔서 고맙네요. ㅋㅋ
사실 아내들에겐 일정한 수입이란 게 중요하죠.
돈이 전부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돈이 하나도 없으면
한 끼의 식사조차 구걸을 해야 한다는 거죠.

한승원 님과 그의 딸 한강, 두 분은 어쩌면 그리 소설을 잘 쓰시는지... 둘 다 이상문학상 수상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3-11-1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한강 말고 한승원 씨 아들도 소설가인데...사람들에게 안 알려졌죠.아버지 입장에선 정말 마음이 아플 거에요...사실 저도 그 소설가 아들 이름을 까먹었네요.한강 만큼 두각을 못나타내니까요.

한강 씨는 외모도 참 곱상하던데...제가 소설가 외모에도 관심이 많답니다.

페크pek0501 2013-11-13 14: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글쓰는 재능을 물려받았나 봐요.
글을 잘 쓰면서 외모가 뛰어나면 더 멋있긴 하죠. ^^

yamoo 2013-11-1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덕분에 가을 하늘을 올려다 봤네요. ^^
감솨~~
인용한 부분들이 음미하기 그만인 내용들이에요~

페크pek0501 2013-11-15 07:44   좋아요 0 | URL
저도 감솨~~합니다. ^^
 

 

 

 

1. 두 가지를 경계한다 : 서재에 올리는 글을 쓸 때엔 뭔가 보여 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게 있던 시간들이 있었다.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를 쓸 것이라면 뭐 하러 글을 쓰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그땐 아마 남들이 쓰지 못할 획기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어 줄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트에 볼펜으로 쓰는 일기에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이곳에 올리는 글을 쓸 땐 ‘제한적인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비해 편하게 글을 써서 올리게 된 것 같다.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아서 어깨에 힘을 빼고 쓰게 되었다고나 할까.

 

 

다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두 가지를 검토하는 습관이 있는데, 잘난 척한 글이나 유치한 생각을 드러낸 글이 있으면 없애기 위해서다. 아무리 어깨에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이 두 가지의 글을 경계하려고 한다.

 

 

 

 

 

2. 자유가 좋아 : 어제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집안일을 하고 씻고 나니 밤 11시가 되었다. 글을 쓸까 하다가 잠을 잘 시간에 무리하게 글을 쓰면 병이 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자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의무감 때문에 몸이 고단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서재에 올릴 글을 쓰는 일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 좋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 자유가 좋다. 직업과 다르게 취미의 장점이다.

 

 

 

 

 

3. 여행을 즐길 마음이 없네 : 며칠 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는 11월에 일본 교토에 열흘 간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그곳에서 딸이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서 딸을 볼 겸해서 간다고 한다. 나에게 함께 갈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핑계를 대며 못 간다고 말했다. 나는 이박삼일만 여행하고 먼저 와도 되는데, 아마 나는 여행을 갈 여건이 된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 같다. 가족 여행이라면 몰라도 가족을 두고 떠나는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내겐 없다. 여행하는 내내 집안 걱정을 하면서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가정에 매여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4. 어긋나는 게 인생이지 : 며칠 전 서재에 들어와 깜짝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단상(71)의 추천 수이다. ‘왜 이게 추천 수가 높은 거지?’라고 생각했다. 또 반대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낮아서 놀란 적도 있다. 단상(65)의 추천 수이다. 내 생각엔 단상(71)과 단상(65)의 추천 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결론을 냈다.

 

 

‘예상과 어긋나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니던가. 그런데 뭐 그런 것에 놀라는가.’

 

 

 

 

 

5. 고독한 시간의 가치 :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세실 님이 자신이 본 책을 보내 주겠다고 댓글로 쓰셔서 내가 비밀 댓글로 우리 집 주소를 알려 줬더니 책 두 권을 보내 주셨다.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윤성근 엮고 씀,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두 권의 책을 받고 보니 행복해졌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병이 된 불면증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고 싶다. (…) 내가 말하는 것은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내면의 가르침이다. 아프고 기다려야 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오해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스승이다. (…) 누군가를 부드럽게 대하고 배려하는 것은 그렇게 대하는 것을 스스로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물을 다정하게 가늠하고, 정신적인 이유를 찾아서 보고, 모든 인간적인 나약함을 잘 이해하는 일은 오직 고독한 시간의 괴로운 정적 속에서 방해받지 않고 생각에 잠겨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밤을 조용히 누운 채 뜬눈으로 보낸 사람들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38쪽~39쪽.

 

 

불면증의 가치를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불면증은 잠자고 싶은 밤에 찾아와서 잠을 방해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이런 가치가 있다니까 앞으론 불면증이 찾아와도 나쁜 불청객 취급을 하지 않으리라.

 

 

외로움에 대해 릴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외롭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외로움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외로워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 R. M. 릴케 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독한 시간’의 가치를 안다면, 그 가치를 몰랐을 때보다 사는 데 위안이 되지 않을까.

 

 

 

 

 

6.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 오래전 <달과 6펜스>를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사서 읽었는데, 얼마 전 이 책을 들춰 보니 좋은 문장이 많아서 다시 읽으려니 글씨가 작아 눈이 피로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민음사 출판사의 책으로 새로 샀다. 책을 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야겠다고.

 

 

나는 책을 거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데, 인터넷 서점에 밀려 경영 악화의 문제로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쉽게 언제든지 직접 책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얼마나 매력적인 서점인가. 그런데 그런 서점이 하나씩 사라져서 과거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는 건 싫다. 또 동네 서점에 가게 되면 사야 할 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책들을 들춰 보기도 하는데, 책을 실컷 보고 한 권도 사지 않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 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 두 번 읽는 재미 :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을 두 번째 읽고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 흥미를 느끼며 읽었는데 이번엔 화자의 글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인간을 통찰하는 글이 많기 때문이다. (245쪽까지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비교하면 두 번째로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진다.

 

 

책을 두 번 읽는다고 하여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읽었다고 해도 큰 줄거리만 생각날 뿐 세부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처음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에 전개될 얘기를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읽을 때 놓쳤던 것들을 꼼꼼히 챙기며 읽을 수 있어서 깊이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8.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자주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고모들도 사촌들도 말하길 좋아해서 열심히 들어 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그는) 좀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일이 없고, 술 한잔 권하기만 하면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이들과 친해지는 데 번거로운 절차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만 하면 그들은 상대를 금방 신뢰할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얘기하는 즐거움을 인생의 커다란 낙으로 삼고 있는데, 얘기 솜씨로 보면 이들 세계의 문명이 뛰어남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얘기를 재미있게 한다. 이들에게는 폭넓은 경험과 풍부한 상상력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29쪽, 민음사.

 

 

이 글을 읽고 우리 친척들이 생각나서 웃고 말았다.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말하면서 얘기 솜씨가 늘었을까. 아니면 얘기 솜씨를 타고나서 즐기게 되었을까.

 

 

 

 

 

9. 번역서의 문제점 : 위에 옮긴 글을 다른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하여 찾아봤다. 비교하기 위해 옮겨 본다.

 

 

(그는) 여간해서 잘난 체하는 일이 없고 단 한 잔 술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기만 하면,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에게는 서로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바로 인생 최대의 기쁨이다. 그런 점으로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문명인인가를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 알며 경험과 상상력도 적절히 어울려 즐겁게 들을 만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14쪽~215쪽, 소담출판사.

 

 

출판사(또는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문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위해 두 가지의 책을 함께 보며 여러 문단을 비교해 봤다. 이렇게 비교하며 읽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그런데 두 가지 책의 번역을 비교해 읽다 보니 뜻이 많이 다른 문장도 있고, 한 쪽의 책은 아예 한 페이지가 생략된 것도 있어서 ‘번역서 읽기’의 문제점을 느꼈다.

 

 

 

 

 

10.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 :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책 두 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란 책이다. 얼마나 잘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사서 읽을 수밖에.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앨리스 먼로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 책소개, 알라딘.

 

 

이 두 권의 책이 잘 번역되었을까 생각하며 이런 작품을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진다.

 

 

 

 

 

11. 그러기 없기 : 생각이 깊어지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마음이 성숙하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이건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나에게 해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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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1-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지만 자기 자랑에, 잔소리 하고 또 하는 사람은 귀싸대기를! 한 방 갈기고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13-11-07 21: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저, 이렇게 소리 내어 웃었어요.
참 재미있으십니다.
저도 잘난 척...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ㅋㅋㅋ귀싸대기, 재미있는 말입니다.

마립간 2013-11-0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좋아하는 글과 추전받는 글의 차이가 큰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숙고한 것을 표현한 글을 좋아하는 데, 대개 추천이 적습니다.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많이 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글을 소개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12884
http://blog.aladin.co.kr/maripkahn/10152
http://blog.aladin.co.kr/maripkahn/7281

페크pek0501 2013-11-07 21:49   좋아요 0 | URL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그렇군요.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대중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님이 소개한 글 중엔 제가 읽은 글도 있네요. 천천히 보겠습니다.

추천 수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제 예상과 다를 때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고 여겨집니다. 왜 내 생각과 다를까? 이러면서 말이죠...

감은빛 2013-11-0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엔 늘 후회를 해요.
(오늘이 그런 날이네요. ㅠ.ㅠ)
주로 술자리에서 말이 많아지는데,
그 말들이 대부분 쓸데없는 말인 경우가 많아요.
과장이 섞인 잘난척이 대부분이니까요.

저는 앞으로 말을 많이 하는 일을 경계해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0   좋아요 0 | URL
저도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에 후회를 한 적이 있어요.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긴다는 것도 느꼈답니다. 침묵이 안전하긴 해요.
그 기분, 공감합니다. 공감공감공감...

세실 2013-11-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말 많이 하는 사람들 있지요.
그 사람들은 외롭거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앨리스 먼로는 마를린 먼로랑 친척일까요? ㅎㅎ
단편으로 세계문학상을 받는다는건 대단한 필력일듯요^^ 읽어보시고 리뷰 남겨주세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3   좋아요 0 | URL
외로워서다, 맞는 것도 같아요.
또 에너지가 넘쳐서인 것도 있는 듯...
저의 경우엔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 주로 듣게 되더라고요.
에너지가 넘칠 때 말이 많아지고요.
또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말이 많아져요.

친척? ㅋㅋ 아마 아닐걸요. ㅋㅋ 세실 님은 은근히 웃기세요. 호호~~

대단한 필력이죠. 리뷰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리뷰가 잘 써지지 않아요. 실패한 리뷰가 있답니다. 그래서 못 올렸죠.
잘 써지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참, 책 두 권을 받아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프레이야 2013-11-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먼로의 저 책 두권은 어제 집에 도착했어요. 저도 궁금해서요. ㅎㅎ 둘 다 표지가 참 이쁘죠. 토욜밤부터 읽을 생각입니다. 지금은 여행중^^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을 보고 목포로 향하고 있어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문장이 좋으네요. 만추에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3-11-07 21:54   좋아요 0 | URL
벌써 프레이야 님은 책 갖고 계시는군요. 관심사가 참 비슷해요, 우리들은... ㅋㅋ예, 표지 예뻐요.
아, 여행중이시군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글을 보고 반해 버렸어요. 이 만추에요.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세요. ^^
그리고 새 글 올려 주시길...^^


노이에자이트 2013-11-0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다구 여신도 있는데...드라마에서 귀싸대기를 잘 때리는 여자 연기자를 이릅니다.

귀싸대기를 세게 때리면 불꽃이 날 것 같다고 해서 불꽃 싸다구라는 표현도 있고요.
"너! 불꽃 싸다구 한번 맛볼래?" 하면서 쫙! 한 방!

페크pek0501 2013-11-08 14:59   좋아요 0 | URL
참, 님은 아시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싸다구 여신이나 불꽃 싸다구 같은 말을 처음 들어 봅니다.
물싸대기는 들어봤지만요.

쫙 한 방... 님은 그렇게 하시지도 못하시면서... ㅋ

잘잘라 2013-11-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올라온 글이 없어도 이렇게 댓글 읽는 맛이 있어서 매일 알라딘서재 한바퀴,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하하. 7번(KBS2)에서 하는 왕가네 가족인지 식구들인지 하는 드라마를 몇 번 봤는데요, 얼마 전에 거기서 탤런트 오현경이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하면서 어떤 여자에게 물따귀 때리는 장면이 나왔어요. 와아아.. 물따귀라는 게 있구나 하면서, 드라마를 통해서 완벽한 시범까지 보구 배운 셈이지요. 배운 바에 의하면 물따귀란 ‘물 끼얹기’ 더하기 ‘따귀 때기리’ 세트라고 하면 되겠던데요, 어쩐지 불꽃 싸다구보다 훨씬 강력한 싸다구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3-11-09 13:19   좋아요 0 | URL
아, 메리포핀스 님, 재밌어요. 댓글에 대한 댓글을 쓰신 셈이네요.^^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물따귀 때리는 장면을 보고 물싸대기를 알았다는 것이에요.
아, 그 드라마 오늘 방송하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재밌는 드라마를 꼭 주부가 제일 바쁜 저녁에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재방송으로 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주로 낮에 친정에서 엄마랑 볼 때가 많네요.

누군가를 때릴 때에도 용기라는 놈이 필요한 거겠죠? ㅋㅋ
님이 방문해 주셔서 기분이 전환되었어요. 좋아졌단 뜻이에요. ㅋㅋ
 

 

 

 

민음사의 책의 글.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내가 보기엔, 사랑에 자존심이 개입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야.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152쪽, 민음사.

 

 

 

 

소담출판사의 책의 글.

 

 

 

 

나는 나 자신보다도 그녀를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네. 사랑 속에서 자부심이 생겨난다는 것은 상대방보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143쪽, 소담출판사.

 

 

 

 

번역과 상관없이 내가 고치고 싶은 대로 써 보았다.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사랑하는 사이에서 자존심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걸 말한다고 보네.

 

- pek0501

 

 

 

 

 

여러분은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은 어느 글이 가장 맘에 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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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과 '자부심'은 아주 다른 말인데 두 가지로 번역이 된다면, 원글에 어떻게 나오는가를 살펴야겠네요. 어느 출판사 판이든 어딘가 빼먹거나 얼버무리듯 넘어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영어로만 읽어서 그런지, 번역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 줄 잘 모르겠네요
^^;;;;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적에 들은 말이 있어서, 서머셋 모옴 작품은 번역으로 읽지 말고 원글로 읽으라고 해서, 이분 작품은 다 영어로만 읽었어요. 그래서 영국 영어를 새삼스레 공부할 수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13-11-06 10:38   좋아요 0 | URL
와우, 대단하네요. 영어로 읽으셨다니... 멋집니다.
맞아요, 자부심과 자존심은 다르죠. 저는 어느 한 쪽의 출판사가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두 가지의 책을 비교하며 읽다 보니 한 쪽의 출판사의 책이 화자의 설명을 한 페이지나 빼먹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양심에 관한 글이에요.

번역 작품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될 때마다 그 문학작품을 자국어로 읽을 수 있는 국민들이 부러워집니다.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blanca 2013-1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부심보다는 자존심인 것 같아요. 진짜 원문이 궁금하네요. 신기해요! 저 어제 민음사 <달과 6펜스> 받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1-06 10:54   좋아요 0 | URL
오, 블랑카 님, 반갑습니다.
저도 원문이 궁금해요.
저도 민음사의 책으로 두 번째 읽고 있는데 (245쪽까지 읽었어요.)
두 번 읽는데도 참 재밌어요.
번역서를 고를 땐 이왕이면 부자 출판사의 책으로 고르게 돼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돈이 많아야 번역료가 비싸도 실력 있는 번역자에게 일을 맡길 것 같아서요.
민음사가 부자 출판사이죠. ㅋㅋ

다락방 2013-11-0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이 맞는 표현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 말에 동의해요. 제 경우엔 자존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저를 더 사랑함을 인정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1-06 13:0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저도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듯해요.

참, 님이 추천해 주신 <선생님의 가방>도 읽고 있어요. 반 이상 읽었는데 뒷얘기가 궁금해요. 선생님과 제자가 분명히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재밌어요. 어떤 얘기가 또 펼쳐질지...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한 글도 써서 올릴 거예염. ㅋㅋ


stella.K 2013-11-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달과 6펜스를 다시 읽는다면 민음사판으로 사서 읽게될 것 같은데요?
글치 않아도 어제 번역투 문장에 대해서 찾아 봤어요.
우리말도 쉽고 좋은 게 많은데 왜들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어요.
번역하는 사람들 번역에만 신경쓰지 말고 우리말 전달력에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번역도 제2의 창작이라는데 말이죠.
언니 저 번역도 좋은 것 같아요. 이참에 번역일 해 보시는 건 어떠실런지...?!^^

페크pek0501 2013-11-06 13:12   좋아요 0 | URL
예, 민음사가 좋을 것 같아요.
번역투의 문장, 한자어, 수동적 표현 등을 삼가라고 배우지만 이미 습관이 된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봐요. 저도 그런 걸 쓸 때가 있답니다.
번역서로 문장 공부를 하는 건 피하는 게 좋겠지요...

아, 이런.... 제가 영어 실력이 없다는 고백을 하고 말게 만드네요. ㅋㅋ
그래도 중고등 학창시절엔 영어 과목을 좋아했는데 말이죠.
암기력(기억력)이란 게 지나간 시간과 싸워서 이길 수가 있어야지요.
저, 서머싯 몸의 팬이 되기로 했어요. 어째서 두 번 읽고서야 팬이 되기로 했을까요. ^^

 

 

 

 

<달과 6펜스>라는 소설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에 찬 것이며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위선이 숨겨져 있고 고결한 정신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숨어 있고, 또 사악한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깃들여 있는가 등을 그 무렵의 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51쪽, 소담.

 

 

 

이것을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고, 고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며, 불량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하얀 색의 수건을 걸레로 사용하는 주부가 있다. 그 집에 가면 걸레가 얼마나 깨끗한지, 걸레인지 행주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얀 걸레를 매일 빨아서 삶기 때문이다. 그런데 걸레만 보고 그 집의 청결 상태를 판단해 버리면 안 된다. 화장실에 가 보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기가 예사였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런 주부도 있다. 방 청소보다 화장실 청소를 더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자기는 바쁠 땐 방 청소를 생략하지만 화장실은 매일 청소한다고 한다. 집에서 화장실의 청결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결론은 청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이런 사람도 있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어떤 사람은 돈이 아까워 택시를 타는 일이 전혀 없을뿐더러 마당의 화초에 주는 물도 아까워 빗물을 받아 놨다가 화초에 물을 준다. 그런데 그는 여행을 다니며 쓰는 비용에 대해선 전혀 아까워하지 않아 사계절마다 여행을 다니며 돈을 쓴다.

 

 

결론은 알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나의 경우, 결벽증이라고 할 만한 버릇이 하나 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서 보려 할 때 키친타올에 물을 적셔서 책의 겉면을 앞뒤로 닦은 뒤에 책을 보는 것이다. 먼지를 닦고 보기 위해서다. 이런 버릇은 책을 만진 손이 더럽다고 느낀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닦아서 보는 게 좋은 버릇이라고 여기지는 않아서 애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고 애들 몰래 닦는다. 애들이 나를 닮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런 결벽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청결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청결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텔레비전이나 전화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걸 보면서도 닦지 않을 때가 많다.

 

 

결론은 결벽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인 것 같다. ‘열을 알고도 하나를 모르는 게 인간이다.’라는 말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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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마구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사람'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울지요...

* * *

내 의지와 사유는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움직이며, 그 중에도 많은 움직임은 나 없이도 되어 간다. 내 이성에는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심령의 모양은 변한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은 이때는 이 생각,
한 가닥 회오리바람이 구름을 밀고 가면,
그때는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베르길리우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페크pek0501 2013-11-01 12:35   좋아요 0 | URL
오렌 님,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라는 말이 와 닿아요.
인간이란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달라서 변덕쟁이일 때가 많지요.
그래서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아, 사진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님이 본 가을 풍경이 궁금하군요. ㅋ

stella.K 2013-10-3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편견의 존재긴 하죠. 근데 어떤 건 맞는 경우도 있는 것도 같구...
아니면 그런 말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아요.ㅋ
아, 달과 6펜스 어렸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쯤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책 몇 권 안 되지만
그 중 하나죠. 다시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ㅠㅠ

페크pek0501 2013-11-01 12:36   좋아요 0 | URL
애태커스 님, 저는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으로 정했어요.
오래 전,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는데 다시 펼쳐 봤더니 좋은 글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글씨가 작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그래서 민음사의 것으로 동네 서점에서 샀답니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작은 글씨의 책은 읽지 않으려 해요. ^^



yamoo 2013-11-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글을 사랑해마지 않습니다요^^ 가차없이 추천을 날릴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ㅎㅎ

근데, 문예출판사와 민음사 표지를 모두 고갱의 자화상을 택했군요! 왜 그랬는지 갑자기 궁금증이 커지네욤~^^ 고갱과 몸....뭔 관계가 있을까요? 고갱 전기를 보니, 책에 단 한줄도 서머싯 몸과의 언급도 없던뎅~

페크pek0501 2013-11-02 12: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이 글의 추천 수가 왜 높은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요.
추천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ㅋ
바로 야무 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의 추천 수???

이 소설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로 유명하지요.
서머싯 몸이 고갱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 책의 줄거리를 구상했다고 하네요. 아마 서머싯 몸이 고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의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흥미로웠을 듯해요.

아무튼 재밌는 소설이에요. 명작 중엔 지루한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답니다. 저는 아무리 명작이라도 유익하다고 해도 재미없으면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ㅋㅋ

yamoo 2013-11-03 22:19   좋아요 0 | URL
오! 그랬었군요~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라니...전 제목만 알고 내용은 전무~ 알라딘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얼른 사야겠어욤! 지루하지 않다니, 우와~ 브라보!!

페크pek0501 2013-11-05 13:11   좋아요 0 | URL
아, 모르셨군요. 줄거리도 재밌지만 그보다도 화자의 설명 중에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글이 많아 저로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읽고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3-11-0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무엇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불안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A이다, 저것은 B이다 라고 정의하고 싶은가봐요.

실은 혼란덩어리에 수많은 조각에 모순이 내재되어 있는게 인간인데,
그렇게 자신을, 타인을 수용하기가 왜 그리 어려워 방점을 찍으려 할까 싶어지기도 해요.
불안하니까... 모호한 것은,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몰라서 불안하니까
그래서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생각도 들구요.

저에게 누군가
당신은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면 참 기분이 불편해져요.
난 그런 면만 있는게 아니야 라고 늘 항의하고 싶어져요, 칭찬에 대해서조차도.

페크 언니, 잘 지내시죠~ 늦가을이네요.

페크pek0501 2013-11-05 13:17   좋아요 0 | URL
잘 지낸답니다. ㅋ
우리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이미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해요.
불안하니까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말조차도요...
이 하늘 아래 새 것이란 없는 것이죠. 반복, 재탕, 약간의 변주곡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쓴 위의 글도, 저 주제로 제가 설마 최초로 썼겠습니까. 다만 제가 책에서 본 적이 없으니 저 나름대로 쓸 수 있을 뿐이죠. 인간의 느낌이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늦가을이라니,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겠군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마고님... 반가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3-11-0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 시대가 되면 디킨스 식의 인물 설정은 구식이 되죠.이른바 전형성을 내세우는 인물은 현실성이 없다는 겁니다.악한 사람도 어느 구석엔 착한 성격이 있고, 그 반대도 있고...그게 맞죠.강력계 형사들에 의하면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착한 일을 조금씩은 한답니다.그러면서 흉악범 스스로도 위안을 삼는다고 하죠.나도 착한 성격이 있다고...하면서.

페크pek0501 2013-11-05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형사들이 그런 말을 했군요.
이분법적으로 어떤 전형의 인물로 나누어 쓴 소설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을 그린 소설이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 사람이 각기 다르게 평가되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에요.

이번에 두 번째로 책을 읽으면서 서머싯 몸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인지
새삼 놀라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만 반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인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에 반했답니다.
고전소설이 이 정도면 문학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한 게 아닐까 싶어요.
기회 있으면 <달과 6펜스>를 페이퍼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1-0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소설은 내용이 명료해서 좋은데 중편소설 <비>를 읽어보면 선교사의 자살동기가 뭔지 해석이 다양해요.혹시 안 읽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몸은 중단편도 읽을 만해요.

페크pek0501 2013-11-06 08:58   좋아요 0 | URL
<비>는 읽어 보지 못했어요. 찾아 볼게요.
몸의 소설은 무엇이든 다 읽고 싶어요. 내용도 문장도 맘에 듭니다.
인간을 통찰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