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어 마술사 같은 내 동행자는 대단한 재능으로 단단하게 지어진 하나의 건축물을 내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 건축물은 그 자체로 규정되어 솟아오르는 듯이 보였고, 어떤 내적 필연성으로 존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내가 그 안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 그 건축물 안에는 결여되어 있기에 아쉬웠고, 그저 단지 하나의 단순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럴듯한 완결과 완성을 지닌 예술 작품이 흔히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듯이 말이다. 어쨌든 나는 유창하게 떠드는 그 남자의 말을 기꺼이 경청했다. 그는 나로 하여금 자신에게 몰두하도록 했고, 그 덕분에 나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그가 내 정신과 주의력을 요구했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그림자를 판 사나이」, 101쪽.

 




언젠가 악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으니,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 그것이다.”

또 최근에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곳으로부터 인간들에게 짙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참으로 나는 뇌우의 징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말도 명심하라.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을 넘어 선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5쪽.





완독회 

이병률


(상략)


찬 소주를 앞에 놓고 대개의 우리가 반복하는 일이란

소매를 접고 접어도 별반 뒤집어지지 않는 질문 같은 

것일지도


시 한 편씩을 돌아가며 읽는 낭독회를 마쳤지만 그래봤자

매번 그것으로 어제의 기분을 누르며 살려는 것


모두가 밤을 헤엄치는 기분에 빠져 있다

나만 혼자 바람 속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곳으로부터 모두를 꺼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섞고

싶어서겠다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61쪽.





시기와 질투에 관한 명언 :

거지는 거지를, 시인은 시인을 시기한다.(헤시오도스)

동정보다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낫다.(헤로도토스)

바보들을 우리는 시기가 아니라 경멸한다. 시기는 일종의 칭찬이기 때문이다.(J. 게이)

번영을 누리는 친구를 질투심 없이 칭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아에스킬로스)

사람은 칭찬을 가장 많이 받을 때 미움도 가장 많이 받는다.(J. 드라이든)

사람의 마음에 시기심만큼 강하게 뿌리 내린 감정은 없다.(R. B. 셰리든)

시기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예프투셴코)

시기하는 자는 자기 화살로 자기를 죽인다.(익명)

질투는 휴일이 없다.(베이컨)

질투 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라로슈푸코)


이 중 ‘질투 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는 말이 와 닿는다. 상대편을 사랑해도 자존심을 챙기는 게 보통 사람이 아니던가. 보통 사람은 자존심이 더럽혀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할 만큼 이기적이다. 우리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작가가 소설에서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해서 고통받는 모습을 그렸다면, 그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런 세상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고통에 독자가 공감하며 함께 슬퍼할 수 있을 때 바람직한 세상이 되기 위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그 고통은 그저 타인의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타인에 대한 배려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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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1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간만에 언니와 제가 같이 읽은 책이 나왔네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읽은지 꽤 되죠. 서재 활동 초기 때였던 것 같은데.
살짝 지루했던 것 같기도한데 나름 괜찮았던 책으로.
원래 독일문학이 좀 그렇잖아요. 요즘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나봐요. 어제 소나기치곤 장맛비처럼 내리고 약간 후텁지근한 것으로 보아
이제 초여름으로 넘어가려나 보다 싶어요. 덥기 전에 잘 다녀오셨네요.^^

페크pek0501 2025-05-17 20:36   좋아요 0 | URL
하하~~ 오늘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 를 완독했어요.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아이디어가 기발하잖아요. 그림자를 풀밭에서 살짝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가지고 간다는 것.
그림자를 주는 대신 금화 주머니를 받게 되어 부자가 되었으나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라고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 존재가 됩니다. 과연 그림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ㅋㅋ여러 가지를 유추해 보라는 게 작가의 의도처럼 느껴집니다.^^

yamoo 2025-05-17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끝내줍니다. 그리고 싶은 풍경이네요. ㅎㅎ
저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 재밌게 읽었더랬죠. 가장 필요없은 게 인간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라 일종의 동화책 같았죠.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05-17 2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실은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끌어다 썼어요. 지금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신록이 한창 예쁠 때라서요. 한번 그려 보십시오. 푸른 5월의 풍경을!!!
저는 그림자를~ 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 가지고 있어야 차별 받지 않는다, 쪽으로 읽었어요. 이민자, 성소수자 쪽으로도 생각해 봤네요.^^

잉크냄새 2025-05-17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가 연두연두 초록초록 합니다.
계절을 걷다 보면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즘의 계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페크pek0501 2025-05-18 15:50   좋아요 0 | URL
연두 초록이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지금 이 시간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건가요?
잉크냄새 님의 표현이 참 좋으십니다!!

서니데이 2025-05-1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번 서재 사진의 분홍색 꽃도 좋았지만, 연초록 풍경 사진도 참 좋네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은 모두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없다고 생각하면 결핍이나 소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없어도 사는데 지장없지만,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다음에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5-18 15:55   좋아요 1 | URL
날씨가 참 좋네요. 집에 있기 아까울 정도로요. 그러나 집에 있는 게 저는 더 좋아요.
연초록도 예쁘지만 빗물이 고여 있는 게 맘에 들어 서재의 전체 배경으로 올려 봤어요. 의자 밑에 빗물이 있지요.
다수의 모양새나 성향을 따르지 않으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은 정당한가, 하는 문제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흥미를 끄는 소설입니다.
푸른 5월이 길게 길게 ~~~ 머물다 가면 좋겠습니다^^


2025-05-2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 「도련님」, 「산시로」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것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모두 소설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의 ‘인간 관찰기’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영어 교사인 듯한 구샤미의 집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가 구샤미, 그의 가족,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하여 보고 느낀 것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읽다 보면 웃음 짓게 만드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가령 이런 것들.


“그 왕에게 한 여자가 책을 아홉 권 가져와 사달라고 했다 합니다.”

“그리고요?”

“왕이 얼마면 팔겠느냐고 물으니 아주 비싼 값을 부르더래요. 그래서 너무 비싸니 좀 깎아달라고 하자 그 여자가 갑자기 아홉 권 중 세 권을 불에 태워버렸다고 해요.”

“아깝군요.”

“그 책에는 예언인지 뭔지 딴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쓰여 있었다고 해요.”

“그래요.”

“왕은 아홉 권이 여섯 권이 되었으니 가격도 조금 떨어졌겠지 생각해서 여섯 권에 얼마냐고 물었는데, 여전히 처음 가격에서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왕이 너무하다고 하니, 그녀는 다시 세 권을 빼서 불에 태웠대요. 왕은 아직 미련이 남은 듯 남은 세 권을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는데 여전히 한 푼도 깎지 못한다고 하니, 그걸 깎으려고 하면 남은 세 권도 태워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해 왕은 결국 비싼 돈을 내고 남은 세 권을 샀다고 하네요. (...)”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6쪽.


책을 불에 태우는 방법으로 책을 판매하다니 비인간적인 상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책을 태워도 왕이 책을 끝까지 사지 않는다면 판매자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 도쿠센도 말은 훌륭하지만, 막상 닥치면 다 똑같아. 자네, 9년 전의 대지진 기억하지? 그때 기숙사 2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사람은 도쿠센 군꾼이었다니까.”

“그 행동에 대해서 그 친구는 꽤 변명이 많았지.”

“그렇다니까. 본인 말을 들으면 아주 그럴듯하지. ‘선(禪)의 창끝은 날카로우니 순간적으로 재빨리 사물에 대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지진이라고 당황했지만 나는 2층 창에서 의연히 뛰어내렸으니, 그게 다 수양의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기쁘다고 말했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말이야. 지기 싫어하는 친구야. 하여튼 선(禪)이니 불(佛)이니 하며 떠드는 무리처럼 수상한 사람들은 없어.”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400쪽.


정신 수양을 했다는 사람이라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침착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보다 더 흥분하여 자신이 2층 창에서 뛰어내린 것에 대해 도쿠센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2층 창에서 의연히 뛰어내렸으니 그게 다 수양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네. 



“자네 같은 악동을 만나면 못 당하겠군.”

“어느 쪽이 악동인지 몰라. 나는 선승입네, 깨달았네 하고 떠드는 자는 아주 질색이야. 우리 집 근처에 난조인이라는 절이 있는데, 그곳에 80세가량 되는 노인이 있어. 요전에 소나기가 많이 왔을 때 그 절에 번개가 떨어져서 정원에 있던 소나무가 쪼개졌지. 노인은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완전 귀머거리야. 그렇다면 태연한 것도 당연하지. 대개 그런 것이야. 도쿠센도 혼자 깨달았으면 됐지, 걸핏하면 남을 유혹하려 드니까 나빠. 실제로 도쿠센 때문에 지금 두 명이 미친놈 소릴 듣고 있다니까.”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401쪽.


절에 번개가 떨어져도 노인이 태연했던 것은 귀머거리였기 때문이란다. 


 


**













언젠가는 알게 될 모두의 것들

이병률



사람들은 사랑을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심하게 구부러뜨리거나 질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나는 사랑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개인적입니다


언제나 좋은 맛이 나는 음식을 바라지는 않아요

맛이 없거나 입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사랑과의 잘못은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꽃을 떨어뜨린 줄기가 땅을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 것이 땅콩입니다

그것을 줄기로 치느냐 뿌리로 치느냐 관점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랑은 계속해서 내 앞에서 헷갈려 하지만요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난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성적으로 나를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의 숫자나 세고 돌아와도 되는 것입니다 


(하략)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18~19쪽.




***



단상 : 확신은 강력한 것


무엇을 결정할 때 확신에 차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잘난 확신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쑤다’에서 애순(문소리 분)의 딸 금명(아이유 분)이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어 했던 남자는 영범(이준영 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은 성사되지 않는다. 영범(이준영 분)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범(이준영 분)이 금명(아이유 분)과의 결혼을 절실히 바라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의 어머니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금명(아이유 분)의 이 예비 시어머니는 확신에 차 있어서 불행을 자초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끼리 결혼해야 행복하다는 확신. 어쩌면 이건 핑계일 뿐이고 가난한 집안의 딸인 금명(아이유 분)보다 더 좋은 조건의 신붓감을 고르고 싶은 예비 시어머니로서의 욕심일 것이다. 이런 확신은 있었겠다. 자기 아들이 좋은 조건의 신붓감과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 이 확신은 결과적으로 그릇된 확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불행하지 않기를 가장 바랐을 어머니가 아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고 만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강력한 확신 때문이다. 


카레라이스를 만들기 위해 양파를 찾는데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사과 두 개’가 담긴 비닐봉지가 있다. 비닐봉지를 열어 보면 그것이 ‘사과 두 개’가 아니라 ‘양파 두 개’라는 것을 알 텐데, 비닐봉지를 열어 확인해 보지 않고 사과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양파가 없다고 단정을 내린다. 뒤늦게 그것이 양파라는 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확신이란 이렇게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



****


발레를 배울 때 신는 발레 슈즈가 닳아 새것을 샀다. 

 새것을 사고 보니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다. 

  발레 슈즈가 닳을 정도로 발레를 했다는 점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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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9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중딩시절 재미있게 읽은 일본소설중의 하나입니다.당시에는 저자인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의 대문호인지 모르고 이작가 글좀 쓰네했던 적이 있었네요

페크pek0501 2025-05-10 11:26   좋아요 0 | URL
어머나! 중딩 때 저 고양이~, 를 읽으셨다니 부럽네요. 카스피 님은 수준 높은 중학생이었나 봅니다. 저는 중학교 때 뭐했나 모르겠어요.ㅋㅋ 일본 소설을 처음 읽은 건 금각사, 인 것 같아요. 그것도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카스피 2025-05-10 16:56   좋아요 1 | URL
넵,집에 있던 책중에 오래된 을유문고 세계문학전집 몇권이 있었는데 그중 한권이었어요^^

페크pek0501 2025-05-11 13:27   좋아요 0 | URL
오! 세계문학전집.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저는 읽을 생각을 못했어요.ㅋㅋ

서니데이 2025-05-09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레에 사과가 들어가면 맛있어요. 저희집은 있으면 넣는데, 요즘 카레 먹은지가 조금 되었더니 먹고 싶네요. 그래도 양파가 없으면 아쉬울 거예요.
발레 계속 하셔서 좋을 것 같아요. 자세교정에도 그렇고 운동 효과도 있을 것 같지만, 다른 것보다도 좋아하는 걸 하는 기쁨도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발도 예쁘고, 그리고 레이스 있는 발레복도 입으면 예쁠 것 같습니다.
페크님, 주말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5-10 11: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카레에 사과를 넣으면 맛있어요. 그런데 감자 양파 당근을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넘 때문에 사과를 넣을 생각을 못할 때가 많아요. 집에 사과가 있는데도 말이죠.
발레, 주 1회라도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게 쉽지 않아요.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1회에 80분 수업이라 땀을 많이 흘려요. 치마를 입어야 발레를 하는 것 같다는...ㅋㅋ 클래식 음악도 듣기 좋답니다.
비가 창문을 적시는 주말이네요. 서니데이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stella.K 2025-05-1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갑자기 언니가 엄청 부러워졌습니다. 슈즈는 알겠는데 저 까만 천은 허리에 두르는 거죠? 이름이 따로 있나요? 암튼 저는 저 고양이 두 번 읽기를 시도했는데 다 성공 못 했어요. 너무 잔잔한데다 제가 소설은 좀 편차가 심하거든요. 다시 도전해야 봐야겠어요. 전 요즘 가끔 펄벅의 <대지>가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중학교 때 재밌게 읽었는데 다시 읽으면 어떨까 싶어서.
풍경사진 멋집니다. 올핸 이상하게 봄이 봄 같지가 않은 것 같아요. 이맘 때 제법 후텁지근했던 거 같은데 저만 이런가요? ㅠ

페크pek0501 2025-05-11 13:26   좋아요 1 | URL
끈을 허리에 감아 뒤에서 리본으로 묶는 건데 발레복 스커트, 인 거죠. 저는 스타킹이 신기 싫어 달라붙는 바지에 저 스커트를 입어요. 한 바퀴 돌 때 스커트가 둥글게 퍼지는 맛이 있거든요.ㅋㅋ
<고양이로소이다>는 547쪽짜리인데 5백 쪽 넘게 읽었으니 수십 쪽만 읽으면 완독이에요. 몇 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책을 보다 보니 이제야 완독하나 봅니다. 재밌어요. <대지>는 책을 갖고 있는데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책 중 하나예요. 중학교 때 <대지>를 읽으셨다니 수준이 높은 학생이었네요.
저도 이번 봄은 좀 특이하게 생각되더군요. 5월 치고 날씨가 선선해서요.^^

희선 2025-05-1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를 텐데, 사람은 자신이 옳다 여기는 걸 바꾸지 않기도 하는군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봉지에 든 게 양파인지 사과인지는 봐야 알죠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고 여길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5-14 23:55   좋아요 0 | URL
대부분 자기가 아는 게 옳다고 믿죠. 자신이 잘못 생각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봉지에 든 것조차 확인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믿어 버려요.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신중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5-05-12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ㅠㅠ 마음이 아린데 너무 좋아요

저는 약속장소에 먼저가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 좋아해요.
기다리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그 시간을 즐기죠.^^
그렇지만 안오는건... ㅠㅠ

페크pek0501 2025-05-14 23:57   좋아요 0 | URL
약속장소에 딱 맞춰 가려 하면 간혹 늦는 경우가 생기고 그럴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건강을 위해서도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좋죠. 저도 십분 전에 도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건, 슬픈 일이에요.^^

2025-05-15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6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5-17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만나고 바로 최애 작가가 되었지요.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언젠가 또 읽어보고 싶답니다. 어느 블친이 선물해준 이 책을 고이 모셔두고 있지요. 국민작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는 칭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가지요.

발레도 열심히 하시고 새 옷을 가진 기쁨이 제게도 느껴지네요.ㅎ^^
주말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05-17 14:40   좋아요 1 | URL
저는 도련님, 이란 소설로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만나고 팬이 되었지요. 이 소설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하는 할머니와 도련님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을 좋아합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도 발레가 인기랍니다. 문화센터에도 발레 강좌가 많이 있더군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요즘 40세 전후로 보이는 두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다. 나보다 젊은 작가들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쓰는지 알고 싶었다. 


*













정지우,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신문에 실리기 좋을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식궁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 책에는 ‘예민함 궁합’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연애나 결혼에서 흔히 이러저런 궁합들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궁합 중의 궁합은 ‘예민함의 궁합’이 아닐까 싶다.(87쪽)


누군가는 냄새나 청결에, 누군가는 말투나 표정에, 누군가는 단어나 색깔에 민감하다.(88쪽)


그렇게 어릴 적부터 어디에 얼마나 예민한가는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 예민함의 궁합이 대단히 중요해지는 것 같다. (...) 말투에 너무 예민해서 상대방의 퉁명스러운 말투 하나에도 크게 상처받는 사람은, 말투 자체가 별달리 문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살면 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는 냄새에 극도로 예민하여 항상 가글을 하는데 한 사람은 좀처럼 그런 데 둔감하다면,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무척 많이 쌓이게 될 것이다.(88~89쪽)


예민함의 부분들이 거의 일치하는 사이는 사실 그렇게까지 서로를 미워할 이유가 없고 크게 불편할 이유도 없다.(89쪽)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결혼하기에 앞서 상대편의 무엇을 참기 어려운가에 대해 서로 관심을 갖고 판단하여 결혼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한 예로 수다스러운 사람이 싫을 수도 있고 말 없는 사람이 싫을 수도 있다. 


나는 독재적인 사람이나 오만한 사람을 싫어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나마 좋게 해석하여 참을 수 있다. 상대방이 기분 상할까 봐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러나 독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오만한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은 상대하기가 어렵다.  



 

**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소설가가 쓴 산문집이다.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은 한 신문에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매만진 칼럼들이라고 한다.  


당신은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판단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보하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가지고 손쉽게 누군가에게 선이나 악으로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 순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97쪽)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98쪽)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어서 옮겨 봤다. 





봄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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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5-04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예민한 게 다르기도 하죠 정말 그게 잘 맞아야 좋을 듯하겠습니다 다르다 해도 서로가 무엇에 예민한지 안다면 좀 나을 듯한데, 그런 데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으니, 뭘 그런 것 가지고 할 때가 많을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5-05 21:09   좋아요 0 | URL
엄밀히 따지고 보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듯합니다. 누구나 어떤 면에선 예민한 거죠. 또 예민하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예민하지도 않고요. 아마 모든 면에서 예민했다가는 과부하로 살 수 없을 겁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 하는 사람하고는 잘 지내기 어렵겠죠.^^

서니데이 2025-05-04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이는 참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잘 맞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처음엔 잘 맞던 사람도 시간 지나면서 달라지는 것들이 생기고요. 예민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서로 다르고 만약 반대라면 조금 힘들거예요. 그래도 잘 배려하는 분이 계시고, 또 잘 안될 때가 있긴 한 것 같고요.
주말이 거의 다 지나갔어요. 페크님,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5-05 21:16   좋아요 1 | URL
결혼하고 나면 육아 문제, 교육 문제로 많이 다툰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싶은 아내와 그렇지 않은 남편과의 마찰 같은... 이런 것도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인 거죠. 연애할 때 충분히 상대편에 대해 알아야 하고 문젯거리가 될 만한 것은 서로 얘기를 나눠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어서 절에 갔다왔답니다. 어머니때부터 다니던 절이 멀리 있어서 자주 갈 수 없으니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는 간답니다. 푸른 5월처럼 우리 마음도 푸르기를 바랍니다.^^

잉크냄새 2025-05-05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민함의 궁합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기는 한데, 쉬워 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문제로 보입니다.

페크pek0501 2025-05-08 17:01   좋아요 0 | URL
정말 쉽지 않겠죠?
지금 생각난 것인데, 주장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 양보와 타협이라는 덕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5-05-07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민함의 궁합 공감가네요^^

페크pek0501 2025-05-08 17:02   좋아요 1 | URL
저도 공감이 갔어요. 곱씹어 볼 만한 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5-17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젊은 세대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알 수 있겠네요.
부지런히 살아야 책도 많이 읽을 수 있는데 한동안 게으르게 살고 있는 제가 반성하게 됩니다.
6월부터는 좀 더 활동하기로 다짐해 봅니다.ㅎ^^

페크pek0501 2025-05-17 14:34   좋아요 0 | URL
저보다 젊은 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아요. 정보가 빠르고 이 시대에 더 익숙한 글을 써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지요. 저 역시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 ‘아 저 책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게다가 할일은 어찌나 많은지..ㅋㅋ
그래도 틈틈이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느끼며 사시길 바랍니다.^^
 














유인경,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법’이란 부제가 붙은 책이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라고 설파한다. 


저자는 책을 내랴 방송 출연을 하랴 강연을 다니랴 바쁘게 사는 작가다. 내가 한 친구에게 유인경 님 같은 사람을 사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자기도 그렇다고 말해서 함께 웃은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선배님이라고 부르든지 언니라고 부르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너그럽고 활달해 보여 좋다. 내가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 들어주고 지혜로운 조언을 해 줄 것만 같다. 큰 고민거리도 그녀에게 말하고 나면 하찮은 일이 되고 말 것 같다. 

 


전자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싶어 옮겨 본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도 나이 들면 낙엽 지고 가지 치듯 저절로 정리되더군요. 내가 서서히 물러나거나 저쪽에서 사라지거나 번잡한 관계들이 사라지고 핵심 인물만 남아요.


오래전에 한 스님이 고민이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구나’ ‘겠지’ ‘다행이다’란 3단계로 나눠 생각하라고 했어요. 누가 친구들에게 내 흉을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죠. 그때 ‘아무개가 내 흉을 봤구나’(인정), ‘나한테 못마땅한 게 있었겠지’(이해), ‘그래도 뒷말만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엉뚱한 글은 안 올려 다행이다’(긍정 수용)로 나눠 생각하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는데 꽤 도움이 됐어요. 누군가는 날 욕할 권리가 있고 난 그걸 무시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나이 들어 편안해지는 가장 큰 비결은 나 이외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서예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안달복달하고, 되고 싶은데 될 수 없는 사람을 질투하느라 더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거든요. 60년 넘게 살아 보니 부와 권력과 미모와 화목한 가정을 영원히 유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처녀 시절의 눈부신 미모에 집착해 성형중독이 된 여배우, 거물이었다가 고물로 추락한 정치인, 재산은 많지만 자녀가 엉망인 재벌, 과거의 명함과 영화를 못 잊어 “나 때는 말이야”만 떠들어 꼰대 취급을 받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연연할 것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을 쉰답니다.


질투를 하지 않으니(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에게 착한 말, 좋은 말, 축복의 말을 자주 해요. 별장을 가진 친구 덕분에 별장에서 놀아보기도 하고, 부자인 데다 넉넉한 품성의 친구가 사는 밥과 선물을 기꺼이 받으면서 땡큐만 연발합니다. 세금 걱정이나 관리는 친구의 몫이고 나는 잠시라도 누리기만 하니까 그들이 계속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뻔뻔하다고요? 편안해지려면 기꺼이 뻔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나이의 힘이죠. 


승신 씨, 지금부터 너무 평화와 편안만 누릴 필요는 없어요. 목마르다가 마신 한 잔의 물이 생명수처럼 느껴지듯 오래 걸려 스스로 만든 편안함이 진짜 값지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봐요. 


편안해지는 비결은 세월이 아니라 확실한 걱정거리와 막연한 두려움이 안개처럼 나를 감쌀 때 잠시 멈추고 그 생각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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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essa 2025-04-30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산홍이 뷰티풀해요. ^^!!!

페크pek0501 2025-04-30 12:58   좋아요 0 | URL
연산홍도, 철쭉도 화려한 색상이 마음을 끕니다. 봄이 주는 선물입니다.^^

Vanessa 2025-04-30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개했네요~~~

페크pek0501 2025-04-30 12:58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25-04-30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5-04-30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날 욕할 권리가 있고 난 그걸 무시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다른 듯 같은 이 권리가 참 어려워요. 우리 눈이 바깥만 보도록 구조화되어서 안으로 밖으로 향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나봐요.

페크pek0501 2025-05-01 11:49   좋아요 0 | URL
우리는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도록 훈련을 받아 온 셈이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 요즘 많이 나오네요. 어떤 상황에 놓여도 중요한 건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 같습니다. 네가 나를 욕해도 내가 그 욕을 안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요. 완벽해지려고 하지도 말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말고 자기를 존중하고 자기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듯해요. 남을 위해 사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stella.K 2025-05-01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세월지나면 다 정리가 되는데 당시엔 왜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건지. ㅋ 유인경 기자 참 젊게 사는 것 같아요. 일선에서 물러날 때도된 것 같은데. 이런 분은 은퇴하면 병 날 거예요.^^

페크pek0501 2025-05-02 22:10   좋아요 1 | URL
유인경 작가(책을 많이 냈더라고요.)는 늘 활력 있게 살 것 같고 이런 분은 집콕~ 하면 정말 병 날지 몰라요. 자기 성향에 맞게 살아야 건강해요. 경향신문 기자로, 부장으로 퇴직후에도 왕성한 활동 보기 좋아요. 대단한 능력자이죠.^^

하나의책장 2025-05-03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는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줘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5-05-04 13:03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십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요.
유인경 작가가 딸을 대상으로 하여 쓴 글을 책으로 낸 게 있는데 오히려 어머니들이 많이 샀다고 하네요.^^

희선 2025-05-04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더 먹어야 편안해지려나 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듯하네요 마지막에 편안해지는 건 세월이 아니다는 말이 있으니... 자기 자신을 좋아해야 하는데, 그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잘 안 되니, 꼭 그렇게 해야 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5-05 21:50   좋아요 0 | URL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며 늙어 가는 게 좋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도 나이를 먹고 보니 저절로 너그러워지지 않더라고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나이 먹으면 자신감 상실, 열등감으로 오히려 속이 좁아지기 쉬워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이 들자고요. 푸른 5월, 잘 보내십시오^^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는 400편이 넘는 중·단편 소설을 써서 극작가보다는 소설가로서 더 유명하다. 나는 일찍이 그의 단편집 두 권을 읽고 소설 팬이 되었었다. 이번에 읽은 그의 희곡 또한 색다른 맛의 즐거움을 선사하여 희곡 팬도 되어 버렸다. 


“세계적으로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체호프의 희곡은 이른바 ‘4대 장막극’이라 불리는 <갈매기>, <바냐 외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으로 국한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공연되고 있을 것이다.”(옮긴이의 말, 771쪽) 


앞서 언급한 네 작품 모두 아래의 책에 실려 있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네 작품 중 <갈매기>와 <바냐 외삼촌>을 소개하고자 한다.  

 

*

젊은 날에 미팅을 하거나 맞선을 본 경험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다. 상대가 내 맘에 들면 상대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상대가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상대는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엇갈리는 현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간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한편으로 다행한 일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만약 이성을 처음 만날 때마다 서로 좋아하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이와 연애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처음 만나는 이성과 사랑에 빠져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바람둥이라면 많은 이성과 사귀고 나서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어렵게 된다. 엇갈리는 현상으로 인해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기 어려우니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된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 때, 두 남녀는 비로소 결혼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지만.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서도 메드베젠코는 마샤를 사랑하고, 마샤는 트레플료프를 사랑하고, 트레플료프는 니나를 사랑하고, 니나는 트리고린을 사랑한다. 엇갈리기에 사랑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만다. 


소설가 트리고린은 남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 혼자 사는 아르카지나의 연인이다. 트리고린은 니나와 함께 살다가 니나를 버리고 옛 연인인 아르카지나의 곁으로 돌아온다. 아르카지나는 유명한 여배우로 트레플료프의 어머니다. 말하자면 트레플료프는 니나를 어머니의 연인한테 빼앗긴 셈이다. 


다음은 자살을 예감한 듯 트레플료프가 니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대목이다.


트레플료프 : (소총과 죽은 갈매기를 들고 모자를 쓰지 않은 채 들어온다) 당신 혼잔가요?

니나 : 그래요. 

이게 뭐예요?

트레플료프 : 오늘 비겁하게 이 갈매기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당신 발치에 놓겠습니다.

니나 : 무슨 일이죠? (갈매기를 들고 들여다본다)

트레플료프 : (사이를 두고) 조간간 나는 이런 식으로 자살할 겁니다.

니나 :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군요.

트레플료프 : 그래요.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그 이후로 그렇게 됐죠. 나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변했어요. 당신의 눈은 냉랭하고, 내가 있으면 당신은 괴로워합니다.(‘갈매기’, 423~424쪽) 


다음은 중견 소설가인 트리고린이 젊은 아가씨인 니나와 말을 주고받는 대목이다.(두 사람 앞에 트레플료프가 죽인 갈매기가 있다.)

 

니나 : 뭘 적으시나 봐요?

트리고린 : 그래요. 써 넣는 거죠……. 줄거리가 떠올라서요……. (책자를 감추면서) 작은 이야기를 위한 줄거립니다. 한 호숫가 마을에 마치 당신 같은 젊은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살고 있어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 갈매기처럼 행복하고 자유롭죠. 그런데 우연히 한 사내가 와서 보고는 이유도 없이 그녀를 파멸시킵니다. 마치 이 갈매기처럼 말이죠.(‘갈매기’, 430~431쪽)


트리고린은 니나를 보고 그런 착상이 떠올랐던 것. 신기하게도 트리고린의 말은 현실이 된다. 마치 미래에 대해 예언을 한 듯한,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 놓은 듯한 이 대사를 체호프는 왜 트리고린이 말하게 했을까 헤아려 본다. 그 이유는 이 희곡의 등장인물들 중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소설가란 직업을 가진 트리고린이기 때문이리라. 


놀라운 것은 트리고린이 말한 ‘한 사내’가 바로 트리고린 자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트리고린은 자기의 착상이 현실이 될 줄 몰랐을 테고 더군다나 ‘한 사내’가 본인이 될 줄 몰랐겠지만 말이다. 니나는 트리고린을 사랑하게 되고 그와 동거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고 만다. 그 뒤 니나는 트리고린에게서 버림을 받아 불행에 빠진다. 만약 트리고린이 나타나자 않았다면 니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트레플료프라와 짝이 되어 불행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트레플료프와 아르카지나는 말다툼을 하고 나서 서로 화해한다. 


트레플료프 : (그녀를 끌어안는다) 엄마가 아신다면! 전 모든 걸 잃었어요. 그녀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제 글을 쓸 수도 없어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요……. 

아르카지나 : 낙심하지마라…….  다 잘될 게다. 그 사람이 떠나면 그 아이도 다시 널 사랑하게 될 게야.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렇고말고. 우리 이제 화해한 거다.

트레플료프 : (그녀의 손에 키스한다) 네, 엄마.(‘갈매기’, 441쪽)


트리고린이 자기와 이곳을 떠나고 나면 니나가 트레플료프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어머니가 아들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이와 같이 이야기가 흥미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등장인물 중에서 작가와 배우가 있기에 문학과 예술에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가령 이런 것.


도른 :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 당신 희곡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조금 이상하고,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강력한 인상을 받았어요. 당신은 재능 있는 사람이니, 계속 써야 합니다. (...) 당신은 추상적인 사유의 영역에서 주제를 포착했어요.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겁니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은 반드시 어떤 거대한 사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진지한 것만이 아름다운 법이오.(‘갈매기’, 411~412쪽)


작가 지망생이었던 트레플료프라는 작가가 되고, 배우 지망생이었던 니나는 연극 배우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었을까?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있는 집에서 무모하게 가출할 만큼 용기가 있고 사랑에 쉽게 빠지고 현실 감각이 없는 니나. 그녀는 트리고린에게 버림을 받고 배우로 성공하지도 못하며 폐인이 된 듯한 모습이 되어 버린다. 작가가 되었으나 글을 쓸 수 없고 니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트레플료프. 니나는 트레플료프의 사랑 고백을 받아 주지 않고 자신을 버린 트리고린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트레플료프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니나와 트레플료프 같은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려운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 작품 속 명대사


작품에는 분명하고 명백한 생각이 들어 있어야 해요.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당신은 알아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 그림 같은 길을 명백한 목적도 없이 걸어간다면, 당신은 길을 잃을 것이고, 재능이 당신을 파멸시킬 겁니다.(‘갈매기’, 412쪽)

 

투르게네프 작품에 이런 대목이 있죠. “이런 밤에 지붕 아래 앉아 있는 사람과 따뜻한 모퉁이를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갈매기’, 465쪽)





**

체호프의 또 다른 희곡 ‘바냐 외삼촌’에서는 바냐가 지난 25년 동안 세레브랴코프에게 속아 황소처럼 일하며 어리석게 살았다며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레브랴코프는 연구 업적이 없이 퇴직한 교수로 지금은 통풍 환자가 되어 있다. 


보이니쓰키(바냐) : (...) 아, 난 얼마나 속아왔던가! 난 저 교수를, 저 보잘것없는 통풍 환자를 숭배했고, 그를 위해서 황소처럼 일했어! 나와 소냐는 이 영지에서 마지막 안 방울까지도 짜냈어. 한 푼 두 푼 모아 수천 루블을 만들어 그에게 보내주려고 우리는 마치 구두쇠처럼 식물성 기름과 완두콩, 치즈를 팔면서도 정작 자신은 배불리 먹어보지도 못했어. 난 그와 그의 학문이 자랑스러웠고, 그로 인해 살았고 숨 쉬었어! 그가 쓰고 말한 모든 것이 내겐 천재적인 것으로 보였지……. 맙소사. 그런데 지금은? 그는 은퇴했고, 그래서 지금 그의 인생 결과가 드러났어. 그가 죽고 나면 단 한 페이지의 저작도 남지 않을 거야. 그자는 전혀 유명하지 않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누 거품이야! 그래 난 속았어…… 알아. 어리석게 속은 거라고…….(‘바냐 외삼촌’, 497쪽) 


교수와 바냐는 예전에 매제와 처남 사이였다. 그런데 바냐의 여동생이 죽었고 그 여동생이 낳은 딸이 소냐다. 소냐와 바냐는 조카와 외삼촌 사이. 그래서 소냐는 바냐를 ‘바냐 외삼촌’이라고 부른다. 교수는 현재 엘레나 안드레예브나와 살고 있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는 빼어난 미인으로 소냐의 새어머니인 셈이다. 바냐는 엘레나 안드레예브나를 짝사랑한다.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해 보지만 허사였다. 


‘바냐 외삼촌’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두 사람이다. 그 첫째는 교수였던 세레브랴코프의 학문을 위해 25년간 황소처럼 노동하며 희생했던 ‘바냐’다. 그 교수가 위대한 학자가 될 줄 알고 그의 학문에 희망을 걸고 산 바냐의 25년간의 삶은 바냐의 말처럼 어리석게 속은 삶이기만 했을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25년 동안 희망을 갖고 살았으니 희망찬 인생을 살았다고 말이다. 결과만큼 긴 시간의 과정도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둘째는 애인과 달아난 아내의 딸들의 양육을 위해 재산을 준 ‘텔레긴’이다. 그는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버림을 받은 상황 속에서 친자식이 아님에도 양육비를 주었고 그래서 행복을 잃었지만 자부심은 남았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은 의미 있는 인생일까, 헛된 인생일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전자일 수도 후자일 수도 있겠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인생과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을 ‘바냐 외삼촌’이란 희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냐처럼 누구에게 인생을 바치는 삶은 후회와 원망이 따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맞벌이부부가 흔치 않았던 과거에는 기혼 여성들이 자기 삶에서 얻지 못한 충족을 자녀의 학업 성적이나 남편의 출세에서 구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남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기보다 본인의 인생에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살 때 인간은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 삶의 주체자가 되려면 본인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삶을 비관하고 모르핀이 들어 있는 병을 훔쳐갖고는 자살까지 생각했던 바냐 외삼촌에게 소냐는 다음과 같이 위로한다. 


보이니쓰키(바냐) : (소냐에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야, 몹시 괴롭구나!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네가 알아준다면!

소냐 : 어떻게 하겠어요. 살아야죠!

바냐 외삼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긴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이 우릴 가엾게 여기실 테고, 저와 외삼촌, 사랑하는 외삼촌은 밝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삶을 보고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지금 우리의 불행을 감동과 미소로 되돌아보면서 우린 쉬게 될 거예요. 전 믿어요, 외삼촌. 뜨겁고 열렬하게 믿어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놓는다. 지친 목소리로) 우린 쉬게 될 거예요!(‘바냐 외삼촌’, 545쪽)

 

“우린 쉬게 될 거예요!”라는 말이 마치 절규처럼 깊은 울림을 준다. 소냐 역시 자신의 사랑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 괴로워하는 바냐에게서 동병상련을 느꼈으리라. 소냐의 훌륭한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 작품 속 명대사


늙은 까마귀 같은 우리 엄마는 끊임없이 여성 해방에 대해 떠들고 계셔. 한쪽 눈으로는 무덤을 보고 있으면서, 다른 눈으로는 그 잘난 책자에서 새로운 인생의 여명을 찾고 있거든.(‘바냐 외삼촌’, 477쪽)


자기 아내도 아닌데 어째서 당신들은 여자를 무심하게 바라볼 수 없는 건가요? 그 의사가 옳게 말한 것처럼 당신들 모두의 내부에는 파괴의 악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들은 숲도, 새도, 여자도, 누구에 대해서도 동정하지 않아요.(‘바냐 외삼촌’, 487쪽)


세상은 강도나 화재 때문에 파멸하는 게 아니라, 증오, 적대감, 온갖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파멸한다는 사실을 말이죠…….(‘바냐 외삼촌’, 495쪽)


여자는 오직 다음과 같은 순서로만 남자의 친구가 될 수 있어. 처음에는 아는 사람, 그다음엔 애인, 그러고 난 다음에 친구.(‘바냐 외삼촌’, 498~499쪽)


이런 날씨엔 목을 매기 좋지요…….(‘바냐 외삼촌’, 4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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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외삼촌’에서 엘레나 안드레예브나가 “오늘 날씨가 좋네요……. 덥지도 않고…….”라고 말하자 바냐는 “이런 날씨엔 목을 매기 좋지요…….”라고 응수한다.






인간의 속도 모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봄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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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5-04-27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매기는 예전에 영화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본 적은 없지만...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기도 하네요 마음이 엇갈리다니... 그럴 때는 참 마음이 안 좋겠네요 이성 사이만 그런 건 아닌 듯해요 친구도 다르지 않은 듯... 그런 것도 그러려니 해야 할지도... 다른 사람 마음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에요

자기 삶을 사는 게 좋기는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도 좋은 일인데, 그저 도와준 것만으로 기뻐하는 게 좋겠지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4-28 08:07   좋아요 0 | URL
갈매기, 는 유튜브 영상으로 연극이 있더라고요. 인간관계에서 엇갈리는 일은 흔한 일이지요. 운명의 장난, 같지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건 좋지만 자기 삶을 다 바치는 건 좋지 않겠죠. 인간인지라 본전 생각을 하고 대가를 바라거든요. 난 이만큼 했는데 너는 내게 어떻게 했어?, 라거나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이럴 수 있니? 라고 하게 되거든요. 자기 삶을 충실히 살 때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그건 희생이 아니니까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태인 2025-04-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을 매기 좋은 날이라니.중증 우울자의 모습이네요.T.T바냐 아저씨의 응수가 슬프네요.바냐 아저씨를 읽어 봐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04-30 10:10   좋아요 0 | URL
제가 사족, 으로 붙여 봤어요. 요즘 날씨가 매우 좋아서요.
작품 속에서도 의사가 바냐는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의사로서의 직감인 거죠. 희곡은 무대 상연을 전제로 쓰는 것이지만 저는 책으로 읽는 게 좋더라고요. 태인 님도 읽으시면 희곡의 매력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태인 님 반가웠습니당~~

그레이스 2025-04-30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냐삼촌,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페크pek0501 2025-04-30 12:36   좋아요 1 | URL
역쉬~~ 독서광 그레이스 님은 읽으셨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