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법’이란 부제가 붙은 책이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라고 설파한다. 


저자는 책을 내랴 방송 출연을 하랴 강연을 다니랴 바쁘게 사는 작가다. 내가 한 친구에게 유인경 님 같은 사람을 사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자기도 그렇다고 말해서 함께 웃은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선배님이라고 부르든지 언니라고 부르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너그럽고 활달해 보여 좋다. 내가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 들어주고 지혜로운 조언을 해 줄 것만 같다. 큰 고민거리도 그녀에게 말하고 나면 하찮은 일이 되고 말 것 같다. 

 


전자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싶어 옮겨 본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도 나이 들면 낙엽 지고 가지 치듯 저절로 정리되더군요. 내가 서서히 물러나거나 저쪽에서 사라지거나 번잡한 관계들이 사라지고 핵심 인물만 남아요.


오래전에 한 스님이 고민이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구나’ ‘겠지’ ‘다행이다’란 3단계로 나눠 생각하라고 했어요. 누가 친구들에게 내 흉을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죠. 그때 ‘아무개가 내 흉을 봤구나’(인정), ‘나한테 못마땅한 게 있었겠지’(이해), ‘그래도 뒷말만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엉뚱한 글은 안 올려 다행이다’(긍정 수용)로 나눠 생각하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는데 꽤 도움이 됐어요. 누군가는 날 욕할 권리가 있고 난 그걸 무시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나이 들어 편안해지는 가장 큰 비결은 나 이외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서예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안달복달하고, 되고 싶은데 될 수 없는 사람을 질투하느라 더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거든요. 60년 넘게 살아 보니 부와 권력과 미모와 화목한 가정을 영원히 유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처녀 시절의 눈부신 미모에 집착해 성형중독이 된 여배우, 거물이었다가 고물로 추락한 정치인, 재산은 많지만 자녀가 엉망인 재벌, 과거의 명함과 영화를 못 잊어 “나 때는 말이야”만 떠들어 꼰대 취급을 받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연연할 것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을 쉰답니다.


질투를 하지 않으니(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에게 착한 말, 좋은 말, 축복의 말을 자주 해요. 별장을 가진 친구 덕분에 별장에서 놀아보기도 하고, 부자인 데다 넉넉한 품성의 친구가 사는 밥과 선물을 기꺼이 받으면서 땡큐만 연발합니다. 세금 걱정이나 관리는 친구의 몫이고 나는 잠시라도 누리기만 하니까 그들이 계속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뻔뻔하다고요? 편안해지려면 기꺼이 뻔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나이의 힘이죠. 


승신 씨, 지금부터 너무 평화와 편안만 누릴 필요는 없어요. 목마르다가 마신 한 잔의 물이 생명수처럼 느껴지듯 오래 걸려 스스로 만든 편안함이 진짜 값지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봐요. 


편안해지는 비결은 세월이 아니라 확실한 걱정거리와 막연한 두려움이 안개처럼 나를 감쌀 때 잠시 멈추고 그 생각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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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essa 2025-04-30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산홍이 뷰티풀해요. ^^!!!

페크pek0501 2025-04-30 12:58   좋아요 0 | URL
연산홍도, 철쭉도 화려한 색상이 마음을 끕니다. 봄이 주는 선물입니다.^^

Vanessa 2025-04-30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개했네요~~~

페크pek0501 2025-04-30 12:58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25-04-30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5-04-30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날 욕할 권리가 있고 난 그걸 무시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다른 듯 같은 이 권리가 참 어려워요. 우리 눈이 바깥만 보도록 구조화되어서 안으로 밖으로 향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나봐요.

페크pek0501 2025-05-01 11:49   좋아요 0 | URL
우리는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도록 훈련을 받아 온 셈이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 요즘 많이 나오네요. 어떤 상황에 놓여도 중요한 건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 같습니다. 네가 나를 욕해도 내가 그 욕을 안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요. 완벽해지려고 하지도 말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말고 자기를 존중하고 자기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듯해요. 남을 위해 사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stella.K 2025-05-01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세월지나면 다 정리가 되는데 당시엔 왜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건지. ㅋ 유인경 기자 참 젊게 사는 것 같아요. 일선에서 물러날 때도된 것 같은데. 이런 분은 은퇴하면 병 날 거예요.^^

페크pek0501 2025-05-02 22:10   좋아요 1 | URL
유인경 작가(책을 많이 냈더라고요.)는 늘 활력 있게 살 것 같고 이런 분은 집콕~ 하면 정말 병 날지 몰라요. 자기 성향에 맞게 살아야 건강해요. 경향신문 기자로, 부장으로 퇴직후에도 왕성한 활동 보기 좋아요. 대단한 능력자이죠.^^

하나의책장 2025-05-03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는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줘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5-05-04 13:03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십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요.
유인경 작가가 딸을 대상으로 하여 쓴 글을 책으로 낸 게 있는데 오히려 어머니들이 많이 샀다고 하네요.^^

희선 2025-05-04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더 먹어야 편안해지려나 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듯하네요 마지막에 편안해지는 건 세월이 아니다는 말이 있으니... 자기 자신을 좋아해야 하는데, 그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잘 안 되니, 꼭 그렇게 해야 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5-05 21:50   좋아요 0 | URL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며 늙어 가는 게 좋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도 나이를 먹고 보니 저절로 너그러워지지 않더라고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나이 먹으면 자신감 상실, 열등감으로 오히려 속이 좁아지기 쉬워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이 들자고요. 푸른 5월, 잘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