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1533~1592)는 ‘에세’에서 세 가지 조건의 삶을 살아 보았다며 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고정된 수입이 없어 타인의 결정과 도움에 의존해 이십여 년 가까이 살았던 삶이다. 돈을 쓰는 것이 운수소관이었던 만큼 즐거웠고 근심도 덜했다며 그보다 더 잘 살았던 적이 없다고 한다. 돈을 빌려 준 친구들이 몇 번이라도 변제 기한을 연장해 주었고 남에게 돈을 지불할 때면 어떤 쾌감을 느꼈다. 마치 어깨에서 귀찮은 짐을 내려놓는 것 같고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다. 거기엔 올바른 행위를 하고 타인을 기쁘게 한다는, 우쭐해지는 약간의 만족감도 들어 있었다.  



두 번째는 몇 해 동안 돈을 갖게 된 상태에서 삶았던 삶이다. 이때는 ‘갑자기 이런저런 사고가 생기면 어쩐단 말인가?’ 하는 헛되고 그릇된 상상 끝에 꾀를 내어 여분의 저축을 마련해 불시에 닥칠 수 있는 모든 불편에 대비하려 했다. 그러나 괴로운 염려 없이 지낼 수는 없었다.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충분히 준비한 것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게다가 돈을 많이 지니면 지닐수록 염려가 늘었다. 어떤 때는 길이 안전한지 두려웠고 어떤 때는 짐꾼들이 믿을 만한지 걱정되었다. 가방이 자신의 눈앞에 없으면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돈궤를 집에 두고 오면 성가신 의심과 상념이 숱하게 밀려드는데, 더 나쁜 점은 누구와도 그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 돈이 많다고 해서 지출이 덜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재물을 모으는 것만 기꺼워 쓰지는 못하고 재물을 지키기에만 급급해졌다. 



세 번째는 지출을 수입과 나란히 달리게 해서 어떤 때는 이것이 앞서고 어떤 때는 저것이 앞서는 삶이다. 비축해 둔 것이 많지 않아도 현재의 일상적 필요를 채우기에 충분한 것을 지니고 있음에 만족하여 즐겁고 잘 조절된 삶이었다. 이와 관련해 “구매 열정을 갖지 않는 것도 하나의 부요, 탐욕스레 사지 않는 것도 수입이다.”라고 했던 키케로의 말을 인용한다. 늙은이들 사이에 흔한 병,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재물에 대한 욕심’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세 가지의 삶을 열거하면서 몽테뉴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여유와 궁핍은 각자의 견해에 달렸다. 부도 영광도 건강도 그 소유자가 그것들에 부여한 만큼만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다. 각자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다.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바로 그럴 때에만 믿음이 알맹이를 갖게 되고 현실이 된다.(137쪽)




근심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가진 것으로 넉넉히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필요를 딱 알맞게 조절한 사람, 지출이나 돈 모으기 따위에 방해받지 않고, 자기에게 더 적합하고 더 편안한 다른 일들을 마음이 원하는 바에 따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도다.(137쪽)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글을 읽고 나서.................


우리 속담에 재물을 잃은 것은 작은 것을 잃은 것이고 벗을 잃은 것은 큰 것을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벗은 그 어떤 재물과도 비길 수 없는 존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재물이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자일수록 근심은 더 많다는 속담도 있다. 부자는 아무 근심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가난한 사람보다도 더 근심거리가 많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빈자로 사는 것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러나 나는 돈이 많은 부자가 되기보다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 부자’, 마음이 편안한 ‘마음 부자’가 되고 싶다. 마음이 편치 않거나 시간에 쫓기며 사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부자는 되고 싶지 않다.




....................

추석 연휴를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유와 궁핍은 각자의 견해에 달렸다. 부도 영광도 건강도 그 소유자가 그것들에 부여한 만큼만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다. 각자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다.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바로 그럴 때에만 믿음이 알맹이를 갖게 되고 현실이 된다.(137쪽)

근심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가진 것으로 넉넉히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필요를 딱 알맞게 조절한 사람, 지출이나 돈 모으기 따위에 방해받지 않고, 자기에게 더 적합하고 더 편안한 다른 일들을 마음이 원하는 바에 따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도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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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8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책부자 😍
추석연휴
책밥상 한가득
페크님
해피 추석🌕

페크pek0501 2022-09-11 22:00   좋아요 1 | URL
스콧 님,해피 추석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에야 추석 스케줄이 끝났어요. 속시원함을 느낍니다.
저도 책 부자라서 배가 부르죠.😍

초란공 2022-09-08 15: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1권 일기 시작했어요! 페크님 평안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9-11 22:02   좋아요 1 | URL
초란공 님도 1권 읽기 시작하셨군요. 뭐든 시작이란 건 좋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느낌으로 새 도전이거든요.
초란공 님도 내일 하루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2-09-08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음 부자 해야겠어요.
페크님, 추석 명절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2-09-11 22:02   좋아요 1 | URL
사실 마음 부자가 제일 좋은 거지요. 재물 부자면서 마음이 편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페넬로페 님도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감은빛 2022-09-08 17: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쭉 가난하게 살았고, 지금도 딱 수입에 지출을 맞춰 살고 있어요. 아주 가끔 돈에 쪼들린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별로 불편하거나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물론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사는 일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죠. 다만 태도의 문제일텐데 가진 것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맞춰 살아가는 자세를 가질 수 있어야 하겠지요. 남들처럼 혹은 남들만큼 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힘들고 괴로운 일은 없겠죠.

페크pek0501 2022-09-11 22:06   좋아요 0 | URL
수입에 지출이 맞아떨어지는 게 가장 좋을 수도 있어요. 돈 버는 재미가 있거든요. 저는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버는 것도 재미가 있을까 궁금해요. 돈이 절실히 필요할 때 돈 버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거든요.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은 꽤 이로운 생각 같습니다.
삶에 대한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게 맞습니다. 부자면서 불행한 이들을 많이 봤어요.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08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읽었던 책에서, 지갑 안에 돈이 들어있는 것이 불안하면 그만큼 여유가 없어서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마음이 여유가 있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부터 추석 연휴 시작입니다.
페크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9-11 22:09   좋아요 1 | URL
돈의 여유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죠. 재벌 2세들이 마약에 빠지거나 음주 운전을 해서 논란거리가 될 때마다 많이 가진 자가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명절 연휴도 내일 하루만 남았네요. 오늘까지 수고했으니 내일은 제게 휴식의 날을 주겠어요. 냉장고에 반찬도 푸짐하니 쉴 수 있을 듯해요.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지세요.^^

바람돌이 2022-09-08 2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래도 저는 부자가 한번 되어봤으면 좋겟어요. 그래야 근심걱정이 많아지는지 알 수 있잖아요. 이건 뭐 한번도 되본적이 없는데..... ㅎㅎ
페크님 즐겁고 행복한 추석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9-11 22: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자가 되어 보고 나서 부자가 갖는 느낌을 가져 보고 싶군요. 특히 쇼핑할 때 주머니 사정과 무관하게 맘에 드는 물건을 사 보고 싶군요.ㅋㅋ 언제나 가격표부터 보고 사야 하니...ㅋㅋ
바람돌이 님과 저는 그래도 하나의 부자는 가능하니 다행이지요. 우리는 책 부자!!! 매일 소중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2-09-09 0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자가 되는 것도 애써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걸 안 해서 부자가 될 일은 없고 그럴 마음도 없군요 그래도 마음은 부자고 싶네요 가끔 마음이 가난해지지만...

페크 님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9-11 22:13   좋아요 1 | URL
애써야 부자가 되기도 하고 운발도 좋아야 부자가 되는 것 같아요. 부자, 라는 게 좀 부담스럽긴 해요. 큰 부자보단 작은 부자가 나을 것 같아요.
마음이 가난하다 싶을 때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되지요. 그러니 다행으로 여기자고요.
희선 님도 남은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매일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9-09 0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키케로 많이 인용하더군요. 말씀하신 대목 이외에도 일찌기 서른아홉 나이에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글로 썼구나 이러며 읽고 있어요.
탐욕스레 사지 않는 것도 수입이다~^^
동감이에요. 다운사이징 하는 삶이 숙제입니다.

페크pek0501 2022-09-11 22:17   좋아요 1 | URL
몽테뉴는 명언의 대가인 것 같더군요. 음미할 만한 좋은 글 인용이 많아서 더 좋습니다.
그 옛날 시대에 벌써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알았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천재인가 봐요.
탐욕이 없다면 삶이 대체로 평안할 것 같아요. 욕심은 버리고 감사할 일을 찾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9-09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자든 가난하든 근심이 없는 사람은 없는거 같아요.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살지 않는 이상 ㅋ 페크님 즐거운 명절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9-11 22:1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지인, 친구들 만나 보면 근심 없는 사람이 없어요.
새파랑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22-09-09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필요나 쓰임새에 의해 살아가는 삶이 무소유라고 생각되네요.

페크pek0501 2022-09-11 22:20   좋아요 1 | URL
불필요한 것들은 사지도, 모으지도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집안에도 간단한 것들로 배치해서 복잡함을 피하고 싶어요. 나이 들수록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죽을 땐 다 놓고 갈 것을, 하는 생각이...
잉크냄새 님도 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mini74 2022-09-09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진게 많으면 지킬것도 많아서일까요. 북플님들은 책만 지키면 ㅎㅎㅎ 페크님의 시간 부자 ~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
올해가 달이 유난히 크다던데요. 달 보며 소원도 빌고 ㅎㅎ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2-09-11 22:22   좋아요 2 | URL
가진 게 많으면 전쟁 날 때 더 근심이 많겠고, 죽을 때도 아까워서 죽기 싫을 것 같네요.
책만 지키면 되고 읽은 책은 중고로 팔아도 되고 책은 간편한 방법이 있지요.
달 사진을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 와서 봤답니다. 정말 큰 달이었어요. 미니 님도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9-09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유레카! 지금 발견했어요 ㅎㅎ
이 책 앞표지에도 번호 작게 써 있어요
우측 상단 끝에 작게요. ㅋㅋ

페크pek0501 2022-09-11 22:25   좋아요 2 | URL
나도 유레카!!! 숨은 그림찾기 같군요. 그렇게 작게 숫자를 써 놓다니. 프레이야 님 덕분에 봤어요. 고맙습니다.
저는 불편해서 이미 에세 옆에 숫자를 크게 써 놓았답니다. 독서로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라로 2022-09-12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간부자가 되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2-09-13 10:54   좋아요 1 | URL
시간 부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으니 희망 사항이 되네요.
바쁘신 라로 님께서는 당연히 시간 부자가 되시길 바랄 것 같습니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