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친정어머니의 약을 타러 병원에 갔다. 병원 안 복도에서 누군가가 밀고 가는 침대에 환자복을 입은 채 누워 있는 노인을 보게 됐다. 힘없이 누워 있는 노인은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에 비쩍 말라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이를 보자 돌아가시기 직전의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올랐고 이어서 여든 살을 넘긴 친정어머니가 누워 있는 침대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러졌다. 훗날 그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나일 터였다. 자연사로 죽는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이니.








병원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눈부시게 쾌청하였고, 꽃밭에는 노랑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에서 머지않아 죽음이 찾아올 것을 예견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 맑은 하늘 아래 가을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젊은이들. 병원 문 하나를 통과하자 음지와 양지는 그렇게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오늘 누군가는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고, 누군가는 장례식장에서 울었으리라. 이것이 인생이렷다. 



그래도 슬픔에 빠져 있는 이를 위해 그 곁에서 슬픔을 나누려고 애쓰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걸 믿는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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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22 00: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따라 저에게 와닿는 말입니다~
페크님,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00:27   좋아요 5 | URL
앗, 깜짝 놀랍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주무시지 않으시는 붕붕툐툐 님!!!
무지하게 반갑습니당~~ 편안하게 주무시옵소서...

오거서 2021-10-22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크네요. 그렇고 말고요, 우리는 혼자가 아닐 뿐더러 곁을 지키는 이들은 다정한 분이지요. 편안한 밤을 맞으시길!

페크(pek0501) 2021-10-22 00:32   좋아요 4 | URL
이 한밤중에 글을 올려 보니 재미있군요. 다들 잠들고 안 주무시는 분들과만 속닥속닥 얘기를 주고받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죠.
편안한 밤이 되시길...

서니데이 2021-10-22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마지막 문단 좋아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나게 해주셔서.
페크님 좋은밤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00:38   좋아요 3 | URL
감솨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그레이스 2021-10-22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 속에서도 예기치 않았던 기쁨이 있기를!

페크(pek0501) 2021-10-22 13:09   좋아요 1 | URL
예기치 않았던 기쁨이 생기기도 하는 게 우리 삶이지요. 인생은 예측 불허.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21-10-22 02: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건강 좋아지시길 빌어요 페크 님.
노오란 소국무리가 방긋방긋 웃는 것 같아요
함께 있네요 모두.

페크(pek0501) 2021-10-22 13:11   좋아요 2 | URL
제가 하는 기도 중 하나가 어머니의 건강이에요. 저에게 의지하며 사시지만,
저 역시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지요.
소국인가요? 너무 예쁘게 피어 있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고맙습니다. ^^

hnine 2021-10-22 0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 슬픔을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 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주고 싶은데, 제 좁은 심성으로 가끔 떠올릴뿐이니 참 염치없지요.
어쩌다 병원에 다녀오는 날은 생각이 많아져요.

페크(pek0501) 2021-10-22 13:14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말로는 베푸는 삶이 좋은 삶이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사는 데에만 바쁜 것 같아 염치 없어요.ㅋ
그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좋은 삶인 건 확실해요.
또 조금은 실천하며 살 거라고 믿어요.

좋은 가을날입니다.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10-22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병원이라는 곳도 이중적인 면이 있는것 같아요.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사라지기도 하고.
슬플때 힘이 되는 사람이 진정한 내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21-10-22 13:15   좋아요 2 | URL
맞네요.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네요. 저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환자복을 입은 이들을 먼저 보게 되어 볼 일이 끝나면 빨리 나가고 싶더라고요. 병원엔 우울감이 공기처럼 떠도는 것 같거든요.
누군가 슬플 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저도 되고 싶네요. ^^

mini74 2021-10-22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가 노인이 되면서 노인이 되어 겪는 불편과 아픔을 보면서, 그제서야 어르신분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아이고 추우신데 왜 저렇게 입으셨나. 할머니 모자 다시 씌워 드릴게요. 오지랖만 늘어갑니다 ~ 페크님 마음 참 따뜻합니다. 어머님 쾌차하시길 ~

페크(pek0501) 2021-10-22 13:17   좋아요 1 | URL
저 역시 엄마의 노화를 지켜보면서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그건 바람직한 오지랖입니다. ㅋ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초딩 2021-10-22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꽃이 예뻐요~
병원에서 누워서 이동하시는 분들
대부분 눈을 꼭 감고 입을 굳게 다물고 계셨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뵐 때 마다

페크(pek0501) 2021-10-22 13:19   좋아요 2 | URL
그렇네요. 침묵과 쓸쓸함이 느껴져요. 저의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초딩 님은 관찰력이 뛰어난 분이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초딩 2021-10-22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불금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13:20   좋아요 2 | URL
오늘이 불금인가요? 저는 내일 지방에 갈 일이 있답니다. 가을 풍경을 실컷 봐 둬야겠어요. 오랜만에 하는 먼 외출이네요.
초딩 님도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

stella.K 2021-10-22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어디 아프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방 가시는군요. 저도 조만간 갈지도...
잘 다녀오세요.^^

페크(pek0501) 2021-10-25 12:5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병원에 가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방 가면서 휴게소에 들렀는데 사람들이 슬슬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제법 사람이 많았어요. 날씨가 좋은 계절이니 만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스텔라 님도 잘 다녀오세요. ^^

희선 2021-10-23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원에서는 아픈 사람이 더 잘 보이죠 거기에서 나오면 아주 다르기도 하네요 병원에 간다 해도 나아진다고 여기면 좋을 텐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0-25 12:59   좋아요 0 | URL
병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 다른 두 세계를 느꼈던 거죠.
병원은 되도록 안 갔으면 좋겠어요. 의료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