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친정어머니의 약을 타러 병원에 갔다. 병원 안 복도에서 누군가가 밀고 가는 침대에 환자복을 입은 채 누워 있는 노인을 보게 됐다. 힘없이 누워 있는 노인은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에 비쩍 말라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이를 보자 돌아가시기 직전의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올랐고 이어서 여든 살을 넘긴 친정어머니가 누워 있는 침대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러졌다. 훗날 그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나일 터였다. 자연사로 죽는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이니.

병원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눈부시게 쾌청하였고, 꽃밭에는 노랑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에서 머지않아 죽음이 찾아올 것을 예견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 맑은 하늘 아래 가을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젊은이들. 병원 문 하나를 통과하자 음지와 양지는 그렇게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오늘 누군가는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고, 누군가는 장례식장에서 울었으리라. 이것이 인생이렷다.
그래도 슬픔에 빠져 있는 이를 위해 그 곁에서 슬픔을 나누려고 애쓰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걸 믿는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