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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박물관에 가면 거의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것인데 유인원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은 결국 다른 동물과 달리 유일하게 직립할 수 있는 생명체가 된다. 변해가는 과정이 순서대로, 화살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역사 수업에서도 똑같은 것을 배웠다. 인간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부터 시작해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점점 진화되었고, 불과 도구를 사용했고 언어를 가지고 농업 혁명을 시작함으로써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주입식 교육과 암기 위주의 공부로 지금까지도 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p25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사실은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p26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렇듯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니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던 역사의 평범한 지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인류의 세가지 혁명-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을 토대로 몇 백만년전의 과거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와 미래의 모습까지 진단하고 예상한 이 책은 역사의 방대한 서술서다.
식견이 좁은 나로서는 어디까지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야기고 어느 부분이 저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인지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으로 전반적인 인류 역사의 흐름과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진작에 구매해 놓은 책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읽지를 못했지만 올해의 독서 계획에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읽기가 있어 계획을 실천해 보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쉽게 읽혔다. 어느 부분에선 유발 하라리의 생각이 신선하고 유머스럽기도 했다.
사피엔스에는 세가지 혁명을 토대로 허구, 종교, 신화, 문화, 제국, 자본주의, 전쟁, 진보, 에너지, 심리, 미래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건이나 사회를 말해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의 50년이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그 시대를 살고 있어 행운이라고도 생각했다. 작가는 우리의 미래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많이 나쁘게 예상하지는 않는 듯 하다. 다만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적혀 있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문구를 통해 끝없는 과학 발전의 병폐를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라는 결과와 그 결과를 토대로 살아가는 현재와 이 현재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끊임없는 흐름이다. 그 어떤 영광과 풍요뒤에는 또 그만큼이나,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이 따르며 역사속 하루의 얘기는 방대하고 끝이 없다 . 그러나 역사는 그저 짧은 몇 마디의 말이나 숫자로만 표현된다. 역사학자들은 그러한 암호같은 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라 대단하다.
서문에서 작가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tvn 의 '책 읽어 드립니다'를 먼저 시청하며 설쌤의 요약강의를 재밌게 잘 들었는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그러한 정리가 책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은 역시 직접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