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 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p13

 

습지에 사는 소녀, 카야는 모든 가족에게 차례차례 버림받고 혼자서 습지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모든 것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학교에 딱 하루 가고 평생 다니지 않았지만 나중에 습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내는 작가가 된다. 이 책의  내용이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 소설은 아름답다. 또한 역경을 딛고 결국 자아를 실현하며, 사랑을 쟁취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시작은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마을에서 소문난 바람둥이가 늪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카야라는 한 소녀의 성장과정과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수사과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p46

 

하지만 수집품이 커질수록 외로움은 깊어졌다. 심장 크기만 한 아픔이 카야의 가슴속에 살았다.

그 무엇도 아픔을 덮어주지 못했다.-p184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로 카야는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살아가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과 혼자 살아가는 것의 한계로 인한 도움의 필요성때문에 카야의 주변엔 그래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람들은 카야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피해를 주고 미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시절엔 아직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는데도 카야를 도와준 사람은 흑인인 점핑과 메이블부부였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은 습지를 배경으로 했기에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다. 카야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나타내는 표현들이 아름답다. 또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도 있으며 소설의 마지막에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이 있어 끝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체이스 앤드루스의 부모와 소박하고 다정하며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테이트의 아버지를 대조시키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나타내준다. 다양한 배경과 사건들로 이 소설은 흥미롭고 끝에 반전도 있다.

 

다만 이 소설은 서사에 비해 문장이 조금 아쉽다. 문장이나 단어를 다르게 표현했다면 소설의 내용들이 더 아름답고 진하게 가슴에 와 닿았을 것 같다. 어쩌면 내 생각과 다르게  담담히 표현해서 카야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해보라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혼자 살기 어렵다. 상상할 수 없이 불행하고 외로운 소녀 카야에게도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 앞에 이런 소녀가 나타난다면 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에서의 문장에서처럼 위태롭지만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정도의 말과 따뜻한 눈빛과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끊임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디 오빠의 말처럼.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p300

 

 

 

 

 

 

 

소년의 차분함. 그렇게 찬찬히 말하고 움직이는 사람을 카야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너무나 확고하면서도 편안한 행동거지였다. 그냥 근처에만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뭉쳐 있던 카야의 응어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엄마와 조디가 떠나고 처음으로 숨 쉴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말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시의 존재 의미는 말이야. 사람한테 뭔가 느끼게 만드는 거지.

테이트의 아버지는 진짜 남자란 부끄러움없이 울고 심장으로 시를 읽고 영혼으로 오페라를 느끼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살아오면서 가장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서 카야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안전망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 자신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2-14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4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닭채 2020-02-1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20-02-2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박물관에 가면 거의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것인데 유인원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은 결국 다른 동물과 달리 유일하게 직립할 수 있는 생명체가 된다. 변해가는 과정이 순서대로, 화살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역사 수업에서도 똑같은 것을 배웠다. 인간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부터 시작해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점점 진화되었고, 불과 도구를 사용했고 언어를 가지고 농업 혁명을 시작함으로써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주입식 교육과 암기 위주의 공부로 지금까지도 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p25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사실은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p26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렇듯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니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던 역사의 평범한 지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인류의 세가지 혁명-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을 토대로 몇 백만년전의 과거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와 미래의 모습까지 진단하고 예상한 이 책은 역사의 방대한 서술서다.

 

식견이 좁은 나로서는 어디까지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야기고 어느 부분이 저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인지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으로 전반적인 인류 역사의 흐름과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진작에 구매해 놓은 책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읽지를 못했지만 올해의 독서 계획에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읽기가  있어 계획을 실천해 보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쉽게 읽혔다. 어느 부분에선 유발 하라리의 생각이 신선하고 유머스럽기도 했다.

 

사피엔스에는 세가지 혁명을 토대로 허구, 종교, 신화, 문화, 제국, 자본주의, 전쟁, 진보, 에너지, 심리, 미래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건이나 사회를 말해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의 50년이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그 시대를 살고 있어 행운이라고도 생각했다. 작가는 우리의 미래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많이 나쁘게 예상하지는 않는 듯 하다. 다만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적혀 있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문구를 통해 끝없는 과학 발전의 병폐를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라는 결과와 그 결과를 토대로 살아가는 현재와 이 현재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끊임없는 흐름이다. 그 어떤 영광과 풍요뒤에는 또 그만큼이나,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이 따르며 역사속 하루의 얘기는 방대하고 끝이 없다 . 그러나 역사는 그저 짧은 몇 마디의 말이나 숫자로만 표현된다. 역사학자들은 그러한 암호같은 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라 대단하다.

서문에서 작가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tvn 의 '책 읽어 드립니다'를  먼저 시청하며 설쌤의 요약강의를 재밌게 잘 들었는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그러한 정리가 책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은 역시 직접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장수 2020-03-07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 다 떠나서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하라리가 생물학에도 박식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너무 많구요. 읽으면서 하라리 선생님께 한 학기 수업 듣고 싶었어요.

페넬로페 2020-03-07 12: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책 읽기전에는 내용이 어려울줄 알았는데 막상 읽으니까 재밌고 유익하더라구요^^
하라리의 다른 책도 읽고 싶은데 책읽기의 게으름으로 인해 아직입니다 ㅠㅠ
 

도서관 동아리 회원의 자격으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2020 올해의 한 책 저자간담회> 에 다녀왔다.
서울도서관에서 개최되었는데
올 해의 성인 부문 한 책 읽기에 선정된 것은
‘아무튼, 딱따구리‘ ‘선량한 차별주의자‘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이다.

오늘은 ‘아무튼, 딱따구리‘ 의 저자 간담회가 있었다.
얼마 전 이 책을 읽으며 박규리 작가의 실생활에서의
지속가능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에 흥미를 느꼈다.
어쩌면 극성스럽고 유별나게 느껴지지만
소박하고 스타일리시한 환경주의자로 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도서관으로 갔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람.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는 환경보호주의자답게 비행기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한 몫 하고자 불참했고,
그대신 위고 출판사 편집자님이 오셔서 진행해 주었다.
중간중간 작가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집과
그곳에서 어떻게 환경보호를 실천하는지도 보여주었다.

작가는 ‘지속가능디자인 연구원‘ 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생활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편한 소비보다는 물건을 재사용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거의 중고매장이나 심지어 고물상에 가서
구입한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것들이
구질구질하고 비대칭적일 수 있는데,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집은
너무 예쁘고 깔끔하고 조화로웠다.
중고물품들로도 예쁜 집을 꾸밀줄 아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였다.

‘아무튼, 딱따구리‘ 를 읽으며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반성했고 나 역시 생활속에서 조금씩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슈라서 이 책을
도서관 한 책 읽기에 선정하는데 큰 이견은 없다.
그런데 한 가지가 조금 거슬린다.

이 책의 많은 소제목중
‘21세기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 이 있다.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느냐, 낳지 않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고 선택이라서
내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작가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너무 자극적이다.
오늘 간담회에서도 이 책을 선정한 사서님들과
시민 선정단들 사이에 이 부분에 대해
많은 토의가 있었다고 했다.

작가는 아이를 낳는 것이
21세기의 심각한 기후변화시대의 한가운데서,
바로 이 재앙의 근원인 인간을 더 추가하는 짓은 자가당착이라는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이고 솔직한 표현인데
그래도 그 문장이 조금 아쉽다.
문장을 조금만 순화시켜도 충분히 본인의 뜻을
전달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한 해에 엄청나게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서 이 책이 도서관 한 책 읽기에 선정된 것은
그만큼 우리의 환경과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 것 같다.
또한 그 인식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 각자가 생활속에서 조그만 것 부터 하나씩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하자는 데 있다.
더이상 미룰 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만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20-02-04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 제가 참석하려는 독서모임 지정도서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예요. ^^

페넬로페 2020-02-04 10:41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저도 기회되면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추풍오장원 2020-03-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간담회인데 탄소배출때문에 안왔다는 그 당당한 사고방식도 공해에 가깝단 생각이 드네요..

2020-02-04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튼, 딱따구리 - 이마저도 우리는 딱따구리를 좀 닮았다 아무튼 시리즈 14
박규리 지음 / 위고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튼, 딱따구리' 라는 책의 제목을 보며 여기서 말하는 '딱따구리' 가 우리가 아는 그 새일까? 아니면 그 말뒤에 숨은 다른 뜻이 있나가 궁금했는데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새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국과 영국 케임브리지를 오가며 살고 있는 박규리 작가의 주변에 딱따구리가 있고 -물론 다른 새들도 많겠지만- 딱따구리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소소한 얘기들을 이 책에서 들려준다.

 

작가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공대 소속 '산업지속가능성연구소' 에서 일하는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원이다-p27  그녀의 남편은 동물학자인데 서로의 직업상 생각과 의견과 행동이 잘 일치해서 생활속 실천면에서 뜻이 잘 맞다. 작가를 통해 지속가능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각종 공해와 환경문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직업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 자신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에서는기후변화가 핵전쟁 다음으로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이유이고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오직 피하는데만 집중되어 있고 그 예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기후변화와 생태파괴,동물학대등에 대한 위기를 얘기하며  생활속에서 하나하나 실쳔하고 예방해서  더 이상 지구를 파괴하지 말자고 한다. 작가의 생활실천을 보며 나름 나도 반성을 많이 했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생활실천을 시도해보리라 결심한다.

 

아주 적극적이고, 오지랖 넓게 중고 물건을 이용하고 자연과 동물을 아끼는 작가에게 약간의 극성스러움도 느꼈지만 그런 삶이 극성스러운게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 같다. 가끔이 아닌 항상 우리 몸을 통해 느끼는 이상기후와 미세먼지를 통해서라도 이제는 정말 작정하고 나서서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들에 환경을 생각하며 물건들의 재사용에 동참해야 한다.

딱따구리는 먹고살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어 벌레를 잡는 먹이 활동을 통해 의도했건 안 했건 이웃새들과 나무에게 도움을 준다. 아울러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한결걑이 씩씩하며, 단벌 신사로서 쓸데없는 사치일랑은 하지 않아도 차려입은 꾸밈새가 당당하고 화려하다. 바로 내가 닮고자 하는 삶의 상징이다.

산하 씨와 나 모두 각자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일을 하며 먹고산다. 물론 서로를 바라보는 일도 흐뭇하지만 지속가능한 세상이라는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기에 무엇을 하든 호흡이 잘 맞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고, 멋쩍은 상황에서 용기를 내고,버려진 것들의 가치를 알아봄으로써 생겨나는 기회를 순전히 우연찮은 행운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여러분의 딱따구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여러분도 밖으로 나가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고 삶에 활력소가 되어줄 뜻밖의 이웃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오르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01-24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맛있는 명절음식 많이
드시고 좋은 일 가득한 휴일 보내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페넬로페 2020-01-24 22:49   좋아요 1 | URL
항상 안부 물어주시는 서니데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편안히 잘 쉬고 있습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맞이하시길 바래요^^

하나의책장 2020-01-26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0-01-26 12:14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설연휴 잘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래요^^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 몸무게보다 오늘 하루의 운동이 중요한 여성의 자기만족 운동 에세이
신한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는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차츰 건강을 잃어가는 작가가 큰 맘 먹고 헬스장을 찾아 pt 를 받으며 몸이 좋아지는 과정을 얘기하며, 종류에 상관없이 꼭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나는 운동으로 내 몸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을 더 잘 살아갈 힘을 기른다, 조금씩.'- 이렇게 작가는 살을 빼고 남들이 보기에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체력을 키우고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한다. 헬스장에서 남자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으며 느낀 불쾌함이나,  남성에 비해 여성이 운동하는데 불편한 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나타내며 본인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몇년간 계속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작가의 말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나는 항상 체력이 약해서 피곤을 달고 살았지만 근력운동을 하고 나서 체력도 많이 좋아지고 피곤하지 않아 운동의 효과와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다 .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헬스의 좋은 점을 얘기했지만 지금껏 나를 따라 헬스장에 온 사람은 없다. 헬스는 재미가 없으니까.

 

헬스장에서의 불편함은 작가가 말한대로 그곳에서는 여성이 운동할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그래도 작가는 여성 전용 헬스장을 다녔지만 난 남녀공용 헬스장을 다니니 더 불편할 수 있겠다. 일단 헬스장엔 운동에 중독된 남성분들이 많이 온다. 그들이 주요 기구들에 포진하여 각자 중량 싸움에 돌입하면 여자들이 그곳에 과감히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여자들은 기구 몇 개를 대충하고 트레드밀위에서 tv를 보면서 좀 걷다가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거의 잘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pt 를 10회 받았다. 그렇게 개인 트레이너를 받으며 여러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남성들이 있어도 그냥 눈감고 가서 운동하니 이제 같이 운동해도 괜찮아졌다.

 

헬스장의 매력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운동하고 온다는 데 있다. 수영이나 에어로빅같은 것을 할 땐 일단 자리에 대한 기싸움이 장난이 아니고 서로 비난하기도 하는데 헬스는 그런 것이 없다. 물론 헬스는 재미가 없고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가는데 규칙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눈 감고 딱 100일만 해보면 내 몸의 변화를 느끼며 점점 운동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조금씩 중량을 높이는 희열도 느낄 수 있고 근육이 늘어남에 따라 확실히 건강해진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건 아니지만 운동 열심히 해서 살도 빠지면 더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20-01-24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젠 혼자 운동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ㅎ 남이랑 하려면 저보단 좀 잘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대부분 따라왔다가 실컷 말만 많이 하고 끝이더라구요.ㅎ ‘살 빼려고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세는 제가 2009년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마음가짐 입니다. 정말 진리라고 생각해요. 살 빠지면 운동 안 할 것도 아닌데 대부분 운동이나 음식조절을 ‘다이어트‘에 맞춰 있잖아요. 사실은 제대로 된 ‘살‘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데요.ㅎㅎ

페넬로페 2020-01-24 22:23   좋아요 0 | URL
네~~저는 tg님의 페이퍼에 힘을 얻어 운동 가기 싫어도 열심히 간답니다~~
저를 부지런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는 내일이 설입니다~~
타국에 계시지만 그래도 설 잘 지내시고 복많이 받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