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배급회사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2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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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잘못을 꼬집고 있는 듯 한데, 아프지가 않다. 호시 신이치는 재미와 유머스러운 글로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였던 거 같다.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을 읽다보면 등골이 오싹하다. <장치 한 대> 부분을 읽으면서 어쩌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요정’을 나누어주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알록달록 예쁜 색과 꽃무늬가 덧대어진 표지는 사람과 요정의 상호관계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맞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맞지만, 그저 단순히 ’재미’로만 이 책을 읽으면 안 될거 같다. 1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결말과 지구가 아닌 우주를 다룬 SF적인 이야기, 미래를 예견한 듯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복신>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던 L씨가 복신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복신을 몸에 받아들이게 된다. 큰 복을 주겠다던 복신은 L씨에게 부지런함을 선물한다. 돈에 대한 집착과 한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가 돌아올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사태>는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착하면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때가 아닌가! 착하다는 말보다는 바보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가 아닌가 말이다.

"병의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죽 나열해 보면 아무래도 매스컴과 관련이 있어. 아까 사회의 불합리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했네만 구의회 예가 아주 좋은 예지. 신문에서는 구의회 선거에 대한 기사가 단 한줄도 엇지만 양심에 따라 훌륭한 인물에게 투표를 하자고 광고는 내지. 엉둥하고 말도 안 된다며 그냥 흘려버리면 건전하다고 볼 수 있네. 대부분이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러나 환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광고에 따르려고 노력하지." 60p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 있군요. 가엾습니다. 선거권이 있으니 일단 분별 잇는 성인일 텐데 말입니다. " 61p

<장치 한 대>는 인격적 신망이 두텁고 업적도 많이 남긴 학자가 ’아무것도 안하는 장치’를 만들면서 일어난다. 핵미사일에 붙이는 격추불능 장치, 인체를 경직시키는 독가스, 살인광선, 피할 수 없는 세균폭탄을 만들어야만 훌륭한 발명품인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점점 발달해져가는 과학이 과연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발달인가?

약 천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자 장치의 내부 시계는 그 사실을 알렸다. 그것은 인류가 멸망했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장치는 처음으로 본래 기능을 발휘했다. 그것은 처음이지 마지막이었따. 장치는 이 단 한 번의 움직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장치의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녹음 장치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듣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인류와 그 문명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말이었다. 또한 슬픔과 이별을 고하는 목소리기도 했다. 159p

이 외에도 여러 편을 통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고, 지금 사회의 잘 못된 점을 비판하기도 하며, 엉뚱한 결말에 웃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옮고 그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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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눈물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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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여 개가 넘는 상을 휩쓸며 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받는 책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칠레의 마지막 사형은 1985년에 집행되었다. 그리고 2001년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고, 표지에 담긴 주인공 얼굴에 스며든 표정이 책으로 이끌게 한다.

이런 이끌림으로 읽어 내려간 이 책은 제목과 표지보다 더 끌리는 내용이였고, 그럴 수가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품은 채 읽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을 보면서 이해와 감동을 갖게 했다.

1월의 어느 더운 날, 태평양의 차가운 물결처럼 들쭉날쭉한 모양의 칠레 최남단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젤 알레그리아는 부랑자이자 사기꾼이며 살인자였고, 이곳 폴로베르도 씨의 집이 사막과 바다에 이르기 바로 전에 있는 마지막 집이라는 얘기를 듣고 도망자의 은신처로 삼기 위해 이곳에 도착했다.

안젤이 거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었던 것처럼, 안젤은 또 그렇게 폴로베르도 씨 부부를 죽였고, 그것은 단지 이 집에서 쉬고 싶은 이유때문이였다.

안젤이 부부가 죽어있는 거실에서 쉬려고 할때,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파올로가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 칼을 쥐고있는 안젤과 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부모가 있는 집으로...

이 작은 아이가 잠을 방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수프를 끓여주는 일이나 우물물을 길어 오는 편이 좋을 듯 싶어서 안젤은 파올로를 살려 두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그래서 일찍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익혔고, 살아남기 위해서 뒷골목의 무자비한 룰을 따라왔던 안젤과 부모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나이조차 모르는 파올로와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를 아빠라고 불러." "싫어요" "네가 날 아빠라고 부르면 좋겠어." 18p

안젤은 순수한 파올로와 살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함과 평온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부유한 집에서 돈 걱정 없이 살다가 스스로 꾸려 나가 살기를 재촉하는 아버지로 인해 세계 일주를 결심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이 곳에 찾아온 루이스...

세 명은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받지도 하지도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위험한 동거를 하게 된다.

파올로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어서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는 루이스와 새끼 여우를 선물하여 파올로에게 관심을 사는 안젤.

먹을 음식이 모자르게 되자, 이들은 장터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을 떠나는 파올로와 늘 도망자 신세였기에 위험을 감당해야하는 안젤, 다시 한번 세상으로 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루이스의 어렵고도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루이스는 여관에서 델리아를 만나 세계 일주를 감행하는 용기를 얻어 떠나게 되고, 안젤은 곳곳에 붙혀진 수배전단지를 피해 파올로와 도망을 다니게 된다.

파올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안젤의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파올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겨나고, 혼자 살고 있는 리카르도를 만나게 된다.

안젤은 리카르도가 파올로를 잘 키워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파올로를 두고 떠나기를 결심한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음악에 사로잡혀 침묵을 지켰다. 집 안에 따뜻한 온기가 넘쳤다. 한없는 평화로움이 세 사람의 고통을 달래 주었다. 안젤은 자신이 세상가 도시, 술집, 촌스러운 불빛과 비명과는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영원히 아름다움과 고요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지금에서야 이런 행복을 알게 된 걸까? 183p

안젤은 파올로를 바라보았다. 벅찬 감동으로 달아오른 아이의 작은 얼굴과 가냘픈 손이 보였다. 파올로는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서 이 모든 것을 빼앗는다는 것은 올지 않다. 아이를 외로움에서 구해 주었지만, 이제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할 때였다. 안젤은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참았다. 186p

하지만, 끝내 안젤은 감옥에서 사형수로, 파올로는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한 가정에서 그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기억나니?"

"네 집에서 우리가 함께 살았던 시절 말이야. 내가 너한테 언제 티어났느냐고 물었지?"

"그때 넌 이렇게 대답했지. 내가 너희 집에 온 날이 바로 네가 태어난 날이라고."

"기억나, 파올로?"

"기억나요!"

"그래, 나도 기억해! 나도 그날 태어났어! 널 보게 된 그 순간, 난 태어났어! 알아들어, 파올로?"

"알아요, 안젤! 알아요!" 202p

자신의 부모를 살인한 안젤과 파올로의 관계는 불가사의한 사랑이였지만, 그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을 채워나갔고, 처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따뜻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파올로는 말한다.

"아빠가 보고 싶어요." "아빠는 돌아가셨어. 알잖니." "안젤......" 204p

힘겨운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 파올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마음 한켠이 아린...<살인자의 눈물>

표지속에 담겨진 안젤의 모습속에서 후회와 사랑과 슬픔과 고통 등 수만가지의 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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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으로 떠나라 - 10대들을 위한 길잡이 2
레베카 그린 지음, 박영민 옮김 / 세용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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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내용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힘들게 외웠던 원리와 공식들이 직장 생활과 사회 활동을 하면서 주었던 도움은 없었던 듯 싶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다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작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를 다니는 딸에게 열심히 공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학교에서의 ’결과’를 통해서 판단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은 진로와 꿈, 적성 등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져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성적이 되는 곳으로’ 가야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너무 학교 생활에 매진하다보니,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조차 깨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싶다.

이 책은 그런 10대의 아이들에게 학교가 아닌 곳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미국의 생활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좀 정서적인 부분에서 맞지 않는 경우가 간혹 담겨져 있지만, 아이들에게 학교 이외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 기회를 가져보는 방법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이 자료를 통해서 자신이 바라는 부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잠시 책을 살펴보자면

1부- 집을 떠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활동

1. 자원봉사를 해 보자

요즘은 학교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의무적인 부분이 강요(?)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성적에 연연한 자원봉사로 끝나고 있는 거 같다.

자원 봉사는 나이와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자기 자신을 시험해 보고 자신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게 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구해 보는 기회가 제공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보는 시간과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된 <나의 경험담>을 통해서 자원 봉사를 통한 아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서 자신감과 방향을 찾아보면 좋을 듯 싶다.

2. 멘토를 만나고, 또 멘토가 되어 보자.

3. 전문직 직업 현장 체험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가진 십대의 아이들에게 가장 현실감 있는 체험이 아닌가 싶다.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직업’은 환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그 화려함만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직업 현장 체험을 통해서 어떤 직업이든 대부분 재미있는 부분과 재미없는 부분이 공존한다는 점을 깨달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자기가 취업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직업을 현장에서 체험하다 보면 그 사람은 그 일에 대한 장단점을 다 이야기해 주기 마련이에요. 단점까지도 다 듣고도 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이 그 길을 가야죠. 82p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여러가지 직업 현장 체험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리라...

4. 인턴직을 찾아보자.

인턴직이란 전문 직업인이나 회사, 또는 영리, 비영리 기관과 일시적인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일수도 있지만,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5. 청소년 수련생이 되어 보자

2부- 집을 멀리 떠나서 할 수 있는 활동

1. 캠프도 가고, 모험도 해 보고 해외로도 떠나 보자

아마 우리 나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늘 답답하고 숨 막히는 교실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의 반이상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캠프와 모험 등은 숨을 터주는 경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즐거움을 위한 활동으로 끝난다면, 무의미한 활동이 될 것이다. 이 활동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 새로운 사고 방식이나 경험을 받아들이는 기회로 잡아야 할 것이다.

2. 단기 해외 유학

대안 학습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시작은 규모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자기 인생에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268p

우리나라 실정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다소 담겨져 있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방법을 제시해주고, 길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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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변호사 - 사랑과 돈의 맞대결
서린 지음, 서숙향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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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그 주인공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쁜 연애 이야기가 등장하면 ’이런 연애 해보면...’ 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물론 나는 아줌마이기때문에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안되지만... ^^ 이 책은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주인공과 이야기로 담겨져 있다.

드라마를 한다는 예고편을 본 기억은 있지만, 시청하지 않아서 무슨 이야기를 다루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펼쳐지는 이경의 발랄한 모습때문에 웃음으로 시작하게 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책을 펼친 후 술술 진행되는 이야기와 유쾌함에 다 읽고 난 뒤에야 책을 놓을 수 있었다. ’돈과 사랑’ 이라는 주제를 두고 펼쳐지는 4사람의 이야기는 어쩌면 흔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4사람의 성격과 그 성격 속에 감춰진 사랑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나는 ’우이경’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발랄하고 단순하기도 한 성격과 ’사랑’ 으로 가득찬 마음을 가진 우이경은 여상을 나와 변호사 사무실의 경리였지만, 남자에 대한 배신으로 경리에서 변호사가 된 당찬 여자다.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의리와 우정, 사랑을 할 줄 아는 여자. 어쩌면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사랑스러운 캐릭이다.

대~한민국은 이경의 친구 이애리의 남편이였지만, 6년만에 이혼을 하게 되었고 이애리의 천일억 재산 분할 소송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이경을 변호사로 두게 된다.

펀드로 개인 재산이 3천억 원에 이르는 한민국은 돈에 이끌려 살아온 이기적이고 냉혈한이다.

변 혁은 이애리의 변호사이자, 이경을 배신한 인물로 그려져 있는데, 황당한 성격을 가진 조금은 웃기면서도 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다.

법정 공방을 담은 내용이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엮어져 있다. 드라마의 소재로 흔히 등장하는 재벌과의 결혼 그리고 이혼, 격이 다른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등이 담겨진 쉽게 결말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들로 담겨져 있지만,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는 것만은 숨길 수 없다.

드라마가 어떻게 엮어져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 속에 담겨진 유쾌함과 재미가 그대로 잘 전달되어 주길 바란다.

어떤 교훈이나 지식이 담겨진 책은 아니지만, 올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코믹 멜로 드라마라는 점, 무더위와 불쾌지수 상승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쾌,상쾌, 통쾌한 이야기라는 점이 와닿는 책임은 확실하다.

순간 애리는 그간 풀리지 않았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왜 한민국이 우이경을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말이다. 그건 어쩌면 톱스타 이애리가 별 볼일 없는 우이경을 유일한 친구로 삼은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 352p
 

 

(사진출처: '대한민국 변호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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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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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이덕화가 건들거리며 반항하는 모습으로 나오던 70년대 영화가 생각난다. 아..또 있다. 이승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던 얄개시대 같은 류의 영화도 생각난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몰라도 나는 이런 류의 한국영화를 좋아한다.

90년대에는 재방도 많이 해주었는데, 요즘은 ’한국영화걸작선’이라 불리던 프로들이 없어지면서 그 시절의 청춘 영화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법한 70년대의 청춘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향수와 추억이 느껴진다.

70년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도 머저리클럽의 한 일원이 된 듯한 착각과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 여고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문학소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딸 아이가 커가면서 나는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옛 추억속에 잠기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자랄때 고민했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억한다면 커가는 딸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은 사라질 수 있으리라...

고등학교 3년이라는 시간과 동순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 나이의 고민과 생각과 성장통을 엿볼 수 있다. 꿈에서나 그리던 이상형 소림이를 알게 되었지만, 친구 영민이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겪으면서 동순이는 한층 자라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서 가냘픈, 그러나 날카로운 소리가 스며 나와 내 귀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 소리는 내 젊은 가슴을 쥐어흔들고, 나를 설레게 했다. 나는 나의 작은 실연쯤은 이 거창한 자연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새로운 계시를 받았다. 그러자 나는 유쾌해졌다. 이 거대한 바다와 하늘, 그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내 가슴은 그까짓 여인에게 상처받은 일상사는 한갓 물거품에 불과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마음껏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137p

동순이는 아픔을 이겨내면서 시와 사랑과 우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뼘 자란 듯 보인다. 영민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승혜를 통해서 사랑하는 법(?)과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누구든 나를 인정해 주리라는 기대 속에서 자기 자신에 속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무거운 책가방 속에 수학책이, 영어책이 들어 있듯이 왜 우리는 무거운 의무를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손에 손금을 안고 있으나 그 무게는 느끼지 않는다. 손금처럼 지울 수 없는, 그러면서도 무게를 느끼지 않는 승혜에 대한 나의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왜 나는 그녀를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일까. 231p

학업, 사랑, 우정, 삶에 대한 고뇌를 잔뜩 짊어지고 힘들어하지만, 미성년자라는 꼬리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기의 아이들. 나 또한 수많은 고민과 슬픔과 아픔을 겪으면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이였지만, 결국은 내 손에서 해결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성년자라는 꼬리표를 길게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 구속이 많은 것인가. 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 지켜야할 의무도 사명감도 많은 것인가. 보라. 바깥세상은 우리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늘엔 구름, 검푸른 녹음, 뜨거운 햇살............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도 우울한 일이 겹치고 있는 것인가. 359p

동순이와 승혜가 주고 받는 시와 친구들의 방황과 아픔 등이 현실감 있게 잘 그려진 작품이다. 머저리 클럽....’ 머저리’라는 단어에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담겨져 있다. 청소년이라는 시기는 머저리같은 시간속에서 성장통을 겪으면서 점점 자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머저리 클럽의 한 일원이였고, 앞으로 내 딸도 머저리 클럽의 일원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추억을, 딸에게는 앞으로의 희망과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머저리 클럽’.... 그렇게 소중한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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