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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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책 제목에 눈물이 떨어져 번져있다.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에게 눈물이 번진 제목은 눈물을 흘릴 준비라도 하듯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책만 보면 쉽게 울어버린 나, 오늘도 그렇게 잔잔한 감동이 물결치는 책 속으로 헤엄쳐본다.

청소년 소설치고는 그닥 두껍지 않은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옹골차게 들어가있다. 한 소녀의 성장과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져 있는 책이다.
아직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가름하지 못하는 나이에, 아빠의 죽음은 삶의 방향을 크게 틀어놓는다.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는 세상과 단절되었고,  그것은 6살 치아키에게도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엄마, 그리고 무작정 떠난 지하철 여행으로 알게 된 ’코포 포플러’
커다란 포플러 나무가 인상적인 집으로 이사를 하고, 엄마는 직장을 다니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했지만, 치아키에게 세상은 여전히 무서운 곳이다.

아빠의 죽음을 만화 속의 한 장면처럼, 뚜껑이 열린 맨홀에 주인공이 빠져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여기는 치아키에게 세상은 온통 어둡고 무서운 맨홀이 너무도 많았다.
직장을 다니던 엄마도 갑자기 자신을 떼어놓고 맨홀 뚜껑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무서웠던 치아키는 맨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늘 마음을 놓지 못했다.
낯선 학교 생활에선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고, 맨홀이 잔뜩 깔린 세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잔뜩 긴장해야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반드시 했고, 준비물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몇번이고 확인하고,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표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전 과목 교과서를 다 들고 다녔으며, 학교 가는 길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물쇠를 확인해야했다.

그렇게 힘겹게 혼자 맨홀과의 사투를 벌이던 중 병이 나게 되었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주인 할머니가 치아키를 돌보아 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치아키의 세상과의 첫 소통의 시작이였다.

’할머니’의 존재는 아주 커다랗고 튼튼한 울타리 같다. 엄마보다 튼튼하여 절대 허물어질 거 같지 않고, 엄마보다 더 포근하여 언제든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존재.
아빠의 죽음으로 세상과 문을 닫게 된 치아키를 위해서 할머니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아빠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고 싶어하고, 아빠를 그리워하는 치아키를 위해서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치아키는 아빠에게 편지를 쓰면서, 어둡고 무서웠던 세상속 무수히 많은 맨홀을 하나둘씩 지워나갈 수 있었고, 포플러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치아키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렇게 할머니의 서랍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할머니의 죽음이 조금씩 가까워 오듯이..

하지만, 치아키는 여전히 엄마가 맨홀 뚜껑만 같다. 세상을 떠난 아빠 이야기를 꺼내면 완고하게 거부의 태도를 보이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도 좋을만큼 눈물나게 하는 엄마...치아키는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 때문에 힘겨워한다.

엄마의 재혼과 함께 포플러장에서 이사를 한 뒤, 할머니도 포플러 나무도 잊고 살았던 치아키는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포플러 장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엄마의 편지 한장.
아빠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는, 다른 편지들과 함께 할머니의 관 속에 담겨질 예정이였고, 치아키는 그 편지를 통해서 엄마 혼자 간직해온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아빠의 죽음을 외면하는 엄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치아키에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치아키를 더욱 절망하게 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엄마는 그렇게 아빠에 대한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는 것을 치아키는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치아카 대신 그 고통을 엄마가 감내하고 있었음을....

나는 편지를 봉투 안으로 밀어 넣고, 여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엄마의 필체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고마워, 엄마."
(출처: 본문 179페이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자식에게 고통을 지게하는 것보다, 어미인 내가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것이 어미가 가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리라..
치아키가 가지는 아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는 딸이 주는 미움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을 것이다.

슬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을 알고 모르고 별 차이가 없다고, (중략) 모든 것을 밝히고, 내 마음속도 모두 드러내고, 원망스런 말도 다 쏟아 내고, 자살만큼은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 애의 뇔에 단단히 새겨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애에게는 너무도 무거운 짐이 될 터이고, 아무리 강한 말로 다짐을 주어도 그 애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가지 비밀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아마도 그 애는 그런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할 것입니다. 정말 불안합니다.


(출처: 본문 168~169페이지, 엄마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중)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일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준 엄마, 아빠를 닮은 딸이 불안한 엄마와의 소통이 이제 시작되었다. 치아키는 이제 세상과의 소통이 아닌 엄마와의 소통을 할 때가 된 듯 싶다.
마지막까지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 할머니는 치아키에게 첫 소통자였고, 소통의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아빠의 부재로 세상과 문을 닫은 치아키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라 짐작했지만, 마지막 엄마의 편지는 큰 반전을 주었다. 감동과 사랑과 소통이 무엇인지 알게해 준 한장의 편지.
조금은 일찍 그 편지가 치아키에게 전해졌다면 치아키는 이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아빠와 닮은 딸을 걱정했던 엄마의 마음처럼 나도 그렇게 치아키를 걱정해본다.
지금의 슬픔을 이겨내고 있는 치아키가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엄마는 편지를 건넸다.
그리고 그것이 치아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기면서....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세상, 죽음, 소통, 엄마, 사랑 등 수만가지의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책 <고마워, 엄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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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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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려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새라는 암탉을 통해 모성애를 자극했던 내용이였고, <열혈 수탉 분투기>는 "토종닭"이 "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닭이라는 종족세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사회 속의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하는 "하얀 깃털"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던 "토종닭".

최고의 자리인 수탉으로서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목숨을 다하면서, "나"를 격려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했던 "아빠 수탉" 과 삶의 최저환경을 보장해주길 바라는 무언의 시위를 벌였던 "가짜 양키" 이모닭.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안주하면서 삶과 죽음을 기다리던 암탉들과 암평아리들...그저 맛있는 먹이를 주인이 주는대로 먹어 살이 찌고나면 식탁으로 올라가게 되는 신세가 되어도 먹이가 맛있기에 먹는다는 수탉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이들 닭들은 모두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보인다.

한 마리의 수탉만이 살아남는 닭의 세계에서 어떻게 든 살아남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하얀 깃털"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가졌기 때문에 끝내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갖고, 주위 닭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진 ’나’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탉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이 부화되고 다음 세대의 병아리들이 태어나면서 ’나’는 또다시 동족들의 삶과 죽음을 주인이라는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늙어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족들을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잘못된 관습과 습관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보다는 서로 눈치보기 급급한 우리네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풀숲 깊은 곳, 그 곳에서 내 영혼은 어린 토종닭 한 마리가 길게 우는 소리를 오래오래 새겨들었다. 내 영혼은 그 소리르 따라, 멀리 떠나가는 내 가족들을 쫓아갔다. 나는 안다, 내 영혼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251p

좋은 먹이를 먹으면 갇혀지내기는 택하기보다는 배불리 먹지 못하여도 자유속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과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나’의 모습속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면서 더이상의 발전도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그냥 지금의 삶이 편해져버린 수탉의 모습은 아닐까 싶다. 좀더 잘 해보고자 애쓰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져버린 듯 하다. 이것저것 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묻어버렸던 일들을 다시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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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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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또 책을 읽다가 울어버렸다. 청소년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눈물이 자주 흐른다. 아마 내가 그 시절을 겪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때문에 혹은 그 아이이 성장하는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은성이와 보라가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예쁘게 담겨져있다. 그들을 통해서 어쩌면 예전의 내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빨리 철이 들라고 재촉하는 어른들의 세계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보려고 발버둥쳤던 버거운 몸짓이 느껴진다.

불과 2~3년후면 버거운 몸짓에 힘들어하게 될 딸아이의 모습도 겹쳐진다. 하!! 어느새 나는 십대의 내 모습에서 34살의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빨리 어른이 되라고 채찍질하던, 그렇게도 싫었던 어른의 모습으로 말이다.

우습게도 나는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으로 자라있고, 내 딸은 내 모습처럼 버거워하며 자라게 될거라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내 모습은 은성이와 보라 엄마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것이 답답함을 더한다.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이 되어있는 나.......!!

실크로드...70일동안 두 아이는 미주 언니의 통솔아래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야한다. 소년원에 가는 대신 이들이 택한 방법이다.

모래와 먼지, 갈증과 끝없이 펼쳐지는 길과의 싸움...그렇게 걷다보면 뭔가 달라지려나?

미혼모의 엄마를 둔 은성은 엄마를 욕하는 아이를 힘껏 때려주었고, 그 댓가로 이 길을 걷고 있었고, 보배는 도둑질로 인해서 이 길을 걷고 있다.

자신에게 관심없는 엄마와 미혼모의 딸이라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힘들어하는 인성은 그 아픔을 폭력으로 달랬다. 학교 짱...인성이 쥔 타이틀은 자신의 아픔을 달래는 일종의 수단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배....인성과는 전혀 다른 편에 서있는 아이...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그리지 못하는 아이, 늘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했던 보배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신세이다.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맞고 그리고 왕따가 되어버린 보배는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 왕따가 되어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는데, 물건을 훔치다 보니, 왕따가 된 아이...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변명 좀 그만 해! '하지만'을 빼고는 말 못해? 네가 정당하다면, '하지만'을 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왜 자꾸 핑계를 대? 왜 자꾸 변명을 하냐고?" 127p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상처와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필요했던 일이 결국 범죄가 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정당화 시키려고 했던 그들의 변명은 옳지 않았다. 하지만........그들은 아직 어렸기에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해.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도 조금 덜 후회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지금 네 나이, 가장 열정이 넘치는 나이잖아.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는 때잖아. 그런데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문제야. 십 대의 에너지는 십 대에 다 써 버려야 되는 것 같아. 에너지는 축적되는 게 아니라서." 139p

인솔자를 피해 달아났던 두 아이는 사람들은 만나면서 알게 된다. 사막에 펼쳐진 신기루를 따라 가도 오아시스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노력 해보겠다고...

낙타의 봉이 낙타의 모습을 보기 싫게 하지만, 봉은 낙타에게 아주 중요한 것처럼 지금 아이들이 갖고 있는 봉은 아이들을 자라게 할 것이다.

나는 너무 작다. 하지만 괜찮다. 더 이상 그 사실을 숨기지도,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작아도 좋아. 야호! 달려라, 달려! 272p

짜증내고 화내면서 시작했던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시작으로 삐그덕거리면 걸었지만 도착점에서 아이들은 희망을 알게 되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1,200킬로미터도 걸었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어? 너희들 처음에는 끝까지 걷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잖아. 하지만 결국 해냈어." 278p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능력과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야 할 내 모습을 그려본다. 잊고 지냈던 방황하던 내 모습을 되짚어 본다. 그 기억을 통해서 나는 더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리고 2년후의 딸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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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친구 강만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2
문선이 지음, 민애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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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이였던거 같다.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중국에서 살고 있는 꽃제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방영하였고, 그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었던 기억이 난다. 북한에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죽음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도망을 갔지만, 중국에서도 도망과 굶주림에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었다.

꽃제비는 거지처럼 생활하는 북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추위과 배고픔과 아무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는 통일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니나, 이런 아이들을 보면 통일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랏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지만, 부모입장이라 그런가 꽃제비 아이들의 모습이 속상하기만 하다.

주인공 만기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기는 하였지만, 그나마 꿈을 꿀 수 있는 아이였다. 부모님의 탈북 결정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고 중국 땅을 밟았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하였다는 안도감이 끝나기도 전에 인신매매범에게 엄마가 납치되었고, 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탈북자인 민기네 가족을 돌봐주기로 한 중국의 한가정에서 두 아이는 집안일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먼저 남한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민기와 누나를 부르겠다며 떠난 아버지는 오랜 시간동안 소식이 없었고, 두 아이는 온갖 구박과 노동속에서 점점 꺼져가는 희망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던 민기가 만난 꽃제비 수만이를 통해서 민기는 힘겨운 자신의 삶을 이겨내고 있었고, 두 아이는 아버지의 노력으로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버지를 만나면서 행복만이 찾아오게 될 거 같았던 민기와 누나 옥단이는 재혼을 하고 싶어하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과 여저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겨워 했고, 자신이 탈북자인 것을 알면 아이들이 자신을 업수이 여길 거 같아서 늘 경계하면 살아가는 만기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워했다.

귀순용사 김용이 방송 활동을 하면서부터 탈북자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듯 하다. 우리와 같은 한민족인 탈북자를 어쩌면 외국인보다 더 거리를 두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탈북자를 직접 만나 본적은 없지만, 혹 만나게 된다면 나 역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듯 싶다.

목숨을 걸고 희망과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했던 그들에게 우리는 또다른 시선(동정)으로 그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넌 내가 왜 귀화 식물을 좋아하는지 아니?" 선생님은 만기의 손을 잡고 다시 걸으며 물었다.

"귀화 식물은 자생력이 강해. 아무리 척박하고 불리한 환경에서도 빨리 적응하고 자기 스스로 잘 살아가. 이게 내가 귀화 식물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야. 그리고 말이야, 귀화 식물은 때론 곤충이나 새의 먹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자기 자리가 아니면 비켜서기도 해. 아무리 거들떠 보지 않는 땅에서도 꿋꿋하게 뿔리내리며 자신을 잘 지키지." 220p
 

(사진출처: '딱친구 강만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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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 어느 말의 자서전
애너 슈얼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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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책의 제목인 듯 싶지만, 이 말을 보더라도 칭찬이 주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끼게 한다. 칭찬과 격려는 100%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나는 <블랙뷰티>를 통해서 ’칭찬의 힘’ 말고도 여러가지 면에서 새삼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동물들이 가족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동물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떠도는 유기견들과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들, 멸종위기에 몰리는 동물 등 아직도 사람들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동물들이 많이 있다.

말을 자동차처럼 이용하던 19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블랙뷰티’라는 말을 통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통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사랑 등을 말하고 있다. 동물들은 사람들처럼 사랑과 칭찬을 통해서 행복을 느낀다. 동물은 사람보다 약한 동물로 여기기 보다는 사람과 같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간혹 잊어 버리는 것 같다.

존은, 사람들이 자기가 키우는 동물의 가치를 절반도 인정하지 못하고 마땅히 나누어야 할 우정을 나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동물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꼽자면 결코 존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88p

’블랙 뷰티’는 처음부터 좋은 마부들을 만나서 어릴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었기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도 잘 적응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진저는 처음부터 학대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불신이 아주 깊었다. 다행이 ’블랙 뷰티’와 좋은 주인을 만나면서 진저는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다.

’블랙 뷰티’가 나쁜 환경에서 살게 되었을 때도 뷰티가 어릴 때 몸에 배어있던 좋은 습관은 환경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때 좋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느끼게 한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은 ’말들의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말들에게 혹독했다고 한다. 유행에 따르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말을 혹사시키던 제지고삐로 말을 고통스럽게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채찍질을 가하기도 했다.

일할 때는 무게를 실어야 하는데 자네는 지금 그걸 못 하게 막고 있어. 그러다 보니 관절과 근육에 지나친 부담이 되고 몸이 망가지는 속도도 훨씬 빠르지. 말들도 우리만큼이나 자기 머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해. 유행에 따르는 대신 조금더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많은 일들이 훨씬 쉬워질 걸세. 게다가 말이 발을 헛디디기라도 할 경우 목이 뒤쪽으로 꽁꽁 묶여 있다면 쉽게 균형을 찾을 수 있겠나, 없겠나? 82p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자신이 가진 힘보다 더 에너지를 발산하고 주인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사람이 가장 강한 동물이야.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무 감정 없이 무자비하게 나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저 견디는 것뿐이지. 결국 끝장날 때까지 견디고 또 견디는 거야. 죽은 말들을 많이 봤는데 더는 고통을 겪지 않잖아. 일하다가 그 자리에서 죽었으면 좋겠어. 도축업자에게 가지 않고 말이야." 286p

잔잔한 드라마같은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한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블랙 뷰티'라는 말을 통해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순과 악과 선을 동시에 가졌다. 그런 모습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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