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눈물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여 개가 넘는 상을 휩쓸며 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받는 책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칠레의 마지막 사형은 1985년에 집행되었다. 그리고 2001년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고, 표지에 담긴 주인공 얼굴에 스며든 표정이 책으로 이끌게 한다.

이런 이끌림으로 읽어 내려간 이 책은 제목과 표지보다 더 끌리는 내용이였고, 그럴 수가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품은 채 읽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을 보면서 이해와 감동을 갖게 했다.

1월의 어느 더운 날, 태평양의 차가운 물결처럼 들쭉날쭉한 모양의 칠레 최남단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젤 알레그리아는 부랑자이자 사기꾼이며 살인자였고, 이곳 폴로베르도 씨의 집이 사막과 바다에 이르기 바로 전에 있는 마지막 집이라는 얘기를 듣고 도망자의 은신처로 삼기 위해 이곳에 도착했다.

안젤이 거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었던 것처럼, 안젤은 또 그렇게 폴로베르도 씨 부부를 죽였고, 그것은 단지 이 집에서 쉬고 싶은 이유때문이였다.

안젤이 부부가 죽어있는 거실에서 쉬려고 할때,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파올로가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 칼을 쥐고있는 안젤과 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부모가 있는 집으로...

이 작은 아이가 잠을 방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수프를 끓여주는 일이나 우물물을 길어 오는 편이 좋을 듯 싶어서 안젤은 파올로를 살려 두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그래서 일찍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익혔고, 살아남기 위해서 뒷골목의 무자비한 룰을 따라왔던 안젤과 부모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나이조차 모르는 파올로와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를 아빠라고 불러." "싫어요" "네가 날 아빠라고 부르면 좋겠어." 18p

안젤은 순수한 파올로와 살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함과 평온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부유한 집에서 돈 걱정 없이 살다가 스스로 꾸려 나가 살기를 재촉하는 아버지로 인해 세계 일주를 결심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이 곳에 찾아온 루이스...

세 명은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받지도 하지도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위험한 동거를 하게 된다.

파올로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어서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는 루이스와 새끼 여우를 선물하여 파올로에게 관심을 사는 안젤.

먹을 음식이 모자르게 되자, 이들은 장터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을 떠나는 파올로와 늘 도망자 신세였기에 위험을 감당해야하는 안젤, 다시 한번 세상으로 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루이스의 어렵고도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루이스는 여관에서 델리아를 만나 세계 일주를 감행하는 용기를 얻어 떠나게 되고, 안젤은 곳곳에 붙혀진 수배전단지를 피해 파올로와 도망을 다니게 된다.

파올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안젤의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파올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겨나고, 혼자 살고 있는 리카르도를 만나게 된다.

안젤은 리카르도가 파올로를 잘 키워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파올로를 두고 떠나기를 결심한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음악에 사로잡혀 침묵을 지켰다. 집 안에 따뜻한 온기가 넘쳤다. 한없는 평화로움이 세 사람의 고통을 달래 주었다. 안젤은 자신이 세상가 도시, 술집, 촌스러운 불빛과 비명과는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영원히 아름다움과 고요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지금에서야 이런 행복을 알게 된 걸까? 183p

안젤은 파올로를 바라보았다. 벅찬 감동으로 달아오른 아이의 작은 얼굴과 가냘픈 손이 보였다. 파올로는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서 이 모든 것을 빼앗는다는 것은 올지 않다. 아이를 외로움에서 구해 주었지만, 이제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할 때였다. 안젤은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참았다. 186p

하지만, 끝내 안젤은 감옥에서 사형수로, 파올로는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한 가정에서 그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기억나니?"

"네 집에서 우리가 함께 살았던 시절 말이야. 내가 너한테 언제 티어났느냐고 물었지?"

"그때 넌 이렇게 대답했지. 내가 너희 집에 온 날이 바로 네가 태어난 날이라고."

"기억나, 파올로?"

"기억나요!"

"그래, 나도 기억해! 나도 그날 태어났어! 널 보게 된 그 순간, 난 태어났어! 알아들어, 파올로?"

"알아요, 안젤! 알아요!" 202p

자신의 부모를 살인한 안젤과 파올로의 관계는 불가사의한 사랑이였지만, 그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을 채워나갔고, 처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따뜻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파올로는 말한다.

"아빠가 보고 싶어요." "아빠는 돌아가셨어. 알잖니." "안젤......" 204p

힘겨운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 파올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마음 한켠이 아린...<살인자의 눈물>

표지속에 담겨진 안젤의 모습속에서 후회와 사랑과 슬픔과 고통 등 수만가지의 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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