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배급회사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2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 우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잘못을 꼬집고 있는 듯 한데, 아프지가 않다. 호시 신이치는 재미와 유머스러운 글로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였던 거 같다.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을 읽다보면 등골이 오싹하다. <장치 한 대> 부분을 읽으면서 어쩌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요정’을 나누어주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알록달록 예쁜 색과 꽃무늬가 덧대어진 표지는 사람과 요정의 상호관계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맞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맞지만, 그저 단순히 ’재미’로만 이 책을 읽으면 안 될거 같다. 1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결말과 지구가 아닌 우주를 다룬 SF적인 이야기, 미래를 예견한 듯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복신>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던 L씨가 복신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복신을 몸에 받아들이게 된다. 큰 복을 주겠다던 복신은 L씨에게 부지런함을 선물한다. 돈에 대한 집착과 한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가 돌아올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사태>는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착하면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때가 아닌가! 착하다는 말보다는 바보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가 아닌가 말이다.

"병의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죽 나열해 보면 아무래도 매스컴과 관련이 있어. 아까 사회의 불합리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했네만 구의회 예가 아주 좋은 예지. 신문에서는 구의회 선거에 대한 기사가 단 한줄도 엇지만 양심에 따라 훌륭한 인물에게 투표를 하자고 광고는 내지. 엉둥하고 말도 안 된다며 그냥 흘려버리면 건전하다고 볼 수 있네. 대부분이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러나 환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광고에 따르려고 노력하지." 60p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 있군요. 가엾습니다. 선거권이 있으니 일단 분별 잇는 성인일 텐데 말입니다. " 61p

<장치 한 대>는 인격적 신망이 두텁고 업적도 많이 남긴 학자가 ’아무것도 안하는 장치’를 만들면서 일어난다. 핵미사일에 붙이는 격추불능 장치, 인체를 경직시키는 독가스, 살인광선, 피할 수 없는 세균폭탄을 만들어야만 훌륭한 발명품인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점점 발달해져가는 과학이 과연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발달인가?

약 천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자 장치의 내부 시계는 그 사실을 알렸다. 그것은 인류가 멸망했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장치는 처음으로 본래 기능을 발휘했다. 그것은 처음이지 마지막이었따. 장치는 이 단 한 번의 움직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장치의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녹음 장치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듣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인류와 그 문명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말이었다. 또한 슬픔과 이별을 고하는 목소리기도 했다. 159p

이 외에도 여러 편을 통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고, 지금 사회의 잘 못된 점을 비판하기도 하며, 엉뚱한 결말에 웃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옮고 그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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