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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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작은 소망을 하나 가져보았었다.

침대하나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면 충분한 나만의 호피스텔을 갖고 나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였다.

물론 고지식한 우리 엄마는 여자 혼자 어떻게 혼자 사냐고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나의 기대감을 그대로 꺽어버리셨었다.

엄마에게 기대는 일없이 나 혼자 힘으로 호피스텔 얻어서 나가야겠다는 다부진 생각을 하면서 호피스텔을 어떻게 꾸며놓을까 하는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힘으로 호피스텔을 얻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 나의 소망을 꺽는데에 충분했고, 늦게 결혼할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나는 남동생이 결혼할때 까지 돈을 많이 모으고 남동생이 결혼하면 그때는 당당하게 독립하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잊고 지내고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작은 소망을 주인공 치즈 짱을 통해서 되새겨보게 되었다.

성인이 된지 몇년이 지났어도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를 대하면서, 여자애가 늦게까지 돌아다닌다고 12시 통금시간을 정해준 엄마를 대하면서 ’아이고 저 잔소리 안 들으려면 내가 빨리 나가야지.."했던 20대의 어린 내 모습을 치즈 짱은 그대로 전해준다.

20살이 되었고, 엄마가 중국으로 교환 유학을 가게 되어 치즈 짱은 도쿄로 가서 일을 하면서 독립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우리 나라 엄마들처럼 치즈 짱의 엄마도 딸아이 걱정으로 치즈짱을 친척 할머니와 같이 살게함으로써 멀리서도 딸을 감시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떠났다.

20살의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치즈짱과 70대의 할머니의 어울리지 않는 동거가 시작되면서 치즈짱에겐 색다른 경험이 시작된다.

도우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치즈는 할머니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기대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불안함을 안고 사는 아직은 사춘기 성향을 버리지 못한 치즈는 내가 볼때는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작은 아기 같은 느낌을 준다.

헤어진 사람과 자신과 관련이 잇는 사람들의 물건을 조금씩 훔쳐서 보관하고 그것을 보면서 따스함을 느끼는 마음은 너무도 여리지만, 자신이 여리다는 것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인다.

청소년에서 어른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치즈가 어른사이로 한발짝 내딛어가는, 20살의 젊은이의 방황이 우리가 한번쯤은 겪고 지나갔던 순간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이런 방황이 있었기에 지금 어른들의 세계에서 우리가 그럭저럭 융화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늘 무언가를 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고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킹코씨를 통해 또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륜이 아닐까? 20살의 방황을 견디고 나아가 얻어낸 연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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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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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겐 들키고 싶지않는 자신만의 이상한 면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얼핏 읽은 뉴스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신이상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큰아이가 4개월쯤인가 잠시 침대위에 올려놓고 감기약을 준비하러 부엌에 간 사이 침대에서 떨어진 아이때문에 우리집은 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 뒤로 우리 집은 그냥 이불을 사용하게 되었고, 한동안 침대가 아닌 잠자리때문에 불편함을 느꼈었다.

나는 이불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방을 닦지 않으면 절대 이불을 펴지않는 이상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방을 걸레로 박박 깨끗이 닦아야만 이불을 편다는 것이다.

깨끗한 이불에서 자겠다는 의지의 표명인지, 이불이 더러워지면 빨아야하는 수고를 하기싫다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걸레질을 다 마쳐야만 이불을 깔았다. 이제 이것은 10년동안 늘상 해온 습관이 되었다.

남편이 더욱이 이해못하는 것은, 대걸레는 방 구석구석 모서리를 닦을 수 없기때문에 못 미더워하는 나의 태도때문이다. 힘들더라도 무릎꿇고 구석구석 걸레로 박박 문질러야하는 나의 이상한 습관때문에 남편은 가끔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

방을 닦으면서 여름엔 더워서 헥헥~ 거리고, 이젠 늙어서 헥헥~ 거리는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

책을 읽으면서 "이라부 선생"을 한번 만나서 나의 이런 이상습관에 대해 상담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책을 읽는 동안의 나의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이라도 슬픈 내용이라면 만화책이건 동화책이건 눈물이 나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읽는 내내 웃으면서 책에 빠져든다. "공중그네"를 읽는 동안 내내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이라부 선생의 상담은 어찌보면 치료와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이라부 선생님의 행동속에서 각각의 환자들의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으로 보아 이라부 선생님의 치료방법은 탁월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내용 자체는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였지만, 내용 속에 담은 환자들의 모습 하나하나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기에 결코 웃긴 이야기는 아니다.

조직내 중간 보스는 뾰족한 물건만 보면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난다. 최고의 곡예사였던 고짱은 매번 공중그네에서 추락하게 되고,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사위, 최고의 야구선수에서 추락해져가는 신이치, 자신감을 상실한 여류작가.....

이들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심적불안감들은 대변하면서 이라부의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잠시 잊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변해버린 사회,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를 이겨야만 하는 현실, 점점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사회적 지위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살아야하는 억압과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고 싶지않아 몸부림치는 사람들....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를, 내가 잊고 지냈던 것은 무엇이였는지를, 지금 외면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달려온 뒤를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하는 책,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는 책...

책 속에 환자들에게서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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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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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파란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연과 어깨동무를 한 두 아이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묻어나온다.

결코 평화롭지많은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556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금새금새 넘어가면서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어쩌면 너무 짧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아프카니스탄의 전쟁과 한 아이의 심한 성장통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두 가지의 큰 주제를 갖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우정과 배신 그리고 후회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책을 읽은 느낌을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행복감, 따뜻함, 감동, 슬픔, 아픔, 안타까움 등의 많은 생각들이 계속 일어났기때문에 어떻다는 말을 표현하기에는 내 글솜씨가 너무 아쉽다.

다만 다 읽고 난후,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한 느낌이 내 마음속에 작은 방을 만들어 자리잡고 있다고 하면 좋을까?

어쩌면 이런 주제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해지는 느낌이 표지하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면 맞을까?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파쉬투인과 하자라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듯 싶다. 쉽게 말해서 파쉬투인은 주인이고 하자라인은 하인이다.

그래야 주인공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가 이해가 될 것이므로..

아미르는 파쉬투인으로 부자집 아들이였고 한살 어린 하산과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엄마는 아미르를 낳으면서 돌아가셨기에 아미르는 아빠와 하산, 알리와 지냈으나, 늘 무뚝뚝하고 냉정한 아빠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소심하고 연약한 아이였다.

하산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으나, 아미르는 하산을 자신의 시중을 드는 하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하자라인인 하산을 낳은 엄마는 며칠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도망을 갔기때문에 아미르처럼 엄마가 없이 지냈다.

허나 자상한 아빠가 있고 자신을 잘 보살펴주는 주인어른이 있었음에 감사하는 아이였다.

총명하고 운동신경도 좋았으며 부지런하고 아미르를 끔찍하게도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아미르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믿는 아이다. 하산은 새총을 아주 잘 쏘는 아이기도 했다.

아미르의 아빠 바바는 아미르의 성격을 불평했고,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 사람이였지만, "남자"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이였다.

하산의 아빠 알리는 바바와 40년동안 친구처럼 지내는 하인이였으며 늘 열심히 일했으며 하산과 아미르를 잘 챙겨주는 자상한 사람이였다.

마지막으로 ’귀 뜯어먹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세프..아미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로 아이들 중에서 가장 난폭하고 강철 놋쇠 장갑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때리는 아이다.

이 책의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부분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더 많은 내용을 언급한다면, 후에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누가 될거 같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와 주인공이 주는 감정은 책을 읽는 동안 느껴야만 이 책이 주는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하산과 아미르를 "우리 나무" 에 가고 있었으나, 운이 나쁘게도 아세프를 만나게 되었다.

하자라인을 못 살게 구는 아세프는 하산을 모욕적인 말로 다가와 괴롭히려 했지만, 하필 그 불똥이 늘 겁에 질려있고 소심한 아미르에게 돌아갔다.

강철 놋쇠 장갑을 꺼내 아미르를 때리려고 하는 순간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세요. 도련님"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하산은 새총으로 아세프에게 당당하게 맞서고 있었다.

아미르를 위해서...겁이 났지만 단지 아미를 위해서...

"새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저라는 것을 잊으셨군요.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도련님 별명이 ’귀 뜯어먹는 아세프’에서 ’외눈박이 아세프’로 바뀔걸요. 제가 지금 도련님 왼쪽 눈에 이 돌덩이를 조준하고 있으니까요."

이 사건이 얽힌 실타래의 출발이였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사건보다는 이 사건으로 인해서 모든 실타래가 얽히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신을 하고 그 믿음을 깨트리고 난 후 오는 절망감과 자괴감이 주는 고통은 당하는 사람에게도 배신하는 사람에게도 찾아오는 법이다.

그 배신에 대한 속죄를 하기위해 어떤 아픔이 다가오는지, 비록 아프지만 속죄후에 찾아오는 편안함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아프카니스탄에 찾아온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과 슬픔들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고, 주인공들의 서로 얽힌 운명으로 인한....그 실타래가 풀어지기까지의 사건들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두 말속에서는 믿음과 사랑이 강하게 존재한다. 그 사람을 한없이 사랑하고 신뢰할 때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닐까?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과 사랑과 믿음...그리고 용기를 봤다. 그것은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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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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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백설공주> <열여덟 스물아홉> <내 이름은 김삼순>의 원작 지수현 저자님의 또 다른 책.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표지에서 풍기는 은은한 느낌이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대이상이였고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여 나는 책을 읽기 위해서 자야하는 시간보다 훨~~씬 늦게 자게 되었다.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침 일어나서 남편과 아이를 보내야하는 부담감보다 다음 내용에 대한 설레임이 더 컸기때문이다.

살면서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나는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된다. 기분이 우울할 때도 커피, 기분이 좋을때도 커피를 마신다.

주인공 서연주처럼 시럽 듬뿍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보다는 좀 머한 다방커피지만..

서연주와 한경주...이름만 듣고도 이제 내 가슴이 설레인다.

주인공의 아름답고 예쁜 사랑이 나의 연애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었고, 한경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결별 후 13개월후에 다시 만나게 된 연주와 경주...14년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어 사랑하게 되었던 이들의 결별은 결코 서로의 의지는 아니였지만, 결별은 서로에게 아픔과 슬픔 그리고 허전함으로 남았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은....예쁜 다툼으로 책을 읽는 내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서연주...’너는 평생 내 등짝에 달라붙어 내 피 빨아먹고 살 빈대 같은 계집애야"라고 말하는 혈관이 막혀 분노 조절이 안되는 아빠를 떠나 독립을 하며 살고 있다.

엄마가 아파서 며칠동안 아빠의 병간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오게 되고, 경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상황이 되면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듣고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연주는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재생...부디 튼튼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경주...연주와의 결별로 인해 분노와 슬픔으로 서울을 떠나 섬에서 지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얼마지나지 않아 연주를 만나게 된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라고 할까? 여자는 사랑은 마음으로 하고 남자는 육체로 한다고 했던거 같다.

두 사람이 사랑할때 경주는 연주와의 육체적인 사랑을 요구했지만, 연주는 늘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경주를 밀어냈고, 연주가 준비가 되면 신호를 보내기로 했었다. 칸타타..

그리고 13개월이 지난 후, 연주와의 재회통해 경주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칸타타는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한 주문이 되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만의 주문을 건다.

"잘 될거야..잘 될거야..’ 하면 읊조리듯이, 그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듯이...

연주처럼, 경주처럼...나만의 주문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연주처럼 강하고 튼튼하게 살아남을 효과 만점의 행복 주문과 경주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깨어지지 않을 효과 만점의 사랑주문..

이 책은 연주 이야기, 경주 이야기 두 단락으로 나누어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이 내용을 담아내었고, 연주 경주의 사랑을 통해서 독자에게 힘을 주고자 한 듯 싶다.

희망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미워하던 아빠의 수술과 죽음으로 아빠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연주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잘해준 것 없는 남편을 10년넘게 병수발 하는 바보같은 연주 엄마의 모습속에서 부부의 의미를....

연주를 딸로 삼고 싶지만 며느리는 안된다는 경주의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순 역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 "칸타타"라는 주문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의 희망을 위해 나도 주문을 걸어야겠다. "칸타타" 크게 외치고 나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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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언약
김경민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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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드라마에 푹 빠져사는 나는, 이산이 죽음과 맞서 싸우는 모습과 쓸쓸한 모습에 안타까워했었다.

드라마 중간중간 나오는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아는 이선의 모습 전부이다. 그랬다. 학창시절에 국사에 대해 배울때도 사조세자는 언급되지 않았던 거 같다.

책을 읽는동안 드라마와 겹쳐지는 부분도 있었고, 더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다. 그랬다. 아비인 이선은 정조보다 훨씬 더 쓸쓸하고 외로웠던 인물이였다.

그런 사도세자에게 조금의 숨통이라도 트여주고 싶어서 저자는 비화라는 인물을 창조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자에게는 조그마한 숨을 쉴 구멍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지 억울한 누명을 써서 역적으로 몰려 죽었다는 것 이외에는 사도세자가 어떤 사람이였는지도, 그 슬픔이 어떠하였는지도 말이다.

영조는 천한 어미의 출신으로 인해 가져야 했던 자격지심으로 정사를 돌보면서도 자신의 비답을 완벽히 하려는 고질병이 생겼다. 혹여 자신이 천한 어미의 태생이라 삐뚜름하게 보지는 않을가, 속으로 깔보거나 업신여기지는 않을까, 자신들이 세운 왕이었으니 속까지 허수아비로 보지는 않을까..35p

그 이유로 영조는 어릴때부터 영특한 선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였을 것이고, 세워진 왕이라는 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세자를 몰아세운 것일지도 모른다.

간신배들의 부축임에 갈 곳없는 세자에게 등을 돌린 세자빈 홍씨와 빙부인 홍봉한으로 인해 더욱 쓸쓸하고 외로웠을 사도세자였다.

저하! 신첩은 저하를 믿나이다. 저하계서도 신첩을 믿으시옵소서. 저하 곁에 신첩이 있음을 잊지 마옵소서. 또한 저하! 정사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는 마옵소서. 그리하지 마옵소서. 언젠가는, 언젠가는 저하의 것이, 모든 것이 저하의 것이 될 것이옵니다. 신첩을 믿으시옵소서.

빈궁께선 나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구려. 타협을 하라? 죽은 듯 지내라..... 차라리 당당히 숨통을 조르라고 하시오. 92p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에 희생되어 버린 세자였고, 그로 인해 부인마저 등을 돌려 외롭고 쓸쓸한 세자였다.

그러기에, 비화의 등장은 세자에게 행복이였고 숨통이였으리라..

드라마를 보면서 정순왕후의 모습에 섬특함을 느끼곤 하였다. 그것이 바로 아녀자의 한이였으리라.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영조와 살게 되어, 여자로서의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고 살게 되었다. 그 눈에 아들이라고는 하나 이선의 모습속에서 정순왕후는 자신이 여인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었으리라..

가끔 이리라도 한 번씩 보여주세요. 구중궁궐입니다. 하루하루 지탱하는 낙도 없는 삶입니다. 그저 마음에만 둘 것입니다. 아닙니다. 마음 한 가닥이라도 나누어주십시오. 첫 정인입니다. 가슴으로 처음 담은 분이십니다. 압니다.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십시오. 377p

자신의 어려운 고백과 첫 정인에 대한 수치로 인해 정순왕후는 이선에 대해 받은 치욕과 아픔을 그렇게 앙갚음하였을 것이다.

어린 신부의 치맛폭에서, 간신배들 속에서...영조는 자신의 보위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그것이 권력의 힘이요, 달콤함이였을 것이다.

서로 살겠다고 남을 헐뜯고 죽이려는 전쟁속에서 사도세자는 조용히 물러나 주었다.

좁은 뒤주안에서 죽어가는 목숨에도 자신이 마음을 담은 비화를 걱정하며, 자신을 지키는 서우를 안스러워하는 서서히 죽어가던 사도세자의 모습이 쓸쓸하고 안스럽다.

살아서는 같이 늘곡,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힐 것이다. 이제 그대를 부인의 예로 대할 것이오. 오늘의 그 고마운 약조는 끝내 가져갈 것이니, 부인 또한 나를 홀로 두지 말지어다. 330p

이선과 이산은 같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나,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었다.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중전이 있는 이산과 달리, 이선에게는 자신만 살고자 등돌린 혜경궁 홍씨가 있다는 것이다.

혹 홍씨가 이선의 편을 들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선은 끝내 살아남아 보위에 오르게 되었을까? 아니면 홍씨와 이산마저 죽음을 다하였을까?

아들과 자신이 살기위해 이선에게 등을 돌린 홍씨로 인해 조선의 역사가 바뀌었던 것일까?

그건 아마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리라...허나, 나는 홍씨로 인해 더욱 쓸쓸하고 힘들었던 이선의 모습이 아프게만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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