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매 할배 - 아름다운 순간, 노을빛 청춘을 담다
김인자 지음 / 가치창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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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술, 장, 김치 등과 같은 음식도 그러하고, 나무와 숲과 같은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도 그러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40세를 넘긴 지금도 무엇을 하기엔 많이 늦은 시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지곤 하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가끔 경험에 따른 노련함, 숙련됨, 경륜,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때가 있으니까요. TV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님을 볼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멋있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긴 노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시기가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테죠. 그 아름다운 순간을 그림책 작가 김인자의 포토 에세이 《꽃보다 할매 할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혜롭고 유쾌하게 노년을 보내는 법을 감상하면서 내 부모를 생각하게 되고, 내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꽃보다 아름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PART 1. 이야기 한 자락에 사랑을 담다, PART 2. 어느 할머니의 애틋한 가족 사랑 이야기, PART 3. 우리 노년을 예찬합시다로 나누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60세 할아버지와 85세인 엄마, 천문대에 가 보고 싶은 손자와 하늘과 가까이 있는 천문대에 가고 싶지 않은 할머니, 72세 언니와 70세 동생의 애틋함,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 174Km거리를 운전하고 온 63세 뮤 할아버지, 70세 스텔라 할머니와 동갑내가 할어비지의 디즈니랜드 데이트, 걸어 다닐 때도 할아버지랑 손깍지 꼭 끼고 할아버지 쪽만 바라보는 수잔 할머니, 어버이날 95세 되는 엄마에게 직접 화분에 심어서 선물하려는 72세 티아라 할머니, 평소에는 아프다고 누워만 있었는데 손주가 온다고 하니까 힘이 불끈불끈 샘솟는 65세 지나할머니, 손주가 집에 오는 주말만 매일매일 기다리지만 손주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걸 속상해하는 할아버지, 한 번도 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했지만 딸에게는 예쁜 드레스를 사 주고 싶은 63세 마가리타 할머니, 당뇨 때문에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한 땀 한 땀 손자의 머플러는 짜는 80세 로라 할머니, 언니와 함께여서 동생과 함께여서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 난생 처음 바다에 온 83세 91세 할머니, 도서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83세 노라 할머니, 어려운 곳에 아기들모자와 신발을 만들어 선물로 보내는 80세 뜨개질 대장 린다할머니, 교통 도우미 할머니 등 빛나는 노년의 시간이 담겨져 있습니다.

 

 

멋진 경험이 펼쳐질 무대가 노년에 마련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설 기회를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평정할 기회이자 짜릿한 인생의 정점이 아닐까요? 그런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평온합니다. (표지 中)

 

 

 

다리도 아프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가장 지혜롭고 원숙함이 돋보이는 시기는 노년이 아닌가 합니다. 포용할 줄 알며 사랑할 줄 아는, 그리고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삶을 초라하게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찾아오는 노년의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98세에 운전면허를 딴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바다에 간 할머니,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할머니, 안 보이는 눈으로 손자를 위해 머플러를 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삶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지금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속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주름, 웃음이 오늘처럼 아름답게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들의 노년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워질 내 훗날의 삶도 함께.

 

 

 

(이미지출처: '꽃보다 할매 할배'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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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치유 - 우리 안의 나쁜 유전자, 광신주의를 이기는 상상력의 힘
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 세종서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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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느낌을 주는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광신자 치유》는 두 개의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2002년 독일에서 강연한 내용을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 소설가, 평화운동가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단골로 오르는 명망 있는 작가이자 괴테 문학상, 카프카상, 하인리히 하이네상, 이스라엘 문학상, 프랑스 페미나상, 전미 유대인 도서상,안데르센상, 박경리 문학상 등 다양한 이력을 소유한 히브리 문학의 거장이다. 아랍 국가들과 평화 공존을 주장하는 저자는 이스라엘 극우단체로부터 '배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작품과 삶 속에서 줄곧 "전쟁의 반대는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오즈는 우리에게 광신주의의 본질과 진화를 직시하게 한다. 그가 만병통치약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이것은 종교전쟁도 아니고, 문화전쟁도 아니며, 서로 다른 두 전통의 불화도 아닙니다. 그저 이 집은 누구의 소유물인가 하는 부동산 쟁의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분쟁의 본질을 논박의 여지 없이 납득시킨다. 또한 그는 이 분쟁이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것에 자신의 비전과 정치적·윤리적 진실성을 거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본문 7,8p)

 

평화운동가인 오즈의 《광신자 치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오즈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본질을 시작으로 세계의 모든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정의와 정의의 충돌],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로 나누어 진다. [정의와 정의의 충돌]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발단이 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이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는 땅을 원하고, 이스라엘 유대인들 역시 같은 이유로 '완전히 똑같은 땅'을 원하고 있다. 여기는 상호이해와 '고통스러운 타협'이 필요하지만 젊은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타협은 기회주의, 무성의, 비열하고 수상쩍은 것, 고결함이 없다는 표시로 여기며 타협을 싫어한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똑같은 영토에 대한 애착에 대한 해법은 '두 국가 해법'이어야 하지만 타협의 반대인 광신주의가 걸림돌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 편에서 광신주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해결책을 유머감각, 타자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중동과 그 어떤 곳에서든 폭력, 분노, 복수, 원리주의, 광신주의, 인종주의가 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메시지는 좀 유별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머감각, 타자를 상상할 수 있는 힘, 우리 모두가 지닌 반도로서의 특질을 인정하는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광진자 유전자와 맞서는 데 적어도 조금이나마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일고 저는 믿습니다. (본문 84,85p)

 

광신주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만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문학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광신주의에 대한 해결방안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해결책이기에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우리는 가족, 연인, 회사에서의 모든 관계에서 타인의 신념이나 습관을 고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에 저자는 말한다. "모든 일상에서 서로를 상상하라"고.

 

그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치명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조명하는 데 활용하는 아이러니한 유머는 한층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나딘 고디머 (본문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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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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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억 부 이상 판매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된 《트와일라잇》시리즈의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의 새로운 작품 《케미스트》. 그 첫 시작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출발했다. 스파이 소설을 즐겨 읽는 주인공의 생활은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단 하나의 목적인 숨을 쉬며 살아가기 위해 집안 곳곳은 온갖 보완 장치와 무기로 가득했고 알렉스라는 이름 외에 다수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 자신만의 거미줄에 둘러싸인 채 욕조에서 잠이 들어야 하는 그녀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CHAPTER 01을 읽었을 뿐인데 주인공처럼 나도 순간 잔뜩 긴장하며 읽게 된다. 흥미로운 시작,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소설이었다.

 

 

 

현재 그녀에게 살인은 승리를 의미한다. 전쟁 자체가 아니라 그안에 속한 하나의 전투에서. 현재까지 그녀는 모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른 누군가의 심장은 박동을 멈추겠지만 그녀의 심장은 계속 뛸 것이다. 그녀를 잡으러 오는 사람들은 희생자 대신 포식자를 발견하리라. 그녀의 섬세한 함정 뒤에 숨은 독거미를. (본문 15p)

 

얼마 전 드라마《맨투맨》을 시청했다. 비밀 요원인 남자 주인공을 둘러싼 배신, 음모,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영화에서 흔히 자주 볼 수 있는 스토리인데다 스릴보다는 로맨스와 코믹에 치중한 탓에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던 드라마였다. 요즘 흔하게 등장하는 비밀 요원, 신선할 것 없는 배신, 음모 그리고 러브스토리. 헌데 사실 따지고보면 《케미스트》도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먼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남자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비밀 요원에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는, 10대 소년 같은 여린 느낌의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탓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암살하고 싸워야 하는 비밀 요원이 아닌 과학자였기 때문일지도.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본문 107p)

 

진짜 이름은 '줄리아나 포티스'이지만 현재는 크리스 테일러라 부르는 그녀는 4시간을 우회하여 3분이면 충분한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예전 고용주의 이메일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를 죽이려 했던 부서는 그녀의 멘토이자 단 하나 남은 친구인 조지프 바니비 박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녀는 매일 위험들을 감내하며 살아야했다. 그 메일은 그런 그녀에게 부서에 고용된 사람들 가운데 그나마 인간적이었던 카스턴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에는 방침이 바뀌었으며 여러 사람의 생명이 위태롭기에 그녀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비공식적인 사과였다. 진실일지, 음모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랜 고민끝에 그녀는 카스턴을 만나게 되고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일을 돕기로 한다. 카스턴이 준 파일에 의하면 대니얼이라는 교사는 마약왕 데 라 푸엔테스의 음모에 가담하여 미국 땅에 치명적인 바이러스TCX-1을 퍼뜨릴 계획이다. 의사 알렉스라는 이름으로 다니엘에게 접근하여 그를 납치하는데 성공하고 과거 자신의 임무처럼 약을 통해 자백을 받으러 하지만 다니엘을 구하기 위해 죽을 줄만 알았던 형 케빈이 오면서 알렉스의 임무는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다른 음모와 배신이 숨어 있었다. 그녀가 아는 것을 두려워했던 조직, 그리고 CIA 조직으로 첩보 활동에 가담한 케빈. CIA 골칫거리였던 줄리아나와 조직의 골칫거리였던 케빈, 그렇게 조직은 두 마리의 전갈처럼 그들을 유리병에 함께 넣고 흔들어 서로를 제거하길 바랬던 것이다. 대니얼은 그들을 함정에 넣어 두려고 무작위로 고른 미끼였다. 이것을 안 이상 상황은 달라져야한다. 이제 각자가 아닌 하나가 되어 이들은 역경을 헤쳐나가게 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일지 모르겠으나 여기서 알렉스는 차별화를 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녀의 섬세함, 예민함이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는 탓이다. 케빈과 대니얼의 상반되는 캐릭터와 빠지면 섭섭한 로맨스도 즐거움을 더한다. 결코 신선하지 않은 소재와 스토리가 될 수 있었으나 작가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긴장감을 갖고 몰입하기에 충분한 흥미로운 작품이기에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이미지출처: '케미스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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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키는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29
김태호 지음 / 라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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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 동물농장》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버려진 유기견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한없이 기다리는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키운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십마리나 되는 유기견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책 제목이 너무도 예쁜 《별을 지키는 아이들》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면과 버림받은 동물을 돌보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가진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검정 구두가 타던 흰색 차가 지나가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차 앞으로 달려들곤 하는 오달고는 비린내가 가득한 굵은 턱수염에게 잡혀 트럭에 묶이게 됩니다. 의자 위에 개털이 떨어져 있는 걸로 봐서 다른 개가 묶여 있었던 것 같았어요. 오달고는 실랑이를 하다 제풀에 지쳤지요. 턱수염은 생선 장수였어요. 밤이 되서야 장사를 마친 트럭은 한참을 달려 허름한 나무 대문 앞에서 오달고를 한 할머니에게 건네주네요. 할머니는 떨고 있는 오달고의 몸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때 정말 밝고 커다란 별똥별이 떨어졌습니다.

 

"할매, 개만 자꾸 데려와서 죄송, 죄송. 도울 수 있는 건 사료 몇 포대밖에 없네요. 잘 부탁혀요." (본문 15p)

 

할머니 집에는 개가 많았어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검은 개는 호박씨, 회색빛 털로 덮인 우람한 덩치에서 남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늑대개 캔그레이트맥스장군, 언젠가 멋진 알을 낳을 거라는 알을 품는 개 개닭이 등 할머니는 많은 개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달고는 자신을 찾고 있을 검정 구두를 생각하며 도망칠 궁리를 했지요. 그렇게 뒷마당을 통해 산으로 도망가던 오달고는 외눈박이 도사견에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다행이 불편한 걸음으로 쫓아왔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오달고는 무사할 수 있었어요.

 

산 너머 아파트에서는 할머니네 개로 인한 소음과 위생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가축이 개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자꾸 발생하는데다 산을 없애는 개발 계획 때문에 할머니와 개들은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이사를 갈 수도 없을 만큼 개들이 많아진데다 할머니에게는 마땅한 갈 만한 곳도 없어서 걱정이 많지요. 그래도 할머니를 도와 개를 보살펴주러 오는 우주복 아줌마와 자원봉사자들도 있습니다. 방 안에서 아픈 강아지들을 돌보던 자원봉사자들이 TV를 보며 가까운 산 너머 마을에 운석이 떨어져 사람들이 귀하다는 운석을 찾으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 밤 닭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개닭이가 한 짓이라 오해를 받게 되고 동물보호소에서도 찾아오게 됩니다. 그러자 호박씨는 자원봉사자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할머니를 위해 별똥별을 찾기로 합니다.

 

그렇게 호박씨, 캔그레이트맥스장군, 오달고는 별똥별을 찾으러 나서게 되고 수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별똥별을 찾아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지요. '별을 지키는 아이들'이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붙은 개들이 사람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면서 별똥별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자신이 버린 개를 찾아 주인행새를 하네요. 그렇게 검정구두도 오달고를 찾아옵니다.

 

 

 

《별을 지키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유기견들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은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느끼고 가족이 되어가는 따뜻함이 있어요. 가족을 위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별똥별을 찾으러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반면 사람들의 잔혹함, 이기심, 욕심이 정말 잔인하게 보여지고 있네요. 그 잔인함 속에 호박씨와 할머니가 나눈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네요.

 

"할머니, 그냥 돌이잖아.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난리야?"

"세상에 몇 개 없는 아주 귀한 거니까."

"할머니, 나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데……, 왜 버림받았을까?"

"……."

"할머니 만나려고 그랬나?" (본문 136p)

 

동물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낸 《별을 지키는 아이들》를 통해 작가는 유기견에 대한 문제의식을 되짚어주고 있습니다. 반려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이 때,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기에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별을 지키는 아이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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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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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부제를 단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책제목이 노란색 표지 탓인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내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쎈 느낌을 주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 제목을 본 남편들은 오죽하면 아내들이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를 먼저 생각해봐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물론 괴씸하다며 노발대발하는 남편도 많겠지만 이혼도 아닌 남편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결혼 19년차인 나는 아직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남편이 원수가 되고 어느 노랫말의 가사처럼 '님'이 아닌 '남'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19년을 살면서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내가 아닌 타인을 먼저 생각할 때는 서운할 때도 있었으니까. 사랑이 살의가 된 아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힘겨워하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과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그들을 통해 위로받고자 책을 펼쳤다.

 

 

"남편은 저보다 두 살 많지만 마치 '무능한 부하 직원' 같아요. '좀 알아서 행동하라고. 당신 남자잖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짜증 나 미치겠어요." (본문 49p)

원한에 사무친 나이 든 아내의 마음은 실로 헤아릴 수 없다.

'어떻게 복수해야 속이 후련할까?' (본문 163p)

 

 

 

사회가 변화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상당부분 가정일과 육아는 아내의 몫이다. 이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든, 전업주부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는 결혼한 여성에 대해서 녹록치 않은 곳이다. 결혼을 하거나 인심을 하면 퇴사를 종용하고, 육아휴직이나 칼퇴근을 할라치면 온갖 눈치를 봐야만 한다. 직장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에게 남편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부분이 많지만 남편의 작은 배려만으로도 아내들은 힘을 얻기 때문이다. 얼마 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너무도 재미있게 시청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중 나문희, 신구 배우 역할의 문정아, 김석균 부부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극중 문정아는 전업주부이지만 결혼한 세 딸의 집을 오가며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번다. 김석균은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아내를 무시하는 발언을 시도없이 한다. 동생과 친척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아내한테만은 조금의 배려도 없는 김석균. 문정아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몰래 집을 얻어 가출을 감행하게 된다.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이 부부와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아내에게 남편의 말과 배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편은 직장에, 아내는 가정에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남녀의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이 아닐까? 그 불이익을 당하는 여성의 고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본문 89p)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한 아내들의 분노를 보여준다. [육아라는 시련]편에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영유아기의 자녀를 키우는 아내의 분노에 초점을 두었고,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편에서는 부득이하게 전업주부가 된 이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더 이상 남편 따위 필요 없다]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 아내들의 원한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아이 유치원 준비와 출근 준비로 바쁜 아내와 달리 한 잔의 차로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남편, 회사에서 짤리면 좋겠냐며 협박을 하기도 하고, 자신만큼 벌어오면 집안일을 하겠다거나 아이랑 놀기만 해서 좋겠다며 빈정거리는 남편들이 있다. 아내는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해 직장에서 사과하고,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에게 미안하다 해야한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사회는 육아와 집안일은 아내의 몫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아내가 우선적으로 직장을 포기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런 일들로 인해 아내들은 이혼을 생각하지만, 이혼 역시 쉽지 않다. 이혼녀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 재취업의 어려움 등이 버거워 아내는 이혼보다는 남편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남편의 입장도 있다. 육아휴직이 직장에서는 도태를 의미하고, 정시퇴근도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얻거나 잔업하지 않고 육아와 진압일을 위애 빨리 퇴근하면 '출세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업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여겨서 주저하는 것이다. (본문 214p) 

 

 

사회전반에 걸친 권위의식, 구 시대적인 성 역할 의식, 남녀 노동 환경의 격차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배우자가 죽기를 바라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사실 아내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기저귀 한 번 갈아주는 것만으로도, 젖병 삶아주는 것만으로도 아내가 가지는 살의는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를 통해 워킹맘, 전업주부, 중년 여성 등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아내 14인의 속마음을 담아냄으로써 독박 육아, 독박 가사를 피할 수 없는 일과 가정 양립의 현주소를 조명하면서 남편의 행동 지침을 제시하며 사회의 의식 변화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다소 무섭고 괴씸하게 느껴지는 책 제목에 불편함을 느끼는 남편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내들이 왜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한번은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받는 아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길.

 

(이미지출처: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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