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매 할배 - 아름다운 순간, 노을빛 청춘을 담다
김인자 지음 / 가치창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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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술, 장, 김치 등과 같은 음식도 그러하고, 나무와 숲과 같은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도 그러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40세를 넘긴 지금도 무엇을 하기엔 많이 늦은 시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지곤 하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가끔 경험에 따른 노련함, 숙련됨, 경륜,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때가 있으니까요. TV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님을 볼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멋있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긴 노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시기가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테죠. 그 아름다운 순간을 그림책 작가 김인자의 포토 에세이 《꽃보다 할매 할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혜롭고 유쾌하게 노년을 보내는 법을 감상하면서 내 부모를 생각하게 되고, 내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꽃보다 아름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PART 1. 이야기 한 자락에 사랑을 담다, PART 2. 어느 할머니의 애틋한 가족 사랑 이야기, PART 3. 우리 노년을 예찬합시다로 나누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60세 할아버지와 85세인 엄마, 천문대에 가 보고 싶은 손자와 하늘과 가까이 있는 천문대에 가고 싶지 않은 할머니, 72세 언니와 70세 동생의 애틋함,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 174Km거리를 운전하고 온 63세 뮤 할아버지, 70세 스텔라 할머니와 동갑내가 할어비지의 디즈니랜드 데이트, 걸어 다닐 때도 할아버지랑 손깍지 꼭 끼고 할아버지 쪽만 바라보는 수잔 할머니, 어버이날 95세 되는 엄마에게 직접 화분에 심어서 선물하려는 72세 티아라 할머니, 평소에는 아프다고 누워만 있었는데 손주가 온다고 하니까 힘이 불끈불끈 샘솟는 65세 지나할머니, 손주가 집에 오는 주말만 매일매일 기다리지만 손주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걸 속상해하는 할아버지, 한 번도 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했지만 딸에게는 예쁜 드레스를 사 주고 싶은 63세 마가리타 할머니, 당뇨 때문에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한 땀 한 땀 손자의 머플러는 짜는 80세 로라 할머니, 언니와 함께여서 동생과 함께여서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 난생 처음 바다에 온 83세 91세 할머니, 도서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83세 노라 할머니, 어려운 곳에 아기들모자와 신발을 만들어 선물로 보내는 80세 뜨개질 대장 린다할머니, 교통 도우미 할머니 등 빛나는 노년의 시간이 담겨져 있습니다.

 

 

멋진 경험이 펼쳐질 무대가 노년에 마련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설 기회를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평정할 기회이자 짜릿한 인생의 정점이 아닐까요? 그런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평온합니다. (표지 中)

 

 

 

다리도 아프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가장 지혜롭고 원숙함이 돋보이는 시기는 노년이 아닌가 합니다. 포용할 줄 알며 사랑할 줄 아는, 그리고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삶을 초라하게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찾아오는 노년의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98세에 운전면허를 딴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바다에 간 할머니,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할머니, 안 보이는 눈으로 손자를 위해 머플러를 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삶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지금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속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주름, 웃음이 오늘처럼 아름답게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들의 노년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워질 내 훗날의 삶도 함께.

 

 

 

(이미지출처: '꽃보다 할매 할배'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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