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지키는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29
김태호 지음 / 라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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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 동물농장》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버려진 유기견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한없이 기다리는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키운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십마리나 되는 유기견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책 제목이 너무도 예쁜 《별을 지키는 아이들》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면과 버림받은 동물을 돌보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가진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검정 구두가 타던 흰색 차가 지나가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차 앞으로 달려들곤 하는 오달고는 비린내가 가득한 굵은 턱수염에게 잡혀 트럭에 묶이게 됩니다. 의자 위에 개털이 떨어져 있는 걸로 봐서 다른 개가 묶여 있었던 것 같았어요. 오달고는 실랑이를 하다 제풀에 지쳤지요. 턱수염은 생선 장수였어요. 밤이 되서야 장사를 마친 트럭은 한참을 달려 허름한 나무 대문 앞에서 오달고를 한 할머니에게 건네주네요. 할머니는 떨고 있는 오달고의 몸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때 정말 밝고 커다란 별똥별이 떨어졌습니다.

 

"할매, 개만 자꾸 데려와서 죄송, 죄송. 도울 수 있는 건 사료 몇 포대밖에 없네요. 잘 부탁혀요." (본문 15p)

 

할머니 집에는 개가 많았어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검은 개는 호박씨, 회색빛 털로 덮인 우람한 덩치에서 남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늑대개 캔그레이트맥스장군, 언젠가 멋진 알을 낳을 거라는 알을 품는 개 개닭이 등 할머니는 많은 개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달고는 자신을 찾고 있을 검정 구두를 생각하며 도망칠 궁리를 했지요. 그렇게 뒷마당을 통해 산으로 도망가던 오달고는 외눈박이 도사견에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다행이 불편한 걸음으로 쫓아왔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오달고는 무사할 수 있었어요.

 

산 너머 아파트에서는 할머니네 개로 인한 소음과 위생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가축이 개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자꾸 발생하는데다 산을 없애는 개발 계획 때문에 할머니와 개들은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이사를 갈 수도 없을 만큼 개들이 많아진데다 할머니에게는 마땅한 갈 만한 곳도 없어서 걱정이 많지요. 그래도 할머니를 도와 개를 보살펴주러 오는 우주복 아줌마와 자원봉사자들도 있습니다. 방 안에서 아픈 강아지들을 돌보던 자원봉사자들이 TV를 보며 가까운 산 너머 마을에 운석이 떨어져 사람들이 귀하다는 운석을 찾으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 밤 닭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개닭이가 한 짓이라 오해를 받게 되고 동물보호소에서도 찾아오게 됩니다. 그러자 호박씨는 자원봉사자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할머니를 위해 별똥별을 찾기로 합니다.

 

그렇게 호박씨, 캔그레이트맥스장군, 오달고는 별똥별을 찾으러 나서게 되고 수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별똥별을 찾아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지요. '별을 지키는 아이들'이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붙은 개들이 사람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면서 별똥별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자신이 버린 개를 찾아 주인행새를 하네요. 그렇게 검정구두도 오달고를 찾아옵니다.

 

 

 

《별을 지키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유기견들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은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느끼고 가족이 되어가는 따뜻함이 있어요. 가족을 위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별똥별을 찾으러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반면 사람들의 잔혹함, 이기심, 욕심이 정말 잔인하게 보여지고 있네요. 그 잔인함 속에 호박씨와 할머니가 나눈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네요.

 

"할머니, 그냥 돌이잖아.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난리야?"

"세상에 몇 개 없는 아주 귀한 거니까."

"할머니, 나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데……, 왜 버림받았을까?"

"……."

"할머니 만나려고 그랬나?" (본문 136p)

 

동물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낸 《별을 지키는 아이들》를 통해 작가는 유기견에 대한 문제의식을 되짚어주고 있습니다. 반려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이 때,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기에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별을 지키는 아이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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