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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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사건사고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폭언이나 폭력적인 행동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분노에 의한 폭언은 뉴스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분노로 얼룩진 사회에서 살고 있는 탓인지 세종서적 《분노 수업》이라는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요즘처럼 갈등과 혐오가 지배적인 시대에 절실하게 와 닿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하니 누구나 한 번쯤 눈여겨 볼 만한 책인 듯 싶다.

 

상대적인 빈곤과 박탈감에 빠진 청년 세대, 은근한 성차별에 시달리는 여성, 권력에 복종을 강요받는 직장인, 일상적으로 폭언에 노출되는 감정노동자 등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분노를 겪는다. 이 책에서 마하마트 간디는 손자인 아룬에게 모욕감, 증오, 우울, 무력감 등의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열한 개의 인생 지혜를 통해 들려준다. (표지 中)

 

이 책의 저자 아룬 간디는 인도계 미국인 사회운동가로 마하트마 간디의 다섯 번째 손자로 열두 살이던 1946년부터 2년 동안 간디와 함께 생활하면서 간디의 정신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간디의 인생과 철학을 직접 보고 들은 손자가 집필한 책이라는 점이 확실히 눈길을 끄는 요소가 된다.

 

할아버지가 세계무대에서 변화를 만들어나갈 때 나는, 나 자신의 (종종 제어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극복하고 나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깨우치면서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세운 목적들을 달성하는 것과 관련해서 할아버지가 나에게 단순하고 실천적인 교훈들을 가르쳐주던 바로 그 시점에 나는 인도에서 일어나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나는 "네가 세상에서 보고자 하는 변화가 있디면, 네 스스로 그 변화가 되어라"라고 한 할아버지의 철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바로 이 변화가 당장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폭력과 증오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가 만약 이 광기를 멈추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선 각자 자기 생활부터 바꾸어야 한다. (본문 17,18p)

 

분노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폭력적인 감정이기에 억제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에서 '분노는 자신을 지키는 힘이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미완성인 감정이기에 손자 아룬 간디와 할아버지 마하트라 간디의 일화에서 보여주는 열한 가지 교훈-소리 높여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라, 자신의 가치를 온당하게 평가하라, 거짓말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낭비는 폭력이다. 아이들을 비폭력의 방식으로 키워라, 겸손이 가장 큰 힘이다,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변화를 원하면 스스로 변화가 되어라, 오늘이 어제보다 낫도록 하라-은 분노가 우리의 등을 떠미는 연료가 되는 법을 일깨운다.

 

사람에게 분노는 자동차에게 기름과 같은 것이란다. 사람은 분노를 연료로 삼아가 앞으로 나아가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되지. 그런데 만일 사람들에게 분노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도 생기지 않을 거야. 분노는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정당하지 않은지 딱딱 선을 긋고 정의를 내리도록 우리의 등을 떠미는 연료란다. (본문 26p)

 

할아버지와의 일화를 통해 보여주는 11가지 실천적 교훈은 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소년이었던 아룬이 할아버지 간디의 가르침 속에서 성장한 것처럼 이 책은 각자의 가치를 발견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폭력과 불화, 테러 등 폭력이 난무하는 현 사회에서 간디의 비폭력 정신이 너무도 절실하기에 꼭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간디는 도덕이 폭력과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파괴적 속성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간디를 존경하고, 또 20세기 최고의 인물로 선택한 이유다. -스티브 잡스

 

(이미지출처: '분노 수업'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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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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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를 속일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기초적인 과학 원리를 이용한다면!" (표지 中)

 

 

 

전쟁? 마술? 나치? 과학 원리? 도무지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소설, 북폴리오의 《전쟁 마술사》입니다. 어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스토리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소설은 다양한 부분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2018년 영화화가 예정된 작품입니다. 길고도 짧은 추석 연휴 10일동안 천천히 읽어볼 예정이었지만 어느새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네요. 전쟁과 마술이라는 이색조합이 흥미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상상력과 지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본문 中)

 

이 소설은 1942년 엘 알라메인 전투를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의 실존 인물 재스퍼 마스켈린의 눈부신 활약상을 흥미진진한 사건 위주로 짜임새 있게 엮은 이야기입니다. 총소리와 죽음의 소리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마술사라는 존재는 너무도 아이러니하네요. 이런 아이러니한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랍기만 하지요. 전통적인 마술사 집안 출신인 마스켈린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사이기도 하지만 광학기술, 응용역학, 전자공학, 위조 등에 전문가로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한 과학자이기도 하지요. 그런 그는 마술 기술을 전쟁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서른여덟 살의 나이로 영국군에 자원입대합니다. 처음에 그의 이야기는 허튼소리로 치부되었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위장술 장교로 입대한 마스켈린은 화가, 만화가, 목수 등 다양한 전문가로 마술단을 꾸리게 되고 전쟁에서 마술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게 되지요. 그리고 몽고메리가 이끄는 마지막 전투에서 마스켈린은 탁 트윈 평원에서 15만 명의 병사와 1천 대의 탱크를 숨겨야 하는 마술을 선보이려 합니다.

 

자율권만 주신다면, 제가 전장에서 만들어낼 효과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대포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유령선이 바다를 항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드넓은 평원에 군대가 꽉 차게 할 수도 있고, 전투기가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수백 미터 상공에 떠가는 구름에 히틀러가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투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본문 22p)

 

히틀러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 마스켈린, 그는 기상천외한 전술로 영국군의 위상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나치군을 무찌르기 위한 마스켈린의 상상력은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절정을 이루어 몽고메리 장군에게 큰 승리를 선사하게 됩니다.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을 작품이 마술이라는 소재로 흥미를 이끌며 독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 영상미가 더욱 뛰어나게 표현되지 않을까 싶네요. 더군다나 책 속에서 마스켈린은 키 190센티미터를 넘는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와 정리된 콧수염을 한 갈라진 턱을 가진 미남이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 속에서 마스켈린이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듯 싶네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마술의 힘이 영화 속에서 더욱 빛나게 표현될 듯 싶어 기대가 됩니다. 전쟁 소설을 통해 현재의 삶에 감사함과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그 어떠한 소설에서 만들어내는 인물보다 더욱 밝게 빛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네요.

 

(이미지출처: '전쟁 마술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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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라임 틴틴 스쿨 9
설흔 지음, 유준재 그림 / 라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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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틴틴 스쿨>시리즈 9번째 이야기는 설흔 작가의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입니다. 설흔 작가는 역사 속 인물과 고전을 재조명해 온 작가로 이번 작품에서도 소현 세자의 삶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소현 세자는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인물이자 9년동안 청나라에 인질로 억류되어 있다가 조선으로 돌아왔으나 그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탓에 많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더욱이 <조선왕조실록>에는 소현 세자가 병이 갑자기 위독해져서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약물에 중독되어 있다는 기록이 있어 그의 죽음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하지요.

 

폭염 경보가 발령된 신시의 강변에 늙고 지친 버드나무 아래 성긴 그늘로 숨어든 화자 '나'의 곁에 낯선 남자가 별로 넓지 않은 그늘에 갑자기 쳐들어왔어요. 행동과 말투는 마흔 언저리였으나 자세히 보면 서른 정보밖에는 안 되어 보이는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 하는 사람인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처럼 솔직하고 담담하게 고백했고 나는 그에게 존이라는 이름을 붙혀줍니다. 그는 황제니 경전이니 볼모니 하는 지난간 시대의 단어들을 담아 먼 과거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나는 부끄럽다는 말 한마디에 그의 이야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존의 언어가 나를 확 사로잡기 시작한 건 부끄럽다는 그 한마디를 들을 때부터였습니다. 부끄럽다는 그 형용사를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접고 있던 종이배를 손에서 놓아버렸습니다. 요 근래 나를 사로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화두가 바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존이 말했듯 일을 당한 처음에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습니다. 세상을 다 부수고 내 목숨도 함께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상황은 바뀌었지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 내내 분노하고 슬퍼하며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생활이랄 것도 없는 생활에 몰두하는 사이, 분노와 슬픔은 슬며시 연합하여 손 꼭 잡고 내 몸을 빠져나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어느 순간부터는 후줄근한 부끄러움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존의 그 한마디는 기묘한 방식으로 나를 위로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냉정한 도시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하는 동지애적인 감정이 돌처럼 굳었던 내 마음을 살짝 흔들어 가루를 떨어뜨렸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뜨듯해졌습니다.  (본문 30,31p)

 

나는 처음 강변에서의 만남 뒤로도 삼전도비가 세워진 소공원 근처의 놀이공원, 남한산성, 그리고 시위자와 경찰이 대치하는 광장에서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존은 그때마다 전쟁에 패한 뒤 암담했던 과거의 숱한 일들을 감당하며 느꼈던 무기력과 분노, 자책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과거의 인물이었던 소현 세자를 '존'이라는 이름으로 현 시대로 소환하여 나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현재를 돌아보게 합니다.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는 비운의 왕세자 소현 세자의 삶을 자신의 고백을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이는 소현 세자의 삶을 좀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 했지요. 소현 세자가 털어놓은 부끄러움과 자책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현 시대의 우리들에게 삶의 공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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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푸드 트럭 라임 청소년 문학 30
제니퍼 토레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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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30번째 이야기는 《오, 나의 푸드 트럭》으로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창업 아이템 등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푸드 트럭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로 인해 푸드 트럭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지요.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갖가지 사연들이 존재하고 있네요. 사춘기 소녀에게는 그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올 듯 합니다.

 

스테프의 아빠는 '티아페를라'를 이름을 붙힌 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스테프를 데리러 하교 시간에 맞춰 그 고물 트럭을 학교 주차장까지 타고 온다는거죠. 처음에는 가족의 희망이 되었던 트럭이었지만 아이들의 놀림이 되는 트럭이 이제는 좀 창피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타코 트럭을 타고 아이를 데리로 오는 사람이 학교를 통틀어 아빠 뿐이거니와 중학생씩이나 된 아이를 부모님이 학교로 데리러 오는 일 자체도 드물지요. 스테프는 몇 달에 걸쳐서 아빠가 오후에 주로 장사하는 주유소 앞으로 가겠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에게 미국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고향과는 너무도 다른 곳이었기에 딸을 집에 혼자 두거나 밖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스테프에 대한 과잉보호가 지나칠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그런 이유로 가수 비비아나 베가의 비싼 콘서트 입장권을 무료로 받게 되는 행운이 있었음에도 부모님은 스테프의 콘서트 관람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스테프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설상가상 아빠는 스테프를 데리고 푸드 트럭을 콘서트장 입구에 세웠지요. 스테프는 창피했지만 손님이 많아 아빠를 도와주었지요. 그런데 그 손님 중에 비비아나 베가가 있었네요. 바쁜 스테프는 비비아나 베가를 알아보지 못했고 다음날 신문에서 그 사실을 접하게 되었어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스테프와 비비아나 베가가 친한 것으로 와전되고 말지요. 결국 부족한 미술 재료를 구하기 위해 열리게 되는 축제에 비비아나 베가를 초대해달라는 제의까지 받게 됩니다. 하지만 스테프는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 비비아나 베가에 대한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하게 되고 결국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친한 친구와도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지요. 한편 시의회에서 길거리 음식 판매 규제 법안을 새로 제정한다는 소식에 아빠의 고민은 커져갑니다.

 

《오, 나의 푸드 트럭》은 중학생이 된 스테프의 학교 생활, 부모와 자녀의 갈등, 이민자 가정의 삶,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민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푸드 트럭은 스테프에게는 창피한 것이기도 했고, 갈등의 요소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모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요소이기도 했어요. 이 갈등이 스테프를 성장하게 했지요.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참모습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읽은 책이지만 스테프의 입장도, 스테프 부모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네요. 그러면서 내 아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청소년 소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푸드 트럭이라는 신선한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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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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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영화이든 '반전'이 있다면 꽤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지루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라 할지라도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존재한다면 그 소설은 저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겨지지요. 북폴리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제게 그런 작품입니다. 초반 흥미로운 진행과 달리 중반부로 갈수록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놀라운 반전을 선사합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저자 사라 핀보로의 첫 번째 성인용 스릴러로 20여 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였으며 영화 판권도 판매되었다고 해요. 제가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화 되었을 때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_벤자민 프랭클린

 

벤자민 프랭클린의 의미심장한 문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 때, 아델, 루이즈' 편이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심리스릴러 입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고 혼자 애덤을 키우며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의 시간제 비서로 일하고 있는 34살의 루이즈는 바에서 환상적인 남자에게 유혹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출근 후 그가 새로운 상사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당황스러웠죠. 새로운 상사인 데이비드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아델이 있었으니까요. 데이비드 덕에 여자로서 뭔가를 느끼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는데 그가 유부남이라니요. 루이즈는 분하기보다는 슬펐습니다. 당황하기는 데이비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두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얼마 후 루이즈는 애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델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들은 곧 친구가 되지요. 아델은 업무생활과 개인생활을 뒤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이비드로 인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요. 아델 역시 데이비드가 자신을 스토커로 오해할 것을 염려했기에 둘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지속됩니다. 아델과 루이즈는 함께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기도 하고 야경증이 있는 루이즈는 한때 야경증이었던 아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한은 괜찮은 거 아니야? 우리 모두 비밀을 갖고 있다. 아델, 나, 데이비드 모두. 그렇게만 유지된다면 왜 내가 이 모든 걸 가지면 안 되는 건데? 왜 둘다 가지면 안되는데? (본문 187p)

 

한편, 데이비드가 루이즈에 아파트에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도 발전하게 됩니다. 아델과는 친구로, 데이비드와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던 루이즈는 아델을 대하는 데이비드의 행동에 의심을 갖게 되지요. 매번 같은 시간에 전화하는 데이비드의 전화에 긴장하는 아델, 경제적인 면에서도 통제를 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요. 더욱이 아델이 루이즈의 야경증 치료를 위해 건넨 어린시절 시설에서 함께 지낸 친구 롭의 일기장을 통해 데이비드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어린시절 집의 화재로 인해 부모님을 잃었지만 불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데이비드를 사랑한 아델은 모든 재산을 데이비드가 관리하도록 했던 것이지요. 화재는 어떻게 일어난 것이고, 화재로 인해 가장 이득은 본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제 루이즈는 아델을 돕고자 합니다.

 

전화통화, 그녀의 불안증, 그의 들쭉날쭉한 기분, 약, 그리고 이젠는 이것까지. 그가 나와 있을 때에는 다르다고 해서 얼마나 더 이런 걸 무스할 수 있을까? 나는 아델을 사랑했다. 그녀는 나에게 밤에 제대로 잘 수 있는 능력까지 선사했고, 이것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녀가 불행하고 상처받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드에 대한 나의 감정도 진짜다. 내가 바보 노릇을 자처하는 걸까? 그가 가정폭력범일까? 조만간 눈에 멍이 드는 건 내가 될까? 모든 게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본문 237p)

 

루이즈는 오래전 아델의 화재사건, 롭의 행방 등을 알아보며 아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게 됩니다. 데이비드와는 내연관계로, 아델과는 친한 친구로 지내는 루이즈,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 수상쩍기만 한 이들의 관계는 '그 때'를 통해 보여주는 아델과 롭의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진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지요. 여기서 보여주는 놀라운 반전이 너무도 강력하네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입니다.

 

 

 

꼬이고 꼬인 이야기, 질투, 거짓말, 배신, 죄책감, 해로운 부부, 광기까지 이 책에는 전부 다 들어 있다. _아담 네빌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반전 뿐만 아니라 세 사람의 심리 묘사도 압권입니다. 사랑, 질투, 배신 등에 관한 심리가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다 읽고나면 여기저기에 힌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읽으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인 듯 해요. 가을이 달리기 하듯 빠르게 다가온 듯 하지만 여전히 스릴러가 어울리는 계절인 듯 합니다. 반전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이 어떨런지.

 

(이미지출처: '비하인드 허 아이즈'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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