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 지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뤽 블랑빌랭 지음, 곽노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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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동화 <알라딘과 요술 램프>를 떠올리게 하는 책 제목과 책 표지가 눈길을 끄는 《Wi-Fi 지니》는 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시리즈 25번째 이야기입니다. 《Wi-Fi 지니》는 21세기 판 <알라딘과 요술 램프>와 비슷합니다. 이 책 속 지니는 램프가 아니라 노트북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노트북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신 날까요? 이 책은 그렇게 유쾌하고 즐겁게 시작하지만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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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엄마 아빠는 베니스로 휴가를 떠났고, 파비앵은 틈만 나면 가족을 이끌고 산행을 하고 싶어하는 외할머니 댁에 머물게 됩니다. 외할머니는 모를레 중심가이자 관광 명소인 알랑드 광장 근처의 예쁜 집에서 살아요. 가끔씩 관광객들이 멈춰서서 감탄사를 내뿜는 오래된 목조 건물이죠. 일주일 후 부모남이 외할머니의 산행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기다리며 할머니 집에 간 파비앵은 뜻밖에 외할머니가 골동품점에서 건졌다는 오래된 노트북을 보게됩니다. 구닥다리 노트북이었지만 파비앵은 마음에 들었고 오래전에 작동이 멈춘 이 기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게 되지요. 그런데 왠일일까요? 노트북이 깨어나는 순간 뚱뚱한 사람도 같이 깨어났어요. 그 사람은 노트북 요정 지니로 파비앵의 눈에만 보입니다. 세상이 변해서 램프보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속에 살게 되었다네요. 컴퓨터 요정 지니의 이름은 '이포'로 덩치도 크지만 엄청난 식탐을 가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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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포가 파비앵에게 알려준 것은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넘나드는 마법이었지요. 복제는 물론이고 시간여행을 할 수도 있는 신기한 마법이었어요. 파비앵은 이 마법과 같은 컴퓨터 사용으로 외할머니와 함께 등산할 복제 인간을 만들었고, 시간 여행을 통해 소녀 다프네를 만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인터넷까지 연결하면 성능은 더욱 커지게 되지만 이포는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며 경고합니다. 하지만 파비앵은 이포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게임창 속에 뛰어들게 되고 결국 현실 세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맙니다. 온라인 게임 속 괴물이 시청 앞 광장에 나타났고 도시를 페허로 만들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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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그 자체로 위험한 게 아니었다.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었다. (본문 118,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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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마우스 클릭 하나로도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현실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결코 판타지로 취급하고 가볍게 여길 내용이 결코 아닙니다. 잘못된 인터넷의 사용은 전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이 책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노트북 속에서 나타나는 요정 지니의 등장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읽기 시작했던 이야기는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기계는 그 자체로 절대 위험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괴물이 되느냐, 천사가 되느냐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어른들까지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 기기, 지금 우리는 괴물일까요? 천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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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Wi-Fi 지니'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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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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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으로 인해 국민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지고 좌절감에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자신이 바라는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거라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금수저로 태어난 누군가가 권력을 등에 엎고 노력보다는 재력으로 온갖 혜택을 받으며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어느 누가 좌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올 수 없는 이 불평등한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물음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한번쯤 건네봤을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라는 물음에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1세기북스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를 읽어보게 된 계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으며 앞으로 이 불평등 사회는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앞으로는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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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급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이 책《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는 이코노미스트, 파이낼션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세계화가 낳은 소득 불평등 문제를 가장 예리하게 파헤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1988년 이후 그 어느때보다 급격하게 변화한 전 세계 소득 분배 양상을 가계조사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서 출발하였는데, 이 가계조사는 글로벌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한다. 크게 5장으로 나뉜 이 책은 불평등이 과거, 현재, 미래와 국가 내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 세계 전반에 걸친 불평등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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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로벌 신흥 중산층과 금권집단의 부상에서는 중국과 '재부상한 아시아'에서 탄생한 '글로벌 신흥 중산층'에 관해 알아보며, 세계적 차원으로는 부유한 편이지만 자국 내에서는 중산층이나 중하위층에 머무는 인구집단의 정체 요인까지 다루고 있다. 제2장 국가 가 불평등 편에서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소득 불평등 자료를 이용해 불평등 경제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쿠즈네츠 가설을 재구성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저자는 최근에 소득 불평등이 급증한 현상뿐만 아니라 산업혁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불평등 변화상을 설명하기 위해 '쿠즈네츠 파동' 또는 '쿠즈네츠 순환' 개념이 불평등의 급증의 원인을 설득력있게 풀어낼 수 있으며, 고소득국가나 중소득국가의 불평등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 간 중위소독의 격차에 초점을 맞춘 제3장 국가 간 불평등에 이어 제4장 21세기와 앞으로의 글로벌 불평등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 -중국 정부는 갈수록 증대되는 국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까, 선진국은 수십 년째 소득정체 상태인 자국의 중산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최상위 1%의 부상이라는 국가적·세계적 현상으로 금권정치 체제가 나타날까-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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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5장 21세기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서는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부분을 되새겨 볼 수 있으며 21세기와 그 다음 세기에 국가 내 불평등과 글로벌 불평등을 축소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안을 한다. 이에 세계화와 불평등에 대한 10가지 고찰 즉, 이번 세기에 어떤 힘들이 글로벌 불평등을 만들어갈까?, 고소득국가의 중산층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고소득 복지 국가의 불평등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앞으로도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할까?, 수평적 불평등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동이 다른 생산 요소와의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경제 성장은 앞으로도 중요할까?, 경제학에서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질까?, 개별 국가 차원의 불평등 분석이 여전히 유효할까?,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로 나누어 정리,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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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변화하고 통합되다 보니 우리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세계를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도 구식이 되었다. 이제 세계화 시대의 현실을 바라보는 방법을 새로이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으로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본문 3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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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은 각종 도표와 그래프를 이용하여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화의 혜택이 평등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세계화가 계속되어도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소득 불평등과 정치적 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정치적 변화는 경제적 대혼란과 성장 하락을 수반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불편하지만 상황을 똑바로 즉시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이 책은 권력자 혹은 피권력자 모두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정책이 중요시 되겠지만, 그들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그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99%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의 시작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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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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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이건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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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물은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것은 원래 하나였던 그녀에게 닿아 있는 연결고리이다. 그 사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 여성의 심리나 감각을 가늠해볼 수 있다. 나의 스타일은 그 여성의 사물 속에 들어 있다. 여성의 사물은 말없이 여성의 역사를 드러내준다. 사물의 광채를 다라 여성의 속마음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여성 속에 숨어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이다. (본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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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서로 달라 서로 각자가 선호하는 물건이 따로 있으며 그 물건을 통해 여성성을 혹은 남성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물은 좀더 아름답게, 좀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이에 사물은 '나는 이러한 여성이다', '나는 이러한 남성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물건이 다름을 볼 때 사물은 그 소유자에 대한 심리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남자(그림 읽어주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저자 이건수는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을 통해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52가지 사물을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색성향미촉의 오감을 토대로 크게 5가지의 갈래로 분류하여 예술가의 유별난 감성과 예리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여성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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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물은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그것은 원래 하였던 그녀에게 닿아 있는 연결고리이다. (본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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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 비키니를 입은 비너스, 2 생활을 발견, 3 욕망의 모호한 대상, 4 날 닮은 너, 5 여자의 일생 다섯 파트를 통해 귀고리, 반지, 드레스, 하이힐, 목걸이, 핸드백, 샌들, 비킨, 클러치, 스카프, 커피, 트렁크, 제모기, 그릇, 바늘과 칼, 생리대, 침대, 여자화장실, 양산, 손뜨개, 립스틱, 모자, 마스카라, 시스루, 매니큐어, 스타킹, 모피, 팔레트, 브래지어, 바비인형, 보톡스,, 선글라스, 가죽, 펫, 헤어스타일, 호피, 향수, 타투, 장갑, 거울 등 52가지 사물에 대한 쓰임새나, 속성, 이력, 의미 등을 살펴보며 여성의 본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명화, 사진, 영화 등을 통해 풍성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 중에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 옆사람의 눈치를 봐야했던 사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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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뜨겁게 몰두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구속하려 하고 소유하려 한다. 너무나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반지 같은 것으로 서로의 관계를 옭아맨다. 그러다 사랑이 끝나게 되면 이 작은 동그라미를 어찌할 줄 몰라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다른 누구에게 주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아까운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본문 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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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을 통해 인터넷 검색창에 쏟아져 나오는 사물의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근거한 해석한다. 덧붙혀 저자는 사물을 열린 개념의 예술작품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철학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했으며 인상비평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주관적 체험과 느낌의 개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남자의 시각으로 보는 여자의 물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본성을 읽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52가지의 사물에 대해 읽어가다 보면 문득 내가 소유하고 있는 사물을 한 번씩 바라보게 된다. 그 사물에 대한 내 심리와 본성이 이런 것이었나? 라는 생각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꽤 흥미로운 책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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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고리, 비키니, 커피, 거울, 시스루, 인스타그램, 프렌치 시크, 운세, 엄마사진…

욕망의 물건에서부터 일상 속의 사물, 유혹의 도구, 문화적 기호, 취향의 사물들까지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으로, 비평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는 여성의 삶과 속마음 _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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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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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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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지만 이 단어는 왠지 부정적인 의미로 들린다. 지성적인 모든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낯선 개념이 아닌가 싶다. 헌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 원인을 '반지성주의'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트럼프 현상 뿐만 아니라 매카시즘, IS, 일본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 등과 연결시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반지성주의가 낯선 나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부정적으로 다가는데 이 책에서는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경계 대상으로서 반지성주의 개념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라 그보다는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요즘 같아서는 생각하기 힘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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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반지성주의》는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각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독서계에 '반지성주의'열풍을 불러일으켰고, 2016년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의 인문대상에 노미테이트 되었던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Chapter 01 하버드 대학교:반지성주의의 전제, Chapter 02 신앙부흥운동:반지성주의의 출발점, Chapter 03 반지성주의를 키운 평등이념, Chapter 04 미국적인 자연과 지성의 융합, Chapter 05 반지성주의와 대중 리바이벌리즘, Chapter 06 반지성주의의 또 하나의 엔진, Chapter 07 하버드주의를 내던져라 총 7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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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지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다. 지성 자체가 아니라 지성의 작용방식에 의문을 품고, 지성의 월권행위, 권위 및 권력과의 유착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이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감시, 견제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반지성주의는 사회혼란을 부채질하는 병리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본문 302,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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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생활에서의 반지성주의》를 쓴 미국의 역사가 리처드 호프스태터로 미국 반지성주의 역사를 살핀다는 것은 미국 기독교 역사를 더듬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에 이 책에서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미국 기독교를 배경으로 탄생한 반지성주의의 역사 전반을 살펴보고 독자가 각자의 방법으로 현대 사회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미국 반지성주의의 역사는 미국 개신교가 토착화하면서 극적으로 변질되는 과정이며, 초기 미국 개신교의 주류였던 청교도의 극단적인 지성주의에 반발하여 일어난 신앙부흥운동이 미국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반지성주의는 미국 역사에서 꾸준히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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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나타나는 자유지상주의, 끝없이 논란이 되는 총기 규제 반대와 낙태 반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끈질긴 거부감, '긍정병'이라고까지 불리는 '긍정의 힘'을 유독 강조하는 정서, 자기계발 열풍, 쇼 비즈니스를 방불케 하는 텔레비전 전도의 흥행 등이 모두 건국 최기부터 미국 사회 저류에 흐르는 반지성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 (본문 304,3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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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반지성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반지성주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이 '지성'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물들을 통한 반지성주의 영웅들에 관한 내용들은 반지성주의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처음 반지성주의에 대해 접한 나로서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현시국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등을 바라볼 때 반지성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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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종교와 비즈니스가 거의 구별이 되지 않게 전환되었다. 그래서 반지성주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_「도쿄신문」

이 책은 반지성주의 역국들을 축으로 미국 종교사를 더듬는 열전이다. 그러나 단순한 종교사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사이자 정치사, 대학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묘한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문맥 속에서 음미한다. -「요미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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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반지성주의'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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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지 않는 연습 - 마음.관계.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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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따라 구비해야 하는 물건들이 생겨났고, 할인기간에 구매한 제품, 입지도 않는 옷들이 옷장 가득 수북히 쌓여있어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소유를 외치고 있음에도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거움을 안고 살았다가 2년 전 버거움을 견기지 못하고 '버리는 것'을 해보게 되었고 덕분에 아까움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는 신선한 기분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 후 2년, 없어진 만큼 새로운 물건들은 그 자리를 차지했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예전에 텔레비전에 본 쓰레기로 가득한 집처럼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불편함을 느낄 때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세종서적 《모으지 않는 연습》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모으려 하고, 늘리려 하고, 쌓아두려 하는 마음의 정체를 밝혀 스트레스나 마음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방법, 그리고 이미 모으고 늘리고 쌓아둔 물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듯한 지금의 나, 나의 생활에서 갑옷을 하나하나 버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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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솝 우화 《개와 뼈다귀》를 예를 들며 필요 이상으로 모으려 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 시국을 보라.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더 많이 누리려는 욕심에 결국 돈, 사람, 권력, 명예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것 아닌가. 우리는 많은 물건과 돈, 친구, 값비싼 물건, 풍부한 지식을 갑옷 대신으로 생각하며 나약한 자신을 감추려 하고 집착하고 있다. 물건이나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여 인생이 충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마저 혼란스러워지며 이 갑옷으로 인해 우리는 좀처럼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된다. 어디에 있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물건들, 누구였는지도 어떤 관계였지도 모를 연락처 속 사람들, 타인을 의식하여 부자연스러웠던 내 모습 속에서 나는 좀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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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무리 버리고 줄여도 인연의 힘은 남는다. (본문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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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장 모으면 독이 된다, 2장 인간관계에 필요한 여유, 3장 생활의 군살을 제거하는 팁, 4장 일의 비결은 뺄셈에 있다, 5장 조금씩 만족을 나는 연습 등 크게 5장으로 나누어 무거운 갑옷을 하나하나 벗어버리는 방법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글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독자를 혼내거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분야를 예로 들어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몰입도가 상당히 좋다. 특히 3장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자꾸 쳐다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게 되고,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 거실 한 곳에 쌓아둔 미리 사다둔 물건에 눈길에 멈추게 된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이 외로움을 타서 동료들을 불러 모아 어느 새 차곡차곡 쌓아 산이 되어버린 물건들이 왠지 부끄러워 서둘러 정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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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바둑에 둔 물건은 다른 허드레 물건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계속 몸집을 불리는 강력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 놓아둔 작은 물건 하나가(골판지 상자도) 금세 거대한 산더미로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틈에 방은 창고로 변한다. 창고에서 생활할 정도로 영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은 외로움을 잘 타서 즉시 동료를 불러 모은다. (본문 198,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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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고, 늘이고, 샇아두려 하는 마음의 정체를 밝히고, 물건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모으지 않는 연습》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도 주변을 정리하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니 말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혹시 잃을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도둑맞을 걱정이 없는 마음속의 재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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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맞을 걱정도 없고 사라질 걱정도 없는 대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성실함, 배려, 신선한 마음 등은 소중하게 여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 건강, 물건 등은 사라질 우려가 있다. 사라지지 않는 대상은 역시 마음속에 있는 재산이다. (본문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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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모으지 않는 연습'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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