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지 않는 연습 - 마음.관계.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따라 구비해야 하는 물건들이 생겨났고, 할인기간에 구매한 제품, 입지도 않는 옷들이 옷장 가득 수북히 쌓여있어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소유를 외치고 있음에도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거움을 안고 살았다가 2년 전 버거움을 견기지 못하고 '버리는 것'을 해보게 되었고 덕분에 아까움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는 신선한 기분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 후 2년, 없어진 만큼 새로운 물건들은 그 자리를 차지했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예전에 텔레비전에 본 쓰레기로 가득한 집처럼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불편함을 느낄 때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세종서적 《모으지 않는 연습》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모으려 하고, 늘리려 하고, 쌓아두려 하는 마음의 정체를 밝혀 스트레스나 마음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방법, 그리고 이미 모으고 늘리고 쌓아둔 물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듯한 지금의 나, 나의 생활에서 갑옷을 하나하나 버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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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솝 우화 《개와 뼈다귀》를 예를 들며 필요 이상으로 모으려 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 시국을 보라.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더 많이 누리려는 욕심에 결국 돈, 사람, 권력, 명예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것 아닌가. 우리는 많은 물건과 돈, 친구, 값비싼 물건, 풍부한 지식을 갑옷 대신으로 생각하며 나약한 자신을 감추려 하고 집착하고 있다. 물건이나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여 인생이 충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마저 혼란스러워지며 이 갑옷으로 인해 우리는 좀처럼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된다. 어디에 있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물건들, 누구였는지도 어떤 관계였지도 모를 연락처 속 사람들, 타인을 의식하여 부자연스러웠던 내 모습 속에서 나는 좀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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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무리 버리고 줄여도 인연의 힘은 남는다. (본문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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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장 모으면 독이 된다, 2장 인간관계에 필요한 여유, 3장 생활의 군살을 제거하는 팁, 4장 일의 비결은 뺄셈에 있다, 5장 조금씩 만족을 나는 연습 등 크게 5장으로 나누어 무거운 갑옷을 하나하나 벗어버리는 방법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글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독자를 혼내거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분야를 예로 들어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몰입도가 상당히 좋다. 특히 3장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자꾸 쳐다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게 되고,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 거실 한 곳에 쌓아둔 미리 사다둔 물건에 눈길에 멈추게 된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이 외로움을 타서 동료들을 불러 모아 어느 새 차곡차곡 쌓아 산이 되어버린 물건들이 왠지 부끄러워 서둘러 정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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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바둑에 둔 물건은 다른 허드레 물건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계속 몸집을 불리는 강력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 놓아둔 작은 물건 하나가(골판지 상자도) 금세 거대한 산더미로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틈에 방은 창고로 변한다. 창고에서 생활할 정도로 영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은 외로움을 잘 타서 즉시 동료를 불러 모은다. (본문 198,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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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고, 늘이고, 샇아두려 하는 마음의 정체를 밝히고, 물건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모으지 않는 연습》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도 주변을 정리하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니 말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혹시 잃을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도둑맞을 걱정이 없는 마음속의 재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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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맞을 걱정도 없고 사라질 걱정도 없는 대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성실함, 배려, 신선한 마음 등은 소중하게 여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 건강, 물건 등은 사라질 우려가 있다. 사라지지 않는 대상은 역시 마음속에 있는 재산이다. (본문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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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모으지 않는 연습'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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