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지만 이 단어는 왠지 부정적인 의미로 들린다. 지성적인 모든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낯선 개념이 아닌가 싶다. 헌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 원인을 '반지성주의'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트럼프 현상 뿐만 아니라 매카시즘, IS, 일본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 등과 연결시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반지성주의가 낯선 나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부정적으로 다가는데 이 책에서는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경계 대상으로서 반지성주의 개념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라 그보다는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요즘 같아서는 생각하기 힘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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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반지성주의》는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각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독서계에 '반지성주의'열풍을 불러일으켰고, 2016년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의 인문대상에 노미테이트 되었던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Chapter 01 하버드 대학교:반지성주의의 전제, Chapter 02 신앙부흥운동:반지성주의의 출발점, Chapter 03 반지성주의를 키운 평등이념, Chapter 04 미국적인 자연과 지성의 융합, Chapter 05 반지성주의와 대중 리바이벌리즘, Chapter 06 반지성주의의 또 하나의 엔진, Chapter 07 하버드주의를 내던져라 총 7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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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지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다. 지성 자체가 아니라 지성의 작용방식에 의문을 품고, 지성의 월권행위, 권위 및 권력과의 유착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이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감시, 견제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반지성주의는 사회혼란을 부채질하는 병리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본문 302,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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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생활에서의 반지성주의》를 쓴 미국의 역사가 리처드 호프스태터로 미국 반지성주의 역사를 살핀다는 것은 미국 기독교 역사를 더듬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에 이 책에서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미국 기독교를 배경으로 탄생한 반지성주의의 역사 전반을 살펴보고 독자가 각자의 방법으로 현대 사회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미국 반지성주의의 역사는 미국 개신교가 토착화하면서 극적으로 변질되는 과정이며, 초기 미국 개신교의 주류였던 청교도의 극단적인 지성주의에 반발하여 일어난 신앙부흥운동이 미국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반지성주의는 미국 역사에서 꾸준히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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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나타나는 자유지상주의, 끝없이 논란이 되는 총기 규제 반대와 낙태 반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끈질긴 거부감, '긍정병'이라고까지 불리는 '긍정의 힘'을 유독 강조하는 정서, 자기계발 열풍, 쇼 비즈니스를 방불케 하는 텔레비전 전도의 흥행 등이 모두 건국 최기부터 미국 사회 저류에 흐르는 반지성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 (본문 304,3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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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반지성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반지성주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이 '지성'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물들을 통한 반지성주의 영웅들에 관한 내용들은 반지성주의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처음 반지성주의에 대해 접한 나로서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현시국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등을 바라볼 때 반지성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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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종교와 비즈니스가 거의 구별이 되지 않게 전환되었다. 그래서 반지성주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_「도쿄신문」

이 책은 반지성주의 역국들을 축으로 미국 종교사를 더듬는 열전이다. 그러나 단순한 종교사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사이자 정치사, 대학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묘한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문맥 속에서 음미한다. -「요미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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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반지성주의'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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