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 아이의 미래를 멘토링하다
조진표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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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아직 자신에게 맞는 적성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선택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무조건 공부만 잘해야 한다는 주의가 아니기에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다면 능력껏 지원해 줄 생각이 있지만, 아이가 아직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일단은 공부를 잘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늘 권유하고 있으며,이것은 스스로가 찾아야 할 문제라 생각하고 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진로교육, 아이의 미래를 멘토링하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지적하는 부모가 범할 수 있는 오류 중 상당부분을 내가 행하고 있음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반성하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기에,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게 된 것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교육 제도로 인해 진학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그에 맞추어 교육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교육 현실로 인해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거의 꼴찌에 가깝다고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심각한 취업난에 또 다시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우리 아이들이, 이 모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학교육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진로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진로교육, 아이의 미래를 멘토링하다>>는,

CHAPTER1 진로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왜 진로교육의 필요한가?

CHAPTER2 진로교육, 현명하게 해야 한다.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CHAPTER3 진로교육,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알아야 한다. 미래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

CHAPTER4 진로교육, 교육 제도의 변화를 따라야 한다. 교육 제도는 어떻게 변하는가?

CHAPTER5 진로교육, 꼼꼼하게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진로를 설계할 것인가?

CHAPTER6 진로교육, 단계별로 해야 한다. 시기별 진로교육 실천 전략

CHAPTER7 진로교육 혁명을 위한 제언. 진로교육, 더 나아가 진로혁명으로!

CHAPTER8 진로교육 실천, 진로 설계 방안. 진로 설계는 어떻게 할까?

 

총 8장으로 나누어 아이의 성공하는 삶을 위한 길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성공하는 삶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의 말을 인용했지만, 저자의 말에 나 역시도 성공하는 삶에 대한 정의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부모 세대가 가진 틀에 박힌 생각에 대해 지적하면서 일류 대학을 목표로 한 획일적인 진학이 아닌 개인에 맞는 전략적인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저자는 부모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내 일을 하면서 만족스럽고 행복한가?' (본문 24p)

세상의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가 진정 행복하길 원한다면 진로교육부터 시작해야함을 저자는 부모 그리고 더 나아가 학교, 국가가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2장에서는 부모가 해야할 일을 짚어내는데, 이 부분은 나의 잘못된 오류를 알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심에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일방적인 짧은 경험만 이야기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경험만큼 좋은 지식은 없다는 생각으로 내 경험을 빗대어 자주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편이었는데, 되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단편적인 이야기가 전부인 냥 판단하고 이야기한 듯 하다. 그러기에 저자는 부모는 자신이 가진 정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 필요한 것을 항상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5장에서는 어떻게 진로를 설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진로교육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고 그 적성이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 발휘될 수 있는지(본문 85p)를 설계하는 것이기에 여기서는 적성을 파악하는 법을 알려준다.

아직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찾기를 권유하면서도, 나는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생각이 든다. 8장에서 제시하는 진로 설계방법론을 통해 아이의 진로에 보다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함으로써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한 설계에 동참해봐야 할 거 같다.

 

<<진로교육, 아이의 미래를 멘토링하다>>는 내 아이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를 위한 가이드로, 입시교육 제도로 인해 그동안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에 진로교육을 설계하는 방법, 부모의 역할 등을 코칭하고 있어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함에 따른 난해함을 잘 해결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부모, 학교, 그리고 국가에 진로교육의 해답을 제시하는 진로 혁명서!로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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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는 휠체어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20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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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장애인, 이주자, 편부모가정 등에 대한 우리네 시선은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다름에 대한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의 가족은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 방송매체를 통해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필리핀으로 이주를 했다.

유명세이기도 했겠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틀렸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내 다리는 휠체어>>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쓴 그림책이다. 작가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활동하는데, 장애를 가진 작가 쓴 장애인의 입장을 담은 이야기라 더 진솔함이 느껴진다.

날마다 일곱 시쯤 마르기트는 잠이 깬다. 더 자고 싶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혼자 옷을 입기 시작하고, 날마다 아홉 시쯤엔 옷을 다 입는다. 마르기트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낸 것을 기뻐한다.

오늘은 엄마가 마르기트에게 슈퍼마켓에서 우유와 사과 여섯 개를 사다달라는 심부름을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마르기트가 혼자 슈퍼마켓에 가는 건 처음이라, 들뜨기도 했고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집을 나섰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좋아하는 탓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리고 한 떼의 아이들이 어떤 남자애를 "뚱땡이, 뚱보돼지....!" 라며 놀려대는 모습을 보았다.

마르기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금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페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자신을 쳐다보는 아저씨, 놀이터에서 본 여자애가 마르기트가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나무라는 아이의 엄마도 이상하다.

 

"안나야, 그런 물 물으면 어떻게 하니? 널 데리고 다니려니 창피하구나!"

마르기트는 슬퍼집니다.

'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은데!'

안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본문 13p)

 

 

 

턱이 높아 보도로 오르지 못해 눈물이 나는 마르기트를 놀이터에서 '뚱땡이'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자신을 지기라고 소개했다-가 도와주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안쓰럽다는 듯이 물었지만, 마르기트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 마르기트는 화가 난다.

 

"제가 왜 불쌍해요? 저도 다른 아이들이랑 똑같아요." (본문 17p)

 

 

가까스로 슈퍼마켓에 도착한 마르기트는 우유를 집어 준 점원과 사과를 집어 주는 점원 때문에 또 화가 났다. 혼자 할 수 있는데 누군가 자꾸 도움을 주려는 것이 마르기트는 못 마땅한가보다. 그런 마르기트에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지기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난 다리를 움직힐 수 없어. 내 다리는 휠체어야. 그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아!"

"넌 달라."

"아냐! 너도 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아!"

"아냐, 넌 휠체어를 타고 있고, 난 다른 아이들보다 뚱뚱해. 너도 나도, 별난 사람들이야" (본문 20p)

 

 

 

마르기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며, 필요한 도움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슬프고 화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넌 혼자서도 많은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이따금은 도움은 필요해.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말이야. 이제 아무나 붙잡고 도와 달라고 부탁해 봐." (본문 24p)

 

<<내 다리는 휠체어>>는 이렇게 장애인의 입장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은 느리고 힘들어 보이지만, 그들도 스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슈퍼마켓의 점원에 대해 화를 내는 마르키트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과 할 수 없을거라는 그들의 그릇된 생각으로 인한 특별한 대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과 우리의 생각이 차이다. 우리는 그들을 특별 대우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들은 동정이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은 더 많은 부분 바뀌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고, 그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우며, 그들에 대한 동정보다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서로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듬어가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내 다리는 휠체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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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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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자살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자살의 대부분 이유는, 악성 댓글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글 한줄에 상처를 받고, 그 버거움에 목숨을 끊는다. 안타깝고 슬프다. 다행히 악성댓글을 단 적이 없음에 스스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스타의 죽음으로 인해 각종 루머는 진실 속에서 사라졌다. 자살이 단 하나의 진실한 철학적 문제(본문 29p)라고 했던 카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앞으로 내 말 한마디, 내 글 한 줄에 좀더 신중해야겠다는 것과 내 자신의 역사를 진실을 외면한 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 것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은 후부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혹여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말로 인해 누군가 심한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거짓된 기억으로 누군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처음 표지로 인해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저자 줄리언 반스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며 다양한 책을 출간하였으며 영국 문단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높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굉장히 섬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남자라는 사실에 살짝 놀라움도 들었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와 2부는 그 느낌이 확연이 다르다. 1부는 책에 굶주려 있었고, 섹스에 굶주려 있었고, 성적표에 연연하는 아나키스트(본문 22p)들이었고, 허세덩어리였던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1부는 흡사 성장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2부는 주인공 토니 웹스터가 생이 저물어가는 무렵에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으로 아주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흘러간다. 2부는 그렇게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주인공 토니 웹스터 '나'가 화자가 되어 흘러간다. 원래는 콜린과 앨릭스와 '나' 이렇게 셋이었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눈을 내리깔고 생각을 입 밖으로 내놓지 않는, 키가 크고 조용한 녀석(본문 13p)인 에이드리언 핀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넷이 되었다. 에이드리언은 총명했으며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역사 교사인 조 헌트 영감은 더욱 그러했다. 어느 날, 과학반 6학년생인 롭슨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왜, 라는 궁금증을 가졌지만,정작 알고 싶었던 것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 자살을 두고 에이드리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카뮈는 자살이 단 하나의 진실한 철학적 문제라고 했어."

"단 하나의 진실한 문제. 다른 모든 게 걸린 근복적인 문제인 거지." (본문 29p)

 

이제 이들은 졸업을 통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총명했던 에이드리언은 케임브리지 대학 장학금을 받았으며, 나는 브리스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고, 콜린은 서식스 대학에, 앨릭스는 아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졸업 후 이들은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관계역학을 재조정하게 되었는데 세사람은 에이드리언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고, 그의 인증을 받고 싶어했다. 각자가 그와 가장 친하다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본문 38p) 시간이 흘러 토니는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결국 헤어지고 만다. 졸업반이 된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데이트를 해도 되냐는 편지를 받게 되고, 나는 '이십일자로 온 자네의 서신을 수령하면서, 본인은 모든 것을 유쾌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명시하고자 상찬과 기원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치네, 벗이여.'(본문 77p) 라는 덜떨어졌을진 몰라도, 모호한 구석은 없는 답장을 보낸다. 그후 토니는 앨릭스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시간이 흘러 토니는 결혼을 했고, 이제 은퇴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본문 101p)

 

그렇다. 1부는 에이드리언이 역사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뭔가 일어났다'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2부는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역사(개인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된다. 토니는 잠깐 만난 적이 있는, 오래전 사귀었던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 포드 부인에게 오백 파운드의 유산과 포드 부인의 딸 소유로 되어 있는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받게 된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토니가 유품으로 받게 될 일기장을 넘겨 줄 생각이 없다. 대신 토니는 베로니카로부터 오래전 에이드리언에게 답장으로 보냈던 자신이 쓴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리고 이 편지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된다. 에이드리언의 자살, 사라 포드의 죽음을 통해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게다.

 

나는 안다, 이제는 바꿀 수도, 만회할 수도 없음을. (본문 254p)

 

에이드리언은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본문 106p) 라는 말을 인용했었다. 바로 이는 이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와 맞물려진다. 우리 자신의 소소하고 사적이고 기록되지 않은 태반인 단편들(본문 107p)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나 자신, 혹은 타인의 역사에 대해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곤 한다. 후에 이 왜곡은 마치 진실인 듯 역사 속에 쓰여지고 있는데, 토니는 그렇게 왜곡된 자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진실을 찾아간다.

토니가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나 역시도 (책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같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 과거를 되짚어가게 되었다. 나를 감추기 위해서 나 스스로의 역사를 거짓으로 쓴 과거를 생각해보고, 혹여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는 없을까?도 되짚어 보았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부정확한 기억으로 기록된 역사는 나 자신의 왜곡이 어디에 있는 조차 모른다는 사실로 나를 더 절망스럽게 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그 절망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본문 255p)

 

잘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그릇된 왜곡으로 인해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되었을지도 모른다. 바꿀 수 있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할 따름이리라. 책을 읽는내내 공허함이 느껴졌다. 토니가 느꼈을 절망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나 역시도 넋을 잃게 되었다. 분명 나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적이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그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역사 속에서 그 사건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타인의 잘못에 촛점을 두고 기록했을 게다. 모든 것이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되고, 왜곡되고 있을테니...그 왜곡된 역사 속에서 나는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토니가 느끼는 회한과 절망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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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전쟁 - 힘으로 작은 것들을 밀어버리는 것이 역사라고? 오늘의 청소년 문학 3
진 메릴 지음, 김율희 옮김, 로니 솔버트 그림 / 다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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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전쟁>>은 '20세기 아동청소년 문학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으로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된 바 있으며,  1964년 처음 출간이후 시대적 배경을 바꾸어가며 계속 개정되어 왔으며, 미국에서 2006년 뮤지컬로 각색되어 2007년 현재까지 공연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굉장한 스펙이 있는 작품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이 작품을 처음 접해보았다. 표지에 쓰여진 '힘으로 작은 것들을 밀어버리는 것이 역사라고?'라는 글귀가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약육강식에 의한 변화가 참 많았으며, 이 전쟁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큰 대형마트로 인해 사라져가는 재래시장과 동네의 작은 슈퍼들, 이렇게 대부분의 소시민과 함께하는 작은 것들은 점점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고, 큰 것들은 더욱 그 힘이 거대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전쟁을 손수레와 트럭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손수레전쟁이 시작된 것은 1986년 3월 15일 오후, 트럭 한 대가 골목에서 꽃을 팔던 손수레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손수레 주인은 꽃가게 모리스였으며, 트럭 운전사는 매머드 운송회사의 직원 맥이었다. 맥은 모리스가 꼼짝하지 않자 모리스의 손수레고 곧장 돌진했는데, 수선화들은 30미터도 멀리 흩어졌고, 모리스는 피클통에 처박히는 이른바 수선화 대학살 사건으로 생일선물로 막 카메라를 받은 소년, 마빈 실리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문제는 일어나고 있었다. 뉴욕은 자동차, 택시, 버스, 트럭이 뒤엉켜 있어서 차들은 느릿느릿 기어갔는데, 처음에는 서로를 비난했지만, 그 모두를 화나게 한 것은 트럭이었다.

 

"오늘 밤 우리가 다루는 주제는 아마 교통 문제죠."

"제 생각에는 트럭이 너무 많고 너무 큰 것 같아요."

웬다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릴 만큼 위험을 언급한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본문 35,36p)

 

웬다의 발언이 불러온 열렬한 반응으로 인해 뉴욕의 세 트럭운송회사를 운영하는 모 매머드의 '빅 모', '타이거'라 불리는 타이거 트럭운송회사의 월터 스위트, 리마의 루이 리버그린 3인은 트럭 운전사들이 손수레를 밀쳐내는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이에 손수레들 역시 대책 회의를 마련하고, 콩알총 작전으로 트럭에 맞서 싸우게 된다.

"콩알총 하나로 10톤 트럭에 맞서는 건 미친 짓이지. 헛수고야." (본문 74p)

 

 

 

작은 손수레가 트럭에 맞서 싸우는 일이 헛수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여섯째 날이 되자, 거리의 트럭 숫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 흐름이 원활해질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홉번 째 날에는 프랭크의 체포로 더 이상 콩알총 작전은 무의미해졌지만, 프랭크 팬클럽까지 창단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8살에서 10살 사이의 사내아이들에 의해 2단계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이 일이 트럭에 대한 전쟁이며, 싸우는 방법도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다. (본문 114p)

 

 

 

트럭은 권력자인 시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후퇴하고 만다. 결국 무늬뿐인 휴전이 이루어지면서, 트럭 운전사들은 이 전쟁이 손수레에 의한 것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좋은 구실을 찾지만, 손수레는 평화 행진으로 손수레전쟁의 최후 승리자가 된다. 트럭과 손수레의 싸움에서 트럭이 훨씬 우세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겨우 콩총알로 커다랗고 우세한 트럭과 싸운다는 것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한 용감함과 기발함 그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이겨냈다. 이 싸움의 승리가 가지는 의미는 사회는 거대한 것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바로 우리, 평범하고 작은 우리도 이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큰 것들보다는 작은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재래시장에서 누리는 인정에 행복하고 즐거워하며, 크고 고액의 차보다는 작은 소형차를 즐기며, 명품이 즐비한 백화점보다는 질좋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것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작은 것들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작은 것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트럭이 사라지자 손수레전쟁 덕분에 행복을 되찾은 시민들처럼 말이다.

 

<<골목 전쟁>>은 손수레와 트럭의 싸움을 유쾌하게 이끌어가고 있지만, 사실 그 속에는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

『골목 전쟁』은 작은 것들을 지켜 나가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작은 것들을 지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여 준다. (추천사 中)

 

(사진출처: '골목 전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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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읽었던 명작을 다시 읽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명작을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딸 아이를 위해 준비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키다리 아저씨>>다. 어느 새 5~6년 전 이야기인가보다. 작품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의 순수함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명작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그 이후도 지금까지 명작을 찾아읽는 계기가 되었다. <빨간 머리 앤>의 주인공 앤도 마찬가지지만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를 사랑하지 않는 독자를 없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긍정주디'라 할만큼 주디는 굉장히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일깨워주고자는 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기에 100년이 지난 지금도 '주디'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이유들로 주디의 캐릭터는 많은 영화,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인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가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후원자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데, 이 작품은 주디가 쓴 편지를 통해서 주디의 대학 생활과 주디의 생각을 엿보게 된다.

리펫 원장선생님의 호출로 사무실로 가는 길,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긴 아래층 복도에 마차 대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마지막 후원회 위원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시동을 걸고 다가온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아 복도 벽에 남자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그림자는 기괴할 정도로 팔과 다리가 길게 늘어져 바닥과 복도 벽까지 이어진 모습이었기에, 자신을 후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디는 이 그림자를 떠올려 '키다리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된다.

이름이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았던 후원자는 존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후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대신 주디는 후원자에게 매달 편지를 써야만 했다.

 

 

 

존 스미스라고 불러 달라는 사람에게 대체 어떻게 공손할 수가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개성이 묻어나는 이름을 고르실 수는 없나요? 차라리 '말뚝 씨'나 '빨랫줄 기둥 씨'에게 편지를 쓰는 게 낫겠어요....후원자님을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 개인적인 애칭일 뿐이니까요. (본문 20,21p)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주디의 편지에는 친구 이야기, 책, 학업 등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이 가득 담겨져 있는데, 읽다보면 우리의 하루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주디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 소중함을 누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행복이 바로 우리 곁에 있어도 그것이 행복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큰 행복을 좇곤 하는데, 주디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바로 내 곁에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사랑스러운 주디의 캐릭터가 주는 유쾌함 외에도 달콤한 로맨스가 녹아들어 있다. 독자들은 알고 있지만, 후원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주디의 엉뚱한 상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런 주디 곁을 맴도는 후원자의 모습을 보는 달콤한 로맨스는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짐작조차 못한 거야?" (본문 214p)

 

눈치없는 주디, 그런 주디 곁을 맴돌며 바라보는 키다리 아저씨가 지미에게 느끼는 질투 등이 왜이리 사랑스럽고 예쁜지. 만약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와의 로맨스가 빠진 채 긍정주디의 성장과정만 있었다면, 주디의 캐릭터가 완성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진 웹스터의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2년 전 즈음 우연히 진 웹스터의 또다른 작품 <말광량이 패티>를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주디의 대학 생활만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두 주인공이 서로 닮은 꼴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시대에 억눌렸던 여성의 모습에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담겨진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5년만에 다시 읽게 된 <<키다리 아저씨>>는 몇 번을 읽어도 그 때마다 즐거움과 달달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명작이 가진 힘이 아닐까.

 

(사진출처: '키다리 아저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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