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휠체어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20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장애인, 이주자, 편부모가정 등에 대한 우리네 시선은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다름에 대한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의 가족은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 방송매체를 통해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필리핀으로 이주를 했다.

유명세이기도 했겠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틀렸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내 다리는 휠체어>>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쓴 그림책이다. 작가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활동하는데, 장애를 가진 작가 쓴 장애인의 입장을 담은 이야기라 더 진솔함이 느껴진다.

날마다 일곱 시쯤 마르기트는 잠이 깬다. 더 자고 싶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혼자 옷을 입기 시작하고, 날마다 아홉 시쯤엔 옷을 다 입는다. 마르기트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낸 것을 기뻐한다.

오늘은 엄마가 마르기트에게 슈퍼마켓에서 우유와 사과 여섯 개를 사다달라는 심부름을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마르기트가 혼자 슈퍼마켓에 가는 건 처음이라, 들뜨기도 했고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집을 나섰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좋아하는 탓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리고 한 떼의 아이들이 어떤 남자애를 "뚱땡이, 뚱보돼지....!" 라며 놀려대는 모습을 보았다.

마르기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금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페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자신을 쳐다보는 아저씨, 놀이터에서 본 여자애가 마르기트가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나무라는 아이의 엄마도 이상하다.

 

"안나야, 그런 물 물으면 어떻게 하니? 널 데리고 다니려니 창피하구나!"

마르기트는 슬퍼집니다.

'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은데!'

안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본문 13p)

 

 

 

턱이 높아 보도로 오르지 못해 눈물이 나는 마르기트를 놀이터에서 '뚱땡이'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자신을 지기라고 소개했다-가 도와주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안쓰럽다는 듯이 물었지만, 마르기트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 마르기트는 화가 난다.

 

"제가 왜 불쌍해요? 저도 다른 아이들이랑 똑같아요." (본문 17p)

 

 

가까스로 슈퍼마켓에 도착한 마르기트는 우유를 집어 준 점원과 사과를 집어 주는 점원 때문에 또 화가 났다. 혼자 할 수 있는데 누군가 자꾸 도움을 주려는 것이 마르기트는 못 마땅한가보다. 그런 마르기트에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지기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난 다리를 움직힐 수 없어. 내 다리는 휠체어야. 그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아!"

"넌 달라."

"아냐! 너도 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아!"

"아냐, 넌 휠체어를 타고 있고, 난 다른 아이들보다 뚱뚱해. 너도 나도, 별난 사람들이야" (본문 20p)

 

 

 

마르기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며, 필요한 도움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슬프고 화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넌 혼자서도 많은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이따금은 도움은 필요해.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말이야. 이제 아무나 붙잡고 도와 달라고 부탁해 봐." (본문 24p)

 

<<내 다리는 휠체어>>는 이렇게 장애인의 입장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은 느리고 힘들어 보이지만, 그들도 스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슈퍼마켓의 점원에 대해 화를 내는 마르키트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과 할 수 없을거라는 그들의 그릇된 생각으로 인한 특별한 대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과 우리의 생각이 차이다. 우리는 그들을 특별 대우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들은 동정이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은 더 많은 부분 바뀌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고, 그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우며, 그들에 대한 동정보다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서로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듬어가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내 다리는 휠체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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