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전쟁 - 힘으로 작은 것들을 밀어버리는 것이 역사라고? 오늘의 청소년 문학 3
진 메릴 지음, 김율희 옮김, 로니 솔버트 그림 / 다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골목 전쟁>>은 '20세기 아동청소년 문학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으로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된 바 있으며,  1964년 처음 출간이후 시대적 배경을 바꾸어가며 계속 개정되어 왔으며, 미국에서 2006년 뮤지컬로 각색되어 2007년 현재까지 공연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굉장한 스펙이 있는 작품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이 작품을 처음 접해보았다. 표지에 쓰여진 '힘으로 작은 것들을 밀어버리는 것이 역사라고?'라는 글귀가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약육강식에 의한 변화가 참 많았으며, 이 전쟁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큰 대형마트로 인해 사라져가는 재래시장과 동네의 작은 슈퍼들, 이렇게 대부분의 소시민과 함께하는 작은 것들은 점점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고, 큰 것들은 더욱 그 힘이 거대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전쟁을 손수레와 트럭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손수레전쟁이 시작된 것은 1986년 3월 15일 오후, 트럭 한 대가 골목에서 꽃을 팔던 손수레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손수레 주인은 꽃가게 모리스였으며, 트럭 운전사는 매머드 운송회사의 직원 맥이었다. 맥은 모리스가 꼼짝하지 않자 모리스의 손수레고 곧장 돌진했는데, 수선화들은 30미터도 멀리 흩어졌고, 모리스는 피클통에 처박히는 이른바 수선화 대학살 사건으로 생일선물로 막 카메라를 받은 소년, 마빈 실리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문제는 일어나고 있었다. 뉴욕은 자동차, 택시, 버스, 트럭이 뒤엉켜 있어서 차들은 느릿느릿 기어갔는데, 처음에는 서로를 비난했지만, 그 모두를 화나게 한 것은 트럭이었다.

 

"오늘 밤 우리가 다루는 주제는 아마 교통 문제죠."

"제 생각에는 트럭이 너무 많고 너무 큰 것 같아요."

웬다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릴 만큼 위험을 언급한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본문 35,36p)

 

웬다의 발언이 불러온 열렬한 반응으로 인해 뉴욕의 세 트럭운송회사를 운영하는 모 매머드의 '빅 모', '타이거'라 불리는 타이거 트럭운송회사의 월터 스위트, 리마의 루이 리버그린 3인은 트럭 운전사들이 손수레를 밀쳐내는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이에 손수레들 역시 대책 회의를 마련하고, 콩알총 작전으로 트럭에 맞서 싸우게 된다.

"콩알총 하나로 10톤 트럭에 맞서는 건 미친 짓이지. 헛수고야." (본문 74p)

 

 

 

작은 손수레가 트럭에 맞서 싸우는 일이 헛수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여섯째 날이 되자, 거리의 트럭 숫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 흐름이 원활해질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홉번 째 날에는 프랭크의 체포로 더 이상 콩알총 작전은 무의미해졌지만, 프랭크 팬클럽까지 창단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8살에서 10살 사이의 사내아이들에 의해 2단계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이 일이 트럭에 대한 전쟁이며, 싸우는 방법도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다. (본문 114p)

 

 

 

트럭은 권력자인 시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후퇴하고 만다. 결국 무늬뿐인 휴전이 이루어지면서, 트럭 운전사들은 이 전쟁이 손수레에 의한 것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좋은 구실을 찾지만, 손수레는 평화 행진으로 손수레전쟁의 최후 승리자가 된다. 트럭과 손수레의 싸움에서 트럭이 훨씬 우세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겨우 콩총알로 커다랗고 우세한 트럭과 싸운다는 것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한 용감함과 기발함 그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이겨냈다. 이 싸움의 승리가 가지는 의미는 사회는 거대한 것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바로 우리, 평범하고 작은 우리도 이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큰 것들보다는 작은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재래시장에서 누리는 인정에 행복하고 즐거워하며, 크고 고액의 차보다는 작은 소형차를 즐기며, 명품이 즐비한 백화점보다는 질좋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것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작은 것들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작은 것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트럭이 사라지자 손수레전쟁 덕분에 행복을 되찾은 시민들처럼 말이다.

 

<<골목 전쟁>>은 손수레와 트럭의 싸움을 유쾌하게 이끌어가고 있지만, 사실 그 속에는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

『골목 전쟁』은 작은 것들을 지켜 나가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작은 것들을 지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여 준다. (추천사 中)

 

(사진출처: '골목 전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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