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읽었던 명작을 다시 읽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명작을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딸 아이를 위해 준비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키다리 아저씨>>다. 어느 새 5~6년 전 이야기인가보다. 작품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의 순수함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명작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그 이후도 지금까지 명작을 찾아읽는 계기가 되었다. <빨간 머리 앤>의 주인공 앤도 마찬가지지만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를 사랑하지 않는 독자를 없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긍정주디'라 할만큼 주디는 굉장히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일깨워주고자는 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기에 100년이 지난 지금도 '주디'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이유들로 주디의 캐릭터는 많은 영화,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인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가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후원자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데, 이 작품은 주디가 쓴 편지를 통해서 주디의 대학 생활과 주디의 생각을 엿보게 된다.

리펫 원장선생님의 호출로 사무실로 가는 길,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긴 아래층 복도에 마차 대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마지막 후원회 위원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시동을 걸고 다가온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아 복도 벽에 남자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그림자는 기괴할 정도로 팔과 다리가 길게 늘어져 바닥과 복도 벽까지 이어진 모습이었기에, 자신을 후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디는 이 그림자를 떠올려 '키다리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된다.

이름이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았던 후원자는 존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후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대신 주디는 후원자에게 매달 편지를 써야만 했다.

 

 

 

존 스미스라고 불러 달라는 사람에게 대체 어떻게 공손할 수가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개성이 묻어나는 이름을 고르실 수는 없나요? 차라리 '말뚝 씨'나 '빨랫줄 기둥 씨'에게 편지를 쓰는 게 낫겠어요....후원자님을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 개인적인 애칭일 뿐이니까요. (본문 20,21p)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주디의 편지에는 친구 이야기, 책, 학업 등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이 가득 담겨져 있는데, 읽다보면 우리의 하루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주디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 소중함을 누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행복이 바로 우리 곁에 있어도 그것이 행복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큰 행복을 좇곤 하는데, 주디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바로 내 곁에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사랑스러운 주디의 캐릭터가 주는 유쾌함 외에도 달콤한 로맨스가 녹아들어 있다. 독자들은 알고 있지만, 후원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주디의 엉뚱한 상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런 주디 곁을 맴도는 후원자의 모습을 보는 달콤한 로맨스는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짐작조차 못한 거야?" (본문 214p)

 

눈치없는 주디, 그런 주디 곁을 맴돌며 바라보는 키다리 아저씨가 지미에게 느끼는 질투 등이 왜이리 사랑스럽고 예쁜지. 만약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와의 로맨스가 빠진 채 긍정주디의 성장과정만 있었다면, 주디의 캐릭터가 완성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진 웹스터의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2년 전 즈음 우연히 진 웹스터의 또다른 작품 <말광량이 패티>를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주디의 대학 생활만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두 주인공이 서로 닮은 꼴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시대에 억눌렸던 여성의 모습에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담겨진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5년만에 다시 읽게 된 <<키다리 아저씨>>는 몇 번을 읽어도 그 때마다 즐거움과 달달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명작이 가진 힘이 아닐까.

 

(사진출처: '키다리 아저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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