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 2006 제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1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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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살인 딸아이는 사춘기의 절정을 맞고 있다. 나와 딸의 대화는 각자 얼굴을 붉히는 걸로 끝이 난다. 이른바 세대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틈이 생긴 듯 하다. 화가 나 붉으락푸르락했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모와의 갈등,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조바심 등으로 엄마와 갈등을 겪었었다. 15살이었던 때의 나는 부모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갖고 있었던 터라, 엄마와의 갈등이 많았을 때였다. '딱 너같은 딸만 낳아서 키워봐라' 하시던 엄마의 말씀을 요즘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딸의 나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17세>>를 읽기 전까지는.

 

'저, 가출합니다.'

딸이 집을 나갔다. 30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본문 11p)

 

30년 차이가 나는 이들 모녀는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17세에 가출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딸 다혜는 엄마 무경과 함께 맞는 여섯 번째 생일을 닷새 앞두고 집을 나갔다. 29세에 엄마의 성화에 마지못해 결혼을 했지만,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남편은 변했고,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 항변할 사이도 없이 쫓겨난 무경은 3년이 세월이 기억하기 싫은 악몽과 같았고, 겨우 두 돌이 지난 아기였던 다혜와도 헤어졌다. 이후 알콜중독인 아빠와 살던 다혜는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10년 만에 고모의 손에 이끌려 무경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5년을 함께 살게 되었지만, 몇 년 만에 합께 살게 된 사춘기 딸과 간극을 좁히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다혜의 가출로 무경은 아무 계획 없이 다시 만난 이후 딸을 위해 노력한 게 너무 없다는 걸 아프게 되새겨야 했다. '저, 가출합니다.'를 컴퓨터 화면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속 넘어가게 만들어 놓은 글자를 무렴히 바라보고 있을 때, 무경은 다혜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엄마는 m0707, 나는 d0707로 메일을 만들었어요. m은 마더, d는 도러의 첫 글자고 0707은 엄마랑 내 생일이에요. m은 엄마 이름의 무경의 첫 글자도 되고 d는 내 이름 다혜의 첫 글자도 돼요. 신기해. 생일에 7가자 두 개나 들어 있으니 우리에게 분명 행운이 올 거예요." (본문 15p)

 

인터넷을 연결하던 날, 생전처럼 화사하게 웃으면 자신에게 말을 건네던 다혜를 떠올리며 무경은 자신이 가출 했던 얘기를 다혜에게 진솔하게 들려줌으로써 가출한 다혜와 소녀 무경이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제 이야기는 m0707이 d0707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를 통해 액자소설형식을 취하게 된다. 편지는 30년 전 17세였던 무경의 중학교 3학년부터 진학문제로 고민하고 가출하게 된 경위를 시작으로 총 열 번의 편지를 다혜하게 보내게 된다.

우수반으로 부산여고에 진학을 꿈꾸었던 무경은 여상을 가야하는 집안 형편에 좌절하고 했고 결국 고등학교에 지원하지 못 한채 1년을 보낸 후 가출하게 된다. 꿈조차 꿀 수 없게 된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깨달은 그 순간, 무경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성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중졸이력으로도 입사가 가능한 화섬회사에 성희와 나란히 취직하게 된다.

어엿한 사회인이 된 무경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사회생활을 통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또한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법한 첫사랑도 양념처럼 곁들여져 있다.

 

무경의 편지를 읽은 다혜 대신 로그아웃하지 않은 다혜의 메일을 읽게 된 17세 진구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세 번째 가출을 한 진구는 전국의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단찮은 도시의 학교를 다니는 자신이 경쟁력을 기를 여건이 되지 않음에 가출을 했음을 밝히며, 자신의 꿈은 작가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진구의 편지를 통해서 현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지 되었으며, 가출청소년에 대한 뿌리깊은 우리들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소통을 원하는 계속되는 무경의 편지에 드디어 다혜의 답장이 도착한다.

 

도대체 왜 떠났니, 라고 다시 물으신다면 죄송하지만 늘 떠나고 싶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사실 우린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그런데 제가 갑자기 엄마 삶에 끼어들어 부담을 주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중략)

전 사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우리 형편에 가당치도 않은 꿈이라는 걸 깨닫고 포기했어요. 그래서 한 번도 그림 얘기를 꺼내지 않은 거예요. 좀 여유가 생기면 검정고시 봐서 2년제 대학에 가려구요. 산업디자인 쪽에 아주 강한 학교가 있어요. 들어가긴 힘들지만 졸업하면 취업률이 100%예요. 거기 나와서 취직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까 해요. (중략)  (본문233, 236p)

 

무경의 편지를 계속 되었고, 자신이 열망하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을 다혜에게 들려준다. 어린 무경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다혜와의 재회가 펼쳐질 결말을 기대했지만, 결말은 예상을 빗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해피엔딩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소통했으며, 세대간의 간극을 확실히 좁혔으므로.

 

'미래는 아무도 몰라. 우리가 계획한 대로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건 우리의 몫이야.' (본문 388p)

 

어디에서건 끊임없이 계획을 세웠고 그중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계획을 세웠건 내 인생이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과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 나의 계확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걸 10대에 겪었기 때문이다.......중요한 건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에 서는 것이다. 이강우 씨가 말했던 그 정상. 내가 좋아하고 마음 편한 그곳이 정상인 것을. (본문 342p)

 

사춘기 딸과의 대화는 자꾸만 엇나간다. 가끔 미니홈피, 휴대폰 문자를 통해서 소통의 끈을 놓지않고 있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부모의 입장에서만 딸을 바라보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던 15세의 나로 돌아가 딸을 마주대했다면 우리는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었으리라. 다양한 책을 읽으며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했지만, 진정한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 <<17세>>를 통해서 그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나만의 입장이 아닌 딸과의 눈높이를 맞추어 이야기해보자. 그 세대간의 간극은 좁혀질 것이다. 왠지 가슴이 뛴다.

15세의 나로 돌아가는 일, 그리고 그 눈높이로 딸과 마주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느낌이다.

 

<<17세>>는 어린 나이에 꿈을 접고 사회생활을 하게 된 무경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꿈, 우정, 사랑 그리고 소통과 가족의 해체 등을 다룬다. 가출을 딸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전단지를 배포해서 찾으려하기보다는 메일을 통해 딸과 소통하려했던 무경은 이제 전단비를 만들려고 한다. 이제 비로소 그들은 가족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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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딸, 마들 - 제1회 한우리 문학상 우수상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2
김하늬 지음, 백대승 그림 / 한우리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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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역사동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역사동화는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장르로,  소용돌이 치는 사건 속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마치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 듯 역사적 사건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함으로써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동화적인 감동이나 성장할 수 있는 소스로 함께 수록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요 근래 역사동화를 몇 편 읽어보았는데, 가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가야의 딸, 마들>>이 내게는 처음이다.

가야의 역사는 워낙 소략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가야사를 복원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도 가야는 극히 미비하게 언급되고 있는데, 반 만 년 역사에 속에 가야 역시 하나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야의 역사는 여러 소국 중의 하나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사국시대를 열어갔지만 잊혀져간 가야, 그 비운의 나라 속에서 씩씩하게 성장했던 마들의 이야기는 가야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더 큰 감흥을 준다.

 

열두 살이 넘었지만 아직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하는 마들이는 겁나거나 무섭고 두려운 일이 닥치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도록 구역질을 한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엄마, 왕비의 무덤에 함께 껴묻힌 아버지, 세상에 마들이는 오빠 산내와 딱 둘 뿐이다. 임금님의 항복으로 철의 왕국, 가락국이 신라의 속국이 되면서 마들이와 산내는 신라 어린이들과의 싸움으로 형제의 나라인 또 다른 가야국을 찾아 길을 나선다.

 

 

 

"수로왕은 커서 가락국을 다스리고, 나머지 다섯 명은 다른 마을로 가서 나라를 다스렸다더라. 그래서 우리 가야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더라."

"참말로? 그러면 우리 가야가 여기 말고 또 있나?" (본문 28p)

 

마침내 이들은 안라국에 도착하고, 아픈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공일을 하는 치우의 도움을 받은 마들과 산내는 안라국에 정착하게 되지만, 마들은 약방의 드난살이를 하게 되고 산내는 가마에서 도공일을 배우게 된다. 달포 후 마들이는 부엌에서 내쫓기면서 약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혼자 약초를 캐러 다닐 정도가 되었다. 위험한 산에서 혼자 약초를 캐는 일을 겁내했던 마들은 처음 보는 약초를 먹고 쓰러졌다가 산 속에서 할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그는 가락국의 왕실 호위 무사로 왕이 신라에 항복하고 예물을 바치러 가는 날 길을 벗어나 이 곳 산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인데, 이 인연으로 마들은 무사 할배로부터 검술을 배우게 된다.

 

 

 

"왜 용감하고 씩씩해지려느냐?"

"저도 남들처럼 강하고, 두려움 없이, 살고 싶습니다." (본문 75p)

 

몸이 부서지도 아파 슬그머니 꾀가 생기기도 하지만, "버텨라. 네가 강해지고 싶다면 버티고, 또다시 힘없고 가난한 백성으로 떠돌고 싶다면 내려도 좋다!" (본문 80p) 라는 무사 할배의 말에 마들이의 가슴 밑바닥에 웅크려 있던 무언가가 마들이를 다잡아주었다.

한편 왜 도공이 됐는지, 어떻게 도공이 됐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지도 못했던 산내는 토우 만드는 것이 좋아졌고, 자신이 아는 모든 가락국 사람들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후 마들을 걱정하는 산내로 인해, 산내와 치우도 무사 할배에게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치우야, 너는 뭐가 되고 싶노? 꿈이 뭐꼬?" (본문 113p)

 

벗아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질긴 끈이 할아버지와 치우를 옭아매고 있어 치우는 고된 직업이지만 사공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치우는 마들의 물음에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을 생각해본다.

 

"너는 네 맘대로 살 수 있다. 너는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다. 할배한테 물어봐라. 내 말이 틀린가." (본문 114p)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본 약방 멀방 어른은 그들을 첩자로 몰아세웠지만,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가야국인 반파국으로 향한다. 이 즈음 반파국은 스스로를 지키기 우해, 철의 왕국인 가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흩어진 가야의 젊은이들이 모여 힘을 모으고 있었고, 무쇠처럼 강하고 단단해지겠다는 마들이는 그 꿈을 향해 노력하여 토약질하던 겁쟁이에서 단단한 무쇠가 되었다.

 

 

 

"행님, 저 무덤은 뭔데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고 쳐다보고 합니까?"

"그런 여자애가 하나 있었제. 그 애는 걸음이 느리고, 잘 울고, 겁이 많았제. 너무 겁이 나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땐 꺽꺽 토악질을 해 댔제....그 애는 자라서 무쇠가 되려고 했제. 쇳물이 굳어 쇳덩이가 되는 것처럼 강하고 단단해지려고 했제."

"그래서요?"

"결국 그렇게 됐다. 자, 이제 일이서라. 쇠는 완전기 굳기 전에 두드려야 무기가 되든 농기구가 되든 되는 거다. 세상에 태어났는데 우리도 뭔가 하나는 돼야지?" (본문 177,178p)

 

 

 

마들이가 여전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엄마 신라 병사들하고 싸우려는 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기 위해서였다. 가난하고, 힘없고, 약하고, 겁쟁이 울보에다가 공벌레인 자신과 싸우고 싶었던 거였다. 나를 극복해 보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보기 위함이었다. (본문 167p)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나약해졌다는 말씀을 하신다. 컴퓨터의 보급, 물질풍요 등으로 풍족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 앞에서는 맥없이 주저앉는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탓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주저하다 그대로 돌아서버리기도 하고,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나는 그것밖에 못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겁쟁이었던 마들이는 한번 더 힘을 내면 그 한계를 넘을 수 있음을 내 아이에게 그리고 용기내지 못하고 자신의 한계를 그어버린 어린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마들이 뿐만 아니라, 꿈조차 꾸어보지 못하고 그저 고된 사공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한계점을 그어놓았던 치우, 엄마와 헤어진 뒤 입을 닫아버리고 아버지의 옷자락에 숨어 살던 교, 자신들을 지켜 주지 않고 떠난 부모에 대한 미움을 가졌던 산내 역시 마들 못지않게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주인공들이다.

 

"뭐가 안 되는데? 왜 안되는데? 네가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다!" (본문 114p)

 

나라를 빼앗기고, 부모마저 빼앗겨야했던 가야국의 비극적인 역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들의 마음가짐과 노력을 더욱 가슴에 와닿게 해주는 배경이 되었던 듯 싶다. 동화적 스토리에 가미된 가야의 탄생설화와 가야의 풍습 등은 반 만 년의 역사의 한 줄기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라진 고유어를 접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려운 단어였지만, 단어 옆에 쉽게 풀이해줌으로써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아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고유어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물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까지 전하는 결말까지 너무도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한 핏줄이니까. 나도 거슬러 올라가면 가락의 공주라더라. 가야와 신라, 백제와 고구려가 본래 한민족이었다더라." (본문 122p)

 

가야 역사에 대한 평가가 옳고 그르든 간에, 가야 역시 우리의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꿈, 희망, 용기 등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 제공하고 있지만, 또 하나 기억할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 속에 우리가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이런 바램이 이야기 속에 주인공들을 통해서 잘 스며들었던 거 같다.

 

(사진출처: '가야의 딸, 마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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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일기 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양파의 왕따 일기 2 파랑새 사과문고 73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파랑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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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천도서 목록 중에 <양파의 왕따일기>가 수록되어 있었고, 독서퀴즈대회의 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접하게 된 책은 지금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의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여전히 올라있다. 이렇듯 <양파의 왕따 일기>는 아주 오랜시간 어린이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만 해도, 왕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대두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의 왕따일기 2>>가 나온 현 우리 사회는 심각한 왕따 문제와 학원 폭력으로 몸살이를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왕따를 소재로 한 동화는 우리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한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이 출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권에서 왕따를 당한 정선이가 전학을 간 일은 정화의 마음 속에 가시처럼 자리잡았다. 그렇게 정선이의 빈자리에 양다솜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솜이는 미희 눈 그물에 낚인 물고기가 되었고, 제 2의 정선이가 될 듯 싶었다. 정화는 자신처럼 책을 좋아하는 다솜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미희에게 찍한 다솜이와 양파를 중재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허나 여름방학의 시작과 끝으로 교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방학동안 다솜이와 양파의 연숙이, 예진이, 소정이가 친해지면서 다솜이도 양파의 일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미희는 다솜이가 눈엣가시라 반대한다. 무조건 미희의 말만 따르던 아이들이 정선이의 일로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씩 어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희가 주축이 되어 양파를 이끌어갔다. 허나 어쩐일인지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 연숙이는 많이 달라졌고, 다솜이가 양파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미희가 왕따가 되어 버렸다. 이제 미희는 양파에서 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왕따가 되고야 만다.

 

정말 연숙이 말대로 미희는 당해도 싼 것일까? 갑자기 도토리를 몽땅 빼앗긴 다람쥐 신세가 된 미희를 바라보니 머리가 벌침에 쏘인 것처럼 쑤셔 왔다. (본문 75p)

수업 시간 내내 친구 맞느냐는 미희의 외침이 내 머릿 속에 메아리쳤다. 미희 말대로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본문 84p)

 

 

 

미희가 한 짓이 괘씸했던 아이들이 미희에 대한 왕따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화는 정선이 일로 앞으로는 왕따 안 시킬 거고, 그런 친구가 있음 내가 손 내밀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미희가 뿌린 것을 거두고 있는 생각이 들었고, 섣불리 미희에게 손 내밀면 미희처럼 왕따가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정화는 미희가 쓴 '숨이 턱턱 막혀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 정선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죽으면 그때는 엄마 아빠가 날 보러 비행기 타고 오실까?' (본문 107p) 라고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미희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미희와 양파 사이의 중재 역할을 쉽지 않았고, 결국 담임 선생님까지 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명 인간 놀이'가 시작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게 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 (본문 167p)

 

 

 

<<양파의 왕따 일기 2>>에서는 1권에서 왕따를 주도했던 미희가 순식간에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했을 정선이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어봄으로써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친구들의 장점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바라봐 줄 수 있는 긍정적 시선이 더 소중한 거였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본문 159p)

 

점점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었다. 사실 요즘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다, 그 해결책마저도 너무 일관적인 탓에 <<양파의 왕따 일기 2>>는 다소 식상한 결말로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인 고통이 잘 묘사되고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차별화 된 듯 싶다. 덧붙히자면, 경쟁구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이기심과 경쟁심을 앞세우게 되는 것을 질책하고 있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맡이 갖게 되었다.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은 더했는데, 성적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파의 왕따 일기><<양파의 왕따 일기 2>>는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시리즈가 출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참 마음이 아프다.

 

(사진출처: '양파의 왕따 일기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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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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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인데다 독특한 제목과 표지로 몇해전 이 작품을 눈여겨 보았던 터라,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는 묘한 행복감,만족감을 느꼈다.

120여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 페이지마다 가득한 삽화와 짧은 글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구성이었는데, 이 짧은 글 속에 '사랑'에 대한 많은 것을 함축시켜 놓았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이 작품은 사랑을 신비감을 주는 듯한 삽화와 이야기로 담아냈는데, 내전과 종교적 갈등 등의 시련과 고통,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크게 와닿는 듯 하다.

 

 

 

어느 날 저녁, 작은 별 하나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거대한 우주 속에서 길을 잃고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라는 도시에 떨어졌다. 너도나도 별을 가지려했지만, 그 별은 베오그라드의 한 병원 분만실에 자정 무렵 태어난 싸냐라는 여자아이의 왼쪽 무릎에 살포시 내려앉아 이내 작고 귀여운 점으로 변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바냐라는 사내아이도 태어났다.

바냐는 눈같이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싸냐에게 첫눈에 반했다. 이들은 병원을 나와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우연히 시소를 타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늘 함께했고, 바냐는 싸나에게 아내가 되어달라는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내 아내가 되어 주겠어?"

"응!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니?"

"그럼! 맹세하고말고!"
"그건 매우 중요한 거야. 왜냐하면 말이지, 네가 만약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면 난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난 네가 사랑하는 그때까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아." (본문 45p)

 

하지만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결혼 생활은 바냐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른 여자에 대해 은밀한 생각을 가질때마다 싸냐의 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 결국 싸냐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바냐는 싸냐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 다닙니다. (본문 111, 117p)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땅바닥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잃은 버린 후에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아간다. 사랑없이는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서 자라고, 사랑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낀다. 헌데 요즘 이 사랑에 진정성이 사라져버렸다.

쉽게 만나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방식이나, 사랑보다는 조건을 내세운 결혼, 쾌락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에 관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랑이 너무 퇴색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태어나서는 오랜 시간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았고, 자라서는 친구와의 우정으로 사랑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랑으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있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싸냐를 통해 미약하나마 사랑의 정의를 내려볼 수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냐를 원망하지 않고,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였던 싸냐의 모습은 바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기에.

 

괴롭힘으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가족의 해체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이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지만 천륜을 거스르는 자식들, 아이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는 부모들...사랑이 사라져가는 세상의 각박함이 너무도 무섭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땅바닥만 바라보며 찾고 또 찾기보다는,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하지 않을까? 옮긴이의 말을 빌어 말해본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때라고.

 

(사진출처: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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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놀 청소년문학 14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너무도 발칙한(?) 제목에 이끌린 작품이다. 도대체 이 가족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엄마를 '그 여자'라고 칭하게 된 걸까? 포크레인에 앉아있는 엄마를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심각성을 느끼게 하지만, 왠지 코믹함도 묻어난다. '가족애'는 굉장히 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사춘기 딸을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엄마와 자녀의 문제를 다룬 작품에는 늘 마음이 끌린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열세 살 조던 기본스는 집에서 1.5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곳에서 땅속 2미터 아래 상자에 사는 엄마가 걸어온 전화소리에 깨어났다.

'설사 무슨 문제가 생긴다 한들, 이 이상 더 큰 문제가 어디 있겠어.' (본문 9p) 조던에게는 산 채로 땅에 묻힌 엄마의 문제가 너무도 심각했다. 엄마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오래 전 수립했다가 빼앗긴 '구덩이 속에서 오래 버티기' 세계신기록을 다시 되찾기 위해 땅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 신기록 갱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아빠와 형은 엄마를 심란하게 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 터라, 조던은 엄마에게 따지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또 눌렀다.

엄마가 땅 속으로 들어간 이후 조던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학교에 지각하는 것은 물론이요, 학교 생활도 엉망이 되었고, 성적은 점점 떨어졌으며 썩는 냄새가 폴폴 나는 옷을 입고 다녀야했고,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족 어는 누구도 신경 써주지 못한 탓에 습진은 도져버렸다. 무엇보다 엄마가 없는 허전함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조던이 엄마가 없는 허전함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어린 강아지 젯을 키우게 했지만, 조던의 정신을 쏙 빼놓는 젯이 그 허전함을 채워줄리 만무하다.

 

산 채로 땅속에 묻히겠다는 엄마를 둔 애는 몇이나 될까? 그것도 기껏 기네스북에 오르겠다는 이유로, 외할아버지가 30여 년 전에 세운 그 한심한 기록을 되찾아보겠다는 이유로! (본문 15p)

 

엄마의 세계 신기록 도전을 반대한 누나는 할머니 집으로 가출을 했고,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상황 속에서 조던을 위로해주는 것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즐기던 낚시였다. 낚시터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던 시간을 추억하는 일은 조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조던은 생활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마저도 엉망이 되었는데, 엉망이 된 자신의 생활이 엄마의 한심한 도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엄마에 대한 원망이 점점 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던은 18일이 남은 순간부터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엄마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사실 조던의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힌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엄마는 도채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사실. 엄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건 바로 그런 사실들 때문이었다. (본문 113p)

 

이렇게 엄마를 원망하지만, 조던은 엄마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고 있다. 그 동안 엄마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는 사실도.

10일 후면 상황이 종료됨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위험때문에 엄마의 도전이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끝까지 목표를 채우려 한다는 사실 그리고 오히려 그 기간을 연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던은 더욱 힘들어졌다. 결국 엉망이 된 상황은 조던을 조여오고, 결국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조던의 감정이 터지고 만다.

 

......하루하루 사는 게 엄청 재미없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다 끝마쳤을 때, 지금 이 과정이 꼭 토할 때와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말을 하는 동안 끔찍하고 괴로웠지만, 모두 다 게워내고 나면 한 결 편안해지는 것처럼 말을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본문 299p)

 

가족애를 다룬 많은 작품에서 내놓는 결론은 바로 '소통'이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었던 엄마의 부재,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는 아빠, 강압적인 형으로 인해 조던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친구 아난드. 마틴과의 관계도 얽혀버린 탓에 조던은 철저히 외로워진다. 그것을 모두 엄마의 부질없는 신기록 수립 탓으로 돌려버린 마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마침내 조던이 힘들고 지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을 때 가족은 더 가까워졌다.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화해라는 주제는 사실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결말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감동과 유쾌함을 전달하는데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는 엄마의 세계 신기록 수립이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로 그 진부함을 털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엄마는 2미터의 땅 속에 있었고, 이들은 파이프나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핸드폰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했다. 이 2미터라는 거리는 가까운 가족간에도 서로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서 보여주는 소통의 도구는 가족간의 소통의 한계를 비유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본다.

 

조던 외에도 그의 친구 아난드와 마틴 역시 서로 다른 가족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가족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을 갖고 있으며,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너무도 가까운 사이라고 서로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서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사춘기를 겪은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딸이 원하는 바를 잘 알지 못하고, 딸 역시 엄마가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오해가 큰 갈등을 빚을 수 있음을, 그렇기에 지금 사춘기 딸과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임을 너무도 잘 일깨워 준 작품이다. 다소 엉뚱한 소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못했지만, 그 엉뚱함 속에 진부한 소재를 웃으며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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