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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가는 기차 ㅣ 파랑새 사과문고 72
한혜영 지음, 정진희 그림 / 파랑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기 시작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고, 그들에 의한 범죄가 종종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해졌는데, 그로인한 그들의 고충도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력 착취는 기본이고, 산재로 인한 치료나 보상을 받기는 커녕 장애를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도 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2세 아이들에게도 편견과 선입견으로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게 되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코리아타운에는 우리가 그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같이 이민족에 대한 편견과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민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편견과 이민족으로서의 고충을 이겨내고 뉴욕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오랜시간동안 힘겨웠을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추해보면 좋을 듯 싶다.
<<뉴욕으로 가는 기차>>는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간 하늘이네 가족이 동양인이라는 차별을 받으며, 영어를 못해 무시를 당하고, 공격을 당하면서 타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를 수록한 동화이다. 저자는 자신의 조카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게 되었다고 하니,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 우리 사회 못지않은 이민자에 대한 그들의 텃세로 인한 고충과 아픔이 존재하고 있는가보다. 태양이는 태권도 검은 띠인 하늘이 형이 은근이 프랭크와 그의 형 피터에게 본때를 보여주었으면 하지만, 하늘이는 묵묵부답이다. 하늘이 역시 걸핏하면 겨뤄 보자며 시비를 거는 피터로 인해 학교 생활이 영 순탄치만은 않다. '칭크들'이라며 동양인을 무시하는 프랭크와 피터 때문에 하늘이와 태양이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난 학교로 향하는 길이 행복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프랭크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화가 난 태양이가 발근하여 프랭크를 밀쳐 버린 일로 영어가 서툰 태양이는 억울하게 잘못을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되고. 세탁소 일을 하는 아빠 엄마는 영어가 서툰 탓에 100달러짜리 바지를 변상해야 하는 억울한 일도 당한다.
뉴저지의 배나무는 놀랍게도 한국 배나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었지만 공해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었는데, 한국의 배나무를 접붙였더니 6월이면 배꽃이 예쁘게 피게 되었다. 하늘이는 그런 배나무를 보면서 나무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지만, 이민자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는 것에 아픔을 느낀다. 태양이는 야구를 할 때면 프랭크를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발동하는 등 프랭크에 맞서 싸우려 하지만, 하늘이는 힘겨워하는 아빠 엄마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늘 꾹꾹 참아내곤 한다.
하늘이는 문득 한국에서 생활할 때, 미국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한국말이 서툴었던 현성이라는 친구를 놀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비록 많이 늦었지만 현성이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하는 거야.
먼저 다가가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외톨이는 절대로 안 될 거야. (본문 144p)
그런 와중에 세탁소의 유리를 번번히 깨뜨려 엄마 아빠를 속상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증거는 없지만 피터의 짓임을 알게 된 하늘이는 피터에게 대결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세탁소에 강도가 들어오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는 사고가 벌어지지만, 마치 전화위복이 된 듯 그동안의 힘겨움이 눈독듯 사라지는 계기가 된다.
태양이는 야구를 통해, 하늘이는 한국 친구들과의 편지를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데, 이들은 뉴욕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뉴욕 맨해튼은 세계의 문화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대도시이기도 하지만, 한국 간판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32번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도시,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한국 사람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이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생활이 나아지면 맨허튼에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꾹 참았던 하늘이가 먼저 손을 내밀게 되고, 자신을 놀리던 프랭크가 미웠던 태양이는 야구를 통해서 한팀이 되어 서로 응원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비로소 친구가 된다.
하늘과 태양이는 어느새 뉴저지 가로수인 배나무와 닮아 있었다. 굳건하게 이국땅에서 버텨 온 한국 품종의 배나무처럼. (본문 183p)
간혹 다큐프로그램에서 외국인노동자나 혼혈아, 다문화가족 등의 삶을 보여주곤 하는데, <<뉴욕으로 가는 기차>>를 읽고 있자니 얼굴도 잘 모르는 그들을 떠올리게 된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두려움보다는 자신들의 향한 따가운 시선에 더 큰 상처를 입고 힘겨웠을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에 미안함, 부끄러움이 든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이제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마을이 되었다. 이민자, 외국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되었는데,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유학생이 늘어나고, 다문화가족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틀린'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포용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먼 타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편견과 선입견을 이겨내며 애쓰는 우리 민족들을 생각하며, 우리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더불어, 뉴저지 가로수의 한국 품종의 배나무처럼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굳건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사진출처: '뉴욕으로 가는 기차'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