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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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또 읽는다,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으로 정해서 한 번 읽었지만  사정이 있어 모임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모임에서 또 한 번을 읽었다,

프랑스 소설

별로 내 취향은 아니다

뭔가 히끄므레 하고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몽롱함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다

제목조차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니....

그리고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 더우기 내가 읽을 취향은 아니리라 생각하고 밀쳐두었는데

단 하나 추리소설이라는 어떤 리뷰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

추리물이라면 뭐 프랑스 추리물이라면

아주 무지하고 단순하게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렇게.....

 

도데체 우리의 기 롤랑은 언제 자기를 알아가는거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실마리는 어디에 있는거야?

나는 계속 결론만을 생각했다,

기 롤랑이 누구라는 거야? 프레디? 페드로? 아니면 또 다른?

역시나 프랑스소설답게 몽롱하게 끝난다,

 

이차대전이후의 프랑스와 유럽의 분위기고 여러가지 상징이고 그런건 모르겠고

그냥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추리물이라는 결론만 내렸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나름 재미있었고... 이전에 정말 좋게 본 <지나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사람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러나 그 여러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단서를 얻지 못하지만 각각의 사람들의 스토리가 주는 가볍지만은 않은 감동이 있었다, 제각각  사람들을 만나는 각각의 장이 아주 짧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혀졌다, 바에서 피아노를 치던 남자, 키가 너무 커서 늘 누워있어야 하는 러시아의 노신사.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별장을 지키는 별장지기.  두려움에 떠는 포토그래퍼 , 어쩌면 연인일지 모르는 여인의 옛 지인등등

그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제각각의 사연이 기 로랑이 누구인가의 문제보다 더 선명하게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몽롱한 조각 맞추기

과연 그는 누구인가? 프레디인가? 페드로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가?

이젠 상투적인 누구나 제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라는 말이

뒤집으면 누구나 타인의 삶에서는 조연 혹은 단역에 불과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누구나 해변의 사나이이며

우리가 유심히 들여다 보는 사진 속의 꼬마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울 수도 있는 일인것처럼...

 

누구나 아무것도 아니고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은 우리들도

제각각 삶이 있고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누구에게 보잘 것없는 존재이지만 계속 삶을 이어간다,

 

또 시간이 흘러 다시 일게 된다면 무엇을 찾게 될까?

다른 건 모르겠고

시간을 두고 한 책을 여러번 읽는다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책을 통해...

그것만으로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난 기 롤랑보다는 그의 사수였던 위트의 이야기도 많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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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이 공통으로 문장 때문에 읽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읽느라 고생했겠어요. ^^;;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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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을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너에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 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좀 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대체로 우리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의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문자 그대로 뭔가를 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답이 없다, 무엇이 해결책인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으며 스스로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도 두번 다시 걸을 일이 없는 길 걸을 일이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 평생에 한번'을 되풀이해갈까 대체 얼마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 어쩐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 어른이 되려고 했던 자신이 제일 어렸다,

 

 

뭔가의 끝은 언제나 뭔가의 시작이다.

 

 

북고등학교의 전통은 수학여행대신 도보행진이 있다,

하룻낮과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으로 이어지는 긴 행군

이른바 " 야간 보행제"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걸까?

 

단지 줄지어 반별로 계속 걸어갈 뿐이다,

처음엔 설레고 긴장되기도 하고 이번엔 기록을 내볼까 하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행이 계속 이어지면서 끝없이 이어질거 같은 수다도 의욕도 조금씩 사그라 들고

발바닥이 아프고 종아리는 단단해지고 점점 감각이 없고 톧증조차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말이 없어지고 저마다의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어두운 밤 시간을 함께 하는 친구와 낮에는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밤이라는 시간 야간 도보 보행이라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의외로 많은 변화를 겪어낸다,

 

삶은 직선이다,

그냥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시간이 곡선인지 원형인지 직선인지 설들은 많지만 우리가 살아내는 시간은 각각 저마다의 직선이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고 멈춰 서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도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고 우리는 언젠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되돌아 간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고 멈춤도 그리 길지 않다,

그냥 습관처럼 혹은 의식있게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무의미하고 어떤 재미도 없는 '야간보행제"가 그런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같다

너희앞에 놓인 삶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움직일 뿐이야

일단 삶이라는 열차에 올라탔다면 내리는 그순간까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내가 딛는 것이 내의지인지 무엇인지 모를 순간이 오지만 그래도 모든 보행을 마치고 나면 아팠던 일 힘들었던 일 숨가빴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래도 괜찮았지? 재미있었지? 하는 추억이 남게 될거라고

삶도 어쩌면 그런 걸지 모른다고 ... 좀 오바하면 그렇게 느껴진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들도 입시준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것이 고등학교의 마지막같은 상징이었다, 저마다 기록이나 어떤 약속 어떤 내기를 품고 도보에 나선다,

제각각  어떤 다짐도 있고 스스로의 내기도 있고 친구와의 약속도 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나누고 깊은 이야기도 나눈다,

밤이므로

평소같으면 이시간 헤어지고 제각각의 시간을 가질 순간에 지금은 모두가 함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어쩌면 상대가 이 시간에 무얼 하는지는 모르는 제각각의 시간들을 단 하룻밤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시시한 곳에 앉아서 시시한 풍경들을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어쩌면  수학여행이나 계획과 일정이 있는 행사였다면 그것에 쫒겨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없이  즐겁고 신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함께 걸어가는 것밖에 아무것도 없는 도보여행을 통해 놓치고 지나는 것을 보고 무심하게 넘긴 내 감정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해 볼 용기도 가져본다,

도오루와 시노부  다카코와 미야코 그리고 다른 여러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비밀과 우정을 하룻밤의 도보를 통해 나누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한발 더 다가간다,

이 도보가 끝나고 수험생활에 접어들면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정이나 관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떤 극적이 것 없이 단 하룻밤 시시하다면 시시한 보행제를 이야기하면서 저마다의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 봐주고 미묘하고도 복잡한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온다리쿠의 소설은 참 안맞았다,

도데체 말하고 싶은게 뭔지 내용도 종잡을 수 없어서

내가 무식한건지 작가가  정신없는 건지 햇갈려서 그냥 구입한 책들(그래봐야 두권)은 다 팔아버렸지만 이 책은 좋았다,

가장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리고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였으니까

물론 막장 드라마스러운 관계가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일이고 잘못은 아이들에게느 없다, 그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건 결국 어른들의 잘못일 뿐이다,

그래서 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결론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 모습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그래도 다들 예쁘고 멋지다) 보통의 아이들 이야기가 좋다,

조금 오글거리고 멋지게 말하고 싶어하는 표현들도 그래서 잘 어울린다,

 

함께 밤을  샌다는 일이 참 근사했었는데

별 일 없어도 함께 시간을 한다는 사실과 밤이 되어도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유없이 충만하고 설레고 그래서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던 때가 나도 있었는데

그때 나도 이렇게 충만하고 좋았던 시간을 보냈었을까?

다시 한 번 아무 일 없이 그러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야간 보행이라는 걸 한 번 해보고 싶다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누구하나 미운 인물이 없어서 

평범하고 밋밋해서

그래서 더 좋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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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혹은 지방 마을을 둘러싼 은밀하고 음흉한 분위기

그들만의 알 수 없는 집단의식같은 건 차처하고

 

제일 눈에 띄고 자꾸 걸리는 부분은 하루카의 행동패턴이다,

이게 지금 이시간 일본 여중생들의 생활이나 감정 불안인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내 행동하나 내 말한마디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더 다가온다,

물론 낯선 환경이고

좋은 의도로 이사한 것도 아니라서 그럴 수 있다,

아버지가 공금에 손을 대서 달아났고 도둑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고

태어나서 자라온 익숙한 환경을 떠나 처음 보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게다가 친엄마도 아니고 언제든 자기를 버려도 상관없는 계모와 배다른 동생과 함께 하는

낯설고 가난한 삶이 그 나이 중학생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너무 주위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

내가 전학생인게 들키면 어떻게 될지

너무 공부를 잘해서 튀어도 안되고 너무 깔끔해서 튀어도 안되고

너무 어리숙해도 안되고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뭔지 다시 한번 뒤집어 보고 곱씹어야 하고

저런 말을 할때 내가 어떤 표정 어떤 대꾸를 해야하는지

내 가족을 어느 선까지 오픈해야하는지,,,

그냥 전학생 낯선환경이라고만 여기기엔 너무 피곤하고 너무 불안하다

 

지금 이 나라의 여중생들도 비슷해지고 있다,

친구들사이에서 어쨌든 튀지 말고 잘 섞여야 하고 너무 몰려다니고 내 의도와 상관없는 집단행동이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그걸 티내서도 안된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야하지만 그것때문에 재수없는 년이 되어서도 안되고

찌질하고  공부 못하는 년도 절대 안되고

언제나 단짝은 있되 어느 누구와의 관계도 소홀 할 수 없고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수가 되어 내 뒤에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불안으로 누구에게 속내를 쉽게 털어놓아서도 안되지만 너무 장막을 쳐서 내몰아서도 안된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점점 어렵다,

그냥 친하게 생각없이 놀고 이야기하고 떠드는 것 같아도

그 안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고 쓸데없어보이는 두뇌싸움이 필요하다

튀어도 안되지만 못나도 안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이익은 가져야 하고 다정함과 좋은 성격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뾰족하다

하루카도 뾰족하다

유일하게 사토루 앞에서 바보취급하면서 잘난척 하는 일 그거 가장 마음을 놓는일이 아닐까 싶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한 번 탈락하면 패자부활전 따위는 사전에나 있는 단어이고

한번 결정된 계급은 왠만해선 뒤집어 지지 않고

내 아래 있는 것들은 절대 내 위로 올라와선 안되고

내가 한 노력이 얼마인데 그건 그냥 빈둥거린 베짱이들이 가로채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일이점에 커트라인이 걸리는 세상이라 뭐든 칼같이 정확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고

내가 불안해서 지금은 이 아이랑 놀지만 언제든 갈아탈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그 정글은 치열하게 겪고 있다,

순수하고 아직은 철없는 아이

이건 어른들의 환상일 뿐이다,

환상은 환상이고 어른들 역시 그런 영악하고 발랑까진 것들을 철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마을의 패쇄성이니 미스터리니 하는 건 모르겠고

그렇게 불안하게 열심히 발버둥치는 하루카만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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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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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착하고 속이 깊다,

그냥 어른들은 자기들 그 시절을 잊고 요즘 아이들은... 이라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만 보고 어른 말도 안듣고 욕이나 찍찍 해대고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이상한 짓이나 하고...

아이들이 하나 둘 있으면 어른들은 무시하지만 서넛이상 모이면 어른들도 조심한다,

다가가지 않는다,

흔히 신문에 인터넷에 실리는 기사들처럼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니 내가 무서워서 피하나 드러워서 피하지... 행여 재수 없이 불똥이나 튀면 나만 손해지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며 혀를 차고 욕을 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꼰대들일 수 밖에 없다,

지들도 몇십년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른들은 말귀가 통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몰려 다니면서 별 짓 안해도 재미있던 경험들이 있었고 몰래 하던 술 한잔  매운 담배 한모금이 꽤 짜릿하고 왠지 으쓱했던 경험이 다들 있으면서

지들은 모범생처럼 잘 자란 것들인냥 이야기한다,

요즘 애들이란....

 

그런데 의외로 요즘 애들은 참 속이 깊고 생각이 많다,

아이들은 부모가 맘 아플까봐 아픈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 삭인다,

부모가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속만 상할까봐 그 속상한 마음에 엉뚱한 화풀이를 하거나 더 망신서러운 일을 할까봐 혹은 혼자 울음을 삭일까봐 말하지 않고 견딜 줄도 안다,

 

<고드름> 의 아이들은 그냥 헤프닝이었다,

시간이 남아서 피시방을 갔고 인터넷을 떠다니다가 살인사건 기사를 읽었고 그리고 범인없는 범행도구라는 문구에 범인은 있고 범행도구는 없다면? 이라는 기발하지도 않은 생각을 했을 뿐이고 그리고 그 또래가 모인 것처럼 그냥 생각없이 떠들었을 뿐이다, 생각없이 살인을 이야기하고 생각없이 킬킬거렸고 범행도구와 방법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니들 왜 학원 땡땡이 치고 피시방에 왔냐고 하면 할말이 없긴 하고 왜 많은 주제를 놔두고 살인사건이니 범행도구니 그런 살벌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뭐 어른들은 그럴 때가 없나?

회사가기 싫을 때가 있고 외근이라고 핑계대고 땡땡이 칠 수도 있고 머리속 생각은 더 야하고 더 유치하고 더 더러운것들도 많이 하면서.. 우리의 잘못이라면 생각없이 그리고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좀 떠들어댄 거 뿐이라고...

그런데 일은 커졌고 어른들은 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안보고 가르키는 손가락이 더럽다고 손톱에 때가 끼었다고 하필이면 그 손가락으로 가르키냐고만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참고 미안해하고 용서를 비고 반성해야한다,

어른은.. 지들이 잘난 줄만 안다,

 

<그녀>에서도 어른들은 관심과 애정이라고 여기며 남의 삶에 마구 끼어든다,

거기에 대들면 영락없는 호로자식이다, 부모가 어떻게 키웠길래 ... 저 혼자 잘난 줄 알지... 저렇 버러장머리 없는 놈... 돌아오는 건 손가락질이고 욕이다,

예전 주인공  아버지는 욱해서 뒤엎었다가 두고두고 용서를 빌러 다녔다,

뭐 그래도 서로 솓가락이 몇개인지 다 아는 마을이라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이번에 이사온 그녀 (나중에 미진이라 알게 된) 는 얄짤없다,

걸리면 나이 불문 그대로 되갚아준다,

미친년이라는 소리가 무섭지도 않고 나만 참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다

그래도 틀린 말은 없다,

내편이면 시원하고 니편이면 얄미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밉지만은 않다,

그리고 화자 소년은 참 착하다,

그녀석의 사촌들도 그렇고...

속이 좋아서 착해서 어른들말에 고분고분 잘 따른다,

사실 아직 이런 녀석들이 더 많을 것이다,

 

<미진이> 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미진이 엄마였다,

사실 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낳았으니 내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죽여줄까? 라고 뻔뻔하고 무심하게 말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돌직구도 이런 돌직구가 없다, 아이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필터없이 되갚아준다,

요즘말로 팩트 폭력감이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아프고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엄마라서 미진이는 더 아프다,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한참을 벗어난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세상 혼자 고독하지만 그게 틀리지도 않았고 엄마도 아프다는 걸 머리로 너무 잘 이해하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

아는 건 아는 거고 아픈 건 아픈거다,

내가 그런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해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 할까

가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핑계로 무심하게 책임지지 않으려는 말들을 뱉았던 나를 돌아본다, 나도 가끔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냥 사람이니까..

 

<아는 사람>  가장 아프고 불편한 이야기

그럼에도 마주해야만 하는 이야기다

불편하다고 피할 수만은 없다,

성에 관해 성폭력에 관해 이제는 모두가 함께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교육하고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아는 사람이라는 주제가 더 섬뜩하다

강풀의 <이웃사람>처럼 내가 잘 안다고.. 아니 그냥이라도 안다고 생각해서 방심한 순간 그 사람이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거다, 영화에서는 그 이웃사람이 악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마를 함께 잡는 우리 편이기도 했다, 조금만 관심을 보이자고...

주인공은 이제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텐데,...누구도 알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주인공의 속내가 아프고 아프다,

그럼에도 어떤 폭력도 내가 원인은 아니라는 걸 잘 말해준다,

폭력이 순식간에 내게 훅 들어온 것이지 내가 폭력으로 걸어간게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소중하고 언제든 존엄을 가질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고 아이는 그 순간에도 생각한다,

내가 아이의 전화를 받은 엄마라면.....

상상만으로 눈앞에 깜깜하지만 그래도 너는 잘못이 없다고 그리고 용감하고 조금 무식하게 아이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다진다...

 

<만두>와 <파란아이>에는 참 예쁜 아들딸이 나온다,

엄마를 위하고 친구를 위하는 예쁜 아이들

입은 걸지만 마음은 예쁜 아이들

입술은 파랗지만 속이 깊고 누구든 이해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친구들

에쁜 성장기다

 

<이어폰>은 참 현실적이어서 무섭기도 했다,

가끔 나도 아이들에게 말할때 내가 누구한테 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길을 갈때 공부를 할때 혼자 방에 있을 때 심지어 온가족이 거실에 함께 있을 때도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가 있다,

길가다가는 그러다 사고가 날까 걱정이고

집에서는 서로 보이지 않은 벽을 치는 기분이지만..

어쩌면 아이는 그 벽안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편안할지 모르겠다,

중일이도 그 이어폰 속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었다,

그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순간이 가장 불행하고 무서운 순간과 함께 했다는 것

그게 문제였다,

내가 행복을 만끽할 때 그래서 주위에 무심하고 무심할때

엄마는 죽었다,

겨우 벽하나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는 죽었고 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었다,

싸이고패스도 아니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중일이의 죄책감 아버지의 죄책감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보살핌 모든 것이 덮여지는 게 싫지만 들추기도 두려운 시간들

참 멋진 고모가 중일이를 다독인다,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그리고 그런 소소한 일들이 행복이라는 걸 이제 중일이는 안다,

사실 그 전에도 알았었는데 잠깐 잊은 것 뿐이다,

 

아이들은 욕을 하고 반항을 하고 아이씨~~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래도 속이 깊다,

엄마를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남의 입장을 생각한다

다만

표현하지 않는다,

생각만 할 뿐이지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표현하면 조금만 움직이면 참 좋겠는데 그럼 바로 상대에게 전해질텐데

참 속이 깊고 참 바른 아이들인데 왜 말을 그렇게 할까? 왜 행동은 그렇게 할까

 

 

사실 김려령의 성인대상 소설들은 실망을 했다

취향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왠지 너무 자기 세계에 빠진 느낌?

뭐 그런거였는데

역시 청소년소설에서는 작가를 따를 사람은 아직은 없을 거 같다,

그냥 그 아이 마음속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듯이 짚어내고 그 눈높이에서 받아주는 표현들이 생생하다.

내 소원중 하나가 욕을 찰지게 잘하는 건데

작가의 책을 다시 찬찬히 보면 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은 그냥 있는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시간

그게 어른에게 부모에게 필요할거다,

아니 적어도 내겐 필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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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이가 크면서 글밥이 많은 동화책으로 넘어 간후 그림책을 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하고 단계를 밟아가고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그림만 많은 그림책을 잊었다.

그러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무엇보다 그림책만큼 쉽게 마음을 열기 쉬운 도구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림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글을 알아도 글을 몰라도 상관없다,

시간을 쪼개내지 않아도 휘리릭 볼 수 있고

하루종일 책을 끼고 앉아 아까운 곶감 빼먹듯이 두고두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림책에서 받은 느낌은 제각각이다,

나의 처지난 상황 감정에 따라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볼 수 있다,

누구나 주목하는 가운데 커다란 주인공 대신 구석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기도 하고 흘려그리듯 대충 그린 구석의 꽃 하나 혹은 배경 하나에 꽂힐 수도 있다,

그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게 그림책이다,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내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편하고 듣기도 편하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냥 그림책 한권을 슬쩍 밀어넣어도 괜찮다,

나는 이런 의미를 주고 싶은데 아이는 혹은 상대는 저런 의미를 발견해도 상관없다,'

서로 미처 보지 못한 그 그림에 그 한 줄에 의미를 나눌 기회가 된다,

 

                  

 

 

 

 

 

 

 

 

 

 

 

 

 

 

두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를 읽는다,

미스다 마리는 자기가 어렸을 때 읽은 그림책을 이야기한다,

그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어떤 편견으로 읽다 만 혹은 들춰보지도 못한 그림책을 이야기하며 그때의 감정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

그때 그 친구가 준 그림책의 의미를 알았더라면 우리 사이는 달랐을까

그때 무서워서 펼치지 못한 책을 내가 읽었더라면

그때 너무 아끼던 그림책을 아직 가지고 있었더라면

다 부질없지만 그래도 의미는 있다,

그때의 미련이나 후회가 다시 그림책을 들추게 하고 그 때 발견하지 못한 혹은 느끼지 못한 감정이나 의미를 다시 알아본다,

그림책은 나의 과거로 가는 문이기도 하고 내가 미처 열지 못하고 망설이던 저 아래의 무의식을 건드리기도 하고 아주 어이없이 간단하게 타인을 공감하게도 만든다,

그림책속의 인물중에 내가 이해하지 못할 인물은 이제 없다,

단 한줄 혹은 귀퉁이의 조그만 인물도 그냥 허투루 넘어가지지 않는다,

그때 못 본걸 지금은 볼 수 있다,

내가 못 본걸 누가 보고 이야기 해 줄 수도 있다,

단순하다. 그래서 더 깊고 넓다,

 

<그림책에 흔들리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아픔에 그림책으로 위로하고 스스로도 위로받는다,

아팠던 과거나 속상했던 순간 그림책이 함께 한다,

그림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주인공을 따라 불안하고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은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마치 내가 모든 걸 해낸것 처럼 공감하게 된다,

그림책의 주인공에게 공감해본 사람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미스다 마리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책이 주는 위로와 공감을 더 내밀하게 이야기해준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   죄책감  불안  패배감 등등을 그림책을 통해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감정이 잘못이 아님을 알고 안도한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님을 아는 것 그래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일 '

그 어려운 일을 그림책이 해낸다,

 

미스다 마리의 책을 보면서 나도 다시 그림책을 읽어봐야지 마음을 먹게 되고

김미자 저자의 책에서 나는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고 괜찮은 살이라는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의 내밀하지만 솔직한 고백이  나에게도 힘이 되기도 하나보다,

 

별 거 아니라면 아니겠지만

소소하고 자잘한 자기고백이 때로는 힘이 될 때도 있다,

그림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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