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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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을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너에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 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좀 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대체로 우리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의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문자 그대로 뭔가를 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답이 없다, 무엇이 해결책인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으며 스스로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도 두번 다시 걸을 일이 없는 길 걸을 일이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 평생에 한번'을 되풀이해갈까 대체 얼마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 어쩐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 어른이 되려고 했던 자신이 제일 어렸다,

 

 

뭔가의 끝은 언제나 뭔가의 시작이다.

 

 

북고등학교의 전통은 수학여행대신 도보행진이 있다,

하룻낮과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으로 이어지는 긴 행군

이른바 " 야간 보행제"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걸까?

 

단지 줄지어 반별로 계속 걸어갈 뿐이다,

처음엔 설레고 긴장되기도 하고 이번엔 기록을 내볼까 하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행이 계속 이어지면서 끝없이 이어질거 같은 수다도 의욕도 조금씩 사그라 들고

발바닥이 아프고 종아리는 단단해지고 점점 감각이 없고 톧증조차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말이 없어지고 저마다의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어두운 밤 시간을 함께 하는 친구와 낮에는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밤이라는 시간 야간 도보 보행이라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의외로 많은 변화를 겪어낸다,

 

삶은 직선이다,

그냥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시간이 곡선인지 원형인지 직선인지 설들은 많지만 우리가 살아내는 시간은 각각 저마다의 직선이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고 멈춰 서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도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고 우리는 언젠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되돌아 간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고 멈춤도 그리 길지 않다,

그냥 습관처럼 혹은 의식있게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무의미하고 어떤 재미도 없는 '야간보행제"가 그런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같다

너희앞에 놓인 삶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움직일 뿐이야

일단 삶이라는 열차에 올라탔다면 내리는 그순간까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내가 딛는 것이 내의지인지 무엇인지 모를 순간이 오지만 그래도 모든 보행을 마치고 나면 아팠던 일 힘들었던 일 숨가빴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래도 괜찮았지? 재미있었지? 하는 추억이 남게 될거라고

삶도 어쩌면 그런 걸지 모른다고 ... 좀 오바하면 그렇게 느껴진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들도 입시준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것이 고등학교의 마지막같은 상징이었다, 저마다 기록이나 어떤 약속 어떤 내기를 품고 도보에 나선다,

제각각  어떤 다짐도 있고 스스로의 내기도 있고 친구와의 약속도 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나누고 깊은 이야기도 나눈다,

밤이므로

평소같으면 이시간 헤어지고 제각각의 시간을 가질 순간에 지금은 모두가 함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어쩌면 상대가 이 시간에 무얼 하는지는 모르는 제각각의 시간들을 단 하룻밤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시시한 곳에 앉아서 시시한 풍경들을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어쩌면  수학여행이나 계획과 일정이 있는 행사였다면 그것에 쫒겨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없이  즐겁고 신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함께 걸어가는 것밖에 아무것도 없는 도보여행을 통해 놓치고 지나는 것을 보고 무심하게 넘긴 내 감정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해 볼 용기도 가져본다,

도오루와 시노부  다카코와 미야코 그리고 다른 여러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비밀과 우정을 하룻밤의 도보를 통해 나누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한발 더 다가간다,

이 도보가 끝나고 수험생활에 접어들면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정이나 관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떤 극적이 것 없이 단 하룻밤 시시하다면 시시한 보행제를 이야기하면서 저마다의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 봐주고 미묘하고도 복잡한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온다리쿠의 소설은 참 안맞았다,

도데체 말하고 싶은게 뭔지 내용도 종잡을 수 없어서

내가 무식한건지 작가가  정신없는 건지 햇갈려서 그냥 구입한 책들(그래봐야 두권)은 다 팔아버렸지만 이 책은 좋았다,

가장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리고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였으니까

물론 막장 드라마스러운 관계가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일이고 잘못은 아이들에게느 없다, 그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건 결국 어른들의 잘못일 뿐이다,

그래서 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결론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 모습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그래도 다들 예쁘고 멋지다) 보통의 아이들 이야기가 좋다,

조금 오글거리고 멋지게 말하고 싶어하는 표현들도 그래서 잘 어울린다,

 

함께 밤을  샌다는 일이 참 근사했었는데

별 일 없어도 함께 시간을 한다는 사실과 밤이 되어도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유없이 충만하고 설레고 그래서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던 때가 나도 있었는데

그때 나도 이렇게 충만하고 좋았던 시간을 보냈었을까?

다시 한 번 아무 일 없이 그러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야간 보행이라는 걸 한 번 해보고 싶다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누구하나 미운 인물이 없어서 

평범하고 밋밋해서

그래서 더 좋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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