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혹은 지방 마을을 둘러싼 은밀하고 음흉한 분위기

그들만의 알 수 없는 집단의식같은 건 차처하고

 

제일 눈에 띄고 자꾸 걸리는 부분은 하루카의 행동패턴이다,

이게 지금 이시간 일본 여중생들의 생활이나 감정 불안인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내 행동하나 내 말한마디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더 다가온다,

물론 낯선 환경이고

좋은 의도로 이사한 것도 아니라서 그럴 수 있다,

아버지가 공금에 손을 대서 달아났고 도둑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고

태어나서 자라온 익숙한 환경을 떠나 처음 보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게다가 친엄마도 아니고 언제든 자기를 버려도 상관없는 계모와 배다른 동생과 함께 하는

낯설고 가난한 삶이 그 나이 중학생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너무 주위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

내가 전학생인게 들키면 어떻게 될지

너무 공부를 잘해서 튀어도 안되고 너무 깔끔해서 튀어도 안되고

너무 어리숙해도 안되고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뭔지 다시 한번 뒤집어 보고 곱씹어야 하고

저런 말을 할때 내가 어떤 표정 어떤 대꾸를 해야하는지

내 가족을 어느 선까지 오픈해야하는지,,,

그냥 전학생 낯선환경이라고만 여기기엔 너무 피곤하고 너무 불안하다

 

지금 이 나라의 여중생들도 비슷해지고 있다,

친구들사이에서 어쨌든 튀지 말고 잘 섞여야 하고 너무 몰려다니고 내 의도와 상관없는 집단행동이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그걸 티내서도 안된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야하지만 그것때문에 재수없는 년이 되어서도 안되고

찌질하고  공부 못하는 년도 절대 안되고

언제나 단짝은 있되 어느 누구와의 관계도 소홀 할 수 없고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수가 되어 내 뒤에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불안으로 누구에게 속내를 쉽게 털어놓아서도 안되지만 너무 장막을 쳐서 내몰아서도 안된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점점 어렵다,

그냥 친하게 생각없이 놀고 이야기하고 떠드는 것 같아도

그 안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고 쓸데없어보이는 두뇌싸움이 필요하다

튀어도 안되지만 못나도 안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이익은 가져야 하고 다정함과 좋은 성격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뾰족하다

하루카도 뾰족하다

유일하게 사토루 앞에서 바보취급하면서 잘난척 하는 일 그거 가장 마음을 놓는일이 아닐까 싶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한 번 탈락하면 패자부활전 따위는 사전에나 있는 단어이고

한번 결정된 계급은 왠만해선 뒤집어 지지 않고

내 아래 있는 것들은 절대 내 위로 올라와선 안되고

내가 한 노력이 얼마인데 그건 그냥 빈둥거린 베짱이들이 가로채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일이점에 커트라인이 걸리는 세상이라 뭐든 칼같이 정확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고

내가 불안해서 지금은 이 아이랑 놀지만 언제든 갈아탈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그 정글은 치열하게 겪고 있다,

순수하고 아직은 철없는 아이

이건 어른들의 환상일 뿐이다,

환상은 환상이고 어른들 역시 그런 영악하고 발랑까진 것들을 철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마을의 패쇄성이니 미스터리니 하는 건 모르겠고

그렇게 불안하게 열심히 발버둥치는 하루카만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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