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웃고 나갔던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신을 벗고 제일 먼저 발에 걸리는 쁑망치를 걷어찬다. 한 번 두번 세번
계속 방으로 들어갈 때 까지 걷어차고 있다.
뭐라고 묻지 않는다. 나무라지도 않는다.
일단은 마음에 맺힌것이 풀리는 게 중요하다.
어떤 정의로운 말이나 명언일지라도 지금 아이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한데 어떤 미사여구가 귀에 들어올까
그냥 가만히 안아준다.
그래도 안아준다고 안겨주니 감사할 뿐이다.
역시나 친구문제다.
나는 그 친구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친구는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른 친구랑 웃고 눈맞추고 함께 돌아갔다. 게다가 그 친구와 함께 나간 또다른 친구는 내가 미워죽겠는 친구다.
이유는? 없다.
좋은데 이유없고 미운데도 이유없다.
다만..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알면서도 아는척 해주지 않는게 이유다.
그게 정말 큰 이유다. 없는 사람취급하다니 차라리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싸운 친구가 훨씬 낫다.
아이가 말한다.
" 내가 속상한게 **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질투한느 거때문이라는 거 알아. 난 내가 질투한다는게 더 화가나"
문제점을 정확히 안다.
왜 화가 났는지 누구때문에 화가 났는지 .. 이론적으로 교과서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지만 그래도 화가 나고 어쩌지 못하겠다.
그래그래... 10살이 넘은 아이의 친구문제는 부모도 개입할 수 없다.
사건이 터지고 가해자 피해자가 나오지 않은 이상 내 아이만 두둔하며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가슴 조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다.
정말 내가 무능하고 무심하고 무능하고 무심하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수 밖에 없다.
이곳 아이들이 영리하다면 영리하고 성숙하다면 성숙해서 영악하고 이기적이기도 하다.
(사실 뒤의 말이 더 하고 싶었다.)
내 아이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친구는 독점할 수도 없는 거고 내가 싫어도 티내지 말고 몇번은 비굴하게 다가가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거 안다. 하지만 그걸 못하겠다는데 억지로 시킬 수도 없고 이러이러한 점은 니가 잘못이라고 지적질을 .. 지금은 할 수도 없다.
본인이 제일 잘 알테니까.
그저 데리고 나가 맛있는 점심을 사주는 수밖에..
일단 맛있는 거 먹고 슈퍼에서 먹고 싶은 거 사고 그리고 이쁜 거 구경하다가 들어오는 게 다다.
그냥 문제를 일단 덮어두는 수 밖에 없다.
헤집고 분석하고 뜯어봐야 상처만 깊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만 생길 뿐이다.
해결도 아니지만 일단 덮어둔다.
이 나이의 여자아이들이란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뀔테니...
내일 또 어떤 얼굴로 돌아올지 미리 겁먹지 말자
내일은 내일 대처하자..
방법이 없고 정답이 없는 것 그게 인생살이 아니겠는가
책에서 동화에서 그림책에서 많이 보여주는 친구사귀기. 아이 위로하기 등등의 정답들은
절대 실제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모든 것들이 메뉴얼대로 정답대로 흘러가는 건 절대 아니니까
그래도 자꾸 불안해서 들춰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일단 집구석 안에서는 무조건 내 아이가 옳다고 등을 토닥거려줄 수밖에,....
그러니 정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이 세상에서 가장 쉬울 수도 있다고...
이 말은 .. 안하는게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