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무라가 돌아왔다.

전작 <희망장>에서 이미 탐정이 되었고 몇몇의 사건을 해결했지만 이번엔 제법 탐정티가 난다.

백업해주는 오피스와의 관계에서도 제법 대등하고 원할하게 잘 넘어가고 있고 이젠 의뢰인을 제법 밀고 당길 줄도 알게 되었다

성장과정도 무난했고 운이 좋아 신데렐라 남편이 되는 바람에 행복한 탐정이라는 별칭까지 있었지만 그때의 스기무라는 늘 불안하기도 했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완전한 내것 같지 않고 남의 옷 남의 집에 있는 것같은 붕 뜬 느낌

내 가족이지만 함부로 할 수 없고 꺠어질라 부러질라 조심 또 조심하면 대해야 한다는 건 다정한 스기무라에게도 많이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사건을 겪고 주체적이랄 수 없지만 어쨌뜬 탐정역할을 하며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고 또 우여곡절끝에 이혼하고 이제 진짜 세상에 홀로 맞섰다.

전작에서는 좌충우돌하며 아직은 샐러리맨의 티가 많이 남아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제법 탐정같다.

그래서일까 이전의 말끔하고 어딘가 어리숙하게 진지하고 고지식하게 보이는 면이 많이 옅어지고 이젠 밀땅도 할 줄 알고 사건의 전체를 보는 눈도 가졌다.

이걸 축해해줘야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아마추어냄새가 나는 스기무라가 그립기도 하다.

하긴 이제 독립한 자영업자인데 월급쟁이 모드를 계속 가지고 있을 순 없겠다.

 

스기무라의 특기가 소소하지만 사회성을 가진 사건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 사건들은 소소하다고 하기엔 좀 쎄다.

가장 추잡스럽고 가장 악랄한 인간이라기보다 악마라고 하는게 차라리 나을 거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자기들의 이기심과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그저 욕망의 대상 쓰고 버려도 하등 미안할 것 없는 존재로 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살인이나 무엇보다 더 마주하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제 자영업자로 살아남기 위해 스기무라가 독해졌구나. 이제 이런 정도는 쉽게 마주할 만큼 배짱이 두둑해졌나보다   싶다가도 소심하고 눈치보며 풀어가는 작은 사건이 그립다.

 

다행일까 두번째 사건은 일상적이다

누군가 죽지도 않았고 다치거나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드러내기가 민망하거나 옹졸해보일까 두렵지만 그렇다고 품어두기엔 내가 너무 미칠것같고 억울한 관계와 사건이 전개된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질투하고  내가 어떤 인과응보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는 그런 존재다. 그렇게 작고 하찮아서 오히려 더 살만한 세상을 이루기도 한다.

 

세번째 사건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정말 집안의 검은양처럼 모두를 파괴하는 인물이 혼자의 이기심에 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 주변사람을 다치게 하고 삶을 망가뜨리는 이야기다.

사실 그런 인물이 얼마나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잘 알지만 너무 표피적으로 원래 저런 사람 이라고 단정짓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불만이다. 미키가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텐데 그냥 이상하고 악의적인 존재는 없을텐데 그냥 그런 사람으로만 묘사하고 그런 사람이 저지르는 악행이라고만 드러나는게 아쉽다.

 

이제 스기무라도 나이를 먹나보다.

딸아이 또래 아이들만 보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고

조금은 꼰대처럼 끼어들고 싶어도 하고 아이들앞에서 어른으로서 뭔가를 지적하고 가르치고 싶어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아직도 사건앞에서 다양한 의문을 품으며 예의있게 왜? 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 그건 여전하다. 그래서 아마 다음  스기무라의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 거고...

이제 더 이상 처가에 눈치보며 몸을 작게 움츠리고 있는 스기무라가 아니다.

자영업자 탐정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본업에도 충실한 생활인의 모습이 강한 스기무라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한다.

다음 사건은 조금 더 작고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사건(뭐래니?)이면 더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5-1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어제부터 일단 읽기 시작하긴 했는데.. 평이 엇갈려서 좀 불안하네요 ^^;;
곧 다음 소설도 나온다는 소문이 있긴 합니다 (속닥속닥)

푸른희망 2020-05-13 13:31   좋아요 0 | URL
스기무라씨도 성장해야죠~^^ 점점 독립된 탐정다워지고 그에 걸맞은 사건을 맡는거지요 전 다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