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없이 아이와 이름이 같은 작가라 읽게 된 책이다,
표지 그림이나 속의 삽화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가 슥슥 그린 것같으면서도 꽤나 세밀하게 잘 그린 친근한 그림체가 내용과도 잘 어울렸다,
엄마의 미국연수때문에 6개월간 외가에 지내게 된 린아는 변화된 모든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낯선 사투리도 그렇고 꽤재재하고 억세보이는 아이들 낯선 풍경 모든 것에서 린아는 이방인이었고 어짜피 정해진 기간동안의 생활이라 굳이 이 속에 스며들 의지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전학 온 첫날 자기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사월이도 싫고 다정하게 대해주면서 자꾸 자기 바운더리를 넘어오는 유하도 싫었다,
서울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린아에게 어느날 밤에 유하가 줄게 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사고로 유하가 죽어버렸다,
미처 친해지지도 못한 친구의 죽음앞에 린아는 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발견한 유하의 비눗방울을 불면서 다시 유하를 만난 린아
그리고 그 비밀을 나누게 된 사월이와 지호와 함께 유하의 목걸이를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낯선 성황당앞, 돼지 우리 , 학교 운동장 숲길까지 내켜하지 않으면서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함께 다니는 세 아이는 어느 새 친구가 되었고 함께 땀흘리고 의지 하면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갔다,
서울에서 온 린아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건 낯선 환경에 던져진 아이의 자기 방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린아에게도 아직 풀어내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아빠가 죽었고 그걸 미처 애도하지 못한 채 속에 보따리로 묶어서 치워버렸다,
그때도 흘리지 못한 눈물을 미처 알지 못한 유하가 죽었다고 흘러내리지 못한 건 당연했다,
슬픔이라는 것이 린아에게는 봉인된 감정이었다,
그저 그 감정을 모른 채 그저 화를 내고 늘 불만이었다,
그리고 그 불만이 주위 환경탓으로 친구들 탓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목걸이를 찾는다는 이유로 함께 다니지만 사월이와 린아는 서로 다르다는 것만 절실하게 느낀다,
키가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가족상황이나 형제 관계도 다르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두 아이는 산속에서 구덩이에 빠지면서 체온을 나누고 마음을 함께 나눈다,
별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속내를 보인것도 아니지만 함께 끌어안고 오돌오돌 떨면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었다,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목걸이를 찾는 방학동안 그들은 친구가 생겼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에게 여린 힘을 보태줄 수 있었다,
작가는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여리고 보잘것 없는 힘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구원해준다,
유하는 소에게 쫓기는 린아를 구하고 사월이는 철봉에서 떨어지는 린아를 구하고 린아는 떨고 있는 사월이를 안아주고 이 뒤에는 배경처럼 든든하게 지호가 버티고 서 있었다,
이제 헤어지는 날 비로소 린아는 눈물을 흘린다,
슬퍼서가 아니라 부쩍 커버린 자신에 대한 대견함의 눈물이 아닐까
이별이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람사이의 정을 나눈다는 것 마음껏 슬퍼하는 감정을 알았다는 것이 눈물로 나타난다,
등장인물들이 아이다워서 좋았다,
영악하지 않고 순수했다,
위악을 떨고 미워하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아이다웠다,
마음껏 감정을 드러내고 어른 흉내를 내지 않고 미워하는 상대를 극렬히 미워하고 좋아지면 그대로 표현해버리는 아이들이 너무 이뻤다,
린아도 사월이도 지호도 그리고 짧게 왔다 가버린 유하도
이 만화에서는 너무 눈물울 많이 흘리는 소녀가 등장한다,
언제든 원하는 때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소녀
그는 아무 부러울것없는 부모와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단 하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언제든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그건 그저 눈에서 흐르는 물이다,
눈물때문에 감정이 풍부하고 정서적인 아이라고 사람들은 믿지만 정작 아이사와는 어떤 감정도 없다, 그리고 그 아이사와 뒤에는 따뜻하지만 불안한 아빠와 다정하지만 매마르고 소통을 두려워하는 엄마가 있다,
아빠의 바람이 엄마를 불행하게 한다고 믿는 아이사와는 새를 죽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시골로 보내진다,
린아처럼 아이사와도 낯선 환경에 떨어졌고 절대 그곳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동화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낯선 사투리와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지 않은 경계없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주변 할머니와 친척들 그리고 어린 꼬마 학교에서 그녀를 싫어하던 친구까지 아무런 경계없이 그녀의 공간으로 불쑥불쑥 들어온다,
어처구니 없이 소문난 교복을 바꾸지 않은 이유로 불쌍하고 보호해야할 소녀가 되고 말없고 도도한 표정이 어떤 꼬마에게는 매혹적이고 좋아하는 누나의 모습으로 비친다,
누구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무심함도 있다,
어떨 때는 터무니 없이 무심하고 어떨 때는 터무니없이 훅 들어오는 사람들때문에 아이사와는 너무 힘들지만 절대 엄마에게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기엔 오래 머물 생각이 없으니 교복조차 바꾸지 않는다, 그 교복은 아이사와 자신이고 여기에 동화되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그러나 아이사와 역시 린아처럼 스르르 무장해제된다,
아픈 꼬마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누나를 따르고 사람들은 그녀의 마음을 오해한채로 잘 챙겨준다, 바람이 아니라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이 그녀의 마음을 무심한 따뜻함이 채워준다,
이제 아이사와는 마움대로 눈물을 흘리는 능력을 잃었다,
그런데 대신 마음속에 갖가지 감정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낯설고 두려운 것들이 훅훅 들어왔지만 아이사와는 가만히 그것들을 지켜보리로 한다,
아직은 쿨하고 시니컬한 태도를 버리고 싶지 않지만 작은 변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린아는 변하고 아이사와도 변할 것이다,
그것을 성장이라고 불러야 하는 지는 모르겠다,
또 언젠가 넘어지고 다치고 마음을 닫을 일이 생길것이고 그리고 또다시 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될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훅 하고 바뀌거나 좋아지지는 않는다,
지루한 일상에서 반복되고 계속되어지면서 어느날 돌아보면 한뺨 커져있고 깊어질 것이다,
아이들은 자란다고 믿는다, 믿는 만큼 자란다고 누군가 말한 것처럼
린아 엄마도 잘 해쳐나갈 것이다,
그런데 아이사와의 엄마는 불안하다,
자기를 꽁꽁 싸매고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도 받지도 않겟다는 그 철벽같은 마음이 자꾸 걸린다
남편의 바람에 화를 내지도 않고 쿨하게 인정하면서 상대를 더 외롭게 만들거나
엣 남자를 이용하면서 더 쓸쓸해지는 걸 내버려두는 것
아이사와의 변화가 그녀에게도 작은 햇살이 되면 좋겠다,
의외로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잘 모른다,
내가 화가 난 이유가 불안인지 인젇받고 싶은 욕구인지 슬픔인지를 모른다
그냥 화가 났다고만 한다,
화를 낸다고만 한다,
그리고 알아주길 바란다 나 역시
내 화 뒤에 숨은것들을 나도 모르면서 타인이 알아주길 바란다,
내 눈물이 너무 두려워서 수도꼭지 잠그듯이 그렇게 꼭꼭 돌려서 한방울도 흐르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 놓고 안도한다, 슬픔따위는 절대 접근 불가
그래서 마음은 자꾸 메마르고 흙바람이 분다,
내가 내 감정을 읽지 못하니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다,
그저 남의 감정은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된다, 아이가 징징거리는 것이 짜증나고 말잘 듣기만을 바란다
어른처럼 세련되게 감정을 숨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예전엔 말이 많고 자기 마음을 시끄럽게 떠벌리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의 솔직함이 부러워졌다,
여전히 불편하고 정신이 멍해지는 건 있지만 그렇게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말하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도 아이사와의 엄마도 그렇게 시끄러운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소리를 내고 입밖으로 뱉는 걸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통은 나를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 감정을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울지 않는 소녀. 마움대로 울 수 있는 소녀들이 내 마음에 노크한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꽁꽁 싸매둔 감정을 잘 펴서 말려보라고
보송보송해진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고..
아이때문에 읽었다가 내가 감동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