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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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착하고 속이 깊다,

그냥 어른들은 자기들 그 시절을 잊고 요즘 아이들은... 이라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만 보고 어른 말도 안듣고 욕이나 찍찍 해대고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이상한 짓이나 하고...

아이들이 하나 둘 있으면 어른들은 무시하지만 서넛이상 모이면 어른들도 조심한다,

다가가지 않는다,

흔히 신문에 인터넷에 실리는 기사들처럼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니 내가 무서워서 피하나 드러워서 피하지... 행여 재수 없이 불똥이나 튀면 나만 손해지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며 혀를 차고 욕을 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꼰대들일 수 밖에 없다,

지들도 몇십년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른들은 말귀가 통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몰려 다니면서 별 짓 안해도 재미있던 경험들이 있었고 몰래 하던 술 한잔  매운 담배 한모금이 꽤 짜릿하고 왠지 으쓱했던 경험이 다들 있으면서

지들은 모범생처럼 잘 자란 것들인냥 이야기한다,

요즘 애들이란....

 

그런데 의외로 요즘 애들은 참 속이 깊고 생각이 많다,

아이들은 부모가 맘 아플까봐 아픈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 삭인다,

부모가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속만 상할까봐 그 속상한 마음에 엉뚱한 화풀이를 하거나 더 망신서러운 일을 할까봐 혹은 혼자 울음을 삭일까봐 말하지 않고 견딜 줄도 안다,

 

<고드름> 의 아이들은 그냥 헤프닝이었다,

시간이 남아서 피시방을 갔고 인터넷을 떠다니다가 살인사건 기사를 읽었고 그리고 범인없는 범행도구라는 문구에 범인은 있고 범행도구는 없다면? 이라는 기발하지도 않은 생각을 했을 뿐이고 그리고 그 또래가 모인 것처럼 그냥 생각없이 떠들었을 뿐이다, 생각없이 살인을 이야기하고 생각없이 킬킬거렸고 범행도구와 방법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니들 왜 학원 땡땡이 치고 피시방에 왔냐고 하면 할말이 없긴 하고 왜 많은 주제를 놔두고 살인사건이니 범행도구니 그런 살벌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뭐 어른들은 그럴 때가 없나?

회사가기 싫을 때가 있고 외근이라고 핑계대고 땡땡이 칠 수도 있고 머리속 생각은 더 야하고 더 유치하고 더 더러운것들도 많이 하면서.. 우리의 잘못이라면 생각없이 그리고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좀 떠들어댄 거 뿐이라고...

그런데 일은 커졌고 어른들은 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안보고 가르키는 손가락이 더럽다고 손톱에 때가 끼었다고 하필이면 그 손가락으로 가르키냐고만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참고 미안해하고 용서를 비고 반성해야한다,

어른은.. 지들이 잘난 줄만 안다,

 

<그녀>에서도 어른들은 관심과 애정이라고 여기며 남의 삶에 마구 끼어든다,

거기에 대들면 영락없는 호로자식이다, 부모가 어떻게 키웠길래 ... 저 혼자 잘난 줄 알지... 저렇 버러장머리 없는 놈... 돌아오는 건 손가락질이고 욕이다,

예전 주인공  아버지는 욱해서 뒤엎었다가 두고두고 용서를 빌러 다녔다,

뭐 그래도 서로 솓가락이 몇개인지 다 아는 마을이라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이번에 이사온 그녀 (나중에 미진이라 알게 된) 는 얄짤없다,

걸리면 나이 불문 그대로 되갚아준다,

미친년이라는 소리가 무섭지도 않고 나만 참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다

그래도 틀린 말은 없다,

내편이면 시원하고 니편이면 얄미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밉지만은 않다,

그리고 화자 소년은 참 착하다,

그녀석의 사촌들도 그렇고...

속이 좋아서 착해서 어른들말에 고분고분 잘 따른다,

사실 아직 이런 녀석들이 더 많을 것이다,

 

<미진이> 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미진이 엄마였다,

사실 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낳았으니 내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죽여줄까? 라고 뻔뻔하고 무심하게 말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돌직구도 이런 돌직구가 없다, 아이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필터없이 되갚아준다,

요즘말로 팩트 폭력감이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아프고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엄마라서 미진이는 더 아프다,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한참을 벗어난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세상 혼자 고독하지만 그게 틀리지도 않았고 엄마도 아프다는 걸 머리로 너무 잘 이해하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

아는 건 아는 거고 아픈 건 아픈거다,

내가 그런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해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 할까

가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핑계로 무심하게 책임지지 않으려는 말들을 뱉았던 나를 돌아본다, 나도 가끔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냥 사람이니까..

 

<아는 사람>  가장 아프고 불편한 이야기

그럼에도 마주해야만 하는 이야기다

불편하다고 피할 수만은 없다,

성에 관해 성폭력에 관해 이제는 모두가 함께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교육하고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아는 사람이라는 주제가 더 섬뜩하다

강풀의 <이웃사람>처럼 내가 잘 안다고.. 아니 그냥이라도 안다고 생각해서 방심한 순간 그 사람이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거다, 영화에서는 그 이웃사람이 악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마를 함께 잡는 우리 편이기도 했다, 조금만 관심을 보이자고...

주인공은 이제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텐데,...누구도 알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주인공의 속내가 아프고 아프다,

그럼에도 어떤 폭력도 내가 원인은 아니라는 걸 잘 말해준다,

폭력이 순식간에 내게 훅 들어온 것이지 내가 폭력으로 걸어간게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소중하고 언제든 존엄을 가질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고 아이는 그 순간에도 생각한다,

내가 아이의 전화를 받은 엄마라면.....

상상만으로 눈앞에 깜깜하지만 그래도 너는 잘못이 없다고 그리고 용감하고 조금 무식하게 아이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다진다...

 

<만두>와 <파란아이>에는 참 예쁜 아들딸이 나온다,

엄마를 위하고 친구를 위하는 예쁜 아이들

입은 걸지만 마음은 예쁜 아이들

입술은 파랗지만 속이 깊고 누구든 이해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친구들

에쁜 성장기다

 

<이어폰>은 참 현실적이어서 무섭기도 했다,

가끔 나도 아이들에게 말할때 내가 누구한테 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길을 갈때 공부를 할때 혼자 방에 있을 때 심지어 온가족이 거실에 함께 있을 때도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가 있다,

길가다가는 그러다 사고가 날까 걱정이고

집에서는 서로 보이지 않은 벽을 치는 기분이지만..

어쩌면 아이는 그 벽안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편안할지 모르겠다,

중일이도 그 이어폰 속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었다,

그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순간이 가장 불행하고 무서운 순간과 함께 했다는 것

그게 문제였다,

내가 행복을 만끽할 때 그래서 주위에 무심하고 무심할때

엄마는 죽었다,

겨우 벽하나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는 죽었고 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었다,

싸이고패스도 아니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중일이의 죄책감 아버지의 죄책감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보살핌 모든 것이 덮여지는 게 싫지만 들추기도 두려운 시간들

참 멋진 고모가 중일이를 다독인다,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그리고 그런 소소한 일들이 행복이라는 걸 이제 중일이는 안다,

사실 그 전에도 알았었는데 잠깐 잊은 것 뿐이다,

 

아이들은 욕을 하고 반항을 하고 아이씨~~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래도 속이 깊다,

엄마를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남의 입장을 생각한다

다만

표현하지 않는다,

생각만 할 뿐이지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표현하면 조금만 움직이면 참 좋겠는데 그럼 바로 상대에게 전해질텐데

참 속이 깊고 참 바른 아이들인데 왜 말을 그렇게 할까? 왜 행동은 그렇게 할까

 

 

사실 김려령의 성인대상 소설들은 실망을 했다

취향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왠지 너무 자기 세계에 빠진 느낌?

뭐 그런거였는데

역시 청소년소설에서는 작가를 따를 사람은 아직은 없을 거 같다,

그냥 그 아이 마음속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듯이 짚어내고 그 눈높이에서 받아주는 표현들이 생생하다.

내 소원중 하나가 욕을 찰지게 잘하는 건데

작가의 책을 다시 찬찬히 보면 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은 그냥 있는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시간

그게 어른에게 부모에게 필요할거다,

아니 적어도 내겐 필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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