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쯤 됐을 겁니다. 평소 즐겨보던 잡지를 어느 카페에서 잠시 보게 되었습니다. <루엘>인지 <아레나>인지 정확히 생각이 나질 않고 몇월호인지도 가물가물 합니다만, 거기 여름을 간지나게 빛낼 반바지라는 것들이 주루룩~ 소개돼 있더군요~ (이것만 기억납니다.--;;)


아, 완전 꽂혔습니다. 체크 반바지였는데, 길이...길이가 중요했습니다. 기장이 40센티도 안되는 3부 팬츠였는데, 모델들이 입고 나온 팬츠는 완전 작살 수준...


특히, 린넨 자켓과 보트 슈즈의 조합이 환상 자체 였습니다. (절대 해변의 패션이 아님..)


린넨 자켓은 몇 벌 있고...보트 슈즈도 몇 개 있어, 비슷한 반바지를 사러 명동엘 갔습니다.


엇, 근데 없습니다! 없어요~ 퇴근하고 시간 날 때 마다 가보는데 없는 겁니다~ 지난 주까지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곳은 모두 가봤지만 남성 3부 바지를 파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여튼 지난 주까지 줄기차게 쇼핑센터라는 곳들을 돌아다녔는데, 못 구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도 이잡듯이 뒤졌는데, 역시나 없군요.. 좌절~ OTL


앗! 근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미국 브랜드인 A사이트에서 말이죠~ 가격이 쫌 셌는데, 다행히 할인 행사를 해서 구입했습니다. 38,000원 하더라구요...


오~~~어제 도착했습니다. 입어 봤는데, 역시 간지 납니다..ㅎ 기장을 재보니 38센티입니다... 잡지 사진에서 본 딱 그 길이입니다~


역시 자켓에 반바지를 입어 뽀대가 나려면 반바지 기장이 무조건 무릎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는 똑같은 자켓에 7부나 5부 바지를 입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3부 바지에 비해 좀 얼빵해 보입니다..ㅋ


이제 잘~~입어주는 일만 남았군요.. 9월까지 줄기차게 입어야 겠습니다..하하~

근데, 참으로 요상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남성 3부 반바지가 없을까요? 유럽쪽에서는 대세인거 같은데... 여성 3부 바지는 널려있는데 말이죠. 

참고로 요 사진이 잡지에서 본 바지와 가장 근접한 수준~ 체크였다면 거의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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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1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한여름에 자켓부터가 우리나라 남자들의 빠숑이 아니잖아요^^

yamoo 2010-08-18 19:51   좋아요 0 | URL
더워도 자켓은 입어줘야 합니다...벗어서 손에 드는 한이 있더라도..빠숑을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져~ㅎ

마녀고양이 2010-08-1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3부 바지 인증샷 올려주세염!!
아니면, 이 페이퍼는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

알라디너 여러분, 야무님의 인증샷 요청에 열렬히 동참해주세요!
인증샷을 위하여, 추천 한방!!!

yamoo 2010-08-18 23:5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마고님..부추기지 마셔요~~ 뭐, 바지를 놓고 사진 찍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그래두, 좀 그래요~ 비키니 수영복 샀다고 자랑하는 페이퍼에다가 인증샷을 요청할 수는 없잖아여~ㅎ 같은 맥락으로 봐주시길~~ㅎㅎ

사실, 서재 사진 올리는 것두 쪽팔려서 못올리겠슴다~

양철나무꾼 2010-08-19 11:54   좋아요 0 | URL
비키니 수영복 샀다고 자랑하는 페이퍼에다가 인증샷 요청하는 거...왜 안되는 거죠?
아즘들은 그거보다 더 한 것도 하는데여~^^

yamoo 2010-08-19 21:00   좋아요 0 | URL
헉! 역시 미쉬 아즘들은 무섭습니다...무서워여~~ㅎㅎ

웽스북스 2010-08-1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야무님 쉬크한 도시남자였군요

yamoo 2010-08-19 00:00   좋아요 0 | URL
쉬크한 도시남이 되려면 멀었죠~ㅎㅎ 전 쉬크한 도시남 보다는 스타일있는 평범남을 지향합니당~~ㅎㅎ

2010-08-1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8-19 21:0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 남자 사람...ㅋㅋ
예~ 저, 남자 사람이에요..ㅎ 여잔줄 아셨나바여~~ㅎㅎ

stella.K 2010-08-2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데요? 야무님 죽이는 각선미를 갖고 계시는가 봅니다.ㅋㅋ
왠지 보고 싶다능...ㅠ

yamoo 2010-08-20 13:47   좋아요 0 | URL
죽이는 각선미는 아닌데여..--;; 그냥 스키니진 입을 정도에요..ㅎ

stella.K 2010-08-20 14:58   좋아요 0 | URL
오, 스키니진! 야무님 스탈리쉬한 멋쟁이로군요!
음, 좋습니다.^^
 

 

 

 

 

 

 

 

순수한 도덕은 유일하고 보편적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무엇이 거기에 부가되지도 않는다. 순수한 도덕은 역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떠한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아무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도덕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결정하며, 무엇에 의해 조건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조건을 부여한다. 요컨대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도덕은 순수한 도덕의 요소들과 다른 요소들이 다양한 비율로 혼합된 것이다. 이 다른 요소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는 다소 불분명하지만, 대개는 종교에서 온 것이다. 어떤 사회의 도덕에서 순수한 도덕의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그 사회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회에 보편적인 도덕의 순수한 원리가 충분하다면, 그 사회는 세상이 다할 때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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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난해,그 자체였는데...
이세욱님 때문에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다는~~~ㅠ.ㅠ

님의 완독을 기원하며...홧팅~!!!

yamoo 2010-08-18 13:46   좋아요 0 | URL
이거 예전에 다 읽은 거에요~^^ 리뷰를 쓸라고 하는데, 귀찮은 일이 계속 발생하여 시일이 걸릴 거 같다눈~ㅎ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포스트 잇이 수도 없이 붙어 있네요..그 중 한 부분입니다..ㅎ 토론에서 같이 읽은 책인데요..찬반논란이 굉장했던 책입니다..ㅎㅎ
꾸역꾸역 읽으셨군요~ 전 아주 재밌게 읽었답니다..막 밑줄 치면서..ㅎㅎ 우와~ 우엘벡 대단해, 대단해~~를 외치면서 말이죠^^
 


얼마 전 황당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리비아가 리비아에 주재하고 있는 우리 외교관들을 한국으로 추방했다는 보도. 이후 우리나라의 스파이 활동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잊혀졌죠. 단지, ‘뭔가 구린 구석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일상은 바쁘니까요.

헌데, 그 실체를 일요일인 광복절날 알게 됐습니다. 아침에 정독도서관으로부터 문자가 날라 왔습니다. 빌린 책을 반납하라고. 귀찮지만 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 억지로 갔는데, 도서관은 광복절이라 휴관. 분명 광복절인 것을 알았는데, 일요일하고 겹치면 망각하는 이 증상...할 수 없이 반납함에 넣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근천에서 웬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유인물을 나눠줍니다. 유인물의 타이틀이 눈을 잡아끕니다. <국제망신, 경제파탄 미국 몰입 외교를 중지하라>라는 B4 한 장짜리 팜플릿. 밑에는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라고 적혀있습니다. 얼릉 받아서 펴들었습니다.

1면 헤드라인.
외국 군대 끌어들여서 한반도를 외세의 전쟁터로 만들고
미국 뒤치다꺼리 하다가 중동에서 쫓겨나고
이명박 정부의 미국몰입, 사대외교에 우리의 미래가 없다.

바로 가운데 내용에서 몇 일 전 보도된 리비아 사태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리비아에서 벌어진 사태는 남부끄러워서 말도 못할 지경입니다. 남의 나라 국가원수 뒤를 캐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미국에 정보 넘겨주려 그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비아의 카다피 원수는 ‘미국에 정보를 넘기지 않았냐’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뒤치다꺼리 하다가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많은 수주를 따내는 건설시장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여기서 ‘미국 뒤치다꺼리’란 미국이 우리나라에 강요하고 있는 ‘미국의 이란 독자 제재’에 한국의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그리고 한미FTA의 원만한 타결을 요구조건으로 한 외교적 빅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젊은 지성인 외교통상연구회는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자원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는 21세기, 이란과 원수가 될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외교입니까?” 이 울분은 계속 됩니다. “현실도 현실이지만 이명박 식 미국몰입, 사대매국 외교의 미래는 더 암울합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나중에 전쟁발발 시 돈도 내야하고 군대도 보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중동 블랙홀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이 걱정의 요지는 하나로 수렴하는 듯합니다. 바로 미국에 몰빵하는 사대매국 외교라는 점입니다. 젊은 지성은 지탄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사대굴종 외교는 우리에게 경제, 정치, 평화 그리고 자존심 그 어느 것 하나 지켜준 게 없습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하수인 취급받고, 미국이 압박하면 무엇이든 ‘yes’를 외치는 ‘쉬운’ 정부로 무시당하는 것이 이명박 식 사대외교의 결과입니다”

너무도 원색적인 비판이지만 몇 가지만 놓고 봐도, 현 정권의 외교는 사대외교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왜 남의 나라에게 잘 보이려고 카다피 원수의 뒤를 캐고 다니느냔 말입니다. 저런 국제적인 개망신을 당하고도 외교부 수장이 자리를 꽤차고 있다면 한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거라 생각됩니다.

헌데, 지금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 우리나라 외교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임의식은 저~~멀리 있군요. 원인은 분명한데, 책임이 없는 어정쩡한 상태. 이런 현실에서 오늘자 매일경제를 보니 정부가 ‘공정’을 외칩니다. 하하~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옵니다. 사대외교에, 국제적 개망신을 당하고도, 통절한 반성의 책임 없이 뻔뻔 스럽게 ‘공정’을 외치다니~ 통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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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보다, 저런 유인물이 사건의 실상을 바로바로 알게 해줘서 좋습니다.진실을 아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않습니다. 일간지들은 있는대로 포장을 해서 진실을 흐려놓는 뭔가가 있는데, 저런 유인물은 해당 분야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실상을 알리려고 동분서주 합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면서 사실을 바로 볼 것을 촉구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 팜플릿은 일간지 기사보다 가치있는 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8-1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엽기 조선왕조실록> 읽으면서,
우리는 대대로 이래왔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껴요.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지만, 북한 역시 중국에 매일 보고하고 세대 교체를 하는걸 보면..
아................................ 탄식 중~

yamoo 2010-08-18 13:50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사대주의는 천년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답니다..ㅎㅎ 그게 하루아침에 바뀔수는 없겠죠. 그래도 명분은 사대지만 실리적으로 꽤 자주적이었던 적도 있는지라...근대, 작금의 외교노선은 민망할 정도의 사대외교군요..ㅎㅎ 북한은 중국하고 러샤한때 막 떼쓰는 스탈이라서뤼..ㅋㅋ

양철나무꾼 2010-08-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긴말 필요없고 강력추천~!!!
(근데 그래서 그런걸까요?
울 대통령이 7위나 된다는 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거든요~ㅠ.ㅠ)

yamoo 2010-08-18 13:51   좋아요 0 | URL
울 대통령이 7위라구요?? 어떤 분야에 순위를 매겼나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등수 군요..뭐, 미국에 아부하는 순위를 매긴다면 7위보다 앞서겠죠..ㅎㅎ

saint236 2010-08-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네가 말하는 공정이 process는 아니겠지? Americanaization Process인가 보죠. 왠지 요즘 외교 정책을 보면 도박하는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분산투자를 대졸이상 학력을 가지신 분들은 잘 모르는가 봅니다.

yamoo 2010-08-18 13:54   좋아요 0 | URL
프로세스가 아니라 공평의 의미를 담은 공정입니다..매경에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으니, 꼴에 비슷한 화두를 던진 것 같습니다..분산투자야 다들 알겠죠...그치만 미국 몰빵이 정치를 하는 자신들에게 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모양입니다..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08-1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비아 쪽은 좀 수습이 되는 것 같은데 이란과의 마찰은 사실상 뚜렷이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워낙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미국은 제재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니 난감하지요.중소기업협회에서는 이미 이란 진출 중소기업 절반이상이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보수적인 신문들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이란 진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고 상당히 자세히 다루더군요.

yamoo 2010-08-18 18:20   좋아요 0 | URL
저 팜플릿에도 리비아와 이란 시장을 다~ 날려먹는 행위라고 우려에 우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회사가 열심히 일해서 일구어 놓은 중동시장, 그리고 이란과 리비아와 쌓아 놓은 민간차원의 신뢰를 깡그리 날려버리는 외교노선을 채택한 정부...손실을 보전해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저런 무리수를 두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아..이러다가 중소기업들 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18 18:36   좋아요 0 | URL
아...제가 좀 잘못 쓴 게 있네요.이란에 수출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현지에 진출한 기업은 대기업들입니다.건설이나 플랜트 등을 맡고 있지요.중소기업들은 그다지 대정부 영향력이 없지만 대기업들이 불만을 표시하면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사실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는 한미동맹을 내세워 이란 제재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하고 지식경제부는 이란과의 경제문제를 내세워 신중해야 한다며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yamoo 2010-08-18 19:54   좋아요 0 | URL
외교부와 경제부가 기싸움을 하겠군요..헐~

근데, 대기업이 진출하더라도 그 대기업에 자재를 공급하는 건 대부분 중소기업들이잖아여~ 대기업이 수주 실패하고 없었던 일로 되면 중소기업에는 직격탄이 될 듯 한데요^^

리비아 사태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19 17:46   좋아요 0 | URL
우리 대기업이 진출한 지역에서는 당연히 현장의 자재나 인력은 주로 현지에서 조달합니다.굳이 그런 경우까지 국내의 중소기업 인력을 데려갈 필요가 없지요.어려운 기술은 당연히 숙련기술이 나은 우리 대기업이 맡구요.이란은 원유는 많으나 정유기술은 부족한데 이번 경우 우리나라가 멈칫하는 사이에 중국이나 러시아 정유회사가 이란과 계약할 우려가 많지요.이번 이란 사태에 대해서는 안 다루는 신문이 없으니 아무 신문이나 골라서 보시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에요.
 


오래전부터 에른스트 카시러의 주저들을 읽어보려고 두 권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국가의 신화>와 <문화과학의 논리> 두 책입니다.

헌데, 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에 자꾸 읽어야 할 리스트에서 멀어져만 갑니다.

할 수 없이 짧은 시간에 카시러 사상의 일면을 훑고자 책세상 문고판을 펴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문학의 구조 내에서 상징형식 개념 외>(책세상, 2002) 였죠~

카시러의 문화철학을 접할 수 있고, 게다가 ‘문화철학의 자연주의적 논거와 인본주의적 논거’가 아울러 수록돼 있어 잽싸게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스노우의 <두 문화>에 대한 논의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볼 겸 해서요~

아, 근데 첫 페이지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도무지 읽어 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다음 페이지도, 또 그 다음 페이지도! 이건 번역본을 읽은 고전 중에서 가장 형편없는 번역서 중 한 권일 겁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범우사> 였습니다.)

이건, 영어 좀 하는 고등학생이 사전을 옆에 갖다가 놓고 해석을 한, 딱 그 정도의 수준입니다.

너무 심한 비유인가요? 그럼, 이해가 도저히 안 돼서 5번 이상 읽었던 10여 장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쓰레기같은 번역인지 같이 확인해 보자구요. (맞습니다. 이 번역은 쓰레기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낌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내가 이 강연에서 역사적이거나 특별히 문화학적이지 않고, 바르부르크 도서관이 체계적이고 철학적인 유형으로 부여한 과제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주제를 감히 다루려 한다면, 이런 시도에는 논증과 정당화가 필요할 것이다.” p15

이게 도대체 한국어 문장이란 말입니까? 고등학교 학생의 작문도 이보단 낫겠습니다. 보건데 함부르크의 이 문화학 도서관이 카시러가 보기에 너무도 대단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적이고 문화학적인 자신의 강연이 이 도서관(역사와 문화학 서재가 빼곡히 들어찬)에 비추어 하잘 것 없는 수준이다.’ 뭐, 대충 이런 뉘앙스 같은데, 저따위로 번역해 놓으니 내용 파악이 전혀 안 됩니다.

이 단락의 마지막 문장도 가관입니다. “이곳에서는 예술사, 종교사, 신화사, 언어사, 문화사가 공공연히 나란히 꽂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겹쳐 공통의 이념적 중심점과 관련되어 꽂혀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어색한 문장입니다. 그리고 계속 ‘~것이다’를 남발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짜증을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는 더 가관입니다.
“있음[존재Sein]의 되어감[생성Werden]에 대한 관계는 진정한 상관관계로서, 반대의 경우도 그러하다. (한 문장 건너서) 정신의 삶이, 그것이 전개되는 단순한 시간의 형식 속으로 용해되지 않으려면, 그 시간 속에서 해체되지 않으려면, 일어남의 동적인 배경 아래 형태를 가지고 지속하는 다른 것, 곧 머무는 것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p16

맥락상 어떤 의미로 번역했는지 어렴풋이 알겠습니다만, 이해하기 힘든 문장입니다. 이걸 읽고 이해가 되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는 앞 뒤 맥락의 내용과 글 전체의 내용을 아는 번역자이거나 카시러 전문가이겠지요. 하지만 문장 상으론 완전히 비문입니다. 어려운 이유가  해독하기 어려운 문장 때문입니다. 그냥 원서에 있는 개념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페이지의 마지막 세 문장입니다.
“그 경향이란 실증주의, 그러니까 정리와 제한, 사실에 대한 단순한 자료를 넘어서는 것이다. 현대 언어학자 가운데 다음과 같은 주장을 대단히 정력적으로 따른 사람은 카를 포슬러이다. 결정적으로 실증주의에서 관념주의로 진보해야만 언어사적 사실이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pp16~17

실증주의 경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거니와(앞 문장에서 단순히 “오늘날 철학보다는 오히려 개별과학 자체에서 다시 어떤 경향이 매우 강하게 일고 있다”고만 언급) 이 실증주의 경향이 그냥 정리, 제한 그리고 사실에 대한 단순한 자료를 넘어서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카를 포슬러가 따르는 주장이 또 그것이라는 군요. 집중해서 반복해 읽어보면 ‘단순한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인 실증주의를 넘어 관념주의로 나아가야만 언어사적 사실이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내용 같은데(잘 해독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내용을 저렇게 번역해 놓으니 독자는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게 됩니다. 역자가 한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어 시간에 저따위로 작문한다면 선생님한테 심한 꾸중을 듣고도 남습니다.

계속 볼까요. 건너 뛴 문장도 읽기가 힘들 정도로 어색하지만 아래 인용한 문장보단 낫습니다.

“그는 살아오면서 모든 자신의 영향과 성과를 단지 상징적으로만 보았고, 당시 생각하기에 가장 원천적이고 깊이 있는 그리고 ‘가장 진실한’ 사고, 변형의 이념도, 첼터에게 보낸 변지가 말해주듯, 이제는 오로지 상징적으로만 이해하려고 말이다.” p20

문장을 분해해서 몇 문장으로 나눌지도 엄두가 안 나는 문장입니다. 그냥 원서에 있는 독일어를 한국어로 변환시키는 번역기와 하등 다를 게 없는 문장입니다.

또 두 페이지 정도는 그런 대로 읽을 만하게 전게 되다가 4페이지를 넘지 못하고 다시 번역기 돌린 듯한 문장이 나옵니다. “그런 매개가, 그것이 소리 기호에 의해서든 신화와 예술의 형상 형성을 통해서든 아니면 순수 인식의 지적인 기호와 상징에 의해서든, 정신적인 것 자체의 본질에 필연적으로 속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것의 본질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일반적 형식을 숙고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p22

역시 무슨 소린지 모르는 비문입니다. 원서의 내용을 모르니 정확한 번역은 안 되겠습니다만, 주어진 문장을 최대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고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소리 기호에 의해서든 신화와 예술의 형상형성(카시러가 사용하는 개념같습니다)을 통해서든 아니면 순수 인식의 지적인 기호와 상징에 의해서든, 그와 같은 매개가 정신적인 것 자체의 본질에 필연적으로 속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일반적 형식인 정신의 본질적 숙고를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뭔 소린지 도저히 몰라서 최대한 번역자가 번역한 틀 내에서 바꾸어 봤습니다. 정확히 이런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번역자는 독자가 읽어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역이든 뭐든 말입니다~

이후로도 계속 유리를 밟는 듯한 문장은 계속 됩니다.

“의성어적 언어기원론은, 이미 스토아학파에서 체계적으로 완성되었고, 18세기에 비코를 통해 알게 된 독창적이고 특이한 형성 과정 속에서 근대와 현대 언어이론의 초기까지 관철되었다.” p26

“다른 한편 언어의 역사를 보면, 언어의 고유한 원칙은 소리를 묘사하는 데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은 반면, 언어 형성에 함께 작용하는 요소로서는 어디서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래서 경험적 언어 연구에서 많은 비난을 받은 소리모사 원칙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된 명예 회복이 계속해서 시도되어 왔다.” 상동

“아무도 소리와 의미를 원래의 자연적인 관계로 수용하는 것을 동정적인 멸시의 미소로 내려다볼 권리가 없으며, 이 문제를 잘못 해결한 사람이 한 번도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 않은 사람보다 백 번 낫다는 지적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상동

“에벤 언어에는 받아들인 인상을 소리로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매우 많다. 들은 것, 본 것, 어떻게든 지각된 것을 모두 흉내 내고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소리로 표시하는, 거의 강요되지 않은 유희에서 생겨난 수단의 풍요로움이다. p27 

계속 읽는 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거의 이런 식의 문장이 끝까지 계속 될 것 같아 읽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래두 32페이지까지 봄) 제가 너저분하게 본문을 계속 인용한 것은 모두 문장 자체가 잘못된 문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냥 원어에 대응하는 한국어만 있어, 대충 조합하여 그럴듯해 보이면 번역이라고 출간하는 작태가 한심스럽기 때문에 주구장창 인용해 본 것입니다.

만약 인용한 문장이 뭐가 이상하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한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 합니다. 이건 원천 봉쇄의 오류가 아닙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왜 잘못됐는지 지적할 수 있는, 일명 썩은 문장의 대표적인 예들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고전 번역서들이 윗 문장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문예출판사본인 막스 베서의<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같은 출판사본인 샤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역시 위에 언급되어 있는 문장들과 대동소이 합니다. 모두 저열하고 조잡한 문장들로 명저를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번역은 번역자의 명성에 있지 않습니다. 대단한 학벌과 업적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좋은 번역을 담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출간된 대부분의 고전 번역들은 모두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었지만 출간되어 나온 책들을 보면 매우 조악한 번역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언하건데, 고전은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번역이 이상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입니다)

카시러의 문화철학을 접해보려고 책을 펴들었지만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30여 페이지를 수도 없이 읽어 봤지만, 결론은 읽을 필요조차 없다는 것을요.

카시러 전문가처럼 선전해 놓은 역자, 오향미는 제가 볼 때에 에른스트 카시러의 철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번역했다고 보여집니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어찌 번역기를 돌린 것과 같은 문장들을 내뱉느냔 말입니다. 역자는 무책임한 번역으로 카시러 철학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이 책은 교정 과정에서 다시 회수되었어야 마땅합니다. 이러한 번역본이 돌아다닌 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한국 번역서들의 질이 안 좋다는 반증이겠지요.

읽느라 열 받았고, 이 글을 꾸역꾸역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덧붙임]

저도 역시 글을 못 쓰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죠. 제 글 역시 썩은 문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도 많이 있겠죠. 하지만 번역하시는 분들 정도라면 이 잣대는 높아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 있는 번역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주제넘게 번역에 대해서 울분을 토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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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번역 문장을 보면서 절대적으로 공감을 표합니다~
특히 전문 서적들.. 번역 가관입니다. ^^

yamoo 2010-08-17 09:56   좋아요 0 | URL
거의 읽기 힘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번역서들이 그러니, 해당 외국어 좀 하는 사람에게는 원서를 보는 것이 이롭죠~ 헌데, 모든 외국어를 잘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울며 겨자 먹기로 번역서를 볼 수밖에 없죠. 그래도 왠만하면 군소리 안하고 읽는데...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번역서들이 수두룩하더군요~ 번역서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읽을만한 책이 없다는..ㅜㅜ

양철나무꾼 2010-08-1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서를 보다가 뚜껑 열리는 경우가 어디 한두번이어야 말이죠~ㅠ.ㅠ
저게 도대체 말인지 망아진지...

그런 의미에서 저는 불끈 입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불끈~
그러기 위해서 체력 안배 잘해서 기초실력을 탄탄히 해야겠다,불끈~

yamoo 2010-08-17 13:34   좋아요 0 | URL
뚜껑이 안 닫히는 것이 문제에요..ㅎ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나무꾼님의 그 불끈~ 에 한표 던집니다~^^

마늘빵 2010-08-1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책이 익숙한가 했는데 저도 한번 들었다 놨던 책이네요. ^^ 오래전 페이퍼로 번역 문제를 언급했고요. 페이퍼가 없었다면 접한 줄도 몰랐을 겁니다. :)

yamoo 2010-08-17 23:3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아프님 리뷰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카시러가 글을 어렵게 쓰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읽지도 못하게 해 놓다니...아프님의 지난했던 이 책 읽기가 눈에 선합니다~^^

철학전공자 2012-04-06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일에서 카시러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자로서 정말 할 말이 없고 또 한편 아쉽네요. 안그래도 카시러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그나마 번역서가 그런 수준이라니...
논문을 끝내고 나서,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해 볼까 생각은 있었지만 독일 철학용어를 한국어로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고 진작에 포기했었습니다. 그래도 용감히 번역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는데 정말 나도 실망. ㅠㅠ... 그래서 새삼 내 논문을 다시 꺼내보고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뉴욕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였던 소칼은 재미있는 착상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평소에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철학자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남발하는 공허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을 입증하기 위하여 아무 의미도 없는 가짜 논문을 만들어서 유명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학술지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소칼의 시도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대범하게 실행한 것이다. 평소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계에 가진 생각이 옳다면, 자신의 엉터리 논문이 학술지에 채택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소칼은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위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가짜 논문을 ‘Social Text’에 제출했다.

소칼의 말에 따르면, 포스트 모더니즘 학술지가 ‘그럴듯하게 들리고 편집자의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에 비위를 맞춰주기만 하면 넌센스로 범벅이 된 논문을 출판해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 논문은 1996년 ‘Social Text’의 봄/여름호에 출판되었다. 자신의 논문이 Social Text에 실린 날, 소칼은 ‘Lingua Franca’라는 학술지에서 Social Text에 실린 논문은 엉터리 논문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서 Social Text를 출판하던 듀크 대학교는 큰 홍역을 치렀다. 소칼은 자신의 엉터리 논문에 대해 ‘좌파들의 전문 용어, 비위를 맞춰주는 참고 문헌, 장황한 인용, 명백한 넌센스들을 자신이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멍청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인용문을 중심으로 섞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대학에서 문학이나 철학을 강의하는 분들이나 현대철학을 공부하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알쏭달쏭한 개념들을 쏟아낸다. 알 수 없는 개념들이기에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고리가 된다. 쓰는 사람은 논의에 맞게 쓸 수 있어 의사 전달에 편할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어지럽다.

상황이 이쯤 되면 말하는 이가 뭔가 있어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알 수 없는 개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또한 그럴듯하게 사용하여 말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적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고개만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나도 소칼과 같은 시도를 꽤 많이 해 봤는데(개념을 정확히 잘 모르면서 아는 척 말하는 거) 철학에 문외한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자신의 공부가 부족함만을 탓했다.

더 심한 상황은 토론 자리에서 벌어진다. 어떤 논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뭐라고 하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무장한 사람이 철학적 개념들을 들이대며 아니라고 한다. 이후의 상황은 간단히 정리 된다. 아무 반박도 못하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나 보라고 시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연출된다. (솔직히 이런 자리를 꽤 많이 목격했다)

중요한 건 그들이 개념을 몰라서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변되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개념들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도 정확히 알 지 못하는(그런데 안다고 생각하고 쓰는) 모호한 개념들은 그 개념의 나열만으로도 충분히 현학적인 문장이 되어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다음 개념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철학적 단어들을 마구 잡이로 늘어놓은 것이다.

[칸트, 윤리, 상징계, 담론, 의식, 메타, 환원, 사고, 이율배반]


이따위 무의미한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조합될 수 있다. “칸트적 이율배반을 상징계적 윤리의식으로 환원하는 메타 담론 - ” 그럴듯한 철학적 문장이 완성되었다. 아무 뜻도 없이 개념만 나열한 문장이 어느새 고상하고도 철학적인 문장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어떤 상황이든지 논의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특히 ‘칸트적’, ‘들뢰즈적’, ‘라캉적’ 이라고 하는 철학자 이름 뒤에 붙인 관형적 어미 ‘적’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마법을 부린다. 누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이런 개념에 익숙한 사람들은 안다는 전제하에 이 후의 논의를 진전시킨다. 정말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소칼이 지적했듯이 작금에 판을 치는 포스트모던 철학은 현란한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면 공허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소칼은 그것을 대담하게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 뿐! 프랑스 철학 등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 대한 내 생각을 소칼이 그대로 증명했다는 데에 속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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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철학만 그런 것은 아닌거 같아요.
저는 작년까지 IT 테스트 프로세스 컨설팅을 했는데,
이런 분야도 엄청난 언어 유희를 즐기거든요... ^^
에러, 오류, 버그, 결함, 인시던트, 이슈 모두 뜻이 달라요.

진짜 웃긴건,, 석박사 마치고 바로 컨설팅한다고 온 사람들은
저런 단어 하나 잘못 쓰면 엄청 면박을 준답니다. 그런데
실무에 테스팅 프로세스를 적용하기 위해 하는 행위는 영....
현실과 동떨어져서 헛집고 개발자들 고생시킨다는거죠. ^^

yamoo 2010-08-16 19:49   좋아요 0 | URL
아이티 분야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군요^^ 근데, 에러, 오류, 버그, 결함, 인시던트, 이슈...이런 단어들로도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수가 있나욤? 아, 그나저나 석박사 마치고 바로 컨설팅할 때에는 단어 하나하나를 엄청 따지면서 실무 테스팅할 때는 마구잡이로 쓰나요? 아, 아이티 분야는 하나도 몰라서뤼~ 쩝..

마녀고양이 2010-08-16 19:58   좋아요 0 | URL
아니여.. 경험은 없는데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해서
큰 숲을 못 봐여..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서
사용하라고 강요를 하죠. ^^

yamoo 2010-08-16 20:05   좋아요 0 | URL
아항~~위의 상황과 반대되는 상황이군요..ㅎㅎ 그러고보니 분석철학자들을 비판했던 철학자들의 논리가 생각나네요^^

양철나무꾼 2010-08-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분야 관련 저런 걸 매번 경험하고 살죠~

근데 하나로 귀결되는 건,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겁니다.
고개 뻣뻣한 벼가 있다면 그건 볼것도 없이 채 다 안 익은거죠.

yamoo 2010-08-16 19:54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의 분야관련 에피소드를 듣고 싶은데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면 될걸, 그냥 두루뭉술하게 들뢰즈적이라고 합니다..들뢰즈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루 통용될 듯 싶은데요, 그 외의 사람들에게 들뢰즈적이라고 하는 것은 들뢰즈의 어떤 개념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풀어서 설명해줘야지, 마구잡이로 들뢰즈적이라고 하면 들뢰즈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은 혼란스럽잖아요~ 좀 친절해 졌으면 하는 바람에서..그럼 말장난이다 뭐다 불만이 없어질텐데 말이죠..쩝~

양철나무꾼 2010-08-17 10:52   좋아요 0 | URL
제 분야 관련 에피소드 얘기하면 이해하기 힘드실텐데...

그 중 이해할 수 있을 만한거 하나만 얘기해 보자면,
한창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시기 였죠.
걍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이라고 얘기하면 될 걸,
애볼라 인플루엔자가 어쩌고 저쩌고 말야~
(ebola는 virus랑 연결되는 전혀 다른 것임.)

yamoo 2010-08-17 23:36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전문적인 분야이군요! 엇, 근데 나무꾼님 이공계열 이셨나부당~~ 문학을 싸랑하셔서 인문 전공하셨는 줄 알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