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황당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리비아가 리비아에 주재하고 있는 우리 외교관들을 한국으로 추방했다는 보도. 이후 우리나라의 스파이 활동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잊혀졌죠. 단지, ‘뭔가 구린 구석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일상은 바쁘니까요.
헌데, 그 실체를 일요일인 광복절날 알게 됐습니다. 아침에 정독도서관으로부터 문자가 날라 왔습니다. 빌린 책을 반납하라고. 귀찮지만 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 억지로 갔는데, 도서관은 광복절이라 휴관. 분명 광복절인 것을 알았는데, 일요일하고 겹치면 망각하는 이 증상...할 수 없이 반납함에 넣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근천에서 웬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유인물을 나눠줍니다. 유인물의 타이틀이 눈을 잡아끕니다. <국제망신, 경제파탄 미국 몰입 외교를 중지하라>라는 B4 한 장짜리 팜플릿. 밑에는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라고 적혀있습니다. 얼릉 받아서 펴들었습니다.
1면 헤드라인.
외국 군대 끌어들여서 한반도를 외세의 전쟁터로 만들고
미국 뒤치다꺼리 하다가 중동에서 쫓겨나고
이명박 정부의 미국몰입, 사대외교에 우리의 미래가 없다.
바로 가운데 내용에서 몇 일 전 보도된 리비아 사태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리비아에서 벌어진 사태는 남부끄러워서 말도 못할 지경입니다. 남의 나라 국가원수 뒤를 캐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미국에 정보 넘겨주려 그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비아의 카다피 원수는 ‘미국에 정보를 넘기지 않았냐’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뒤치다꺼리 하다가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많은 수주를 따내는 건설시장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여기서 ‘미국 뒤치다꺼리’란 미국이 우리나라에 강요하고 있는 ‘미국의 이란 독자 제재’에 한국의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그리고 한미FTA의 원만한 타결을 요구조건으로 한 외교적 빅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젊은 지성인 외교통상연구회는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자원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는 21세기, 이란과 원수가 될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외교입니까?” 이 울분은 계속 됩니다. “현실도 현실이지만 이명박 식 미국몰입, 사대매국 외교의 미래는 더 암울합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나중에 전쟁발발 시 돈도 내야하고 군대도 보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중동 블랙홀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이 걱정의 요지는 하나로 수렴하는 듯합니다. 바로 미국에 몰빵하는 사대매국 외교라는 점입니다. 젊은 지성은 지탄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사대굴종 외교는 우리에게 경제, 정치, 평화 그리고 자존심 그 어느 것 하나 지켜준 게 없습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하수인 취급받고, 미국이 압박하면 무엇이든 ‘yes’를 외치는 ‘쉬운’ 정부로 무시당하는 것이 이명박 식 사대외교의 결과입니다”
너무도 원색적인 비판이지만 몇 가지만 놓고 봐도, 현 정권의 외교는 사대외교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왜 남의 나라에게 잘 보이려고 카다피 원수의 뒤를 캐고 다니느냔 말입니다. 저런 국제적인 개망신을 당하고도 외교부 수장이 자리를 꽤차고 있다면 한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거라 생각됩니다.
헌데, 지금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 우리나라 외교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임의식은 저~~멀리 있군요. 원인은 분명한데, 책임이 없는 어정쩡한 상태. 이런 현실에서 오늘자 매일경제를 보니 정부가 ‘공정’을 외칩니다. 하하~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옵니다. 사대외교에, 국제적 개망신을 당하고도, 통절한 반성의 책임 없이 뻔뻔 스럽게 ‘공정’을 외치다니~ 통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