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참 귀찮은 눈이었어 - 나타샤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찬바람이 제법 분다. 손끝이 시려워지고 아이도 아니면서 잼잼을 한다. 부족하지만 애쓰는 피들이 손끝까지 어서 달려가길 바라는 바람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몇번인가 쥐었다 편 손바닥에 분주하게 그어진 선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가장 진하고 깊은 선을 따라 옹색한 집들을 배치하고 뿌옇게 흐려지는 사람들을 배치해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의 골목을 닮았다. 손바닥에 운명이 있다더니 운명은 모르겠고 살아 온 내력쯤은 읽히기도 하겠다고 미심쩍은 수긍을 해 본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과 골목을 지나 제일 높고 깊은 곳에 있던 우리 집. 아니 우리 방. ...

10점
너와 나, 진실에 관한 평행이론 게임 - Falstaff
<잠수 한계 시간>
율리 체의 전작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을 읽고 이거 참 난감한 작가가 또 한 명 등장했다 싶었다. 이번에 <잠수 한계 시간>을 고를 때는 거의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선뜻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그건 우습게도 <형사 실프……>를 읽으며 난감했던 기억을 그동안의 시간이 풍화시켰기 때문이었다. 1974년 본에서 태어난 범띠 체 여사님께선 일찍이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소설도 쓰기 시작했으며 UN에 근무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도 하고, 법학박사답게 법조인으로도 활약하면서, 놀랍게도 주어진 시...

8점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 자목련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반양장)>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내부의 변화다. 외부를 바꾸는 일도 쉬운 건 아니지만 내부의 변화는 정말 어렵다.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에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어떤 자극을 원한다. 외모를 정리하고 여행을 계획하고 뭔가를 배우기도 한다. 수만 번 결심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내부는 철옹성처럼 단단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내부를 움직이는 건 아주 커다란 사건이나 상처를 동반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장’ 혹은 ‘성숙’이라 부르기도 한다.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속 ‘나’에게 그것의 시발점은 아내 유디트...

8점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트럼프의 시대, 진실과 이성의 죽음을 이야기하다 - 초란공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 김영선 옮김 | 정희진 해제 | [돌베개]【들어가며】 “과학의 목표는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였다. 그는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양자 역학의 정립에 큰 기여를 했다. 이 말에는 인류의 역사가 편견과 싸워온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성있게 바꾸어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사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과학기술 그 자체는 인류에게 유익...

“나는 오래전 보스니아에서 이뤄진 인종 청소와 집단 학살을 취재하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희생자를 정당한 이유없이 공격하는 사람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도덕이나 사실의 거짓 등가성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면 도무지 입에 담지 못할 범죄와 그 결과의 공범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중립성이 아니라 진실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실을 진부하게 만드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믿습니다.”

-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이란계 영국 저널리스트)의 말
- P69


8점
괜찮다고, 내 마음에 내린 함박눈 - 잠자냥
<참 괜찮은 눈이 온다>
10년도 훌쩍 지난 것 같다. 한지혜의 글이 담긴 ‘책’을 읽는 것은. 소설집 <안녕, 레나> 이후 처음이다. 글을 많이 쓰지 않는 작가인가, 첫 소설집을 좋게 읽었던 터라 그 다음이 궁금했었는데, 그 다음은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러고는 내 기억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갔던 것 같다. 내가 한국 소설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 편은 아니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해 전이던가. 어느 신문 칼럼에서 꽤 괜찮은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했던 기억이 난다. 글쓴이를 보니 한지혜였다. 어? 이 사람이 그 한지혜인가? 그랬다...

8점
나는 차별주의자입니다 - cyrus
<선량한 차별주의자>
배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면서 폭탄선언을 한다. “여러분, 저는 차별주의자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배우의 고백에 기자회견장은 잠시 술렁거리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이 바빠진다. 기자석에 앉아 있던 어느 기자는 “생각해보니 나도 누군가를 차별한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라며 혼잣말을 한다. 그러자 배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죠?”라고 말한다. 방금 나온 배우와 기자의 발언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치질 치료제 광고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10점
사회와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동물, 인간 - 닷슈
<소셜 애니멀>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풀어나가는 형식을 보면 이야기 책 같기도 하고, 중간 중간 나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나 사회심리학적 설명을 보면 과학책이나, 진화론 책 혹은 사회과학 책이나 심리학 책인 것 같기도하다. 아마 이 모두가 맞을 것이다. 책 소셜 애니멀은 인간은 사회속에서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해가며, 완성되어가며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소셜 애니멀인 것인데, 저자는 각기 매우 다른 가정에서 자라난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두 남녀를 설정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그림자 아...

10점
중2병의 원인을 밝힌 책... - bookholic
<10대의 뇌>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0.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본 순간, 아빠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책에 대해서 알아보고, 먼저 읽은 사람들에 평을 좀 봤어. 아빠가 무턱대고 책 제목만 보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너희들과도연관성이 있으니 좀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책이 괜찮은 것 같더라.앞으로 너희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지금 읽고 나면 몇 년뒤에 따 까먹고 있을 수 있겠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몇년 뒤에 또 한 번 읽어보면 되겠지.…중2병이라는 말이 ...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비웃거나,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못마땅해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신 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기 마련이고, 그중에는 당신이 도울 수 있는 고민이 있다..- P27


8점
청춘은 봄?. 아니, 청춘의 독서. - yureka01
<청춘의 독서 (Gift Edition) (유시민 친필 인쇄 문구가 담긴 청춘의 노트 포함)>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청춘이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고 있거나 지나갈 예정이다. 흔히,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청춘은 봄"이라고 노래 부르는 그 청춘. 젊음의 순간. 푸픈 봄이라서 청춘이라 은유했던가 싶다. 그런데 지금의 청춘은 과연 봄처럼 푸르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간혹 꼰대들이 하는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청춘에 비해 요즘의 청춘을 비교하며, 자신의 청춘이 지금의 청춘보다 한결 더 힘들었고 어려웠으며 고난의 과정을 뚫고 오늘날의 토대가 되었음을 자랑하는 것도 한때의 "나 때가 말하는 그 청춘"일 것이다. 나도 ...

8점
조 올로클린 시리즈 6편 - 물감
<미안하다고 말해>
로보텀 소설도 꽤 오랜만에 읽는다. 나는 독서 슬럼프에 빠졌거나, 앞서 읽은 책들이 연달아 꽝일때 기분전환을 위해 찾는 작가가 몇몇 있다. 이 작가도 그중 하나인데, 내놓는 작품마다 평타 이상의 수준으로 빅재미를 보장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처방전 용도로만 찾기 때문에 맘대로 읽지 못하고 아껴두게 된다는 리스크도 있다. 여하튼 이젠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소개가 필요 없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을 간략히 말하자면 파킨슨병 1기가 진행 중인 심리학자로써, 매사건마다 경찰과 얽혀 가정을 챙기지 못하는 데다 여러 가지 피해를...

10점
유쾌 상쾌 통쾌 - 나비종
<읽거나 말거나>
방금 세수를 하고 부드러운 수분 크림을 한 겹으로 바른 듯 깔끔한 글.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본 느낌이다. 전후맥락 하나 몰라도 그 자체의 의미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말끔하다. 아, 내가 이런 느낌과 이런 문장을 좋아하는구나! 새삼 나의 취향을 깨닫는다. 노벨문학상을 탔던 작가라고는 하지만 처음 접하는 폴란드 시인의 글에 이토록 반하게 될 줄은 몰랐다.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알라딘 서점의 서재친구 syo님의 페이퍼를 통해서였다. 춘향전을 언급한 쉼보르스카의 서평을 읽고 어찌나 후련하던지! 먼 나라 시인의 정서와 유머 코...

8점
참 괜찮은 글을 만났다... - 구단씨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아프고 괴롭고 불안하고 막막한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이다. (280페이지) 어김없이 입시한파가 찾아왔다. 이상하다, 이 계절은.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포근하다고 느끼는 어떤 날들이었다가, 갑자기 입시와 함께 겨울의 추위를 뽐낸다. 겨울에 밀리기 싫어서 버티고 있던 가을은, 오늘을 기점으로 그 계절의 힘을 잃고 이후의 시간을 겨울에 양도한 것 같다. 평화적인 약속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입시의 전쟁을 치르고 나면 이제 겨울 따위는 지나가버린 계...

10점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지니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옛날에 한 마을이 있었다. 복개천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길이 나있는마을이었다. 가난한 동네 건너편으로 부유한 동네가 있었다. 시청이들어서고 IMF를 지나며 이제는 그 복개천도 완전히 도로 아래로 덮이고 가난한 동네와 부자 동네 역시서로 뒤 섞여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시절을 함께 지나왔던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그 복개천을 기억한다. 거짓말처럼 나와 겹치는 사연들이 많구나 하면서 읽어내려 갔다. IMF, 아버지, 여러 집이 모여 부대끼며 살던 마당이 있는 전셋집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지나던 친구들,...

10점
페터 한트게의 ‘나를 찾아줘!‘ - 가을벚꽃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반양장)>
한 여성이 스스로를 숨긴다. 주변 사람들은 이 여성이 납치되었거나 살해되었다고 생각한다. 신문 기자들과 방송국의 취재진들이 들이닥치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스스로 사라진 여성이 어렸을 때부터 인기를 얻던 SNS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남편을 의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가 인기가 사그라지자, 여자 혼자 꾸민 자작극이었다. 영화화되어서 더 유명해진 길리안 플린의 [나를 찾아줘]라는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현대인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을 찾아주기...

10점
당신도 기꺼이 이 연민의 시간 속에 참여하기를... - 헤르메스
<태고의 시간들>
시간은 평등하다. 누구에게도 조건을 따지지 않고 골고루 영위할 수 있게 해 준다. 모두가 저마다 소유한 시간 속에선 주인인 것이다. 세계란 알고보면 개별적인 시간들의 집합이다. 성당에 있는 모자이크 그림처럼 작고 다양한 개체들의 시간이 한데 모여 전체적인 풍경을 이룬다. 그런 풍경을 역사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자주 어떤 이들만이 역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그건 마치 모자이크 그림의 어떤 한 조각만을 딱 떼어내 보고는 그걸 가지고 그림 전체를 해석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

10점
여행은 돌아오는 것으로 완성된다 - H134340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돌아보면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떠난 기억은 많지 않다. 이성이 작용하고 있는 시간에는 현실의 잡다한 핑계들이 어느새 발목에 족쇄를 채워놓고 있었다. 나의 삶에서 이성은 언제나 걸음을 땔 만큼 강력히 작용하지 못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시간 속에서 갑자기 떠나고 있는 나를 발견했던 적이 많다. 생각을 정리하고자 떠난 여행의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나는 출발할 때와 별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생각해야할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순간에 떠난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어...

10점
시간이 공간이 되는 시점.. 그리고 시공을 품은 인간의 삶. - 취미독서
<태고의 시간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산다. 어떻게 보면 공간속에 존재하는 삶이지만 인간은 공간속에 산다는 말보다는 시간속에 산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시간은 한 인간의 바깥에도 존재하고 내적으로도 존재한다. 그로 인하여 인간은 때로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때로는 영원한 시간속에 존재하기도 한다. 한 인간의 삶은 그의 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작과 끝이 있으나 자연은 스스로 죽어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존재이나 명명을 이어간다. 이로 인하여 인간과는 다른 상대적 시간을 산다.   낯선 작가를 만났고 낯선 소설을 만났다. 아마도 나 말고도 많은...

8점
수치심이라도 알았으면... - kinye91
<예의 바른 나쁜 인간>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이라는 제목.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 한 자리에 있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나쁜 인간이라는 말에는 도덕적이지 않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도덕적이지 않다는 말과 윤리적이지 않다는 말이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음을 이 책에서 거듭 말하고 있는데... 도덕은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고, 윤리는 사회가 지니고 있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도 도덕적으로 수치심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윤리적으로 옳은 일을 한 사람도 도덕적으로 수치심...

8점
영원할 논쟁 -『신 없음의 과학』 - AgalmA
<신 없음의 과학>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교회 분들이 거리에서 티슈나 사탕, 팝콘 등을 나눠 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예수 믿으세요” 하는 것을. 그 행위의 심리를 따져 볼까.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에서 소개하는 ‘상호성의 원칙’에 해당하는데, 제품 홍보인 척 공짜 샘플을 나눠주면서 자연스러운 부채의식을 심어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 행위와 같다. 받을 건 받고 안 믿으면 그만이라고? 이 고도의 부채 시스템은 인류 문명의 독특한 특징이다. 종교가 이 세계에 뿌리내리는데 그런 심리 공략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0점
당신의 일을 응원합니다! - 설해목
<9번의 일>
책을 읽기 전 제목을 잠시 음미했다. 『9번의 일』의 ‘9’를 ‘구’로 읽을지 ‘아홉’으로 읽을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면서 책표지를 살폈다. 다리의 한쪽만 보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앞표지를 살피고 뒤표지를 봐도 심지어 책날개에 숨어 있나 싶어 책을 펼쳐보아도 한쪽 다리의 주인공은 찾을 수 없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아니 제목보다 더 알쏭달쏭한 표지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서는 알쏭달쏭함이 감탄으로 바뀌었다. “그는 수리와 설치,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일했다.” ...

10점
다행이다 - 파란마음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고향집 앞에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모눈종이처럼 길이 나 있었다. 그 논들의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양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길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자전거를 타고 흐르는 남자가 있었다. 옆옆 동네 산다는 그는 우리 동네는 물론 더 멀리까지 유명해진 동네 바보였다. 어릴 적 사고를 당했다거나 보약을 잘못 먹었다거나 아빠한테 맞아서라거나 확실하지 않은 소문들이 무성했다. 그를 본 가장 오래된 기억이 유치원 무렵이었고, 가장 최근에 본 것은 아이를 낳고 친정으로 요양갔을 때였으니 내가 알기로만 30년 동안...

10점
우리의 삶은 역사가 되고 사랑이 된다 - hope&joy
<내 어머니 이야기 1>
검은색 판화로 그려진 만화가 왜 이렇게 아름답고 눈물이 나는 걸까? 아마 작가의 엄마와 그 엄마의 엄마 목소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함경도 북청 사투리에 담겨 전해졌기 때문인가 보다. 80대 엄마의 이야기를 40대 딸인 작가가 10년 걸쳐 만화로 만들어냈다니 그 자체가 위대한 역사가 된다. 이제 작가의 엄마는 90대가 되었고, 이야기를 끌어낸 작가는 50대가 되었겠지. 호호할머니가 된 엄마도 아기였고, 부끄럼 많은 소녀였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새집에 다시 고양이가 살기 시작한 것처럼 ...

10점
시간이 말해 줄거야 아마도 - 레삭매냐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타임>이 선정한 지난 십년의 소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익숙한 거지. 이거 내가 처음 읽는 게 아닌가봐. 알고 보니 지난 2월에 도서관에서 빌린 기록이 있더라. 아마 어느 정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모양이다. 결국 중고서점에서 사다가 다시 읽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인근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 셰이커하이츠가 공간적 배경이다. 그리고 시간적 배경은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1997년과 1998년 즈음이다. 그게 벌써...

10점
저마다 발산하는 빛이 모여 별자리가 되고... - 잭와일드
<방랑자들>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와 같다.” 성좌 (星座) 즉, 별자리는 저마다 거리와 밝기가 다른 별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각의 별들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제각기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별들은 인간의 가시거리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의 별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해내지 못하고 고정되어 있는 하나의 군집된 별자리로 인식하게 된다. 고대에 별자리가 발견된 이래로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별자리의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