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우리 사회의 축소판 - 꼼쥐
<우리와 당신들>
소설을 읽는 독자가 책에서 기대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재미와 교훈. 그러나 이게 언제나 공평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책은 재미 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거나 또 어떤 책은 교훈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마치 윤리 교과서에 약간의 스토리를 얹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재미를 우선순위에 두기도 하고 교훈을 위주로 책을 선택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아주 두꺼운 책도 끝까지 읽어내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재미라 말할 수 있고 책을 다 읽은 후 뭔가...

10점
인종과 여성을 이종성에 담아 풀어간 뛰어난 SF 판타지! - 헤르메스
<다섯 번째 계절>
예전부터 꽤 좋다는 입소문을 많이 들었던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그 첫 권인 '다섯 번째 계절'이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것이다. SF 판타지에 속한다고 봐야 할 이 소설은 아마도 지구의 아주 먼 미래가 아닐까 생각되는 '고요' 대지를 배경으로 세 여성의 삶을 담는다. 이 '고요' 대지는 원래는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던 대륙들이 지각 변동 때문에 어느덧 하나로 합쳐진 것으로 변동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 현재 고요 대지는 늘 불안정한 지각 상태로 거주민들에게 불안을 계속 안겨주고 있는 ...

8점
멜랑콜리 해피엔딩 - 김숨, 이기호 외 - Breeze
<멜랑콜리 해피엔딩>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스물아홉 명의 작가들이 모였다. 박완서 작가를 직접적으로 지목한 작가는 드물다. 몇몇은 직접적으로 혹은 약칭을 써서 작가를 추모한다. 소설의 방식은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닮았다. 박완서 작가만의 위트와 삶의 애환이 살아있는 그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에 속한 작가들의 면면은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이다. 짧은 소설들은 박완서 작가의 느낌을 보는 듯 했고 다르게는 작가만의 감성을 그대로 드러나 글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모든 이야기는 우...

10점
예민한 감각과 빛나는 문장들로 삶의 진실을 톺아보며 그려낸 걸작 - oren
<댈러웨이 부인>
죽음이여, 내 너에게 뛰어들리라,패배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서! - 버지니아 울프의 묘비명 버지니아 울프(1882∼1941) * * * 버지니아 울프는 이야기할 게 아주 많은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이 쓴 작품들보다 자신의 생애를 둘러싼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될 정도로,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가다. 그녀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차 대전 중에 홀연히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리 오래된 작가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21세기에 와서도 그녀가 쓴 작품을 바탕으로 꾸며낸 멋진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댈러웨이 ...

8점
기사단장 죽이기 - 아타락시아
<[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1~2 세트 - 전2권 (리커버 특별판)>
2019년 구정 연휴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세상에 흠뻑 빠졌습니다. 1000 쪽이 넘는 이 책을 3일 만에 읽었습니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읽는 내내 주인공이 거주하는 집, 행동 패턴, 듣는 음악, 먹는 음식, 만나는 사람 등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하나의 큰 가상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사는 오다와라 교외의 산머리에 있는 집을 머릿속에 만들었고, 주인공이 타고 다녔던 차인 빨간색 푸조 205 해치백과 도요타 코롤라 왜건, 주인공이 마셨던 시바스 리갈 위스키를 구체적으로 상상했습니...

10점
너무나도 인간적인, 할머니 르 귄 - 잠자냥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르 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작가란 무엇인가>에 실린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르 귄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판타지나 SF 장르를 거의 읽지 않는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가란 무엇인가> 3권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를 보고는 이 작가의 작품은 언젠가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모든 말들이 인상 깊었지만, SF라는 남성 중심 세계에서 여성 작가가 된다는 주제와 관련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예로...

10점
[서평/법의학]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chocochoco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법의학자는 확실한 증거로써만 진실을 추구한다.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든 서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명확한 증거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쌓인 느낌이라든지 감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판단은 오롯이 백퍼센트 과학적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학이다. (P.55)사람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해 대부분 "두렵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이 두렵다고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죽음은 자신이 직접 죽기 전까지는 아무도 죽음 후를 알 수 때문일 것이다....

10점
역사의 무지, 괴물의 소환을 막아라 - 개츠비
<우린 너무 몰랐다>
일부 `꼴통'부류의 인간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민은 매우 상식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지도자를 자기의 손으로 뽑기도 하지만 또 그들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가차없이 무혈혁명으로 불의한 지도자를 내쫓기도 하는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 정의로움과 무지가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순 없지만, 이것은 엄연히 우리가 경험한 최근의 역사이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민의 저력이다. 이런 널뛰기 같은 `상식과 몰상식'의 정치인식은 어디에 기원하고 있는가? 첫째, 그것은 욕망일 것이고 둘째 ...

10점
엄마는 괜찮다 - 피오나
<내 어머니 이야기 1~4 세트 - 전4권>
엄마들은 종종 딸에게 말한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또 엄마들은 종종 쓸쓸하게 체념하듯 중얼거린다. 이것도 다 내 팔자지. 그리고 엄마들은 삶이 유난히 고단하고 팍팍한 날이면 또 말한다. 엄마는괜찮다고. 올해로 일흔 둘이 되신 나의 엄마는 가족들이 모두 뜯어 말리는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보다 나이가 열 여섯 살 많았고, 이혼 후 딸 둘을 키우고있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직업 군인으로 일을 하신 탓에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셨고, 명문대를 졸업하시고 남다른 프라이드가 있었던 분이라 비슷한 수준이 아니면 좀 무시하는 ...

10점
영원한 이방인이 그리는 기억의 연대기 - 레삭매냐
<바보의 알파벳>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특별한 시기에 만나게 되는 책이 현재의 삶을 관통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지난주에 사서 읽게 된 시배스천 폭스의 책 <바보의 알파벳>이 그런 책이다. 가히 인생의 책이라 부를 만하지 싶다. 올해 <리옹 도르의 여인>으로 시배스천 폭스를 알게 되었는데 최애하는 작가로 삼아야지 싶다. <새의 노래>와 <초록 돌고래의 거리>도 속히 구해서 읽어야겠다. 다만 문제는 두 책 모두 절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원서로 폭스의 최신간 <파리 에코>도 주문해야겠다. 어찌해서 &...

8점
때론 얼굴을 반쯤 가리는 커다란 선그라스를 끼고 일하고 싶다 - 양철나무꾼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하여야 할까, 때론 감정이 양가적인데,어떤 때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얼굴을 반쯤 가리는 커다란 선그라스를 끼고 일하고 싶기도 하고,어떤 때는 사람들이 내감정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신호등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단추를 가슴에 붙이고 일하고 싶기도 하다. 운전할 때 사람 말소리가 들리면 짜증이 난다. 그 말소리에 자꾸 끌려 들어간다. 무시하고 운전에 집중하면 좋겠는데 잘 안 된다. 더군다나 버스는 철판으로 둘려 있어 소리가 울리면서 증폭된다.(156쪽)이 말을 내 식대로 바꾸자면,환자를 치료할때,...

10점
연약한 인간 본성의 잔인함을 느끼다 - coolcat329
<인 콜드 블러드>
1959년 11월 15일 미국 중부 캔자스 주 홀컴(Holcomb)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 사건을 다룬 '논픽션 소설'이다. 미국 반스앤노블 서점에 처음 갔을 때 인상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런 'true crime' 을 다룬 논픽션 소설 분야였다. 전면 책장을 가득 채운 실제 범죄 소설들을 보며 픽션 못지않은 그 방대함에 섬뜩한 기운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범죄,스릴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오직 픽션으로만 만나고 싶었기에 그 이후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루먼 카포티의 훌륭한 소설인 이 작품을 이제야 ...

10점
‘의견‘과 ‘주장‘을 넘어서는 뉴스. 제3배우의 탄생! - timeroad
<오이디푸스 왕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 왕>이 연극 무대에 오른 모양이다. 반갑다. 두근거린다. 공연이름은 <오이디푸스>다. 서울공연(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19.01.29~02.24)은 시작되었고, 3월에는 지방공연[전북(8~9일), 광주(15~17), 경기(22~23), 전남(29~31)]이 이어진다.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한 TV 프로그램은 이번 <오이디푸스> 공연에 출연하는 세 배우(황정민: 오이디푸스 역/ 배해선: 이오카스테 역/ 남명렬: 코린토스 사자역)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연극의 원작인 <...

10점
우주에도 우리처럼 -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존재가 있을까 - 데굴데굴
<우주에도 우리처럼>
우주에도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까? <우주에도 우리처럼>의 저자는 지구물리학자로 행성시스템물리학이 연구 분야이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지구형 행성이 생긴 기원과 거주 가능한 행성을 형성하는 조건'을 주제로 행성의 진화와 대기, 기후 등을 연구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지구 밖 어딘가에 생명이 존재하는 별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먼저 지구의 특징과 생명체에게 필요한 환경을 분석하고 다른 별의 조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의 지론은 다음과 같다.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지구와 완벽하게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환경이 만...

10점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나를 키우고 세상을 바꾸는 불편한 질문들 - 키치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내가 떠올린 '불편한 질문'이란 이런 것들이었다. "사귀는 사람 있니?", "왜 결혼 안 하니?", "연봉 얼마니?", "그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니?" 같은,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요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 질문들. 그런 질문들을 사람들은 왜 항상 나에게 묻고 나는 왜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이 책이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이 그런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다만 현재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얼마나 단순하고 원초적...

8점
시간은 초점 없는 사진의 의미를 되새긴다. - 잭와일드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안광복 작가의 『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의 부제는 ‘인류를 사로잡은32가지 이즘’이다. 작가는정치, 철학 및 예술, 국가, 경제, 사회라는 5가지의카테고리 안에서 인류를 매혹시키며 발전해 온 32가지 사상들을 다루고 있다. ‘사상’ 또는 ‘이즘(Ism)’이란 사고와 행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신념의 체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즘은 역사적, 사회적 입장이 반영된 현상을 바라보는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즘’은 현실 속 욕망들이 투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이즘’은 현실의 문제들을 온전히 ...

6점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또또‘ - 뒷북소녀
<또또>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또또'백영옥 작가의 에세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에서 '또또'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가 발췌해 준 문장만으로도 '또또'가 자꾸 눈에 밟혔는데, 다른 작가의 에세이에서 '또또'를 또 만나게 됐습니다. 평소 (남녀노소가 아닌) 수컷 암컷 대소를 불문하고 개라면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희한하게도 '또또'는 자꾸 눈에 어른거렸습니다.유일하게 우리집에 잠시 머물렀다 간 강아지 이름과 비슷했기 때문일까요? 그 녀석의 이름은 '뽀뽀'였고, 키울 능력이 부족했던 우리를 만나 6개...

10점
문제는 전자가 아니라 우리다~~~ - bookholic
<김상욱의 양자 공부>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0.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과학의 한 분야인 양자역학. 아주가끔씩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읽었어. 어려웠단다. 그러다가작년에 김상욱님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를 읽고 어렴풋하게 양자역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책을 읽고 나서 김상욱님의 책을 검색하다가 <김상욱의 양자공부>란 책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 공부>란 책만 읽으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상욱님이 늘 리처...


(15)
아직 세수도 못 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해야 한다.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양자 역학이다. 이쯤 되면 양자 역학이 궁금해질 법도 한데.


8점
[마이리뷰] 아가씨와 밤 - 물감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의 책을 신간으로 처음 읽게 되었다. 내게 귀욤 뮈소는 ‘더글라스 케네디‘같은 작가였다. 남들은 다 칭찬하는데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부류. 게다가 프랑스 소설은 읽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런 편견을 싹 날려버리는 놀라운 능력자 아닌가. 문체와 가독성도 훌륭하고 완급조절과 분위기 조성 등등 하나같이 수준급이었다. 이렇게나 괜찮은 작가를 내가 피해왔던 것은 오글거리는 책 제목도 그렇지만 책 표지 디자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이제껏 나온 작품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촌스러웠다...

8점
숲, 치유와 상상의 장소 - kinye91
<숲과 상상력>
숲을 보고, 나무를 보고, 또 나무를 보고 숲을 보고, 그러다가 사람을 보고, 삶을 보고... 숲을 여행한 기록이다. 우리나라 멋진 숲들을 찾아 거닐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마음을 비우면 된다. 저자는 '마음의 소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인 '소도'를 마음에 만든다면 어떤 일을 겪더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숲에는 온갖 나무들이 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모두 예쁘게 곧게, 크게, 굵게만 자란 것은 아니다. 나무는 자라면서 주변에 따라 비틀리기도 ...

8점
깊이 보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 hnine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원래 미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미술을 잘 하는 편은 더구나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싫어하는 과목 1순위였던 체육 만큼은 아니었지만 2순위를 꼽자면 미술을 떠올릴 정도로 미술과 안 친했다. 일단 시간표에 미술이 들은 날은 준비물을 챙겨가야 한다는 것도 귀찮았고, 선생님이 그리라는 것을 찾아 그리기 시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완성될때까지 꼼꼼하게 색칠해야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 나, 매우 덤벙거리고 성질 급했던 아이). 수채화 그릴 때는 물감이 다 마를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부족해서 물감이 다 번져버리고 말았을 때의 황당함과 암...

10점
오랜 흉터, 추억을 맹렬히 긁어대다 - Falstaff
<밤의 노예>
20세기 중반 프랑스에 알랭 로브그리예, 라는 작가가 나타나 사물이나 인간의 모습에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해서 한 시절을 풍미하는 사조思潮 누보로망이 태어난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프랑스 소설문학 특유의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재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령 나무 그림자 하나를 묘사한다고 가정하자. 여태까지 프랑스 소설가들은 “석양을 받은 도금양 나무의 그림자가 동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이 정도였는데, 로브그리예가 쓴 <질투>이던가 <엿보는 자>이던가 <밀회의 집>을 보면 “오후...

10점
참 좋을 텐데 - 나비종
<꿈의 해석>
가끔 오늘 같은 날이 있어. 참기가 어려운 날. 참아야지, 참아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 생크림 맛이 날 것 같은 눈빛과 대사. 그런 너를 지켜보는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TV 속으로 입수할 각이다. 참지 마! 참지 마! 제발 참지 마! 으헉! 오예! 나의 바람은 꿈처럼 이루어진다. 아마도 많은 여인들의 바람이었을 것 같은 수채화가 화면 속으로 예쁘게 펼쳐진다.<로맨스는 별책부록> 같은 드라마는 이스트가 되어 나의 욕망(^^;)을 부풀린다. 꿈속에서 다시보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비눗방울 같은 장면들이 버퍼링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