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아서 페퍼 _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 패드라 패트릭 - Breeze
<아서 페퍼>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라는 부제 때문에 이 소설이 더 궁금했다. 사랑했던 아내가 죽은지 1 년째 되는 날. 아서 페퍼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나는 하루의 일상이었다. 아내가 있었던 때 처럼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회색 바지와 겨자색 민소매 티로 갈아 입고, 평소처럼 아침을 맞이하는 남자. 다만 커다란 식탁에 홀로 앉아있다는 것만 다를 뿐. 슬픔에 빠져 있다보면 다른 사람의 호의를 느끼지 못한다. 홀로 된 그에게 파이 등을 가져다 주면 그를 들여다보는 버나뎃을 피할 정도다. 이제 아서 페퍼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딸 루시의 말처럼 ...

10점
나는 괜찮지 않다. 안아달라! - 다림냥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이틀 연속으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어떤 끔찍한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고, 어떤 이에게 냉담한 취급을 받고 좌절하기도 했다. 꿈에서 깨어나니 기분이 찝찝했다. 왜 하필 이런 꿈은 잠에서 깨어 난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지, 그날은 오후 내내 꿈에서 보았던 모습을 여러 번 리플레이 해서 생각했었다. 요즘들어 시간의 여유 덕인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좀 많아졌다. 앞만 보고 달렸던 정신없는 20대를 지나, 드디어 내가 원하던 안정된 생활을 찾은 것 같은데 자꾸 이유 모르게 우울해질 때가 있다. 이제야 진짜 내 감정에 대...

8점
때론 위로가 가장 큰 치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양철나무꾼
<참 괜찮은 죽음>
신경외과 의사의 자전적 기록이라는 이 책은 의학서라기보다는 수필집에 가깝다.그만큼 그가 행했던 의료행위의 나열이라기보다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마음 사이에서의 방황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그래서 읽는 동안 치료가 아니라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서 이 책을 읽게 되니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의료현실을 접할 수 있었고,그러다 보니 영국의 의료보험 제도의 단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그건 또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의료보험제도가 발달되어,그 비용을 세금에서 충당하기때문에 의료보험료도 내지 ...

10점
달빛 미소 - 빙혈
<달빛 미소>
누구든 자신의 인생이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누군가가 다가서서 따뜻한 미소를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 게 어디 있냐? 삶은 본래 고난의 연속이요, 각자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지."라고 퉁명스레 내뱉는다면, 물론 말이야 맞는 말이겠으나 그 사람 본인은 참 각박하고 여유 없으며 이미 황폐화한 삶을 사는가 보다 하고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암만 맞는 말이라 해도 우리는 일일이 입 밖에 내어 그 불쾌한 진실을 재확인할 만큼,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기분을 망치려 들 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자기 기분만 망칠 뿐 아니라 ...

8점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열광과 광기의 흐름 - Falstaff
<인간 짐승 (반양장)>
프랑스 파리의 샤펠 대로에서 푸아소니에르 시문市門 왼쪽에 위치한 다 찌그러진 3층짜리 봉쾨르 호텔의 2층, 대로를 면한 그나마 좀 나은 방에서 제르베즈와 랑티에 부부가 여덟 살 먹은 클로드, 네 살 박이 에티엔을 데리고 막 도시빈민의 삶을 시작할 때, 어라, 여덟 살과 네 살 아이들, 터울이 조금 심한데? 가운데 하나 더 있는 거 어려서 숟가락 놨나? 솔직히 여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아이들 사이에 자크 랑티에란 둘째 아들이 있어서 파리로 무작정 상경하면서 아이 셋을 다 데리고 가기 버거우니까, 자크를 아빠의 ...

6점
[마이리뷰] 붕괴 - 물감
<붕괴>
어느 날, 병원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다.사고 전날, 입원 환자의 가족들은 엑토컬쳐 실험 실패로 건물이 붕괴된다는 병원장의 통보 메일을 받게 된다. 붕괴 이후 메일 수신자들과 병원장은 인명 구조회원으로 위장하여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실험대상들이 있던 병원 지하로 내려간다.그곳에서 은밀히 진행하던 실험 실패로 실험체들은 괴물이 되어 구조원들을 덮치기 시작한다.이 괴물들은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왜 이토록 인간을 증오하는 것일까. 더 수상한 것은 괴물이 된 가족들을 죽이는 데에 전혀 망설임이 없는구조대원들의 태도이다. 이런 아이...

10점
교장이 바뀌면 교육이 바뀐다 - 착선
<교장 제도 혁명>
12년의 교육과정 동안 4명의 교장을 만났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학문의 이치가 높고 불치하문의 자세를 가진 존경할 만한 교육자였을까, 권력을 탐하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였을까. 안타깝게도 단 한 번도 교장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당시 교사들은 교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자신이 존경받는 교육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드디어 선생님이 되었을 때의 감정을,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처음 불렸을 때의 느낌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교사가 왜 교장이 되...

10점
화가의 종횡무진의 백석 평설 - 벤투의스케치북
<백석 평전>
지난 해 말부터 현재까지 1900, 1910, 1920년대에 태어난 문인들에 대한 글(문인들의 글이 아닌)을 많이 읽고 있다. 정지용, 김기림(이상 1900년대), 윤동주, 백석, 한무숙(이상 1910년대), 김수영, 김춘수(이상 1920년대).. 백석의 시는 고향인 평북 정주(定州)의 풍속을 재현한 시들,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이주하여 유랑하던 시기를 그린 시들, 해방 이후 북한에 정착해 살며 쓴 작품들로 나눌 수 있다. 문인들에 대한 글 가운데 평전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백석 평전‘을 읽는다. 저자 몽우 ...

8점
인성 수업. - yureka01
<인성 수업>
들어가기에 앞서, 소설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어쩌다 태어나서 보니, 너무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산골 오지에서 근근이 농사짓고 날품 팔고 살았더군요. 가난이라는 결핍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여전히 아비 어미는 굴레를 벗어던지지를 못했습니다. 아들은 먼 학교를 달리며 살아야 했고 오막살이집이 너무 추웠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에 그나마 믿을 구석은 공부를 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니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서 암기를 너무나도 잘했습니다. 모든 것을 외워야 하는 공부에 있어서 만큼은 특별한 머...

8점
류성룡과 임진왜란 - 만화애니비평
<류성룡과 임진왜란>
2017년 12월을 보내 이제 2018년 1월이 왔다. 2017년은 지금으로부터 420년 정유재란을 7번 갑자를 돌았던 해였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침공하는 왜구, 그들의 입장에서 문록경장의 역(文祿慶長の役)이라고 한다. 일본은 한일강제병합을 이루기 전에는 풍태합조선역(豊太閤朝鮮役)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치룬 전쟁에서 이제는 일본 내부의 전쟁 수준으로 임진왜란을 다루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일본에서 임진왜라은 여전히 문록경장의 역(文祿慶長の役)이란 시선이다. 전쟁에서 보여...

8점
인간이 인간에게 - 나비종
<군사주의는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
12일째다. 다른 책을 단 한 줄도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겪게 된 난감한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을 쓰는 데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왔건만.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트북의 빈 문서1을 앞에 두고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며 열손가락을 어정쩡하게 멈춘 채 방황하듯 며칠을 서성였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 때문에 나의 생각을 말하거나 내 삶에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인...

8점
곤혹스러운 새 시대를 이해하기 - cyrus
<지식의 표정>
‘submissive’는 ‘순종적인’, ‘고분고분한’을 뜻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마그리트(Magritte)의 그림 제목을 직역하면 ‘순종적인 독자(The Submissive Reader)’로 풀이할 수 있겠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상식이 무너지고, 이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모순이 있다. 마그리트는 그림을 통해 일상적으로 익숙한 인식의 틀을 바꾸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아주 가변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그림 속의 사물들을 엉뚱하게 배치하면서 관람객에게 충격을 주고 ...

10점
이 사랑, 그 누가 울지 않으리. - 잠자냥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어릴 때부터 책을 읽다가 곧잘 울었다. 눈물이 많은 편이기도 했지만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불쌍한 것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맺혔다. 지금도 대책 없이 울 때가 있는데 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여느 사람들과 좀 다르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눈물이 솟구치는 때가 많으면서도 유독 ‘사랑’이야기에는 울지 않는다. 특히나 감동적이기를, 순애보이기를, 신파이기를 작정하고 쓴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팔짱을 끼고는 비판하는 태도로 읽으니 더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꽤 감동하면서 읽었다는 사랑 이야기를 읽...

10점
타자와의 공존 속에서 진정한 주체성은 깨어난다! - 헤르메스
<노변의 피크닉>
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영화 좀 본다고 말하기 위해선 마치 통과 의례처럼 필수적으로 알아야만 했던 러시아 감독이 하나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영화로 시를 쓴다고 평가받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였습니다.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 하나가 있는데, 바로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된 그의 영화 '희생'입니다. 유럽 사람들조차 영화가 너무 어려워서 흥행 실패한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선 영화광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보는 바람에 흥행을 하여 유럽을 깜짝 놀라게 한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 감독에게 빠진 영화 키드 중 하나였죠. 대학 다닐 때 철학 논...

10점
채사장 시리즈의 종착점은 나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 - 닷슈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책을 일년에 한권씩 내는 것 같다. 지대넓얉 시리즈 1-2권,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가 2014년부터 올 2018년까지 매해 차례로 한권씩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책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있다. 책 크기도 좀 작아지는듯 한데 기분 탓일수도 있겠다. 또 하나가 있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이지만 나-타인-세계의 단순한 체계가 있다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세계에서 나의 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대넓얉과 시민의 교양이 주로 세계와 타인 ...

10점
김지영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82년생 김지영』 - 키치
<82년생 김지영>
오늘도 엄마는 "네 친구 누구가 아들을 낳았다더라~"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엄마는 바란다. 내가 내 동년배들처럼 평범하게 시집가서 아이 낳고 전업주부가 되기를. 내 친구들이 울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 후유증에 시달리고 독박 육아의 고통을 호소한다는 얘기에는 관심 없다. 여자 팔자가 다 그런 거야. 그런 게 여자의 행복이야. 엄마가 늘 덧붙이는 말이다. 그런 엄마에게 <82년생 김지영>을 드렸다. 얼마 전 <정글만리>를 다 읽었다고 하시길래 이것도 읽어보시라고 슬쩍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정글...

10점
사랑의 농도부터 분노의 채도까지 응축된 감정의 스펙타클 - [그장소]
<운명과 분노>
운명과 분노 ㅡ 로런 그로프 , 정연희 역 , 문학동네 다른 이들의 삶은 파편들처럼 한데 모아진다 . 하나의 분리된 이야기를 비추던 조명이 어둠 속에 머물러 있던 또하나의 이야기를 밝힐 수 있다 . 뇌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 .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피조물이다 . 파편들은 제 힘으로 한데 모여 전체를 만든다 . ( 본문 561 쪽 ) 이 책엔 한 사람 , 한 사람 , 한 남자 , 한 여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들어있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결혼이라는 행위로 묶인 두사람의 결합된 삶이 ,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에 매 장을 넘...

결혼 , 서로 다른 부분들이 만나는 결합 . 로토는 소란스럽고 빛으로 가득했다 . 마틸드는 조용하고 신중했다 . 로토 쪽이 더 나은 반쪽 ,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쪽이라고 믿기 쉽다 . 그가 지금껏 경험한 모든 것이 마틸드를 향해 차곡차곡 쌓여간 것은 사실이다 . 그의 삶이 그녀가 나타난 그 순간에 대비해 그를 준비시키지 않았다면 , 그들이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본문 16 쪽 )



10점
노변의 피크닉 - 캔디캔디
<노변의 피크닉>
1. 누가 온 건가요?캔디캔디 : 외계인이이요. 외계인이라는 것만 압니다. 어슐러 르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한 휴대용 축약 안내서>도 이 경우엔 쓸모가 없을걸요. 아바타의 나비들처럼 완전 인간형인지 크립톤인 같은 초인형인지 에어리언 같은 기생형 촉수 괴물인지 오토봇 같은 인공지능 로보트인지 얼굴이라도 봤어야 (그런 것이 있다면) 구분을 하죠. 맨 인 블랙의 베테랑 요원 케이 정도가 출장수사를 온다면 모를까 그전에는 누구도 이들의 정체를 못밝힐걸요.2. 언제 왔나요?캔디캔디 : 모릅니다. 외계인들 취향에 따라 간밤이나 한낮...

10점
일곱 명의 강인한 작가들. - 그렇게혜윰
<일곱 명의 여자>
지난 해 말에 이 책을 구입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는 나로선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모습이 담긴 이 책을 지나치기 어려웠다. 책에는 아름다운 작가 7명의 이름이 있다. 모두 여자들이다. 19세와 20세기 초반에 나고 자란 그녀들의 세상은 지금 여성들의 삶 보다도 훨씬 벽이 많았을 것이다. 이들 중 내가 아는 이름은 에밀리 브론테, 실비아 플라스, 버지니아 울프 밖에 없었고 다행히 이 세 사람의 책은 집에도 있었다(물론 이건 다 읽었다는 말과는 무관하다.). 책을 받고 보니 2015년에 나온 책이 아직도 1쇄였...

10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데굴데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영화와 웹툰 책을 보는데, 영화는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웹툰은 강풀의 <26년>, 책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그리고 이어서 읽은 책이 바로 <오월의 사회과학>과 오늘 쓰려는 책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다. 사실, 순서가 좀 잘못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아닐까 싶다. 먼저, 이 책은 최초로 광...

10점
역설의 시대 - 꼼쥐
<가벼움의 시대>
당신이 생각하는 '가벼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흔하디흔한 의미의 '무게가 적다'는 뜻일까요. '옷차림이나 마음 따위가 가뿐하고 경쾌하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생각이나 언행 따위가 침착하지 못하고 경솔하다'는 의미일까요. 나는 지금 막 프랑스의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가 쓴 <가벼움의 시대: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벼운 것의 문명>을 어렵사리 다 읽었습니다. 읽었다기보다 읽어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듯합니다. 책을 읽기 전만 하더라도 내게 '가벼움'은 그저 무게가 적다거나 경쾌하다는 의미의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0점
가수 요조의 독서일기,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 서니데이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매일 일기를 쓰면, 쓸 때에는 조금 귀찮은 날도 있고, 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보면 아아, 그 때는 그랬지, 그 때도 이런 고민을 했구나, 그 때는 이랬어, 같은 지나가서 이미 잊어버린 날들을 기억속에서 꺼내게 됩니다. 어느 때에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지금이나 그 때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의 막히는 부분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기를 쓸 때에는 나중에 볼 생각으로 쓰기에는 잘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어느 날에는 쓰고 싶은 날이 있어서 길게 쓰는 날도...

10점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있다는 걸 - 자목련
<아무도 아닌>
한때는 한국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곤 했다. 문장 안에 담긴 뜻, 주인공 이름에도 뭔가 특별한 게 숨겨졌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것은 조금이라고 작가(문학)와 닿고 싶었던 욕망이었던 것 같다. 내 생각대로 읽은 게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읽어야 제대로 된 읽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소설을 읽은 순간 그것은 오로지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바뀌었다. 여전히 작가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지만 내가 느끼는 대로 읽은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황정은의 소설집 『아무도 아닌』은 어쩌다 보니 여...

8점
당신을 들여다보려 노력했더니 나를 들여다보게 됐어. - 다락방
<저체온증>
에를렌뒤르는 우연이란 삶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간악한 술책을 펴거나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연이란 비와 같아서, 바르게 사는 사람에게도 바르지 않게 사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내린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때로는 소위 운명이라는 것을 형성하기도 했다. 우연이란 난데없이 등장했다. 예상치 못하게, 기이하게, 설명할 수 없게. (p.272)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에서 '올랜도 블룸'은 자살을 결심하는데,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 핸드폰이 울린다. 그 전화를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는 비밀리에 만나기 시작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랑에 빠졌어요. 처음에는 그가 안됐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을 거예요. 그러다 같이 살고 싶어지자 레오노라에게 알려야 했죠. 저는 레오노라 모르게 그와 불륜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든 걸 밝히고 싶었어요. 저는 견딜 수가 …… 우리 사이를 비밀로 둘 수가 없었죠. 마그누스는 말하는 걸 미루고 싶어 했지만 제가 밀어붙였어요. 결국 그 사람이 레오노라에게 그 주말 싱그베들리르에서 진실을 말하기로 했죠.(p.325)


10점
모든 유령이 거기 있었다. - 피오나
<팬텀>
올레그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범인들이 그러듯이. 그들의 특권이자 유일하게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듯이. 그럼 이제 어디로 가지? 어떻게 이미 해결된 사건을 수사해서 이미 답이 나온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뭘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진실을 거부하면서 진실과 싸운다? 강력반 형사로 일하면서 보았던 여느 범인들의 가족처럼 애처롭게 부정하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내 아들이? 그럴 리가 없어!" 해리는 자신이 왜 수사를 하고 싶은지 알았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였다. 그가 해줄 게 그것뿐이라서.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