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소오강호(笑傲江湖), 국내 정식 출간 완역본 - 캐모마일
<소오강호 1~8 세트 - 전8권>
<소오강호 笑傲江湖>, 쉽게 뜻풀이하자면 "강호를 비웃다'이자, 넓은 의미로는 "얽매이지 않고 즐겁고 자유롭게 강호에 사는 것"(8권, p.380)이다. 무협 소설이면서 주 무대인 강호를 비웃는다니 제목이 참 신선하다. 하지만 널리 알려져 익숙한 작품인데, 무협 독자나 중국 소설, 문화에 관심 있는 연구인에겐 필독서에 가깝고, 제목을 모르는 대중도 임청하 주연의 영화 <동방불패> 등 많은 매체에서 알게 모르게 접한 덕분이다. 최근 김영사에서 신필(神筆) 김용 선생님의 <소오강호>가 국내 최초 정식...

8점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 황정운
<떨림과 울림>
어디, 물리(物理)에 대해 떠올려볼까. 사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학원을 갔던 게 중2 때였어. 이십 년 전이네. 그 시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은 대개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과학고를 대비해서 수학과 물리를 공부하는 편이고 다른 하나는 외고를 대비해서 영어만 공부하는 커리큘럼이었지. 나는 첫 번 째 유형의 학원을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학원 이름이 8학군 학원, 꽤 도전적인 이름이지) 수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 옆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에너지는 생생하단...

6점
부드러운 곡선처럼 유연한 문장으로 - 자목련
<밤을 걷는 문장들>
사는 일이 녹록지 않다. 세상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데 눈을 씻고 다시 보면 그 어둠에도 채도가 있다. 더 짙은 어둠, 더 맑은 어둠으로 걸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다. (서문.「더 맑은 어둠 속으로」, 중에서) 어느 시절엔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에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자판을 두드리곤 했다. 뭔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게 아니었다. 비공개 카테고리에 속상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분노나 좌절, 혹은 미움을 토해냈다. 고백하자면 어찌할 줄 모르는 나를 달래는 방법이었고 그건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8점
나의 소녀시절 그리고 [백래시] - 쟝쟝
<백래시>
확실히 영화 “비밀은 없다”는 인상적이었다. 아주 여러 부분에서 ‘존띵작’이다라고 생각했지만, 특히 영화가 소녀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나 역시 그 시절을 겪어 왔으므로, 아주 잘안다. 소녀들의 세계는 우리의 많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 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며, 낭만적이지” 만은 않다. 못됐고, 잔혹하고, 거칠고, 영악하고, 또 복수심에 들끓지. 그게 반항처럼 보이기도 하고. 음.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페미니즘 적인 대사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다 적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나의 소녀시절은 ‘...

8점
무엇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 다락방
<뉴욕 검시관의 하루>
'주디 멜리네크'는 외과 레지던트로 일하다 그만두고 법의병리학 을 새 직업으로 갖게 된다. 쉽게 풀이하면 부검의, 검시관이다. 시체를 보며 죽은 원인을 찾아내고 사망확인서를 발급해주는 일. 시체가 도착하면 일단 외부에 상처가 난 건 없는지를 살피고 그 후에는 몸을 갈라 그 안에 모든 장기와 뼈, 뇌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몸에서 혹시 마약이나 약물이 나오진 않는지,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공들여 찾아내서는 그것이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혹은 살인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 게다가 유족들에게 슬픔을 전하는 것...

파티의 해피엔딩은 역시 결혼 발표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바로 연구실 동료였던 카렌 투리 박사의 결혼 소식이었다. 카렌 박사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 참사 당시에 한 경사를 만나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하고 고생했다. 인류학자 에이미 박사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는 주선자의 큰 도움 없이도 자연스럽게 불타올랐다. 우리는 모두 그런 끔찍한 경험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끈끈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카렌과 경사의 관계는 점점 사랑으로 발전했다. (p.320)


10점
남편 - 딘 쿤츠 - 그리움마다
<남편>
1.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반하는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우린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고 일컫죠, 이런 부류로서 우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명명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인간적인 감정이 배제된 체 자기 감정에 충실한 충동적이고 두려움이 없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악한 본성에 대한 충족을 가지는 정신병자이죠, 이런 경우 대부분 위험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 연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10점
정의를 고민하게한 책!! - 강나루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얼마나 거창한 주제인가! 솔직히 이 책이 베스트 셀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잘팔리는 이유는 저자가 하버드대 교수라는점과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안성맞춤의 책이라는 점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이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많은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는 값진 책으로 입소문이 났다. 수많은 딜레마 속에서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어떠한 선택을하며, 왜? 그러한 선택을 하였는지를 논리적으로 말하도록하는...

8점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마음산책, 2018) - 양손잡이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한 리뷰어는 이 소설을 읽고 이렇게 평했다. 아무 주제도, 의미도 없이 그저 아름다움만 좇아 소설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고.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이길래 소설을 이렇게 평했을까.소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인간 본연을 탐구하고(<죄와 벌>),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전쟁과 평화>),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그냥 이야기 자체가 끝장나게 재밌는 소설이 있다(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 소설에 이렇게 계보가 많은데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g...

10점
‘많이 사랑하기, 많이 포옹하기, 많이 기도하기’ - 잠자냥
<소년들>
이 책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표지 이미지와 <소년들>이라는 제목에서 처음에는 짐작 가능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몇 쪽 넘겼을 때는 살짝 수다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젠체하는 느낌이랄까, 기존 소설과는 색다른 시도들도 어쩐지 잘난척하는 것 같고. 어쨌든 처음에는 썩 좋지는 않았다. 가톨릭 학교 파르크 콜레주,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를 합친 콜레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역시 예상대로 흘러간다. 때로는 악마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천사 같기도 한 열네 살에서 열여섯 살 소년들. 그들의 당돌하고도 ...

10점
홀로그램 - 나비종
<데미안 (반양장)>
새와 알. 표지를 펼치기 전에 더듬어보았던 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두 글자였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p110)’ 책을 읽지 않아도 지식의 바다에 동지 팥죽 새.알.심으로 동동 떠있는 문구이다. 왠지 간지 나는 문장, 이게 다인 줄 알았다.소설 초반에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프란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학교 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었던가. 이런 내용이 있었나. 새삼스러웠고 이게 다인 줄 알았다.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롱함으로 정신이 몽롱해질 때 ...

10점
진실은 결코 알 수 없었다 - 레삭매냐
<클링조르를 찾아서 1>
경이의 연속이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양자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라는 양대산맥이 구축한 현대 과학을 관통하는 멕시코 출신 작가 호르헤 볼피의 <클링조르를 찾아서>는 과학 교양과 심리 스릴러에 기반한 오락적 요소까지 아우르는 일대 역작이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대륙으로 남아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클링조르를 찾아서>는 단연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책 중의 하나였다. 소설은 1944년 7월 20일, 나치 독일의 총통 ...

8점
한 잔 받으시오!~ - yureka01
<한국 전통주 교과서>
술을 빚어 보고 싶다니까 이구 동성으로, 하나같이 나오는 탄식이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였다. 다시 말하자면, 술을 만들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냥 슈퍼에 가면 널린 게 술인데 사 먹고 말지. 뭐 하러 만들어서 먹냐는 식이다. 가용성으로 술 자체로 보면야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훨씬 간편하고 빠르고 좋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과정이 빠졌다는 것. 과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술이 무조건 대기업의 양조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똑같은 맛만 봐야 하는 결과는 정말 별로다. 술을 맛으로 먹나 취하려 먹지.라는...

8점
피 말리는 소설 한편... - bookholic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을 읽었단다. 그의 소설을 여럿 읽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름이 헛갈린다. 피에르 르메르트? 피에르 르메트로? 피에로 로메트르?피에로 르메트로? 아무튼 그의 가장 최근 소설 <사흘그리고 한 인생>을 읽었단다. 피 말리는 이야기라고 해야겠구나. 죄를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야. 분명 그가 잘못을 했으니까 죄를 받아야 하는데, 주인공에 감정이입이되다 보면, 들통날까 조마조마하게 되더구나. 그 이야기를해볼까? 스포일러를 시작해보자꾸나. 1.1999년 이야기는...

6점
[마이리뷰]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물감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한때 국내에 글쓰기와 관련된 도서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가 있었다. 서평 쓰는 법, 문장력 키우기 같은 책이 참 많이도 나왔지만 나는 이 책이 처음이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뭘 믿고 그러냐! 라고 하시겠다면 내가 청개구리라서 그렇습니다!는 대답과 함께 부담백배 윙크를 양쪽 눈으로 마구 쏴드리겠어. 고기가 땡기는데 한식뷔페가 웬 말이뇨. 솔잎 맛 밖에 모르는 송충이도 나비가 되면 알아서 꿀 찾아가는 겁니다. 이 우주 만물에는 다 때와 시기가 정해져있다지. 결국 이 책을 집어 든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이야. 허허허... 방금 건 ...

10점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 stella.K
<시와 살다>
고백하자면, 나는 유독 시를 홀대했다. 사춘기 때 문학소녀가 아닌 사람이 없고, 문학소년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그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춘기가 영원하지 않듯 시도 사춘기가 떠날 때 같이 떠나보냈던 것 같다. 게다가 알만한 소설가들도 그 시작은 시였다가 소설로 전향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역시 시는 인생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인가 보다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이 그런 시구도 읊지 않았던가, 시 한 편이 300원이라고. 하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요...

8점
당신을 응원하는 이유 - 꼼쥐
<[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산을 오르는 게 습관처럼 배어 있는 나로서는 등산로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를 목격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가 않다. 발목이 삐거나 접질리는 일은 다반사, 그보다 훨씬 심한 부상을 입고 소방대원의 들것에 실려 산을 내려가는 모습도 이따금 보게 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분초를 다투는 치명적인 사고를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오르는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서 그런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등산객들이 몰리는 봄과 가을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사건사고가 발생...

10점
끝끝내 풀지 못할 의문을 간직한 채 살아야겠지.. - 설해목
<비상문>
이 소설을 먼저 읽은 친구가 내가 읽어보며 좋겠다며 선물로 책을 보내주었다. 다른 친구들이 아닌 왜 내게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했을까 싶어 펼쳤는데... 첫 문장을 읽으니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신우처럼 내게도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동생이 있으니까... 영원히 서른아홉 살의 모습으로 기억될 가족이 있으니까... 동생 신우를 잃은 화자처럼 나도 어떤 이유든 찾아내어 그것이 납득이 되어야만 더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짧은 한 편의 소설이라 한숨에 읽어내려 갔다. 읽는 동안에는 그냥 내가 소설을 읽고 있...

10점
소설을 초과하는 소설 - 다윗
<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무선 제본)>
* 프롤로그 : 완독하기 힘든 소설2013년 7월 뉴욕 브루클린의 북 라이엇(Book Riot)은 「읽지 않은 책을 읽었다 속이는 책」이라는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828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조지 오웰의 『1984』 등의 거작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왜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할까 생각했지만 독서라는 행위에 내재된 기묘한 지적 우월의식을 완전히 부정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허세와 위선은 있...

8점
수술에서 시작된 의학의 역사 - cyrus
<메스를 잡다>
아파 본 사람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한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 병을 앓는 사람을 뜻하는 환자(患者)의 ‘환(근심)’은 마음(心)에 꼬챙이(串)가 찔려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질병의 고통은 외부적 요인(꼬챙이)과 내부적 요인(마음)이 동반해서 생기는 것이란 암시로 보인다. 환자는 몸만 아픈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마음마저 약해지면서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종교의 영역에서 고통은 성스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독교가 보는 몸은 위험한 욕망으로 가득한 덩어리로, 자기 정화를 통...

8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자서전 - Shining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라면 해야 할, 반드시 필독해야 하는, 한 번은 봐야 할 등등의 표현을 싫어한다. 강요를 하면 더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가끔 영화나 책을 읽으며 특정 타깃층을 겨냥해 쓸 때가 있다. 이런 식이다. 영화학도라면 혹은 시네필이라면 아마도 좋아할 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쓴 ‘영화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물론 만족스러울 것 같지만 특히 영상연출을 다루는 사람들에겐 -좀 더 강하게 이야기해- 일독을 권하...

10점
세밀한 필치로 간사이의 풍속까지 함께 그려낸 일본판 ‘오만과 편견‘ - oren
<세설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보다 20년쯤 늦게 태어났다. 나쓰메 소세키가 메이지(재위 1868∼1912)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였다면,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그보다 한참이나 뒤늦게 활동했던 작가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는 메이지 유신 이후 다이쇼 시대를 거쳐 점차 팽창하는 제국으로 변모하던 쇼와(재위 1926∼1989)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국력이 한창 기세좋게 뻗어나가던 시기에 부유한 도쿄 상인의 집에서...

8점
슬픔과 절망이 찾아가려는 것... - 구단씨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종종, 뭔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엄마 때문이다. 엄마를 생각하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그 말을 다 하고 살아갈 수 없어서. 그저 가슴 속 말들을 쏟아낼 게 필요했다. 그래서 가끔 썼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썼다. 그 말이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은 내 마음이 하는 말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고 싶은 말 다 꺼내놓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적어도 말이 아닌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면 조금은 개운하지 않을까 하는, 뭔가 풀어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누구나 그런 의미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살...

10점
사물화에 맞선 인간의 증명... - 헤르메스
<작별>
최근에 이사를 했다. 마침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시점과 맞물리는 바람에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곳 하나 마련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작별'을 읽으면서 심히 공감하게 된 건 그런 내 사정이 단단히 한 몫했다. 여기엔 본상을 수상한 '작별'에 수상작 후보로 선정되었던 다른 여섯 편의 단편까지 더하여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물론 모두 각각 다른 시간에 다른 지면으로 발표되었을테지만 어쩐지 내게는 마치 모든 작가가 미리 합의라도 하고 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