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경제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 kinye91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경제는 삶이다. 자신의 삶을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경제학자에게만 맡겨서야 되겠는가? 그래서는 자신의 삶에서 주체가 될 수 없다. 남이 하라는 대로 하는 객체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라고 배워오지 않았던가. 그 배움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자에게 경제를 맡겨만 놓아서는 안 된다.언론에서 경제 관련 소식을 전할 때 무슨 무슨 교수(소위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사람)를 초빙해 그 사람의 말로 현 경제의 상황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언론사에서 선호하는 교수를 초빙해서 그 사람의 의견만 듣는다. 다른...

10점
1945 해방 직후사 - 거리의화가
<1945년 해방 직후사>
관심 저자나 분야에 대한 신간 알림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알라딘 새로 나온 책이나 새로 나올 책 코너를 뒤지곤 하는데 간혹 놓치는 책이 있을까 해서다.이 책은 12월 말쯤 새로 나온 책을 확인하다 발견했다. 보자마자 눈이 '하트'가 되었다. 한국 현대사, 그것도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해방 직후의 역사이기 때문이었다.해방 후 3년이 한국 현대사의 중요 기점이 되었음에는 부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내가 왜 이 시기에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보았는데 많은 자료들이 발굴되었음에도 여전히 빈 공간들이 존재하기 때문...

8점
왜 서구인가? 다양한 주장들 - Heath
<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
『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는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 대학의 역사학자 조너선 데일리가 집필한 책으로, 어째서 서구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었는가에 관해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서양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려 시도한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한 책이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머리말에서 몽테스키외, 볼테르에서 시작해 21세기까지 서양권 학자들의 여러 주장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핵심적인 논지만을 제시하고 있다.머리말에서 간단히 제시되는 인물들은 몽테스키외에서 막스 베버 까지이며, 본문에서는 대체로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

10점
수려한 현재성을 능가하는 탁월한 가독성 - 레삭매냐
<연수>
작년 어느날, 라디오에서 신간 소설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장류진 작가의 <연수>에 대한 소개였다. 마침 도서관에 가는 길이어서 빌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지려나 싶었지만,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대출 중이었다. 쉬이 나까지 차례가 오지 않더라. 그러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 해가 바뀌고 나서야 <연수>와 만날 수가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연수>가 소설집인지도 몰랐다. 연수는 심지어 사람 이름인가 싶기도 했고. <연수>에는 모두 6편의 ...

8점
늑대의 시간 - 베터라이프
<늑대의 시간>
하랄트 얘너는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문학, 역사, 미술사를 공부하고, 자유 베를린 대학에서 같은 분야의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프랑크부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문학 평론으로 글을 기고했고, 이후 베를리너 차이퉁에서 편집자로 경력을 쌓습니다. 그리고 그는 2011년부터 베를린 예술 대학의 문화 저널리즘 명예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얘너는 1945년의, 나치 독일의 패전 이후, 근 10여년의 독일 시민들의 삶을 보다 면밀히 분석한 이 작품으로 2019년 라이프치하 도서전의 논픽션 상...

수십만 명의 군인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된 이후 베를린에서 남성 부족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심각했다. 왜냐하면 베를린은 전쟁 전부터도 미혼 여성들의 수도였기 때문이다.


10점
[마이리뷰]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 물감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한물간 MBTI 얘기를 이제 그만 좀 하고 싶은데, 솔직히 너무나도 유용한 글감인지라 가끔씩은 써줘도 된다고 우겨본다. 가장 희귀하다는 남자 INFJ의 속내를 깊이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러니 몇십 번 우려먹는다 한들 그리 민망할 건 아니라는 정신승리 하에 이 글을 적고 있다. INFJ의 대표적인 특징은 16가지 유형 중에 N성향이 가장 높다는 것인데, 생각이 워낙 많다 보니 전지적 본인 시점의 상상을 하면서,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참 쓰잘데없는 염려를 해가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좀먹는 셀프 ...

10점
고통이 산문이라면 사랑은 시 - scott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작은 아들이 부자인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선뜻 아들에게 유산을 미리 준다.아버지에게 미리 물려 받은 유산을 온갖 유흥에 흥청망청 전부 소비 해 버린 작은 아들은 그해 흉년이 들어 굶게 되고 굶주림에서 면하려고 남의 집 돼지치기를 하며 얹혀 살아간다.돼지들이 먹는 쥐엄나무로 끼니를 떼우던 작은 아들은 그마저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거지꼴이 되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 종으로 삼아 달라고 청한다.거지꼴이 되어 돌아 온 아들을 반갑게 맞이한 아버지는 아들의 입에서 '당신의 종이 되겠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

10점
아름답고 비범하다 - 자목련
<이처럼 사소한 것들>
지금의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만들어졌다는 말은 좀 이상하고 나를 채운 것들은 무엇일까라고 말하는 게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어린 나를 돌본 손길,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려준 이들, 개인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알아야 할 것들,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나는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을까? 가장 가까운 이들의 영향은 언제나 막강하다. 그냥 지나칠 정도의 소소하고 사소한 것, 습득하지 않으면 끝내 모르고 말 작은 예절 같은 것, 그리고 선과 정의에 대해서 나는 누구를 통해 알게 되었는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10점
[서평] 한국도시의 미래 - 오클댁
<한국 도시의 미래>
<일본 이야기>로 알게 저자의 이 책은 좀 의외다. 일본 역사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임장 보고서'나 '2024 부동산 대전환'이라는 표지의 말에 저자의 정체성이 바뀐 것인지 의아하다. "한국의 이곳 저곳을 답사하고 비교하는 도시문헌학자(6)"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이야기>처럼 이 책 역시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이해한 우리나라 도시의 미래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책은 2부로 되어있다. 1부 한국도시의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으로 국제정세,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 인구, 교통에 대해 설명하고, 2부 한...

10점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구름모모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50대 후반에 은퇴한 의사이며 대만의 작가이다. 할머니 의사 노년의 사유가 전해진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여행이다. 50대의 삶과 60대의 인생만큼 70대의 여정도 낯선 여행길이라 모두가 서툴지만 잘 살아가 보고자 노력하는 흔적들이 묻어 나온다. 이 책의 저자의 삶의 이야기에서도 성장한 이야기, 불안했던 순간, 이루었던 순간들과 기쁨도 전해진다.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들은 없었음을 보여주면서 그 과정을 통해서 깨우친 삶의 철학들이 전해진다.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주저하지 말라"고 한다. 뇌가 지닌 무한한 가능...

8점
캐치-22와 Beef - Teo
<캐치-22 1>
내가 소설 캐치-22에 대해 처음 읽은 건 워커 퍼시의 소설 ‘영화광’의 역자 후기에서였다. 역자분이 말하길 당시 전미도서상 최종 결선에 3작품이 올라갔는데, 워커퍼시의 '영화광'과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 그리고 마지막이 조지프 핼러의 '캐치-22' 였다고 한다. 그 두 작품을 제치고 수상을 했으니 영화광이 얼마나 대단한 소설인가! 에 대한 내용이었고, 내 기억에 캐치-22는 ‘그만큼 대단한 소설’ 정도로 기억되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 달쯤 후에 우연히 캐치-22라는 제목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의 마...

10점
노력해야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 페넬로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아버지 기일이 있었다. 재작년부터 몸이 많이 안 좋으신 엄마와 엄마를 케어하고 있는 둘째 언니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형제들만 오빠의 집에서 지내는 제사에 참석한다. 직장생활과 함께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조카들도 참석하기 힘들어 아버지의 제사는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만 모여 조촐하게 지내는 연례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제사상 앞에 무릎을 꿇고 차례로 제주(祭酒)를 올릴 때, 오빠와 형부의 뒷머리가 휑한 것(좀 많이)을 볼 수 있었다. 오빠야 대머리가 유전인 집안의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형부의 머리가 ...

10점
누가 자유를 제로섬게임이라 하는가? - 우끼
<말, 살, 흙>
1.이 책을 읽고 느낀 첫 번째 감상은,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할 수 있는 말로 축소해야 했다.이 책은 농사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소농과 관련하여 읽을 수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과 연관되어 있고, 말,살,흙은 우리가 폄하하고 분리해온 ‘비인간자연‘, 흙, 공기, 물, 동물, 식물, 물질등이 우리 몸과 끊임없이 교통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소농의 삶은 ‘비인간자연’이 어떻게 몸에 침투해들어오는지, 우리가 분리하여 생각해...

10점
세상 모든 아름다움이 있는 곳, 가본 적이 없는데 그리워졌다. - 그레이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책 제목을 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d Me』를 그대로 직역하는 것이 어땠을까? 나에게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제목이 문턱으로 작용했었다. 뭔가 상투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을 홍보하는 글들이 이상하게 나를 더 멀어지게 했다. 미술관보다 그의 상실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뉴요커’에 다니던 한 남자가 형의 죽음 이후로 미술관 경비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10점
맘마는 엄마다 - stella.K
<고령화 가족>
사실 난 몇 년 전 동명의 작품을 영화로 봤다. 영화와 원작이 다를 수 있음에도 난 영화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원작을 볼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영화나 책이나 거기서 거기지 별 건가? 이 말은 영화가 별로였다는 말도 된다. 영화가 좋으면 책으로도 읽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책의 협업은 긴밀하다. 그런데 이 작품 책으로 안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래도 내가 전에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 책은 여전히 나에게 봉인된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작가들이 한 번쯤 가족 소설을 쓰긴 한다. 그...

8점
소유는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 - 오네긴
<소유냐 삶이냐 / 사랑한다는 것>
저자인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 1900년 3월 23일 ~ 1980년 3월 18일)'은 유태인 출신의 독일계 미국인 사회심리학자이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오기 전부터 프롬은 '프랑크푸르트 사회 연구소'에서 일하며 정신분석학과 사회심리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소유냐 삶이냐>는 1976년에 출판된 책으로, 프롬이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는 '소유'의 고도화와 그것으로 오는 '인간소외'를 지적한 책이다.나는 1970년대의 미국을 살아 본 적이 없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이...

1) 모든 욕구의 무제한적인 만족은 복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며, 행복에 이르는 길도 아니고 최대의 쾌락에 이르는 길도 아니다.



2) 자기 생활의 독립된 주인이 된다는 꿈은, 우리 모두가 관료 제도란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어, 생각, 감정, 기호가 정치와 산업 그리고 그것들이 지배하는 매스컴에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뜨기 시작했을 때 끝나 버렸다.



3) 경제적인 진보는 여전히 풍요한 국가에만 국한되어, 풍요한 국가와 가난한 국민들의 간격은 더욱 벌어졌다.

​4) 기술의 진보 그 자체가 생태학적인 위험과 핵 전쟁의 위협을 낳았으며, 그중 어느 하나가 또는 양쪽이 모든 문명 그리고 어쩌면 모든 생명에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유별나게 불행한 사람들의 집합이다. 우리는 고독하고, 불안하며, 억울하고, 파괴적이고, 의존적이어서, 한쪽에서는 그토록 애써 아끼는 시간을 다른 한쪽에서는 마구 허비하며 기뻐한다"


8점
상상력의 원천 그리고 도전 - starover
<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의 완역본을 보고 들떠서 이 시리즈를 구매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책의 뒷면에 소개된 『그림형제 동화전집』과 『안데르센 동화전집』에 매료되었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거의 다 유랑한 지금, 나의 마음속에는 안데르센의 동화가 훨씬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라는 결론과 그림형제 동화가 조금 더 많은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결론을 동시에 품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에, 지나간 이야기를 보는 것은 어쩌면 고리타분하거나 뒤처진 인상을 주기...

10점
해방의 밤-은유 - 돼쥐보스
<해방의 밤>
주로 언제 책을 읽으시나요. 하루 중 어떤 시간에 책 읽을 시간을 내어주시는지요. 아니 하루가 짧은 이들에게는 질문을 다르게 해볼게요. 어떤 날들에 책을 읽으시나요. 근로 생활자라면 주중에 있을 휴일에 그냥 생활자라면 하루에 자신이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고 계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하루를 마친 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잠깐, 휴일에는 오전의 시간에 책을 읽습니다. 추석이나 설 연휴가 있을 때에는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권 읽기를 하려고 합니다.빛의 세기에 따라 읽는 책의 종류도 달리하는 나름의 부지런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밤과...

10점
취미로 직업을 삼다 - 모나리자
<취미로 직업을 삼다>
새해 들어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힘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모처럼 일주일 동안 휴강이라 책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욱 번역가는 몇 년 전 김애리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읽고 나서 알았다. 나이 일흔에 번역가가 되었다는 것과 30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보증을 잘못 서서 쫄딱 망했다는 사연 정도만 알고 있었다. 얇은 분량에 내 책 판형보다 더 작은 이 책에 저자의 묵직한 인생이 들어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학에 관심이 많아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문학동인...

8점
좀비 퇴치가 - 꼬마요정
<좀비 낭군가>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인 ZA 문학상 7, 8회 수상작품집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읽게 된 이야기였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니... 세상에 좀비가 출몰하면 한국인은 좀비떼를 헤치며 출근할 거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했다.첫 번째 이야기는 태재현 작가의 <좀비 낭군가>이다. 조선 구전 민요인 <진주 낭군가>를 비틀었는데, <진주 낭군가>는 남편 없이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아내가 첩을 끼고 내려오는 남편을 보고 목을 매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좀비 낭군가&g...

8점
노예제도가 있던 알려진 세계 - 망고
<알려진 세계>
이 소설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노예제도가 서슬 퍼런 기세를 뻗치고 있었던 1850년대 버지니아 주 안에 작가가 만든 가상의 지역 맨체스터 카운티가 배경이다. 배경만 들어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딱 감이 오지 않는가? 인종차별, 백인이 흑인 노예에게 잔인하게 행하는 폭력, 흑인 노예의 비참한 삶 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두운 역사를 이 소설은 아프게 다시 한 번 보여 줄 거라고 나는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소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예상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3...

8점
법칙을 깨기 위한 고군분투기 - 카이로스
<야성의 부름>
자우메 카브레는 “모든 예술은 인간 영혼의 깊은 불만족으로부터 비롯된다.”라고 했다. 모세, 부처, 예수, 사마천, 보에티우스, 단테, 보카치오, 베르디 등 이들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자 시련과 역경의 시간을 조적하여 그곳에 단단한 기초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박차고 고난의 바다를 뚫고 올라 자신의 삶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다. 어쩌면 내면의 어딘가에 영원히 잠들어 끝내는 자각하지 못했을 잠재력과 가능성은 이렇게 힘든 시절을 관통해야만 발현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벅은 세인트버나드와 셰퍼드의 피가 반반 섞인 덩치가...

벅은 신문을 읽지도 않았고 악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 P9


10점
매혹적이지만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은 세계 - 바스티안
<가와바타 야스나리>
눈 오는 날에만 읽겠다고 마음 먹은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 『설국』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설국』과 그 배경이 된 에치고유자와 여행기의 비중이 꽤 큰 데다 책의 도입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서 걷다가는 (전봇대의) 전깃줄에 목이 걸린다는' 에치고유자와의 폭설. 그 안에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저자도 일부러 눈이 올 때를 기다려 에치고유자와에 갔다니 이 책을 눈 오는 날에 읽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책을 사고 4년이나 지나서야 이 책을 다 읽었지만. 눈...

6점
하고, 듣고, 말하는 음악을 회복하자 - 노란가방
<음악을 듣는 법>
무언가 모르는 게 있을 때 요새는 쉽게 구글링을 하곤 하지만, 여전히 뭔가 좀 더 진지하게 알고 싶을 땐 책을 찾아 읽는 편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내가 전혀 모르는 문외의 영역인 경우 더더욱 괜찮은 책을 통해 기초를 닦아야겠단 생각이다. 도서관에서 가서 이 책을 골라 온 이유다. 제목부터가 (수영 할 줄도 모르면서 백과사전을 읽으며 수영에 관해 지식을 쌓은) 딱 나에게 맞아 보였다. “음악을 듣는 법”이라. 이 책을 읽으면 나도 클래식 음악을 좀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져왔다.물론 그런 심미안은 한 번에 생기는 게 아...

10점
시간이 가져간 것들 <사라진 것들> - 새파랑
<사라진 것들>
N24008"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모르겠어.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내가 소설을 주로 읽는 이유는 간접체험 때문이다.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흥미가 많아서, 과거를 살아볼수 있는 고전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외국 소설을 좋아한다. 뉴스로 접할 수있는 이야기나 인문학, 역사 분야는 아직 내 취향이 아니다.그래서 공감이라는 부분은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의 우선순위에서 약간 밀린다. 하지만 '앤드류...

10점
사탕껍질을 벗기듯 - 꼼쥐
<너 없이 걸었다>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결심하는 이는 원래부터 다정한 사람이었을 확률이 높다. 우리가 지난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 결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신년계획을 세우는 일도, 다이어트나 운동 등 새해 결심을 하는 일도 모두 그만두었다. 지키지도 않을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만 낭비하고 의지박약의 나 자신만 탓하는 일도 유행 지난 신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 더 상냥한 사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마다 기도와...

10점
계급이라는 최후의 문제를 다루는 법 - 식물도감
<벨 훅스 같이 읽기>
책을 '읽어낸다'는 것의 표본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저자들은 벨 훅스를 함께 읽으며, 자신들이 마주친 벨 훅스의 문장에서부터 자신의 사유와 경험의 과정을 꽤 높은 투명도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때로 막히고 때로 곡해하고 때로 짐작하고 멈추고 다시 나아가기를 반복하면서 벨 훅스의 함의를 독해하고자 애쓴다. 이것이 내가 지향해야 할 독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7개의 챕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김은지가 쓴 <우리가 겨우 계급에 대해 말하기까지>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쭉 살아오는 동안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

10점
인간 행동의 변화를 향한 용기와 사랑의 선언 - 필리아
<삶을 위한 혁명>
삶의 형식으로서의 자본주의 비판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먹고 잠자고 가족을 보호하고 자손을 양육하는데 요구되는 재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고용주를 위한 노동을 하여야만 하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재투자와 재생산의 노력을 지속하며, 경쟁자를 누르고 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려 몸부림을 치고, 낙오된 자들을 보며 당분간의 안전감을 느낀다. 그런가하면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과 기후 온난화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묻지마 혐오 살인으로 여성과 소수자들이 살해되며, 상품가치가 떨어...

8점
도박, 사랑 그리고 베팅 - 잠자냥
<한밤의 도박>
타고나길 소심해서 일확천금을 노려 본 적이 없다. 도박을 해본 적도 없고 로또라든가 복권 같은 것을 사본 적도 없다. 이 나이가 되도록 한때 국민스포츠라고 불리던 화투를 하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데, 아마도 내가 이런 게임에 흥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느낀 극도의 부정적 감정 때문에 도박이나 복권 같은 것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요행수를 바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요행수를 바라기보다는 소박할지언정 차근차근 천천히 성실하게 삶을 꾸려나...

10점
‘밝음‘의 문체 - Youngwoong Kim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밝음'의 문체최은영 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서양고전문학을 선호하는 나는 한국소설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베스트셀러 위주로 이미 입소문 난 책들을 먼저 살피게 된다. 최은영 작가는 수년 전부터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이미 주목받는 차세대 한국 현대소설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책 소개를 보고는 읽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모두 단편집이었기 때문이다. 단편이 주는 의도적인 불친절함과 불가피한 아련함 (혹은 무책임함)보다는 복잡하고 장황하더라도 ...

10점
작가지망생이 아닌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이론서 - Laika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스토리텔링 이론서가 시중에 꽤나 많이 나와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좋았다. 책을 읽고나면 항상 밑줄 친 부분을 노션에 옮겨 적는데 이 책은 밑줄을 너무 많이 쳐서 노션에 옮기지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우선 나는 작가 지망생이 아니다. 이 책을 철저하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다. 그동안 봤던 소설과 드라마들을 떠올리면서 '맞아맞아. 이런 부분은 이래서 별로였고 이런 부분은 이래서 정말 좋았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좀더 실용...

8점
언덕 위 집 - 희선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천천히 걸어야 했는데, 빨리 걸어서 다리가 아픈 느낌이 듭니다. 다리가 많이 아픈 건 아니고, 빨리 걸어서 다른 생각은 못한 것 같아요. 이런 건 처음이 아닙니다. 늘 그래요. 실제 걸을 때도 둘레 잘 보지 않을지도. 하나도 안 보는 건 아니고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보면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걸 알지도 모를 텐데. 그냥 지나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천천히 자세히 둘러보지 않아서 쓸 게 별로 없는가 봅니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해요. 지난날을 돌아보는 건가. 그러기도 하고 ...

10점
위기의 커플, 그리고 여름 휴가 - Falstaff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의 1953년 발표 작품. 30대 후반에 쓴 장편소설. 아직 누보로망으로 선회하기 전이라 책은 수월하게 읽힌다. 여기서 “수월하게”라는 건 뒤라스의 작품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평온한 삶>이나 <태평양을 막는 제방> 같은 초기작품이 아니라서 이미 스토리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 경우엔 딱 적당할 정도의 건조함이 있어서 좋았다. 완전한 심리소설. 사람이 품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얼핏 보기엔 변덕일 수도 있고, 질투, 신경질, 히스테리일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 삶의 저층을 이루어 삶을 지탱해 ...

6점
다들 환상의 바다로 갑시다 - cyrus
<환상의 미술>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평점3.5점 ★★★☆ B+장막을 걷어라.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더 보자. 접어드는 초저녁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 한대수 『행복의 나라』(1974년) 노랫말 일부 -※ 사진은 1977년에 재발매된 한대수 1집 <멀고 먼 길> 앨범 앞표지다. 상상화는 그리기 쉽다. 내 생각과 상상한 것을 그대로 그리면 된다. 어떻게 보면 상상화는 꾸밈이 전혀 없는 솔직한 그림이다. 하지만 완성된 상상화는 온통 검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해...

10점
엄마,아빠에게 말 못하는 비밀 - DearMoon
<요괴 전시회>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을 떠올려 본다. 할머니에게 떡 달라고 쫓아오는 호랑이, 분명 무섭게 생겼는데 어디가냐고 친절하게 묻는 늑대, 혹부리 영감, 구미호, 도깨비 등등...이야기 속,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참 요상하게 느껴졌다. 길 가다가 보이는 고양이나 개들은 말을 못하고 나의 삶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이야기 속, 동물들은 주인공에게 못된 짓을 벌이고 된통 당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요괴전시회>에는 그 요상한 존재들이 시인으로 나온다. 근데 그건 다름 아닌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10점
미칠 수밖에 없었는가 - bookholic
<광인>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아빠가 새로 알게 된작가들 중에 최고는 이혁진이라는 작가란다. <누운 배>를통해 알게 된 다음, 그의 장편을 다 찾아 읽었단다. ‘다’라고 해 봤자 데뷔하신 지가 얼마 안 되어 권뿐이더구나..^^ 3권뿐이라서아쉬웠지. 그런데 두어 달 전에 신간 소식 알림이 떴어. 그책이 이번에 아빠가 읽은 <광인>이라는 소설이란다. 책 두께가 어마어마 하구나.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인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책은 두께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막걸리라면 그걸 그린 자화상은, 그나마 볼 만한, 증류식 소주 같은 거고 역사가 보리로 담근 발효주라면 소설은 그걸 증류한 위스키라고 할 수 있을 테죠. 히치콕이라는 영화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극(劇)이란 지루한 부분을 오려 낸 인생이다. 영화가 인생을 그대로 옮겨 놓기만 한 거라면 사람들이 왜 그걸 보고 있겠어요? 더럽게 지루한데다 매일 신물나게 보고 겪는 게 그건데요. 저처럼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죠. 창밖의 소리가 아무리 싱그럽고 청량해도 그걸 그대로 옮겨 놓은 건 음악이 아니라는 걸요. 반대로 아무리 비싼 악기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낯설고 기이하기만 한,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무관한 소리들 역시 음악이 아니죠. 그건 그냥 악기로 만들어 낸 소음일 뿐이니까요. - P8


10점
나는 내 자리에 있다. - 반유행열반인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20240224 레오니 비쇼프. 몇 달 전 청소년회관에서 한 주 한 번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엄마는 연필 소묘 단계를 마친 모양이다. 이제 색연필 그림에 들어간다고 선생님이 권해준 제품을 구해달라고 하셨다. 72색 전문가용 유성색연필은 거의 10만원이나 하는 제품이었지만, 그 정도 비용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림 수업이 있는 날 엄마는 유독 설레고 들떠 보인다. 스케치북과 연필이 담긴 에코백을 메고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두 시간 그림을 그린 뒤엔 같은 시설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돌아오신다. 주말에는 또 같은 시설의 피...

10점
발칸화의 연원 - 배부른소리
<발칸의 역사>
지리적 복잡성과 문화적 복합성 속에서 여러 종족집단이 느슨하게 공존해오던 발칸에서는 19세기에 외세의 영향을 받으며 ‘발칸화’가 진행되었다. 발칸의 각 민족이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여러 나라로 분립된 발칸화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력이 약화됨에 따라 배타적 민족주의가 분출되고 외세가 개입하며 촉발된 ‘동방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국가종교’로 구성되는 국민국가 체제의 발칸 국가들이 자행한 “폭력과 야만”의 원인은 더 넓은 맥락에 포함된 것이었으므로 발칸 고유의 것만은 아니었다.발칸 반도는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

10점
과학자가 비이성을 만날 때, 인류에게 남아있는 것 - 초란공
<매니악>
과학자가 비이성을 만날 때, 인류에게 남아있는 것 《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2024) 《매니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벵하민 라바투트의 전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받은 인상을 다시 소환해보자면, 전작은 완전히 SF는 아니라도 테드 창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 단편집이었다. 특히 라바투트의 단편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테드 창의 단편집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 실린 단편 「영으로 나누면」을 떠올리게 했다....

10점
『문밖의 동물들』 - renai_jin
<문밖의 동물들>
생명의 문제는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오랜 시간 상호 적응해온 자연 숙주와 공존 관계를 유지하는 바이러스는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자연 숙주와 바이러스의 공존 관계가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는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인구는 급증하는 데 반해 열대림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기후 온난화로 인해 환경이 급변하며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형태로 변이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생태계의 진짜 '괴물'은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