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기록을 통해 기억을 하자 - kinye91
<민중을 기록하라>
잊지 못하는 사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 이 사람은 아마도 미쳐버리거나 성인이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불경에서 "본생담"이라는 책이 있다. '자타카'라고도 하는데, 부처의 전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믿는다면 부처는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기억이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으리라. 다 기억하는데, 어떻게 안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의 결과를 알고 있는데, 어찌 허튼 행동을 하겠는가? 그런데 반대로 자신의 자그마한 실수 하나도 다 기억한다면, 그것을 잊지 못한다면 어...

10점
존 윌리엄스, <스토너> - 시이소오
<스토너>
필립 로스 – 줌파 라히리 – 제임스 설터 톰 행크스의 말처럼 <스토너>는 그저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된 사람의 연대기다. 그렇지만 분명 매혹적인 이야기다. 이 소설엔 나를 매혹시키는 세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 : 이런 멘토를 만났더라면. 스토너는 집안의 농사일을 위해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2학년 1학기 때 누구나 듣는 교양과목인 영문학 개론 강의가 결국엔 그의 인생 행로를 결정지을 줄이야! 스토너는 아처 슬론 교수의 지도에 따라 책을 읽고 또 읽지만 항상 낙제를 겨우 면할 수준이었다. ...

8점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 Breeze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가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는 것.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공유하는 것. 책에 대한 느낌을 잊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공감하고 싶어하는 것. 혹은 책을 읽는 느낌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수많은 책들 중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들, 작가들, 문장들. 이 모든 것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 읽은 책의 목록을 늘어보기도 한다. 내가 읽었던 책. 내가 좋았던 책을 다른 이의 글에서 만나면 무척 반갑다. 내가 느낀 것과 타인이 느낀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책이라는 게 취향...

8점
We should all be Feminists - 단발머리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보통의 책보다 1센티미터 정도 작은 크기, 1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분량, 2012년 12월 테드×유스턴 TED×Euston 강연을 다듬어 출간된 이 책은 ‘페미니즘’이라는 무거운 주제, 10초 안에 사람들을 ‘모세의 홍해’처럼 둘로 가를 수 있는 이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볍게 밀쳐버린다. 보세요, 저는 이렇게 얇은 책이에요. 보세요, 저는 이렇게 가벼운 책이에요. 그 다음으로는 표지. 내가 워낙 하늘색(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부디 다른 사람도 그러하기를. 나는 이 색을 하늘색이라...

10점
삶으로서의 민주주의 - 착선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모일 수 없습니다. 결사적인 삶은 권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공적인 삶이 영위되는 곳은 차단됩니다. 진짜 목소리를 내는 시위는 불법으로 선언되고 강제로 종식되며, 그들이 쫓겨난 무대는 엉터리 정치 집회로 채워집니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색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흑백사회를 거부하고, 총천연색 사회를 만들고자 한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곳에서나 존재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났었던 6월 항쟁 역시 그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8점
깨지기 쉬운 행복처럼 - 레삭매냐
<심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뒤늦은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부지런히 그녀의 작품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 들어 <캐롤>에 이어 하이스미스 작가의 <심연>도 읽었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리틀 웨슬리에 사는 중상층 부르주아 가정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 이런 숨막히는 비밀이 숨어 있으리라고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소설의 초반 진행은 느리게 전개되지만 아내의 계속되는 부정을 감내하는 남자 빅터 반 알렌의 이야기가 조금씩 냉담한 독자의 가슴에 불...

10점
완전히 새로운 로마의 역사로 현재의 문제마저 통찰하게 만들다 - 헤르메스
<풀잎관 세트 - 전3권>
예전 내게 라틴어를 가르친 한 스페인인 교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여기에 대해 처음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관을 완전히 바꿔 주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직접 만나기 전의 나는 그것을 로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아주 재밌는 소설이겠구나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아니었다. 산만함을 용납하지 않는 달변의 화술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도록 하는 소설로서의 재미도 월등했지만 더 나아가 뛰어난 역사서로써의 면모마저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

10점
아저씨께 충고하지만... - 붉은돼지
<자기 앞의 생>
그 유명한 《자기 앞의 생》을 이제야 읽었다. 전에도 한두 번 주절댄 바 있거니와 축생 따위의 같잖은 것이 가당찮게 베스트셀러에 대한 반감이 있어 그동안 읽지않고 힘써 버티고 있었는데,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헛되이 전해진 이름은 없더라는 이야기.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늙으면 뭐든지 계속 버티기가 조금 곤란해진다. 골육이 약해져 뼈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관절은 수시로 쑤시고, 조여주면서 버티는 근육은 한번씩 풀어져 참 황당하게도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아니,,,의도에 반하여) 몸속...

8점
별이 쏟아지는 밤, 길을 잃어 버리다 - 피오나
<루미너리스 1>
나는 균형을 상징하는 천칭자리이다. 연애나 친구관계, 금전적인 면 등 모든 면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무슨 일이든 극단적으로 달리는 일이 없으며, 대부분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단다. 뭐 어느 정도는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누군가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설명해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재미로 운세를 보거나, 별자리 점을 보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12개의 별자리로 각각의 성격을 규정해서 캐릭터를 만든다면 어떨까. 엘리너 캐턴의 이 작품 <루미너리스&g...

8점
이 책을 연애소설로 읽은 사람이 나 혼자뿐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연애소설 - 비의딸
<오베라는 남자>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가을은 겨울로 넘어가던, 파르바네와 패트릭이 오베의 집 우편함으로 트레일러를 후진시킨 지 거의 4년이 되던 11월의 어느 싸늘한 일요일 아침, 파르바네는 누가 얼어붙은 손으로 자기 이마를 만진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8시 15분이었다. 오베의 집 밖에 쌓여 있던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447쪽 오베와 임신한 이웃 여자인 파르바네는 어떤 종류의 사랑을 한 것일까. 그들이 주고받은 감정은 이웃간의 우애 또는 아버지를 잃은 이방인 여자와...

8점
익숙한 단점만 고쳐도 좋은 문장이 된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구단씨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재밌다. 저자의 전작 『동사의 맛』은 크게 관심도 없었기에 도서관에서 초반부를 읽다가 만 것을 보면, 이번 책이 내 눈에 들어올 만한 이유가 없었는데도 쉽게 잘 읽힌다. 문장을 쓸 때 자주 실수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이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듯한 말투가 듣기 좋다.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들리지 않아서 좋다는 거다. 이런 책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저자가 하는 말을 처음 듣는 것도 아니어서 특별할 게 없는데도, 이런 이야기를 또다시 듣게 되는 이유는 그 실수를 반복해서 하는 나를 알고 있어서다. ...

10점
시대를 잘못 태고난 청년, 야망과 사랑과 배신과 증오, 그리고 용서 - CREBBP
<적과 흑 - 하>
단눈치오의 <쾌락>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고 리뷰를 1편만 쓰고 말았던 스탕달의 <적과흑> 생각이 났다. 두 주인공 모두 두 명의 여성을 동시에 사랑하고, 비극적으로 사랑을 끝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채 사치와 향락에 쩔은 붕괴 직전의 귀족들의 일상과 대화, 심리를 상세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적과흑>에서 쥘리앙은 <쾌락>의 안드레아와 비교해보면 치기와 불안을 껴안고 고뇌하는 젊은 청춘이며, 안드레이와 비교해볼 때,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신분과 부를 기반...

10점
"누나, 그게 정말이여?" - 시로군
<더버빌가의 테스 (반양장)>
“별에도 세상이 있다고 했제, 누나?”“응.”“우리 세상하고 같아?”“잘은 몰라도 그럴 거 같아. 우리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와 비슷할 걸. 대개는 싱싱하고 안 썩었지만, 벌레 먹은 것도 가끔 있잖아.”“우린 어디 살아? 싱싱한 별이여, 벌레 먹은 별이여?”“벌레 먹은 별.”“싱싱한 별도 많은디 우린 그런 별을 못 골랐으니께 당최 운이 나쁜 거네!”“그려.”“누나, 그게 정말이여?” 이 기막힌 이야기를 되새겨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에이브러햄이 누나에게 물었다. “우리가 안 썩은 별을 골랐으면 어찌 됐을까?” "Did you say ...

잘 판단해서 계획한 일도 잘못 실행하면 뜻한 바를 이루기 어렵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때 만나기는 아주 어렵다. 자연은 불쌍한 피조물이 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순간에도 그에게 ˝보라!˝ 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숨바꼭질이 지루하고 낡아빠진 장난이 될 때까지, ˝어디 있어요?˝라는 인간의 질문에 ˝여기˝라고 답해주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이 절정과 극치에 이르면 이와 같은 시간의 엇갈림이 더 섬세한 직관으로 교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 지금의 경우는―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완벽한 합일의 순간에 완벽한 전체의 쪼개진 두 반쪽이 만난 경우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반쪽은 끝에 이를 때까지 어리석고 우둔하게 기다리면서 대지 위를 홀로 떠돌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렇게 어줍게 지체하다가 걱정과 실망, 충격과 재난 그리고 얄궂은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67)


8점
피의 권좌, 맥베스 (2015) - 서쪽섬
<[수입] Macbeth (맥베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짧고 굵다 할 [맥베스]는 TV용까지 포함, 수십 차례 영화화된 소재다(IMDB 링크 참조). 그중 필견작을 꼽자면 세 버전을 들 수 있다. 나로선 가장 먼저 접한 맥베스 영화로, 원작에 충실하면서 표현주의 양식에 입각하여 욕망과 죄의식에서 비롯된 맥베스의 불안 및 공포를 강렬하고도 묵직하게 눌러 담은 오손 웰즈 감독의 흑백 1948년작. 중세 스코틀랜드에서 일본으로 배경을 옮겨 대담하게 잔가지들을 쳐내고 굵고 큰 붓으로 일필휘지 그려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흑백 1957년작 [거미숲의 성]. 가장 ...

10점
[문제는 저항력이다] 저항력에 막혀 멈출 것인가, 장벽을 넘어설 것인가? - 카일라스
<문제는 저항력이다>
저자의 전작『문제는 무기력이다』를 읽었을 때를 떠올린다. 항상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았고, 내 능력보다 한 단계는 뛰어넘는 일을 성사하고자 애쓰며 살았던 나는 좌절과 무기력에 허덕이고 있었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은 책이었기 때문에 이 책『문제는 저항력이다』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문제는 무기력이다』의 저자 박경숙이 3년만에 출간하는 책이다. 국내 최초 인지과학 박사인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한 과정을 다룬『...

8점
순수한 처음의 식사를 기억하면서 - 필리아(비의식)
<황석영의 밥도둑>
누군가의 기억을 들춰내는 추억이 깃든 사연을 듣다보면 어느 한 지점에서 아니 어떤 단어나 문장, 혹은 그 분위기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놓곤 한다. '유배지의 한 끼니, 흘러간 사랑, 잃어버린 그 맛, 나그네 살이, 밥도둑- 토박이 음식' 등 다 섯장, 서른네 꼭지의 산문마다에 한둘씩 풀어늫는 추억의 레시피들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알지 못하는 세상의 창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나는 자주시선을 멈추고 곧 회상(回想)의 세계속으로 빠져들곤 했다.아마 개정판 서문에 작가가 써 놓은 "누군가 함께 먹었던 음식의 맛에 대한 그리움은...

8점
라캉의 눈으로 본 불안 - 아무
<불안들>
이 책의 표지 뒷면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현대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의 불안에 기생하는가?불안한 일상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탐구또, 그 밑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정신분석학적 통찰을 우리의 친숙한 일상에 적용하는 능숙한 솜씨와 불안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폭로하고 분석하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줄리엣 플라워 맥카넬Juliet Flower MacCannell 캘리포니아 대학교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적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

10점
존재의 핵심으로 - 탕기
<사랑의 기술>
2016년 3월 13일 일요일기초와 근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단이 부실해도 고층을 올릴 수 있는, 그런 불가능의 공법은 인간 세계에 없다. 그래서 대가들은 글을 쓰고, 세상은 우리 독자들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권한다. 카렌 암스트롱의 말이 옳다면, (이는 그녀가 자신의 저서 『축의 시대』에서 한 주장인데) 위대한 가치의 대부분은 이미 나와 있다. 쏜살같은 21세기를 사는 ‘나’라는 30대 신참이 철학과 문학, 미술 등을 곁에 두고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있는 이유는 그거다. 나를 고리타분하다 말해도, 그런 표현이 싫진 ...

10점
상대성 이론을 쉽게 이해하려면... <빛보다 느린 세상> - 표맥(漂麥)
<빛보다 느린 세상>
뜨거운 불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일분이 한 시간 같지만, 예쁜 여성과 함께 있으면 한 시간이 일 분 같을 것이다.이것이 상대성이론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929)2014년,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세 번째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_아바타와 겨울왕국이 1,000만 돌파_ 북미 시장에선 찬밥이었다는데 한국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지. 부정(父情)을 다룬 애틋한 감정코드가 우리네 정서와 맞았다든지 지적 과시욕이 강한 우리네 허영심과 어우러진 결과라든지 등등 여러 분석이 나오곤 했다. 그런 원인도 있었겠...

8점
잉문학(잉여+ 인문학)에서 인문학으로 『덕후감』, 김성윤 지금, 북앤더갭, 2016. 1. - 더불어숲
<덕후감>
잉문학(잉여+ 인문학)에서 인문학으로『덕후감』, 김성윤 지금, 북앤더갭, 2016. 1. 신간 『덕후감』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이자 소장인 대중문화 연구가 김성윤이 그간 써왔던 비평 글을 모아 새롭게 구조화한 책이다.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한 분석도 좋지만, 대중문화 연구 자체를 메타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유익함이 크다. 이 때문에 독자는 저자와 함께 고민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텍스트에서 콘텍스트로, 콘텍스트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며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자의 고민을 오롯이 느껴진다. 마르크스 이론을 학습하고...

10점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 꼼쥐
<세컨드핸드 타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변화의 모습을 말할 때면 나는 항상 허둥대게 된다. 이를테면 그것은 정지된 스틸사진처럼 누군가에게 딱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선악이나 호불호의 문제로 간주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시간의 이쪽 편에 서서 저쪽 과거를 바라보는 관계로, 또는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저들이 사는 그곳을 바라보는 관계로 객관성이라는 건 언제나 담보될 수 없는 어떤 하위 개념에 놓이게 된다. 가령 왕정 체제였던 조선시대의 사람들이 민주주의 ...

8점
감각의 제국 - 잠자자
<감각의 제국>
감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큐를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인간이 살아야 할 도리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적절한 방법, 사람과 사람이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 등이 총 망라해 정리된 기분이다. 시작은 인간의 감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충격적인 도입으로 시작을 하였다가, 감각의 발전과정 그리고 감각을 집대성하는 뇌의 역할을 그리고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표정과 그 것을 읽어내는 과정 그 속에서 공감이라는 감각까지 어떻게 인류가 감각에 의존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감각을 발전시키...

6점
오정희의 ‘불의 강’ - 그토록 생생한 적의와 마주하여 - 몽원
<불의 강>
오정희의 ‘불의 강’ - 그토록 생생한 적의와 마주하여 오정희의 단편집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별사’와 ‘어둠의 집’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오정희의 다른 글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유독 그와는 별개로 ‘불의 강’이란 글이 지금도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 그렇다고 그 글이 ‘별사’와 ‘어둠의 집’과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느냐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론 ‘동경’을 읽으면서 5년 전 내가 쓴 품평이 얼마나 설익고, 또 얼마나 ‘동경’을 설읽었는지를 자각할 수...

8점
인간의 추한 욕망을 고발하다 - 잠자냥
<포르노그라피아>
곰브로비치의 <포르노그라피아>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이 든 사람들이(물론 비단 나이 든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혼자 있는 젊은 사람을 보면 꼭 누군가와 짝을 지어주지 못해 안달이 나는 상황, ‘짝짓기’를 그들 인생의 가장 큰 취미생활로 삼는 일은 결국 그들이 젊음을 시기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솔로’로 추정되는 남과 여가 있다, 그런 이들이 나이든 사람 눈에 포착되면 그들은 이 젊은 남자와 여자를 짝지어 줄 생각에 들뜬다. 짝을 지어줌으로써 그들을 진정한 ‘어른’의 세계, 곧 추하게 늙어갈 그 세...

8점
찬밥 한 숟가락 물에 말아서 후루룩~! - 양철나무꾼
<황석영의 밥도둑>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될때까지 타지 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터라,중ㆍ고등 학생 시절, 방학이고 명절 때면 시골에 가는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었다.말하자면 시골에 어떤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었던 셈인데,이런 환상은 시골 출신 남편을 따라 시댁으로 처음 인사를 가던 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고소한 기름냄새 폴폴 풍기며 지지고 볶는 것이 잔치 음식이나 손님 맞이 음식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을 깨고,마을 어귀까지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왔다. 난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난 개성 지방 할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어릴 때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