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마이리뷰 당선작

6점
딱 그만큼 - 다락방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연인과 이별한 지 며칠 안됐을때였다. 여전히 마음이 아팠고 헤어지자고 말을 했던 내 자신이 좀 부끄러웠고 또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남아있을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택시 기사님께 애인하고 헤어져서 슬프다고 얘기를 했다. 이 위기를 넘겼어야 했는데 나는 넘기지 못해 헤어지자고 말했고, 그래서 그게 몹시 미안하다고. 그 날 나를 처음 본 기사님은 내게 '아가씨가 그 사람을 좋아한 만큼은 딱 그 만큼이었던 거예요" 라고 하셨더랬다. 나 역시 그걸 ...

10점
앞으로 걸어갈 길이 퍽 아득하지만 기분이 좋다. 나는 이제 한 걸음 뗐고, 모르긴 몰라도 시작이 반이니까. - 해밀
<탁월한 사유의 시선>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분열된 삶에서 벗어나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활동성[明]을 통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곳[苑]으로 건너가는 도전을 감행하고자 세워진[建] 인문-과학-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이자,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진석 교수님의 이번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교수님이 건명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책이다. 버리고, 이끌고, 홀로 서고, 참된 나를 찾고 문답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철학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1강에 ...

10점
종교에 가까운 격려 - 꼼쥐
<보이는 어둠>
막연하고 대책없기로는 우울증 만한 게 없다. 약하게든 심하게든 직접 앓아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잘 알 것이다. 설령 자신이 직접 앓지는 않고 가족 중 누군가가 앓는 것을 옆에서 속절없이 지켜보기만 했다고 할지라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거나 칼날에 손가락이 베이기라도 했더라면 잠시 잠깐 놀랄지언정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게 마련이니 크게 걱정할 일이 없지만 이 놈의 우울증은 치료는커녕 발병의 원인조차 알 수 없으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 아닌가.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10점
미국의 교육/사회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책! - 기인
<우리 아이들 (페이퍼백)>
40. 로버트 D. 퍼트넘, “우리 아이들”,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2017. 올해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책. 미국의 교육/사회 현실을 알고 싶거나, 어떻게 질적연구와 양적연구가 결합되어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설득력있는 글을 만들어내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는 책. 하버드 교수인 저자는, 한 학부생이 낸 레포트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10년간의 수십 명의 팀과 함께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60년 전 미국에 비해서 지금의 미국은 얼마만큼 계층이동성이 떨어졌는지가 그 주제이다. 특히 이 계층이동성은 '교육'을...

8점
병 속의 메시지 - 아무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다루기로 했던 책은 바우만의 『사회학의 쓸모』였다(내가 하자고 했다..). 바우만의 책을 바로 읽자고 하기에는 읽기 난감한 문장들이 마음에 걸려서 보다 쉬울 거라 생각되는 대담집을 제안한 것이었다. 그렇게 모임을 준비하다가 설 연휴에 『사회학의 쓸모』를 다 읽고, 내용을 보충해야겠다 싶어서 집어든 책이 이 책이었는데, 책을 반 정도 읽고 나서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바우만을 모르는 독자들에게 좀더 쉬운 접근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상가의...

희망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조상들이 훌륭한 라틴어 격언으로 대답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숨 쉬는 한, 나는 희망한다Dum spiro spero.”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제가 미래에 대해 갖는 입장입니다. 저는 강연에서 “당신은 왜 그렇게 비관적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이 라틴어 격언이 저의 대답입니다. 키케로도 이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저는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아닙니다. 제 스스로가 정의하길, 낙관주의자는 지금 이곳의 세계가 도달 가능한 최선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비관주의자는 ‘누가 정답을 알겠어. 그래도 아마 저 사람 말이 맞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불완전한 것이죠. 저는 여기에 제3의 부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희망하는 자들’이 그것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대안적인 세계가 가능하다고 희망하는 자들이죠. 저는 새로운 세계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은 오직 우리가 희망하기를 멈출 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06쪽)


10점
라요하네의 우산 - 세실
<라요하네의 우산>
소설가는 우리와(나를 확장하는) 다르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지나치게 자유롭고, 지나치게 경험이 많고, 지나치게 시크하며, 지나치게 독선적일거라는 생각....친언니 이상으로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나긋나긋한 지인 팜므느와르님과 소설가 살로메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비약하면 요조숙녀같은 살로메님 내면에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열정의 아이콘 조르바가 살아 숨 쉬는걸까? 평범하지 않은 소설의 소재는 어디서 찾았을까? 열개의 단편은 전혀 연관성없이 열개의 중편 같은 중압갑으로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긴 여운을 남긴...

8점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사람들 - kinye91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해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패자가 없다면 역사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자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이지만, 그 역사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또는 안다는 것은 승자를 알아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패자를 알아야 한다. 그만큼 역사에서 패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록이 남지 않아 쉽게 잊혀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꼭 패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에 자신의 온...

8점
이런 글 조각 하나로 나는 나의 붕괴를 막아왔다 - 시이소오
<익사 (반양장)>
내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건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소란스럽던 90년 중반 경이었을 것이다.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 생의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고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를 해보려고 알아봤더니 한국엔 그런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그리고 수 십년이 지난 작년에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었다. <읽는 인간>을 읽었던 탓일까. 작가의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재미도 없는 <익사>를 손에서 떼어내지 못했던 것일까? 흡사 거머리처럼 책이 손에...

p220. 반핵 시민운동이 왕성했던 때 유럽으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건너갔던 오빠의 체류가 생각보다 길어졌었지요. 그때 아카리는 아빠가 죽었다고 믿어버렸고요. “그렇습니까? 다음 주 일요일에 돌아옵니까? 그때가 되면 돌아온다지만, 지금 아빠는 죽었습니다. 아빠는 죽고 말았습니다요!”


10점
드라마 ‘셜록‘에 대한 완벽한 ‘기억의 궁전‘ - 헤르메스
<셜록 : 크로니클>
어쩌면 난 '셜로키언'이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더 높은 기대와 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드라마 '셜록'을 처음 보게 되었던 것은 '셜록 홈즈'가 나와서가 아니라 각본을 쓰고 드라마를 제작한 '스티븐 모팻' 때문이었으니까. 나는 모팻을 '닥터 후'를 통해 처음 만났고 'BLINK'를 비롯하여 그가 쓴 에피소드들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그가 부활의 아이디어를 내고 각본을 썼다고 하니 드마라가 보고 싶었다. 셜록에 대해선 기대가 별로 없었다. 가이 리치가 감독한 '셜록' 영화들이 잘 보여줬듯이, 이미 셜록...

8점
배꼽 분실 주의 - 양철나무꾼
<독서만담>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글도 유머 코드가 배어있으면 좋지만,내 성향은 유머 감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왕진지 모드이다.때문에 책이나 넷 상에 돌아다니는 글을 읽을때 몰입하여 대성통곡을 하고 울어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포복절도하며 웃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어제와 오늘 직장에서 읽는데,(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ㅋ~.)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도 너무 꼬집었다.개콘이나 SNL보다 재밌는거 같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저자가 멋져 보이려 폼 잡지 않아서'이다.헌책을 구하느라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10점
삶에는 끝이 있다 - hnine
<어떻게 죽을 것인가>
"늙었다고 얕보지 마라. 너희들은 안늙을줄 아느냐."어릴 때 할머니께서 종종 하시던 말씀이다.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의 그 말씀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었다.할머니도 나처럼 어릴 때가 있었고, 나도 언젠가 할머니처럼 될 때가 올거라는 걸 새삼 떠올리면서 잠시 하던 일을 멈칫했었다.이 책의 원제는 Being mortal. 영국의 극작가 뮤리엘 스파크의 장편 소설 Memento mori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의학과 더불어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외과 전문...

10점
한국 문학의 오리지낼리티는 가능한가? - 깐짜나부리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 책은 우선 소설가의 스테레오타입을 내던진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이를테면 '비주류 작가'의 소설과 삶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비주류이기는 커녕 일본 작가를 떠올릴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가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애초에 제도적 문단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른바 일본내 주류파 순문학계의 강한 비판을 받아왔고, 문학계의 아웃사이더로서 하루키는 줄곧 자기만을 문학을 해 왔다. 그가 소설을 쓰게된 동기는 어디까지나 소설 쓰기의 즐거움 때문이다. 그는...

10점
그를 키운 건 팔 할이 책~ - bookholic
<열한 계단>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채사장의 책을 마저 들었단다. 그의 앞선 책들에 너무 좋게 읽어서그의 신간까지 읽었어. 제목은 <열한 계단>. 그의 조금 특별한 성장기라고 소개한 책이었어. 그가 책을만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물론 키가 컸다는 소리가 아니고 그의 영혼의성장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책을 전혀보지 않던 고등시절 우연히 읽게 된 <죄와 벌>을시작으로 그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되었대. 심지어 대학교 때는 대학 생활을 적응하지 못해서(그의...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359쪽)


10점
세상 끝 한쪽에서 잠든 그들이 꾸는 지독한 꿈일지도 - [그장소]
<날짜 없음>
날짜 없음 ㅡ 장은진 크리스마스가 생기고 이브 날을 기쁘게 기다리며 맞던 , 많고 많은 날들에서 눈이 오던 날은 과연 몇 번이나 되며 안 와서 섭섭했던 날들은 얼마나 될까 . 전세계 연인들이 기다리고 들떠하던 그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리지 않은 눈을 이 회색 도시에 몽땅 쏟아 붓는 건 아닌지 , 너무 오래 기다려서 , 너무 많이 기대 했던 날들이 , 너무 미룬 행복이 층층이 쌓여서는 이 도시를 무겁게 무겁게 덮는 것은 아닐까 . 차례차례 떠나는 이들 , 179 부터 0 까지 . 앞에서 읽다 책 장에 매겨진 숫자가 역순임을 깨닫고...

8점
한권의 책이 가져오는 파급력 - 박람강기
<1417년, 근대의 탄생>
이 책은 제목과 같이 교황의 개인비서였던 포조 브라촐리니라는 인물이 1417년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극적으로 발견하기까지의 전후상황과 역사적배경, 수도원과 교황청의 풍경, 살벌한 종교재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교도들의 책(그리스와 로마의)을 찾아 헤맨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이자 책사냥꾼들의 이야기들을 매끄러운 문체로 읽기 쉽게 쓰고 있다.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헬레니즘시대의 에피쿠로스학파의 대표저작으로 유물론적 원자론에 바탕을 두고 사후세계의 부정, 신과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회의, 쾌락과 고통...

10점
작가의 수지 - 하이드
<작가의 수지>
여기 한 인간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문장을 엮어 나간다. 오로지 그 작업 하나로 작품이 태어난다. 어떤 직업이든 여러 사람이 협력하며 작업하게 마련이지만 소설만큼은 혼자서 작업한다. 그 작업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번역되는 미스터리 소설 열에 아홉은 읽는 편이라 모리 히로시의 책도 읽어봤을법 하긴한데, 표지며, 제목이며, 줄거리며 묘하게 취향 안 맞을 것 같아 밀어두고 있다가, 아마도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읽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긴 했던 것 같고) 처음 접하게 되는 책이 내...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한때라도 좋으니 자기가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과 ‘아름다움‘을 향해 전진할 것.
그리고, 좌우지간 자신에게 ‘근면함‘을 강제할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가 전부다.
최적의 건투를! (‘스카이 크롤러‘속 대사)


10점
매력없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가. - LAYLA
<The Painted Veil (Paperback)>
못생긴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남자로서 매력이 없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요즘이야 여성에 대한 상품화.대상화의 반발로 남성의 외모도 일부러 꼬집는 '미러링'이 흔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남자의 외모를 따지는 건 경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젊은 여자들 사이에선 '잘 생긴게 최고야' 란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지만 그런 소리 하다가 엄마에게 등짝 맞은 젊은 여자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여주인공 키티의 인간적.내적 성장에 초첨을 맞춘 작품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키티는 잘 ...

8점
비체, 비체들 - 단발머리
<여성혐오, 그 후>
비- 체 :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다 비체로서의 여성은 대상과도 다르다. 만약남성들이 부여한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착한 대상에 머무른다면 여성은 멸시받기는하지만 혐오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적어도 주체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며, 주체로서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재생산을 위한 성녀임을 입증하는 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가 되는 순간 여성은 멸시를 넘어 혐오된다. 여성혐오는 여성 대상이 아니라 여성 비체를 향...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목소리를 모방함으로써 크레온의 목소리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내 보여주었듯이, 메갈리안인들은 남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들이 어떤 폭력적 배제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메갈리안들의 거울은 단순히 남성의 주체성을 확인시키는 착한 대상의 거울이 아니다. 그녀들의 미러링은 남성들만큼 여성들이 남성들을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성이자 남성인,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의 거울이다. (40쪽)


10점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윌라 캐더/윤명옥/열린책들) - 성근대나무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윌라 캐더의 글쓰기 특징은 비교적 확연하다. 인물 내면과 주변에만 집착하지 않고 그들이 자리한 문화적, 자연적 배경을 폭넓게 드러내면서 역사화 내지 풍경화를 보는 듯한 착시마저 들게 한다. 읽는 이는 대개 주된 인물의 내면에 동참하여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공유하기 마련인데 캐더의 작품에서는 그러하지 않다. 과도한 몰입과 숨 가쁜 질주는 여기서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한 지방의 민담 혹은 전설을 듣는 듯한 차분하고 느긋한 진행과 개개의 미세한 묘사를 뛰어넘은 대범하고 관조적인 기술이 두드러진다. 캐더의 작품에서 배경을 삭제한다...

10점
집으로 가는 먼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원형들 - CREBBP
<오뒷세이아>
소설을 읽는 목적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이 묶어놓은 좁아 터진 관계망과 문화적 경계 밖으로 어슬렁거리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원후 20세기와 기원전 10세기 전체 3천년 전에 쓰여진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는 초기 인류 문명의 풍경을 그 어떤 자료보다 매우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보물단지다.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딧세우스는 양적 방대함이나 완벽한 예술성, 그리고 오래 전에 쓰여진 점까지 모두 합쳐 서구 문학의 기원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8점
당신의 속사정을 내가 알 수는 없다 - 곰곰생각하는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당신의 속사정을 내가 알 수는 없다 숫자 2, 40, 120, 1000의 공통점은 ? 워워. 고민하지 마시라. 당신이 아무리 아이큐가 높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이 수열은 수학 영역도 아니고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다. 정답은 냉장고'다. ​대한민국 4인 가족의 경우, 한국인은 평균 냉장고 2대를 가지고 있으...

8점
둘다 잊고 싶은 틈새의 역사 - 닷슈
<조선을 떠나며>
우리는 무려 36년간 일제 식민지를 겪었다. 36년이라는 시간은 평균수명이 50대였던 당대에는 2세대 혹은 3세대에 이르는 긴 기간이다. 기간이 길다보니 당시 조선에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살고 있었으며 이들 중에 상당수는 조선이 고향인 사람들었다. 우리에게 약탈자와 가해자로 불리우는 이들은 패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되며 그 부분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은 양자에겐 서로 잊고 싶은 틈새의 역사 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절대적 피해자인 조선민족으로서는 이들의 퇴거 과정에...

8점
도련님 통해 인간 다운 인간을 생각하다 - 잠자냥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며 자연스레 딱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나쓰메 소세키는 사람을 싫어했던 게 틀림없어.”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 우울한 작품만 골라 읽었던 터라 이번에는 좀 그렇지 않은 작품을 만나보자 싶었다. <도련님>을 읽노라니 우울하거나 쓸쓸하거나 고독하거나 이런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사람’이라는 종족에 대한 혐오를 우울하지 않은 어조로 풀어놓아 살짝 다르게 느껴지지만 <도련님> 또한 ‘인간...

10점
이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 레삭매냐
<축복>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후 세계가 어떤지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다. 아무도 돌아온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드 루이스의 경우는 어떨까? 소설 <축복>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드 루이스는 폐암 말기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이제 여름인데 가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55년 동안 철물점 주인으로 모든 이들에게 완고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미국 출신 켄트 하루프 작가는 생전에 모두 6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축복&...

8점
힉스, 그것은 좋은 입자(Good particle)입니다 - cyrus
<신의 입자>
2012년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물질의 질량 생성에 관여하는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Higgs Boson) 발견에 성공했다. 대단한 연구업적으로 현대 과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뉴스는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단위조차 생소한 미시의 세계에서 원자보다도 더 작은 입자들을 충돌시키고 관측하는 입자물리학 연구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의 입자(God particle)》가 뒤늦게나마 다시 번역돼 나온 것은 여간 흥분되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