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진중한 음악적 사유..서경식의 '나의 서양 음악 순례' - 흔적
<나의 서양음악 순례>
재일 조선인 서경식(徐京植)은 디아스포라이다.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를 떠돈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켰으나 오늘날에는 전쟁과 피식민 등으로 고국을 등진 난민 및 그 후손들을 총괄적으로 지칭한다. 일제시대에 철도건설 노동자로 일본에 건너간 할아버지 代부터 일본에서 살아온 서경식은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각각 19년과 17년의 시간을 감옥에 갇혀 지낸 서승과 서준식의 동생이다. 그가 일본에서 받은 차별과 억압은 그로 하여금 소수자로서의 정체성...

10점
적극적 잉여에 대한 예찬 - 탕기
<많아지면 달라진다>
2011.12.05 시인 고은氏의 독서습관처럼 나는 이 책 저 책을 거의 즉흥적으로 읽는다. 공부할 목적이라면 진득하게 읽기도 하나, 흥미가 빨리 식는 건지, 의지가 약한 건지, 아니면 체력이 좋지 않은 건지, 좌우지간에 여러 손을 빌려 조금씩 지식 동냥을 하는 식객이 딱 내 모습이다. 이런 방랑벽에도 좋은 점은 있다. 어려운 책을 나눠 읽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들어 하마터면 놓치고 지나갔을 숨은 쟁점들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고, 읽고 있는 여러 책들 중 우연찮게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있으면 비교해보면서 생각을 넓혀갈 수도 있다...

10점
흑산을 역사소설로만 주목한다면, 반만 아는 것 - dreamout
<흑산>
 맨 첫 장 <선비>에서 눈에 띈 것이 공간성이었다. 워낙 대비되게 써 놓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약종이 칼을 받을 때,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서 죽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문장과 흑산 가는 배 타기 전에 사람들이 찾아낸 죽은 거지 여자아이. ‘얼굴은 물 쪽에 처박혀 보이지 않았고’라는 문장. 정약전이 흑산을 향한 돛배에 타서 바다를 바라보니 ‘물과 하늘 사이를 바람이 내달렸다.’는 문장에서. 수직의 선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를, 수평의 선을 사이에 둔 전경과 배경의 흐릿한 경계를… 이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10점
크로넨버그, 플레밍, 르 카레 그리고 러들럼... - 헤르메스
<마타레즈 서클 1>
  먼저, 한 장의 사진 부터...      이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척 알아보았다면 단연 당신도 영화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비디오 드롬'으로 대표되는 신체와 기계를 서로 교합하여 기괴하고 낯설은 컬트 무비로 관객을 당황시켰던 대표적인 감독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다.       1. 그렇게 시작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야기로 부터 ...   &...

10점
"당신과 똑같군요" - 느티나무
<나의 서양음악 순례>
 ......만만치 않았던 역사적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한 재일 조선인이 서양미술이라는 도구를 훌륭하게 써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다듬어낸 이 책이 내 마음을 울렸다.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책과 인물,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던 기억이 새롭다. 더구나 내가 읽었던, 서경식 씨의 앞에 두 책(청춘의 사신, 소년의 눈물)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유려한 문체도 조금은 맛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의 다음 미술 순례가 기다려진다.     위 글은 2006년 ...

8점
사진은 격렬한 이야기이다.『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 취한미남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찰칵찰칵...핸드폰 카메라로 찍는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북한산, 아파트화단에 돌아다니는 고양이, 내 방의 잡동사니 등을 나는 무심코 카메라에 담고 있다. 별 의미 없다. 일상의 추억 한 토막도 안 되는 흔적들이다. 24시간만 지나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설사 사진을 다시 찾아보더라도 손톱만큼의 감흥도 못 일으킬 것들이다. 그런데도 오늘도 찍고 있다. 현대인에게 대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습관을 넘어 생활이 된 지 오래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지 소비자이자 동시에 이미지 공급자가 되...

8점
첫 만남 - SOHUM
<가나>
지금에서야 서정적·낭만적 언어의 세계(소설) 또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방편이자, 인간적 존재로서 숙명처럼 떠안아야만 하는 고독과 결핍, 욕망 그로인한 관계의 부조리와 폭력 등을, 일상이라는 수면아래 감추어져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 속성들을 인식할 수 있는 길'way'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20대엔 오로지 이성적·과학적 언어만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적 세계라 '오해'했다. 둘은 선후의 관계도 아니요, 가치의 고저로 비교할 수 있는 이분법적 세계도 아닌 동일한 하나의 세...

8점
나를, 나의 개를 사랑해주오. - 가연
<루소의 개>
루소의 개.    1.     일전에 리오 담로시의 평전 ‘루소 - 인간 불평등의 발견자’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루소의 저작 중 ‘고백록’을 바탕으로 쓰여 진 그 글에서는 루소의 대한 깊은 연구와 더불어 각종 역사적 사실의 추적을 통하여 루소의 삶을 그려내는 모습이 정말 돋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책을 읽고 루소라는 인물에 대해서 반은 실망을 하고, 반은 희망을 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먼저 실망을 한 이유는 루소는 제가 생각했던 것...

8점
나는 그대들이 지난 날에 한 일을 알게 되었다 - 꽃도둑
<루소의 개>
트위터의 논쟁, sns논쟁의 새로운 버전을 책을 통해 읽게 되는 흥미로움이란!편지를 통해 대리인의 입을 통해 혹은 공식적인 글을 통해 말싸움을 한, 그야말로 속도면에서는 인내심이 요구될 만큼 오랜 시간을 소요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해명과 변명과 반박을 했을테니 그 공백을 메운 건 무한한 오해의 여지를 갖고 망상과 악의적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그들은 이성의 한계를 경험했음을 엿볼 수 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때 루소와 흄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무한한 우정을 나눌 것으...

10점
이 시대의 우화 - 인식의힘
<지금은 없는 이야기>
  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죽음은 버스를 타러 가다가 걷기가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나는 할 일이 많아죽음은 쉽게택시를 탄 이유를 찾았다  죽음은 일을 하다가 일보다우선 한잔하기로 했다  생각해보기 전에 우선 한잔하고한잔하다가 취하면내일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무슨 충신이라고죽음은 쉽게내일 생각해보기로 한 이유를 찾았다  술을 한잔하다가 죽음은내일 생각해보기로 한 것도귀찮아서내일 생각해보기로 한 생각도그만두기로 했다 술이 약간 된 죽음은 집에...

10점
고마워요, 이런 글을 써 주어서 - blanca
<모든 삶이 기적이다>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사투리가 섞인 소박한 음성의 아저씨가 내 핸드폰이 맞는지를 확인한 다음 너무나 절박한 톤으로 어머니가 머리를 다쳤다고 했다. 수많은 보이스피싱 사례들. 당했다고 하면 왜 순진하게들 그랬을까 머리를 갸우뚱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 쓰러진 적이 있는 엄마가 하필 머리를 다쳤다고. 게다가 내 이름을 호명하며 엄마를 바꿔주겠다고까지 하는 낯선 사람의 다급함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결론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끊어버리기는 했지만 순간 지옥으로 갔다.  이제 친구들, ...

8점
더 큰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사유를 자극하다 - 밤9시의커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지금 한국의 '통큰'이나 '착한'이라는 수사는 본디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고 봐야할 것 같다. 거대 할인점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들 수사는 말하자면, '비용 대비 효용' 혹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비자들 역시 이런 수사에 쉽게 넘어간다. 당장 가격이 싸거든. 이만큼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것도 드물다.  시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저렴한 가격 혹은 가격 할인은 소비자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본능적으로 소비 욕구가 피어난다. 거칠게 말해서 섹스나 술, 마약이나 마찬가지...

10점
우리에겐 빵이, 그리고 장미가 필요해요. - 마노아
<빵과 장미>
인류의 역사는 줄곧 투쟁의 역사였다. 주린 배를 채우고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자연과의 투쟁이 그러했고, 지배자의 억압에 저항해 온 긴 역사가 있어 왔다. 그리고 법적으로 '신분제도'라는 것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은 자본가가 가진 폭압적인 힘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껏 싸워왔다. 이 책의 배경인 1912년의 미국에서도 그랬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산업혁명은 최정점을 찍고 있었다. 자본가들은 높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낮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의 거대 ...

8점
바다를 떠올리며 - 꿀이
<나는 여기가 좋다>
  내가 떠올리는 바다는... 동이 트는 아침이면 저 멀리 아득하게 떠오르는 해로 아침을 알리는 곳. 선 자리에서 멀리 내다보아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아주아주 넓고 광활한 곳, 그 넓고 푸른 기운이 내 마음을 뻥 뚫게 해줄 것만 같은 곳!! 때로는 안온히 품어줄 것 같은 넉넉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가 평온함을 주기도 하지만 거친 풍랑을 일으키며 무섭게 달려오면 먹이를 찾는 거대한 짐승처럼 사납게 느껴지기도 하는 곳. 바다를 떠올리면 그런 양면성이 느껴진다. 마치 어부들이 생계를 잇고 사는 공간...

10점
내겐 너무 특별한 미스터리 - 견자단
<모방범 1>
연극은 폐허 위에서 막이 올랐다. 정확히는 '유령 빌딩'이라는 곳에서. 허황된 욕망이 거품처럼 부글거릴 무렵에 세워진 뼈대는, 거품이 터져버림과 동시에 성장을 멈췄다. 완공되지 않은 채 버려진 건물은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는 아이와 같았다. 시계바늘이 정지한 공간에 쌓이는 것은 먼지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기운이 정체된 공기 속에 촘촘히 스며든다. 부정적이고 음울한 기운일수록 파장이 강하다. 사건이 벌어진 피해자의 집보다, 남의 피를 쏟아낸 이가 몸을 뉘이러 들어오는 공간에 더 묵직...

8점
...모방하면 모범이 된다... - 한사람
<거장처럼 써라>
           해가 가기 전에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틈만 나면 책 정리를 하고 있다. 지난번에 다 읽었으나 미처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책들을 정리하면서 무언가 빚진 마음을 털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변명의 리스트에도 끼지 못한 채 읽다가 흐지부지 되었거나 분명 읽기는 했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 중 놀랍게...

10점
네가 있는 세계가 꿈일 수는 없다 - Shining
<희랍어 시간>
   혹시, 그때 그 곳을 기억하니. 황량하다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초라하지만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작업실. 너는 겨울동안 그림에 매진해있었기 때문에 말끔한 손은 언제나 물감이 묻어있기 일쑤였고 그것을 발견하는 건 이상하게도 늘 나였어. 그래서 나는 여분의 손수건을 두어개씩 챙겼던 것을 기억해. 너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그림을 그리는 네 등 뒤에 있는 소파에서 책을 읽었지. 방해가 될까봐 자세도 바꾸지 못한 채 숨죽여 있었지만 너는 그 모습을 보고 놀리듯이 웃었어. 네가 타준 코코아를 홀짝이며 먼...

8점
‘고독한 초인’, 필립 말로우에 다시금 매혹된다! - 필리아
<기나긴 이별>
챈들러가 빚어낸 불세출의 인물, ‘필립 말로우’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품격을 이미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언어나 행동에는 세상의 무수한 사실 그대로가 장식이나 위선 없이 담겨져 있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 중에“한계를 넘어서면 어떤 위험도 다를 바 없다.”라는 문장은 세상을 대하는 신념을 엿보게 한다. 선악과 같은 이분법적 잣대로 획일화하여 구별하거나, 신분, 재산, 지위, 과거의 내력 등으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으며, 하나의 존재자 그 자체로서에 대한 연민으로 인간을 대하는 말로우의 철학...

10점
'희망고문'이 아닌 어려운 현실을 바라볼 줄 아는 '현실고문'도 필요하다 - cyrus
<죽음의 수용소에서>
   테헤란에서의 죽음    한 돈 많고 권력 있는 페르시아 사람이 어느 날 하인과 함께 자기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하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방금 죽음의 신을 보았다고 했다. 죽음의 신이 자기를 데려가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하인은 주인에게 말 중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말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그 말을 타고 오늘 밤 안으로 갈 수 있는 테헤란으로 도망을 치겠다는 것이었다. 주인은 승낙을 했다. 하인이 허겁지겁 말을 타고 떠났다. 주인이 발길을 돌려 자기 집...

8점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낸 로마 제국 격동의 순간 - 해진
<루스트룸>
     근대 이후에 씌여진 서양 역사서들 중에서 누구나 최고의 역작이자 필독서라고 첫 손에 꼽는 에드워드 기번의 [ 로마 제국 쇠망사 ]가 90년대 초에 간행되었던 까치의 일본어 중역판 번역본 이래 무려 26년 만에, 제대로 된 완역본으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2010년에 완간된 인문학계에서는 중요한 사건이 인터넷 대형 서점 사이트들에서는 별다른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독서계가 처해있는 극도로 열악한 상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해 보여주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풍경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