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잭 토런스가 상징하는 통제의 아버지와 어떻게 결별할 것인가? - 헤르메스
<[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아직도 영화 '샤이닝'을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두 가지 이름이 뇌리에 콕 박혔다. 하나는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이고 다른 하나는 원작자 스티븐 킹이다. 그것이 킹과의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공개적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영화가 그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적어도 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그 영화로 스티븐 킹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이도 적지 않으니. 그런 까닭에 '샤이닝'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니 30년만에 속편이 나...

10점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 Breeze
<여자 없는 남자들>
한때 책을 읽을때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온전히 집중해 책을 읽었다. 최근의 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집중에 방해되는 가요보다는 팝음악을 듣는다. 거의 이십 년만에 스마트폰 앱으로 듣는 '배캠'을 시작으로 팝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제대로 된 뜻을 많이 모르기 때문에 책에 더 집중을 하는지도 모른다. 새롭게 다가드는 음악들에 독서하는 시간을 더 즐기고 있다. 온통 음악을 들으며 읽은 책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출간하기 전부터 우리 나라 출판사의 과열 경쟁이 있었지만, ...

10점
고독을 좋아했습니다 - 네꼬
<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긴장을 해야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피터 시스의 그림책은 읽기에 앞서 어떤 결심을 해야 한다. 글자뿐 아니라 그림도 읽겠다는 결심. 책장을 성급히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 때때로 그림보다 섬세한 깨알같은 글자들도 최선을 다해 읽겠다는 결심.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당연히) 그림책 한 권 읽는 데 무슨 그런 노력이 다 필요한가 싶어 부담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만한 결심과 노력으로 책을 읽으면 언제나 그에 값하는 감동을 주는 것이 또 피터 시스의 그림책이다. 『마들렌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도...

8점
난잡하리만큼 복잡한 손짓들 - 로렌초의시종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아직까지도 즐겨 봤다고 말할 수 있는 미드는 딱 하나뿐인데, 로렐라이와 로리 길모어 모녀의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다. 소원대로 입학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돌아온 첫날 딸 로리는 엄마인 로렐라이에게 웬 남자애가 자기를 메리(Mary)라고 부른다며 투덜댄다. 엄마는 그건 성모 마리아의 그 메리라면서 니가 엄청 범생이처럼 보였던 모양이라고 놀린다. 딸은 묻는다. “그러면 내가 날라리 같았다면 뭐라고 불렀을까?” “그야 막달라(막달레나)를 덧붙였겠지.”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인물이 인상적인 데는 역시 그녀의 이름에...

10점
'수많은 도시를 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 영웅'의 이야기 - oren
<오뒷세이아>
양피지 쪽들에 호메로스가 다 담기다니!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의 그 많은 모험이프리아모스 왕국의 적이었던 오뒷세우스 말야!그 모든 것이 양피 한 조각에 갇혀 버리다니겨우 자그마한 몇 장으로 접은 양피 조각에! - 마르티알리스 * * * 만약에 인류의 역사에서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과연 지금과는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단 한 사람의 시인을 두고, 그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더 달라졌을지를 상상해 보는 일이 과연 온당키나 한 일일까. 비록 내가 이 시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들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10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가 - allnaru
<21세기 자본>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작 <Le capital au XXIe siècle>의 영역 <Capital in Twenty-First Century>가 3월 미국에서 발매되자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1위에 올랐다.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셀러에 소개되고, UN에서의 강연이나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 등 구미 언론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는 ‘제2의 벨 에포크’에 들어섰는가 딱딱한 경제학 전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독자를 끌어들여 피케티는 일약 팝스타와 같은 대우를 받는 이례적인 사태로 그 충격을 세계...

8점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인문학 - 달걀부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인문학>
기저귀 갈아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 운동화를 아이들에게 뺏기는 시기가 왔다. 중국에 가져온 250과 240사이즈의 운동화 두 켤레를 각각 아들놈과 딸에게 뺏겨버린 것이다. 여기와 지난 5월에 백화점에서 사준 녀석들의 운동화가 '모두' 작아진 것이다. 이렇게 금방 클거니까 이번엔 그냥 시장에서 사자, 했더니 두 녀석 다 내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가버린 것. 덕분에 여름을 지나 지금 가을까지 망사형 운동화를 나는 여전히 신고 다니고 있는데, 우쒸, 기분 좋은 강탈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의 발사이즈만큼 책사이즈도 점점 올라가...

8점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할 수 있을까? - 피오나
<공허한 십자가>
반려동물 장례사로 일하고 있는 나카하라는 형사로부터 헤어진 전부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그들 부부가 헤어진 원인은 20년 전, 빈 집에 침입한 강도로부터 딸인 미나미가 죽게 된 사건 때문이었다. 이혼 후 그들은 서로 연락하지 않은 채 각자의 삶을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시 사건 조사를 했던 형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신의 전 부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나카하라의 딸과 아내 사요코가 모두 아무 이유 없는 우발적인 범행 동기로 살해당했다.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 혹시 누군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저지른 사건일까?...

8점
'제대로 편향적인' 뉴스를 기다리며 - 멜기세덱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하면 왠지 프랑스 사람 같았는데,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교를 나왔단다. 결국 보통 프랑스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데 프랑스에서는 보통이 넘는 인정을 받았나 보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랭 드 보통은 보통이 넘는 인기를 구가하는 듯하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 보통이 넘게 시중에 나와 있고, 나도 이 보통의 이름을 보통이 넘게 들어봤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이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보통 이런 인기 작가의 책을 찾아 있지만, 베르베르 같...

10점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리운 사람, 권정생 - 그렇게혜윰
<작은 사람 권정생>
작은 사람, 권정생 임길택 어느 고을 조그마한 마을에한 사람 살고 있네.지붕이 낮아 새들조차도 지나치고야 마는 집에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살고 있네. 이 다음에 다시토끼며 소며 민들레 들모두 만나 볼 수 있을까어머니도 어느 모퉁이 서성이며기다리고 있을까이런저런 생각 잠결에 해 보다가생쥐에게 들키기도 하건만변명을 안 해도 이해해 주는 동무라맘이 놓이네. 장마가 져야 물소리 생겨나는마른 개울 옆을 끼고그 개울 너머 빌뱅이 언덕해묵은 무덤들 누워 있듯이숨소리 낮게 쉬며쉬며한 사람이 살고 있네. 온몸에 ...

8점
이별은 여름에 제격 혹은 여름은 이별에 제격 - 다락방
<싱고,라고 불렀다>
그것이 아마도 첫 연애였다면, 그래서 아마도 나는 그토록 혹독히 앓았나보다. 이런 사람을 어찌 또 만나려나, 이런 감정을 또 어찌 느끼려나, 내가 앓았던 시간은 길고도 길었고, 그 긴 시간동안 나는 혹여라도 그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하는 기대감으로 지냈다. 그 시간은 너무도 길었고, 내 앞으로의 날들에도 역시 그를 향한 그리움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체 그게 아니라면 또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어린날 내가 만난 그 남자가 진짜 남자였고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뜨거운 것...

10점
뉴스를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무진
<뉴스의 시대>
뉴스를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JTBC의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종편의 일환으로 시작한 JTBC는 그리 주목받는 언론사가 아니었다. 그렇고 그런 다양한 채널 중 하나에서 일약 뉴스의 중심채널로 바뀐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루는 기존 뉴스채널이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진행자 손석희를 중심으로 JTBC 뉴스 제작진의 노력에 의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뉴스 채널과 JTBC의 뉴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기존의 뉴스들이 충분히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사건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

8점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 빨간바나나
<동해안 해파랑길>
아침, 저녁으로 아주 선선해졌다. 긴 소매 옷과 긴 바지가 좋을 만큼. 덕분에 코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 가기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 가기 좋다는 건 다른 일을 하기에도 좋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여행이란 단어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해파랑의 의미는 ‘해’라는 글자는 ‘뜨는 해’ 또는 ‘바다 해(海)’를 연상시키고, ‘파’는 ‘파란 바다’ 또는 ‘파도’를, ‘랑’은 누구누구 ‘랑’을 의미하는 작명이다. 동래의 떠오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15쪽) ‘걷는...

10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표맥(漂麥)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요즘 대학가에선 원론적 경제학 입문 교재로 어떤 책을 많이 배우는지……. 얼마 전만 해도 '맨큐의 경제학'이 대세였던 거 같은데, 요즘은 이준구·이창용의 '경제학원론'도 많이 선호하나 보다. 내가 학부시절에 배운 경제학원론은 누구의 저서라고 밝히긴 좀 그렇지만, 참 어려웠다는 느낌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앙금처럼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일반인 대상 경제서적들은 사례를 통해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듯하다. 이번에 읽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도 책 제목처럼 마치 강의를 하듯이 아주 쉽게 원론에 접근할 수 있게 ...

10점
글을 쓰려면 엄청난 고독의 경지를 사랑하는 취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폴 오스터의 진의! - 흔적
<글쓰기를 말하다>
폴 오스터의 대담/ 인터뷰집인 ‘글쓰기를 말하다’를 대하며 나는 한 인간의 정신세계는 타자의 그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유일의 특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가 무명의 막막함을 겪을 만큼 겪은 작가이기에 더욱. 그는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그런 그도 생계를 위해 작품들을 번역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오스터는 우연적 요소도 리얼리티의 일부라고 말한다. 진실은 픽션보다 기이하고 우연은 즐비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오스터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소설은 자서전이라 말하며 그것이 관심을 끄느냐 마느냐는 작품의...

10점
야외수업에 해서는 안될 질문 - 꼼쥐
<호밀밭의 파수꾼>
그날 오후의 일은 판박이 스티커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지. 투명 셀로판지에 새겨진 다양한 그림들을 공책의 여백에 대고 엄지 손톱으로 박박 문지르면 순식간에 선명한 그림이 새겨지는 판박이 스티커 말이야. 간혹 힘이 약한 저학년 꼬마들이 문지르면 채 반도 새겨지지 않거나, 귀퉁이가 잘려나가곤 하지만. 아무튼 너도 그날 오후의 일을 잊지 못할거야. 뭐라고? 생각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가 있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우리들 중 가장 멍청한 질문을 해댔던 그날을 말이야. 펑퍼짐한 바지를 골반 위에 ...

10점
고슴도치 - 구단씨
<고슴도치>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아니다, 어쩌면 울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집에서 같이 오래 살았던, 친구처럼 지내던 이모가 결혼을 결심한다. 했어도 진작 했어야 할 이모의 결혼. 이모의 15년 연애의 끝이 이별이 아니라 결혼이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안심이 되는지. 그런 생각을 할 찰나 이모가 선우에게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들려주었을 때, 기어코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혼자 남겨질 언니(선우의 엄마)와 아직은 불안한 선우에게 향하는 마음을 끊을 수가 없어서 미루기만 했던 이모의 결혼이다. 그런 이모의 결혼 ...

8점
존재한 적 없는 여자를 생각하는 남자들 - 맥거핀
<여자 없는 남자들>
1.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은 조금 특이한 소설집이다. 특이하다는 것은 (국내 출간본에서 나중에 추가한 '사랑하는 잠자'라는 소설을 제외하면) 각각의 소설들이 모두 같은 소재(그리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 그것은 일단 간단하게 말하면 소설의 주인공들이 모두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라는 점이다. 즉 소설의 인물들에게는 모두 현재 관계를 가지는 여자가 없다. 이 '관계'라는 것은 육체 관계라고도 혹은 정신적 관계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예스터데이'에 나오는 기타루에게는 어떤 정...

10점
신중한 리뷰 - 윤스리
<신중한 사람>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고민하다 리뷰를 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나도 신중한 사람인 걸까? 섬세함과는 별개의 신중하기만 한, 신중함의 자의식이 빚어내는 무게에 짓눌려 아둔하게 움직이고, 신중함의 무의식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자기진단을 다 해놓고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해 현상을 유지하는, 그런 사람. 신중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자신감의 부족과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했을 때에 예감하게 되는 불편함에 대한 불안이 신중함의 핵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신중한 사람은 현...

8점
마르크스는 막걸리다 - cyrus
<자본론 공부>
Scene #1 사회주의인지 막걸리인지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채만식의 소설 「치숙」에서 ‘사회주의인지 막걸리인지’라는 표현이 있다. 사회주의 즉 마르크시즘의 막걸리의 막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말이다. 이 표현에 화자의 사회주의에 대한 심리가 간결한 표현 속에 담겨 있다. 이야기의 화자는 어린 조카로 되어 있다. 주인공 ‘나’는 보통학교 4학...

10점
감추거나 잊거나 잃어버렸거나 - 개츠비
<여자 없는 남자들>
나는 싱거운 단편보단 장편을 선호하는 독자다. 단편소설이란 으레 이야기와 인물과 사건이 무르익다가 일순간 사그라드는 구조를 갖는다. 더군다나 단편집이라면 분산된 이야기의 파편들을 읽고 정리하는 것도 고역이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묶여진 단편집이라면 다르다. 이런 구성은 장편에 버금가는 주제의식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2014)은 불순한 성이란 하나의 주제를 변주해 내고 있는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하루키는 몇 해 꾸준히 장편들을 내 왔다. 9년만에 출간되는...

10점
나를 들여다본다는 일이 이렇게 무서운 일일 거라고, 감히 생각지 못했어요. - 마노아
<봄에 나는 없었다>
언니가 운영하던 옷가게를 대신 봐주던 시절, 무언가를 사고 싶지만 뭘 골라야 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는 손님들이 가끔 어느 게 좋아보이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 나는 대체로 이제껏 시도해보지 못한 옷을 한번 사보라고 권하곤 했다. 내 권유대로 안 입어봤던 무언가를 사는 손님은 적었다고 기억한다. 대체로 익숙한 디자인과 색상을 고른다. 그게 더 편할 것이고 모험에 대한 부담도 적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가끔 그런 작은 곳에서의 일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더 중요하고 더 큰 문제에 대해서 쉽게 일탈하기는 더 어렵지 않은가....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261쪽


8점
글을 쓰는데 왕도는 없다 - Stella.K
<글쓰기를 말하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폴 오스터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사실 아주 없지는 않다. 20년 전쯤이었던가? 그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땐 우리나라에 그의 명성이 막 알려지기 시작한 때라 호기심에 읽어보려 했다. 하지만 읽다가 포기했다. 글쎄, 왜 그랬을까? 오스터가 싫어서라기 보단 그 시절 나는 현대 미국문학을 읽는 안목이 거의 없었다. 즉 작가의 문체를 즐기기 보다 스토리에만 치중해서 이 작가가 좋은 작간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없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

8점
죽음은 산자의 마음이다 - 우보
<마음>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과 비통에 빠질 때가 많다.나와 피와 살을 나눈 친족부터 가까운 친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이 한 줌의 재로 변할 때 허무할 뿐이다.철이 없던 시절에는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이해를 못해 마음의 방황까지도 했던 적이 있다.그런데 시간과 세월이 흐르고 삶과 죽음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도 스스로 준비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줄여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우주의 미세한 원자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보면 생물일 뿐이다.주어진 삶...

6점
치킨의 시대 - 아이리시스
<대한민국 치킨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기를 먹어본 적이 손에 꼽힌다. 많아야 일주일에 두 번, 어릴 때 식탐이 있었다면 커서는 덜 먹어야 속이 편하다는 걸 알아도 남은 음식을 두고 보지 못해 최대한 먹었고 지금은 체하고 배탈나고 어지러운 것보단 살짝 포만감이 느껴지는 상태에서 멈추는 게 편하니까 의식적으로 덜 먹으려 한다. 치킨에 관한 책을 읽고 고기에 대한 취향으로 리뷰를 시작하는 건 이 책이 결국 이 시대 대한민국의 먹을거리에 대한 현황과 유행과 가치를 반영하며 그로인해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고 문화현상으로까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