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마음을 담은 글씨를 따라 - 자목련
<현판 기행>
동판으로 문패를 만든 적이 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문패를 만드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아파트 현관 앞에 붙여 두었는데 볼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내 집이 아닌 아파트가 사랑스럽게 보였다. 이 책의 현판과는 다른 의미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 문패가 자꾸만 생각났다. 물론 그 기억을 살려 다시 문패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때 그 시절의 마음은 사라지고 없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그때 그 마음이다. 어쩌면 저자가 현판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정성을 다해 쓴 작품 속에 담긴 마음 말이다....

8점
비어있다는 건 채워가질 수 있다는 거다. - 양철나무꾼
<정확한 사랑의 실험>
오늘은 그러니까 내가 그동안 애정에 마지않던 신형철 님이 품절남이 되는 날이란다.이 글은 그러니까 축하하는 의미루다가 적는 리뷰가 되시겠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이 좀 많지만 생략하고,이들의 닭살돋는 애정행각에 눈 흘기고 흉보고 싶지만 그것도 생략하고,결혼을 축하해주는 의미루다가 부조했다 생각하고 땡치려고 한다.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면, 이 책의 제목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다.2012년 여름부터 2014년 봄까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연재된 글을 묶어서 낸 것이라는데,연재당시, 문학평론가라는 추신을...

8점
세기를 뒤흔든 청년 - 마노아
<가브릴로 프린치프>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총성이 울린다. 저격 대상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대공비. 대공비가 먼저 숨을 거뒀고, 총독 관저에 도착한 대공도 이어서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은 안 그래도 화약통 같았던 발칸반도 위에 불씨를 떨어뜨린 결과가 되었으며, 정확히 한 달 뒤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러시아가 세르비아의 뒤에 서서 역시 선전포고를 했고, 독일이 협상국 측으로, 협상국은 다시 동맹국 쪽으로 맞 선전고포를 하며 대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단기전으로 끝날...

8점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구단씨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예쁜 우산 하나 갖고 싶어지게 한다... 나에게 징크스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많이 걸리는 게,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이 없는 거다. 오늘처럼... 하루도 비켜가지 않았다. ‘비’ 따위 나는 모르겠소, 하는 것처럼 하늘이 쨍쨍 맑아서 그냥 나가도 비가 온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랬다. 늘 우산이 없거나 가진 우산마저 잃어버리곤 했었다.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괜찮아서 그냥 나갔더니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늘... 오늘처럼...계속 내리던 비가 오후에 잠깐 멈췄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우산을 두고 그냥 나갔다. 불...

8점
종이가 영원할 것 같지? 천만에! - cyrus
<페이퍼 엘레지>
1970, 80년대 중고교를 다녔다면 영어사전을 씹어 먹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었을 것이다. 영어 단어를 다 외운 페이지를 쭉 찢어 입에 넣는 장면은 당시 청소년 드라마나 영화에도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어단어를 외울 때 사전을 씹어 먹기 위해서 종이를 찢을 수가 없다. 전자사전의 보급으로 이 우스갯소리는 옛 말이 되어버렸다. 영어 사전을 찢어 먹는 풍경이 사라진 요즘 교실에서는 전자사전 어플리케이션이 있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자습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했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종이로 더 이...

8점
싸가지 경쟁만이 살 길인가 - 개츠비
<싸가지 없는 진보>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생각한다면 지난 대선에서 진보의 실패는 이변이었다. 당대의 집권 세력이 실정을 거듭하는 것은 야당에겐 `집권의 기회'이기도 하다. 차기 집권 구도에서 여당은 언제나 불리하다. 권불십년, 현재의 권력이란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 언제나 좌불안석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보수세력은 압승을 거뒀다. 일부 진보 세력은 보수에 표를 던진 이들을 탓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고 그들은 축배를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2년도 되지 못했지만 현 집권 세력의 실정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8점
차 한 잔 하실래요? 『홍차수업』 - 추리닝간죵
<홍차수업>
아침에 눈뜨자마자 밥보다 먼저 챙겨 먹는 게 있다. 바로 차다. 녹차, 보이차, 진주쟈스민차, 국화차, 로즈마리, 진달래꽃차, 감잎차, 루이보스차 등등, 이외에도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차 종류는 20종류 안팎이다. 녹차 종류만 해도 채엽 시기에 따라 종류별로 3~4가지된다. 싱크대 찬장 한 칸이 온통 차로 가득하다. 이 정도면 차 애호가라고 자칭하기에 충분하다. 고백하자면 내게 아침이란 남들 점심 먹을 시간을 말한다. 새벽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패턴 때문에 잠에서 깨면 한참 동안이나 머리가 멍멍하기 일쑤...

8점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 한창훈 - 바다를 사랑하는 남자 - 포니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여기는 제주입니다. 그러니 바다를 늘상 보면서 살 것 같지만, 천만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봅니다. 아니, 그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 뿐이니 보인다고 해야겠습니다.그렇게 바다를 잘 느끼지 않고 삽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육지의 생활을 할 때 한 번씩 지독한 바다 앓이를 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어 우울감에 빠져드는, 바다를 향한 상사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어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30분 이내의 거리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

10점
얘야, 잊지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 - 비의딸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의 이야기는 재밌다. 모처럼의 휴일에 배를 깔고 업드려 보는 코미디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몸짓과 말들은 정말 재밌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그랬고, <고령화 가족>이 그랬듯이 단편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역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날 새가 없을만큼 웃기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 이 씨발 것들아, 제발 아가리 닥치고 내 말 좀 들어봐!(120쪽)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때문에 고래고래 악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스꽝스럽지만 웃음으로만 마무리 지을...

8점
상심증후군 - 제스 로덴버그 - Breeze
<상심증후군>
실연을 당했다고 심장이 깨져 죽은 사람이 있다면 믿을수 있을까? 심장이 멈춘 것도 아니고 두 동강이 나 깨져 죽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트 모양을 반을 쪼개 간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랑이 깨졌을때 하트 모양의 심장이 두 동강이 났다면. 아마 죽은 본인도,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스 로덴버그의 『상심증후군』은 이렇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심장이 깨져 죽어버린 한 소녀가 죽음의 5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소녀의 나이는 열여섯 살의 생일을 앞두었다. 자신의 ...

10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 리치보이
<불황 10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우석훈이 돌아왔다. 김미화, 선대인과 함께 ‘나는 꼽사리다‘로 전국을 달궜던 ’우띨‘이 마이크 대신 펜을 들어 독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주머니는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을 모델로 놓고 ‘우리보다 먼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인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걸어...

10점
정치적 의미를 띨 수 밖에 없는 유일신 종교 세력들의 현주소... - 흔적
<세 종교 이야기>
종교는 신과 인간 실존, 삶과 관련된 믿음, 문화체계, 비전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서사와 교리, 신성한 역사와 경전을 지닌 그들은 흔히 세속과 구별되는 경건함과 독실(篤實)함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하지만 종교의 역사는 곧 갈등과 반목, 분쟁, 나아가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나는 홍익희 저자의 ‘세 종교 이야기’를 통해 바로 이런 내 지론이라 할 것들을 확인했다. ‘세 종교 이야기’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의 개인사로부터 비롯되어 같은 존재인 하나님 또는 알라를 믿는 세 유일신 종교의...

10점
이규리, 그늘의 친구 - 다락방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는 ㅈ 와 나는 어제, 실컷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ㅈ 는 내게 몇 개의 시를 알려주고, 나는 줄리언 반스의 문장을 다시 한번 인용했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다, 하는 것을.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中에서결국 나는 ㅈ 의 추천을 받아 시집 한 권을 사기로 했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기 직전,...

8점
사서 하는 고생 - 꼼쥐
<장서의 괴로움>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소장해야 장서가로 불릴까요? 오천 권? 만 권? 아니면 적어도 몇 만 권 이상은 되어야 할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애독자에서 책 수집가로 변하게 마련입니다. 본의 아니게 말입니다. 한두 권 사들이던 책이 어느새 몇 십 권이 되고 금세 몇 백 권이 되었다가 이제는 셀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합니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책을 보유하게 된 셈이죠. 때마침 이사라도 할라치면 이건 숫제 애물단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이삿짐에 슬쩍 끼워넣자니 짐의 부피며...

10점
최선을 다할 꺼에요 - 굿바이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일호 남계우의 호접도를 본다. 꽃이 떨어진 시절 꽃과 나비를 그림으로 만나는 셈이다. 19세기를 살았다는 화가는 진정 다른 시절을 산 듯 싶다. 어느 꿈 속이 저 그림을 따라갈까. 꽃은 살아서 나비를 불러 모으고, 나비는 꽃 주위에 별처럼 박혀있다. 살아있는 것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화폭 위에 모여있다. 그림 그 자신은 모르겠으나 무심한 침묵속에서 처음부터 지금껏 살아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저 그림 누구의 꿈일까나. 꽃이였을까 나비였을까 화가였을까,라는 혼잣말은 잡음에 가깝다. 깨지 말아야 할 침묵을 기어이 깨고 마는 잡음. 도...

10점
그곳엔 자본 권력만 숨쉬고 있었다 - 우보
<고독한 말>
한국 사회는 겉무늬만 화려하고 요란만 잔뜩 풍기고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뼈저리게 느낀다.그것은 물리적,환경적,정신적인 면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속칭 속 빈 강정과 같은 꼴이라는 것이다.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정밀하게 해부할 처지와 입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서 사회는 소수계층 위주로 돌아가고 대다수 중산층 이하는 소수계층이 짜놓은 사회제도,사회시스템이라는 카르텔에 종속되고 말았다.정치 민주화가 되었으면 뭐 하냐,생각과 감정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려는 상생의 설계도가 빈약한데 어떻게...

8점
아이들은 섹스 놀이가 끝나면 어른이 될까? - guiness
<가시내>
가시내, 여자아이를 말하는 것 같다. 사춘기 여자 아이들. 그 아이들의 성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 속에는 배경 묘사가 없다. 인물에 대한 설명도 없다. 시간과 공간이 목적을 상실한채 우주 바깥쪽에서 유영할 뿐이다.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난해한 소설이라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머리속으로 배경이 명료하게 그려지는 시점이 생기는데, 이 소설은 끝내 그 지점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제 초경을 막 시작한 솔랑주와 친구들은 오로지 성(sex)만 보인다. 그들의 대화는 성에서 시작해서 성으로 끝난다. 그들이 하는 행...

10점
다름과 틀림이 만들어낸 믿음의 역사 - 드림모노로그
<세 종교 이야기>
다름과 틀림은 어떤 느낌일까. 삶에서 ‘다름’이라는 잣대로 정의되는 이분법적 분류가 삶의 수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차단하는 극단의 오류를 범하게 한다. 나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은 굳이 종교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다못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시선에서도 이런 다름의 잣대는 그대로 적용된다. '다름'의 잣대 , 다름이 틀림이 아님에도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높은 벽을 쌓고 있는 것일까? 올 여름 내내 이스라엘...

8점
올바른 독서가가 되길 바라며 - 오후즈음
<장서의 괴로움>
4년 전 이사를 하기위해 견적을 보러온 이삿짐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방 하나에 가득 담긴 책을 보면서 한 얘기였다. 이 책들 때문에 이삿짐 견적의 가격이 올랐고 이삿짐을 실은 차의 절반이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고 짐을 나르는 동안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책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해 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은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겠다고 하는 헛된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이사 오기 전의 삼분의 일정도가 늘었다. 책장을 벗어난 책들이 너무 많고 책상과 침실, 거...

8점
라스티냐크의 딜레마 - 말리
<고리오 영감>
19세기 서양 고전을 읽을 때, 항상 놀라는 것이 있다. 한편에는『레미제라블』과 같은 너무 비참한 세계가, 한편에는 『오만과 편견』같은 화려한 귀족사회가 그려져 있어, 이것이 어떻게 같은 시대일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르주아의 시대라는 19세기는 정말 그랬다. 빈부의 격차가 정점에 이르러, 상위 10%가 90%의 부를 차지했다. 10%의 상류사회와 90%의 하류사회로 딱 양분되어서, 작가가 어디에 시선을 뒀는가에 따라, 19세기는 향락과 사치의 시대가 될 수도, 빈곤과 절망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1...

8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알마!
<장서의 괴로움>
대학 시절, 강의 중간 비는 시간이면 학생회관 서점엘 갔다. 앞쪽에는 잡지와 교재들, 학교 엽서와 달력 따위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신간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가볍게 훑어 보고, 소설이 진열된 책꽂이로 가서 한 권 꺼내 서점 뒷편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몇십 페이지씩 읽었다. 사고 싶은 책은 늘 많았지만 지갑은 가벼웠다. 사고 싶은 책등을 쓸어 보고는 빈 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슬펐다.내가 찾은 대안은 헌책방이었다. 가을의 다람쥐처럼 책을 사모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아니 이 책이 3500원...

10점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유럽사 - 양반
<유럽 1>
인류의 역사에서 유럽은 최근 수백 년 동안의 세계정세를 주도해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른 지역도 아니고 대륙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인 유럽이 어떻게 드넓은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 과연 그들의 어떤 특징들이 그토록 강한 유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일까? 그리고 여러 요인들을 통해 유럽이 세계에 끼친 영향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은 이와 같은 세계사의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단서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

10점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 단발머리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그녀가 이해된다고, 그녀의 말이 이해된다고, 말할 때, 나를 비난하지 말기를. 나는 그녀가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녀의 생각이 바르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녀가 이해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가 이해된다. 몇 년 동안, 나는 가끔씩 늙은 남편의 죽음에 대해 한 여성 작가가 쓴 글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비탄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녀는 자기 내면에서 ‘난 자유야’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진실의 목소리를 들었음을 시인했다. (113쪽) 죽어가는 남편, 비탄에 빠져 있으면서도 내면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

8점
존재했지만 멈춘 것들, 잊어버린 것들 - 섬사이
<나의 미카엘>
집에 있으면 슬슬 발이 시려왔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서늘한 기운에 재채기를 하고 한기를 달래줄 가디건을 찾아 걸치기 시작했다. 뜨거운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하얀 김이 좋아졌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서 겨울과 서둘러 만나려는 것 같았다. 큰일을 마무리 짓고 난 후, 하루이틀은 그냥 멍하니 지냈다. 잠을 자고, 만사가 귀찮아 실컷 게으름을 부렸다. 그러다 갑자기 아, 소설을 읽어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 현실을 아득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는 시간은 현실과, 현실하고는 ...

10점
레가토로 듣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위한 연가 - 헤르메스
<신의 손>
골키퍼나 투수처럼 손으로 하는 일에 남다른 능력을 가진 친구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오, 그는 정말 신의 손을 가졌어." 또한 때로 인력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예감했을 때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정말 신의 손이 한 일이야." '신의 손', 그것은 재능이자 운명이다. 신이 허락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라 여기기에 얼른 운명으로 생각되는 지도 모른다. 니체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운명적인 것은 비극의 아우라를 가진다. 하물며 그것에겐 죽음의 냄새마저 도사린다. 죽음처럼 미리 결정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