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피시 Banana Fish 컴플리트 박스 세트 - 전13권 (한정판)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애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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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9년에 걸쳐 연재된 요시다 아키미의 대표작.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 중에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만 읽어봤다.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읽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는 사뭇 다른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 베트남 전쟁, 마약, 생체 실험, 뉴욕의 갱단, 키디 포르노(아동 음란물), 마피아 등등. 그리고 그 중심에 애시 링크스와 오쿠무라 에이지가 있다. 


예쁜 외모와 똑똑한 외모 때문에 어려서부터 갖은 고초를 당한 소년 애시. 애시는 일본에서 온 두 살 위의 에이지를 보는 순간 자신이 누리지 못한 평범하고 순진한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전쟁도 모르고 마약도 모르고 사람을 때릴 줄도 모르고 총도 잡을 줄 모르는 에이지와 함께 있을 때, 애시는 유일하게 행복을 느끼고 편안함에 젖어든다.





개인적으로 1권에서 11권에 이르는 본편보다 작가가 연재 전후에 공개한 5편의 외전을 수록한 <어나더 스토리>가 훨씬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본편을 읽는 내내 궁금했던 것들 - 쇼터와 애시는 어떻게 만났나, 에이지와 이베는 어떻게 만났나, 그리고 애시와 에이지는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되었나 - 에 대한 답이 <어나더 스토리>에 다 실려 있다. 


애시의 모델이 리버 피닉스인 건 유명한데, 나는 어쩐지 에이지의 7년 후를 그린 만화를 보면서 애시와 에이지의 관계가 <슬램덩크>의 정대만과 권준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슬램덩크>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대에 유행했던 만화나 영화, 배우, 가요,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요소를 작품에 반영한 것 같다. 그 시절(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중반)의 일본 문화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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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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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저자의 일화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인간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이것이 정치적, 종교적 갈등으로 이어지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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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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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고 싶어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택했으나,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관심은 사람으로 옮겨갔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사회심리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도덕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현재는 정치심리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민주당 지지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공화당 지지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이슈에 대해 왜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하고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하는지(혹은 그 반대), 왜 '우리'와 '저들'은 다른지, 영영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건지 알고 싶었다. 대학원에서 도덕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저지는 연구실 사람들과 다수의 심리 실험과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스스로 타당한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다음 근거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예를 들어 조사원이 "낙태에 찬성하는가?"라고 물으면 참가자가 "예" 또는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까지는 쉽게 하지만, "왜 찬성(또는 반대)하느냐?"라고 따져 물으면 "그래야 하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서",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서", "종교 단체에서 그게 옳다고 해서" 등등 빈약한 논리를 대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타당한 근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반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성장 과정이나 가정 환경, 교육, 직업, 또래 집단, 언론 매체 등이 영향을 받아 어떤 입장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근거를 수집하거나 사고방식을 교정한다고 설명한다(어떤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전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떤 입장을 정할 때 감정이 좌우하는 비중이 높고 이성이나 합리성은 비중이 매우 낮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사이에 교집합은 없을 것 같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둘 사이에 교집합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만 명을 대상으로 배려/피해, 자유/압제,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등 6가지 가치에 대한 입장을 평가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왔다.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보수주의자는 6가지 가치를 골고루 중시한 반면, 진보주의자는 배려/피해, 자유/압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겼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을 보면, 그 대상만 다를 뿐 입장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주의자는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상이군인, 노인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식이다. 결국 둘 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데 그 대상이 멀거나 가깝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저자의 일화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저자의 TED 강연 영상도 볼 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Ri2oq6ZR8). 저자의 다음 저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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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박정훈.김선아 지음 / 사계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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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산발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들을 이 책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혼종성이 강한 지역이다.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인디오)과 에스파냐계 또는 포르투갈계 백인과의 혼혈인 메스티소를 비롯해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인디오와 흑인의 혼혈인 삼보 등이 존재했는데, 현재는 이들 간의 혼혈이 거듭되면서 구분 자체가 무색해졌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역사에서 대표적인 문명으로는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 마야 문명 등이 있다. 이들은 종이나 바퀴 같은 도구 없이도 매우 뛰어난 문명을 만들어냈는데, 그중에는 지금도 인류의 주요 식량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옥수수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등이 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유럽의 백인들이 라틴아메리카로 건너와 원주민을 학살하고 문명을 파괴하면서 찬란했던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에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금과 은을 채굴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베네치아) 등과 교역하는 데 썼다. 그 결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하고, 스페인은 제조업 국가로 전환하는 데 실패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자업자득이다). 


스페인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민족 운동을 벌여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파나마 등 6개국을 해방시킨 영웅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바로 볼리바르다. 볼리바르는 라틴아메리카가 미합중국과 유사한 연방국으로 거듭나길 바랐지만 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가 등장하고 차베스, 룰라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이 혼란스럽고 빈부 격차가 심한 것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오랜 식민 지배와 이들이 남긴 플랜테이션 농업,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스페인의 이름 짓는 관습이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아버지 성만 표기하지 않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함께 표기한다.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출신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경우, 가르시아가 아버지의 성이고 마르케스가 어머니의 성이다. 볼리비아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우유니 소금사막의 면적은 강원도 전체 면적보다 크다. 강원도만한 소금사막이라니. 대체 볼리비아는 얼마나 넓고 라틴아메리카는 얼마나 광활한 걸까.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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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강혜영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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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만 외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틈틈이 외국의 역사를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 이 책을 쓴 이케가미 슌이치는 프랑스 국립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유학한 학자다. 유럽 중세사 전공이지만 자신이 유학한 프랑스를 특히 애정한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과자를 비롯한 맛있는 디저트를 통해 프랑스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흔히 중세 시대의 가톨릭 문화라고 하면 검소하고 금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고 과자 같은 건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 같지만, 짐작과 달리 프랑스에서 과자 문화가 자리 잡은 건 중세 시대, 그것도 가톨릭 사원에서였다. 갈리아족(켈트족)과 라틴족, 게르만족이 혼재해 있던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 가톨릭이었고, 가톨릭 사제들은 영주가 기사에게 봉토를 나누어 주듯이 농민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며 이들을 신도로 끌어들였다(교회나 성당에서 어린아이들이나 군인들에게 과자나 빵을 나누어주며 전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개발한 디저트 레시피를 후세에 전한 수사와 수녀도 적지 않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디저트와 미식 문화가 꽃을 피운 건 역시 절대 왕정 시대이다. 절대 왕정 초기만 해도 음식 문화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카트린 드 메디시스,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비롯한 외국 귀족, 왕족 출신의 왕비들이 왕실의 음식 문화를 바꾸고, 루이 14세의 총희 몽테스팡, 루이 15세의 총희 퐁파두르 부인 등의 활약으로 디저트 문화가 발전했다. 마카롱, 프란지판 같은 디저트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음식이고, 퐁파두르 부인은 냉증과 불감증 때문에 아침마다 향료를 잔뜩 넣은 초콜릿 음료를 마셨다고 한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그중에서도 음식 문화, 디저트 문화가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역사보다는 디저트 문화에 관한 설명 비중이 높은 편이고, 귀엽고 깜찍한 일러스트가 다수 실려 있어서 눈이 즐겁다. 이 책이 포함된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의 다른 책으로는 <왕으로 만나는 위풍당당 영국 역사>, <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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