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머더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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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산산조각이 난 시체도, 깔려 죽은 시체도, 독살된 시체도, 썩어 문드러진 시체도 보았다. 죽음이 공존하는 현장에서 소중한 동료까지 잃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신도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경험자인지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준으로 하여 현재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오쓰카의 죽음을 머리와 가슴에 새김으로써 자기 눈에 비친 사회를, 도쿄라는 도시를 다시 정의한다.   p.166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엿새 만에 조직폭력단의 두목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다. 총상도 없고 자상도 보이지 않고, 큰 출혈이나 심한 상처도 없었다. 대신 얻어맞았다는 상흔만 50군데가 넘고, 골절은 20군데도 더 되는 등 온몸의 뼈가 부스러진 상태였다. 대체 누가 이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게다가 피해자는 현역 조폭 두목이었다. 범인이 폭력단 관계자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어 이케부쿠로 일대를 중심으로 폭력을 일삼아온 사람들이 잇달아 처참하게 살해된다. 온몸의 뼈라는 뼈는 전부 부러뜨리는 방식으로. 세 건의 범행은 동일범의 짓이 분명해 보였는데, 대체 범인의 목적이 뭐였을까. 레이코는 탐문 중 만난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결정적인 제보를 받게 된다. 동네에 소문이 파다한 그 괴물을 사람들이 '블루 머더'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블루 머더는 오로지 조직폭력배, 폭주족 출신 한구레, 중국계 마피아 등 각종 악인들만 살인의 타깃으로 삼으며, 이미 수많은 악인들이 그에게 당해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다. 악당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 없애는 살인자라니, 지나치게 잔인한 살해 방식 때문에 마치 괴물처럼 느껴지는 블루 머더의 정체는 누구이며, 대체 범행 동기는 뭘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히메카와 레이코는 열일곱 살 때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그 일로 인해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경찰들이 현장, 물증, 자백을 중시하는 데 비해 그녀는 직감에 의존하는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근거 없이 범인을 짐작해서 맞히고 행동을 읽는 게 가능한 이유가 범인들과 지극히 비슷한 사고회로를 가졌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범인의 의식에 동조하기 때문이라는 동료의 평가도 있었다. 직급이 같은 동료에게는 나이를 불문하고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 때문에 그녀를 아니꼽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형사로서의 감 혹은 그것과 비슷한 영감을 가진 점만은 누구든 인정한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 사건 당시 스물 아홉이었던 히메카와 레이코는 이번 신작 <블루 머더>에서 서른 셋이 되었다. <인비저블 레인> 이후 히메카와 반은 뿔뿔이 흩어지고, 레이코는 경시청에서 이케부쿠로 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수도 없이 죽였어. 수백, 수천, 수만 번이나 머릿속에서 그 놈을 죽이며 살아왔지. 찔러 죽이고, 총으로 쏘아 죽이고, 목을 졸라 죽이고, 때려서 죽였어. 텔레비전에서 살인 사건 뉴스를 볼 때마다 실제로는 어떻게 해서 죽였을까, 하고 혼자서 상상을 해. 그런 상상은 언제부터인가 점점 더 소름 끼치는 아이디어로 변해가더군. 저 범인이 나였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저놈을 이렇게 죽이는 거라고 보여주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맞아, 난 그런 생각만 미친 듯이 하면서 살아왔어. 그 사건 이후의 인생을."   p.417

히메카와 레이코는 전작인 <인비저블 레인>에서 폭력단 조직원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 조직폭력배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경찰관으로서 처벌을 받는다 해도 그를 향한 마음에는 거짓이 없었으므로 자신의 행동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레이코의 눈앞에서 칼에 찔려 죽었고, 당시의 그 사건으로 인해 부하들이 모두 뿔뿔이 해체되어야 했고, 그녀 역시 본부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게다가 레이코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서로 알고 있었지만, 그가 좋아한다고 딱 부러지게 고백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던 부하 기쿠타는 그 사건 이후 동료 경찰과 결혼을 했다. 레이코는 열일곱의 여름에 겪었던 사건 이후, 누군가를 제대로 좋아하고, 연애를 하는 일에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경찰 조직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고, 잔혹한 범행 수법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지만, 주인공이 미모의 여형사라 그런지 그녀와 남자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왔다. 물론 약한 모습을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레이코의 의지 덕분에 겉으로는 강한 척하는 모습에 다들 속고 있지만 말이다. 그녀는 사실 근본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항상 나이와 성별을 의식했고, 그런 중압감을 전혀 못 느끼는 척, 아닌 척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내면은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그리고 이번 신작에서 그녀는 범인과 대치하는 극한 상황에서 부하였던 기쿠타를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에 혼다 데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신작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설레었다. <스트로베리 나이트>, <소울 케이지>, <시머트리>, <인비저블 레인>, <감염유희> 이후 6년 만에 여섯 번째 작품인 <블루 머더>와 일곱 번째 <인덱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본의 경찰 소설 대가하면 사사키 조, 곤노 빈, 다카무라 가오루 그리고 혼다 데쓰야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혼다 데쓰야는 독특하게 성장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미모의 여형사가 주인공인 시리즈로 유명하다. 게다가 이 시리즈는 범죄 묘사에 있어 그로테스크할 만큼 잔인하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혼다 데쓰야의 작품은 레이코 형사 시리즈 외에도 지우 시리즈, 무사도 시리즈 등 시리즈 소설이 많으며, 그 외 단행본도 작품 수가 꽤 많다. 가장 최근 작품이었던 <짐승의 성>도 꽤나 잔혹하고 끔찍한 묘사가 많아 읽기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혼다 데쓰야는 시리즈 물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고, 그 중에서도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훌륭한 작가이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블루 머더> 2012년 작이었고, <인덱스> 2014년 작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나온 <노 맨스 랜드>라는 작품이 아직 남아 있는데, 곧 국내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과 신간이 함께 나왔으니,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시리즈가 사랑 받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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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 당신의 가치를 빛나게 할 능력 어필의 기술
잭 내셔 지음, 안인희 옮김 / 갤리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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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장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마음 한구석이 복잡하고 불쾌해지진 않았는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키워 온 믿음 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누구나 자기가 한 대로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믿음 말이다. 동화 속에서 나쁜 사람은 항상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부와 명예, 사랑을 얻게 된다.   p.32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들으면서 자라왔던 말,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그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말,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거라고? 틀렸다, 능력은 절대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 라고. 만약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겸손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겨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보이기를 어려워한다. 괜히 잘난 척 하는 것 같고, 표현했다가 기대에 못미칠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년간의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발견한 능력 어필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믿게 만드는, 완벽하게 주도적인 자기 표현의 기술이라니, 놀라웠다.

이 책은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타인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결할 방도를 찾는 대신 언젠가는 모두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 자기 암시를 하며 훗날을 기약하고 있을 때, 경쟁자들은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다고. 우리는 행한 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받는다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거라고? 틀렸다, 능력은 절대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 게다가 능력 있어 보이면, 실제로 유능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이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들이 실제 능력 또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당신이 입버릇처럼 취업을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했노라고 말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자. 오히려 당신은 지금 맡은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상대방이 믿게 해야 한다. 이 악물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쉽사리 해내는 사람이 더 많은 존경을 받게 될 테니까.    p.107

능력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법, 의심 많은 상사도 나를 믿게 하는 법, 나의 장점만 떠오르게 하는 법, 운과 재능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마음을 훔치는 말하기 비법, 열 마디 말보다 강력한 몸짓 사용법, 볼수록 매력 넘치는 사람들의 비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아우라를 만드는 법.. 이렇게 이 책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움직이는 8가지 능력 어필의 기술을 담고 있다. 사실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타고난 천재로만 알려진 이들 역시 사실어필의 귀재였다고 한다. 24세의 대학 중퇴자 빌 게이츠는 IBM 매니저들에게 유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완전한 자신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어 계약을 성사시키며 세계 최고의 부자로 우뚝 섰다.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잘 활용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설이 된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잡스는 모든 주목을 모으는 유일한 구심점이 되어,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해서 거의 신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연설할 때면 언제나 연설문이 적힌 화면을 매단 카메라를 곳곳에 배치해, 거기 참석한 모든 사람을 향해 말하는 듯한 인상을 일깨웠다. 그야말로 몸짓의 대가다운 움직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기술을 의식적으로 적용하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능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책의 기술들이 당신에게 필요하다. 게다가 이 책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방법들은 모두 심리학에 근거한 실증적능력 어필의 기술들이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표현의 심리학'이라는 코너를 두어 능력을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 그 뒤에 숨겨진 심리학적 배경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상대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3가지 비법, 좋은 인상을 만드는 5가지 전달법, 운과 재능을 컨트롤하는 6가지 전략 등... 메모해서 여기저기 붙여두고 싶은 팁들이 가득하다. 모든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인정받지 못한 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능력을 보여주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능력중심사회에서 당신이 승자가 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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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시작될 거야 - 작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미키 마우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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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압도적인 미키마우스! 항상 웃는 표정의 미키마우스가 삶을 응원해준다면 그 긍정 에너지로 힘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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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마이클 크로닌 지음, 강도은 옮김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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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째로 여러 사람들이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에이브이로 왔다. 그것은 단지 점심을 함께 먹는다는 의미 이상이었다. 평범하거나 저명한 많은 사람들을 점심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힘의 원천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철학, 크리슈나무르티의 존재였다. 거기에 잘 차려진 식탁의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멋진 대화가 결합해 아주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p.137

크리슈나무르티는 20세기에 가장 훌륭한 철학가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간주되는 명상가이자 인도철학자이다. 그는 어떠한 계급, 국적, 종교 그리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며 죽을 때까지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강연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크로닌은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해에 태어나서 부모 세대가 저지른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목격하며, 진리 탐구라는 관심사를 따라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상을 담은 책을 접하게 되면서 인도, 스위스, 영국 등지에서 열리는 그의 강연을 직접 찾아 다니게 된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가 설립한 교육 기관인 오크 그로브 학교에서 요리사로 일하게 된다. 사실 그는 요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바로 그런 이유로 더 다양한 채식 요리법들에 대해 천천히 공부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된다. 허브들과 양념들, 분량 정하기, 재료 자르기, 휘젓기와 맛보기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그는 채식 요리법으로 음식을 차려내야 하는 새로운 역할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크리슈나무르티의 식탁에 차려낸 채식 요리 레시피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전채 요리, 주요리, 디저트가 간단한 레시피, 재료와 함께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텃밭에서 갓 수확한 다양한 야채들로 만든 그린 샐러드와 레몬즙을 살짝 뿌려 낸 체리 토마토와 얇게 자른 아보카도로 전채 요리를, 구운 얌과 아홉 가지 콩 수프, 올리브 오일과 마늘을 넣고 볶은 신선한 시금치 잎이 주 요리가 되고, 휘핑크림을 곁들여 낸 애플 크럼블과 신선한 제철 과일이 디저트가 된다. 기존에 우리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채식 요리들이라 평소 채식에 관심이 있거나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책 속의 레시피를 통해서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생각보다 더 다양한 채식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다양한 요리들을 가리키면서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토스트 그린 샐러드가 있고, 파스타 샐러드와 아보카도 샐러드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보카도, 토마토, 양파, 파프리카를 넣고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운 감자가 있고요. 채썬 주키니와 치즈로 만든 키슈를 준비했답니다. 라타투이 비슷한 채소 요리와 함께 먹습니다. 이 요리는 주키니, 가지, 토마토소스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내 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까지 그토록 예리한 관심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항상 놀라곤 했다.   p.278

정신적인 스승, 마음 속으로 깊이 존경하는 인물 가까이에서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저자는 크리슈나무르티의 태도와 제스처, 음식을 먹는 모습,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고, 웃고, 혹은 침묵하는 모습, 그리고 사람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무척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우리도 간접적으로 크리슈나무르티라는 한 존재의 여러 면모를 느끼게 되는데, 그의 사상이나 철학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이라도 대번에 매혹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낙 전세계를 돌면서 수많은 강연을 해왔기에,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매우 드라마틱하고, 커다란 깨달음을 주고 있다. 그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 생각들은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이해를, 때로는 놀라움을 안겨 준다.

'세상에 정의란 없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어들에 의해 살아가고 있고, 단어들은 우리의 감옥이 되어 버린다',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만 힘을 쏟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일이다' 등등...인간 마음의 본성을 탐구하고 핵심 개념들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문장들도 인상적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신의 통찰을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간명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며, 시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도 가끔 있었는데, 저자가 그의 언어 사용이 유연하고 탄력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책 속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지함은 마치 바위 같아서 어떤 것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유머와 웃음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존재 안에 자리잡은 업과 번뇌의 틀을 깨려면 최소한 ‘1000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히 크리슈나무르티의 삶과 그의 가르침을 선망하는 추종자로만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던 저자가 그와 10여 년간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의 존재를 거울삼아 자신을 비추고 있는 이 책은 술술 읽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 여운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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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후쿠오카 (유후인.벳푸.나가사키.기타큐슈) - 테마&코스 분리형 가이드북,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전상현.두경아 지음 / 길벗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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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자주 다녀와서 익숙한 부분도 있고,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롭게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겨나고, 다녀와서도 또 가보고 싶은 맛집이 새록새록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후인, 벳푸 등 북큐슈의 지역들도 너무 좋아한다. 공항이 시내에서 가까워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내 눈에는 오직 장점들만 가득 보이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보통 시간이나 거리, 비용의 문제가 해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후쿠오카라면 이 모든 문제에서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이라도, 아니면 내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쿠오카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매력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사실 여행가서 가이드북을 누가 들고 다니냐, 가급적 짐이 가볍고 적어야 다니기에 좋을 텐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는 이렇게 분리한 책 한 권이 너무도 가볍고, 판형 또한 작은 편이라 배낭에 쓱 넣고 종일 걸어 다니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라서 일부로라도 여행갈 때 가지고 싶은 책이다. 

 

테마북에서는 후쿠오카의 다양한 여행 주제를 관광, 음식, 쇼핑, 체험 4가지 파트로 소개하고 있다.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유후인, 나가사키, 벳푸, 기타큐슈까지 북큐슈의 핫한 지역을 구석구석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베스트 스폿은 물론 요즘 떠오르는 핫한 스폿까지 테마별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에는 2명의 작가가 4년간의 취재를 통해 알아낸 후쿠오카 필수 여행 스폿은 물론 시크릿 스폿까지 소개되어 있다. 작년에 후쿠오카에 다녀왔기 때문에 웬만큼 유명한 맛집이나 장소들은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곳들 중에는 새로운 장소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덕분에 읽는 동안 여기저기 표시해두고 벌써부터 언제 또 후쿠오카에 갈까 고민 중이다.

일본 음식이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이기도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에 후쿠오카에 가서도 하루 일곱 끼 이상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핫. 이 책에도 로컬 푸드는 물론 백 년 된 맛집,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현지인 맛집까지 소개되어 있어 나처럼 먹는 걸 즐기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핫한 카페 & 디저트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막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곳이 많았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음식 사진들도 정말 많이 실려 있는데, 사진 퀄리티도 훌륭해서 여행 일정 짤 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맛집 위주로 일정을 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일정별, 테마별, 지역별 25개 여행 코스, 그리고 지역별로 완벽한 교통 정보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초행길이어도 헤매지 않고 완벽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말이다. 인터넷 지도에도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장소들까지 실측 지도를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되어 있는 부분도 좋았다. 여행 장소의 이름과 주소만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스폿까지 위치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구글 GPS 좌표를 수록되어 있는 점도 현지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거라고들 한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꼭 후쿠오카에서 살아보고 싶다.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에 단어 몇 개 아는 정도가 전부지만, 이상하게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후쿠오카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당시의 설레임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자고로 여행 가이드북은 이래야 한다. 책을 덮고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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