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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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를 마시면 오늘은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루이스 블랙_코미디언 겸 극작가

언젠가 커피에 관한 통계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한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 커피가 약 250억잔에 달한다는 기록이었다. 전체 인구를 5천만명이라고 할 때,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전 국민이 하루에 최소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니, 커피는 우리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다. 새로운 동네 어디를 가든 커피숍은 몇 군데씩 눈에 띄게 마련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사랑하고 즐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마시는 걸까.

 

나도 커피를 굉장히 오랜 시간 마셔왔고, 온갖 커피 추출 도구를 사용해보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시간과 돈과 수고를 들여 왔다. 그래서 나름 커피 애호가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커피를 학문으로서 공부하거나 연구해본 적은 없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그 점 때문인데, 이 책은 과학에 기분을 두고 있는 커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중에는 커피와 관련된 책들이 굉장히 많이 출시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책들과는 달리, 과학적 원리와 데이터,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에 대한 무수히 많은 궁금증들을 들여다보고 탐험한다. 저자인 숀 스테이먼은 커피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일명 '닥터 커피'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세계 최초 커피 과학자이기도 한데, 커피를 이런 식으로 다루어 본적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에 기분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커피에 관한 책이다.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컨디션이 별로다. 밤에 잘 자지 못해 피곤하다. 살짝 우울하다. 이 모든 문제가 커피 한 잔이면 기분 좋게 해결된다.        -제리 사인펠트_영화배우

우선 이 책의 카테고리는 커피공, 로스팅, 추출, 시음의 단계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 세계에서 자아 맛이 좋다고 여겨지는 커피나무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이야기를 시작해 커피의 재배 방식, 커피 열매,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만들어내는 이유 등등으로 흥미로운 정보들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로스팅 단계가 매우 재미있었는데 로스팅 시간과 온도가 커피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로스팅의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실제로 커피를 마시는 데도 매우 유용한 팁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커피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법이라든가 다크 로스트와 불면증의 상관관계 등 커피에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정보들이 있었다. 특히 추출에 관련된 카테고리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있었는데, 커피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9가지 요소부터 시작해서 각 요소들이 어떻게 완벽한 커피를 만드는 지에 대한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책은 작은 커피콩이 한 잔의 커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매일 별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담긴 놀라운 과정을 책 한 권으로 전부 만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커피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했던 이들에게도 신선한 정보를 안겨줄 수 있을 것 같고, 커피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내용이 그저 놀라운 세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계 최초 커피 과학자가 들려주는, 놀라운 커피의 세계를 만나보자. 아마도 과학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는 커피의 세계는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커피비평가협회 공식 추천 도서이기도 하니, 커피를 사랑한다면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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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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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말하는 기준들을 벗어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집단의 단결에 방해가 되는 것 같은 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라는 낙인을 찍곤 합니다. 그런 낙인이 찍힌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못되게 행동했나?'라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남과 다르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독립적'이라고 말합니다.   p.6

'그래도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챙기고 살아야지'라는 말만 들으면 숨이 막히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매일 야근하며 파김치처럼 살 자신은 없고, 여럿이 다 함께 먹는 점심이 종종 부담스럽고,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말하는 기준들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내 삶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고유한 것인데, 사실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온전히 나를 위한 결정과 행동을 하면서 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실제로 지키기는 어려운 그 명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자기 독립적인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우선 '내게 맞는 삶의 속도'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으니,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두 번 째로 '내게 맞는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낯선 이가 싫다면 가급적 대인관계를 줄일 때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넓지만 얕은 대인관계를 추구해야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세 번째, '내게 맞는 독립'이 필요하다.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도움 받아야 할 때는 도움을 청할 만큼의 의존성도 필요하다. 네 번째, '내게 맞는 꿈'이다. 대부분 엄청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살아 왔겠지만, 그걸 좇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남의 꿈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꿈을 좇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차라리 배려 받을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습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배려란 상대의 선심에 기대어 무언가 혜택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상대가 배려해주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배려해주기 싫으면 해주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불확실한 배려에 기대를 거느니, 차라리 예측 가능한 원칙을 세우고 그에 입각해 행동하고 일을 추진하는 편이 낫습니다.   p.230

우리는 당연히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하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피할 뿐,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은 나 자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생의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삶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는 결정들을 해왔을 것이다. 이렇게 전혀 자기 인식이 되지 않은 상태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자기 독립적인 삶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가 이루어질 리 없으니, 중도에 포기하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알아간다'는 말보다 '나를 만들어간다'는 말이 더 능동적이고, 쉽게 와 닿는 개념이라 흥미로웠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문제투성이 나'와 마주할 용기를 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은 이 책에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단계별 심리 전략을 누구라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알기 쉽게 들려준다. 물론 이러한 자기 독립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를 시작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앞으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 아닐까.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역시나 과정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준비 운동-도움닫기-발 구르기-공중 동작-착지에 이르는 높이뛰기의 전 단계를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과정에 대입시켜 소개하고 있다. 준비 운동은 천천히 내가 마음에 드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도움닫기는 소신껏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우고, 발 구르기는 힘차게 자기 독립을 선언하고, 공중 동작은 자신 있게 뛰어 오르기 위해 온갖 장애물들의 해결방법을 알아보고, 착지 단계에 이르면 다음 도약을 위해 삶을 정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명상과 여행 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정말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이 책과 함께 '나만의 길을 닦는 여정'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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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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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출전자들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다. 세상에는 돌연히 발작을 일으키거나 치매를 앓는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다. 아니, 애초에 육체와 정신 모두가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누구나 장애는 있다. 눈에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일 뿐이다.    p.179~180

사라는 육상 실업팀에 입단해 오전에는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부터는 땀 흘려 연습하는 생활을 2년째 하고 있다. 선수권대회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순조롭게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회 당일에 최고 기록을 이끌어 내면 상위 입상도 노려볼 만했고, 1위로 입상하면 올림픽 참가 자격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라 사라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이 모든 꿈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사고를 낸 것은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인 다이스케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 이후로 완전히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렸고, 이후로는 그녀와도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였다. 다이스케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결과는 참혹했다. 사고로 인해 사라가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이다.

장래가 촉망되고 세계를 겨냥하던 사람이 한순간 갑자기 장애인이 되었을 때의 당혹과 절망이라니.. 아마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게 다리는 그저 걷기 위한 부위가 아니었으니, 달릴 수 없는 그녀에게 다리를 빼앗기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다이스케와 그의 엄마는 사과는커녕 보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가 작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던 터라 위험운전으로 입증할 길이 없어 단순한 인신사고로 처리될 지경이었다. 사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가해자에게 증오의 감정이 솟구쳤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다이스케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상태로 발견된다. 담당 형사인 이누카이는 신체에 장애를 가진 자는 범행이 불가능하다는 동료들의 생각과 달리, 어쩐지 사라를 용의자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싶지가 않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라와 그녀의 부모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망한 다이스케의 교통 사고 관련 변호를 맡았던 인물로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대결이 보여지는 살인사건 수사를 한 축으로, 사라가 의족을 착용하고 장애인 육상경기에 도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라 씨랑 저는 같은 또래이니 공감대가 있을 거예요. 우리 세대는 툭하면 '너희는 한 명 한 명이 다 특별한 온리 원이야'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잖아요. 선생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녀석도 있긴 한데 똑똑한 녀석은 진작부터 그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고 적당히 수긍하는 척만 했죠. 도대체가 넘버원을 지향하지 않는 사람이 온리 원이 될 수 잇을 리가 없잖아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경쟁이 있어서 향상되는 거고요."   p.258

나카야마 시리치의 '감성 미스터리'는 사실 '미스터리' 보다는 '감성 드라마'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한다고 해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사실 그가 플롯에서 맡은 역할은 미비한 편이고, 이누카이 형사와 그의 대결 구도도 그다지 비중이 큰 편이 아니다. 애초에 작가의 의도가 '젊은 여성이 치열한 투쟁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속 시원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사라가 사고로 다리를 잃고 나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장애인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의족과 경기용 의족의 차이점, 그리고 의족을 했을 때의 착용감부터 육상 선수였던 사람이 장애인 스포츠로 방향을 바꾸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능력을 초월하는 의족이라는 스포츠와 과학이 접목된 아이디어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진진한 소재로 이야기에 흡입력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라는 플롯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한 미스터리는 거의 후반부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간다. 과연 사라는 부러진 날개로 다시 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미코시바 레이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이며,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이 작품은 기존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에 비하면 미스터리 적인 요소나 반전 등의 요소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가독성만큼은 여전히 뛰어나다. 그리고 스포츠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따뜻한 감성과 뭉클한 드라마도 좋았다. 비장애인의 삶을 살다가 의도치 않게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사라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통해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난관과 사회적인 시선들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어 시사성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48세에 늦깎이로 등단해서, 그 후 7년간 작품을 28편이나 써내는 왕성한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국내에도 꽤나 많은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1월에만 무려 세 편의 작품이 나온다. 블루홀6 <날개가 없어도>를 시작으로 북플라자에서 <보호 받지 못한 사람들>이 나왔고, 이어 북로드에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절판된 <안녕, 드뷔시>도 블루홀6에서 새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그 뒤로 <잘 자여,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출간을 시작으로 해당 시리즈도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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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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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소중한 건 언제나 잃고 나서야 알아차린다는 걸. 옛날에 나는 빛났어.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달았지. 그래서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결국 중요한 말을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고 아사쓰키를 잃었어. 후회했지. 후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 또 후회하는 중이야. 왜 좀 더 열심히 편지를 찾지 않았을까. 어떤 지갑을 찾는지도 안 물어봤어. 처음부터 찾을 마음이 없었으니까."

그치지 않았다. 후회는 그칠 줄 몰랐다.    p.107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에서 활약할 때만 해도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자신의 미래는 계속 행복해지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다리를 다쳐 달릴 수 없게 된 것을 시작으로,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가 터무니없는 사고를 쳐서 체포됐고, 회사는 도산했으며, 부모님은 이혼하게 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죽을상으로 아득바득 일하는 아버지와 막대한 빚뿐, 점심 값도 아껴 써야 하는 수준에다 대학은 이미 포기했지만,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기 빠듯한 상황이었다. 학교에선 거의 말을 나누는 친구도 없었고, 매사 의욕 없이 구제불능 상태로 보내던 나날이었는데, 어느 날 독특한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게 된다. 이름하여 '사신 아르바이트'로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 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이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아르바이트인데다, 시급은 단돈 300, 경우에 따라 조기 출근도 있고 잔업도 있지만, 시간 외 수당은 없으며 근무 스케줄 조정도 불가능. 대체 이런 아르바이트를 누가 할까 싶을 정도로 웬만한 악덕 사장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열악한 조건이다.  대신, 조건은 최악이지만 근무 기간을 채무녀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딱 헛소리처럼 느껴지는 수상한 아르바이트이긴 하다. 하지만 사쿠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시급 300엔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추호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자'는 미련을 해소한다는 결실을 거두지는 못하지만 작은 행복을 찾아내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어디에도 남기지 못할 허망한 기억. 하지만 사신인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잊어버리기 전에 그들의 행복을 온 세상에 흩뿌린다면.... 분명 멋진 의미가 깃들지 않을까. 요 한동안 시간을 멈추고 많은 씨앗을 뿌려왔다.   p.317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 중에서 드물게 '사자'가 탄생하고, 그 순간 세상은 가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그 세상에서는 죽음이 무효화되어 그들은 추가시간 동안 전처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한 달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무슨 미련이 남아서 '사자'로 선택된다면, 그 때문에 세상이 그가 죽지 않은 모습으로 재구성된다는 거다. 분명 사고 난 기억은 있는데,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가 싹 지워지고, 가짜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죽은 자와 대면하는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독특한 설정도 흥미로웠고, 소중한 건 언제나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뭉클하게 와 닿게 만드는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저자인 후지마루는 '내일 나는 죽고 너는 되살아난다'라는 라이트 노블 작품으로 전격소설대상 금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라는 작품 역시 감성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캐릭터나 소재나 구성 등 모두 라이트 노블에 가까운 작품이다. 사실 라이트 노블이라는 장르는 주로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문화를 바탕에 두고 있어 10대 청소년들이 주요 독자인 오락소설이다. 장르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소설이라고 보면 되고, 쉽게 말해 표지와 삽화에 일러스트가 있는 작품들이 많다. 캐릭터가 중요한 장르이다 보니 서사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 나도 평소에 많이 읽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라이트 노블이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는 듯한 느낌이다. '표지가, 문체가, 캐릭터가 가볍다고 꼭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라는 김은모 역자의 말처럼, 무거운 소재를 가볍고 짧은 문체로 가볍게 풀어나가고 있는 이야기라 시작은 라이트하더라도, 그 끝에 뭉클하게 올라오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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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가 좋다 - 불친절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혼자살이 가이드
게일 바즈-옥스레이드 외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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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곧 인생의 CEO가 되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을 세워 가꾸는 셈이다. 누군가 더 나은 길로 이끌어주기만을 바란다면, 다음과 같이 자문해보자. 내 삶을 남에게 맡겨둘 것인가? 만약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년이 걸리든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인가? 희망은 단기 전술일 뿐, 확실한 전략이 아니다. 당장의 고통은 덜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만 높아진다. 스스로에게 행복과 만족과 평온을 선사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걸 명심하자.   p.26~27

우리나라도 갈수록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1인 가구수가 561만이라고 하니, 전체 인구의 28.6%가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이혼율도 증가하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고 있으니 1인 가구수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해 솔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비혼족도 있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게일은 세 번 결혼했고, 세 번 이혼했다. 이제는 싸우는 데에도 이골이 났고,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싱글 라이프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공동 저자인 빅토리아는 나이 쉰이 되던 해 남편을 폐암으로 먼저 떠나 보냈다. 남편의 빈자리만큼, 또다시 누군가의 밥상이나 차리고 싶지 않다는 피로감이 컸기에 싱글로 지내온 지 어느덧 10년째이다. 

이 책에는 두 저자가 이혼과 사별의 경험에서 얻은 유용한 팁들이 가득 담겨 있다. 홀로서기의 단계별 감정 관리법부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1인용 삶에 맞게 물건을 정리하고 소비 습관을 바로잡는 법 등 '싱글을 위한 구체적인 인생 설계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돈 관리부터 소비 습관, 물건 정리, 인간관계, 노후 대비, 혼자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할 실전 노하우는 언젠가는 싱글로 돌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기죽지 마라. 당신은 이제 막 혼자가 되었다. 싱글들의 세상에서는 아직 견습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순식간에 통달하긴 어려운 법이다. 하루하루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다 보면 조금씩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출발점도, 도착점도 아니다. 홀로서기가 능숙해질 때까지,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 당신이 헤쳐온 길을 한 번 돌아보라. 이번엔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앞을 바라보라.   p.288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마도 가장 큰 걱정은 자금난일 것이다. 저자는 이를 대비해서 미리 돈을 모아둬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자산 내역을 정리하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다가 헤어진다는 것은 감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에도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재정적인 연결 고리를 끊어낸 뒤엔 혼자의 삶에 적합한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애초에 솔로인 사람들의 싱글 라이프와 둘이었다가 싱글로 돌아간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이들에게 필요한 노후 대비 라이프도 그럴 것이다. 게일과 빅토리아는 자신들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진심 어린 조언으로 이러한 싱글들을 위해 따뜻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 코칭 중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중심이 되는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챕터였다. 혼자는 불완전하다는 편견을 넘어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늘 해왔기 때문에 하게 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익숙한 패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경로 의존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한 삶이 자리 잡을 곳이 없어진다고 말이다. 물론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는 일이 늘 신나고 좋은 건 아닐 것이다.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꼭 둘이 아니어도 삶은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싱글 라이프를 넘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싱글 라이프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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