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사피엔스의 미래...를 꼭 이렇게 토론해야 했을까 - chocopresso
어느 분야의 대가라고 해서 토론에도 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가일 수록, 자신을 비롯해 수많은 영민한 동료들이 자신이 헌신해 온 분야의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을 발견하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혹은 실패하는 것을 오랫동안 경험해 왔으므로 최소한 어떤 문제가 해결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만의 철학이 공고해지게 마련인 듯 하다. 다만 그 철학이란 것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데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단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사피엔스의 미래』는 "인류...

다르다는 것이 주는 무게 - blanca
자의식은 자존감은 사실 고정되거나 영구불변한 것이 아닌 것같다. 여기에서의 나의 자의식은 상당 부분 동양인, 유색인종에 닿아 있다. 백인만 있거나 너무 많은 동양인이 있거나 흑인이 있거나 그러한 것들이 부지불식 간에 의식된다. '다르다'는 반드시 어떤 위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부자연스럽다. 그것은 내가 그렇기도 하고 때로 어떤 다른 사람들이 그러해서 그러한 것들을 전하기도 한다.동네 도서관에서 신간은 한 곳에 모아 놓고 허리 높이에서 책을 뽑아 볼 수 있게 양방향으로 책등...

옛이야기 고르기 - 기진맥진
<아이들 책과 함께 휴일을 뒹굴다 - 옛이야기 고르기>우리반 다음차 돌려읽기에 옛이야기책을 한 권 넣으려고 찾는 중이다. 4년전 2학년을 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로 진행을 했었다. 호랑이는 맹수이면서도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인데다가 다양한 캐릭터로 옛이야기에 등장을 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근데 그새 책값이 많이 올라 14000원이나 한다.... 책을 사주시는거에 모두 동의를 하셨지만 만원이 넘는 책을 안내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좀 찾아보았다. 옛이...

나귀의 18년 - 잠자냥
그림동화에는 '수명'이라고 사람 목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여러 번 읽어봐도 그저 단순한 동화라고 생각하기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림동화 가운데 그런 이야기들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이야기 내용은 이렇다.하느님이 세상을 만들고 온갖 짐승들 수명을 정해주던 때의 일이다. 나귀가 먼저 와서 자신은 얼마나 사는지 물었더니 하느님은 30년을 말씀하셨다. 나귀는 너무 길다고 투덜댔다. 사람들의 부려먹음을 받으며 온갖 고생을 다하는데 그저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늘 손찌검과 발길질뿐이라는 말이었다. 나귀는 ...

기어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된 셰익스피어 - oren
인간에게 전후를 살피도록 풍부한 판별력을 부여하신 분이,그런 능력과 존엄한 이성을 주었을 땐,사용도 못해본 채 곰팡이가 생기도록하시려 함은 확실히 아니렷다.<햄릿> 4막 4장, 36-39 * * *셰익스피어는 거대한 사람이다. 인도와도 맞바꾸지 않겠다는 어느 영국인의 호언장담이 빈 말도 아니었다. 그는 인도보다 훨씬 더 넓은 땅을 자신의 그림자로 가릴 만큼 충분히 거인이니까 말이다. 그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고도 장엄할까. 그러나 그가 거대한 사람이니만큼 그에게 다가서려는 독자...

전업주부 페미니즘 - 단발머리
나는, 내가 딸아이의 좋은 모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통탄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감이다. 나는, 내가 딸아이의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에 크게 불만은 없지만, 다른 모습의 나를 딸아이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딸아이 정도로 나와 가까이 있어야 내가 가졌을지도 모를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확실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사회적 고용관계 속에 포함되어 나의 노동과 시간이 어떤 식으로든평가받는 삶을 살았더라면, 그것...

헌책방 순례기 읽노라니 마음이 설레어진다 - 비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헌책에 대한 동경, 헌책방에 대한 설레임이 기본적으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헌책을 찾아 사서 읽는 류의 사람은 아니었으나, 몇 번 들러본 헌책방 거리들에 흠뻑 반해서 늘 마음에 동경을 품고 있다. 내가 가본 헌책방 거리라 봐야... 두세 군데 쯤인가. 아주 예전에 파리인가에 갔을 때 노점에 쭈욱 늘어서 있던 헌책방 거리 정확히 말해 헌책방 '리어카' 거리가 기억난다. 뭔가 야사시러운 표지의 책들이 정면에 늘어서 있어서 차마 눈을 못 돌리고 걷다가도 문득문득 괜찮은 책들이 눈에 들어와서 멈칫 ...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With 동서문화사) - cyrus
집에 창고가 된 방 하나가 있다. 거기에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보관되어 있다. 오랜만에 창고를 정리할 겸 창고 구석에 숨어있는 옛날 책들을 꺼내봤다. 책들을 창고 밖으로 완전히 끄집어내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후딱 지나 가버렸다. 이 책들을 마지막으로 읽은 해가 2002년, 15년 전이다. * 《셜록 홈즈의 모험》 (동서미스터리북스 2, 역자 : 조용만, 조민영)* 《주홍색 연구》 (동서미스터리북스 15, 역자 : ...

룸펜과 5·18 정신 - 파란여우
5월 18일 목요일맑고 오존 지수 높음 문재인 대통령이 “5·18 정신을 헌법에 계승”하겠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고 적잖이 감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대통령이지만 이점은 지지한다. 여기서 말하는 ‘5·18 정신’이란 불의와 억압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가리킨다. 안 그래도 오늘 받은《애도의 정치학》에서 정명중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가 쓴〈인식되지 못한 자들 혹은 유령들-5월 소설과 룸펜〉이라는 글을 읽었다. 다른 필자들 글에 앞서 정교수 글부터 읽은 건 오늘이 5·18 항쟁일이라는 특별한 기억이 작동한 ...

[영화 후기] 너와 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목소리의 형태> - 키치
작년 여름 일본에 갔을 때 한창 화제를 모으던 애니메이션이 두 편 있었다. 하나는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한 <너의 이름은>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개봉한 <목소리의 형태>였다.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 방송에서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즉시 흥미를 가졌다. 아무도 모르게 자살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 이시다 쇼야.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니시미야 쇼코라는 아이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따돌림을 당하며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하나 없이 고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쇼야와 쇼코에게 대체 무슨...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을까? - 다락방
이즈음의 나는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동생과 남동생, 조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숨쉬듯 자연스럽고 또 그들로부터 그 말을 듣는 것도 그러한데, 왜 연애할 때 애인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말을 해버리는 순간 내가 약자가 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울 수도 있을 것이고. 나는 내가 사랑에 인색한 편이라 생각하지 않고, 사랑이란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

모든 인식의 시작은 ‘다름‘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차이를 통해서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며, 앎은 그 과정 자체다. 짧은 글도 교차 확인이 필수적인데, 대조해서 점검할 다른 지식이 없다면? ˝국사가 어떻게 다양성이 가능하냐?˝ 라는 국사학자의 말은 정치인의 제스처라면 모를까, 지식인으로서 놀랄 만한 발언이다. 지식은 가르치는(‘주입‘)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경합의 과정이다. 다양성은 나열된 지식이 아니라 사유의 조건이다. (p.35)


정희진을 읽는다는 것. - 미네
정희진을 읽는다는 건, 고통스런 일이다. 나의 지식과 생각과 가치관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에 더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과 세계관이 통째로 전복되는 치열함과 긴장감으로 그의 글은 한 문장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신형철이 좋은 문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좀 좋은 문장을 읽으면 뭔가를 도둑맞은 것 같이 허탈해진다. '아이쿠, 내가 하려던 말이 이거였는데.'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갯속이던 무언가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하나가 열린 것 같아요.' 더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멍해진다. 그런 문장을...

‘나 我‘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 만물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다 - 겨울호랑이
<선의 나침반 The compass of Zen>은 숭산(崇山, 1927 ~ 2004)스님의 가르침을 현각(玄覺, 1964 ~ ) 스님께서 엮은 책이다. <선의 나침반>은 불교 입문자들에게 '불교(佛敎)가 무엇인가?'를 전반적으로 잘 소개한 책이라는 평(評)을 받고 있다. 좋은 평가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핵심(核心)을 설명하고 있어 불교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데 도움이 되며, 특히 불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 <선의 나침반>은 어떤 방식으로 불교(佛...

역사가 과거의 것만 연구하는 데 그친다면 그 역사는 ... - knulp
역사가 과거의 것만 연구하는 데 그친다면 그 역사는 반쪽짜리 의미밖에 구하기 힘들다. 과거에 매몰되어 그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면 내가 밟고 서 있는 이땅에서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비록 과거를 연구하만 역사 연구는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어떤 연구자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 역사학의 의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그렇다고 모든 역사 연구에서 현재적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나같은 일반 독자에겐 적잖이 부담스런 일이다. 그러니 그런 준비가 된 책을 골라 읽는 일...

역사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니? - 양철나무꾼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를 읽으면서 춘추전국시대에 관심을 갖게 되어,공원국의 10권짜리 '춘추전국이야기'를 구매했었다.전에 알케 님이 상찬한 것도 보았고, saint236님도 좋다고 추천해 주셨었는데,또 다른 친구는 별로라고 하길래 미뤘었다.며칠전 이 책이 눈에 띄길래 '어디 한번~, 내가 직접 읽어 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웬걸, 재밌어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거라. 춘추전국 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강신주의 책도 좋았는데, 이 책은 강신주와 비교하기 민망찰 정도...

헛소리 카니발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外 - AgalmA
일단 음악 하나 걸어놓고 시작하자. Oddarrang ㅡThe Sage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처럼 머릿속을 가득 휘젓는 책을 만났을 땐 떠오르는 질문부터 풀어나가면 쉽다. 나는 평소 완벽한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주의다. 보여주기에 매달리는 형식보다 재미라는 내 만족을 추구하며 형식은 내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다.《죄와 벌》,《악령》도 전면적인 개작을 했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킨 게 아니라는 걸 유념할 것. 서재 친구가 재밌는 책 추천을 바라길래 칼비노와 도선생이 실망시키지 않는 실비 보...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는 글, 노래, 철학, 책 - 철학본색
Viva la zarzuela는 내가 가장 즐겨듣는 음반이자 내가 가장 아끼는 음반이다. 1996년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2014년부터는 연주 실황이 유튜브에 공개되어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아이가 등교하고 오전에 모처럼 파트너와 같이 집에 있는 날이면 유튜브로 Maria Bayo, Placido Domingo 등 거장들의 노래를 들으며 온갖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아주 큰 기쁨 중 하나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Carlos Alvarez가 무대 위에서 무표정하지만 고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을 보며 나는 "짐승의 눈...

지난 주말에 몰아서 읽은 책 정리 - transient-guest
이번 달에는 어떻게 하다보니 주중에 다 읽게된 책이 한 권이고, 나머지는 모두 주말에 와서 완독을 하게 되었다. 주중이나 주말이나 계속 읽기는 하지만, 완전한 우연으로 책을 끝내게 된 건 모두 주말이란 말씀. 생각해보면 계속 일만 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 게으름도 피우고, 아팠던 5/8주간엔 한 주를 숫제 쉬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책을 주문하고 일부는 읽고 일부는 묻어놓고 기회가 되면 읽을 책을 늘려가고 있으니 이 부분만큼은 지난 5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앞서 짧게 남겼지만, 책을...

영화, 노무현입니다. 안녕하세요? - 만화애니비평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참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를 나는 잊지를 못한다. 내가 살던 부산 영도에서 어느 한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 이름은 최강서 열사, 어느 누구에겐 열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아주 불편한 이름일 것이다. 그가 자살을 한 이유는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문재인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겼다면 그는 자살을 하지 않았고, 영도에서 중앙동으로 넘어가는 부산대교에서 그 긴 행렬의 장례행사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노동자의 현실을 사람은...

약간이라는 말, 참 좋다. - 자목련
나는 한때 잘 참는 아이였다. 기다리는 일도 잘 했다. 그건 아주 나쁜 습관이었다. 그런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참고 기다리는 동안 온간 말들이 켜켜이 쌓였다가 사라졌다.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어서 그랬던 적도 있었지만 기다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늦은 이유를 따지고 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통증을 참고 말았다. 미련하고도 미련하게.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도 참는 편에 속한다. 특별히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다. 이상이 생긴 건 작은언니다. 목 디스크가 심해져서(안타깝게도 심해진 상태에서 병원에 찾았다) 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