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난 이 책들이 좋다! -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편 - Falstaff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의 매력은 순문학만 고집하고 있지 않는데 있습니다.데실 해밋의 <몰타의 매>, 너세니얼 웨스트의 <메뚜기의 날>, 제임스 존스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같은 대중소설도 기꺼이 시리즈에 포함시키고 있어서 가끔 깜짝 놀랄만한 작품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그게 열린책들 시리즈의 진짜 매력입니다. 별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해 놀라운 작품을 발견하는 맛. 정말 기가 막히지요. 물론 완전 반대로 똥 밟을 때도 많긴 합니다만. 출판사 열린책들, 빡빡한 글씨간격과 줄간격으로 악명과 동시에 매니어...

8월 읽은 책: 23권 ( 41개월 차 총 1088권) - 시이소오
딸내미 심장에 구멍이 두 개 있다고 했다. 총 맞은 것처럼? 심방에 한 방, 심실에 한 방.늦둥이 딸은 빛을 본지 어언 5개월이 넘었어도 단 500그램도 자신의 몸에 보태지 못했다. 심장에 구멍이 뚫려있으면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같은 건가 보다. 그래서 수술을 했다.딸이 아파하는 일주일동안 일을 쉬었다. 병간호를 하루 온종일 할 필요는 없었기에딸이 아파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고맙다. 딸. 미안해 딸)구구절절한데 다른 달보다 비교적 책을 많이 읽은 이유는 일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거. 7월 읽었으나 체크 못한 책 세 권 ...

170831-170906 25 - syo
비둘기가 오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지?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모름지기 비둘기는 비둘비둘 걸어다녀야 제맛이라고 생각했다. 참새처럼 귀엽게 콩콩 뛰는 게 아니라. 목을 앞뒤로 흔들고 상당히 고압적인 눈빛으로 인간을 쏘아보며, 직립 보행은 너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이 신발 신은 원숭이놈들아- 하는 모습이 디폴트로 설정된 비둘기의 자태였는데, 공원의 잔디밭에 서른 마리쯤 되는 비둘기들이 알 품는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진리가 현현했다. 이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다. 정하는 것은 나다. 나라는 놈은 얼...

겸손함의 매력 - 빵가게재습격
<<사악한 책, 모비딕>>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겸손함이다. 그러니까, 고전을 다루면서도 고전적 해석을 내걸지 않고, 획기적 해석을 시도하지 않으며, 소설이 은유하는 삶을 과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입에 넣고 굴리는 생율같다고 할 수 있다.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삼킨 후에 잔향이 입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떠오르고 음미하게 된다. 그런 책이다.나는 이 책이 문체나 사고, 진행방식의 특출함으로 어필하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체/사고/진행방식 모두 평이하다...

문강형준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비평 - 북다이제스터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의 저자 존 그레이가 인류 미래가 암울하다고 보는 이유는 '인본주의(humanism)’ 때문이다. "그레이에게 인본주의의 다른 말은 곧 악의 상징, 루시퍼의 속성인 ‘오만’이다. 인간은 자신 분수를 모르고 ‘경계를 넘어’버렸다는 의미에서 거의 ‘악’에 가까우며, 그 대표적인 오만한 인간의 사상이 인본주의라는 것이다. 그레이에게 서양 인본주의의 기원은 기독교에 있다. 그런데 기독교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선형성(linearity)이다. 혼돈에서 시작해 질서가 생기고, 문명이 번성하고, 그것이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여행의 계절일까? - 양철나무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여행의 계절일까?여름 내내 읽던 최명희 님의 '혼불'을 9권까지 읽었고 이제 마지막 10권만을 남겨놓고 있다.바짝 당겨 읽고 끝낸 후에 어디 단풍 놀이라도 가볼까 했었는데,마지막 권을 앞에 두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다.10권짜리 소설에 9권까지 읽었는데 끝이 안보이는데,이런 상태로라면 미완결의 소설이거나 완결이 되더라도 갑작스럽게 마무리되어 어설프게 끝나버릴텐데,그렇다면 미완결이라고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미완결이라는 걸 알고도 장장 10권을 내달려왔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다. 두산 백...

가을엔 생각하게 하소서 - 포스트잇
사적인 글들. 물론 일기같은 지극히 사적인 글일지라도 누군가가 본다는 시점을 상정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지만, 어쨌든 일기나 에세이, 편지 등 그런 글들을 좀 읽어볼까 계획했는데 역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그저 소설을 몇권 읽었을 뿐이다. 사라 핀보로의 [비하인드 허 아이즈]에 이어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이토록 달콤한 고통]을 읽었고, 그 뒤를 이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신부]를 읽기 시작했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리플리]와 이번에 [이토록 달콤한 고통]을 읽었고, [낯선 승객]([열차안의 낯선자들]), [캐롤]...

새로나온책 리스트를 보다가 ‘식도락가를 위한 런던 먹... -
새로나온책 리스트를 보다가 ‘식도락가를 위한 런던 먹거리 여행‘이라는 제목을 보았다. 뜬금없었다. 런던에서 식도락? 어떤 여행 소개책을 봐도 ‘피시 앤 칩스‘ 런던에서 먹거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정보만 읽었던 것 같은데 먹거리여행이라니...˝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까지, 버러 마켓부터 브릭 레인까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레스토랑에서부터 갑자기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레스토랑들까지 지금 런던에서 가장 핫한 맛집과 톱셰프들의 대표적인 레시피 그리고 런던이 자랑하는 다양한 세계 음식들을 소개한다...

무시무시하게 매혹적인 성장영화 <그것> - 잠자냥
공포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것>을 손꼽아 기다린 까닭은 순전히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그것> 예고편에 나 또한 홀딱 반했고, 그 예고편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 그러니까 아무리 영화를 못(?) 만들어도 웬만큼은 하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원작자이니까. 지난 주말, 매우 늦은 시각, 고작해야 열 명 남짓한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서 공포를 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극장으로 향했다. 마침내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

시대를 앞서 원로(元老)가 주는 조언 - 겨울호랑이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는 씨알 함석헌(咸錫憲, 1901 ~ 1989) 저작집 중 비폭력운동과 관련한 글들을 모은 글이다. 한국사를 관통하는 일련의 사건 중에서 특히 1960년대 당시 군사정부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반대,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글을 담고 있는 책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중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살펴보자.1. 1965년 한일 합의에 관하여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주권을 우리 손에 꼭 찾아 쥐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하기 전에 ...

그래도 예쁜 옷이 좋은 걸 어쩌랴... - 구단씨
두 달 전부터 비공개로 ‘절망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보는 거다.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슬쩍 책 제목을 언급하며 주변 이웃에게 토로하기도 한다. ‘아, 진짜. 그 책 나랑 안 맞더라.' 하면서 말이다. 육두문자 섞인 욕을 대놓고 쓰지는 못하겠어서, 그 책이 왜 그렇게 별로였는지 혼자 적고 혼자 누르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그동안은 게을러서 아예 그런 목록 작성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작성하고 싶더라. 누구에게 대놓고 전달할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제목, 이런 표지, 이 작가의 글은 피...

[2017-256~260] 게으른 책읽기 - 요네하라 마리 - 보슬비
사이즈가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라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며 읽기 좋았어요. 마음 먹고 읽는다면 5권을 하루 이틀에 다 읽었을수도 있었겠지만, 전철을 탈때만 읽다보니 5권을 두달 읽었네요. 책장에 꽂아두면 멋져보이는 묵직한 양장본도 좋지만, 역시 읽기에는 가볍고 핸디한 문고판이 실용적인것 같아요.^^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궁금한점이 있으면 끝까지 파고 드는것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일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그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박학다식하다는 느낌을 받았...

와다 하루키와 서경식의 차이는 ‘사고의 유연함‘? - 철학본색
1. 유연함, 유연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애매함은 정치인의 미덕일 수는 있어도 '지식인'의 미덕이 될 순 없다. 정치인이 현실적 상황에 맞춰 적당한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해, 여기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저기에서는 그 반대로 말하면서 생기는 모순과 애매함은 정치인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란 타협의 기술이니까. 그렇게 보자면 정치인에게 부여되는 권력은 내 의견을 다른 의견과 ‘타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여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애매함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하지만 지식인에게...

밀리고 쓰고, 무한반복 - transient-guest
책을 빨리 읽어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이 진도를 나가느라 마스터 오브 로마의 후기를 건성으로 넘긴 바 있다. 현재 5부까지 나온 이 대작은 읽는 사람마다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따위 글만 남긴 것이 속상하기 그지 없다. 읽는 내내 이런 저런 감상평이 떠올랐고 무릎을 치게 만든 수많은 멋진 문장과 묘사가 그렇게 기억의 궁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또 여러 권의 책을 읽고 100자평만 남기면서 왕창 밀려버리고 말았다. 차분하게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바를 ...

수키 그리고 로저샨 - 다락방
분노의 포도를 다 읽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었는데, 중간중간 턱턱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 시대가 그랬으니 뭐 이런다고 내가 뭘 어쩌겠나, 하는 심정으로 재미있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해서 읽었다. 그렇지만 결말까지 읽고나자 좀..... 슬퍼졌다. 기운이 빠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에 맞닥뜨린 결말은 헉! 뭐지? 이런거였는데, 그래, 어떤 취지인지 잘 알겠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삶을 유지할 수...

차별을 사지 맙시다: 노키즈존 리스트와 분리평등주의 - 인간의과도기
관광의 섬 제주도의 업장들 중에는 노키즈존이 그렇게나 많단다. 관광객들 중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도 적지 않을 텐데, 그들을 거르고도 이럭저럭 장사가 잘 된다는 뜻이리라.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 한 양육자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헛걸음 방지 차원에서,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맞춤형 정보’ 검색 차원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를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링크). 혹여나 엉뚱한 업장이 리스트에 올라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리스트...

전쟁의 광기는 이성을 잠재운다 - cyrus
1807년 나폴레옹(Napoléon)이 이끈 프랑스군은 포르투갈을 점령한 후 곧바로 스페인으로 향한다. 당시 스페인의 내정은 불안정했고, 왕실은 무능하고 부패했다. 페르난도 7세(Ferdinand VII)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폐위되었다. 스페인을 점령한 나폴레옹은 페르난도 7세를 쫓아냈고, 그 자리에 자신의 형 조제프 나폴레옹(Joseph Napoleon)을 임명했다. 동생 덕분에 조제프는 ‘호세 1세(Jos I)’가 된다. 그러자 스페인 민중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민중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프랑스군은 무력을 동원한 강제 ...

책 정리를 했다 <달의궁전> - 버벌
나는 늘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책 정리를 하려고 했다. 실제로 큰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긴 것도 여러번이었는데 그때마다 중도에 지쳐서 될대로 대라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쌓아 올려버려서 애초에 놓여있던 공간에 먼지만 겨우 걷어낼 정도로 끝나곤 했다. 거의 대부분의 정리가 그랬다. 나는 책을 이렇게 구분했다. 내 방에는 열다섯 개의 구를 가진 책장이 두개있다.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운 것은 장르 소설인데 3분의2의 SF&판타지와 3분의1의 추리&미스테리로 구성되어 있다.일본 소설은 추리,미스테리쪽이지만 따로 분류했다.나...

‘제2의 성‘을 읽고 - 미네
이 책의 프롤로그는 “나는 여자에 대한 책을 쓰는데 오랫동안 망설여왔다.” 라고 시작한다. 망설인 것 치고 책은 엄청 두껍다. (번역판 1056쪽) 이 두꺼운 책을 통해 보부아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우선, “여자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이것에 대해 말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는데, 그들은 여자를 너무도 쉽게 ‘타자’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까지 남자가 여자에 대하여 쓴 것은 모두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심판자이며 당사자이기 때문이다”라며 여자가 말하는 여자에 관...

선뜻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다 - 자목련
보통의 연인은 종종 다툰다. 사소한 싸움으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사랑이 더욱 단단해지기도 한다. 보통의 연인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쪽에서 지나치게 사소한 것에 자주 화를 내고 집착이 심해지면 둘의 관계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감싸 안아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짓이다. 그러니까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면 괜찮을 거야, 내가 더 이해하면 괜찮을 거야 믿으며 만남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강화길의 소설을 읽고 확신했다. 강화길의 단편집 『괜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