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느긋한 오후, 그리고 새해 첫 날 - 마녀고양이
0. 시간에 대한 작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입니다. 단지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그냥 걷기, 풀밭에 누워 구름 바라보기, 시냇물 감상하기, 소파나 침대에 파묻혀 탐정 소설을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기..... 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게으름을 허락한다는 사실만이 시간의 통제를 받으면서 정신이 삶을 경직시키는 일 없이 시간의 상대성을 되찾고 그 흐름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 38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1. 삼 일 간의 연휴,첫...

혼자 먹는 밥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찬 ... - 지금행복하자
혼자 먹는 밥을 좋아한다아무도 없는 집에서찬 밥에 물을 말아 된장기 슬쩍 한 멸치로 푹 지진 시래기나 김치 쭉 찢어 한 술 크게 뜬 숟가락 위에 척 올려 먹어도 좋고 집에 있는 반찬 대강 차려놓고 음악 틀어놓고 책이나 만화책 한 권 펴놓고 세월아 네월아하고 차분히 먹는 밥도 좋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아서 좋고 특별히 안 챙겨줘도 좋아서 좋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 다른 사람이 해 준밥이라는데 나에게는 그것은 아닌듯 하다 내가 해 먹어도 좋으니 나만의 시간으로 오롯히 만들어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것 같다. 집에서 혼자 먹는...

다정한 세상 - 다락방
어제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페미니즘 강좌의 첫 날이었다. 강좌가 여러개 개설되어 있는데 나는 그 중에 <페미니즘 기초이론>을 신청했다. 이런 강좌에는 처음이라 조금 긴장하는 마음으로 혜화동에 위치한 연구소를 찾았는데, 건물이 낡고 허름해서 잠깐 당황했었다. 작년에 녹색당에서 주최한 정희진쌤의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는 작은 강의실 같은 데였고, 나는 대략적으로 다 그런 식의 규모로 진행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열 명 조금 넘었고, 강의하시는 분까지 다같이 둘러 앉아서 세미나처럼 진행...

캐서린 폭스는 [여성과 노동에 대한 일곱가지 신화(Seven Myths about Women and Work)]라는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임금 격차의 요인으로 삼았다가 배제한 잠재적 요인들을 모두 자세히 다루었다. 그리고 기나긴 분량을 할애하여 무미건조한 어투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여성이 남성이 되는 것이다.˝ (p.66)


루쿨루스와 미트리다테스에 얽힌 이야기 - oren
영어에서 'Lucullan'이란 단어는 '사치스러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뛰어난 군대 사령관이었던 '루쿨루스(LUCULLUS)'라는 인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가 과연 얼마나 사치스러웠으면 후세 사람들이 그런 단어까지 만들어냈을까 궁금하다.루쿨루스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헬라스어와 라틴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는데, 일찍부터 그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웅변가가 되었다고 한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따르면 그의 연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고 한다.다른 웅변가들은 ...

우리는, 우리의 부모를 얼마나 알고 있나? - 구단씨
일요일 밤, MBN에 등장한 새로운 프로그램. 내 손님 - 내 손안의 부모님. 새로 시작한다고 광고했을 때는 별 관심 없었다. 내 취향의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그 시간에는 엄마 때문에 TV를 잘 보지 못한다. 엄마는 보통 9시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데, 많이 예민한 편이라 불이 켜져 있거나, TV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자다가 깨곤 한다. 그래서 밤에 TV를 켜놓기가 불편해서 잘 안 보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tvN의 <문제적 남자> 같은 건데, 나중에 찾아보기는 해도 본방송을 본 적이 많지 않다. 그러니 밤 11...

신화나 소설이 할 수 있는 일. - 우끼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 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바리데기> 황석영,286p황석영이 바라보는 생명수는 사랑이었을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건,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고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사랑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랑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사랑하기에 잘못된 ...

너의 이름은... 아마도 기적.. - 설해목
존 버거 :하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어.마치 다른 생에서 만났거나 뭔가를 함께 한 기분이야.그걸 알고는 있지만 분명 기억의 영역은 아냐. 매우 가깝기는 하지.어쩌면 이번 생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는지도 몰라.좋아, 11월 5일이야.좋아, 하지만 연도는 달랐지.우리는 그런 종류의 시간에서 벗어난 거야. 스윈튼 : 하지만 우리는 같은 역에서 내렸죠. 다큐멘터리 <존 버거의 사계> 중에서... <너의 이름은.>을 보고나서 제일 처음 생각 난 건 다큐 <존 버거의 사계>에서 보여...

2016년 올해의 책 35. 419권 중에서 - 시이소오
2016년 올해의 책 35. 419권 중 12월 달 단 한 권도 못 읽었으나, 집계해보니 2016년엔 총 419권의 책을 읽었다. (아, 얼마나 재수 없어 보일까 ^^;) 2014년부터 한 해 365권을 읽는 게 목표였다. 2014년에 295권, 2015년 281권. 결국 300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2016년엔 어떻게 300권이 아니라 400권 이상을 읽어버린 걸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가지 조치를 취했더니 효과 지대로다. (다독의 비법은 1분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ㅋ) 35. 정치철학 1,2 -...
 
앞서가는 작가의 안목 - 단발머리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총 다섯 권 읽었다. 나는 제인 오스틴을 아주 늦게 시작했는데, 이제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맨스필드 파크』가 남았고, 10대 시절에 쓴 서간체 중편소설 <레이디 수전>과 미완성 소설 <왓슨 가족>, <샌디턴>이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된 『레이디 수전 외』가 남았다. 굳이 해보면,의 ‘굳이’를 강조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순위를 매겨본다. 오늘의 순위 :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수도원>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

질문과 의문 사이에서, - 양철나무꾼
질문하는 책들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6년 11월 1,이 책의 서문에서 김중혁은 '어릴 때부터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시작하는데,나는 어릴때부터 의심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의문이 많은 아이였다.이 말은 김중혁의,'세계의 이치를 캐묻는 질문은 전혀 없었고,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물음이 대부분이었다.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른들은 바빴다."넌 대체 왜 그런 게 궁금하니?"라든가 "그런 건 나중에 차차 알게 된단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많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어른들도 답을 몰랐던 거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

예술가의 힘은 쎄다 - 해피북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너의 이름은>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영상이 흐르는 동안 아기자기한 배경과 음악이 좋아서 마냥 신카이 마코토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년과 소녀의 사랑 뒤에 숨겨진 장치들, 매듭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는 맥스무비에서 발간한 <신카이 마코토>편을 읽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치부했던 한편의 영화가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이토모리에서 사는 마츠...

책이 한 사람의 감정을 바꾼다 - cyrus
왜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냥 즐거우니까 읽는다. 이렇게 대답해도 이해하지 못하면, 독서는 일종의 ‘덕질’이라고 한다. 누구는 피겨(figure)를 모으는 일에, 어떤 사람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과 같다. 책을 읽고, 내가 미처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간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허전한 시간을 어떻게 메우려는 본능이 있다. 외로움은 지루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신체 건강이나 뇌의 인지, 판단력 같은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사회적 유대...

떠난 자와 남은 자 - 아무
1월이 되면서 내 일상은 또다른 변곡점을 맞았고, 덕분에 항상성을 유지하던 일상은 롤러코스터에 올랐다. 해가 뜨기 전에 집에서 나와 해가 진 후 집에 들어오는 일상, 그리고 잠깐도 눈 돌릴 틈이 없는 일상, 책 한 장도 넘길 수 없이 흘러간 일상. 감히 말하자면 지난 1년보다 몇 배는 힘들고 고되었던 2주였다. 보통 이렇게 바쁘면 아무런 생각도 없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바쁜 와중에도 어딘가 텅 비어 있는 기분, 허전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의 부제는 '때늦은 애도'이다. 나에게 그동안 애도의 시간마저 없었음을 한탄하면...

사회학을 하는 길에서 `참여`와 `중립`을 선택할 여지는 없다. 참여하지 않는 사회학은 아예 불가능하다. 대놓고 밝히는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부터 철두철미한 공동체주의적 입장까지 오늘날 통용되는 수많은 사회학 상표들 한가운데서 도덕적 중립 입장을 취하려 한다면 이는 헛된 노력이다. 사회학자들은 자신들의 글이 지닌 `세계관`의 효과나, 인간의 개별적 혹은 연대의 행동에 그 세계관이 미치는 여파를 부정하거나 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모든 다른 인간들이 나날이 직면하고 있는 선택의 책임을 저버리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사회학이 하는 일은 그러한 선택들이 진정 자유로운지, 인류가 지속되는 동안 그 자유가 유지되는지, 더욱 더 자유로워지는지 잘 살펴보는 일이다. (『액체근대』, 344쪽)


서평 쓰는 법 - 이원석 (유유, 2016) - 양손잡이
* 의식의 흐름으로 썼습니다. 일기를 쓰다가 푸념을 쓰다가 대충 책 이야기로 끝이 났습니다. 내 안의 잉여력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여태껏 책을 읽고 어떤 형태로든 감상을 적어왔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발췌문으로 가득해 겉으로는 참 멋있어 보이지만 - 작가의 문장이기 때문에 정제되고 깊은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다 - 실제로 내 생각은 거의 없거나, 아니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재작년에 한참 허세 가득찬 글쓰기에 취한 동안, 그 허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알라딘에서 ...
 
둘 다 ‘나’ - 희선
이제 절망밖에 없을까 중앙역 김혜진 웅진지식하우스 2014년 05월 19일 사는 게 힘들다 해도 살다보면 나아지기도 하겠지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을 거다. 난 지금보다 나아지기보다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는 게 나아지기를 바라지 않지만, 나 자신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것을 바라고 하는 건 책 읽고 쓰기인가.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건 어렵다. 이번에 본 책은 뭐라 말해야 할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가장 힘들겠다 여겼는데 그것보다 밑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마담 보바리와 미스터 노바디 - 문제 해결의 연속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 Agalma
●사유가 스타일이다플로베르의 말을 김화영 번역가가 해설에서 정리했듯 “작품은 스타일의 힘으로 지탱되어야 하지만 그 힘은 생각과 혼연 일체가 됨으로써 생겨나는 <내면적 힘>"이다.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에서 내가 눈여겨 본 스타일은 자유로운 시점 이동과 생략의 묘사와 플롯이다. 소설을 써본 사람은 알 텐데 내 생각엔 의식의 흐름기법보다 효과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여러 시점을 병행하는 게 더 어렵다. 여러 시점을 쓰더라도 장이 바뀔 때 화자를 바꾸지 보통 같은 장에서 시점을 잘 바꾸지 않는다. 전개가 난삽해 보이지 않으려...

단상(121) 장점은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외 - pek0501
1. 장점은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알랭 드 보통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왜 그 이야기가 생긴 건지 즉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왜 두 사람 관계가 소원해졌는지 등 그것들에 대한 분석을 하며 전개되는 소설이라서 독자로 하여금 줄거리만 따라가며 읽게 만들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생각하며 읽게 만든다. 그래서 재미만 얻는 게 아니라 유익함을 얻게 한다. 유익함에 대한 예를 들면 이런 것. 알랭 드 보통 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주인공 남자는...

[백년의 고독] 순환 고리를 타고 반복되는 역사 - CREBBP
책이 들려주는 양, 이야기의 크기에 압도되었다. 페이지마다 꽉 들어찬, 넘쳐나는 서사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인내와 시간, 그리고 집중이 필요하다. 밀도 높은 이야기에서 깊이를 가는하고 의미를 촘촘하게 짚어가며 개별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붙잡고 싶다면 훨씬 더 오래 붙들고 있어야 했을 책이다. 김중혁 작가는 고통스럽다고 했다. 심지어 추천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나중에 읽어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내 경우,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읽지는 않았으며, 재미있었고 내 경우, 누구에게라도 읽어보라고, 후회없을 거라고 말하며...
 
글을 쉽고 짧고 재미 있게 쓰라고요? - 벤투의스케치북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이 아주 낮다고 하지요. 글을 읽을 줄 알지만 뜻을 잘 모르는 것이지요. 어려운 구문일수록 더 그렇지요. 유** 님의 말처럼 글이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으면 좋지요.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멋을 부리고 난해한 개념들로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글은 명쾌하고 쉽고 재미있게 쓰도록 해야겠지요.하지만 세상의 진실들이 그렇게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형식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쓰기는 소통을 염두에 두는 작업이 되어야 하지만 더 난해하고 복잡한 개념, 분야, 영역의 내용...

나무와 피아노 - 자목련
설 연휴에는 단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무가 주는 기쁨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어쩌다 보니 나는 같은 것을 보고 읽고 있었다. 다큐에서는 소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를 다뤘다. 방송을 통해 나무와 숲,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책은 미야시타 나츠의 『양과 강철의 숲』이란 장편소설이다. 한 마디로 말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주인공 도무라가 조율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잔잔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하 열정, 그리고 그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