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사르트르의 무용한 정열 - cyrus
지난달 말에 왼쪽 손가락이 아팠습니다. 처음에는 중지 손가락에 통증이 생겼는데, 이틀 지나고 나니까 집게손가락에도 통증이 느껴졌어요. 폭염과 통증이 관통하는 책 읽기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고통스러운 기간에 읽었던 책이 사르트르의 《말》(민음사, 2008)이었습니다. 아픈 와중에 재미없는 책을 읽느라 힘겨웠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말》(민음사, 2008) 《말》은 사르트르가 59세 때 쓴 자서전입니다. 이 책에 어린 시절의 사르트르를 볼 수 있습니다. 사르트르가 한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8월의 읽을 만한 책 - 로쟈
여름휴가 기간이기도 해서 8월을 독서에 좋은 달이지만,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도 하는데 갈수록 기후변화가 난폭해질 거라고 하니까(사피엔스라는 종의 자업자득인 면이 크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기도 어렵다. 그렇다고는 해도 냉방이 잘 되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는 게 8월이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1. 문학예술노벨문학상 강의를 오랫동안 해온 덕분에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수상작가들인데, 최근에 몇몇 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집이 연이어 나왔다. 그 가...

김지운 감독, 인랑 - 만화애니비평
<인랑>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망하는 부류를 보면 1번째 먼저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을 먼저 본 사람이다. 2번째 영화배우 캐스팅의 문제이다. 한효주씨의 동생이 군부대에서 저지른 문제를 두고, 그 대처방안이 잘못된 것, 강동원씨의 조부가 친일파 관련된 문제, 정우성씨가 이슬람난민과의 문제에 봉착한 점이다. 그리고 3번째는 조금 더 다른 부류인데, 한효주씨가 연기를 너무 못한 점이다. 1번째에 대한 생각은 다소 난해한 점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감독 작품들을 본 입장...

두 늙은 여자, 온몸으로 마인드세트를 극복하다 - 설해목
이 이야기는 나에게 삶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성취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 – 나이의 한계는 물론이고 –을 가르쳐주었다. 이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의 내부에는 놀랍고도 위대한 잠재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기회가 오지 않는 한 그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는 일은 거의 없다. _ <두 늙은 여자> 서문 중에서 나이란 것은 너무나 눈에 띄는 표지여서, 우리는 인생의 후반에 우리 몸과 정신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노화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노인들이 아주 조금이...

한 주간 독서기록 - 한여름엔 e book이 대세 - AgalmA
● 람보르기니 가지기 대작전 -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8/3) 8월 독서계획은 경제경영 책을 집중해서 볼 생각인데 가볍게 이 책으로 시작. 출세자들이 쓴 이런 책이 으레 그렇듯 자기 자랑과 훈계조인 게 거슬리지만 쓸만한 통찰도 꽤 있다. 저자는 부의 상징 ‘람보르기니’ 차를 가지게 된 자신의 체험를 모티프로 부의 방정식에 따른 재정적 목적지를 인도(가난), 서행차선(평범한 삶), 추월차선(부)으로 나눈다. 그가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을 어떻게 이뤄 나갔는지 경험담을 읽는 가벼운 책. 사회 초년생, 자기 일이 왜 이렇게...

180808 – 180812 : 20 - syo
여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육즙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syo가 더위를 못 참고 더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수록 더위가 syo를 못 참고 더 괴롭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오늘날, 피서避暑라는 말은 꺼지라 그래. 오직 피난만이 있을 뿐이다. 옛 성현들께옵서는 아무리 무더워도 마음을 여미고 책상 앞에 정좌하여 공자 왈 맹자 왈 하시면서 사랑도 잊고, 이별도 잊고, 눈물도 잊고, 덤으로 더위도 시원하게 잊으셨다고들 한다. 진짤까? 공풍기 맹어컨, 과연 그게 얼마나 시원한지, 다음 주에는 논어 맹자 ...

모스크바의 신사는 몽테뉴를 읽는다네 - 포스트잇
누군가 '현대의 고전'이라할만하다고 격찬하기도 한 [모스크바의 신사]를 도서관에서 빌려온지 오래. 반납일 며칠을 앞두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인공 로스토프는 종신 연금형(요즘 말많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가택연금같은 그 연금을 말한다)을 선고받는다. 대저택의 백작신분에서, 대호텔 VIP실로부터 다락방으로, 신분은 급전직하했으나 위치는 급수직상승하여 다락방에 유폐된다. 다락방 생활 첫날 그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해 쓰자면 또 길어질듯하고. 스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작가의 책상, 그리고 나의 책상 - 잠자냥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이 누구나 있으리라. 그 글쓰기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끼적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방해도 없이 끼적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싶지 않을까? 나 또한 그렇다. 지금 내 방은 완벽하게 ‘서재’라고는 말할 수 없는데, 양쪽 벽으로 책꽂이가 가득하고 그 가운데 창을 바라보며 책상이 하나 놓여 있다. 창밖으로는 하늘이 보인다. 창을 열고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노라면 고양이가 턱하니 올라와 창틀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그런 자기에게...

현현하는 이데아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잤다. - 다락방
하루키를 오래 좋아해왔다. 고등학생일 때 처음 읽었고 대학생일 때부터 좋아했다. 그의 단편 <일곱 번째 남자>가 그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 계속 좋아했고 생일 때도 거침없이 '하루키 책 사줘!'를 말하곤 했다. 길을 걸으면서 하루키를 읽다가 전봇대 앞에서야 비로소 멈추기도 했고 계단을 오르며 하루키를 읽다가 앞 사람과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하루키의 많은 책들을 두 번이상 읽었고 책장 한 칸은 통째로 하루키에게 주었는데, 한 칸으로는 모자라서 눕히고 쌓고 난리도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하루키는 소설보다 에세이라고 ...

아홉 달 남짓-이 시간이 이별의 기간으로 길었는지 짧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영원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순식간에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 (p.15)


위대한 그녀가 여기에 있다 - 자목련
기구한 운명이다.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의 앞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도 한참 잘못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디선가 주룡이 호통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네가 사는 시대는 옳고 좋은 시대냐고 말이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스무 살에 다섯 살 어린 전빈과 결혼한 여자, 독립운동의 뜻을 지닌 남편을 따라 백광운 장군 아래 독립군 부대에 들어간 여자, 남편은 남겨두고 혼자 친정으로 돌아온 여자, 남편의 위독함을 알고 찾았으나 장례를 치른 여자,...

불온한 숨 - Breeze
박영의 소설은 『위안의 서』로 먼저 만났다. 작가가 건네는 묵직함에 이름을 기억했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가볍지 않은 글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신작 또한 얇은 책임에도 책 속의 내용에 깊이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과거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뱉어내고 누군가는 과거는 아예 존재하지 않은양 입을 닫는다. 그 어떤 것도 내보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참이다. 그 기억들을 꺼내면 자기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꼭꼭 숨겨두었다.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도 아이도 들어올 수 없는 방. 오로...

톨스토이의 고백록, 그리고 작가의 책임 - 카알벨루치
톨스토이, 러시아의 대문호!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대작가이지만, 내가 그의 저서를 읽어볼 결심을 한 것은 요근래이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 <안나카레리나>/민음사(전3권)를 쳐 박아두고, <전쟁과 평화>/문학동네(전4권)를 구입하면서 톨스토이를 한번 파보자 싶었다. 일단 톨스토이의 전기를 읽어보는 게 좋을 듯해서 또 질렀다. 로쟈님의 추천책을 위주로. 근데 톨스토이 전기가 1,2권이라니. 햐~얇은 거 하나 사고, 2권짜리 하나를 주문했다. 그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

‘톨스토이가 <고백론>에서 도달한 결론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개인적인 삶은,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지 하나의 재앙일 수 밖에 없고, 그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삶을 “사람의 아들”(예수 그리스도)의 삶, 즉 우리의 개인적인 삶이 끝나도 영속적으로 이어지고, 우리 자신의 외부의 원천으로부터 우리에게 오며, 모든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저 이성의 빛을 따라 사는 삶과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이 땅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서 우리 자신을 “사람의 아들”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은 축복인 반면에,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에 의해서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로 돌아가 버릴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삶은 재앙이다.’(139p)


한국의 귄터 발라프를 기다리며 - 레삭매냐
나는 비겁하다. 사회적 변혁을 꿈꾸면서도 정작 행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저 책이나 읽고 독후 감상문이나 끼적일 뿐. 그런데 저 멀리 독일에는 나와는 달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맞서 현장에 잠입해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모욕을 직접 취재한 르포 전문기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귄터 발라프였다. 1942년 10월 1일에 독일 라인 지방의 부르샤이트에서 태어난 귄터 발라프는 어려서부터 정당활동을 시작했고, 1974년 5월에는 그리스 여행을 하던 중에 군부독재에 항거해서 인권 문제에 대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14개월...

배교란 신앙의 실패를 의미하는가? - stella.K
이 영화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들었다고 했을 때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원래 크리스찬이었나? 아니면 최근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난 후자에 좀 더 심중을 두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을 나오는 것마다 챙겨봤던 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이 사람이 별로 신앙과 관련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종교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면 필시 뭔가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건 아닐까. 속단할 수는 없고, 난 그가 아직도 변함없이 넌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더 설득력...

러시아 혁명 완수를 위한 두 수단 : 산업화와 자연경제 - 겨울호랑이
E.H.카(Edward Hallett Carr, 1892 ~ 1982)는 <러시아 혁명 1917 ~ 1929 The Russian Revolution 1917 ~ 1929>을 통해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농업 국가인 러시아의 공업화 과정과 여기에서 빚어진 갈등을 밝히고 있다. 애초에 마르크스는 선행하는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 확립된 자본주의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전한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이런 토대가 발달하지 않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레닌은 경제적/정치적으로 후진적...
 
절판 혹은 품절 된 책들!!(feat. 다른 판본이 존재하기도!) - 안녕반짝
내 책장을 보면서 참 책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욕심이 지나치다 vs 책에 대한 사랑이다'라는 정답 없는 고민을 해본다.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어 책들을 숨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마음 같아서는 내 잠잘 공간을 줄여서라도 책들에게 쉼터를 주고 싶지만), 현재에 감사하자는 마음과 늘 싸운다. 그러다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거라고!정말 속이 후련하고, 그간의 죄책감을 다 잊게 해주는 명언(?)이었다.^^그렇게 읽은...

갈릴레오의 『대화』_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뒤바꾼 과학 명저 - oren
-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어떤 위대한 인물들은 다른 인물들보다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경우란 대개 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 사람이 쓴 책을 감명깊게 읽었거나, 혹은 그 사람의 발자취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거나. 위대한 과학자들 가운데 내가 직접 그 사람의 발자취를 더듬을 정도로 가까이 찾아간 최초의 인물이 바로 갈릴레이였다. 2001년에 난생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갔을 때였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이었던 두 아이들은 이름난 여행지마다 끊임없이 마주치는 비둘기떼 꽁무니만...

당신의 눈물을 본 적은 없지만... - 구단씨
아버지를 처음 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쓰고 보니, 아버지를 처음 봤다는 말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그것이 만남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아버지를 언제 처음 만난 것일까? 그것이 내 몸의 소용돌이가 시작된 기원이라면, 내가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의 어디쯤에 다다라야 하는 것일까? 사실 ‘처음 본 기억’을 꺼낸 것은 이어서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서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8년 7월 11일 대학병원 중환자실이었다. 그날의 날씨와 창밖의 여름과 분주한 간호사들과 가족들의 모습. 하지만 첫 문장이 다음 문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