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난 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 꼬마요정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에서 내 감정을 이입한 인물들은 누구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아무래도 우리 백작님, 에드몽 단테스였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가여운 찌질남 베르테르였다. 하지만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는 콰지모도가 아닌 프롤로가 더 강렬하게 다가왔고,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는 괴물에게 더 마음이 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에드몽을 따라다니며 휘몰아치다보면 어느새 복수가 끝나고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걸 보며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계속 곱씹다 ...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 중동이
정성껏 포장되어 배달된 책을 받았다. 아직 발간되지 않은 가제본의 책. 마치 소설 속의 나오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정성껏 밀봉한 봉투를 여는 설렘으로 상자를 열어 소설책을 펼펴본다. 캐나다의 섬 마을에 살고 있는 소설가 루스는 어느 날 파도에 밀려온 밀봉된 비닐봉지를 줍게 된다. 비닐봉지 안엔 손으로 쓴 조그만 편지 묶음 하나, 빛바랜 낡은 책 한 권, 골동품 손목시계 하나, 그리고 헬로키티 도시락이 들어 있다. 이 편지는 일본에 살고 있는 16살 소녀 나오(야스타니 나오코)의 편지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름끼치는 반전 - CREBBP
셜리 잭슨의 《The Lottery》는 영문학 교과서에 자주 실리기 때문에 영미권 환경에서는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이라고 한다. 국내에 셜리 잭슨의 책이 3권 나와 있는데, 이 단편이 실린 책은 제비뽑기라고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번역된 제목 제비뽑기는 무작위로 누군가를 뽑는 것이라 그런 느낌이 없는데 원제 《The Lottery》는 국내에서는 복권 로또 당첨 같은 선입견이 자리 잡아서 그런지, 행운을 연상시킨다. 이 로또 맞았다고 할 때의 행운의 느낌때문에 제비뽑기라는 번역이 원제 《Th...

˝아무도 아닌 자 Niemand˝, ˝아무 것도 아닌 것 Nichts˝을 부정에서 건져내는 파울 첼란 - Agalma
찬미가 아무도 우리를 또 다시 흙과 점토로 빚지 않으리라.아무도 우리의 먼지에 대해 말하지 않으리라.아무도. 찬미 받으소서, 아무도 아닌 자여.당신을 위해우리는 피어나오니.당신을 향해. 아무것도 아니었다네 우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으리니, 활짝 피어서.아무것도 아닌 것의,아무도 아닌 자의 장미. 꽃술과함께 영혼 환하게 황량한 하늘에 꽃실을 가지고우리가 노래했던 심홍색 말의꽃관으로 붉게가시위로, 오 그 위로. *제여매 역자의 말 발췌 인용: 이 시에서 ‘아무도 ...

죽음, 완전한 쉼으로 가는 그 길... - 구단씨
요즘 엄마는 집안의 많은 것을 정리하는 중이다. 오래된 집의 정리라고 해봤자 버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살펴보고 분류해서 버려야 하니 틈나는 대로 하는데도 아직 정리할 게 많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엄마의 장독대는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 오롯이 엄마가 다 손대고 있다. 30여 개에 달하는 장독을 지금은 거의 다섯 개만 사용하는지라 나머지 빈 장독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더니, 이때다 싶어 사람들은 서로 달라고 했고, 엄마는 깨끗하게 씻어 놓을 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장독을 하나씩 비우고 정리하고 ...

Hello, goodbye - 에이바
12월이다.깊은 우울함이 조금 가시는 걸 느낀다. 책도 안 읽히고, 기분 전환도 한 순간이지 솔직히 무슨 재미로 살겠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분노도 계속되니까 딱 죽을 맛이다. 청문회를 지켜 본 다음날 아침, 비틀즈의 〈Yesterday〉를 찾아 들었다. 그냥 듣고 싶었다. 놀랍게도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 기억과는 다른, 젊다 못해 어린 목소리 덕분에 잡생각이 떠난 것이다. 그를 시작으로 좋아하던 노래를 하나씩 골라 듣고 있다. 예스터데이니까 지난 몇 달 간 읽은 책들을 복기해보기로 한다.10월, 한 달 동안 나는 1일 1포스트...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던 나에게. - 피오나
아이가 없는 새벽,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침대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린다. 요양원에 계신 아빠는 또 할아버지를 찾으신다. 할아버지 어디 계시냐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렇게 아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찾곤 하신다.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지내신 지 어느덧 2년이 지나가고 있다. 여든이 훌쩍 넘으신 나이라 체력적으로도 노쇠해지셨지만, 가끔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하시기도 한다. 치매란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하나씩 사라지는 거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얘기를 ...

심연으로 향하는 통로 - 자목련
때때로 그 집을 생각한다. 환한 햇살이 가득했던 낮과 고요를 만지던 밤을 생각한다. 내게 이곳이 아닌 그곳으로 통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처음부터 그곳이라 불리던 집은 아니었다. 그 집은 큰언니가 남긴 유산이다. 그래서 작은아버지나 고모는 내게 묻는다. 그 집을 어떻게 처분할 거냐고. 퇴원 후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도 궁금해한다. 그냥 그대로 두려고 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 눈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큰언니가 떠나고 계절은 여섯 번 바뀌었다. 작년 겨울 수술을 마치고 그 집에서 요양 아닌 요양을 했...

‘파우스트‘를 읽으며... - 필리아(비의식)
부제: 선(善)한 악인(惡人)을 생각하며... 우리네 삶이란, 비좁은 가설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일 뿐이라는 듯 펼쳐지는 <파우스트>를 다시금 읽게 된것은, 자신의 살인 행위에 어떤 회한도 지니지 않은 인간, 즉 '근본악의 존재'를 그린 '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융'의 분석 심리학에 기댄 '존 샌포드'의 < 융 심리학, 악, 그림자>에서 주장하는 자기(self)의 온전함, 개성화 과정에 대한 확인을 통해 악인이라는 새로운 종자(種子)가 마치 출...

도킨스의 삶, 세계 - blanca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채 그의 방대한 자서전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과학자로서의 그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체계적 이해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그것을 이야기하는 필력에 대한 감상은 아쉽게도 부족한 상태로 출발했다. 다만 올해 일흔다섯이 된 그 자신이 회고하는 그의 삶 전반에 대해 그리고 분명 중간중간 끼어들 흥미로운 일화들, 그의 사상에 대한 개관이 궁금했다. 1권의 표지와 2권의 표지 사진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젊은 도킨스는 측면을, 나이 든 도킨스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

‘아니‘ 라고 말해야 한다. - 다락방
나의 여행친구와 나는 지난 주말에 제주도에 있었다. 친구와 나는 그간 아주 많은 호텔을 다녔지만, 지난 주말에 갔던 제주도의 호텔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친구와 나는 돈을 들여서 편하고 안락하게 자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해도 지난주말의 제주도에서처럼 그렇게나 좋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제주도의 그 좋은 호텔은 비싼만큼 아주 컸고 객실도 편했으며 오션뷰였다.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고, 객실 내에 있는 네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켜 커피를 마시고, 로비에 나가서도 어디에나 직원들이 있어서 찾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키케로와 플루타르코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하여 - oren
내 생각으로는 행운과 불운은 두 가지 최고의 권력이다. 인간의 예지가 운의 역할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없는 소리이다. - 몽테뉴 * * *키케로는 로마 최고의 웅변가였다. 그래서 플루타르코스가『대비열전』에서 그의 짝으로 그리스 최고의 웅변가였던 데모스테네스를 붙인 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키케로는 데모스테네스와는 달리 뛰어난 웅변술뿐 아니라 수많은 저작을 남겨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가 쓴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마도 『우정에 대하여』와 『노년에 대하여』가 아닐까 싶다. 그 두 작품은 그다지 길지도 ...

소설이 된 악몽 - cyrus
http://m.bboom.naver.com/board/get.nhn?boardNo=9&postNo=2336870&entrance=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는 꿈을 꾸면 이상하게 내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되는 분은 링크의 GIF 파일을 보면 된다. 파일 속 주인공이 어떻게 달리는지 보시라. 양다리를 흐느적거리면서 걸어간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꿈속에서 빠르게 달리는 일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힘껏 달리고 싶어도 양다리에 모래주머니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2016-316~317] 어떤것이 진짜 악몽일까? - 보슬비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만 읽어보았어요. 프라하에서 생활할때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만들었다는 '성'을 읽어보려했으나... 역시 생각에만 그쳤고, 그래서 그의 책은 '변신'만 읽고 마는구나...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게 '꿈'이 들려있네요. 어찌보면 무척 촌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어찌보면 무척 심플하게 느껴지는 책표지. 그리고 책을 받아 들었을때의 허탈함과 다 읽었을때의 뿌듯함, 다시 보니 책이 괜찮네..라는 묘한 느낌들. 그러니깐 이 ...

2016년 마무리 단상 (2) - 비연이 고른 올해의 책 - 비연
알라딘이니까 역시 책으로 마무리를 한번은 해야지. 다음 주는 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책을 한두권 더 읽을까 말까인지라 미리 나름의 올해의 책을 꼽아본다. 이건 뭐... 그냥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은 책들이었어요...의 리스트니까. 다음 주에 읽을 책이 내게 크나큰 감명을 주었다면 바로 추가해서 올리면 그만이다. 큭. 올해는 많이 읽겠어.. 라고 작심까지 했는데도 계획에 한참 못 미치는 권수인지라. 물론 뭔가를 양으로 승부한다는 것이 좋은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책은 質이지. 하지만 가끔 量도 중요하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 yureka01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숫자와 별로 친하지 않는 딸아이(물론 나도 약하다.)에게 원하는 전공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그나마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좋아하는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데, 문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게 상당히 어렵다.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인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이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는 평생을 헤매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나고 나서 생각나는 책 몇 권 - 잠자냥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지 않은 채, 지나간 책 중에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괜히 생각이 나는 작품이 있다. 읽을 때도 좋았지만 좀 지나고서도 여전히 좋은 책, 읽을 때는 크게 좋은 줄 몰랐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 더 좋아지는 책. 그런 책 위주로 몇 권 소개해 본다. 조르주 페렉,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 기묘하고도 긴 제목의 작품은 읽을 땐 뭐야? 싶었는데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제목도 그렇지만 형식은 더 특이하다. 이 작품은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인데 단 한 문장으로 이루...

참된 굴종을 생각하다 - 양철나무꾼
며칠전 텔레비전 월드 뉴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부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는 내용을 봤었다.탄핵 안이 가결되고 부결되고, 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대통령직에 오른 사람들이 부정부패에 연류되어 회자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인데,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다보니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고 하여 얼마전 읽은 '헤닝만켈'의 이 책 '하얀 암사자'가 생각난 것인지,이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2016 올해의 책 - 아무
얼마 전 알라딘에서 알려주는 독서 통계를 보았는데, 올해 산 책이 작년보다 2배가 넘는 양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처음으로 세 자리 수가 되었다). 통계를 쭉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세 가지였는데, '이래서 올해 내 삶이 피폐했나..'하는 생각과 '이래서 내 방이 요지경인가..'하는 생각, 그리고 '이 많은 책 중에 내가 읽은 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었다. 북플 독서통계는 지금까지 내가 산 책 중 읽은 것이 1/4이라고 말해준다.. 아무튼 이런 수치들을 보면서 알라딘에서 매겨주는 올해의 책 말고, 왜 올해 내가 산 책 이렇게 많...

비정상의 정상화 사회 속에서 세 권의 소설을 통해 정상의 장소를 찾아가기... - 헤르메스
"여기 오면 책이 아냐." "책이 아니면 뭔데?" "파지(破紙)" ('소각의 여왕' p. 20) 이유의 소설인 '소각의 여왕'에서 중심 무대가 되는, 해미가 일하는 고물상은 '비정상(非正常)'의 장소다. 바깥 세계에선 내부의 질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책이 거기서는 오직 책이 가지고 있는 무게로만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대표하듯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의 가치는 여기서 모조리 전복되는 것이다. 고물상이 가진 이러한 특성은 해미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무조건 따로 떨어뜨려놓아야 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