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의심과 확신의 반복, 꿀벌과 천둥을 읽고 - 착한시경
한 자리에서 100년의 시간을 인내한 단풍나무가 다시 1년 동안 장인의 손을 거쳐 한 대의 피아노로 태어난다. 세기의 피아니스트 호로비치는 오로지 스타인웨이 피아노에서의 연주만 고집했으며 세계의 유명한 콘서트 홀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구비되어 있다.텅 빈 홀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피아노하지만 연주자의 손이 닿는 순간 소리와 진동의 울림은 청중을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시대 그리고 쇼팽의 시대로 이동 시킨다. 태초에 인간은 의식주의 충족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 창조되었다. 동물들처럼 배고픔과 종족 번식의 1차적 욕구를...

10월 읽은 책 : 21권 (43개월 차 총 1127권) - 시이소오
추석 때 열흘이나 쉬었음에도, 또한 쉬는 동안 육아와 책읽기 밖에 한 게 없었음에도 읽은 책은 고작 스물 한 권. 과연 2,000권을 읽을 수 있을까. 1000권 이후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을만한 시간은 더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돼지같은 자본주의'는 천민에게 책을 읽을 자유를 허락치 않는다. 고로 책을 읽는다는 건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혁명이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 스테판 말테르의 <조지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내가 모르는 내 표정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 자목련
평범한 공간이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추억을 간직할 때 그러하다. 매일 지나치면서 마주하는 꽃집, 카페, 슈퍼가 이전과 다른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장미 한 송이를 사러 간 꽃집에서 주인과 나눈 작은 대화로 기분이 좋아졌을 때 세상의 모든 꽃집이 아닌 그 꽃집에서 나의 꽃 이야기는 시작된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업무상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한다면 그곳을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충만할까. 나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카페, 그리고 하나의 테이블만이 들을 수 있는 사연들....

비가 오니 추워지는, 어김없이 찾아온 11월 - transient-guest
목요일 오후. 비가 많이 내린 날씨, 거기에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그리고 이번 해 내내 나를 괴롭혀온 업계의 트렌드와 일들 때문에 점심때가 되자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면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이 마구 솟아나오는 걸 알기에 일단 gym으로 갔다. 그날의 루틴이었던 chest와 back, shoulder, 그리고 ab/core를 각각 여섯 종류씩 해주고, 원래는 트랙을 뛸 예정이었으나 비가 많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스피닝을 하기로 했다. 주중에 이런 저런 오더가 많이 도착했기 때문에 마...

그녀를 보내며 - 단발머리
언어는 도구일 뿐이며, 외국어는일의 수단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천 번도 넘게 들었다. 그렇게 믿었다.그 신념에 따르면 언어 습득은 효용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기에, 특별한 방도가 없는 나는‘영어학습법’, ‘영어공부법’ 책을 찾고 또 찾아 읽었다. 제목만으로 학습법을 요약할 수 있는책들이 많고도 많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고,책에 쓰인 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단정해서 말할 수없는 일이다. 적어도 그런 일은, 그런 기쁜 일은 내게 일어나지않았다. 암울한 시간. 정영목님의 이 ...

기억에 남는 성장 소설 몇 권 - 잠자냥
나는 성장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몇 번이나 읽으면서 펑펑 울어댔는지. 그 뒤로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등을 읽으면서 또 가슴 찡했고 로제 마르탱 뒤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 중 <회색 노트>같은 것을 보면서도 무척 감동했다. 어른이 된 뒤로는 그렇게 인상 깊은 성장 소설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읽을 때도 좋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작품...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 - 미네
저자 페트리샤 힐 콜린스는 흑인이면서 여성이다. 그녀는 자라는 내내 '탁월한' 혹은 '유일한' 흑인여성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녀가 학문적 성과를 내는 내내 주변에 있던 백인들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흑인도 철학을 할 수 있나?", "흑인들은 정말 신체능력이 뛰어나지?", "흑인에게 그런 지적능력이 있다니, 당신은 나의 친구가 될 만하군." 혹은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네 피부색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 피부색"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프...

[신간소개] 버지스 형제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레삭매냐
문학동네에서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 이은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올해 나온 전작의 스핀오프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어떤 것도 가능해:Anything is Possible>(2017)일 거라는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새로 나온 작품은 2013년에 발표된 스트라우트의 네 번째 작품 <버지스 형제>였다. 어찌어찌하여 그녀의 팬이 되어 버린 독자는 단돈 147원으로 신간을 주문하는 신공을 시전하였다. 지금 배송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버지스 형제>...

눈동자가 반짝반짝 - 에이바
벌써 11월 말...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돌아보면서 올 한 해 동안 읽은 책들을 복기해보려 한다. 먼저 내가 꼽은 올해의 책은 미셸 파스투로의 《파랑의 역사》다. 개정판으로 나와서 완전 신간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색채학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팬톤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색상 정도는 알았지만, 색 자체를 두고 고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셸 파스투로는 이 책에서 '파랑'이라는 색에 대한 의미, 상징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설명한다. 조금만 소개해본다면, 유럽에서 색에 ...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 - 양철나무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856쪽의 두꺼운 책을 내달려 읽었다.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어려워서 중간에 막히거나 헤매지도 않았다.그야말로 맛있는 곶감을 빼먹듯 야금야금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만난 충격으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난 이 결혼 반댈세~!'의 심정으로 '난 이 결말은 절대 반대다~!'라고 하고 싶지만,책은 내가 쓰는게 아니라, 박지리 님의 그것이니까 말이다.단편 소설보다 이렇게 두께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옛날 옛적에 읽었...

과학의 길을 거꾸로 걸으면 - cyrus
손에 쥐고 있는 물체를 놓아 보자. 당연히 물체는 땅 밑으로 떨어진다. 이 현상의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구 중심으로 향하는 ‘중력’ 때문에 물체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중력’이라는 이름만으로는 힘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게 만드는 학문이다. 중력의 실체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면서 우주의 구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 오정근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동아시...

자유인을 위한 연습 -『자유론』 - 프리즘메이커
그래서 나는 밀의 철학을 ‘사랑의 철학’으로 읽는다. 자유는 그 너른 가슴에 사랑과 행복을 가득 담는다. 아파하는 누군가를 불구덩이로 던져버리는 그런 편협한 자유에는 고귀한 것들이 살아갈 틈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혐오의 자유를 진정한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남용에 불과하다. ‘혐오는 자유가 아니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나는 이토록이나 길게 『자유론』을 정리하고, 밀의 인생을 되살펴 적어야만 했다.※본 에세이는 알라딘 서재 PC버전에서 작성되었습니다.1. 카드를 거부한 남자의 뒤숭숭한 죽음 내가 다니던 대...

책기록 15 - syo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양경수 그림 / 오우아 / 2016테헤란로에 면한 고시원 작은 방에서 살던 시절, 새벽 2시 부엌에 물을 마시러 들어갔다가 창문 너머로 길 건너편 거대한 빌딩 아직도 불 켜져 있는 사무실들을 마주한 채 꽤 긴 시간 멍하니 섰던 기억이 있다. 아, 나도 야근하고 싶다. 아무리 기다려도 불이 꺼지지 않는 밝은 방들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으로 몇 가지 짧은 생각이나 조각난 감정들만 머릿속에서 애꿎게 켰다 껐다 반복하고 있었다. 어느 일하는 사람의 공간이 새벽 2...

[영화 후기] 줄거리만큼 매력적인 볼거리 『오리엔트 특급 살인』 - 키치
책을 좋아하다 보니 영화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주로 보는 편이다. 11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마찬가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워낙 좋아해 리메이크 영화와 드라마라면 죄다 찾아본 만큼 이번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개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수능 시험일이었던 지난 목요일, 개봉되기 전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먼저 감상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시사회가 아니라 G...

부조리한 구조와 현실 - 다락방
이 책의 표지 왼쪽 위에는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라고 적혀있다. 그러니 형사 벡스트룀이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가 큰 축이다. 평소에 나는 '돈 많고, 나이 많고, 지위 있는' 남자들이 너무나 유해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에서의 벡스트룀이 바로 그런 남자이다. 형사라는 직책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의 남성. 그는 사건 수사에 쓸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쓴다. 원하는대로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포르노를 보고, 집에 밀린 빨래를 죄다 호텔로 가져와서 부하 직원을 시켜 세탁을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

<쿠쉬나메> :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사랑... <투란도트> - 겨울호랑이
'쿠쉬나메(Kush Nama)는 페르시아의 서사시로 501년~504년, 1108년과 1111년 사이에 이란의 하킴 이란샨 아불 카이에 의해 쓰여진 신화 역사의 일부이다.' (출처 : 위키백과) '쿠쉬나메는 7세기 중엽 통일신라 전후의 신라를 다룬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이다. 이슬람 이전 시기 영웅 서사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던 페르시아의 전통적인 서사시이다... 일반적으로 페르시아 서사시의 제목으로 선(善)과 정의(正義)의 화신인 영웅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쿠쉬나메의 쿠쉬는 폭압자이고 기이한 ...

남해 어떤 바닷가에서 읽은 시집들. - yureka01
젊은 세대의 시인이라서 현대시의 특징을 닮은 건지 상당히 어려웠다. 문장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는데 연결이 되질 않는다. 좋게 말하면 현대시에 걸맞은 암호이자 난수표같이, 나쁘게 말하자면 시어들의 하나하나가 가진 연관성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하기야 내가 시를 읽는 이유가 시인되겠다는 게 아니니 이게 무슨 오버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다. 시어를 만날 때 이해의 논리로 시를 재단하는 이과생의 버릇이 시 읽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 시는 직관성이 아니라 은유인데 이 메타포의 상징이 금방 떠오르지도 않는...

이순신과 임진왜란 - 만화애니비평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과거의 영웅을 말한다면 대부분 이순신 장군을 말할 것이다. 성군(聖君)인 세종과 성웅(聖雄) 이순신, 세종대왕은 조선의 문(文)을 열었다면, 이순신 그 자체로 무(武)의 완성이다. 일전에 이순신 장군의 일대를 방영한 <불멸의 이순신>이란 작품이 있었다. 거기서 보인 이순신의 모습은 보통 인간으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헤치고 나간 불굴의 무관(武官)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순신이 상대로 하던 적은 과연 왜적이었을까? 임진왜란사를 연구하면 참으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임진왜란이 7갑자 즉 420...

아서단토_미를 욕보이다 -
"에른스트는 전쟁을 알았고-포병이었다-그의 예술은 공격적이었으며, 그 공격성은 전쟁광들에 대한 증오에 비례했다. 독일의 다다이즘 전체가 어느 정도는 그와 비슷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제 1회 국제 다다박람회는 "예술은 죽었다"라는 선언과 "타틀린의 기계미술이여 영원하라"라는 부제를 내걸었다. 참가자들은 독일의 가치관을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예술을 독일인의 의식에 강요해 독일의 가치관을 파괴할 작정이었다. 그 수단은 일종의 적극적 유행이었다. 다다이즘의 원래 정신은 전쟁의 그늘에서 펼치는 일종의 과장된 유희, 즉 ...

단상(122) 단상을 떠오르게 하는 책 9권 - pek0501
누군가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아 그 책의 내용을 말하라고 하면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고 줄거리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어떤 책은 생각나는 문장이 있을 뿐인데 그것도 옛 추억처럼 희미하게 생각날 뿐이다. 어떤 책은 다 읽지 않은 줄 알고 펼쳤다가 끝 페이지까지 밑줄이 쳐져 있어서 ‘다 읽은 책인가?’ 하고 완독한 책들을 기록한 독서노트를 보고서야 ‘아! 다 읽은 책이네.’ 하면서 내 기억의 불완전함을 확인할 때가 있다. 읽었다고 해서 내 두뇌의 창고에 차곡차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