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이야기 나무를 찾아서 - Shining
* 스포일성 내용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강의의 첫 시간, 첫 마디. 얼마나 많은 말을 생각하고 바꿔보고 고치며 고민했을까. 강사의 선택은 세헤라자데였다. 부분부분 젖은 머리칼을 대충 털면서 잠이 완전히 달아나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은 세헤라자데에서 시작해 끝나는구나, 속으로 내심 웃는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는 책에서 소설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지난 번 페이퍼에 쓴 적이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됐다. 글쓰기의 욕망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고 하는 쪽이 옳겠다. 이승우의 책은 세헤라자데로 시작한...

잘못된 공부는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는 공해다 - cyrus
학생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들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푹 빠져 있다. 친척에서부터 친구들 그리고 온라인 활동으로 인연을 맺게 된 몇 몇분들 또 교수님까지, 사진을 공유하고 상대방의 스토리에 간단한 댓글 또는 문안인사를 남긴다. 이렇다보니 항상 카카오스토리 어플을 열면 제일 먼저 내가 친구추가했던 사람들이 업데이트한 스토리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는 매일 카카오스토리에 글이나 사진을 남기는 사촌동생이 있다. 이번에 고등학생에 입학하게 된 여자아이인데 한참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크게 재미 들린 모...

티코노프 블라디미르 혹은 나는 어떻게 근심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나? - poptrash
약속했던 원고 마감을 뒤로하고 술을 마신 지난 금요일, 나는 대학시절 선후배를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그 시절 이미 고사(枯死)의 길을 걷고 있던 한 대중조직 산하의, 산하에 산하의, 그리고 다시 그 산하의 학생회에서 몇 대 회장이니 집행부니 하며 어울렸던 우리는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이르거나 늦은 군입대를 했고, 복학해 졸업을 했으며, 그저 짐작할 수밖에 없을 각자의 시간을 지나, 이젠 더욱 복잡해진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생활인이 되어 있었다. 잘나가는 경제지의 기자가, 전망 없는 학과의 석사 수료생이, 제법 단단한 밥그릇...

당신의 욕망을 욕망하는 일 - 아이리시스
다른 삶. 어떤 삶이요? 어째서 다른 삶을 살아야 하나요? 힘겹다면 누구 하나는 묻지 않았을까. 강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게 삶인데, 다른 삶을 살라니, 나는 내 삶조차 정의내리기 혼란스러운데, 대체 당신이 얘기하는 다른 삶이란 무엇인가요. 언젠가, 미이라의 전복된 이미지를 설파하는 프리젠테이션 발표자에게 질의자로 예정된 내가 질문했다. 미이라의 왜곡된 이미지를 탓하려면 일단 미이라의 원 이미지를 먼저 다수가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는 미이라의 원 이미지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결국, ...

존 업다이크의 래빗 사랑 40년, [달려라, 토끼] - 댈러웨이
누구나 책방을 갈 때 마다 손에서 들었다 놨다 하는 책들이 항상 있기 마련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동네 책방 보더스(Borders)를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치듯 수시로 드나들던 시절 존 업다이크의 래빗 연작 4권이 내게는 그중 하나였다. 업다이크에게는 어설프게나마 항상 빚진 마음 같은 것(내가 뭐라고?), 그러니까 그의 작품을 한 두 권 정도는 제대로 읽어줘야 하는데, 와 같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런데도 보더스가 매장을 정리하면서 펭귄에서 발행한 4권의 연작을 반값에 처리를 할 때 책장들이 너무 누렇고 표지가 긁혔다...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 꿈꾸는섬
2012년 들어서 좀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권의 책을 읽었고(사실 기억이 가물거린다)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집어든 건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락날락거렸다. 머리가 아팠다. 그러면 잠시 책을 놓아두었다. 그러고는 한참만에야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읽어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읽을수록 아파서 읽기가 힘들었다고 해야겠다.처음엔 머리가 아픈 것이...

...나는 오늘도 조선일보를 읽는다... - 한사람
#1. 내 인생의 조선일보 나는 조선일보를 꼼꼼히 챙기는 독자다. 내가 조선일보를 애독하기 시작한 건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 것이다. 그러니까 햇수로만 해도 30년이 넘었다. 그땐 흑백 신문의 반이 한자였고 내가 아는 한자는 韓자, 國자, 民자, 愛자 정도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신문을 넘기신 후 보는 것이라 늘 종이 질은 구겨진 상태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내가 맨 처음 넘겨보고 싶어 아버지가 보기 전에 종이를 넘겨보았다. 종이 한 장이 넘어 갈 때 흩날리는 인쇄소 냄새가 좋았다. 그 시절 나는 버스가 지나가고 난 뒤 그...

소리없는 아우성 Sounds From Nowheresville - 네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올해 제니퍼 이건의 놀랍고도 새로운 소설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녀의 소설을 차례차례 순서적으로 읽을 생각으로 그녀의 이력을 구글에서 마구잡이로 검색하고 있었는데, 나의 눈에 이 소설의 홍보문구중 2011년 퓰리처상 소설 수상작이라는 글귀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열심히 맹렬하게 퓰리쳐상 역대소설수상작들을 뒤지고 있었는데, 예전에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모으며 나의 책장을 장식하고 있었던 논픽션과 역사부분이 다시금 새로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까지만 해도 아마존을 통하여 2000년대의 역사부...

여행에 실패하는 방법 - 후와
삶은 흔히 여행에 비유되곤 하는데, 이런 비유는 내겐 좀 혼란스럽다. 대체 어떤 여행이 삶과 닮았다는 것인지. 가령 사업차 떠나는 비즈니스 여행인지, 아니면 종교적인 순례 여행인지, 그도 아니면 정처 없이 떠나는 방랑 여행인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 즐겨 하지도 않아서인지 들을 때마다 좀처럼 이거다 싶지 않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여행기를 접하면 여행을 삶과 비교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가령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살림, 1990) 같은 여행기는 짧은 삶의 기록처럼 여겨지기도 하니까. 여름휴가를 맞아...

인형의 공허감은 누구 소유인가 - 마녀고양이
0. 소름이 돋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포감을 극복하려는 뇌에 많은 양분과 산소를 공급해 주기 위하여 피부와 내장 쪽으로 뻗은 혈관을 좁혀 뇌와 심장으로 피가 많이 흐르도록 합니다. 또 동공을 확대시키고 승모근을 수축시켜 털을 곤두서게 합니다. 털이 일어서는 현상은 개와 고양이처럼 온 몸이 털로 덮여있는 동물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적을 공격하거나 위협을 받을 경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의 짧고 가는 털밖에 없는 피부에서는 승모근이 수축하지만 곤두설 긴 털...

어제와 오늘의 아프리카, 제대로 바라보기... - 헤르메스
아프리카는 오래도록 역사의 변방에 있었습니다. 마치 그 거대한 대륙 전체가 어둠의 장막이라도 둘러쓰고 있는 것 처럼 아프리카는 세계사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들 조차 세계사 시간에 근대에 이르도록 아프리카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단 하나밖에 없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근대까지 그 뜨겁고도 험난한 여정을 이어오는 동안 우리들이 볼 수 있는 아프리카는 오로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최초의 인류 화석이 발견 된 지명으로서의 아프리카말고는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아프리카에 있어 역사는 존재하지 ...

인터뷰 인문학 - Arch
* 관점이 없다. 누군가를 위로할 깜냥도 안 되고 이 사안에서 내 기준에서의 옮고 그름을 논할만큼 성실하지도 않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 좀 더 나은 결론이나 모두가 납득할만한 절차를 밟는다면 모르겠지만 이건 그런 사안이 아닌 것 같다. 몇가지 얘기에서 언급된 '이달의 당선작'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건 가연님이랑 비슷하다. '주면 좋고 안 주면 어쩔 수 없지'다. 명예랑 상관있는 것 같진 않고 적립금 들어온건 웬지 배부르달까. 리뷰가 아니라 페이퍼에도 적립금을 주기 시작하면서 페이퍼형 아치답게 열심히 썼는데도 당선이 안 되면 좀 ...

깡패단의 방문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비슷하면서 다른! - readersu
작년에 문학상을 받은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2011년 퓰리처상을 받은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과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다. 《깡패단의 방문》을 먼저 읽었는데 분량이 만만찮았다. 또 공간과 시간이 비규칙적이어서 가끔 앞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읽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에 비해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문학상치고는 꽤나 얇은데다 초반 몰입도가 높아 잡자마자 읽었다. 읽으면서 생각하길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과 같이 책 대 책...

당신의 한 마디로,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영원히 입을 다물겠습니다. - 단발머리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 청첩장의 계절이 왔다. 얼마 전,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호텔 예식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만만찮은, 정확히는 엄청난 액수의 결혼 예식 비용이 회자되더니, 요즘은 전지현의 결혼식이 단연 화제다. 나도 저런 드레스 입어봤으면 하는 소망, 나쁘다고만 말하지 말아 달라. 여자에게 웨딩드레스는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고, 이미 결혼은 했지만, 예쁜 드레스 또 입고 싶은 맘 매우 간절하다. 현대사회에서 사랑은 결혼의 전제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물론, 요즘...

인간을 잠식하는 중독 증후군, 안드로이드 - 차트랑공
요즘 악성코드니 바이러스니 하는 것 때문에 정말 불필요한 시간들을 허비하는 일이 잦아졌다. 몇 일 전 불청객으로 고생을 했건만 또 같은 현상으로 애를 먹고 있다. 컴퓨터의 진화 과정을 나름대로 지켜본 사람으로 간과할 없는 것이 또한 바이러스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발전이라는 메커니즘에는 그 반대급부인 부정적 파생품이 꼭 따라다닌다. 트로이 목마라는 바이러스가 전국을 동시에 강타한 적이 있었다. 트로이 목마로 피해를 본 것은 트로이만이 아니었다. 국내의 컴퓨터 유저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도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데이터...

죄와 벌, 백치 - 사랑과 구원이라는 테마 - 여의
"소냐 언니를 사랑하니?""저는 언니를 누구보다도 사랑해요!"뽈랴는 이상스러울 만치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미소 짓던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진지해졌다."나도 사랑해 주겠니?…뽈랴, 나는 로지온이라고 한단다. 언제든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다오.당신의 종인 로지온도 용서하소서라고. 더 이상은 필요 없어.""제가 평생토록 아저씨를 위해 기도할게요." 『죄와 벌』 중사랑과 구원은 양립 가능한 개념일까. 나는 『죄와 벌』과 『백치』를 읽으면서 내내 기독교적 구원과 사랑이라는 테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궁극적인 구원'이라는 소실점을 향...

여자, 책 속에서 답을 찾다 - 만치
말은 살아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시릴 코널리- (책에서 재 인용) 언니의 죽음을 잊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온 3년. 달아나는 삶으로는 언니의 죽음이 던진 고통과 슬픔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니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책에서 얻기로 했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니나 상코비치는 책과 함께 자라났고 '평생 책을 통해 지혜와 구원을 얻고 도피를 해왔다.' 그녀는 1년간 일을 쉬고 대신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로 결심 ...

♪나물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 메리포핀스
♪나물캐는 처녀 푸른 잔디 풀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ㅡ 어여쁘다 그 손목소먹이던 목동이 손목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ㅡㅡㅡ어여쁘다 그 처~녀 4월 25일 수요일, 비4월 26일 목요일, 갬싱그러움 그 자체목요일이 시작이다. 수요일에 종일 비가 내린 덕분이겠지.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우와우~~~~~ 티끌 하나 없는 공기가 느껴진다. 그 싱그러운 냄새, 냄새, 냄새! 숨을 쉰다는 게 짜릿할만큼 황홀한 공기다. 주체할 ...

나무 불꽃... - 소이진
비는 드세게 내렸다. 구멍 난 하늘이 땅 속과 통하는 길을 뚫으려는 듯 강하게 빗방울이 하강했다. 하루 종일, 터질 듯 한 회색구름은 가만히 하늘을 뒤덮고는 미동하지 않았다. 땅과 구름 새는 잿빛으로 물들었다. 구름에 의해서 지구는 쥐가 뭉쳐있는 듯 한 거대한 회색 공처럼 보였다. 그런 재색의 공간을 해는 꿋꿋이 비춰댔다. 땅에, 사람에, 건물에 자신의 빛이 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구름을 물릴 능력도, 구름을 뚫고 빛을 쏘아댈 힘도 없었다. 자승자박인 셈이었다. 앞길을 막은 구름떼는 결국 자신이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