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귀하고 아름다운 - 자목련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당연한 말이다. 작가의 자리가 일상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기에 그가 발을 담은 그곳은 소설이 탄생하는 곳이자 그의 일상이 이어지는 곳이다. 뜬금없는 생각을 전하는 건 고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집『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70년대의 문화, 사회의 흐름, 작가의 공간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족, 이웃, 그리고 그가 바라본 세상을 말이다. 그 시대의 실상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부모와 친척이 살아왔을 그 시간을 조금은 들을 수 있었기에 48편의 짧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이 내...

현대 정치의 신도덕론, 홉스의 Leviathan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 설표
1. 홉스의 Leviathan을 꾸역꾸역 영어로 읽었다. 18세기인가 옛된 영어라서 읽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학기에 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절반 정도까지만 읽고 접어버리긴 했는데, 재미없어 꾸덕꾸덕 읽어도 가끔 많은 부분에서 홉스의 현대 서양에 대한 영향력을 읽어낼 때마다 매우매우 인상적이었다.은근 집요하게 사소한 것부터, 인간과 감각부터 정치론까지 파고 들어가는 그의 이론을 죽 읽다보면, 사실 그의 생각 자체가 흥미로운 점이 아주 많지는 않아도, 기본적으로 홉스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된다는 최장점이 있다. 홉...

로맹가리 <유럽의 교육> - lea266
유럽의 교육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8년 4월 제목에 대한 추측은 내가 얼마만큼 상상력이 풍부한가보다는 그동안 쌓인 나의 직간접적인 학습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내 상상력은 빈곤하며, 살면서 나의 내면에 적재된 학습결과는 너무 일반적이고 고루한 면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유럽의 교육'이라는 제목에 대해 나는 정말 '교육'을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우고 익히는 '교육'말이다. 하지만 <유럽의 교육>은 전혀 다른, 전쟁을 통해 인간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비인간적...

나는 ADHD일까? - transient-guest
나는 regular하게 일정한 패턴의 생활을 지향한다. 혹자에 의하면 그런 건 ADHD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 꽤 그런 성형을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력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고, 어쩌면 난 ADHD였거나 아직도 ADHD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필요한 집중력은 늘 부족했고 필요하지 않는 다른 것들에는 높은 집중력을 보였으며 책이나 소프트를 수집하는 일에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으니 이런 것들이 굳이 갖다 붙이자면 ADHD에게서 특히 볼 수 있는 경향이라고 하니, 어쩌면 나는 ADHD를 달고 사는 건지도...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 완간 - CREBBP
아작에서 코니 윌리스에게 덤벼러 내가 상대해주마 하고 올인하고 있는 듯하다. 쉴 새 없이 코니 윌리스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금 출간된 따끈따끈한 《올클리어1, 2》를 끝으로 아작에서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를 드디어 완간했다. 열린책들에서 《개는 말할것도 없고 - 주교의 새 그루터기 실종사건》과 《둠즈데이 북》을 오래 전에 출간했지만, 절판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SF 출판의 구세주 아작출판사가 짜잔 하고 등장하면서 작년과 재작년에 절판된 책들을 재출간하고, 새로 번역하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사진의 은유. - yureka01
이런저런 걸로 따져도 역시나 사진의 가장 큰 주제가 사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카메라 들고 사람에게 들이대는 것이 상당히 주저되는 것도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함부로, 섣부르게 카메라로 사람을 담으려 했을 때, 아무리 선의로 한다 하더라도 생기는 오해와 갈등이 있어서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풍경이나 찍으며 사람의 모습과 사유를 은유로 대신하기도 한다. 비교적 오래전 사진을 보면, 사람을 찍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시절이, 카메라 기계가 발전된 오늘날 보다 사진에 있어서 만큼은 훨씬 더 자유스러웠다. 지금의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_미래 문명의 인간성 상실 위험을 경고한 걸작 - oren
놀라워라!잘생긴 인물들이 여기에 참 많기도 하구나!인간은 참 아름다워! 오 멋진 신세계여,이러한 종족이 살다니. -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5막 1장> 중에서 올더스 헉슬리(1894∼1963) * * * 올더스 헉슬리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두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였다. 그가 지닌 독특한 지성의 면모를 생각하면 『멋진 신세계』와 같은 작품이 결코 우연히 탄생한 게 아님을 느끼게 된다. 그는 문학과 철학은 물론 과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온갖 학문 분야에 두루 박학다식한 인물이었고, 이런 지식을 ...

《기러기》: 오해와 이해 - 파란여우
2월 14일 목요일맑고 쌀쌀 《기러기》에 나오는 오다마(お玉)는 “창가의 여자”다. 구슬(玉)은 돌아다니면 상하거나 깨진다. 구슬은 장소에 구속 받는다. 이동이 많을수록 훼손되기 쉽다. 가만히 손바닥 안에 두고 굴려야 한다. 구슬은 곁에 두고 조물락조물락 만질 대상이다. 가난 때문에 첩이 된 오다마(お玉) 이름에 구슬 옥(玉)자가 들어간 건 작가의 계산에 따른 작명으로 짐작된다. 연정은 모든 연애가 그렇듯 오해와 이해를 번복하며 교차한다. 짝사랑도 궤가 다르지 않다. 인간사회는 오해와 이해 2중주 변주다. 인간은 여...

마리암 마지디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 히샴 마티르 『귀환』 같이 읽기 - 박효진
귀환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아들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카다피와 같은 군부 출신이긴 하지만 카다피의 정치적 행보에 찬성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체포되었다. 그 와중에 카다피 치하의 몇몇 수용소에선 “정치범”에 대한 대량학살이 자행되었다. 어떤 기록을 뒤져봐도 아버지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아들이 이 생사를 확실하게 만들려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카다피가 어떻게 집권하고 정권을 유지했는지, 리비아 사람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그를 대하는 이른바 선진국들의 태도가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 드러난다.반면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좌파운...

기어코 언젠가는 - 다락방
레이철과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마지막으로 이메일이 오가고 여섯달 후 봄, 사우스엔드의 바에서 다시 우연히 마주쳤다.그는 그곳이 자기 아파트에서 몇 블록 거리였고 그날 밤,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 첫날, 길거리에서 습기와 희망의 냄새가 났기 때문에 거기에 오게 되었다. 그녀는 그날 오후 이혼을 마무리 지은 후라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바에 갔다. 그녀는 대인공포가 악화되는 것이 걱정되었으며 그걸 극복하고 싶었고, 자신의 신경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날은 5월이었고, 초겨울 이후로 그녀는 거의 ...

그녀는 옆으로 비켜섰고 레이철은 딱 학자 부부의 집처럼 보이는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과 거실 벽과 부엌 창문 아래를 차지한 책장, 화사한 색의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졌지만 전혀 덧칠하지 않은 벽, 제3세계 국가에서 가져온 제각각 다른 상태의 여러 도자기 상과 가면, 벽에 걸린 아이티 미술품. 레이철은 어머니를 따라 이런 집을 수십 군데 다녀보았다. 거실 붙박이 선반에 꽂힌 레코드판이 무엇일지, 욕실 바구니를 점령한 잡지는 무엇일지, 부엌 라디오는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채널에 고정되어 있으리라는 겄까지 그녀는 다 알았다. (p.52)


한국 정통 우익의 기원과 성격 - sommer
0. 얼마 전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황해남도 재령군 1927년생)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퀴어 퍼레이드를 두고 배울 만한 점이 많다며 기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아흔이 넘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그 감각만은 전연 보수적이지 않고 젊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황해남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중에 월남한 음악엘리트인 데다가 1927년생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사회진출을 준비하던 시기였기에 친일문제에서 윗세대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는 드물었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의 저자 김건우는 여...

몽양 여운형을 되돌아 보다 - Nam Gi Kim
앞으로 4일 뒤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비록 이번 베트남에서 열리는 회담은 북한과 미국과의 정상회담이지만,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번 정상회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북한과 한반도 정세 관련한 글을 써오며 누누이 강조했던 거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의 정세는 점차 평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잘 성사된다면, 남북관계가 변화가 있을거라는 얘기가 있듯이 말이다. 분단 세월 70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는 다시 한번 평화의 길을...

<생활칼럼> 타인을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 페크(pek0501)
제목 : 타인을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네가 오해했구나.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이런 말을 주고받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한쪽은 상대방의 말을 잘못 받아들여 기분이 나쁘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의 오해로 억울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서로 상대방의 속생각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부간의 갈등도, 부부간의 갈등도 서로 속생각을 몰라서 생겨날 때가 많다. 사십 대인 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장례식장에 간 적이 있다. 장례식장에 가면서 내 슬픔은 차...

당신의 노동감수성은 어떤가요? - 설해목
사무실에는 벌써 몇 달째 매일(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다시피 하는 두 분 어머니가 계신다. 학습지 노동자로 일하다가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분들이시다. 몇 년 동안 일하면서 빚은 빚대로 지고 피해자 회복과 불공정하고 부당한 영업행위를 고쳐보고자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에 보복성으로 회사로부터 고소까지 당한 분들이다. 손이 가는 아이들이 여럿인데도 당장 코앞에 닥친 송사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사무실로 나와 재판 준비를 하고 계신다. 그분들의 눈물을 한두번 본 게 아니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짐작이...

자기연민 같이 들어주기 힘든 것도 없지. - 뽈쥐
굿즈의 힘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까지 사게 된 건. 일본 문학을 전공했다. 띄엄띄엄 공부하는 중에도 일본 근현대 작가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가 많아서 우울했다. 그 중 다자이 오사무의 예는 특히 이상했고 여자 입장에서 참 별로였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섯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는데 그 중 2번은 여성과 동반자살(한번은 시도)였다.그러니 인간실격이 자전적 소설이 아닐 수가 있나. 번역수업에서는 저작권이 없어지고 다작한 작가를 선정해야해서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작을 몇 편인가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우울한 인생 이력과는 달리 의...

그리스의 수치의 문화와 사랑 그리고 전쟁 - timeroad
『일리아스』 5권에서 두 번째로 그려지는 군중 전투(트로이아가 우세한 상황)에 앞서 그리스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자기 부하들을 격려하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체면을 잃지 말라고 역설한다. "친구들이여! 사나이답게 행동하고 마음속으로 용기를 내시오. 격렬한 전투에서도 서로 남 앞에서의 체면을 존중하시오.체면을 존중하는 자들은 죽는 자보다 사는 자가 더 많을 것이나 도망치는 자들에게는 명성도 구원도 없을 것이오.” _『일리아스』5: 529~532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란 말이 떠오른다. 충무공이 자주 사용했다는 이 말의...

인간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내다봄 - 카알벨루치
"인간은 그 자체로 최종 완제품end product이다" -다니엘 코엔 유발 노아 하라리의 진단 1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가리켜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찬사를 보냈다. 역사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숲과 나무 중에 ‘나무’에 집중하여 연구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집중하여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인데, 후자가 바로 하라리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의 지위에 오른 이유를 돈, 국가, 법인, 인권과 ...

‘문둥이‘에 예민해져야 하는 이유 - cyrus
『목사의 딸들(Daughters of the Vicar)』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가 쓴 초기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이 초고였을 때 제목은 ‘두 결혼(Two Marriages)’이었다. 1911년에 써졌다가 1914년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패니와 애니》 (창비, 2013)* [구판 절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목사의 딸들》 (창비, 2001) 초고 제목은 소설의 핵심 인물인 어니스트 린들리 목사의...

게으르지 않다 - 뚜유
방학 막바지에 아들이랑 이런 책들을 보고 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좋은 책들이다. <35년> 중 2권을 읽고 있다. 한국사 시험 볼 때보다 더 자세히 나온다. 여러 단체와 인물들, 분열이 마음 아프다. 그리고 변절자들. 조선이 독립할 능력이 없어 자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궤변들을 늘어놓기도 하고 밀정으로 수십년 활약하며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얼마 전에는 수업 자료를 찾다가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다큐를 보았다. 회관에 80대 할머니들을 찾아가 어릴 때 기억나는 노래를 물으니 기미가요와 ...

슈베르트의 음악이 더욱 아름답게 들려오는 책 - 잠자냥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좋아했던 작곡가는 요하네스 브람스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른바 3B,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 브람스(Brahms) 이들의 음악을 위주로 듣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가들이다. 그 후로 라흐마니노프와 쇼팽의 음악에 매료되었다가 몇 년 전부터 내가 푹 빠져 있는 작곡가가 바로 슈베르트이다. 그런데 슈베르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슈베르트가 빚어낸 아름답고 낭만적인 선율을 들으면서도 그를 생각하면 안경을 쓴 평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