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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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하면 교복인데, 난 공교롭게도 교복 자율화가 시행 되던 시점이어서 중학교 1학년 까지만 교복을 입었다. 남들하고는 다른 일명 세라복.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했던 순간들을 많이 그려볼 텐데. 고등학교 때 사복 때문에 아침마다 고민했었던 시기였다. 그 눈부신 시절이 떠올랐던 그림에세이였다.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이 놀랍다. 글과 함께 필체가 고운 여학생을 바라 보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졸업식을 거쳐 이제 대학생 새내기가 되어 일년을 마친 시간들을 그림과 글로 나타낸 책이었다. 설렘반 두려움 반이 공존하는 입학식. 어떤 친구들이 있을 것이며,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반 분위기는 또 얼마나 궁금해 했던가.

 

 

하얀 기대 반, 검은 걱정 반, 잿빛 발걸음.

그 위로, 봄바람이 불어오더라.

 

'넌 충분히 빛나고 있어.'

향긋한 꽃향기가 말을 걸어왔어.

봄을 찾아 이끌리듯 다시 힘차게 내디딘 한 걸음.

 

'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16페이지)

 

봄의 시작은 이처럼 핑크빛이던가. 곧 있으면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매화 개화 시기를 지나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곧 다가오지 않던가. 그래서 작가의 그림도 핑크빛이다. 온통 핑크빛으로 가득한 벚꽃의 계절을 봄으로 표현했다. 물론 새침하기 이를 데 없는 꽃샘 추위가 다가올테지만 그래도 설레기만 한 봄이다.  

 

 

설레기만 한 봄과 열정 가득한 여름, 울긋불긋 결실을 맺을 가을, 모든 것이 얼어붙지만 다시 봄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해 사계절을 챕터로 그때그때의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글로 풀어냈다.

 

바다 향기를 머금은

여름 길을 보며

한 걸음.

 

푸른 바람이 전하는

잔잔한 파도 소리에

또 한 걸음.

 

그러다

우산에 흘러온 하얀 구름에

내 걸음을 멈추었다.  (94페이지)

 

이미 십 대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작가는 글도 어여쁘게 쓴다. 비록 아직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언젠가는 긴 글도 쓰지 않을까. 나이에 맞게 성숙해가며 글과 그림이 더 찬란하지 않을까.

 

 

해가 채 뜨지 않은 겨울날.

소리 없이 눈이 내리던 날.

눈물이 날 정도로 시린 칼바람이 불던 날

 

겨울의 문을 열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의 새벽 속에는

 

네 웃음이 담긴 입김이

설렘이 담긴 목소리가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따뜻하게 남아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186페이지)

 

 

 

그림 실력이 꽤 좋은 것 같다. 부드럽게 편안한 그림에서 한때 우리가 겪어 왔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는 그 시절을 지나야만 느낄 수 있다. 얼마전 종영했던 드라마 제목처럼 눈부신 시절이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시절.

 

이 책을 읽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그 시절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감정들,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시절을 즐기라고. 그 시간 만큼 아름다운 순간도 없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이

지금부터 펼쳐질 거야.

 

깊은 밤의 별빛이 가득한 은하수

그리고 달빛이 스며든 바람이

우리를 부르고 있어.

 

자, 이리 와.

내가 널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나와 여행을 떠나보지 않을래? (223페이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그림도, 글도, 마음도. 한층 더 성숙해서 돌아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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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2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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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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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모르는 사람인데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곤란한 일을 겪고 있을때 참견해가며 도와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나이가 어린 사람의 경우는 덜한 편인데 나이 든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오지랖이 넓다, 혹은 참견쟁이라고 낮춰부르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한 게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기에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건네는 게 아닐까 하는. 

 

삼십 대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마타미와가 일상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사람들,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말하는 일기 같은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옷집에서 아주 비싼 물건을 보여준 다음 더 저렴한 물건을 보여주며 사겠금하는 점원이며 수영장에서 마치 오래 알아왔던 사람처럼 수영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할머니들처럼. 그런가하면 전자제품 가게 직원은 IT 부품에 대해서는 아주 정확하게 추천해주지만 물건을 포장하는 것에는 어설퍼 자꾸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 뿐 아니라 타이완을 여행하며 보았던 풍경들도 보여주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 외롭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많은 목록을 써와 움직이며 느끼게 되는 건 비록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해도 여행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왔느냐란 물음에 친절한 답변과 함께 일본의 어딘가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듣고는 국내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국내 여행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도 그렇지 않던가. 외국의 풍경을 더 그리워하고 떠날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을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가 타이완의 풍경의 사진으로도 남겼는데, 내가 다녀왔던 익숙한 풍경이 보여 반가움이 일었다. 여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방문했던 지우펀의 홍등과 거리들. 여행자의 신분으로 느꼈을 많은 감정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여행을 위한 팁까지 밝혀놓는 작가만의 센스 또한.

 

 

 

특별히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내용도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니 새롭게 느껴지는 구나 하고 부담없이 읽었다. 그런데 아래 사진에서는 나도 모르게 풋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수영을 배우는 작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대한 관심으로 수영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었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작가는 팔과 어깨가 수영에 적합해지고 있다고 했었다. 민소매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데 놀라는 친구에게 '권투하는 것 같아?'라고 묻는 장편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수영이 아주 좋다는 걸 알지만 어깨가 넓어진다는 단점때문에 수영을 꺼리고 있는 게 생각나서였다. 지금도 어깨가 탄탄한 편인데 수영을 하면 어깨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블로그에 일기처럼 일상을 적었던 때가 떠올랐다. 교류하는 이웃들과 함께 일상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때가 문득 그리웠다.

 

오늘도 누군가와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삐지고, 때로는 슬퍼한다.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감정들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타인의 일기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웃었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 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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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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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를 알게 된 게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에세이였다. 몇 컷의 만화에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이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책이었다. 나 또한 기회가 되면 진짜 보노보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 나온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한 권으로 묶은 보노보노 베스트 컬렉션이다. 한 컷씩 이어지는 만화와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무척 아기자기하게 이어진다. 각자의 성격에 맞게 너부리는 까칠하게, 포로리는 귀여움으로, 보노보노는 푸근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한다.

 

큰 제목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각자 읽어도 좋고, 함께 이어 읽어도 좋다. 어느샌가 잃어버렸지만 옛날에 갖고 있던 물건들을 떠올린다고 하자. 모양이 예쁜 돌 같은 경우 부서지게 되면 조각조각 흩어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에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물건으로 남는다. 우리가 추억이라고 부르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나는 걷는 게 좋다. 시간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 걷고 싶고, 좋은 장소를 누군가와 함께 걷는 걸 좋아한다.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편안하게 쉬는 것 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싶다. 저녁에 피곤하더라도 욕심을 내게 된다.

 

 

보노보노는 포로리에게 '걷는 건 왜 재미있는 걸까?' 라고 묻는다. 다리를 번갈아 가며 내딛기 때문에? 풍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걷는다는 건 좋아하는 곳에도 갈 수가 있기 때문일까. 너부리에게도 물어보지만 특별한 답을 찾지는 못한다. 특별한 해답이 필요하지도 않다. 걷는 게 재미있는 건 좋아하니까 좋은 거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와 자꾸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노보노처럼 그 사람의 어떤 것이 좋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거다.

 

 

까칠한 너부리는 자기의 꼬리를 떼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왜 떼어버리고 싶냐는 동물 친구들에게 꼬리 따위 없어도 죽지 않기 때문이란다. 우리집 고양이 같은 경우 꼬리로 말을 한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로 다리를 휘감아 자신의 냄새를 묻힌다.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하며 너부리의 꼬리 역할은 뭘까, 잠깐 해보았었다. 꼬리가 불쌍하다고 했다가 네 몸의 일부이지 않느냐며 달랬다가 떼어낸 꼬리를 동물 친구들이 괴롭히면 화나지 않겠냐며 말리는 보노보노와 포로리를 보며 그저 웃게 된다. 결국 족제비 아저씨를 찾아가 꼬리를 떼려 하지만 장난으로 꼬리를 자르려는 아저씨의 속임수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도 모른다.

 

홀로 있다는 건 외로움일까. 그러고보면 주변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 꽤 많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혼자 지내게 되는데 제일 걱정되는 것이 쓸쓸하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다. 우리 사회 전체에 1인 가족이 많아 오죽하면 혼밥, 혼술 등의 언어까지도 나온 상태다. 식당에 가도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에게 편한 탁자와 식탁이 있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 여행하게 되면 홀로 밥 먹는 게 상당히 눈치 보이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아빠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물건 찾기에서 보노보노가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장면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책 속에는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보노보노가 너부리에게 감기 낫는 법을 묻는 장면도 재미있다. 미소베 개미를 먹으라는 둥, 그물풀 뿌리를 먹으라는 말을 듣는다. 가장 웃긴 건 너부리 아빠의 감기 낫는 법이다. 감기를 미워하고 미워하고 몸이 타들어가듯 뜨거워질 때까지 미워하라는데 이런다고 감기가 낫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연찮게 감기가 나았다는 걸 발견하는 보노보노. 역시 감기란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거. 그런 말도 있잖은가. 약 먹으면 2주, 그냥 쉬면 15일이면 낫는다고. 많이 쉬고 잘 먹으면 낫는다는 게 정답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과 만난다면 어떨까. 자기와 똑같이 생긴 동물들을 찾아 헤매는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보면 어떤 기분일까.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은 모습을 발견하면 반가움이 먼저 들까. 자기와 닮은 동물들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 게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느리게 걸으며 걱정이라고는 없는 보노보노와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다. 삶이란 내가 종종거리며 애달파해도 똑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내 마음의 시차때문에 빠르게 여겨지기도 느리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산다면 걱정거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으며  매일매일이 즐거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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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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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의해 깨어나고,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스마트폰의 라디오 앱을 실행한다. 아침을 여는 디제이의 안부 인사와 함께 음악 한곡을 들으며 기지개를 켜고 욕실로 향한다. 중간중간 인터넷을 확인하고 메신저를 나누고, 모바일 뱅킹으로 송금하기도 하고 음악을 듣거나 쇼핑 결제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나도 포노 사피엔스가 되는건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인류사에 기록될 새 역사를 쓴 인물에 스티브 잡스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혁명을 창조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를 가르켜 아이폰을 창조한 동시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를 함께 탄생시킨 셈이라고 표현했다. 즉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신인류는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7페이지)라고 했던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 삶은 많은 것이 변했다. 일단 신문을 보지 않는다. 신문 대신에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광고를 본다. 그래서 신문 구독률이 내려가고 TV 광고 또한 광고 효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TV를 보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네이버의 광고 효과가 뛰어나고 유투브 광고 효과가 좋다. 사회의 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유명했던 타임지 시대 또한 막이 내렸고, TV 드라마는 5% 찍기가 힘들다. 물론 지금도 몇십 퍼센트를 찍는 주말 드라마가 있기도 하다. 여전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겨우 몇 개의 드라마에 불과하다.

 

 

 

저자가 말하길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기존의 신문사와 방송사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고객의 선택으로 성장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18년 영국의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에서 조사한 TOP 브랜드는 아마존, 애플, 구글, 삼성, 페이스북 순이라고 했다. 모두 스마트폰과 관련된 '포노 사피엔스'의 대표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변화는 거의 모든 것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을 다시 돌아보야야 합니다. 과연 나의 오래된 상식, 경험에 의한 지식들이 새로운 표준 문명,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도 유효한 건지 끊임없이 묻고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 시대가 변해가는 과정에 맞춰 우리의 상식도 변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 우리의 숙제입니다. (119~120페이지)

 

최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때문에 택시 업계와 시위가 계속되었다. 난항을 겪고 있던 카풀 서비스는 얼마전에 극적으로 타협을 보았다. 도태도리 수 밖에 없는 택시 업계에서 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해야 옳다. 물론 출근 시간에만 운영한다는 조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저지할 수만은 없다. 소비자의 변화 욕구에 맞게 변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그 결과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소비자는 선택권을 갖게 되었고,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었습니다. (139페이지)

 

기존 방식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정치권력의 힘으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같은 법적인 문제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착각은 이제 내려놔야 합니다. (139~140페이지)

 

기업은 광고를 통해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으로 하여금 물건을 사게 하는 전략을 오래도록 써왔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팬이 되는 순간 그 마케팅의 효과가 엄청나게 증폭된다고도 밝혔다.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생기면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팬덤이란 놀라운 것이다. 동생 같은 경우 한 배우의 팬이어서 그가 광고하는 물건을 거의 구매하는 편이다. 같은 제품을 온 가족이 다 구매해 입을 뿐만 아니라 나한테까지 선물해준다. 한때 어떤 배우가 커피 광고를 하니 마시는 커피까지 바꾸더라.  

 

스마트폰의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부작용만큼 강력한 디지털 문명의 혁신성 또한 분명 존재한다.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나이 든 사람일수록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현재의 디지털 문명에 맞춰 나아가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변화와 혁신에 두려워하지 말고 적응해가며 새로운 세계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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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2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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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기전 표지 단계에서부터 궁금한 책이었다. 사이코패스인 자신의 친오빠를 고발한 이야기라서였다. 친오빠가 살인자일 경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족은 숨겨주기 마련인데 어떤 인물이기에 가족이 고발한다는 것일까, 궁금했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게 르포르타주 형식의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이었다. 사실일 리가 없어. 소설같아.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누군가 물어봤을 때 소설이라고 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단숨에 읽혔고, 어떻게 이런 인물이 있을 수 있을까 많이 놀랐었다.

 

 

폭력은 대물림되는 것일까. 알코올 중독에,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그와 똑같은 자식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면 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는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1965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는 자신의 친오빠 빌럼 홀데이더르를 고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친구 코르와 함께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인 하이네켄의 대표를 납치한 사건의 주범이었다. 그때 받았던 몸값 중 많은 돈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그 돈으로 투자를 했고, 돈을 위해서라면 동료나 친구를 협박하고 제거하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그에게는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만나는 여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통제했고, 가족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집단이라 여겼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뿐더러 수시로 체크하며 자신의 손안에 두려고 했다.

 

 

형사 변호사인 아스트리드는 오빠를 위해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부 코르가 친오빠에 의해 죽자 언니와 형부를 위해서라도 그가 코르를 살해했다는 증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빠 몰래 법무부 직원을 만나야 했고, 오빠를 만날 때마다 녹음 장치를 속옷 속에 감춰두었다. 미행자와 도청 장치를 피하기 위해 그는 아스트리드의 귓가에 속삭였고, 증거가 될 만한 말을 아꼈다.

 

 

오빠를 고발하게 되면 아스트리드는 죽은 목숨이었다. 하지만 더이상의 살인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언니와 형부를 위해 자신이 나섰다. 오빠의 여자친구 산드라와 소냐 언니와 함께 증인이 되어 법정에 서기로 한 것이다. 진술서를 쓰고 오빠를 체포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들도 쉽지 않았던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건넬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의 가족이 살인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 다른 사람만을 살해했다면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감옥에 들어가서도 누군가를 이용해 자신들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발을 감행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가까이에 두고 있어 누군가 그의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무부를 찾아가 오빠를 고발하기로 한 아스트리드의 마음이 조금쯤은 이해되었다.

 

 

오빠가 죽지 않은 한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친오빠를 감옥에 보내야 하는 아스트리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 속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빠가 그때 딱 한 번만 오빠를 그냥 놔둬서 면접에 갔더라면 오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464페이지) 라는 문장이었다. 오빠를 경찰시험에 등록한 아빠가 나름의 특별한 방식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가리치려고 했고, 오빠의 한쪽 눈이 시커멓게 멍들어 있어 면접 가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때 오빠가 면접에서 당당히 합격해 경찰이 되었다면 범법자나 살인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되물림되는 폭력이 나은 폐해였다. 수많은 가정하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법정에서 오빠를 고발하는 증인석에 섰으면서도 여전히 오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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