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이야기 1~4 세트 - 전4권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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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김은성
샘플북을 보고 재미있어서 사 버렸다. 나보다도 우리 엄마가 한 권씩 앞서 봤는데 만화책은 안 보던 분이 열심히도 봤다. 우리 외할머니랑 놋새 복동녀 할머니가 참 비슷하다고 했다. 이북 사투리도 읽는 재미가 있고 할머니 알던 이야기 하는 게 소소한 것들도 그냥 너무 웃겼다. 사실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지는 않고 개인의 아픈 역사들도 넘쳐난다. 배우자에게 버림 받고 배우자가 외도하고 헤어지고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이를 잃고 아이가 아프고 자신이 아프고 도둑질을 당하고 남편이 노름과 술에 빠지고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안 벌어오고 가난에 시달리고 그렇다. 사는 게 다 그렇게 고통인가 모르겠다. 그러다가 순간순간 소소한 즐거움들이 위로가 되고 또 힘든 날은 길다. 결국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기 위해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작가. 방황이 길었대도 나이 먹어서래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하고 그리고 책을 내고 한 것이 다행이고 잘 됐다 싶었다. 할머니 이야기를 보고 나니 말투 글투가 자꾸 노인네 같아진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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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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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정용준

정용준을 읽어 보고 싶어 읽고 있다. 첫 인상은 하나 하나 힘들게 썼겠구나. 밤에 쓰는구나. 약간 어설프면서도 더듬대는 것 같으면서도 그런데 그게 어떤 정서가 있구나. 고민이 많았겠구나. 아주 조금 몇 프로 부족한 것 같은데. 그런데도 뭐 또 그냥 그런대로 읽는 맛은 있다. 나중에 나온 건 조금 더 매끈해졌으리라는 확신은 없다. 반복되는 기시감은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싫으면서도 좋으면서도 불편하면서도 편하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세상에 개 같은 아버지 결국 죽어갈 아버지는 왜 이리 많고 그 아래 망가진 자식은 또 왜 이리 많고 이미 다 써 버린 소설은 왜 또 많고 그런데 또 그렇게 잘 쓰면 어떡하냐. 몇 가지는 김기덕 영화 같은 걸 보는 것 같았고 그런데 이쪽이 훨씬 더 착한 사람이 쓴 것 같았다. 시 하나는 발췌 귀찮아 하는 내가 베끼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용준 팬 될 것 같다. 하하하.

미드윈터
어제 죽은 나는 어딘가에 도착해 눈을 떴다. 이곳이 천국인가 지옥인가. 삶에 대한 확신과 연구가 부족했던 나는 내 영혼이 어떻게 해석될지 알 수 없어 이곳을 판단할 수 없다. 나는 걷는다. 집 근처를 산책하는 사람처럼 걷는다. 낯선 역에 도착한 여행자처럼 걷는다. 오랜 투병으로 지친 병자처럼 걷는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도시에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이 떠오른다. 도시는 멸망의 기운을 내뿜으며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몰락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녹는 건물과 크고 작은 거리들. 나는 오늘 죽는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혹은 자신감 있게 도시를 걷는다. 도시는 비어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도망갔거나 모두 죽었으리라.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 경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에는 마녀가 앙상한 팔을 휘저으며 새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언덕에 십자가처럼 서서 도시를 바라보는 하얀 곰들. 어느새 나는 아주 작은 아이처럼 작게 녹아 울면서 걷고 있다. 빈 집의 깨끗한 창문 너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태양이 지지 않아 이토록 환한 낮에 내 얼굴을 양초처럼 모두 녹아 눈도 없고 코도 없고 입도 없는 둥근 바위가 된다. 눈 없는 얼굴로 올면 온몸은 눈물로 채워지네. 빗물이 고인 오래된 수조처럼 오늘 죽은 자들은 영원하고 아름다워. 한낮. 한밤. 그리고 춥고 어두운 한겨울에.

474번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미드윈터. 오늘 죽는 사람처럼
개들
이국의 소년
안부
내려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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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3-2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정용준의 <정릉 산책>을 읽고 좋았거든요. 그래서 단편집을 하나 손에 들었는데 그 책에 실린 첫 작품이 <떠떠떠, 떠>였어요. 그거 읽고 정말 폭풍오열을 하였드랬구요. 그래서 정용준에 대한 호감과 선망이 극에 치달아 있었는데 그게 다른 단편들과 장편들을 통해 차근차근 식어왔다는.....-_ㅠ

반유행열반인 2019-03-22 10:02   좋아요 0 | URL
선릉 산책인데 정릉 산책이라 하니까 뭔가 연작 같잖아요ㅋㅋㅋㅋㅋ제가 읽은 소설집이 비교적 근작이던데 그 전 것들은 식게 하는군요...제대로 빠지면 역순으로 읽으며 ‘그렇지 그렇지 점점 나아졌구만!’하고(작년에 장강명 전작 보며 그랬고) 반대의 경우엔 근작을 읽을 수록 ‘갔네 갔어 한물 갔어...’(이 경우는 작년에 읽은 김영하ㅋㅋ)할 듯 합니다ㅋㅋ 정용준은 아직 모르겠어요.

syo 2019-03-22 10:10   좋아요 1 | URL
선릉이었어??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 거 알려드릴까요?? 심지어<정릉 산책> 저거 검색해본 제목이에요..... 예전에 다른 친구한테 ˝그거 봤어?? <선릉 소풍>? 되게 좋아.....˝ 이랬다가 비웃음을 샀던 적이 있었거든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저 댓글 달기 전에 검색을 해봤어요. ‘소풍‘인지 ‘산책‘인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ㅋㅋㅋㅋ 아니 근데 세상에..... 정릉이 구멍이었어??😣

반유행열반인 2019-03-22 10:25   좋아요 0 | URL
제가 예전에 엄마가 시터하며 돌보던 아기와 선릉 산책을 한 적이 있어서 기억했을 뿐이에요ㅋㅋ검색 결과를 작성한 사람은 정릉을 산책했던 분이 아닐지...syo님은 소풍을 가고 싶었던 게 아닐지...제목 지은 용준이가 잘못했네...
 
[eBook] 열일곱 : 열일곱 명의 작가 열일곱 개의 이야기
알라딘 도서팀 엮음 / 알라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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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정세랑_현정
배명훈_폭군으로서
윤이형_역사
김 솔_열일곱 번째 프러포즈
최정화_17번 테이블
정용준_두 남자
김금희_17/24
김성중_17호실의 오그반제
한은형_도미노
손보미_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박애진_너와 나의 시간
정지돈_바다의 왕은 장 팽르베
오한기_불안에 대해
이상우_제17화: 일기예보
박하익_왕따를 위한 또래 상담
곽재식_단수신(檀樹神)
박솔뫼_자전거를 잘 탄다

모아 놓은 이북이 많은데 굳이 무료로 받은 엽편소설집을 꺼냈다. 알라딘이 17주년 기념으로 17명 작가에게 17에 대해 써 달라고 해서 모은 책이었다. 이미 읽어본 작가가 8명이나 되는데 왠지 한국소설 분야의 덕력 게이지가 상승한 기분이 들었다. 나머지 9명 작가들도 괜찮을까, 새로운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었다. 
짧은 분량인데도 작가 나름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이 꽤 있었다. 좋았던 것도 있고 이게 뭐야 하는 것도 있었다. 짧게 쓴 글에도 장단점이 드러나고 작가의 목소리가 묻어나서 신기했다. 샘플러(맛뵈기, 카탈로그)의 의미라면 나름 성공적인 기획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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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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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6 이승우
2017년에 나온 이승우의 소설집.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다 읽고 편집자에 김봉곤이 있어서 오우, 했다.
많은 것을 의심하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지 않다고 하고, 말의 뜻이나 기억이나 감정이나 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주변을 쪼고 쪼으고 그러다가 결국 확신할 수 없지만 그나마 짚을 수 있는 곳까지 짚고, 그런 문체는 사실 술술 읽히지 않지만 작가의 특성을 만들고도 있었다. 제일 좋았던 소설은 윔블던, 김태호였다. 그냥 읽고 나니 마음에 들었다. 오랫동안 써 왔고 지금까지 쓰고 있는 사람의 여전한 모습은 꽤나 존경스럽다. 

모르는 사람 …… 『문학과사회』 2015년 가을호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아들. 
    복숭아 향기 …… 『문학동네』 2014년 봄호
  역시 부재중이고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와 그녀가 머물던 m시에 대해 외삼촌을 통해 들으며 알게된, 왜 좋아하는 과일을 물으면 아무 생각 없이 복숭아라고 답하는지에 대한 실마리. 
    윔블던, 김태호 …… 『릿터Littor』 2017년 2/3월호
 자서전을 대필하는 화자가 듣게 된 김태호를 찾는 회장의 과거 고백.  
    강의 …… 『세계의문학』 2014년 겨울호
 금융 자본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살인자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에 분개하며 대항하려다 똑같이 굴복하는 아들. 
    찰스 …… 『한국문학』 2017년 상반기호
 대학교수 철수와 인도네시아인 찰스aka철수. 
    넘어가지 않습니다 …… 『현대문학』 2016년 1월호
 바로 앞 이야기와 약간 짝을 이루는, 와이파이를 얻어 쓰다 오해 받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과 문 열기. 
    신의 말을 듣다 ……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
 자신의 과거의 과오에 대한 부끄러움, 거기서 뜬금 없이 신의 소리 퍼 먹이는 건 그러려니 읽을 수도 있지만 잘 안 맞는 부분이었다. 
    안정한 하루 …… 『현대문학』 2017년 3월호
 누이의 죽음과 황병수에 대한 분노와 장철수와 장필수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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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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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위화
개정판 전 제목 살아간다는 것
위화의 강연집을 보고 전자 도서관에 한 달 가까이 예약 대기 하다 빌려 보게 되었다. 
화자는 시골로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우연히 소와 함께 밭을 가는 노인을 만나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소는 한 마리인데 대체 이름이 몇 개인가. 노인에게 묻자 노인은 이 소의 이름은 푸구이 하나라고 한다. 노인의 이름과 같다. 
부잣집 자손이던 푸구이는 젊어서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이 들고, 아내 자전은 고생을 하고, 아픈 어머니를 살펴 볼 의원을 모시러 가다 싸움을 하느라 지체하다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갖 죽음을 목도하고,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죽고 딸 펑샤는 농아가 되었다. 그래도 착한 아내 자전과 펑샤와 유칭과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지만 인민 공사의 실패한 공산 체제, 문화 대혁명 등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아들은 헌혈을 하다 어이없이 죽고, 다행히 좋은 사위 얼시를 만나 시집갔던 펑샤는 아이를 낳다 죽고, 자전도 아이 둘을 잃고 너무 많은 고생으로 병들어 죽고, 사위 얼시는 사고로 죽고, 펑샤가 남긴 손자 쿠건은 콩을 많이 먹고 죽는다. 그 모든 가족을 손수 묻고 홀로 남은 푸구이 노인은 쿠건과 함께 돈을 모아 사기로 했던 (자기 처럼 늙은)소를 사서 화자가 보는 것처럼 밭을 갈고 있었다. 
읽으면서 노인이 가상의 소처럼 불러대던 이름이 너무 많아서 아니 또 누가 죽으려나, 이건 또 누군가 하면서 자꾸 마음이 아프고 슬픔이 차올랐다. 그나마 자전이 죽을 듯하다 회복한 것, 유칭이 달리기에서 일등한 것, 펑샤가 얼시에게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 부분, 쿠건이 재롱둥이마냥 노인 곁을 지키던 시절이 보기 흐뭇하고 좋은 부분이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순간이라는 것을 아니 더 안타깝고 언제 다 사라지는 건가 조바심이 났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지도 모른다. 좋았었던 짧은 몇몇 장면들 덕에 곁에 있었던 사람들 덕에 고난과 슬픔을 참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도 다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먼저 그들을 떠나게 될지도. 그러니 일희일비 하지 마라, 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그저 그런 슬픔과 고통과 후회를 견디는 것이 삶일지도. 너무 결정론적이고 운명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사람을 그렸다고 비판 받았을 법도 하지만, 모두가 삶에 맞서고 투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야기도 그렇다. 저항하고 싸우고 그러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겠지만, 견디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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