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웃으로부터 받은 책은 인증샷 대신에 서평을 남깁니다. 그런데 제가 받은 책은 주제가 어려운지라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래서 인증샷으로 마태우스님의 은혜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07-25 19:01   댓글달기 | URL
증명 샷은 기록과 가치를 위해서라도 남겨야 하죠.ㅎㅎㅎ멋집니다.

cyrus 2016-07-26 15:52   URL
인증샷을 남기지 않아서 선물을 줬던 분이 누군지 잊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인증샷을 찍어서 공개해야겠습니다. ^^

blanca 2016-07-25 23:06   댓글달기 | URL
리뷰가 궁금해지네요. ^^

cyrus 2016-07-26 15:53   URL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어제 대구 낮 기온은 36도였다. 책판 장터 벼룩시장이 열리는 2.28 공원에 갈까 말까 고민했다. 좋은 책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촉이 왔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된 지 20분 지난 뒤에 공원에 도착했다. ‘나만의 책 만들기’, ‘수채화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고 책 벼룩시장 진행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어른 서너 명이 책을 팔고 있었다. 파는 책도 많지 않았다. 하나의 탁자에 책 다섯 권을 진열해서 파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이번 벼룩시장에 책을 파는 사람들의 신청접수가 적었던 것 같다. 작년 행사와 비교하면 이번 행사는 민망할 수준이었다. 공원에 가서 받은 것은 부채뿐이었다. 부채에 있는 문구가 내 심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덥다. 집에서 책이나 읽어야겠다.”

 

대부분 헌책방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가 아쉬워서 알라딘 서점에 갔다. 이번 달부터 ‘알라딘 대구점’이 ‘알라딘 대구 동성로점’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그곳에 파는 책에 붙어있는 바코드 스티커에 보면 매장 이름이 ‘동성로점’이라고 되어 있다. 주말에는 알라딘 서점에 손님이 많아서 북적거린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책을 잘 안 사는 편이다. 안 그래도 방학 기간이라서 초등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가끔 아이들이 복도 기둥 쪽에 걸터앉아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기둥 바로 옆에 책장이 있는데 그쪽에 있는 책을 고르고 싶어도 아이들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 아무 데서나 바닥에 앉아 있는 손님이 많으면 그걸 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생긴다. 심지어 책장과 책장 사이에 앉아있는 아이들도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 떡하니 앉아있으면 지나갈 수가 없고, 책을 살펴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눈에는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편안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고르고 있던 중,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찔렸다.

 

“무슨 책을 살 건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바로 내 옆에 선글라스를 쓴 어머니와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이 있었다. 내가 들은 목소리는 어머니가 딸에게 화를 내면서 뱉은 말이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은 스마트폰 화면에 향한 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녀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어머니는 딸이 책을 고르지 못한 것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화난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 조금 전에 들은 목소리는 화난 상태였다. 어머니는 “무슨 책을 살 건데?”라고 말한 뒤에 이어서 “너 집에 가서 보자!”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 귀에 다 들릴 정도로 컸다. 

 

어머니가 화를 낸 이유를 추측해봤다. 일단 딸은 어머니와 함께 서점에 왔는데,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못 찾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점 내부를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녔는데, 그걸 지켜보는 어머니는 딸의 모습이 답답해보였다.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 오래 서서 돌아다니면 짜증이 나게 된다. 특히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계속 머뭇거리는 사람 졸졸 따라다니면 답답해서 화가 난다.

 

내가 왜 이렇게 상상했느냐면, 아주머니가 딸에게 했던 말이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서점에 갔을 때 들었던 말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같이 동네서점에 갔을 때, 내가 사고 싶은 책을 못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짜증을 냈다. 우리 어머니가 성격이 급하다. 나랑 정반대의 성격이다. 내가 이리저리 책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보는 모습이 느긋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얼른 책을 고르라는 식으로 재촉하곤 했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 책이나 집어오면 “왜 이런 책을 고르냐? 너 이 책 다 읽을 수 있어?”라고 말했다. 그때 어머니의 상기된 표정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그 이후로 어머니와 함께 서점에 가지 않는다. 내 몸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혼자서 책을 살펴보는 습관의 중요성을 배웠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책 살 때 절대로 동행하지 않는다. 책을 고르는 방식이 나와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서점에 오자마자 바로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는다. 그러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돌아볼 수 없다. 나는 서점이나 헌책방에 가면 목차만 확인하기 위해서 적어도 열 권 이상의 책을 본다. 읽는 것이 아니라 훑어본다. 서 있거나 혹은 앉아서 책을 읽는 경우가 없다. 정말 발품을 들면서 책을 찾는다. 그렇게 하면 최소  두 시간 걸린다. 오래 있으면 세 시간이다. 책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독서하느라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자세는 건강에 좋지 않다. 오래 서서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간편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날씨에 상관업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책을 찾는 일은 정말 즐겁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6-07-25 18:50   댓글달기 | URL
집도 덥던데...
그런 중고샵이나 동네 도서관이 낫지 않을까 싶어.
36도면 진짜 더웠겠다. 그런데 36도나 33도나
덥기는 마찬가지 같아.
밤에라도 잘 잤으면 좋겠는데 열대야는 정말...ㅠㅠ

cyrus 2016-07-26 15:58   URL
도서관이 짱입니다. 에어컨 대신에 대형 선풍기 세 대 돌리는데, 정말 시원합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요. 전기세 때문에 집에 있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안 켜요. 그래서 밤에 바닥에 이불 안 깔고 자요. 아직까지 열대야 때문에 괴로운 적 없습니다. ^^

yureka01 2016-07-25 19:09   댓글달기 | URL
책 고를 때..사진 찍으로 갈때..쇼핑할때...가급적 동행없이 가고 싶더군요....뭐 대구 날씨야 좀 덥네 라며 ....덤덤하더군요.ㅎㅎㅎ

cyrus 2016-07-26 16:01   URL
다른 지역에 최고 기온이 나오면 아쉬워요. ^^

지금행복하자 2016-07-26 09:41   댓글달기 | URL
혼자해야 더 즐거운 일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도 혼자봐야 재미있어요 ㅎㅎ 취향들이 다들 워낙 달라서요~

cyrus 2016-07-26 16:04   URL
영화나 드라마를 친한 사람과 함께 보는 건 좋은데, 최악의 상황은 같이 보는 사람이 말 많으면 정말 짜증나요. 가끔 옆에서 스포를 한다던가, 줄거리를 자꾸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시청하면서 감탄사를 혼잣말처럼 하는 사람도 있어요. ^^;;

레삭매냐 2016-07-26 09:47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항상 없기 때문에 중고서점에 가는 건
좋아하지만 예전처럼 오래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램프의 요정 중고서점을 자주 찾습니다.
아무래도 스택이 잘 되어 있다 보니 빠른 시간내
에 책을 찾을 수가 있거든요. 기존의 헌책방들은
스택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단점이자 장점이 있
지요. 후자는 약간 보물찾기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지난 주에는 우연히 들렀다가 목표를 정
하지 않고, 수키 김의 절판된 책인 <통역사>를
찾았내요. 정말 새 책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았답니다.

cyrus 2016-07-26 16:16   URL
맞아요. 헌책방을 가면 보물 찾는 기분이 들어요. 중고서점은 진열된 책이 뭐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정말 원하는 책을 정하지 않고,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에 가면 신기하게도 뜻밖의 책을 만납니다. ^^

마녀고양이 2016-07-26 13:17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혼자가 속 편하고, 완전하게 즐길 수 있죠.
책 고르기, 책 읽기, 전시회, 영화관, 심지어 음식을 먹는 것까지도. ^^

그리고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면
온전히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나저나 ˝무슨 책을 살 건데˝ 소리 지른 어머니와 그 말을 듣고 있는 딸... 답답하네요.

cyrus 2016-07-26 16:16   URL
마고님은 코알라 양이랑 서점에 같이 가나요? 마고님은 코알라 양 책 다 고를 때까지 책을 읽고 계실 것 같아요. ㅎㅎㅎ

가끔 서점에 가면 자녀가 고른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는 부모를 보면 괜히 지켜보는 제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부모의 성난 모습을 본 아이는 부모와 함께 서점가는 일이 두렵게 느껴질 거고, 책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급한 상황 아니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대충 듣는 태도는 별로예요.
 

 

 

 

 

 

 

 

 

 

 

 

 

 

 

 

 

 

 

우리 사회에 학문 간의 융합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이제 경제(경영)와 예술이 서로 손을 맞잡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식과 감성의 융합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 경제 그리고 예술을 연결짓는 건 상당히 어렵다. 몇 년 전부터 통섭이 파도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화두만 던져진 채로 풀리지 경우가 많다. 융합은 인위적인 작업으로 이루려고 해선 안 된다. 그건 접속과 생성이 아니라 어설픈 용접 수준에 불과하다. 어설픈 융합은 그 속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훤히 보인다. 잘된 융합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약칭 예술과 경제’)은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잘못된 융합의 결과물이다. 미술관에서 그림 좀 본다고 전방위 융합이 되는 게 아니다.

 

예술과 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야 할 내용이 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를 소개한 저자의 설명에 동의할 수 없다.

 

 

 

   

   

터너가 활동하던 시기는 명확한 색과 뚜렷한 형태를 가진 그림이 최고로 간주되던 빅토리아 시대였기 때문에 그의 그림을 각광받을 수 없었다. 당시 안개 같은 연기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증기기관이 뿜어내는 연기였고, 그 연기는 산업동력의 원천이지 창조적 예술의 원천이 아니었다. 흔히 하는 말로 터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은 항상 실패를 먼저 맛본다. 물론 지금은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이자 국민화가로 칭송받는 터너지만 당시엔 환영받지 못하는 비주류 작가에 불과했다. (예술과 경제18)

 

윌리엄 터너는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풍경, 즉 환상적인 일몰이나 신비한 빛, 자연의 폭발적인 역동성 등의 소재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 자유로운 색상과 느낌을 표현하였다. 실제로 터너는 직접 자신을 배에 묶고 바다로 나가 거기서 절절하게 느끼는 감동적인 바다를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터너의 대표작 , 증기, 속도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본 뿌연 광경을 담은 그림이다. 당시 사람들이 느끼던 기차의 속도감을 적절하게 묘사했다. 터너가 시대를 앞서가던 화가인 것은 분명하다. 터너는 말년에 갈수록 새로운 화법을 시도하여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평생 실패만 겪은 비주류 화가가 아니다

 

 

 

 

 

 

 

 

 

 

 

 

 

 

 

 

터너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로열 아카데미(영국 왕립미술원)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터너는 승승장구했다. 고전적인 풍경화를 그려 인기를 얻었고, 로열 아카데미 정회원이 되었다. 29세에 작업실 겸 화랑을 개설하여 그림 주문을 받았다. 로열 아카데미는 보수적인 미적 담론을 고수했던 미술학교다. 터너는 전통적인 미술 수업을 받았고, 로열 아카데미 강단에 서서 고전적인 원근법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터너가 여러 차례 유럽을 여행한 이후로 표현 양식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그림 속 대상이 희미해지고, 구도가 단순해졌다. 현대 추상 회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생동감 있고 대담한 붓 터치를 시도했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터너의 독창적인 그림을 비난했지만, 이 이유만 가지고 터너가 시대를 잘못 만난 비주류 화가로 보기 어렵다. 터너처럼 처음부터 주류의 인정을 받다가 점점 전통적인 회화양식에 거부하는 화가들도 있다.

 

 

 

 

 

 

 

 

 

 

 

 

 

 

 

 

 

 

터너에 대한 설명보다 더 어이가 없는 내용이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미래파처럼 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경제를 아직 안 읽어본 독자는 미래파가 미래지향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처럼 느껴질 것이다. 현재보다 앞서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분명 멋진 일이다. 미래파로 분류된 화가들도 미래지향적 회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그들의 실체를 자세히 알게 되면 미래파의 등장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미래파의 실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전통을 극도로 싫어하는 과격주의자’, ‘과학과 기계에 열광하는 자’, ‘반페미니스트’, ‘전쟁에 좋아하는 파시스트에 가깝다. 미래파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 처음 등장했다. 시인 필리포 마리네티는 1909년 파리에서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했다.

 

 

 

         

 

*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 즉 속도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더욱 훌륭하게 만들었다고 확언한다. 포탄을 타고 가는 것처럼 소리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아름답다.

 

* 우리는 운전하는 사람을 찬미하고 싶다.

 

* 우리는 전쟁(세상의 유일한 위생학), 군국주의, 애국심과 자유를 가져오는 이들의 파괴적 몸짓,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아이디어, 그리고 여성에 대한 조롱을 찬미한다.

 

*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하고 도덕주의, 페미니즘, 모든 기회주의적이거나 실용주의적 비겁함에 맞서 싸울 것이다.

 

(리처드 험프리스 미래주의11, 미래주의 선언문 내용 일부)

    

 

 

           

 

   

  

 

    

  

 

미래주의 선언은 총 열한 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다. 마리네티는 이 선언문을 통해 속도의 아름다움이 세계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며 미래파 운동을 태동시켰다. 미래주의자들의 눈엔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가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기계의 속도감에 도취한 나머지 니체와 베르그송의 사상을 왜곡한 신념을 고수했다. 미래주의자들은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산업화가 뒤처진 이탈리아의 참담한 현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우렁찬 기계 소리가 들리는 장밋빛 미래를 염원했다. 급진적 변화를 서두르는 미래주의자들의 초조함은 파시즘과 전쟁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마리네티는 예술과 정치를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무솔리니와 가까이 지냈다. 미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 관중이 많은 극장에 몰래 들어와서 전쟁을 지지하는 선동적인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1차 세계대전은 미래파의 결속력을 와해시켰다. 전쟁에 참전한 미래주의자들은 전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미래파의 종말을 앞당겼다.

 

 

 

 

 

 

 

 

 

 

 

 

 

 

 

 

 

 

미래파는 다다이즘과 러시아 현대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전쟁과 파시즘을 숭상하는 미래파의 야망은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비판점을 보지 못한 채 미래파의 미래를 단순히 진보에 대한 열망으로 이해한다면, 미래파의 반쪽 얼굴만 본 것과 같다. 예술과 경제저자는 독자에게 미래파의 좋은 얼굴만 보여줬다. 그리고 미래파가 추구하는 변화를 점진적 변화로 보고, 경제에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속도를 강조했다. 미래파는 급진적 변화를 추구했고,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속도는 국가의 몰락을 앞당겨 멈추기 힘든 폭력으로 변질하였다. 폴 비릴리오는 속도와 정치에서 혁명은 일종의 과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던 속도가 전쟁 무기, 즉 핵무기라는 위험천만한 무기의 발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속도를 선점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경쟁이 과열되고, 도덕의 가치가 위협받는다. 미래파는 완전히 사라졌어도 속도에 열광하는 본능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도 속도 본능이 남아 있다. 무조건 일등을 하고, 이기고 봐야하는 것이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산업이 발전했던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http://www.wikiart.org/)에서 가져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 2016-07-22 18:58   댓글달기 | URL
터너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화가인데요. 예전에 알라딘에서 나온 엽서북도 샀던.. 이 글을 보고 나니 오히려 마로니에북스의 책을 읽고싶네요^^
책제목이 뭔가 그럴듯했는데 전혀 아닌가보네요.. 미래파의 미래주의 선언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미래파 운동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라.. 많이 배웠습니다ㅎㅎ

cyrus 2016-07-23 11:56   URL
마로니에북스 타센 시리즈의 글자 폰트가 작아서 불편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좋은 책입니다.

이택광씨의 《미래주의 선언》에 선언문 전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역이라는 내용의 100자평이 있습니다. 《예술과 경제》의 저자 덕분에 저도 미래파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김형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비종 2016-07-23 10:30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텐데요, 저 역시 속도가 아름답다는 미래파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면서 속도를 향한 질주는 집착에 가까운 전쟁과도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자동차를 놓고 걸을 때 생각합니다. 걷는 것이 과연 차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초라하거나 미개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걸까 하고.

cyrus 2016-07-23 12:01   URL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면, 느림을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인터넷 속도가 향상된 스마트폰이 나오면, 기존에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점진적 변화는 좋게 보는데, 급진적 변화는 달가워지 않습니다. 제가 보수 쪽에 가까워요. ^^;;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김형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쓰려면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 책 뒤표지의 추천사에 있는 말입니다. 책 내용이 좋은지 나쁜지 평가할 때도 남이(책을 쓴 저자도 포함)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합니다. 미래파의 긍정적인 면만 설명한 내용이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 책으로 예술을 겉핥기로 이해하고, 억지로 경제와 연결하면 황금알 같은 통찰력은커녕 개똥같은 분석이 나옵니다.

 

http://blog.aladin.co.kr/haesung/8641564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ummii 2016-07-22 18:38   댓글달기 | URL
ㅍㅎㅎ저도 이 책을 보려다 어설픈 융합에 또 낚일거같아 평점을 기다려써요 역시 안사길 잘한듯요

cyrus 2016-07-22 18:39   URL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할 책입니다. ^^

alummii 2016-07-22 18:42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런거죠잉~ㅋㅋ빛의속도로 속독하고 빌려오지 않을수도 있는 책...

cyrus 2016-07-23 12:01   URL
네. 한 번만 봐도 되는 책입니다. ^^

yureka01 2016-07-22 21:46   댓글달기 | URL
예술이 경제와 융합되면 ....왠지 예능이 되어 버릴듯한 기분 ㅎㅎㅎㅎ
아트와 엔터테인먼트가 같을 수야 없는 기분이랄까요....

cyrus 2016-07-23 12:04   URL
그래도 예능은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볼만한데, 어설픈 융합은 웃음기가 없고, 재미도 없어요. ^^

나비종 2016-07-23 10:34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아놓고 있었는데, 장바구니로 이동시킬까 말까 멈칫하게 되네요.
돈이 아까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개똥이 궁금하기도 하고ㅎㅎ

cyrus 2016-07-25 14:10   URL
책의 핵심 내용이 일반 독자가 아닌 기업인들에 초점에 맞춘 거라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비종 2016-07-25 14:18   URL
기업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거라면 흥미가 싸악 가시는데요ㅎㅎ 구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현대조선잔혹사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다. ‘안전제일표지판은 안전을 주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통기호다. 그렇지만 사람의 안전이 제일중요하다고 내세운 안전제일주의는 생산제일주의 앞에서는 무용하다. 조선소들이 생산제일주의에 집착, 안전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요해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드리워진 산업재해, 그 죽음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어지지 않았다. 프레시안의 허환주 기자는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선소에 일하면서 죽음의 그림자를 바짝 쫓아다녔다. 그 그림자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조용히 죽음 속으로 사라졌는지 낱낱이 파헤쳤다. 현대조선잔혹사세계 1위 조선소라는 허명에 숨겨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담아낸 르포다.

 

조선소 산재 사고 희생자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다. 하청노동자는 원청업체와 하청계약을 맺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를 일컫는다. 기업이나 회사는 그때그때 고용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선호한다. 이러한 사업주의 욕심이 하청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는 남의 얘기다.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가 회피하는 위험한 작업을 맡고 있다. 급증하는 일감을 처리하기 위한 무리한 조업일정 강행으로 인명 사고가 일어난다. 하청노동자들을 옥죄는 것은 산업재해에 대한 공포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원청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산재 건수를 많아지면 행정적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원청은 산재가 발생하면 그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끊어버린다. 하청업체는 하청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더라도 쉬쉬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의해 철저하게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안전보다는 당장의 경비 절감을 위해 동원되는 각종 편법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부실한 안전설비,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일수록 전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투입하는 하청업체의 구조적 문제점은 죽음의 그림자를 숙성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워 산재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자신들의 처지를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안전 불감증에 의한 단순한 사망사고로 보는 조선소의 입장이었다.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원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고작 정신 바짝 차리면서 일하라고 말할 뿐이다. 사업주는 무재해 명예를 위하여 노동자들의 부상과 사망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사업주 지정 병원은 그들의 조치에 순순히 동조한다.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주와 병원의 은밀한 결탁이 노동자들을 두 번 울린다.

 

지금도 일용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으로 작업하면서도 산업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들은 사고원인과 책임문제를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현장에는 근로기준법은 남의 나라 법이다. 자산과 소득뿐 아니라 위험까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위험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매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결코 흘려들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개미처럼 일하다가 허무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비보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분석한 기사도 또는 그 사고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조선소 산업재해 문제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이 극한직업이라서 너무나 많이 다치고, 죽는 현상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조선소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사고에 굳게 입을 다무는 현대중공업과 정규직 노조의 반응보다 더 심각하다.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빨리 잊히기를 원하는 현대중공업을 옹호하는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안전제일표지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조선소에 있는 안전제일 표지판은 안전을 제 일처럼 여기는 냉정한 작업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 회사는 ‘자사의 안전을 제일중요하게 생각한다.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가 많은 사회에 노동자들의 진지한 분노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k0501 2016-07-21 19:30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을 지지합니다.
분노의 목소리만 커질 게 아니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지요.

cyrus 2016-07-22 07:29   URL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이 메인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 좋겠는데,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가 많지 않아서 관심 받을 기회가 적습니다.

yureka01 2016-07-21 22:36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은 사업주,,대표에게 사고나면 구속시키면 됩니다.
아무리 돈 아끼려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대표가 구속되면 감방 안갈려고 알아서 먼저 안전에 투자하라고 지시내릴 겁니다.
벌금 따위로는 택도 없거든요.

직원이 아무리 안전애 투자 하자고 건의해도 경영자나 대표자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돈 나간다는 비용으로 생각하니..안되죠..아주 중벌로 .....


말로는 안전에 주의 하라고 떠벌려도 안전시설 등안시하고 이게 생명보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었으니 사고 자꾸나죠.

cyrus 2016-07-22 07:34   URL
일본 같은 경우, 작업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업주는 엄벌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가 생기면 일단 사고정황을 살펴보겠다면서 사업주 처벌을 미룹니다. 이렇다 보니 보상 문제도 차질이 생깁니다. 누가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 사고 원인을 다치거나 죽은 노동자에게 떠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