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의 정치학 - 아주 평범한 몸의 일을 금기로 만든 인류의 역사
박이은실 지음 / 동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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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 Bleed’ 이벤트에 동참한 아디티 굽타 (사진출처: 허핑턴포스트)

 

 

 

작년 11월에 인도 페이스북에 공유된 문구가 화제가 되었다. Happy to Bleed.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피 흘려서 행복해요. 인도 여성들은 ‘Happy to Bleed’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들은 왜 피 흘리는 일을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 그녀들은 힌두교 신자들이다. 힌두교의 원칙에 맞서기 위해 항의 시위를 한 것이다. 힌두교에서는 월경하는 여성을 불결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월경 중인 여성은 신성한 종교 행사에 참석할 수 없고, 사원에 들어올 수 없다. 인도 서남부에 있는 사바리말라 사원은 월경 여성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까지 서원 출입을 거부했다. 사바리말라 사원의 지도자는 여성이 사원에 출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발언을 하여 힌두교 여성 신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월경을 불경하게 보는 인식에 저항하기 위해 인도 여성들은 ‘Happy to Bleed’ 플래카드를 들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들으면 인도 여성들의 분노가 이해된다. 인도 여성들은 월경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경솔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인식이 내재한 발언이다. 가부장적인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Happy to Bleed’ 열풍을 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시선은 달랐다.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원래는 월경하는 여성 신자들은 휴식을 취하려고 자발적으로 종교의식 참석을 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전통이 왜곡되어 차별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원 출입을 하지 못한 월경 중인 여성은 차별적인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받는 셈이다. 페미니스트들은 텔레그래프의 입장에 반박할 것이다. 텔레그래프가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남성 중심의 종교 이데올로기를 미화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누가 잘못한 것일까? 차별이 아닌 구별이라고 일축하는 종교 지도자일까, 아니면 전통을 잘못 이해한 여성 신자일까? 이와 같은 월경을 이해하는 남녀 인식의 차이를 논할 때 누가 잘못했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여기에 얽매이는 토론 진행자들은 한순간에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여성 신자를 옹호하는 페미니스트나 종교적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여성이라고 비난하는 남성이나 둘 다 맞는 소리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내 입장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당신은 이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려고 어정쩡한 견해를 밝힌 건 아니냐고. 내가 둘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분명히 손을 들지 못하는 이유라고 썼다. ‘손을 들지 않는 이유라고 썼으면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 있다. 월경을 문화적, 종교적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당신들도 나처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월경, 쉽게 바라보고 지나칠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다.

 

박이은실의 월경의 정치학을 읽어보면, 그동안 우리가 월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미니스트도 마찬가지다. 인류학이나 비교문화 같은 분야를 공부한 적 없는 페미니스트들은 월경하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머지 월경 문제에 밀접하게 연결된 전체적인 상황을 놓치는 오류를 범한다. 오류를 저지르는 페미니스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인류(남성)가 만들어 낸 종교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그리고 중요한 종교적 행사에 월경하는 여성의 출입을 막는다. 그들이 만들어 낸 월경 터부(‘월경하는 여성들은 특정한 일을 해선 안 된다’)로 여성의 활동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남녀평등 인식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과거에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대적 변화에 맞춰 여성 평등 인식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여성을 억압하는 월경 터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월경 기간의 무슬림 여성(여성 이슬람 신자를 무슬리마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총칭인 무슬림으로 썼다)들은 종교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휴식이라고 여긴다. 오히려 무슬림 여성들은 월경 터부를 긍정적으로 이해한다. 과연 이런 반응을 여성을 차별하는 문제로 볼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일부 학자들은 월경 터부가 단순히 여성들을 억압하기 위해서만 형성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월경 터부가 여성을 해방해주는 긍정적인 작용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주장이 여성을 억압하는 월경 터부를 미화하려는 의도로 나온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월경 터부의 부정적 측면을 반박하고 있어도 애초에 그런 현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월경 터부에 대한 인식이 사회 또는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주장일 뿐이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Happy to Bleed’ 열풍을 바라봤다.

 

사바리말라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문제가 많다. 그 발언 속에 월경을 혐오하는 공포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온 잘못된 선입견이다. 그는 여자를 남자에게 규제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 월경을 확인하는 기계라는 괴상한 발상이 튀어나왔다. 힌두교만 그런가.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마리아의 월경에 통해서 태어났다는 주장을 이단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사회에도 여성의 월경을 꼭꼭 숨겨야 할 나쁜 현상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 ‘월경자를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한다. 월경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 및 감정 변화를 의학으로 고쳐야 할 병리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이럴수록 여성 월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차 좁혀지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작년 영국에서는 월경 없는 삶을 선택한 여성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녀들은 직업에 대한 열정을 쏟아 붓기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면서 월경을 인위적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약물에 의존하는 월경 중단이 지속하면 건강상 문제가 따른다. 영구 불임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활동을 제약하는 월경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어 월경 없는 삶을 선택한 그녀들의 행보가 심히 걱정된다. 사회가 만들어 낸 월경에 대한 잘못된 불편이 오히려 여성들의 삶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월경의 정치학월경 있는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다만, 이 책의 한계는 여성들의 증언이 다종교 사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단점을 보충하는 책이 있다. 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월경에 대처하는 서양 여성들의 솔직한 심정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월경 현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와 닿지 못한 남성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러면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월경 있는 삶이 어떤 건지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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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6-02-05 06:43   댓글달기 | URL
생리휴가,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cyrus 2016-02-05 10:45   URL
생리휴가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일부 남성들은 직업을 가진 여성이 생리휴가를 받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생리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남성들은 여성이 생리 때문에 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월경 있는 삶’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stella.K 2016-02-05 12:19   댓글달기 | URL
저 빨간책은 내가 너한테 선물한 거지?ㅋ
근데 저거 절판됐더라구.
나는 월경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문제지만 폐경에 대해서도
사회적 인식이 안 좋은 것 같더라구.
물론 폐경을 힘겹게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폐경이 돼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거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안 다루고 힘든 점만 다룬다는 게 좀 기분이 안 좋더라구.
그래서 얼마 전 글 하나를 썼는데 네 글 본 김에 올려 볼까...?ㅋ

cyrus 2016-02-05 15:07   URL
맞아요. 이 책이 절판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읽은 <월경의 정치학>에 폐경을 고쳐야 할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폐경뿐만 아니라 월경전증후군도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용어입니다. 누님의 생각이 담긴 글이 궁금합니다. 올려주십시오. ^^

서니데이 2016-02-05 19:14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게으른독서가 2016-02-06 12:27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사실 영어권에서도 PMS 관련 농담이 많은데...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니라 그냥 여성을 비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슬람국가들 중에서는 종교를 내세워 여성 할례(FGM)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로 인해 월경때마다 고통받는 여성들의 고통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는게 현실이예요.

cyrus 2016-02-06 15:01   URL
급진적인 성격이 강한 이슬람 내 여성 신자들도 월경하는 여성의 종교의식 출입 거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종교 신자의 구성에 남성이 많은 편이라서 논의 진행이 어렵습니다. 《월경의 정치학》에 각 문화마다 월경을 바라보는 인식과 사레들이 많이 나옵니다. ^^

서니데이 2016-02-06 19:05   댓글달기 | URL
cyrus님, 연휴 첫날 잘 보내셨나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7 18:12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cyrus 2016-02-07 22:07   URL
네. 고맙습니다. ^^
 
<오르부아르>를 다 읽었는데요...

 

 

 

며칠 전에 붉은돼지님의 글(제목: <오르부아르>를 다 읽었는데요...)을 읽고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의 성격을 다시 봤다. 사실 나는 르메트르 작가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이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잘 모른다. 그냥 작가의 이름만 스쳐봤을 뿐이다. 르메트르는 자신의 소설 《오르부아르》의 ‘감사의 말’에 여러 작가와 유명인 들을 오마주한 사실을 밝혔다. 르메트르는 소설을 출간하면 집필에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심정으로 이름을 열거한다. 즉 자신은 이 사람들의 작품 일부를 빌렸다고 떳떳하게 밝힌다. 표절해놓고 절대로 아니라고 발뺌하는 어떤 작가보다 훨씬 낫다.  (신경숙 의문의 1패)

 

 

 

《오르부아르》의 ‘감사의 말’에 있는 인물 명단은 붉은돼지님의 글에서 가져왔다.

 

 

1. 호메로스

2. 라 로슈푸코

3.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아베 프레보)

4. 드니 디드로

5. 빅토르 위고

6. 오노레 드 발자크

7. 쥘 미슐레

8. 스티븐 크레인

9. 마르셀 프루스트

10. 에밀 아자르

11. 조르주 베르나노스

1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3.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14. 카슨 매컬러스

15. 가즈오 이시구로

16. 파트릭 랑보

17. 잉마르 베리만

 

 

18. 루이 아라공

19. 제럴드 오베르

20. 미셸 오디아르

21. 장 루이 퀴르티스

22. 조르주 브라상

23. 장 루이 에진

 

 

 

 

한 작가가 이 23명이나 되는 인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1번부터 17번까지 번호를 붙인 인물들은 국내 번역본이 나와 있다. 호메로스, 라 로슈푸코, 쥘 미슐레, 잉마르 베리만을 제외하면 소설 한 편 정도는 써본 작가들이다. 호메로스는 너무나 잘 알다시피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남긴 고대 시인이다. 쥘 미슐레는 프랑스의 역사가로 그의 책 《바다》(새물결, 2010)는 2010년 8기 ‘인문’ 분야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다. 잉마르 베리만은 스웨덴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라 로슈푸코는 잠언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상가다. 솔직히 처음에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가 누군지 몰랐다. 알고 보니 《마농 레스코》의 작가 아베 프레보의 본명이었다. 이런, 읽을거리 하나 더 생겼네.

 

 

17번을 제외한 18~23번 인물은 생소한 이름이다. 루이 아라공앙드레 브르통과 함께 초현실주의 그룹에 참여한 시인 겸 소설가다.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번역된 것이 김남주 시인의 번역시집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푸른숲, 1995)에 수록된 시다. 하지만 이 시집은 절판되었다. 아라공의 대표작 중에 <바젤의 종>(Les Cloches de Bâle)이 있는데,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마로니에북스, 2007) 추천도서로 나온다. 아라공에 관한 정보가 있는 책이 많지 않다.

 

 

나머지 인물들의 약력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미셸 오디아르는 프랑스의 유명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 그의 아들도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 루이 퀴르티스는 1947년에 공쿠르 상을 받은 작가다. 조르주 브라상은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진 샹송 가수다. 제럴드 오베르, 장 루이 에진에 관한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다. 누군지 모르니까 일단 젖혀두자.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진 르메트르와 같은 프랑스 출신이다. 나는 르메트르가 머리가 비상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니까. 르메트르가 소설을 쓰면서 인용한 정보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이스터 에그(Easter egg)’라고 할 수 있다. 이스터 에그란 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숨기는 자신만의 메시지다. 요즘에는 이스터 에그만 전문적으로 찾아서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오르부아르》를 읽는 독자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와 같다. 상식이 풍부한 독자라면 작가가 숨겨놓은 오마주를 찾아내고 싶어 한다. 어떤가?, 무척 재미있지 않은가. 독자가 작가의 오마주를 찾아내고 확인하는 재미에 몰입하면 《오르부아르》를 두세 번 이상 정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웬만한 소설들은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르메트르의 소설은 다르다. 르메트르의 '이스터 에그'는 독자가 자신의 소설을 두 번 이상 읽게 만드는 기발한 전략이다. 참고로 르메트르는 작가가 되기 전에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이쯤 되면, 르메트르는 소설 한 권으로 독자들의 독서를 장려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런 작가가 활동하는 나라가 부럽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안다. 작가의 겸소한 성품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오마주한 인물들은 대부분 같은 나라 출신이다. 외국 문학보다 자국 문학을 각별하게 여기는 작가의 애정이 돋보인다. 이런 애정을 확인하는 독자들은 자국 출신 작가의 소설의 가치를 알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작가는 글 쓰는 센스가 없다. 그리고 눈치도 없다. 신 모 작가는 일본 작가의 문장이 좋아서 표절했다지. 표절을 증명해주는 근거가 발각되었으면 사죄하면 될 것을 계속 아니라고 우긴다. 그러고는 어떻게든 시끄러운 논란을 잊으려고 다음 작품 집필을 위해 전념하겠다? 다음 작품을 잘 쓴다고 작가의 허물이 완전히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출판사들은 한술 더 뜬다. 자신들의 눈에는 작가의 글이 완전한 표절로 볼 수 없단다. 에라이, 이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외면하는 거다.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다고 투정부리지 마시라.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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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03 18:02   댓글달기 | URL
눈치가..... 없긴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6-02-04 17:52   URL
독자 마음도 몰라주는 작가가 어찌 독자들의 마음을 노리는 글을 만들겠습니까? ㅎㅎㅎ

보물선 2016-02-03 19:21   댓글달기 | URL
에라이~ 저도 읽어야겠어요!^^

cyrus 2016-02-04 17:53   URL
한국소설 잘 안 읽는 제가 한국 작가들을 욕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저도 관심을 가져야죠. 독자 반응에 상관없이 열심히 작품들을 내는 훌륭한 작가들이 있으니까요. ^^

보물선 2016-02-03 21:38   댓글달기 | URL
이스터 에그라는 말 배웠어요^^

단발머리 2016-02-04 08:38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일단 저는 <오르부아르>에서부터 시작해야겠어요.
소개한 작가들은 그 다음에 만나는 걸로~^^

cyrus 2016-02-04 17:55   URL
네, 저도 르메트르가 언급한 작가들을 먼저 읽는 일이 부담스럽습니다. 그중에 프루스트도 끼여 있거든요. 진정한 끝판왕이죠. 이건 장기 독서 프로젝트감입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16-02-04 11:45   댓글달기 | URL
에그머니,,,,이스터 에그라는 게 있군요...ㅎㅎㅎㅎ(썰렁하군요ㅜㅜ)
소생은 항상 cyrus 님의 박람강기에 깜짝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

cyrus 2016-02-04 17:57   URL
썰렁해도 이런 거 좋아요. ㅎㅎㅎ

돼지님의 글이 무척 흥미 있어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저도 찾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어요. 그리고 르메트르라는 작가의 면모도 알게 되었습니다. 돼지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르메트르를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

서니데이 2016-02-04 19:51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yamoo 2016-02-04 20:45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에 격하게 공감합니다.ㅎ

cyrus 2016-02-05 10:47   URL
이제 책 안 읽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떠드는 뉴스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유가 많죠. 스마트폰이 책보다 재미있는 건 사실이고요. 독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작가와 출판사도 문제 있습니다.
 

 

 

 

2014년에 헌책방에 관한 글을 썼을 때 이런 문장을 남긴 적이 있다. 헌책방으로 향하는 책들은 깊은 잠에 빠진 지식의 화석(化石)이다. 그러나 새 주인의 온기를 스치면, 책은 살아 숨 쉬는 화석(花石)으로 되살아난다. 지금도 죽어 있던 책들은 독자의 열렬한 기대에 응답하면서 부활한다. 그렇지만 소수의 책만 이 영광스러운 기적이 따른다. 독자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책의 온기는 점점 사그라진다. 더 이상 독자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책은 수명을 다한다. 그들의 최후는 조용하다. 누구도 책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책의 수명이 다한 지 얼마 세월이 지나서야 몇몇 독자는 그들의 부고 소식을 뒤늦게 확인한다. 절판.

 

독자는 그냥 떠내 보내기 아쉬워 서평을 남긴다. 책을 위한 근조(謹弔)다. 한 권의 책이 절판되어도 그 책을 거쳐 간 방문객, 즉 독자들이 남긴 서평들은 책의 묘비가 된다. 문장으로 이루어진 묘비는 책을 찾으려는 독자 나그네의 눈길을 멈추게 할 것이다. 그래서 절판서적의 서평 역시 중요하다. 책의 가치를 알아준 독자들이 남긴 소중한 기록이다. 한때 이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서평 한 편 없이 조용히 절판되는 책들은 정말 불행하다. 분명 그 책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그 기억을 복원해줄 흔적 파편 하나 찾기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절판서적은 이름만 남았을 뿐 실체가 없다. 사람이든 책이든 잊힌다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절판서적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출판사의 소개 글을 읽다가 혼자 감동하여 울컥한 기분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측의 농간’은 절판서적의 생명을 불어넣는 출판사다. 출판사 이름이 독특하다. 이름 때문에 ‘주최 측의 농간’ 같은 시시껄렁한 말장난이 생각날 것이다. 여기 ‘최측의 농간’ 출판사 소개 글을 공유한다. 글의 분량이 A1 용지 한 장에 딱 들어맞는다. 영혼 없는 미사여구로 치장하면서 독자에게 아부 떠는 출판사 소개 글과 완전 차원이 다르다. 출판사 소개 글도 독자의 마음에 와 닿는 명문(名文)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잊혀진 책들에 숨결을 불어넣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막 우리 독자들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최측의 농간’ 출판사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절판되었다는 이유로 잊혀져가는 책들이 많습니다. 독자들이 애타게 복간을 기다리는 절판서적들이 많지만 그런 복마저 누리지 못하는 책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애태우며 잊혀져가는 책들의 복간을 통해, 그 책들의 은은한 빛사위가 조금은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측의 농간은 출발합니다.

 

만들기보다, 우리는 읽고 싶었습니다. 조금은 낡은 판형, 약간은 답답한 편집으로 남아있는 책들을. 잘 팔리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책들은 실제로 대부분 1쇄를 넘기지 못한 채 절판되었습니다.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오랜 기다림과 시도 끝에 만나게 된 절판된 책들에는 짧은 운명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생명력으로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놀라웠고 다행이었습니다. 너무 진지했거나 순수했기 때문에 잊혀간 그 책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고된 현실을 견뎌낸 그 책들에 눈물 보다는 웃음으로 손을 내밀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읽고 싶었지만 읽을 수 없었던, 읽었으나 매우 힘들게 간신히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들부터 펴낼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책들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준다면 우리가 읽고 싶거나 쓰고 싶은 미래의 책들도 당신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방향은 닫힘이 아니라 열림(側)에 닿아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갈라서거나 맞서는 ‘쪽’이 아닌 상대적인 다름으로서의 집합인 ‘측’에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외부의 냉소가 아닌 내부의 한 의지로서 미세하지만 단단한 입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농간이라는 말로 우리는 시작하는 우리의 표정이 웃음임을 보이려고 합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농간하거나 당신이 우리를 농간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농간하는 이들을 우리가 함께 농간하고 마침내는 그들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우리들의 농간을.

 

우리의 최측에, 당신, 슬프거나 기뻤던 당신들이 있을 것임을 우리는 꿈꿔봅니다. 당신, 종종 독자라고 불리는 당신, 당신이 오래전부터 거기에 서 있었노라고.

 

최측의 농간은 절판된 양서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이 발견되고 널리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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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03 08:24   URL
저는 처음에 일부러 장난치려고 만든 가짜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2 18:17   댓글달기 | URL
(주) 최측의 농간이 되겠네요...
정말 절판됬지만 정말 좋은 책 많거든요.. 이런 전문 복간 출판사가 생기다니 응원을 해야 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최측의 농간에서 마태우스 출간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cyrus 2016-02-03 08:25   URL
ㅎㅎㅎ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마태우스님이 복간 제안을 거절하실 겁니다. ^^

짜라투스트라 2016-02-02 21:38   댓글달기 | URL
이런 출판사 진정으로 응원합니다.

cyrus 2016-02-03 08:26   URL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출판사입니다.

yamoo 2016-02-04 20:47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사이러스 님이 이 출판사를 알게 된 것도 신기합니다!

아주 인상 깊은 사명을 가진 출판사군요! 마음 속으로 응원합니다. 전문 복간 출판사의 성공을!

cyrus 2016-02-05 10:48   URL
올해는 초판본 복간 열풍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절판본이 다시 나오는 현상, 지금으로서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2016-02-04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세의 여인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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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출판사 마케터님께.

 

 

 

 

 

 

 

요즘 마음의 평안을 얻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편지를 보냅니다. 이 사진 때문에 깜짝 놀라셨죠? 작년 12월 마지막 주말이었던 가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났군요. 마케터님이 저지른 희대의 실수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잊으려고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답니다. (찡긋)

 

마케터님은 중세가 남자의, 남자에, 남자를 위한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중세》 2권 출간에 맞춰서 엄청난 이벤트를 준비했었죠. 이벤트 참가자를 남자로 한정했더군요. 마케터님. 설마 역사(History)를 진짜 ‘남자들을 위한 이야기(His+story)’로 이해한 건 아니죠? 재밌으라고 이벤트를 만든 거죠? 당신의 아이디어에 전 전 대통령의 훤한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사람들 반응이 크게 심각해지자 마케터님은 이벤트 공지사항을 급히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벤트 기획이 잘못된 점을 인정한 자세는 좋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마케터님은 중세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신의 선입견이 진짜 지식으로 믿어버리는 착각을 합니다. 이러면 왜곡된 정보를 타인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선입견이 전파되는 힘은 무섭습니다. 선입견이 수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심어지면 완전히 사라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앞으로 이런 위험한 실수를 방지하라는 의미에서 제가 중세와 관련된 책 한 권을 마케터님께 권합니다.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아일린 파워라는 역사가가 쓴 《중세의 여인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성을 보세요. 파워(Power). 아주 멋지지 않습니까? 왠지 힘이 넘치듯 할 남자가 중세에 관한 책을 쓴 것 같죠? 그런데 틀렸습니다. 누구나 ‘힘’을 뜻하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일린 파워’가 남자라고 생각할 겁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은 아일린 파워는 여자입니다. 네, 여류 역사가가 중세의 여인들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중세의 여인들》은 얇아요. 본문의 분량만 계산해도 200쪽 이상 되지 못합니다. 어때요? 1,000쪽을 훌쩍 넘어가는 《중세》에 비하면 읽을 만하죠?

 

요즘 독자들은 아일린 파워가 누군지 잘 몰라요. 오스틴 파워는 잘 아는데 말이죠. 그런데 아일린 파워 이 사람, 생전에 아주 유명했었답니다. 아놀드 토인비 아시죠? 이 유명한 역사가는 유부남인데도 한때 콩깍지에 단단히 쓰여서 아일린 파워를 짝사랑한 적 있습니다. 그녀는 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분석하는 일도 수준급이었습니다. 그녀는 연구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교수직을 역임했습니다. 그야말로 파워는 남성 학자들만 모여 있는 신전이나 다름없는 역사학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최고의 여신이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의 기록에 가려진 중세 여성들의 삶을 발견해냈습니다. 그 발견의 결과물이 바로 《중세의 여인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중세 여성들을 남성중심사회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세 사회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래요. 종교를 신성하게 여기던 중세 남성들, 특히 교회의 종교인들은 여성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타락의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남성들은 자신들이 우매한 여성들을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여성들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는 거죠. 그런데 이 중세 남성들은, 알면 알수록 좀 웃긴 존재입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이들은 성모 마리아를 고결한 존재로 찬양하고 숭배했으니까요. 성모님도 여잔데, 현실의 여자들만 열등한 존재로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렇지만 중세 시절에는 이런 비상식의 상식이 통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세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방법은 있습니다. 돈 많은 귀족의 딸로 태어나면 됩니다. 그리고 돈이 많아야 합니다. 돈이 많으면 역시 돈 많은 영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캬아! 이거야말로 금수저 인생 아니겠습니까?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최곱니다 그려. 상류층의 여성들은 화려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남성들, 특히 음유시인들은 그녀 앞에 잘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귀족 부인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감미로운 노래를 바쳤습니다. 귀족 부인들 덕분에 음유시인들은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종교인들이 성모 마리아를 숭배했다면, 모험심에 사로잡힌 기사들은 서사시에 나올 법한 숙녀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들은 기사도 정신을 마음껏 발휘해봅니다만, 기사들이 사랑하는 숙녀들은 성모처럼 현실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귀족 부인들 앞에서 자신들의 용맹함을 뽐냅니다. 금수저를 확실히 쥔 귀족 부인들은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도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귀족 남편이 죽으면 미망인이 집안의 재산 및 남편 소유의 토지를 관리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귀족의 딸이 아닌 여성들은 어떻게 하면 인정받았을까요? 중세 사회에서 귀족의 딸 다음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이 중세 장인의 딸입니다. 장인의 딸은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남성들만 있을 것 같은 중세 길드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인의 딸은 은수저 인생입니다. 보통 여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장인의 도제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은수저 인생의 그녀들만큼이나 대접받지 못합니다. 여성 장인들이 많아지게 되자 길드에 소속된 남성 장인들은 제 밥그릇이 위태롭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간사하게 규정을 만듭니다. 장인의 아내와 딸 이외에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거죠. 돈을 벌어서 생계를 이어가고 싶은 여성들에게는 억울한 일이죠. 그런데 이보다 더 억울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난 여성들이에요. 그녀들은 글자 하나 제대로 못 배우고 평생 농사일을 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흙 수저 인생인 거죠. 흙흙, 흑흑...

 

자, 이제 제가 마케터님에게 《중세의 여인들》을 추천하는 이유를 잘 아시겠죠? 중세가 남성의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겁니다. 남성들의 사회에 제한되어 살아야 했던 여인들도 있었고, 반면에 남성들로부터 인정받고 화려하게 산 여인들도 있었답니다. 중세 사회를 이해하려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아울러서 봐야 합니다. 만약 역사가가 중세의 하층 여성들 중심으로 연구했으면 중세가 여성들을 억압하는 남성의 시대라고 분석했을 겁니다. 이는 중세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겁니다. 이 역사가는 상류층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역사가의 오류는 중세 기사들이 활동한다고 해서 중세를 남성의 시대라고 생각했던 마케터님의 실수와 비슷합니다.

 

마케터님은 자사에서 나온 《중세》 1, 2권을 다 읽으셨으리라 봅니다. 《중세》만 제대로 읽으면 중세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천만에요. 그것만 본다 해도 중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세 연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도 중세에 관련된 학술논문이 무수히 나옵니다. 중세 사회를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이 정말 많습니다. 중세 사회를 정형화된 의미로 함부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지식으로 이해하는 순간, 생각의 진행은 멈춰버립니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어진 지식은 한 번에 깨뜨리기 힘든 선입견이 되고 맙니다. 이 선입견이 오래 남으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마케터님 본인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출판사 직원은 자신이 소속된 출판사의 책을 만들고 홍보를 해야 하는 일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이 만드는 책 속에 있는 지식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추신 : 이 책에 한계가 있습니다. 파워가 1920년대에 집필한 논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겁니다. 파워는 농촌에 거주하는 하층민 여성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서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파워는 현존하는 소수의 자료를 가지고 여성들이 이렇게 살았으리라 추정했습니다. 파워가 해결하지 못한 미흡한 연구는 후세 역사가들이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면서 보완했을 겁니다. 이 점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중세의 여인들》을 만든 ‘새로운 상상’ 출판사 편집자님 그리고 이 책을 옮긴 이종인 번역가님에게 드리는 독자의 한 말씀.

 

독일의 음유시인(Minnesinger) ‘미네징거’ 혹은 ‘민네징어’라고 표기합니다. 책 53쪽에는 미네징거, 63쪽에는 민네징어라고 되어 있더군요. 다음 쇄를 찍을 때 한 가지 단어로 통일해주세요. 74쪽에 중세의 형제 화가를 ‘반 림부르그 형제’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들 형제가 현제 네덜란드 영토가 된 플랑드르 지방에 태어났다고 해서 이름 앞에 ‘van’을 붙었을 거로 추측해봅니다. 이 정도 표기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Limbourg’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림부르그’ 혹은 ‘림부르흐’입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외국어 표기를 따르면 ‘랭부르 형제’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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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01 20:28   댓글달기 | URL
오스틴 파워는 알아도 에일린 파워는 모르는.... ㅋㅋㅋㅋㅋㅋㅋ
나날이 발전하는 사이러스 님의 유머 감각에 박수를 보냅니다.

cyrus 2016-02-01 20:38   URL
곰발님의 언어 유희에 비교하면 이건 90년대식 아재 개그입니다. ㅎㅎㅎ

오늘 우편으로 책 보냈습니다. ^^

yureka01 2016-02-01 23:16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니 참 꼼꼼하게 읽은 ^^..
남자의 역사도 여자 없이는 안된다는 건 만고강산에 불변의 법칙..
남자가 있는한 여자가 있고 여자가 있는 한 남자가 있어야 소리가 나는 법.

소리는 역사니까요 ㅎㅎㅎ

cyrus 2016-02-02 09:13   URL
맞습니다. 서로 마주쳐야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자신의 분노를 여성에게 적대적으로 표출하는 남성들이 많아졌습니다. 불협화음이 그칠 줄 모르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2-02 09:04   댓글달기 | URL
200페이지라니 가볍게 한 번 읽어봄직하겠네요ㅎ cyrus님의 책편력 참 대단하신 것 같다는ㅎ

cyrus 2016-02-02 09:16   URL
네. 진짜 책이 가볍습니다. 책 앞에 역자 설명이 있어요. 사실 그것만 읽어도 책 내용 80%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종인 씨가 책의 핵심 내용을 잘 정리했어요.

편력이 너무 많아서 한 분야의 책들을 꾸준하게 읽지 못합니다. 이게 제 문제점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2-02 15:34   URL
저도 그렇습니다ㅎ 하지만 그 편력을 더 넓혀나가고 싶네요. 세상에는 재미나고 다양한 것들이 너무 많네요^^

뽈쥐 2016-02-02 14:00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일이 있었군요...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용감하시군요. 저도 뒤늦게 마케터의 아이디어에 전 전 대통령의 이마를 탁! ㅎㅎ
전 유난히 약한 분야가 역사인데.. 그래도 미시사나 뒷이야길 참 좋아해요. 추천해주신 책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ㅎㅎ

cyrus 2016-02-03 08:28   URL
저도 역사 분야를 깊이 있게 아는 수준이 아니에요. 저는 읽기 쉬운 만만한 내용의 책만 골라 읽습니다. ㅎㅎㅎ

yamoo 2016-02-04 20:49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 말씀이 기 글의 격조를 10배쯤 높였습니다!ㅎㅎ

꼼꼼한 리뷰, 잘 봤습니다.! 열성적이고 성실한 독서가 사이러스 님, 건투를 빕니다!^^

cyrus 2016-02-05 10:56   URL
야무님, 요즘 기분 좋은 일 있으십니까? 칭찬의 말씀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ㅎㅎㅎ

게으른독서가 2016-02-06 12:38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폭넓은 지식에 늘 감탄하고 있어요. 아놀드 토인비가 아일린 파워를 짝사랑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찾으신 거예요?

cyrus 2016-02-06 15:02   URL
사실은 《중세의 여인들》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
 
애타게 마태복음을 찾아서

 

 

 

 

 

 

아니, 이것은!!!!!!!

 

(그 와중에 왼쪽에 있는 콜레트의 소설 《천진난만한 탕녀》 발견!)

 

 

 

 

 

 

 

쌍마태우스의 위엄!

 

 

 

곰곰생각하는발 고객님이 원하는 책을 찾았습니다.

 

이 정도면 저를 헌책방의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러야겠습니다. 마태우스님의 제2 소설 《닳지 않는 칫솔》을 못 찾아서 아쉬워요. 두 권 모두 발견했으면 최고였을 텐데. 이로써 저는 당분간 세상 유례없는 ‘쌍마태우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태우스님이 이 글을 보면 또 속상해하시겠죠? 마태우스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서점에 구하기 힘든 책을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을 남기거나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세요.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찾아서 보낸 책에 대한 ‘인증샷+서평 혹은 감상문’을 공개해주세요. 어렵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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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1-29 21:03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정말 있네요 ㅋㅋㅋ/ 저요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 정말 없어요ㅠㅠ 빌려 읽었지만 밑줄쳐서 보관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중고로 4만원에 파는것은 도저히.....)

cyrus 2016-01-30 11:30   URL
방금 알라딘 중고샵, 북코아, 북아일랜드를 검색해봤습니다. 현재 알라딘 중고샵에는 없고, 교보문고 중고샵에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군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1, 2년 지난 신간 도서 보급률이 낮은 헌책방에 이런 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고요, 더욱이 제가 찾는 알라딘 대구 중고매장에 나올 확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 정도? 책 제목은 기억해두겠습니다. 찾는 데 꽤 오래 걸립니다. 이 책을 괜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곳이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만병통치약 2016-01-30 22:20   URL
흑흑 감사합니다.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다음에 잃어버렸다고 할까요? ㅋㅋㅋㅋ 그러면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ㅎㅎㅎㅎㅎㅎㅎ

clavis 2016-01-29 21:26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김점선씨의 절판된 책들 간절히 원해요˝나,김점선˝이런것...

cyrus 2016-01-30 11:31   URL
<나. 김점선>은 판매되고 있던데요. 혹시 절판된 <점선뎐>을 말하시는 거 아닌지요? ^^

지금행복하자 2016-01-29 22:42   댓글달기 | URL
탕녀... 저거 저한테 있어요 ㅎ 저한테 있는것만큼 저것도 책등이 바랬네요~^^

cyrus 2016-01-30 11:32   URL
제가 생각해도 책등의 폰트 색깔은 최악입니다. 노란색 바탕에 흰 색 폰트를 넣다니요. 세월이 지나서 폰트가 변색되면 희미해서 보이지 않습니다. ^^;;

yamoo 2016-01-29 23:51   댓글달기 | URL
탕녀요!!! 보내주심 광영이겠어요~^^

cyrus 2016-01-30 11:36   URL
드디어 야무님에게 보답을 하게 되는군요. 야무님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11년에 야무님이 저에게 책을 보내주신 적 있었잖아요. 열화당에서 나온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을 보내드렸었죠. <탕녀>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새 책을 주문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답글 확인하시고 주소 남겨주세요. ^^

2016-02-01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son 2016-01-30 00:06   댓글달기 | URL
오~~~ 실물로 보다니~ ㅋ

cyrus 2016-01-30 11:37   URL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도 상태가 깨끗했습니다. ^^

세실 2016-01-30 08:37   댓글달기 | URL
이런 마태우스님이 불쌍해요^^

cyrus 2016-01-30 11:37   URL
마치 제가 마태우스님을 괴롭히는 고도의 안티 팬처럼 느껴지네요.. ㅎㅎㅎ

재스민 2016-01-30 10:17   댓글달기 | URL
와 그런서비스가 있었음했는데 반가운 말씀! 님의 배려심과 마음씀씀이에 감동먹고 가요....

cyrus 2016-01-30 11:39   URL
저도 알라딘 이웃님들 칭찬과 관심 듬뿍 받았는데, 그에 대한 보답을 해드려야죠. 재스민님도 찾기 힘든 책이 있으면 저에게 의뢰해주세요. 찾는 데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30 10:18   댓글달기 | URL
이제.... 이 책은 헌책방의 네잎클로버 같은 지위에 올랐군요.. 운이 좋으십니다. 며칠 전에 헌책방 들렸었는데... 없더군요. 이걸 두 번이나 찾으시다니... 기적임 !

이 귀한 책 저 주신다는 말씀은 아니시죠 ?

cyrus 2016-01-30 11:41   URL
당연히 곰발님에게 책을 드려야죠. 간절히 원하셨는데. 곰발님의 재미있는 서평이 기대됩니다.

제 답글 확인하시면 주소 알려주십시오. 월요일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016-01-30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1-30 13:32   댓글달기 | URL
대단하다. 기특한 것!ㅋㅋ
예전에 그분 이름이 뭐더라...? 암튼 너 같이 서점엔 잘 없는 책
알려주면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하신 분이 계셨지.
물론 그분은 책값은 받으셨어. 안타깝게도 알라딘엔 더 이상 안타나나시더군.
그분 생각이 났다.
수고해라. 혹시 나도 필요하면 부탁할께.^^

cyrus 2016-01-30 13:59   URL
책을 찾아준 대가를 받고 싶어도 `기브 앤 테이크`를 요구할 수 없어요. 헌책을 찾아준 보답으로 새책을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헌책방에 파는 책은 보통 1,000~5,000원 정도로 가격이 매겨져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얼마 안 되는 2,000원 입금해달라고 하면 쪼잔해보여요. 참고로 어제 구입한 《소설 마태우스》의 가격은 2,000원이에요. 그냥 대가 없이 통 크게 책 선물을 보내는 거로 생각해요. ^^

blanca 2016-01-30 16:09   댓글달기 | URL
아, 고단한 삶에 이 단비 같은 페이퍼 ㅋㅋㅋ 저 빵 터졌어요.

cyrus 2016-01-30 19:53   URL
저에게 어제는 최고의 하루였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6-01-30 18:54   댓글달기 | URL
절판된 마태우스가 헌책방에는 남아있는 모양이네요.
cyrus님, 좋은 저녁 되세요.^^

cyrus 2016-01-30 19:55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16-01-31 19:44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1 17:37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새로 시작하는 2월이에요.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01 18:04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