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주로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외출을 해봤자 도서관이나 서점, 헌책방에 가보는 정도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도서관에 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살펴봤거나 읽고 싶은 책 몇 권 빌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날은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도서관에 큰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그 행사에 참여한 지인들을 만나려고 갔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대구 범어도서관에서 ‘수성인문학제’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책방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밖에도 ‘물레책방’‘시인보호구역’도 수성인문학제에 참여했습니다. 네 개의 책방 모두 다 가봤던 곳입니다. 범어도서관 건너편에 수성경찰서가 있는데요, 경찰서 지나는 길을 따라가면 물레책방을 만날 수 있어요. 시인보호구역은 정훈교 시인이 문을 연 책방이에요. 이곳은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이 모이는 ‘인문 예술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탐’과 ‘읽다’가 야외 부스 행사를 통해서 소개된 건 처음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탐’과 ‘읽다’는 대구를 대표하는 책방입니다. 책방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크고 작은 문화행사와 다양한 소모임을 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책방 부스 행사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서탐’과 ‘읽다’ 책방지기 두 분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했습니다. 저는 오후 1시경에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섰는데요, 버스를 타고 가면 도서관에 도착하는 데 4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일찍 갈 걸 그랬어요. 제가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우주지감’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시는 쌤 한 분이 부스를 지키고 있었어요. 지난달 독서모임에 개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거의 두 달 만에 ‘우주지감’ 쌤들을 뵙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행사가 마칠 때까지 부스를 지켰습니다. 부스 안에만 있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책방 부스 행사에 가면 ‘손님’의 위치에 있었거든요. 부스 안에 있으니 부스 밖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어요. 책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방지기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손님 한 분을 봤어요. 마치 ‘손님’이 되어 부스를 찾아온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오전에 일찍 부스를 찾은 ‘우주지감’ 쌤 한 분이 그림엽서 다섯 장을 사주셨어요. 그림엽서는 ‘읽다’에서만 살 수 있는 굿즈입니다. 오늘 월요일은 ‘읽다’ 그림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엽서에 그려진 그림들은 ‘읽다’ 그림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직접 그렸어요. 저는 그림엽서를 책갈피로 씁니다. ‘읽다’ 책방 전면이 그려진 그림엽서가 제일 맘에 듭니다. 이 그림엽서를 책갈피로 쓰면 책을 읽다가도 책방에 가고 싶거나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겠죠?

 

 

 

 

 

 

 

 

 

 

 

 

 

 

 

 

 

 

이번 달에 나온 《THANKSBOOK(땡스북)》 29호에 ‘읽다 익다’ 책방지기 오은아 님의 글이 실려 있어요. ‘엄마는 꿈 짓는 책방지기’라는 이름으로 은아 님의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동네서점이 돌아오고 있다 - 읽다익다 책방 편]

땡스기브, 2018년 10월 10일

https://blog.naver.com/tgive/221374766556

 

 

사진은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도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만, 사진을 찍을 때면 제 눈은 ‘똥눈’이 되는지라 그 날의 생생함을 제대로 담지 못했어요.

 

‘서재를 탐하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daegu/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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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5 17:13   좋아요 1 | URL
아무 것도 안 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부스 행사가 오후에만 편성되어 있어서 시간이 짧게 느껴졌어요.

2018-10-1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5 17:14   좋아요 0 | URL
지기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지킴이 역할을 했어요.. ㅎㅎㅎ
 

 

 

2018년 수성인문학제가 열리는 중 마지막 행사 날 체험부스에서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날짜 : 2018. 10. 13. 토요일

시간 : (1부) 낮 12시~4시

장소 : 범어도서관 야외분수광장 & 주차장

대구 참여책방 : 물레책방, 서재를 탐하다, 읽다익다, 시인보호구역

 

 

 

 

서재를 탐하다 도서 전시&판매

 

 

1. 주제 : 엄마, 서재를 탐하다

 

#엄마의 서재

#나를 찾는 시간

#공부

#꿈

#참교육

#인간답게 산다는 것

#함께 보는 그림책

 

2. 책방 모임 안내

3. 소품 판매 및 무료 나눔

 

 

 

 

※ 공지 글과 사진은 ‘서재를 탐하다’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재를 탐하다 http://blog.naver.com/kuki00

읽다 익다 http://ikdda.com/

 

 

 

 

 

이번 달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참여 신청 방법)은 ‘우주지감’ 공식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ej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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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3 09:35   좋아요 0 | URL
저는 오전에 일이 있어서 오후 1~2시 사이에 범어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봬요! ^^
 

 

 

 

 

 

 

 

 

 

 

 

 

 

 

 

 

<성폭력 가해자에게 배울 것은 없다!!!>

 

대충 살자, 자기가 한 일도 기억 못하는 K교수처럼

 

 

K교수처럼 살려면?

성추행 하고도 내가 그랬다면 미안하다라고 가정법 쓰면서 사과해 버리기!

성추행하고도 당당하게 성폭력 상담소장 해 버리기!

성추행 하고 연구실 이전 처분받자 산격 2호점 생겼다자랑 해 버리기!

.

.

언제까지 성폭력 가해자를 교단에 서게 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학교가 우리를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을 참아야 합니까?

.

.

부디 함께해주십시오.

.

.

성폭력 가해자는 교단을 떠나라!

성폭력 가해 교수도 유죄!

가해자 싸고도는 경북대도 유죄!

 

  

  

서명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5JnL0Acuyn1dzaERp2XUinAYqJVcUHWf5ZppOX94zOhydQg/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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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05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명했다. 아직도 저런 정신 빠진...

2018-10-05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10-06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명했습니다. 성추행범이 성폭력 상담소장... 갑갑합니다 정말.
 

 

 

서양 중세의 어두운 면을 논할 때 많이 언급되는 사례로 초야권(初夜權)이 있다. ‘농노의 결혼 첫날밤에 신부를 차지하는 영주의 권리’라는 뜻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영주가 농노의 결혼을 허락한 조건으로 농노의 신부와 첫날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폭정에 대항하는 중세 스코틀랜드인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영국 왕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 영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초야권을 부활시킨다.

 

 

 

 

 

 

 

 

 

 

 

 

 

 

 

 

 

 

 

* 필리프 브르노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다른, 2017)

* 김응종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푸른역사, 2010)

* 김응종 《서양사 개념어 사전》 (살림, 2008)

 

 

 

초야권은 오랫동안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아 왔다. 나 역시 중세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초야권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초야권이 있다’는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초야권이 실제로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초야권의 실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김응종 교수는 중세의 영주가 농노의 성을 착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초야권은 ‘날조된 신화’라고 주장한다. 초야권(droit de cuissage)이라는 단어는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책에 언급된다. 계몽주의자들은 중세를 ‘암흑기’로 몰아세우고, 구제도(ancien régime)의 정점에 위치한 봉건 영주와 그들에게 예속된 가톨릭(구교도)을 비판했다. 계몽주의자들은 중세의 몽매함을 비판하기 위해 초야권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중세는 ‘전근대’를 상징하는 시대로 자리 잡게 되었다.

 

 

 

 

 

 

 

 

 

 

 

 

 

 

 

 

 

* 보마르셰 《피가로의 결혼》 (문예출판사, 2009)

 

 

 

보마르셰(Beaumarchais)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은 18세기 귀족 사회의 위선을 풍자한 작품이다. 수잔느와의 결혼을 앞둔 백작의 하인 피가로가 초야권을 부활시키려는 바람둥이인 알마비바 백작의 흉계를 미리 알아채고, 백작의 부인을 끌어들여 백작을 골탕 먹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본 루이 16세는 귀족에 대한 풍자를 못마땅하게 여겨 공연을 금지했다. 보마르셰는 이 작품을 무대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 3년 동안 수정 작업을 했다. 기득권에 위치한 귀족층은 이 작품에서 솔솔 풍기는 혁명의 냄새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귀족을 ‘야만적인 중세의 악습’을 행사하는 구시대적 인물로 묘사된 설정은 중세의 전근대적 면모를 비판하는 계몽주의자들의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초야권을 언급한 사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연구가는 사료의 신빙성을 의심한다. 초야권의 실재를 부정하는 입장을 보이는 책은 김응종의 《서양사 개념어 사전》 (살림, 2008),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푸른역사, 2010), 필리브 브르노의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다른, 2017)가 있다.

 

 

 

 

 

 

 

 

 

 

 

 

 

 

 

 

 

 

 

* [절판, No Image]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 (까치, 1990)

* 수전 브라운밀러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오월의봄, 2018)

* 후쿠다 가즈히코 《섹슈얼리티 성문화사》 (어문학사, 2011)

 

 

 

그렇지만 여전히 중세에 초야권이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초야권이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책들이 판매되고 있다. 독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접할 때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강간의 역사를 집대성한 수전 브라운밀러(Susan Brownmiller)《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오월의봄, 2018)는 1975년에 나온 페미니즘 고전이다. 그러나 이 책도 시대적 흐름에 반영하지 못한 오류가 곳곳에 보이는데, 브라운밀러는 중세의 야만적인 강간 문화를 열거하면서 초야권을 언급한다.

 

 

 중세시대에는 야만적인 아내 구타, 궁정 성매매를 비롯해 봉건적 압제와 무법 상태가 어디랄 것 없이 만연했으나, 대륙에서 여성이 처한 상황은 영국보다 훨씬 더 나빴던 것으로 보인다. 초야권 혹은 대감의 권리는 장원의 영주 밑에 있는 농노나 봉신 신분인 신랑 신부가 영주에게 일정량의 생산물을 기한 내로 지불하지 않으면 영주가 그 대가로 신부의 처녀성을 취할 권리를 갖는 관습으로 분명 일종의 강간이었다. (45쪽)

 

 

브라운밀러는 초야권을 ‘일종의 강간’으로 규정했다. 그녀는 주석을 통해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여성론》 (까치, 1990)을 참고했음을 밝혔다(미주, 640쪽). 《여성론》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1879년에 발표되었다. 베벨은 초야권을 부정하는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초야권이 근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초야권의 존재여부는 종종 부인되어왔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미풍과 신앙의 규범으로 삼고자 하는 바로 그 시기에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것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초야권이 중세시간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근세까지도 남아 있었으며, 중세 봉건법전 속에서 하나의 분명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76, 77~78쪽)

 

 

 

후쿠다 가즈히코 《섹슈얼리티 성문화사》 (어문학사, 2011)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성에 관한 토막 상식을 백과사전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초야권을 ‘결혼세’와 동일한 풍습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은 결혼세의 목적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 중세 농노에 속한 여성은 다른 장원의 남성 농노와 결혼해 이주하려면 영주에게 세금을 내야 한다. 초야권을 결혼세 징수의 명분으로 볼 수 있지만, 결혼세는 농노의 성이 아닌 노동력을 보상받기 위한 목적으로 내는 세금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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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0 11:40   좋아요 0 | URL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남성들이 많아요. 그런 생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은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 발언입니다. 대부분 남자는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를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syo 2018-10-0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우리가 한 번 보긴 해야 할 텐데요.
봅시다 말 나왔다가 엎어진 게 작년 연말이었으니, 얼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cyrus 2018-10-10 11:46   좋아요 1 | URL
연말에 유레카님과 같이 뵈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연말에 레드스타킹은 ‘페미니즘 부흥회’를 열어요. 독서모임 멤버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노는 날이니 그 날 ‘카페 스몰토크’에 오셔도 되요. ^^

이하라 2018-10-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야권이 실재한 줄만 알았었네요. 막연히 상식이 되어 버린 것들로만 바라보면 안되겠군요.

cyrus 2018-10-13 07:38   좋아요 0 | URL
국내에 초야권을 깊이 있게 분석한 문헌이 전무해요. 초야권을 중세에 관한 토막 상식 정도로 언급되다보니 쉽게 와전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 탈모, ADHD, 갱년기의 사회학 크로마뇽 시리즈 4
피터 콘래드 지음, 정준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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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으면 열 가닥 이상 머리카락이 빠져나간다. 물에 둥둥 떠 있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원래 이마가 넓은 편인데 M자 탈모가 진행 중인 것 같아서 두렵다. 나이가 들면 나이 때문이라고 위로라도 해보겠지만, 젊은 나이에 머리숱이 줄어들면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머리카락은 발생, 성장, 퇴화, 휴지기 순으로 생장한다. 휴지기에 돌입한 머리카락은 하루에 보통 60∼80개 정도 자연스럽게 빠진다.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는 계절,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예전에 탈모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만 나타나는 노화 현상이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탈모는 노화 현상이 아니라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과거에는 탈모가 나이가 들어 발생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탈모는 중년 남성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의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탈모를 겪고 있다.

 

탈모도 질병의 한 종류이다. 탈모는 특이한 질병이 아닌, 누구나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 되었다. 그런데 노화 현상인 탈모가 흔한 질병으로 분류된 과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가 의학적 문제, 즉 질병의 증상으로 정의되고 치료되는 과정을 ‘의료화(medicalization)라고 한다. 현대인이 피해야 할 질병 대부분은 의료화와 관련이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여성 · 남성 갱년기, 발기부전, 비만, 우울증 등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생긴 의학적 문제들이다. 출산도 의료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출산이 의료화되면서 여성들은 병원에서 분만한다. 물론 그 결과 분만 과정은 더 위생적이고 안전해졌다. 그 대신 임신과 출산 과정이 의료 영역에 더욱 공고히 예속되면서 임산부는 관리받고 치료받아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의료화의 여러 가지 사례와 그로 인해 초래할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피터 콘래드(P. Conrad)는 1975년부터 의료화에 관한 연구를 해온 사회학자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를 위한 책이다. 아픈 곳은 없는데 자기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의학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의사의 진단을 받고 싶은 사람, 신체의 콤플렉스를 고치기 위해 성형 수술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과잉 의료화’를 지적한다. 과거엔 일상으로 받아들여졌던 질병이나 증상이 점차 진단 및 치료의 범주에 포함됐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은 늘 있었다. 오늘날 불면은 ‘수면장애’란 이름으로 알려져 치료 대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건강에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의학 및 정신의학 전문가, 대중 매체, 그리고 제약 회사까지도 우리에게 경계해야 할 증상이 하나씩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적 이윤이나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증상들과 치료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거의 모든 인간의 행동 및 성향, 심지어 신체마저 ‘의료화’하여, 수많은 진단명과 환자 들을 만들어 낸다.

 

저자는 의료화에 의한 의료 영역의 확대를 20세기 후반 서구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변화 중 하나로 본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질병들은 의료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의료화는 의학적 관리 대상이 아닌 문제를 심각한 의학적 문제로 전환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화는 몸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고 하는 ‘신체의 증강(enhancement)’과 ‘생의학적 증강(medical enhancements)을 부추긴다.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된 성형수술은 ‘신체의 증강’을 위한 의료화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성형수술은 의학의 힘으로 신체의 약점을 고치는 방법이다. ‘생의학적 증강’은 저자가 만든 생소한 용어이다. 생의학적 증강은 수술, 약물, 유전학적 치료를 동원하여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의학적 방식이다. 운동 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근육증강제 등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처방을 하는 도핑(doping)은 생의학적 증강의 부정적인 사례이다.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방송 채널마다 ‘의학 프로그램’이 편성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현재 방송 중인 모든 의학 프로그램은 열심히 건강식품을 설명(이라고 쓰고 ‘홍보’라고)한다. 정통 의학 전문 방송인지 건강식품 간접 광고로 만든 방송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방송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제약 회사나 건강식품 회사는 언론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친다. 언론에 소개되거나 언론의 전면 광고로 알려진 의약품은 채 검증되기도 전에 전국의 환자를 움직인다. 이렇듯 병원 밖에서도 의료화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의료화 문제를 의사나 의학 전문가에게만 탓할 수 없다. 저자는 의료화 문제를 ‘의료 제국주의’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을 거부한다. 환자 또는 언젠가 환자가 될 수 있는 일반인들도 의료화의 중심에 서는 참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원하는 환자나 건강에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강한 사람들은 의학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증상도 큰 병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중매체의 보도는 건강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정확하지 않은 자가 진료로 자신의 증상을 판단한다. 따라서 의료화는 ‘건강’ 문제에 대한 전문가, 대중매체, (환자를 포함한) 일반인의 지대한 관심과 집단적 행동이 맞물려서 나오는 현상이다.

 

그나저나 내가 탈모를 걱정하는 것은 의료화의 시대가 만든 기우(奇遇)일까, 아니면 정말로 심각한 증상의 징조를 직감해서 나온 걱정일까. 나는 정말 탈모 환자인가, 아니면 탈모 환자로 착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책의 앞표지에 그려진 남성의 표정이 내 심정을 대변한다.

 

 

 

 

Trivia

 

 ADHD 연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앨런 자멧킨은 소위 “성인 ADD 산업”이라는 말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132) 

 

‘ADD’‘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오자인 것으로 보인다.

 

 

 젊음을 찾거나 과거의 몸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목적으로 생의학적 개입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 인간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이 그 일례다. 성형수술, 비아그라 복용 역시 증강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87)

 

 

인용한 문장의 전체 문맥을 생각하면, 과거의 몸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목적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노화를 늦추는 것은 현재의 몸과거의 상태’, 즉 젊음으로 되돌리려는(젊음을 찾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몸현재의 몸으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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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건 불안해요. 다른 것들도 조금씩 다 그런 불안이 생기고요.
예전에는 병이 아니었지만, 병이 되는 것들도 있고, 또 예전과 진단기준이 달라지는 것들도 있을 거예요. 점점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입니다.
cyrus님, 어제 휴일은 잘 보내셨나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8-10-05 11:47   좋아요 1 | URL
요즘은 날씬한 사람도 병원에 가서 진단받아야 할 예비 환자가 되었어요. ‘마른 비만’이 제일 위험하다고 하네요.. ㅎㅎㅎ

개천절에 외출하기 참 좋은 날씨였는데,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아침에 태풍의 영향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비의 양이 많지 않네요. 태풍이 빨리 지나가서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yo 2018-10-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에 코가 시큰, 두 번째에 눈물이 글썽, 세 번째 문장에서는 탄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 으앙 이게 다 남 일이었으면 좋겠어....

cyrus 2018-10-05 11:48   좋아요 0 | URL
어른이 되니까 어렸을 때 바라보기만 했던 남의 일들이 조금씩 내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가는 증거인가 봅니다.. ^^;;

카스피 2018-10-0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젊은 나이에 탈모라니요.남의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넘 아픕니당ㅜ.ㅜ

cyrus 2018-10-05 11:49   좋아요 0 | URL
두피가 훤히 보일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안심할 수 없어요. 아버지가 탈모 환자예요.. ^^;;

사람은비로소 2018-10-04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DD는 주의력결핍장애. 문맥이나 원문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것을 의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cyrus 2018-10-05 11:51   좋아요 0 | URL
ADHD를 익숙하게 느껴져서 ‘ADD’라는 용어가 있는 줄 몰랐어요.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psyche 2018-10-04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DD 는 ADHD의 일종으로 hyperactive (과잉행동)이 없는 경우를 말해요. 성인의 경우 ADHD 보다는 ADD 인 경우가 더 많을 거 같네요. 아마도 성인들의 단순한 주의력 결핍도 ADD 라고 진단받고 처방받아 약을 구입하고 그러는 일을 지적한 듯?

cyrus 2018-10-05 11:52   좋아요 0 | URL
psyche님의 말씀이 맞아요. 제가 인용한 문장을 다시 보니 그렇네요. ^^;;

blanca 2018-10-05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남동생도 걱정이에요. 아버지가 탈모라 유전학적으로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다 해서요. 탈모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하던데요. 열가닥 이상 정도야 탈모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한 뭉텅이씩 빠져도 탈모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cyrus님은 젊으시니까. 의료 과잉 문제는 참, 아이가 좀 부산하면 ADHD 약을 먹으라 하는 사회적 분위기니 예방의학과 진단의학과 치료의학의 접점을 찾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울증 진단도 그렇고요.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8-10-05 11:56   좋아요 0 | URL
우리 아버지가 원형 탈모증에 고생하셔서 모발이 거의 빠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도 대머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원형 탈모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제가 걱정하는 건 M형 탈모입니다.. ㅠㅠ 가만히 있는데도 앞머리에 있는 모발이 하나둘씩 빠져요.

설해목 2018-10-0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는 게 병이란 생각 많이 하게 돼요.
한번 수술대에 오르고나니 조금의 증상에도 벌벌 떨게 되네요.
이럴 때일수록 심지 굳게 살아야하는데 말이죠.

cyrus 2018-10-05 11:58   좋아요 0 | URL
건강 프로그램을 계속 보다 보면, 사소한 신체적 반응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우리 어머니가 그래요. 제가 어디 조금 아프다고 말하면, 어머니는 건강의 적신호라고 생각해요. 가끔 어머니가 그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피곤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