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라는 세계
폴 호컨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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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지구는 모든 생명체가 춤을 추는 거대한 무대이다. 생명력이 넘실대는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인간은 30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생명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46억 년 지구의 나이를 하루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인간은 235955에 등장했다. 인간이 생명의 춤을 춘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을 슬기로운 춤꾼(Homo sapiens)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의 무대에 뒤늦게 오른 인간은 백업 댄서에 가깝다. 하지만 거만한 인간은 무대를 독차지하려고 오래전부터 생명의 춤을 춘 동물과 식물, 곤충을 쫓아냈다오늘날 지구는 인간의 독무대가 되었다인간의 춤 욕심은 끝이 없다. 춤을 더 잘 추고 싶어서 자기 입맛에 맞게 무대를 개조한다무대 위에 솟은 산을 깎고, 무대 위에 자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낸다자연의 무대에 인간이 무수히 남긴 흔적들만 있다. 생명의 독무(獨舞)에 열중한 인간은 지저분한 지구를 청소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짓밟힌 지구가 위태롭다. 심하게 망가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춤을 잘 추려면 안무가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아주 작은 안무가를 잘 만나서 생명의 춤을 출 수 있었다생명의 춤을 추게 만드는 안무가는 생명체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안무가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비밀에 싸인 생명의 춤꾼인 안무가의 정체는 탄소(carbon)’.









탄소라는 세계재능이 많은 생명의 춤꾼 탄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탄소는 지구와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이다탄소가 없으면 지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탄소가 없는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메마른 무대다. 그곳에 죽음의 춤(the dance of death)이 펼쳐진다탄소는 바지런하다.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run). 인간의 세포 한 개에 12,000억 개의 탄소 원자가 있다저자가 인용한 탄소의 춤(the dance of carbon)은 시들해진 생명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생명의 춤꾼 탄소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알려준다. 첫 번째 교훈,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춤을 추지 말기. 탄소는 공평하다.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만나고, 죽을 때까지 탄소와 더불어 살아간다. 생명체가 죽고 나면 탄소는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든다. 생명의 춤을 추는 모든 존재는 탄소를 공유한다두 번째 교훈, 서로 돕고 살아가면서 춤추기인간보다 먼저 생명의 춤을 춘 동식물은 자신과 다른 종()들과 협력하면서 살았다곤충은 꽃가루를 퍼뜨리는 생명체다. 곤충 덕분에 식물은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곤충을 피하는 인간의 독무가 길어질수록 자연의 무대 위에 있어야 할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곤충의 도움을 받지 못한 식물은 생명의 춤을 추지 못한다. 식물이 멸종하면 그 식물을 먹고 살아야 할 동물과 인간도 멸종하고 죽음의 춤을 추게 된다.


인간이 하도 춤을 춰서 망가진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온실가스가 생겨서 지구온난화 현상이 지속된다. 자신이 슬기롭다고 착각하는 춤꾼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탄소를 지목한다. 지구를 청소하는 환경 운동가들은 탄소와 이산화탄소를 뭉뚱그려서 온실가스라고 주장한다.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생명의 춤꾼은 오해로 둘러싸여 있다. 안무가의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생명의 독무를 고집한다. 지구가 건강해지려면 모든 생명체가 아울러 춤추는 합동 공연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명 다양성은 인간, 동물, 식물, 곤충,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추는 춤이다. 탄소의 춤을 방해하고, 이기적인 생명의 독무(獨舞)를 유도하는 무지의 독무(毒霧)는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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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이 저물고 월()요일이 조용히 뜨기 시작하는 밤. 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일요일이 끝날 때만 생기는 불면증이다. 자꾸만 미룬 책들을 뒤늦게 펼쳐본다. 온종일 가만히 있었던 집중력이 되살아난다. 눈꺼풀에 매달린 졸음이 달아난다거뜬히 책을 읽고 나면 새벽 한 시. 집중력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날이면 새벽 두 시까지 읽는다.

















* 파스칼 드튀랑, 김희라 옮김 우주를 품은 미술관: 예술가들이 바라본 하늘과 천문학 이야기(미술문화, 2025)

 




지난주 일요일(97)우주를 품은 미술관을 완독했다.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쉬엄쉬엄 다른 책을 보면서 서평을 썼다.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월요일(98) 새벽이 될 때까지 썼다


월요일 새벽에 붉은 달(blood moon)’이 뜬다는 뉴스를 알고 있었다. 달이 붉게 변하는 현상은 개기월식이다. 달은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진 상태다. 우주를 품은 미술관에 일식과 월식 현상을 묘사한 그림들이 나온다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은 일식과 월식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식과 월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기독교 미술에서 묘사된 일식과 월식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의 메시지를 의미했다.


달이 붉게 변할 때가 개기식 최대로 볼 수 있는 시간대다. 그런데 붉은 달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개기식 최대 시간이 새벽 311이다새벽 3시를 넘긴 채 월요일 새벽을 맞이한 적이 없다. 아침에 깨어날 때 막 몰려오는 피로감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자투리 잠을 잘 걸 그랬나. 하지만 서평 쓰는 데 몰입하느라 눈을 잠깐 붙일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서평을 다 쓰고 나니 새벽 2시였다잠이 오지 않아서 옥상에 갔다. 230분부터 개기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밤하늘에 구름이 많았다. 구름은 서서히 붉어지는 달을 가렸다.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다. 구름 뒤로 숨은 붉은 달이 있는 곳을 쳐다보기만 했다. 구름이 지나가길 바랐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은 붉은 달을 감쌌다.



















* 블레즈 파스칼, 이환 옮김 팡세(민음사, 2003)

 

* 칼 세이건, 현정준 옮김 창백한 푸른 점(사이언스북스, 2001)





한 시간 남짓 불빛 한 점 없는 옥상 한가운데 서서 밤하늘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니 살짝 두려움을 느꼈다파스칼(Blaise Pascal)이 두려워하던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내 눈앞에 펼쳐진 구름 낀 밤하늘은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런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파스칼은 어린 나이에 계산기를 발명했고, 젊은 시절에 수학과 물리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다재다능한 학자다. 게다가 그는 팡세를 쓴 철학자이자 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천문학에 관심을 드러나지 않았지만, 무한한 어둠의 우주 속에 있는 인간을 티끌로 비유한 칼 세이건(Carl Sagan)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이다파스칼은 무한을 두려워했지만, 사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기였다.








새벽 3시가 될 무렵에 구름이 전보다 줄어들었다. 지나가는 구름의 틈 사이로 붉은 달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구름에 반쯤 가려진 붉은 달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설프게 고화질로 설정해서 찍은 건데 생각보다 붉은 달빛이 진하게 나왔다. 달 표면이 뚜렷하게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맨눈으로 붉은 달을 봤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325. 붉은 달 관측 종료.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날따라 눈 속의 어둠이 무한한 우주의 어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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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1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각보다 달이 잘 찍혔네요.요즘 스마트 폰의 사진 촬영능력이 나날이 좋아지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스마트 폰이 이리 좋아지니 카메라 회사들이 자꾸 힘들어 지는 것 같네요^^

cyrus 2025-09-14 23:33   좋아요 0 | URL
흐릿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사진 보정 기능을 아무거나 해보니까 진하게 나왔어요. ^^;;

꼬마요정 2025-09-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말씀처럼 여름밤에 무서운 건 모기죠!! 올해는 그나마 모기가 적다지만 독하더라구요ㅠㅠ 근데 사진이 정말 잘 찍혔네요. 가끔 달 찍어보면 저는 흐릿하거나 뭔가 잘 안 나오던데 멋집니다. 파스칼과 칼 세이건.... 똑똑한 사람들의 만남이로군요^^

cyrus 2025-09-14 23:35   좋아요 1 | URL
올해 여름은 신기하게도 집안에 모기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안심했는데, 역시나 새벽에 나가보니까 모기들이 돌아다니네요.. ^^;;

transient-guest 2025-09-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잠이 안 올때 책을 펼치면 아침까지 잠을 못자게 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잠이 안 와도 책은 안 읽어요.ㅎㅎ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구요.ㅎ 글이 좋네요. 책과 우주와 미술과 생활과...낭만적입니다

cyrus 2025-09-14 23:38   좋아요 1 | URL
지금도 잠이 오지 않아요. 오늘 해야 할 일은 독서 모임 발제를 만드는 것인데, 다 만들었어요. 읽다 만 책 조금 보다가 자야겠어요.. ㅎㅎㅎ
 
우주를 품은 미술관 - 예술가들이 바라본 하늘과 천문학 이야기
파스칼 드튀랑 지음, 김희라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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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우주는 무한한 도화지다. 사람들은 까만 도화지에 알록달록한 상상력을 마음껏 수놓았. 바빌로니아 지역에 살았던 칼데아 사람(Chaldean)은 밤의 화가들이었다. 그들은 누워서 별 하나하나 눈 맞춤했다별빛을 듬뿍 받은 화가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밤의 화가들은 별을 그러모아서 여러 가지 동물을 그려 넣었다. 별들을 연결해서 만든 동물 그림은 별자리가 되었다. 밤의 이야기꾼들은 별자리에 어울릴만한 신화를 만들었다. 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밤하늘에 위대한 영웅들의 모습을 새겼다.


붓을 든 화가들은 한 폭의 캔버스에 우주를 담으려는 야망을 품었다. 대부분 화가는 우주를 몰랐다. 하지만 잘 모를수록 우주의 모습은 더 잘 그려진다. 화가들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자신만의 별과 우주를 만든다.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천문학자들은 최대한 정확하게 별과 행성을 그린다. 거대한 도화지였던 우주는 그림이 되었다코스모스(cosmos, 우주)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먹으면서 자라난다.


우주를 품은 미술관: 예술가들이 바라본 하늘과 천문학 이야기멀티버스(multiverse) 화보. 과학에서 말하는 다중우주(多重宇宙)는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우주들을 직접 볼 수 없다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 예술가들이 그린 다중우주는 감상할 수 있다미술관에 코스모스(우주)가 울긋불긋 만개한다책의 저자는 문학 교수다. 저자는 그림 작품들을 설명할 때 우주와 행성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들을 인용한다시인과 소설가들도 우주에서 영감을 찾았다.








예술가들이 상상한 멀티버스는 시대별로 다르다중세인들의 우주는 신의 피조물이다. 태양은 예수의 신성함을, 달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을 상징한다. 성직자와 교부 철학자들은 성경 구절에 부합하는 우주를 좋아했다. 중세 예술가들은 성경을 펼쳐서 우주를 찾았다








실험과 관측을 중시하는 천문학자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중세 우주론의 한계가 드러났다.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갈릴레이(Galileo Galilei)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자들이 이용한 망원경은 우주를 좀 더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화가들이 풍경을 그릴 때 사용한 카메라의 조상)









낭만주의자의 우주는 우울하고 암울하다낭만주의 예술가들이 묘사한 석양은 태양의 뜨거운 생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하늘이다. 희미한 석양은 힘이 없다. 인간처럼 우주 또한 쇠퇴하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거인 같은 망원경과 우주를 홀로 떠도는 인공위성 덕분에 우리는 우주와 행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대에 살았던 밤의 화가들은 토끼가 살고 있는 달을 상상하면서 그렸다. 과학의 혜택을 받고 사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선명한 달 사진을 찍을 수 있다그래도 예술가들은 여전히 우주를 상상한다. 우주를 정확하게 아는 과학은 우주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예술을 죽이지 못한다








예술로 피어난 코스모스는 영원하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106




 

 아폴리네르시집 알코올(1913)에서 과감하게 목이 잘린 태양이라 표현함으로써 태양의 언어를 혁신했다. [1]



[1] 목이 잘린 태양이라는 시구가 나오는 시는 알코올에서 첫 번째로 실린 변두리. “목이 잘린 태양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기욤 아폴리네르, 황현산 옮김, 알코올, 열린책들, 2010)






* 145




 

아르튀르 랭보, <태양과 육체>, 시집, 1870 [주2]

 


[주2랭보가 처음으로 발표한 시집지옥에서 보낸 한철이다. 1873년에 발표되었다. 이 시집이 나오기 전에 랭보는 잡지를 통해 시를 발표했다. 1870년에 랭보의 이름이 실린 시집은 나오지 않았다. <태양과 육체>1870년에 쓴 시다.



[우리말로 번역된 <태양과 육체>가 실린 랭보의 시 선집]

 

* 최완길 옮김, 지옥에서 보낸 한철(북피아, 2006, 절판)


* 한대균 옮김, 나의 방랑(문학과지성사, 2014)



폴 베를렌(Paul Verlaine)은 랭보의 연인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베를렌의 시 선집은 그리 많지 않으며 절판되었다. 베를렌의 시 <하얀 달> 전문을 볼 수 있는 번역본 베를렌 시선(윤세홍 옮김, 지만지, 2013)이 유일하다.






* 159~160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놀라운 업적을 칭송했다레비나스는 가가린이 한 시간 만에 인간이 모든 지평선을 넘어 존재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사람이고 우주에서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게 하늘이었다고 말했다[주3]



[주3출처는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에세이 Heidegger, Gagarin and Us(하이데거가가린 그리고 우리, 1961)이 글은 <Difficult Freedom: Essays on Judaism>(1963)에 수록되었다.



















[주4]


* 186

토성의 위성 수: 82

 

* 206

목성의 위성 수: 79

 

* 218

천왕성의 위성 수: 27

 

* 220

해왕성의 위성 수: 14



[주4토성, 목성, 천왕성, 해왕성의 위성 수가 정확하지 않다. 토성은 태양계 중 가장 많은 위성을 가진 행성이다.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이 인정한 토성의 위성 수는 274. 목성의 위성 수는 95, 천왕성의 위성 수는 28, 해왕성의 위성 수는 16.

 

(출처: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Planetary Satellite Discovery Circumstances’, https://ssd.jpl.nasa.gov/sats/discovery.html)







* 215





에베레스트산 8,844m [주5]


 

 


[주5] 에베레스트산의 높이 측량은 1849년부터 시작되었다. 중국, 인도, 미국이 산의 높이를 측정했는데, 측량법이 달라서 높이가 다르게 나왔다. 1954(또는 1955) 인도가 측정해서 확인된 산의 높이는 해발 8,848m였다. 처음으로 인정된 에베레스트산 높이 값이다


2005년 중국이 측정했을 때는 약간 줄어든 8844.43m가 나왔다. 8,844m는 바위 위에 쌓인 눈을 제외한 상태에서 측정된 높이 값이다


1999년에 미국은 GPS로 측정해서 확인된 산의 높이가 8,850m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측량 결과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식 높이는 해발 8,848m


에베레스트산은 지각 변동의 영향을 받으면 높아진다. 2015년 히말라야에 지진이 발생하고 5년이 지나서 중국과 네팔이 공동 측량을 착수했고, 1m 높아진 8,848.86m로 확인되었다.


(출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실측해 보니 1m가량 높아졌다>, 연합뉴스, 2020128일 입력,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2067863?sid=104)






* 259




 


 혜성의 꼬리와 사람의 머리카락이 비슷하므로 혜성은 여성의 이미지와 강력하게 동일시된다. 예를 들어 프루스트는 꽃다운 소녀들의 행렬이 바다를 향하는 것을 반짝이는 혜성처럼 둑을 따라나아간다고 표현했[주6]

 


[주6] 저자가 인용한 문장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1919) 2고장의 이름 : 고장에 나온다프루스트 특유의 길고 늘어진 문장의 첫 부분에 해당한다.



 방파제를 따라 빛나는 혜성처럼 앞으로 나아가던 그 무리 안쪽에서 소녀들은 주위 군중이 자기들과는 다른 인종인 듯, 또 그들의 고통 역시 자기들 마음속에 어떤 유대감도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판단한 듯 군중을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았고, 나사가 풀린 기계처럼 보행자들을 피하는 수고도 할 필요 없다는 듯, 멈춰 선 사람들에게도 길을 비키도록 강요했으며, 기껏해야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접촉도 꺼리는 어느 겁 많은 또는 분노한 노신사가 허둥대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도망이라도 치면, 자기들끼리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중에서, 255,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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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흥미롭지만 책의 오류를 잡아내는 cyrus님의 수고와 능력이 항상 경이롭습니다.

cyrus 2025-09-10 06:51   좋아요 1 | URL
책을 읽다가 궁금한 내용이나 무언가 의심스러운 내용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편이에요. ^^;;

서니데이 2025-09-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댓글 쓰신 분과 같은 생각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오타가 있거나 오류가 있을 때도 있지만, 그냥 지나가게 되거든요.^^
지난 월요일에 개기월식이 있어서인지, 우주와 행성의 이야기가 좋네요.
cyrus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5-09-10 06:53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서 오류를 잘 잡아낸다기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아서 오류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류를 확인하면서 제가 몰랐다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줄여서 세속’) 8월의 책국내 작가가 쓴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모임 날은 오늘 저녁이다. 아주 유명한 소설이라서 그런가? 현재까지 모임 참석 인원은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이다. 모임에 처음 오는 분은 한 명이다. 이 정도면 제법 많은 편이다.

















[<읽어서 세계 문학 + 향기의 미스터리 속으로> 2025년 8월의 책]

정해연 홍학의 자리》 (엘릭시르, 2021)




모임 선정 도서는 정해연홍학의 자리. 이 책을 추천한 세속 독자(모임 정회원)’추리소설 마니아 향기이다









지금처럼 무더웠던 작년 7월과 8월에 향기 님은 대구 책방 <일글책>에서 추리 문학 전문 독서 모임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진행했다선정 도서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 소설 선집이었다향기 님은 노트 형태로 된 독서 모임 자료를 직접 만들었다포를 매우 좋아한 나는 향기 님이 만든 독서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 첫 번째 선정 도서, 20247~8]

* [절판] 에드거 앨런 포, 황소연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 2022)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 시작된 7월에 <세속> 두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다. 당시 <세속> 7월의 책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 乱歩)의 단편 선집이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근대 추리 문학을 풍성하게 만든 작가.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든 필명이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독서 모임에 장르문학 마니아들만 아는 란포의 소설을 과감하게 골랐다. 장르문학에 생소한 독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예상했듯이 <세속> 7월 모임에 세 명이 참석했다. , 향기, 정현정. 두 분은 <세속> 첫 번째 모임에 참석한 정회원이다.

















* 미스테리아 편집부 미스테리아 58(엘릭시르, 2025)




나는 추리 문학의 매력을 잘 아는 향기 님을 믿고, 장르문학 마니아가 아닌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지난 달에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지 《미스테리아》58호가 나왔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출간된 ‘35권의 한국 미스터리 추천작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2021년에 출간된 세 권의 추천작 중 한 권이 홍학의 자리.

 



여기서, 잠깐만!




독서 모임 선정 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는가?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에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세속> 모임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외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어야 한다.


내가 독서 모임 도서를 선정한 것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국내 작가의 책을 고를 거면 세계 문학 전문이라는 이름은 있으나 마나네요. 차라리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도 읽는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시는 게 어떤가요? 그러면 모임 참석자들을 더 모을 수 있어요.”


독서 모임의 정체성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독서 모임의 정체성을 180도 바꾸지 않고도,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세속> 선정 도서가 국내 작가가 쓴 책이라면, 이 책의 분위기가 비슷하거나 같이 읽을 수 있는 외국 작가의 책을 소개하면 된다따라서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에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을 선정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홍학의 자리는 첫 장면부터 범인이 나온다. 이제 막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한 독자는 범인을 알고 있다. 형사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수사를 벌인다. 범인을 아는 독자는 형사들이 범인을 어떻게 찾는지 궁금해한다기존의 추리소설들은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결말에 범인이 공개된다. 홍학의 자리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다르게 범인의 범행이 어떻게 발각되는지를 보여준다이러한 형식의 추리소설을 도치 서술 추리소설(inverted mystery)’이라고 한다도치(倒置)’는 순서를 바꾼다는 뜻의 단어다.


잠깐 스치듯이 묘사되었지만, 홍학의 자리를 유심히 본 독자라면 법의학에서 다룰 법한 과학 수사를 기억할 것이다. 사람의 걸음걸이로 범인을 가려내는 법보행 분석(273), 물에 빠져 죽은 시체 속에 있는 플랑크톤 분석하기(311).




















* [절판]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원은주 옮김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시공사, 2011)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이경아 옮김 오시리스의 눈(엘릭시르, 2013)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김종휘 옮김 노래하는 백골(동서문화사, 2004)




도치 서술 추리소설을 처음으로 쓴 작가는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Richard Austin Freeman)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프리먼의 원래 직업은 의사. 프리먼이 창조한 탐정 손다이크 박사(Dr. Thorndyke)’과학 수사 기법을 이용해 범인을 밝히는 법의학자의 원형이다.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The Red Thumb Mark, 1907)은 손다이크 박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손다이크 박사는 지문을 채취하여 감별하는 수사 방식을 도입하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과학 수사 기법이었다. 비공인 기록이지만,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발표되기 2년 전에 프리먼은 손다이크 박사가 나오는 단편 <31, New Inn>를 썼다. 이 단편 소설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 1912년에 발표된 <The Mystery of 31, New Inn>(31 여인숙의 수수께끼)[주1]이다.


단편집 노래하는 백골(The Singing Bone, 1912)에 실린 오스카 브러트스키 사건(The Case of Oscar Brodski)은 도치 서술 추리소설 형식과 손다이크 박사의 과학 수사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리먼의 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그때 당시 독자들은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을 선호했다1910년대 영국 추리 문학의 대세는 프리먼과 같은 의사 출신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쓴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였다.




















* 조지 오웰, 강문순 옮김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 [절판] 조지 오웰, 하윤숙 옮김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조지 오웰 평론집 (이론과실천, 2013)

 

* 조지 오웰, 박경서 옮김 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 2003)




문학에 조예가 깊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의외로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그는 최고 수준(명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묻히기 아까운 작품들을 소개한 글을 썼는데, 제목은 <good bad book>이다지금까지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세 개다. 좋으면서 나쁜 책(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좋은 대중소설(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책 대 담배)’


오웰은 이 글에서 문학적인 수준은 떨어져도 재미있어서 읽을 만한 작품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와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에 속한 프리먼의 소설 오시리스의 눈(The Eye of Osiris, 1911)노래하는 백골을 언급한다.













 








 













* G. K. 체스터턴, 홍희정 옮김 결백(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1)

 

* G. K. 체스터턴, 봉명화 옮김 지혜(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2)

 

* G. K. 체스터턴, 장유미 옮김 의심(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3)

 

* G. K. 체스터턴, 김은정 옮김 비밀(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4)

 

* G. K. 체스터턴, 이수현 옮김 스캔들(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5)




‘good bad book’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G. K. 체스터턴(G. K. Chesterton)이다그의 대표작은 가톨릭 성직자가 탐정으로 나오는 브라운 신부(Father Brown)’ 시리즈손다이크 박사가 법의학 탐정이라면 브라운 신부는 범죄심리학 탐정이다. 그는 자신을 범인으로 가정한 뒤에 범인의 감정 및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고 한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년 9월의 세계 문학]

*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25, 개정 증보판)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가들도 오웰의 펜 끝에 달린 비판의 날을 피하지 못한다. 오웰은 동료 작가들의 정치적 성향과 정치적 행보에 문제가 있으면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세속> 9월의 책인 오웰의 에세이 선집 나는 왜 쓰는가민족주의 비망록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오웰은 이 글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워 민족주의자들의 유형을 분류하고, 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오웰은 체스터턴을 상당히 재능 있는 작가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현실 이해력과 도덕적 감각이 떨어질 정도로 민족주의적 충심이 너무 큰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오웰이 꼬집은 체스터턴의 문제점가톨릭이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는 종교적 견해(정치적 가톨릭주의)무솔리니(Benito Mussolini)를 찬양할 정도로 국외의 파시스트적 정세에 무지한 태도.

















조지 오웰정철 · 홍지영 함께 옮김 《손 가는 대로: 조지 오웰 시사 에세이》 (빈서재, 2025)




오웰은 트리뷴(Tribune)이라는 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한 칼럼니스트였다. 칼럼 제목은 ‘As I please(나 좋을 대로, 손 가는 대로)’이다. 오웰은 신문 칼럼에서도 가톨릭의 우월성을 입증하려는 체스터턴을 비판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부자와 권력자를 용감하게 비판한 체스터턴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 G. K. 체스터턴, 안현주 옮김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북스피어, 2015)




체스터턴도 오웰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다. 종교뿐만 아니라 문학과 사회를 주제로 한 비평을 많이 썼다. 오웰과 체스터턴이 활동했던 20세기 초 영국에 우생학을 지지한 지식인과 작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체스터턴은 우생학을 비판한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에세이 선집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에 수록된 범죄형 머리통』(A Criminal Head, 1910년)은 머리의 형태로 범죄자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생학을 비판한 글이다.


오웰은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글도 여러 편 썼다반유대적인 견해를 드러낸 작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했다프리먼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꺼림칙한 진실이 있다. 그의 추리소설에 반영된 반유대주의. 프리먼은 우생학도 지지했는데, 1921년에 <Social Decay and Regeneration>(사회와 피폐와 재건)이라는 우생학 저서[주2]를 썼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가 많은데이 중 몇몇 작품을 보면 작가의 반유대적인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프리먼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할 때 거론되는 작품이 <Pontifex, Son and Thorndyke>(1931)이다이 소설에 나오는 악당들은 유대인이다하지만 프리먼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반론도 있다프리먼의 후기 작품들은 유대인을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과연 오웰은 프리먼의 반유대주의를 알고 있었을까? 오웰이라면 좋으면서도 나쁜 작가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1]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 노래하는 백골작품 해설(364)에 언급된 제목을 참조했다.

 

[2] 번역되지 않은 책이라서(주제와 내용을 생각하면 절대로 나오면 안 되는 책이다‥…) 정식 제목이 없다노래하는 백골작품 해설(365)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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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식견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앞으로 좋은 미스터리 작품을 자주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cyrus 2025-09-08 06:40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과 향기님, 그리고 제가 아는 추리소설 마니아 몇몇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초급반입니다 ㅎㅎㅎ 안 읽은 추리소설들이 너무 많아요

꼬마요정 2025-08-29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좋은 정보들입니다. 고맙습니다.^^
흥미로운 소설들이 많네요. 정해연은 요즘 인기 많은 작가 중 한 명이죠 ㅎㅎ 에도가와 란포는 기담집 하나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이 에도가와 코난인데 에도가와 란포에서 따왔다길래 궁금했거든요. 소년탐정 김전일은 맨날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고 외치는데 그 할아버지가 긴다이치 코스케더라구요. 근데 저는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닥 재미가...ㅠㅠ

체스터턴의 브라운 시리즈는 책은 저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근데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한 건 재밌게 봤어요. 조지 오웰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요. cyrus 님 글 보면서 많은 걸 배워갑니다. 도치 서술 추리소설이 예전부터 있던 방식이군요.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의 손다이크 박사는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좋으면서도 나쁜 작가... 오묘합니다.

(토요미스터리극장 하니까 왠지 괴담이나 기담 이야기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저 옛날에 저 프로그램 진짜 좋아했는데... 토요미스테리극장...)

cyrus 2025-09-08 06:45   좋아요 1 | URL
조지 오웰의 독서 편력이 생각보다 넓더라고요. 최근에 오웰의 에세이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느끼고 있어요.

안 그래도 여름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이번 달이 여름의 끝자락이죠) 공포 문학 작품들을 읽고 리뷰를 쓰고 싶어요. 눈여겨 본 책들이 있는데 너무 많아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요. ^^;;

stella.K 2025-08-29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 체스터턴 작품은 좋은데 안 좋은 꼬리표가 있다고 하던데 바로 저거였구만.
그래도 정말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다.
너는 몇개의 독서 클럽에 가입되어 있냐? 난 얼마 전부터 <그믐>에서 하는 독서토론에 들어가곤 하는데 요즘엔 좀 지치기도하더군. 그거 하니까 읽으려고 쌓아 논 책들을 더 못 읽겠어. ㅎㅎ
그래도 재미는 있어. ㅋㅋ

cyrus 2025-09-08 06:46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독서 모임 날이 많아요.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모임 있어요. ^^;;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826에 태어났다내 생일과 같다. 정확히 108년이 되는 날에 내가 태어났다.



















아폴리네르황현산 옮김 알코올》 (열린책들, 2010)

 

[절판] 아폴리네르성귀수 옮김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내 사랑의 그림자》 (아티초크, 2015)



















* 아폴리네르, 황현산 옮김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 2016,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9)

 

* [절판] 아폴리네르, 송재영 옮김 미라보 다리(민음사, 1975, 구 민음사 세계시인선 5)

 



시인의 이름보다 그가 쓴 한 편의 시가 더 유명하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랑이 센강(Seine River)의 물결처럼 흐르는 『미라보 다리』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는 시인의 대표작이 된다. 그러나 유명한 작품만 대표작으로 칭송받는 것은 부당하다작가가 잘 쓴 작품이 대표작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잘 쓴 작품 속에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작가의 문학적 매력이 들어 있다. 잘 쓴 작품을 읽는 독자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표작의 조건이다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의 대표작이 아니다미라보 다리에 가면 시인을 만날 수 없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시인은 오지 않는다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를 유명하게 해준 작품이다. 그러나 한 편의 시는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은 네 개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 회화, 환상, (). 아폴리네르는 기존 문법과 형식을 파괴한 자유시를 썼다. 구두점을 생략하거나 시 구절로 그림을 만들었다










시 구절을 자유롭게 배열하여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상형 시(Calligram)’라고 한다. 아폴리네르의 상형 시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동시성을 보여준다.


아폴리네르는 화가들의 친구였다. 아폴리네르와 친하게 지낸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앙리 루소(Henri Rousseau) 등이 있다. 아폴리네르의 과거 연인이었던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도 화가다.


















* 아폴리네르, 라울 뒤피 그림, 황현산 옮김 동물 시집(난다, 2023)

 

* 이소영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RHK, 2023)




화가들은 아폴리네르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라울 뒤피(Raoul Dufy)는 아폴리네르의 동물 시집을 위한 목판화를 제작했다.









아폴리네르는 전통을 답습하지 않는 젊은 화가들을 지지했다. 그가 1913년에 쓴 미학적 명상: 입체주의 화가들(Les Peintres Cubistes, Méditations Esthétiques, 오병욱 옮김, 일지사, 1991년)은 입체주의 화가와 작품들을 처음으로 비평한 책이다이 책에서 아폴리네르가 주목한 피카소와 브라크는 20세기 초 현대 예술 운동 중 하나인 입체주의의 핵심 인물이다. 입체주의는 자연을 똑같이 모방하고, 유행을 따르는 미술을 거부한다. 입체주의 화가들은 자연의 형태를 해체하여 기하학적 형상(, 원통, 입방체)으로 다시 만든다.



















* 앙드레 브르통, 황현산 옮김 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





아폴리네르의 자유로운 창조 정신은 그가 죽은 뒤에 등장한 초현실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초현실주의를 처음으로 쓴 사람은 아폴리네르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실을 전복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유와 상상력의 힘을 믿는다.



















* [절판] 아폴리네르, 장혜영 옮김 티레시아스의 유방(연극과인간, 2004)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아폴리네르는 희곡 티레시아스의 유방서문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현실주의를 실천한다고 썼다. 초현실주의적 창조의 원천은 우연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서로 관련이 없는 물건들이 우연히 만나면 새로운 예술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여섯 번째 노래중에서, 황현산 옮김, 248)



로트레아몽(Lautréamont)의 산문 시 말도로르의 노래에 나오는 이 문장은 초현실주의를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다.






 

 











* [절판] 아폴리네르, 성귀수 옮김 이교도 회사(문학수첩, 1999)




이교도 회사초현실주의적 소설집이다.소설가 아폴리네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이교도 회사1910년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몇몇 비평가는 아폴리네르의 이야기가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의 소설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 [절판] 아폴리네르, 성귀수 옮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1999)

 

* D. A. F. 드 사드, 성귀수 옮김 사드 전집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워크룸프레스, 2014)



무명작가 시절 아폴리네르는 은행에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쓴다. 하지만 은행 업무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아폴리네르는 먹고 살기 위해 신문과 잡지에 실리는 기사를 썼다. 궁핍한 생활은 아폴리네르의 창작 활동을 방해했다. 무명의 매문가 아폴리네르는 익명으로 포르노 소설을 썼다. 그가 쓴 포르노 소설이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어린 돈주앙의 무용담이다. 그는 또 과거에 출간된 포르노 소설들을 발굴하여 자신이 직접 주석을 붙인 선집을 만들기도 했다. 아폴리네르는 오랫동안 잊힌 포르노 작가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했는데, 그 작가가 바로 사드 후작으로 알려진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사드의 작품을 해설한 아폴리네르의 글 신성한 후작사드 전집첫 번째 책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에 수록되어 있다1차 세계 대전에 포병으로 참전한 아폴리네르는 참호에 몸을 숨기면서 시를 썼다. 당시 사귀었던 루(Lou)라는 별칭의 여성에게 보낸 시는 에로틱한 연애 시.






 

 



 










* 황현산 황현산 전위와 고전: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수류산방, 2021)


* 황현산 아폴리네르: 알코올의 시 세계(건국대학교출판부, 1996)




미라보 다리만 아는 독자는 아폴리네르를 서정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도 비좁은 수식어 서정 시인은 입체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폴리네르는 자유’, ‘회화’, ‘환상’, ‘과 관련된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모아서 자신만의 문학을 완성했다. 아폴리네르의 문학은 ‘넉넉한 콜라주(Collage)’.








 

아폴리네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황현산 선생은 현대 전위 작가와 미술가들에 영향을 준 아폴리네르를 이렇게 평가한다. 아폴리네르는 자식이 참 많다.” (황현산 전위와 고전: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 407) 전 세계의 자식들을 키워 낸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은 참 많다.

 

아폴리네르의 수많은 자식 중 한 사람인 황현산 선생은 201888일에 별세했다. 내게 8월은 아폴리네르와 황현산을 다시 보게 만드는 달이다.








이제 곧 이제 곧 8월이 가리라.

아폴리네르와 황현산을 다시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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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6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cyrus 2025-08-28 21: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