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고 거기가 고양이까지 좋아한다면 반할 소설이 있다. ‘2024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수상작’ 우츠키 겐타로의 『고양이서점 북두당』이다. 제목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고양이서점이라니? 고양이가 서점의 마스코트인가 싶을 것이다. 아니면 서점 주인이 애묘가이던가. 어쩌면 독립서점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모두 맞다. 이 소설은 매력적인 고양이와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주인의 이야기니까. 판타지 소설이니 서점 주인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는 아닐까 그런 상상을 가능하다.
소설은 아홉 번째 환생한 검은 고양이 ‘쿠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번이 마지막 생인 것이다. 여덟 번이나 살았으니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만큼 다 아는 쿠로는 사람을 믿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고양이와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다. 생존을 위해서 따뜻하고 먹을거리도 있는 사람 근처를 돌아다니다 이상한 곳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북두당’이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고양이를 위해 물그릇을 채우고 “언제든지 와도 돼”라며 말을 건넨다. 마치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여자의 친절과 다정한 말에 흔들린다.
쿠로가 살펴본 서점은 좀 이상하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열 살 소녀 마도카만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한다. 책을 입고하는 모습도 볼 수 없고 주인 여자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책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러다 마도카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생겼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만 마도카가 갈 만한 곳을 찾아 나선다. 비를 피해 미끄럼틀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느라 정신이 팔린 마도카는 쿠로의 울음소리에 집에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쿠로가 마도카를 찾아준 걸 아는 서점의 고양이는 바로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며 쿠로를 서점으로 이끈다. 그렇게 북두당에 들어간 쿠로는 다른 고양이들이 ‘마녀’라 부르는 ‘에리카’와 지내게 된다.
놀랍게도 에리카는 고양이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쿠로는 궁금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서점의 고양이들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쿠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쉽게 여자에게 자신의 전생을 꺼낼 수 없다. 사실은 고양이에게 중요한 이름을 얻지 못했다는 것. 여덟 번의 생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평온했던 세 번째 생의 시절이 있었지만 끝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쯤이면 짐작할 것이다. 쿠로가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 소세키 곁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소설의 고양이가 바로 쿠로라는 걸 말이다. 쿠로는 자신의 진명을 나쓰메 소세키의 본명인 ‘긴노스케’로 짖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진명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지은 이름 따위는 싫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그게 변덕이었는지, 고집이었는지, 아니면 자유방임주의적인 성격의 산물인지,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122쪽)

소설은 쿠로가 들려주는 지난 여덟 번의 생과 함께 일본 역사를 돌아본다. 에도 시대 대기근, 메이지와 다이쇼, 쇼와 시대를 거치며 쿠로가 만난 인간의 모습은 자신들의 욕망만 채울 줄 아는 존재였다. 그런데 마지막 아홉 번째 생에서 만난 에리카와 마도카는 달랐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마도카와 마도카의 글을 읽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에리카. 이상한 건 마도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에리카다. 에리카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서점 북두당도 이상한 공간이다. 손님이 책을 사면 저절로 책이 채워지고 심지어 재고 정리는 고양이가 한다.
북두당에 정착한 쿠로는 작가가 되려는 마도카의 성장과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열심을 글을 쓰던 마도카가 서점에 발길을 끊는다. 외모도 변하고 불량 청소년과 어울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글쓰기를 그만둔 마도카는 엄마와 갈등도 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마도카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쿠로가 세 번째 생에서 만난 소세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병들고 몸마저 쇠약했던 소세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글쓰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치유다. 마음의 상처를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 그렇게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게 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된다. (279~280쪽)
17년 동안 쿠로가 북두당에 살면서 만난 인간의 이야기. 신비로운 공간 『고양이서점 북두당』 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도카를 응원하는 에리카와 고양이들의 모습은 따뜻한 울림으로 남는다. 어디 그뿐인가. 소설 곳곳에서 나쓰메 소세키, 이나가키 타루호, 이케나마 쇼타로, 무로오 사이세이 등 고양이를 사랑한 문호들이 등장하는 재미와 그들을 향한 문학적 오마주와 글쓰기와 창작의 고통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환생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생과 사, 인간의 다채로운 삶, 상처와 회복, 치유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름을 불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쿠로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과 우리에게 이야기가 건네는 위로와 힘을 생각하게 한다.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 문학의 소중함에 대해서.
책과 서점, 그리고 고양이란 조합을 생각하니 희귀본이 가득한 고서점을 배경으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외톨이 소년의 기이한 모험을 담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떠오른다. 고양이, 서점, 책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린타로’는 때때로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린타로는 폐점을 앞둔 서점을 지킨다. 그런 린타로에게 말하는 고양이 ‘얼룩’이 나타나 책을 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구하기 위한 린타로와 고양이 얼룩. 이 소설은 책의 힘을 믿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할아버지, 고서점에서 읽은 책들을 통해 린타로가 책을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드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261쪽)
물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면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고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소설이다. 고양이, 서점,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쿠로의 환생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