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고 거기가 고양이까지 좋아한다면 반할 소설이 있다. ‘2024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수상작’ 우츠키 겐타로의 『고양이서점 북두당』이다. 제목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고양이서점이라니? 고양이가 서점의 마스코트인가 싶을 것이다. 아니면 서점 주인이 애묘가이던가. 어쩌면 독립서점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모두 맞다. 이 소설은 매력적인 고양이와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주인의 이야기니까. 판타지 소설이니 서점 주인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는 아닐까 그런 상상을 가능하다.


소설은 아홉 번째 환생한 검은 고양이 ‘쿠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번이 마지막 생인 것이다. 여덟 번이나 살았으니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만큼 다 아는 쿠로는 사람을 믿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고양이와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다. 생존을 위해서 따뜻하고 먹을거리도 있는 사람 근처를 돌아다니다 이상한 곳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북두당’이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고양이를 위해 물그릇을 채우고 “언제든지 와도 돼”라며 말을 건넨다. 마치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여자의 친절과 다정한 말에 흔들린다.


쿠로가 살펴본 서점은 좀 이상하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열 살 소녀 마도카만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한다. 책을 입고하는 모습도 볼 수 없고 주인 여자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책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러다 마도카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생겼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만 마도카가 갈 만한 곳을 찾아 나선다. 비를 피해 미끄럼틀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느라 정신이 팔린 마도카는 쿠로의 울음소리에 집에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쿠로가 마도카를 찾아준 걸 아는 서점의 고양이는 바로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며 쿠로를 서점으로 이끈다. 그렇게 북두당에 들어간 쿠로는 다른 고양이들이 ‘마녀’라 부르는 ‘에리카’와 지내게 된다.


놀랍게도 에리카는 고양이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쿠로는 궁금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서점의 고양이들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쿠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쉽게 여자에게 자신의 전생을 꺼낼 수 없다. 사실은 고양이에게 중요한 이름을 얻지 못했다는 것. 여덟 번의 생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평온했던 세 번째 생의 시절이 있었지만 끝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쯤이면 짐작할 것이다. 쿠로가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 소세키 곁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소설의 고양이가 바로 쿠로라는 걸 말이다. 쿠로는 자신의 진명을 나쓰메 소세키의 본명인 ‘긴노스케’로 짖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진명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지은 이름 따위는 싫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그게 변덕이었는지, 고집이었는지, 아니면 자유방임주의적인 성격의 산물인지,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122쪽)





소설은 쿠로가 들려주는 지난 여덟 번의 생과 함께 일본 역사를 돌아본다. 에도 시대 대기근, 메이지와 다이쇼, 쇼와 시대를 거치며 쿠로가 만난 인간의 모습은 자신들의 욕망만 채울 줄 아는 존재였다. 그런데 마지막 아홉 번째 생에서 만난 에리카와 마도카는 달랐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마도카와 마도카의 글을 읽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에리카. 이상한 건 마도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에리카다. 에리카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서점 북두당도 이상한 공간이다. 손님이 책을 사면 저절로 책이 채워지고 심지어 재고 정리는 고양이가 한다.


북두당에 정착한 쿠로는 작가가 되려는 마도카의 성장과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열심을 글을 쓰던 마도카가 서점에 발길을 끊는다. 외모도 변하고 불량 청소년과 어울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글쓰기를 그만둔 마도카는 엄마와 갈등도 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마도카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쿠로가 세 번째 생에서 만난 소세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병들고 몸마저 쇠약했던 소세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글쓰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치유다. 마음의 상처를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 그렇게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게 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된다. (279~280쪽)


17년 동안 쿠로가 북두당에 살면서 만난 인간의 이야기. 신비로운 공간 『고양이서점 북두당』 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도카를 응원하는 에리카와 고양이들의 모습은 따뜻한 울림으로 남는다. 어디 그뿐인가. 소설 곳곳에서 나쓰메 소세키, 이나가키 타루호, 이케나마 쇼타로, 무로오 사이세이 등 고양이를 사랑한 문호들이 등장하는 재미와 그들을 향한 문학적 오마주와 글쓰기와 창작의 고통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환생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생과 사, 인간의 다채로운 삶, 상처와 회복, 치유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름을 불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쿠로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과 우리에게 이야기가 건네는 위로와 힘을 생각하게 한다.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 문학의 소중함에 대해서.


책과 서점, 그리고 고양이란 조합을 생각하니 희귀본이 가득한 고서점을 배경으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외톨이 소년의 기이한 모험을 담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떠오른다. 고양이, 서점, 책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린타로’는 때때로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린타로는 폐점을 앞둔 서점을 지킨다. 그런 린타로에게 말하는 고양이 ‘얼룩’이 나타나 책을 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구하기 위한 린타로와 고양이 얼룩. 이 소설은 책의 힘을 믿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할아버지, 고서점에서 읽은 책들을 통해 린타로가 책을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드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261쪽)


물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면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고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소설이다. 고양이, 서점,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쿠로의 환생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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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표지 왜 이리 예쁘죠? 그래도 표지만 예쁘다하고 지나갔을 책인데 자목련님 글 읽고 읽어야ㅜ할 책으로 비뀌었어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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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꾼다는 건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다른 세계로의 이동을 뜻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꿈도 꾸지 마, 꿈 깨라고 면박을 준다. 그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고 않고 구체적으로 들어보려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일까, 꿈 깨라고 말하는 사람일까.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다 보면 그런 질문과 마주한다. 꿈을 이해하고 인정하려 노력하는 사람인가.


다른 존재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에게도 있었다. 소설 속 물고기, 펭귄, 곰 같은 피부를 갖고자 실천하는 이들이나 다른 세계로 넘어갈 막을 찾는 이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육체적인 고통에 기인한 것으로 수술 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신체의 변화로 얻은 활동의 제약, 쪼그라들고 움츠려든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간절함이었다.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는 감정, 나만이 느끼는 통증은 설명할 수 없고 이해와 공감을 얻기도 어려운 종류니까.


모두 똑같을 수 없지만 주류가 아닌 경계나 변두리의 삶을 살다 보면 주류로 넘어가려 애쓴다. 사람들이 그게 정답인 양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삶이라고. 보편적인 것이 아닌 다른 일상을 반복하거나 지향하면 신기한 듯 호기심을 가질 뿐 파고들지는 않는다. 김초엽은 다르다. 그런 타자를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같은 게 있으면 다른 것도 있는 게 당연하다고. 그러니 그가 그려낸 다양한 세계는 놀랍고 이상한 게 아니라 아름다울 지경이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속 ‘수브다니’는 최첨단 안드로이드였다가 인간화 시술을 후 기계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금속 피부 이식을 받으면 녹슬게 분명해 말류 하지만 수브다니는 강행한다. 그것만이 수브다니가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이해할 수 없지만 수브다니의 삶을 인정하며 어려울 게 없다. 타자를 인정하는 일, 정상이라는 세계로 오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인정한다면 혐오와 차별은 사라질 것이다.


타자와의 공존은 어려운 일이 아닌게 된다. 그런데 정상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어쩌면 정상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자아(‘샐리’와 ‘레몬’)를 지닌 셀븐인의 이야기인 표제작 「양면의 조개껍데기」도 다르지 않다. 샐리와 레몬의 독립된 자아는 감정도 다르고 욕망도 다르고 자아가 바뀔 때마다 신체적 특성도 변한다. 하나로 통합될 수 없고 치열하게 갈등하지만 공존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다. 우주 어딘가의 행성인 샐리는 내가 될 수 있고 주변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 SF 소설은 상상이 아닌 사고 영역의 확장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것이 김초엽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거대한 외로움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레몬은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로운 세계가, 그렇기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양면의 조개껍데기」, 106쪽)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주 협소한 우주의 일부라는 걸 알지만 인간의 문명이 아닌 다른 문명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진동새의 진동으로 기록하는 「진동새와 손편지」는 문자 대신 색채로 기록하는 외계 생명체 이야기를 다룬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단편 「스펙트럼」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문자와 언어를 대신할 수 있으니 눈빛이나 움직임으로 말하는 존재도 가능하다.





「고요와 소란」에 등장하는 사물과 생물의 목소리를 채집하고 전시하는 세계가 이상할 게 없다. 어쩌면 갑자기 사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인간의 요란한 소리에 감춰져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하는 말을 잘 듣기를 바란다. 얼핏 사물을 기억하고 추억하려는 아름다운 단편 같지만 김초엽은 온갖 소리로 가득한 지구를 살피고자 하는 우주의 소리 수집가가 지구에 거미줄을 친 거라고 우리를 안내한다.


더 깊고 넓게 확장된 김초엽의 상상과 탐구는 먼 미래 데이터만 남은 세계에서 인간의 실존에 대해 질문하는 「달고 미지근한 슬픔」으로 이어진다. 소설이 아닌 현실 속 AI로 통하는 세계에서 인간 고유성과 살아 있다는 감각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도래할 세계가 그러하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이 세계도 이곳의 사람들도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단지 다른 방식으로, 어떤 생물도 존재한 적 없는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 292~292쪽)


생태 탐사용 고래 로봇 이야기를 다룬 「소금물 주파수」는 동화 같은 소설이다. 작가의 고향인 울산을 배경으로 바다에서 수많은 고래들을 만나고 육지로 돌아오는 돌고래 ‘해몽’을 만들고 사랑한 할머니 과학자. 소설 속 해몽이가 진짜 존재할 것만 같다.


평행 세계를 다루며 그 안에서 정체성을 찾는 「비구름을 따라서」는 나를 울컥하게 만든 소설이다. 죽은 친구 ‘이연’의 이름으로 온 추도식 초대장. ‘보민’은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이라고 여겼지만 신경이 쓰인다. 이연과 보민은 보드게임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고 설명하는 게임 ‘노바 파우치’를 하며 친해졌고 룸메이트가 되었다. 이연은 자주 직장을 옮겼고 가족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이연의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 같은 물건들이 가득했고 그것이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것이라 말했다. 보민은 이연이 불안했다. 그래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사람은 아니었다.


날짜가 뒤죽박죽인 초대장 중 하나에서 발견한 문구가 아니었다면 초대장에 적힌 주소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문구는 언젠가 이연이 상상했다며 들려준 것이었다. 그곳에서 이연의 초대를 받은 두 명과 이연이 말한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니까 이연은 다른 세계로 건너갔고 그 세계에서 수많은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그쪽에서 보낸 걸 이쪽에서 발견하게 될 확률은 아주 적으니 이연은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평행세계에 대한 소설은 익숙하지만 이렇게 애틋한 적이 었었던가. 이연은 자신이 본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들을 초대했다. 막을 건너는 일은 보민과 다른 두 사람의 선택이었다.


알 수 없었다. 막을 건너온 것은 작은 사소한 물건들,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거대한 세계와 사람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상상하는 일뿐. (「비구름을 따라서」, 374쪽)


김초엽이 보여준 세계는 낯설고 이상하다. 여기가 아닌 거기에만 존재할 것 같지만 그가 전하는 바는 명확하다. 무엇을 꿈꾸든 그 꿈을 방해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나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타자가 공존하는 세계를 향한 지속적인 환대와 그 안에 거하는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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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안 읽었다묜 바로 찾아서 읽고싶게 만드는 멋진 리뷰입니다. 김초엽이 전하는 공존과 환대의 세계가 정말 좋죠. 이렇게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작가가 있다는게 너무 좋네요

자목련 2025-09-15 17:19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SF 소설로의 초대라고 할까요. 김초엽이라는 통로가 아니었다면 저는 SF소설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해요. 배명훈 소설도 좋고요^^
 


자꾸 산다. 생필품을 사고 먹거리를 산다. 그리고 이런 것도 샀다. 귀여워서, 자꾸 눈에 밟혀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하기를 반복하다 마음에 들였으니 곁에 두기로 한다. 북엔드를 좋아하는데 스누피 북엔드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예쁘고 귀여운 걸 보면 기분도 좋아진다. 북엔드란 기능도 있으니 예쁜 소품 이상이지 않은가.


책을 정리할 때 스누피를 보면 정리도 잘 되고 책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쁜 건 한 번 더 스누피 정말 예쁘다. 스누피 정말 귀엽다. 스누피 시리즈를 다 사고 싶은 마음은 참아야지. 저기 멀리 넣어둬야지.





봉투도 샀다. 지난번 구매했던 빨강 머리 앤을 한 번 더 구매할까 하다 다른 건 뭐가 있나 살펴보다 발견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예쁜 꽃사과 봉투였다. 알라딘에서 문방구 용품 할인 행사를 했으니 알뜰 구매라 스스로 칭찬하면서. 시의적절 9월 유계영의 『무궁무궁』은 다음에 사야지. 그때 잠자냥 님이 추천한 커피도 함께 사야지. 사야할 것들을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주부터는 잠들기 전 창문을 닫는다. 열기를 품은 밤은 줄어든다. 감기 걸리기 좋은 날, 남아 있는 여름이 온전히 떠나가는 걸 목도할지도 모른다. 금세 강렬한 여름은 잊고 가을을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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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9-1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저도 있어요ㅋㅋㅋㅋㅋ책상에 올려놓았는데 볼때마다 넘 귀여워서 기분이 좋아져요

자목련 2025-09-12 10:04   좋아요 1 | URL
그쵸? 스누피는 사랑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09-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도 귀엽지만 저는 찰리 브라운도 좋아해요!ㅎㅎ 알라딘 봉투 예쁜 게 참 많아서 볼 때마다 유혹합니다!^^ 요즘은 축의금도 카톡으로 보내다보니 쓸 일이 없는 것 같다가도 간혹 편지나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서 줄 일이 있을 때 필요하더라구요ㅋㅋ
일교차가 정말 커졌어요. 요즘은 긴팔 셔츠나 가디건 필수로 챙겨다닙니다. 감기 유의하세요^^

자목련 2025-09-12 10:08   좋아요 0 | URL
찰리 브라운도 좋아요! 매력적인 표정. 다음엔 찰리 브라운을 구매할지도 몰라요 ㅎㅎ
알라딘 봉투를 그냥 소장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걱정입니다.
화가 님의 가을 산책 풍경, 나중에 들려주세요^^

바람돌이 2025-09-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샐리컵이랑 우드스톡 컵 있어요. 커피 마실 때마다 아 얘들 너무 이뻐한다죠. 그러고 보니 스누피 메모장도 있네요. 전시 같은거 갈 때마다 하나씩 사고, 알라딘에서도 사고.... ㅎㅎ
알라딘의 봉투들은 진짜 예쁜데 저는 정말 글씨를 못써서 예쁜 종이류나 노트류는 못사요. 부끄러워서요. ㅎㅎ

자목련 2025-09-12 10:13   좋아요 1 | URL
스누피 머그도 예쁘죠. 지금은 구매할 수 없으니 더 갖고 싶네요. 스누피 스프볼도 사고 싶고요.
봉투는 상품권이나 용돈 봉투로 정말 좋아요^^
손글씨는 저도 엉망이라 노트와 필기구는 잘 안사요 ㅎㅎ

꼬마요정 2025-09-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즈와 커피는 사랑입니다^^ 저도 너무 많이 사서 큰일이에요. 봉투가 너무 예쁜 게 많아서 사다보니 봉투만 잔뜩입니다. 거기다 엽서도 한 때 너무 예뻐서 샀더니 잔뜩 쌓여 있습니다. 예쁜 게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ㅠㅠ

자목련 2025-09-15 17:15   좋아요 0 | URL
사랑이 가득한 알라딘이네요~
너무 예쁜 봉투와 엽서. 종종 선심을 쓰며 나눔을 해야 합니다 ㅎㅎ
 
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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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의 행성에 살고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타자가 공존하는 세계를 향한 지속적인 환대와 열망. 더 깊고 넓게 확장된 상상과 탐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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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속삭임 위픽
예소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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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큰 소리로 외친다. 정작 그 소리는 소음으로 분류되고 만다. 어떤 이는 상대가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아 침묵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야 할 말이 있는데 듣는 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예소연의 『소란한 속삭임』은 말한다. 그럴 때 속삭여보라고 말이다. 그런데 소란한 속삭임은 가능한가?


소설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시작된다. 퇴근길 지하철,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피곤하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 동영상을 큰 소리로 시청하는 사람이 있다. 시끄러운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분란을 일으킬까 염려되고 잠깐 피하면 그만이니까. 그때 ‘시내’가 시끄럽다고 말하며 ‘모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모아는 주저하다 너무 시끄럽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시내는 모아에게 속삭이는 모임을 제안한다.


“비밀을 속삭이진 않으나 그것이 마치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속삭여야 해요.” (16쪽)

“중요하지 않아도 속삭임으로써 중요해져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허투루 하는 말은 없는 거죠.” (18쪽)


이상하게 시내의 말처럼 별거 아닌 일상을 속삭이니 비밀을 공유한 기분이다. 정말 시내의 말처럼 속삭임으로 중요해진 것이다. 속삭이는 모임은 결성되었고 둘은 가장 시끄러운 명동에서 다른 회원을 찾기로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 속삭이는 모임은 회원을 찾을 수 있을까. 둘은 그곳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심판의 날’을 외치는 ‘수자’를 만난다. 수자는 가입 조건으로 시끄럽게 구는 훈련도 번갈아 하자고 조건을 건다. 그래서 셋은 속삭이며 말하고 수자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도 내는 모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시내의 집에 초대받게 되는 그곳에서 ‘두리’를 만난다.





시내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두리는 시내가 층간 소음으로 찾아온다고 말하며 자신은 소음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자와 모아가 시내의 집에서 확인하기로 하는데 두리는 지저분하다면서 방문을 주저한다. 시내의 집은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두리의 말대로 시내가 듣는 층간 소음은 그곳에서 나는 게 아니었다. 모두가 두리의 집을 치우고 넷은 저마다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숨겨왔던 마음을 꺼내 보이니 그간의 행동을 알 것 같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심판의 날’라고 소리치는 것으로, 속삭이는 일로, 세상과 단절하며 쓰레기와 살아가는 일은 슬픔을 달래는 각자의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어디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모르고 용기 내 도와달라고 말했지만 거절당해서.


이 매력적인 소설은 우리 시대 면면을 보여준다. 진실인 양 거짓을 외치는 동영상, 진실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믿게 되는 습관, 수많은 소음에 갇혀 듣지 못하는 간절함, 하루하루 살기 버거워 타인의 아픔은 들여다볼 생각조차 못 하는 일상.


어떤 면에서 뻔하다. 세대가 다른 인물의 상처와 그것을 보듬는 몸짓,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공감과 관계가 시작됨으로 연대하고 위로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특별하다. 소란할 수밖에 없는지 관심을 갖고 들어주면 그것은 더 이상 소란이 되지 않고 혼자만의 속삭임이 둘, 셋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소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소란’과 ‘속삭임’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의 조합으로 가득한 게 우리 세상이며 둘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일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함께 살아가는 일은 중요하다고. 누군가 살리기 위한 속삭임이 필요하다고.


어쩌면 시내는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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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9-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오늘 도서관에서 집었다가 다시 놓은 책입니다. ㅎㅎㅎ

자목련 2025-09-11 14:31   좋아요 0 | URL
다음엔 꼭 집어서 데려오세요!